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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331 - Chapter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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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1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잠은 자는 둥 마는 둥해서 그냥 눈 뜬 채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을 때 고현성이 나와 찍었던 다정해 보이는 사진을 보내왔다.그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유산 방지약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석만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내 친아버지라는 석씨 집안 옛 가주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내가 아무리 빌어도 눈 깜짝하지 않고 석지훈을 무너뜨리는 데에만 집중하던 사람의 연락이라 나는 당연히 거절했다.그러자 그는 바로 문자를 보내왔다.[가주님,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가주님께 반지를 하나 드렸을 겁니다, 다른 하는 석지훈 손에 있었는데 그것도 아마 이미 받으셨을 거고요. 두 반지를 합치면 주소가 하나 나올 텐데 그곳에 석씨 집안이 몇백 년 동안 모아온 금이 있어요. 그 정도면 한 나라의 재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물론 그 금을 쓸지 말지는 가주님의 결정에 달렸지만 가주님이 이제 석씨 집안의 주인이시니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석만호의 말대로 석지훈의 반지는 나한테 있었다.“이 반지만 있으면 석씨 집안의 모든 세력을 움직일 수 있어.”나는 그가 이 반지를 건네며 했던 말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는 그가 나를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 인정해서 주는 선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석지훈은 내가 석씨 집안의 핏줄인 걸 알고 그저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려 한 것 같았다.석지훈은 조금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자신의 모든 걸 진작 내려 놓은 것이다.구청에 서류를 접수하러 간 날도 치마를 입고 있은 탓에 목에 건 이 반지가 훤히 보였을 텐데, 그렇다면 석지훈이 이미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한다는 것도 알았을 텐데, 석만호는 그에게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나의 친아버지라는 사람은 참 이기적이면서도 헌신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그는 나에게 모든 걸 내어주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놔주지 않았다.그날 밤, 친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받은 서류를 나는 석지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면서도 그는 한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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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의사는 불안해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서둘러 검사를 진행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렸다.“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생긴 출혈입니다. 유산 징조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리 위험한 건 아니에요.”유산 징조라는 말에 내가 다급히 의사의 팔을 부여잡으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하자 의사는 나는 다독이며 말했다.“아이는 무사해요, 병원에서 일러준 시간에 검사받고 약도 잘 먹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너무 지나친 흥분은 산모한테도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많은 산모분들이 감정통제를 어려워하셔서 유산을 하곤 하세요.”“척추가 안 좋으시네요.”“네?”“병원 이력에는 척추가 다치셔서 검사받은 적이 있다고 뜨네요. 중추신경이 지금 회복 중이라서 지금 임신하면... 본인 몸이니까 잘 아실 거예요, 지금은 임신이 적합한 시기가 아니에요. 저는 아이 지우는 걸 추천 드립니다, 잘 쉬시고 건강 회복한 다음에...”계속해서 내 병원 이력을 찾아보던 의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자궁암 걸린 적 있으세요?”“네.”“자궁을 잘라낸 건 아니지만 암으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게다가 척추도 그렇고... 지금 임신을 유지하면 산모님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아이를 지우시는 게...”나는 의사의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제 몸 상태는 보셨으니 아실 거예요, 이런저런 병도 많고 신장 이식도 받은 몸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 아니면 다시는 임신 못 할 거예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목숨은 얼마든지 걸 수 있어요.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가장 좋은 약 써주시고 아이 잘 낳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가족분들은 알고 계세요?”“네, 알아요.”“남편분은요?”의사가 내 병에 대해서 물어볼 때 나는 석지훈이 나에게 아이를 지우라 한 것도 내 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라도 착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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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나는 서둘러 사과했다.“미안해요.”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아이는 잘 있어?”나를 보자마자 아이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 나는 그가 오늘 밤 내 배 속의 아이를 죽이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나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언제 돌아왔어요?”“방금 도착했어.”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다. 나는 약간 두려웠지만 그리운 마음에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그 앞에 서서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난 오빠의 반평생 사업을 망쳐버린 범인이에요! 나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오빠한테 미안하고 오빠의 호의를 저버려서. 나도 정말 이럴 생각이 없었는데, 난...”석지훈은 담담하게 응수하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엔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런 눈빛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은 몹시 괴로웠다.“내가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해?”석지훈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나는 멍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그는 내 작은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갑자기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떠날까 봐 겁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석지훈은 돌연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남자의 뛰는 심장 박동을 선명하게 느끼며 놀란 마음으로 물었다.“오빠는 나를 원망하지 않아요?”내가 두 팔로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자 그는 갈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야, 내가 전에 했던 말을 어떻게 다 잊었어?”여전히 나를 아가라고 불러주다니!나는 순간 억울한 마음이 북받쳐 물었다.“무슨 말을요?”“우리 인생은 너무 짧은데 너와 함께할 시간은 더 짧아. 적어도 내 삶의 거의 삼십 년 동안은 네가 없었으니까. 오해, 고통, 숨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우리 사이를 멀어지게만 할 뿐이야. 기쁘든 슬프든 난 너를 밀어내지 않을 거야. 네가 이 말을 평생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그가 전에도 했던 말이었지만 석지훈이 다시 이 말을 꺼내자 내 마음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그동안의 답답함이 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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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석지훈은 진유겸이 왜 거기에 있었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내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귓불을 매만졌다.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행복에 겨워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나를 오해하지 않아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믿어줘서 정말 고마웠다.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를 지우라는 그의 말과 고현성의 협박이 떠올랐다...“오빠, 태웅 오빠한테서 오빠 얘기 들었어요.”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들렸다.“어. 알아.”그가 말했다.“우리 사이 끝났다고 했다던데.”그는 솔직하게 말했다.“난 네가 아이를 지우길 바랐어.”“하지만 이 아이는 내게 정말 소중해요.”곧 몇 번의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동성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치 우리 관계의 끝을 예고하듯이.석지훈은 갑자기 나를 놓고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난 멍하니 뒤로 물러나 침대에 앉았고 더 이상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비아드에선 어떻게 나왔어요?”“진유겸도 날 계속 잡아둘 순 없다는 걸 알았겠지. 게다가 원하는 걸 이미 얻었으니 굳이 날 잡아둘 이유가 없었던 거야. 그래서 호의를 베풀어 보내준 거지.”진유겸이 석씨 가문의 압박을 무릅쓰고 석지훈을 풀어주다니...나는 그들의 관계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이것은 그저 단순한 사업적 경쟁 수단일 것이다.“그럼 오빠의 권력은...”그의 남은 권력이 얼마나 될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권력을 무너뜨린 건 다름 아닌 나였으니까.석지훈은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인생사 새옹지마라잖아.”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배를 응시했다.“아이는 지워.”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그의 확고한 태도에 너무나 두려워진 나는 황급히 그의 소매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석지훈이 내 손길을 거부한 건 처음이었다.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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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나는 아직도 그가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내가 아이를 원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 선택을 하게 하다니. 나는 문득 석지훈이 나를 떠나려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그래서 이런 답이 뻔한 선택을 제시한 것이다.그는 내가 떠나도록, 내가 나쁜 사람이 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이런 생각에 나는 절망적인 마음으로 물었다.“나를 떠나고 싶은 거예요?”내 말에 석지훈은 침묵했다. 그의 눈에는 창밖으로 흐르는 강물과 화려한 불빛만이 담겨 있는 듯했다.나는 그의 결심을 깨달았다.내 선택과 상관없이 그는 떠날 거라는 걸. 오늘 나를 만난 건 그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그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그에게 오해는 우리의 이별 이유가 아니었다.확실히 그는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니까.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떠나고 싶어 했다.상처 입은 사자는 상처를 핥을 시간이 필요하니까.나는 그렇게 생각했다.이것이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 그를 망가뜨린 건 나였으니까.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의 슬픔은 너무나 선명했다.“오빠, 나는 아이를 선택할 거예요.”나는 진심을 담아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그는 돌아서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깊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몇 초간 응시한 후,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나는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고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겨우 한마디 말만 꺼냈다.“그동안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요.”그 말을 들은 그는 아무 말 없이 차갑게 방을 나섰다.단 한마디도 없이 매정하게 방을 떠났다.석지훈은 생각보다 훨씬 더 냉정했다.나는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서럽게 울었다.나는 그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에게는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에게도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그러니 우리의 이별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다.이젠 때가 된 것이었고 우리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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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폭우가 더 거세졌다. 나와 거리가 멀었던 탓에 나는 석지훈이 내가 한 말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목 터져라 소리쳤다.“내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게 8개월만 시간을 줘요. 그때 내가 살아있다면... 아이랑 함께 오빠 찾아갈게요. 그땐, 오빠의 아내가 되어도 될까요?”한 번도 나를 상처 입히지 않고 한없는 응석을 받아주었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 고고한 이 남자를 나는 진심으로 사랑했다.다시는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그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나는 두 번 다시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남자는 아니었을지라도, 분명 마지막 남자일 것이다.석지훈은 대답이 없었다. 그의 성격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가 야속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 말했다.“오빠, 나도 너무 두려워요. 오빠가 떠나는 것도 죽는 것도 두려워요. 하지만 이 아이를 잃는 건 더욱 두려워요. 난 생각만큼 강하지 않아요. 오히려 나약하기 그지없죠. 하지만 이 아이는 내 유일한 용기예요. 내 말, 이해하겠어요?”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온몸이 흠뻑 젖은 그의 모습에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감옥에서 다친 걸까?“다쳤어요?”나는 걱정스레 물었지만 그는 차갑게 침묵했다.더 이상 나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맥이 탁 풀리는 순간, 석지훈은 돌아서서 밤 속으로 사라졌다.그때,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반지였다.얼마 전, 나는 선물을 들고 비아드에 갔었다. 그의 스물일곱 번째 생일 선물로 결혼반지를 주려고 준비한 것이다.하지만 그날 그는 만나주지 않았다. 진유겸이 안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만 마음이 아팠다.물론 그에게도 나를 만나지 않을 이유는 있었다.결국, 그에게 심한 타격을 입힌 건 나였으니까.그를 실망시킨 것도 나였다.사실 석지훈은 최선을 다했다. 오해하지 않았다고 말하러 온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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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진유겸은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끄며 나지막이 물었다.“그럼 동성에 있는 그 여자는 괜찮겠어?”“괜찮지 않아도 별수 있나.”석지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평소답지 않게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 곁에 있으면 위험해질 거야. 게다가 다음 달이면 석씨 가문을 물려받는데 혼자서 성장할 시간이 필요해. 대가족을 이끄는 법도 배우고, 아이를 낳을 준비도 해야지...”석지훈은 그녀에게 임신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억지로 막지 않았다. 차마 그럴 수 없었다.결국, 그는 그녀에게 약해지고 만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하지만 지금은 그녀 곁에 있어 줄 수 없었고 기다려 달라는 이기적인 말은 할 수 없었다.살아서 동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희망을 주지 않는 게 나았다.진유겸은 석지훈을 십수 년간 알고 지냈다. 곁의 이 남자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밑바닥에서부터 한 계단씩 올라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 고통을 누구보다 공감했기에 그들은 적이면서도 친구였다.“그 여자가 그렇게 잘났어? 이혼에 낙태까지 한 여자가 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진유겸은 일부러 석지훈의 심기를 건드렸다.지난번 자기 여자 나이를 두고 비꼬았던 것에 대한 복수였다.하지만 진유겸은 석지훈을 오해하고 있었다.그때 비아드 감옥에서 연수아의 나이를 묻자 석지훈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었다.“네 여자보단 몇 살 어리지.”그런데 진유겸은 그것을 자신의 여자를 조롱하는 말로 받아들였다.이 말에 석지훈은 그를 흘끗 보며 되물었다.“그럼 넌?”“적어도 내 여자는 결혼한 적 없어.”그런 걸로 우월감을 느끼는 진유겸이었다.세상 풍파 다 겪은 두 남자는 마치 공통된 화제를 찾은 아이처럼 유치하게 굴었다.석지훈은 진지하게 말했다.“내겐 오직 그녀뿐이야. 그녀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진유겸도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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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석지훈이 떠난 그 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날이 밝아올 무렵 겨우 잠들었는데 얼마 못 가 전화벨 소리에 깨고 말았다.최희연이었다.나는 전화를 받으며 호기심에 물었다.“무슨 일이야?”최희연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전화하지 않는 성격이었다.“수아야, 방금 삼촌한테 물어봤어.”그녀가 말하는 삼촌은 진유겸이었다.나는 초조하게 물었다.“지훈 씨와 관련 있는 일이야?”최희연은 한숨을 쉬었다. “어. 지훈 씨와 관련된 일이야.”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지훈 씨에게 무슨 일 생겼어?”어젯밤에 떠났는데 설마 벌써...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 최희연은 한참 망설이다 말했다.“지훈 씨의 상황은 많이 위험하대. 예전에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잖아. 그동안은 지훈 씨가 강해서 감히 건드리지 못했지만 이젠 기회가 생긴 거지. 유겸 씨말로는 앞으로 반년 동안 지훈 씨는 도망자 신세가 될 거래.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석지훈이 나를 떠난 것도 이 때문일까?자신도 위험한 상황이라서...나는 최희연에게 물었다.“유겸 씨가 또 뭐라고 했어?”“이렇게 몰린 지훈 씨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 하지만 영웅은 결국 영웅이라고 언젠가 다시 일어설 거라고 했어. 그리고 유겸 씨가 너한테 전해주라고 하더라. 지훈 씨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으니 오해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때가 되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진유겸이 최희연에게 그런 말을 전해 달라고 하다니.나는 씁쓸하게 말했다.“그건 유겸 씨 생각일 뿐이잖아. 어젯밤에... 내가 8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지훈 씨는 아무 말도 안 했어.”내 말에 최희연도 침묵했다.“내가 지훈 씨에게 잘못했어.”최희연은 나와 석지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말했다.“남자 마음은 잘 모르겠어. 난 예전에 고현성이 너한테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는... 너무 자기중심적이야. 그런데 지훈 씨는... 유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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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고현성은 나의 가장 큰 약점을 쥐고 있으니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한 달 후, 석만호가 석씨 가문의 전 세계 권력 분포도를 가지고 찾아왔다. 석씨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것이었다.나는 거절했다.“전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그것은 석지훈의 석씨 가문이었다.내 생각을 읽은 듯 석만호는 말했다.“가주님, 지금의 석씨 가문은 당신께 충성하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받아들이시든 아니든 석씨 가문은 가주님의 것입니다! 게다가 석지훈 씨도 자신이 명백히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주님께 반지를 넘겨준 것입니다. 설령 나중에 가주님께서 석씨 가문을 그에게 주고 싶다 하더라도 그분의 자존심과 기개를 생각하면 절대 받지 않을 것입니다! 가주님께서 지금 하실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석씨 가문을 물려받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장차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해주셔야죠.”그의 말은 모두 옳아 반박할 수 없었다.맞는 말이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석씨 가문은 내 것이었다.석씨 가문은 더 이상 석지훈의 것이 될 수 없었다.석지훈은 절대로 석씨 가문을 다시 원하지 않을 테니까.석만호는 이 나이까지 살면서 정말 노련하고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었다. 그는 몇 마디로 나를 할 말 없게 만들었다.내가 눈을 감자 그는 말을 이었다.“석 씨 저택의 첩들은 모두 내보냈고 일부 가정부들만 남겨 저택을 관리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씨 가문의 안주인은... 옛 가주의 유언에 따라 석씨 가문에 계속 거주할지 선택할 수 있었지만 옛 가주를 원망하고 있어서 얼마 전 운성으로 이사했습니다.”그럼 석나은도 석씨 가문을 떠난 건가?나는 병원 앞에서 그녀와 만났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석씨 가문의 미래 안주인이 될 거라고 장담했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그녀는 연적이었지만 호의적인 연적이었다.온화하고 우아한 그녀는 석지훈에게 잘 어울렸다.나는 고개를 저으며 석나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렸다. 오히려 눈앞의 석만호가 대단해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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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석만호가 갑자기 친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 유산 공증 사무소에서 나온 이후로 나는 그 여자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누가 나를 연 씨 가문에 보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아빠가 준 전화번호는 석지훈 어머니의 연락처였다. 아빠는 그녀가 내 친어머니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내 친어머니가 아니었다.친어머니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리고 그녀 스스로도 내 어머니라는 사실을 부정했다.하지만 내 의문에 대한 답을 석만호는 알고 있을 것 같았다.나는 그가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가주님, 가주님의 친어머니는 24년 전 가주님을 석씨 가문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당시 그녀는 안주인을 믿었기에 그녀에게 가주님을 맡긴 것입니다.”확실히 24년 전이었다. 며칠만 지나면 설날이고 내 24번째 생일이었으니까.시간은 정말 소리 없이 흘러갔다.어느새 또 한 해가 지나갔고 그 일 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나는 좀처럼 평온을 찾지 못했다.나는 감히 추측하며 물었다.“그 당시 안주인은 당신의 주인 몰래 나를 연 씨 가문에 보냈겠죠? 그래서 그분은 내 존재 자체를 몰랐고 그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도 몰랐던 거고요.”여전히 긴 두루마기를 입고 중절모를 쓴 석만호는 옛날 사람처럼 대답했다.“맞습니다. 저희가 안주인의 수상한 행동을 눈치채고 뒤쫓지 않았다면 옛 가주님께서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진실을 알지 못하셨을 겁니다.”석만호의 깊게 팬 주름 사이로 눈물이 맺혔다. 그는 슬픔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석씨 가문은 혈통을 가장 중시하는데 안주인의 행동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죠. 옛 가주님께서 그녀에게 편안한 최후를 허락하신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푸신 겁니다.”나는 그의 모습에 놀라 멍하니 있었다. 석만호는 자신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알아차렸는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옛 가주님께서는 석지훈 씨처럼 어린 시절 추방당하셨다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다른 형제들보다 먼저 석씨 가문으로 돌아오셨고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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