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불안해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서둘러 검사를 진행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렸다.“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생긴 출혈입니다. 유산 징조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리 위험한 건 아니에요.”유산 징조라는 말에 내가 다급히 의사의 팔을 부여잡으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하자 의사는 나는 다독이며 말했다.“아이는 무사해요, 병원에서 일러준 시간에 검사받고 약도 잘 먹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너무 지나친 흥분은 산모한테도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많은 산모분들이 감정통제를 어려워하셔서 유산을 하곤 하세요.”“척추가 안 좋으시네요.”“네?”“병원 이력에는 척추가 다치셔서 검사받은 적이 있다고 뜨네요. 중추신경이 지금 회복 중이라서 지금 임신하면... 본인 몸이니까 잘 아실 거예요, 지금은 임신이 적합한 시기가 아니에요. 저는 아이 지우는 걸 추천 드립니다, 잘 쉬시고 건강 회복한 다음에...”계속해서 내 병원 이력을 찾아보던 의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자궁암 걸린 적 있으세요?”“네.”“자궁을 잘라낸 건 아니지만 암으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게다가 척추도 그렇고... 지금 임신을 유지하면 산모님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아이를 지우시는 게...”나는 의사의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제 몸 상태는 보셨으니 아실 거예요, 이런저런 병도 많고 신장 이식도 받은 몸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 아니면 다시는 임신 못 할 거예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목숨은 얼마든지 걸 수 있어요.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가장 좋은 약 써주시고 아이 잘 낳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가족분들은 알고 계세요?”“네, 알아요.”“남편분은요?”의사가 내 병에 대해서 물어볼 때 나는 석지훈이 나에게 아이를 지우라 한 것도 내 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라도 착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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