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311 - 챕터 320

459 챕터

제311화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그럼 석지훈에 관한 얘기는요?][내일 가는 길에 얘기해 줄게요.]우리는 서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두고 협상하는 셈이었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한민수는 이미 별장에 와 있었다.나는 잠옷 차림으로 내려가 한민수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이렇게 일찍 왔어요?”한민수는 어제 입었던 핑크색 셔츠 대신 깔끔한 흰 셔츠에 정통 슈트 차림으로 나타났다.“일찍 하다뇨? 현아는 조금 전에 비행기를 탔어요.”우리가 출발하면 시간이 비슷할 것 같았다.나는 위층으로 올라가 가볍게 화장하고 흰색 맨투맨에 롱부츠를 신었다.그리고 따뜻한 컬러의 패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한민수는 약간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여자들은 왜 화장하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려요?”나는 변명하듯 말했다.“이건 가볍게 한 거예요.”이 말을 들은 한민수는 더 이상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차 안에서 내가 석지훈에 관한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물으니 한민수는 가볍게 웃으며 내게 되물었다.“수아 씨는 석지훈의 고향이 어디라고 생각해요?”나는 고개를 찌푸리며 물었다.“동성 아니에요?”한민수는 이어서 말했다.“수아 씨가 말하는 건 석씨 가문을 얘기한 거고요.”‘그럼 석씨 가문과 석지훈이 다르다는 건가?’내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한민수가 담담하게 말했다.“석지훈의 중심은 유럽이에요. 진유겸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요?”전에 비서가 진유겸의 사업은 거의 유럽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어본 적 있어요.”차창 밖으로 끝없이 내리는 눈이 보였다.한민수는 차를 운전하며 설명했다.“유럽에는 두 명의 거대 사업가가 있어요. 하나는 진유겸이고 다른 하나는 석지훈이죠. 하지만 진유겸은 국내의 권력에 의지하지 못해서 지훈이만큼 강하지 않아요. 근데 둘 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고 다크한 계열에 속하는 남자들이죠.”‘다크한 계열에 속하는 남자라는 게 무슨 뜻일까?’
더 보기

제312화

그들은 모두 허씨 가문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허씨 가문의 명령을 따랐다. 이 순간 한민영의 전화를 받은 그들은 모두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부탁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는 일을 해결했다.한민영은 정말로 나를 얕보고 있었나 보다. 내가 해외에 혼자 있으니 아무런 힘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해프닝으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어 한 시간 뒤에나 나웨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다행히 핀란드에서 노르웨이까지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석지훈을 걱정하다가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노르웨이에 도착한 뒤 위치에 따라 석지훈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나는 마음이 조급해져 곧바로 원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태웅은 당장 방법이 없는지 나에게 당부했다.“우선 너무 당황하지 말고 있어. 내가 먼저 알아볼게. 넌 거기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혹시 형이 널 찾으러 갈지도 모르니까 거기서 기다려.”‘석지훈이 나를 찾으러 온다고?’하지만 이 순간 나는 원태웅의 말에서 어떤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원태웅은 내가 위험에 처할까 봐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나는 석지훈이 계속 마음에 걸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원태웅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을 때 나는 문득 차 안에서 한민수가 진유겸에 대해 언급했던 것이 떠올랐다.한민수는 그와 석지훈이 유럽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거물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진유겸은 유럽 전역의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진유겸이 나를 도와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시도해 보자는 생각으로 비서에게 연락해 진유겸의 연락처를 물었다.비서는 예전에 최희연의 일을 돕느라 진유겸의 연락처를 알아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메시지를 보자마자 바로 번호를 보내주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진유겸은 내가 석지훈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신호음이 한참 울리도록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 핸드
더 보기

제313화

안에서 한참 동안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내가 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었다.문 앞에 선 사람은 바로 어제 나와 헤어진 남자였다. 내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그리워했던 석지훈이 어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나는 눈가가 붉어진 채 석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친 거예요?”석지훈은 검은색 롱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이마 한쪽에 상처가 있어 밴드를 붙인 상태였다.몸 전체를 훑어보아도 다른 부상이 보이지 않자 나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나는 석지훈을 안고 싶었지만 다가가지 못한 채 눈이 내리는 추위 속에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석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여기 있는 거야?”석지훈의 말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마치 내가 그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한 것처럼 말이다.순간 당황한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내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화면을 확인하니 원태웅의 전화였다.원태웅을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나느 석지훈의 앞에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내가 지훈 오빠는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원태웅이 먼저 말했다.“윤아야,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전화 받아.”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는 석지훈을 힐끔 쳐다본 뒤 고민하다가 일부러 한쪽으로 걸어가 원태웅에게 궁금해하며 물었다.“오빠가 한민수한테 전화해서 지훈 오빠가 습격당했다고 했잖아. 그런데 진유겸의 사람들은 지훈 오빠가 추격당하지 않았다고 했어.”원태웅은 나의 말에 웃으며 부드럽게 설명했다.“그건 한민수가 널 비아드에서 따돌리고 담현아와 단둘이 있고 싶어서 생각해 낸 방법이야. 어젯밤 내게 한참 부탁했거든. 게다가 한민수가 나한테 워낙 많은 도움을 줘서 나도 거절하기가 좀 미안했어.”“두 사람 정말.”나는 화가 나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원태웅은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서둘러 내게 당부했다.“절대 형한테 우리가 널 속여서 나웨이로 보냈다는 걸 말하지 마. 아니면 형이 돌아오면 우리 둘 다 곤란해질 거야.”원태웅이 나더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전화를 받으라고
더 보기

제314화

석지훈이 이렇게 집요하게 물은 적은 처음이라 나는 최대한 정성껏 답을 해줬다.“희연이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예요, 진씨 집안 진서준 씨와 사귀면서 결혼 얘기까지 오갔었는데 서준 씨가 그렇게 가고 나서 진유겸 씨가 서준 씨 애인 돌봐주겠다고 희연이 데리고 있는 거예요.”나는 혹시나 석지훈이 오해를 할까 봐 한마디 더 덧붙였다.“희연이가 유겸 씨 좋아한 지도 꽤 됐는데 잘됐나 모르겠어요.”내 말이 끝났음에도 석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침대에 걸터앉았다.문을 닫고 거기에 기댄 나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낡아버린 가구들이 가득한 집안을 둘러보았다.“오빠는 어떻게 여길 온 거예요?”석지훈은 손가락을 들어 침대를 톡톡 두드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여긴 내가 태어난 곳이야.”이 낡고 초라한 집이 석지훈이 태어난 곳이었다니.나는 그제야 석지훈이 노르웨이까지 온 것이 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곳에 와보기 위함이었다는 걸 알아챘다.그 속에 무슨 비밀이라도 있나 싶어 궁금한 나머지 나는 바로 석지훈 앞으로 가 앉았는데 막상 그의 얼굴을 보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다행히 석지훈은 내 질문 없이도 말을 이어나갔다.“내가 여기서 태어났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와봤는데 이렇게 낡아 있을 줄은 나도 몰랐어. 사람 흔적도 전혀 없고.”왜 실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석지훈의 표정과 말투에서 크나큰 실망이 엿보이자 나는 바로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어머님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에요? 나는 오빠가 석씨 집안 옛 저택에서 태어난 줄 알았어요.”내가 옛 저택을 언급하자 석지훈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그는 결국 나의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않고 내 손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나가자, 여긴 묵을 곳이 못 돼.”그렇게 나는 들어온 지 2분도 안 돼서 다시 석지훈을 따라 나갔다.운전을 하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있어서 나는 그가 바로 비아드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석지훈은 대뜸 나를 끌고 쇼핑몰로 들어가더니 생필품을 고르
더 보기

제315화

원태웅은 처음부터 우리의 연애를 찬성하고 또 우리 둘을 일부러 붙여놓기까지 한 사람이었다.내가 그의 생각을 하며 별을 보고 있을 때 석지훈은 눈으로 냄비를 씻고 또 깨끗한 물로 한 번 더 씻어내며 결벽증이 있는 사람다운 면모를 뽐내고 있었다.그에 나는 야채라도 씻으려고 그의 옆에 쪼그려 앉으며 물었다.“오빠는 왜 못 하는 게 없어요?”“살려고 배운 거지 다.”“네?”이해를 못 하는 나를 위해 석지훈은 자세히 말해주기 시작했다.“석씨 집안에서 나와서 혼자 살 때는 뭐든지 다 나 혼자 해야 했어. 여기저기서 조금씩 배우다 보니까 이렇게 다 알게 된 거지.”석지훈의 표정을 보아하니 기분이 괜찮은 것 같아 나는 바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오빠, 몇십 년 동안 오빠 설레게 하는 여자는 없었어요?”내 질문에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보는 석지훈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물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면 내가 곤란한 질문을 한 거예요?”“있었어.”갑작스레 들려온 그의 대답에 나는 조금은 울적한 기분으로 물었다.“누군데요?”“너.”깊은 눈동자로 나를 주시하며 처음으로 진심을 얘기하는 석지훈에 나는 뭐 큰 선물이라도 받은 어린아이마냥 바보처럼 웃어버렸다.그의 등 뒤로는 별이 흩뿌려진 밤하늘까지 보여 지금 이 순간이 유난히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말을 마친 석지훈은 일어나 차로 향하더니 검은색 후드티로 갈아입고는 다시 내 옆으로 와 쭈그려 앉았다.“안 춥겠어요?”온 오후를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지만 그래도 나웨이는 워낙 기온이 낮아서 내가 걱정하며 묻자 석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안 추워.”“그래요, 오빠는 뭐 좋아해요?”“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어.”무미건조한 대답에 흥미가 생긴 나는 이내 또 다른 질문을 했다.“그럼 색깔은요?”“어두운 거 좋아해.”그 말에 자신과 진유겸 모두 검은색 계열을 좋아한다고 하던 한민수의 말이 떠오른 나는 석지훈을 보며 물었다.“검은색
더 보기

제316화

그날은 완벽한 밤이었지만 눈치 없는 날씨 때문에 내가 혹시나 추워할까 봐 석지훈은 끝까지 가지는 않고 다시 내 옷깃을 여며주었다.그의 무릎에 앉은 나는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비춰보다가 갑자기 그걸 돌려 석지훈을 비췄다.별이 수놓아진 밤하늘 속에 있는 자상한 남자를 본 순간, 나는 그와 한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때는 정말 그와 평생을 보내고 싶었다.힘든 일은 함께 헤쳐나가면서 영영 그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는데 현실이라는 건 늘 이상과는 달랐다.모든 게 완벽했던 그날이지만 오로라는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실망하자 석지훈은 나를 위해 그곳에 이틀 더 머무르기로 했다.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한 내 몸이 적신호를 보내자 석지훈은 바로 나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가 이틀 뒤 우리 둘은 헬기를 타고 동성으로 돌아왔다.나웨이에서 돌아온 뒤 나는 계속 병원에 입원해있었고 석지훈은 급한 일로 유럽으로 떠나버렸다.원태웅 말로는 그곳에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데 석지훈의 삶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나는 알 수 없었기에 원태웅도 구태여 길게 설명을 하진 않았다.그 뒤로도 나는 나을 기미가 없는 감기 때문에 보름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만 했다.병원에 있을 때 석지훈은 한 번도 나를 보러 온 적도 없었고 내가 문자를 해도 좀만 기다리라는 답장뿐이었다.그동안 고현성은 고 씨 집안과 연씨 집안의 모든 거래를 끊고 우리 집안과 거래하는 회사들까지 매수하며 서서히 연씨 집안을 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연씨 집안의 백 년 가업이 무너지게 생겨서 나는 아픈 몸을 이끌고 회사에 나갔지만 매일 같이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들뿐이었다.지금 우리 집안을 구할 수 있는 건 석씨 집안 뿐이었지만 바빠 보이는 석지훈을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석지훈의 어머니가 무슨 일만 생기면 석지훈을 찾는 나를 무시할까 봐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그렇게 연씨 집안이 서서히 기울어질 때, 친엄마라는 사람이 다른 번호로 나에게 연락을 했다.당연히 친엄마가 건 전화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더 보기

제317화

“어차피 나는 이제 선양을 지킬 힘이 없어요.”나의 상대는 고현성이었으니, 내가 그에게 빌며 애원하기만을 바라는 고현성이었으니 이 판은 나의 패배가 예상된 판이었다.하지만 나는 온 집안을 그에게 내어준다 한들 가서 애원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비서도 나의 결심이 굳건하다는 걸 눈치채고는 내 말대로 자선단체에 연락을 했다.회사를 넘긴 뒤에 공문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통화를 마친 비서가 들어오더니 물었다.“누구에게 넘기실 거에요?”누구냐는 저 질문에 나는 고현성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현성한테 연락해요.”말을 마치고 가방을 챙겨 회사를 나선 나는 차 안에서도 여전히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내가 오늘날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내 뒷배가 되어주던 선양이, 내가 운성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게 해주던 그 선양이, 나의 자랑이던 선양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울적했다.하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선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니 후회는 없었다, 그저 조금 슬플 뿐이었다.직접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그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건지 몇 번이나 구토를 했고 이튿날까지 그 증세가 계속되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약국으로 가 임신테스트기를 사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역시나 임신 테스트기에는 빨간 줄 두 개가 선명히 찍혀있었다.다시는 엄마가 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임신은 요 며칠 중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기쁜 일이었다.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감동에 홀로 욕실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고 웃으며 그 희열을 만끽했다.나는 바로 이 사실을 알리려고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어차피 바쁜 일이 끝나면 다시 전화 줄 그를 알기에 나는 전화를 끊고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와 석지훈 중 누구를 더 닮았을지에 대해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사실 나는 아이의 성격은 나를 더 닮길 원했다.석지훈을 닮아 차가운 성격이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할 테니까.
더 보기

제318화

아직 임신 소식을 전하기도 전인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기쁨의 눈물 때문에 나는 벌써부터 목이 메어왔다.내가 애써 눈물을 훔치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석지훈의 낮으면서도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무슨 소식인데?”“나 임신했어요.”“...”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내뱉었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없자 나는 바로 말을 덧붙였다.“두 달 좀 안됐을 거에요. 오빠, 나 오빠 아이 가졌다고요!”그 뒤로도 말이 없어 내가 오빠라고 소리 높여 부르자 석지훈은 마침내 대꾸를 하며 말했다.“윤아야, 내가 좀 바빠서 그러는데 나중에 얘기하자.”“그게 무슨 말이에요?”예상치 못한 반응에 나는 불안함을 감추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오빠, 아이 안 좋아해요? 아니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던 거에요?”석지훈이 아니라고 하며 나를 다독여주기 바랐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응.”응이라니, 아이를 싫어하는지 가질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제대로 답하지 않자 나는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석지훈은 아주 급한 일이 있는 듯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고 나는 한참을 그의 말을 곱씹어 봤지만 그래도 무슨 뜻인지 알아내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그냥 그 뜻을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아이를 싫어한다는 말이 곧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다는 말일 텐데 나는 차마 믿을 수 없는 그 말에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며 나한테는 그렇게 잘해주는 석지훈은 왜 내 아이는 원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괴로워했다.반나절을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과 별개로 아이를 지켜야겠다는 결심은 진작에 한 나이다.이 아이는 내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었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낳아야 했다.그 순간 나는 문득 내가 전에 송이연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만약 나에게도 아이가 있다면 나는 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아이만은 살릴 거라는 말.나는 이제야 그때 내 말을 듣던 송이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더 보기

제319화

고현성과의 전화를 끊은 나는 선양 그룹 홈페이지로 들어가 공문을 발표했다.“선양 그룹은 다른 회사에 인수인계될 예정입니다, 인수인계 수익은 전액 적십자회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백 년 동안 우리의 곁을 지켜온 선양과는 이게 마지막 인사일 것 같습니다. 선양, 고마웠고 잘 가 이제.”선양의 일생을 담아 올린 글에 온라인에서는 바로 난리가 났고 그 댓글들이 거슬렸던 나는 바로 홈페이지를 나와버렸다.저녁때쯤 되자 갑자기 연락 온 원태웅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지훈이 형이 경찰한테 잡혀갔어.”“장난치지 마.”전에도 이런 거짓말로 나더러 오빠를 찾아가게 했던 원태웅이라 나는 당연히 믿지 않았는데 원태웅은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파브리 경유할 때 경찰한테 잡혀서 지금 감옥에 있어.”“말도 안 돼요, 오빠가 그렇게 허술한 사람은 아니잖아요.”“윤아야, 누가 형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그럼 어떡해요...”원태웅의 말이 장난이 아니란 걸 눈치챈 내가 걱정스레 물었다.전에 이런 일이 생기면 해결은 늘 석지훈의 몫이었는데 지금은 석지훈이 안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니 그를 도울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원태웅은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일단 핀란드 대사관 쪽에 연락해볼게, 형이 어쨌든 국적이 핀란드니까 거기서 나서주면 빠를 거야. 별일 없을 테니까 연락 기다리고 있어.”그제야 나는 석지훈의 국적이 비아드인 것을 알 수 있었다.어쩐지 텅 빈 허허벌판 같은 국내의 별장과 달리 비아드의 별장은 화려하더라니.얼마 지나지 않아 원태웅은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해왔는데 별로 긍정적인 소식은 아니었다.“비아드 쪽에서도 방법이 없대, 누가 일부러 움직이지 말라고 지시했나 봐. 파브리에서는 계속 아무 말도 안 하고 잡아두고만 있어.”그때 나는 석지훈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그가 혼자서도 일 처리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진유겸에게 부탁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순간 석지훈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주면서 석지
더 보기

제320화

“네, 일단은 좀 기다려볼게요.”일을 너무 무모하게 처리하고 싶지는 않아서 나는 일단 원태웅의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했다.새벽 3시쯤 되었을 때 원태웅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배후가 누군지 알려주었다.“누가 꾸민 짓인지 알아냈어.”“누군데요?”누가 감히 석지훈을 감옥에 넣을 생각을 했는지 나는 초조한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물었다.“진유겸.”“어떻게...”진유겸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까지 했던 나라서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진유겸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당황스러워할 때 원태웅이 차분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유럽에서 지훈이 형이랑 이 정도로 맞붙을 수 있는 사람은 진유겸뿐이야. 몇 년 동안 둘 사이가 마냥 좋았던 건 아니라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그동안 진유겸도 지훈이 형 능력이니까 서로 얼굴 붉힐 일은 하지 않은 거지. 이번에는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그럼 어떡해요?”이대로 석지훈을 계속 감옥에 있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나는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일단 변호사 말 들어봐야지.”원태웅은 한숨을 쉬며 나를 다독여주었다.“걱정 마, 네가 불안해한다고 해서 상황 나아지는 거 아니니까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어.”“뭘 기다려요?”“진유겸이 뭐 할지 지켜봐야지.”전화를 끊고 나서도 내 불안함은 가실 줄 모르고 커져가기만 했다.이튿날 원태웅이 변호사가 석지훈을 보지도 못해 그와의 거래도 물 건너갔다는 소식을 전해오자 창문가에 앉아있던 나는 당장이라도 진유겸에게 연락해 석지훈을 건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하지만 진유겸도 유럽을 자주 오가는 석지훈처럼 공사다망한 사람이었고 또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뼛속까지 자본주의인 사람들이었기에 내가 최희연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그들이 얻을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기에 나는 끝내 진유겸에게 부탁을 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그리고 석지훈도
더 보기
이전
1
...
3031323334
...
46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