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는 이제 선양을 지킬 힘이 없어요.”나의 상대는 고현성이었으니, 내가 그에게 빌며 애원하기만을 바라는 고현성이었으니 이 판은 나의 패배가 예상된 판이었다.하지만 나는 온 집안을 그에게 내어준다 한들 가서 애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비서도 나의 결심이 굳건하다는 걸 눈치채고는 내 말대로 자선단체에 연락을 했다.회사를 넘긴 뒤에 공문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통화를 마친 비서가 들어오더니 물었다.“누구에게 넘기실 거에요?”누구냐는 저 질문에 나는 고현성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현성한테 연락해요.”말을 마치고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선 나는 차 안에서도 여전히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내가 오늘날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내 뒷배가 되어주던 선양이, 내가 운성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게 해주던 그 선양이, 나의 자랑이던 선양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했다.하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선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니 후회는 없었다, 그저 조금 슬플 뿐이었다.직접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그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건지 몇 번이나 구토를 했고 이튿날까지 그 증세가 계속되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으로 가 임신테스트기를 사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역시나 임신 테스트기에는 빨간 줄 두 개가 선명히 찍혀있었다.다시는 엄마가 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임신은 요 며칠 중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기쁜 일이었다.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감동에 홀로 욕실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고 웃으며 그 희열을 만끽했다.나는 바로 이 사실을 알리려고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어차피 바쁜 일이 끝나면 다시 전화 줄 그를 알기에 나는 전화를 끊고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와 석지훈 중 누구를 더 닮았을지에 대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사실 나는 아이의 성격은 나를 더 닮길 원했다.석지훈을 닮아 차가운 성격이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할 테니까.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