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459 챕터

제291화

나는 응수하며 말했다.“그럼 일단 제가 보관하고 있을게요.”석만호는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물었다.“그 반지는요?”석용재가 돌아가시기 전에 반지를 준 건 맞지만 나는 방금 그 반지를 핸드백에 넣어 두었다. 나는 진지하게 물었다.“지금 드릴까요?”석만호는 고개를 저으며 자세히 말했다.“연수아 씨, 그건 어르신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건입니다. 석씨 가문의 비밀과 관련된 것이죠. 언제든 알고 싶어지면 이 반지를 가지고 저를 찾아오십시오. 제가 하나하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나는 궁금해서 되물었다.“알고 싶어 해야 할 사람은 지훈 씨가 아닌가요?”석만호는 대답 없이 미소만 지으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원을 떠났다.보슬비와 산들바람 속에서 평소 허리를 굽히고 다니던 석만호의 등은 유난히 꼿꼿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들고 방으로 돌아왔다.서류 안의 내용이 궁금했지만 밀랍으로 봉인되어 있어 열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유언장을 몰래 열어보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었다.그 당시 나는 단순한 누런 서류 봉투 하나가 석지훈을 파멸시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 일을 직접 저지른 사람은 바로 나였고 더 끔찍한 건 그 남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내가 무의식적으로 그를 파멸시키는 행위조차도 그는 묵인했던 것이다.석용재가 갑작스럽게 돌아가는 바람에 그는 장례식 준비로 밤샘을 하다가 날이 밝아올 무렵 방으로 돌아왔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슬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나는 그의 소매를 잡고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그는 내 뺨을 두드리며 말했다.“상복으로 갈아입어.”석지훈은 상복을 가져왔고 날이 완전히 밝았을 때 나를 빈소로 데려갔다.우리는 관 앞에 무릎을 꿇고 조문객들의 조의를 받았고 정오 무렵, 나는 잠시 방으로 돌아왔다.방에서 간단히 요기하고 석지훈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빈소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연이 여러 사람을 데리고 나를 막아섰다. 모두 석지훈 쪽의
더 보기

제292화

호수 바닥에 사람이 숨어 있다는 것은 분명 나를 향한 계획적인 범행이었다.석씨 가문에서 누가 이렇게 나를 죽이고 싶어 하는 걸까?석씨 가문은 방계 가족이 많으니 용의자는 수두룩했다. 다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조금 전에 이쪽으로 걸어오던 남자를 떠올리며 그가 분명 나를 구해주리라 생각했다.나는 호수 바닥으로 끌려가며 침착함과 호흡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바닥에 닿으니 산소마스크를 쓴 남자가 보였고 손에는 날카로운 작은 칼이 들려 있었다.나는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그가 갑자기 내 쪽으로 헤엄쳐 오더니 내 손목의 혈관을 그었다. 피가 물줄기를 따라 빠르게 흩어졌다.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 심장에 칼을 꽂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허리를 꽉 껴안았다. 고개를 돌려 보았지만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그말고 이렇게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줄 사람은 없었으니까!석지훈은 그를 발로 차버린 뒤 나를 데리고 위쪽으로 헤엄쳐 올라갔다. 내가 거의 숨 막혀 질식하려는 순간, 차가운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나는 마치 생명줄을 잡은 듯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공기를 빨아들였다. 석지훈은 내 손목의 상처를 발견하고는 손가락으로 꾹 눌러 지혈했다.곧 석지훈은 나를 호수 밖으로 데리고 나왔고 나는 흠뻑 젖은 채 멍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사방은 온통 석씨 집안 사람들이었다. 석지훈은 내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나지막이 불렀다.“아가야.”하지만 나는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한참 바라보기만 했다.이때 누군가 담요를 건네주자 석지훈은 담요를 받아 내 몸에 둘러주었다. 그는 여전히 내 손목의 상처를 꼭 누르고는 부드럽게 물었다.“아가야, 내 말 들려?”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그는 석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나를 아가라고 부르고 있었다...나는 그에게 대답하려고 힘겹게 입을 벌려 소리쳤다.“오빠.”석지훈은 미소를
더 보기

제293화

석나은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인 후, 의사를 데리고 나갔다.그들이 나가자 석지훈은 내 옆에 앉아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는 늘 이런 남자였다. 사람들 앞에서는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한없이 다정했다.석지훈은 수건을 가져다 축축한 내 머리를 계속 말려주었다. 온몸이 젖은 채로 이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그를 보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재촉했지만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내 머리를 다 말리고 나서야 석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슈트를 벗었다. 젖은 흰 셔츠가 그의 피부에 딱 달라붙어 묘하게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그가 단추를 풀고 셔츠를 벗자 등에 있는 여러 개의 흉터가 드러났다.전에 그의 가슴에서도 흉터를 본 적이 있었는데 모두 그가 예전에 입은 상처였다.대체 석지훈은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그는 마치 깊은 바다처럼 나에게 끊임없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석지훈은 검은색 셔츠를 꺼내 입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뺨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당부했다.“잠깐 볼일 보고 저녁에 돌아올게.”나는 침대에 누워 그의 소매를 살짝 잡으며 물었다.“아버님 장례는 언제 치러요?”“내일 아침. 나랑 같이 가자.”그가 대답했다.석지훈이 나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겠다니 평소 그답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혼자 묵묵히 처리하고 나를 끌어들이는 법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훨씬 나중에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관 속에 누워 있던 그 노인은 사실...석지훈이 방을 나가고 나서 나는 침대에 누워 잠시 멍하니 있었다. 어젯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졌다. 깜빡 잠이 들려는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석지훈은 문을 두드리는 법이 없었다. 나는 눈을 뜨고 호기심에 물었다.“누구세요?”문밖에서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다.”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한 목소리였다...나는 공손하게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고 석지훈의 어머니가 들어왔다.하지만 석지훈의 어느 어머니인지 알 수 없었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
더 보기

제294화

나는 석용재가 그날 밤 했던 말을 모두 그녀에게 전했다. 단, 반지와 유언에 관한 이야기는 숨겼다. 내 말을 들은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슬픔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유일한 사랑? 감히 그런 말을 해?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난 이제까지 뭘 위해 이렇게까지 발버둥 쳤던 거냐고?”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순간,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곧 그녀는 섬뜩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지훈은 내 아들이야. 넌 절대로 걔를 가질 수 없어!”나는 놀라서 물었다.“지훈 씨가 날 사랑하는 걸 아시면서 왜...”내 말에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지훈이가 널 사랑한다고?”밤하늘은 어둡고 빗소리는 거셌다. 그녀는 내 앞으로 와 쪼그리고 앉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슴에 비수를 꽂듯 말했다.“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그 말은 마치 천둥처럼 내 귓가에 울렸다.나는 당황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곧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이혼녀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었고 암까지 걸렸던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아들을 가지겠다는 거야? 연수아, 지훈은 석씨 가문의 가주야. 이 세상에 적수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 애가 어떤 여자가 없어서 너를 만나야 하겠니?”많은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이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찌르는 듯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참으며 나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먼저 제게 다가온 건 지훈 씨였어요. 저는 먼저 다가간 적도 없고 오히려 피하려고 했지만 지훈 씨가 계속해서 제 삶에 나타났다고요. 네. 맞아요. 전 지훈 씨에게 어울리지 않아요. 하지만 제 과거를 다 떠나서 우리는 사랑하고 있어요!”나와 석지훈은 서로 사랑했고 그것 하나면 충분했다.“사랑해?”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내 뺨을 어루만지며 뭔가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너희 둘, 정말 닮았구나. 그 여자는 내 남편을 빼앗아 갔으니 이번엔 절대로 내
더 보기

제295화

석지훈은 마당에 핀 수선화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차갑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저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뭘 소중히 여기는지 어머니가 가장 잘 아시잖아요. 어머니가 저와 그녀를 적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거라면, 죄송해요. 전 못해요.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마저 잃게 하지 마세요.”또다시 석지훈은 다른 어머니를 협박하던 익숙한 수법을 쓰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이정희가 도대체 누구를 그의 적으로 만들려는지 알 수 없었다...분명 석지훈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 것 같았다.설마 나인가?그렇지만 나는 아닌 것 같았다...이정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지훈아!”그때, 정원 입구에 이정희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났다. 석씨 가문의 안주인이었지만 대역일 뿐이었다.그들은 모두 내가 엿듣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만약 그 여자가 널 파멸시키려고 한다면?”나는 이정희가 말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때 석지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그녀라면 상관없어요. 어머니,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제 결심은 확고해요. 내일 전 석씨 가문을 떠날 것이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이정희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석씨 가문을 버리겠다는 거야?”“나는 이 고리타분하고 썩어빠진 가문을 인정한 적도 없는데 뭘 버린다는 거죠?”그 말에 귀부인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는 황급히 돌아섰다. 정원 입구에 서 있던 여자는 그녀의 팔을 잡고 나지막이 불렀다.“언니.”이정희가 말했다.“따라와.”정원에는 갑자기 나와 석지훈 단둘만 남았고 나는 방 안에, 그는 방 밖에 서 있었다. 그는 들어오지 않았고 나도 나가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창가에 서 있는 나를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다 들었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분 오빠 걱정 많이 하시던데요.”석지훈은 이정희가 내게 뭔가 말했을 거
더 보기

제296화

석지훈은 샤워하러 갔다.잠시 후, 가운을 입은 그는 침대로 와서 내 손목을 잡고 상처를 뚫어져라 살폈다. 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오후에 아팠어?”그가 물었다.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좀 욱신거렸어요. 다친 것도 잊고 침대 모서리에 부딪혔다가 너무 아파서 울 뻔했어요.”석지훈의 앞에서 나는 나약한 모습을 감춘 적이 없었다.내가 가련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내 코를 살짝 긁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바보같이. 다쳤으면 조심해야지.”나는 더욱 가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석지훈이 내 옆에 앉자 나는 그의 다리에 머리를 베고 누워 물었다.“힘들어요?”그가 내려다보며 말했다.“아니.”석지훈의 눈은 슬픔 없이 깊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는 늘 그랬듯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침착했다.나는 그의 소매를 잡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석지훈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턱을 얹자 그는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목에 얼굴을 묻었다.석지훈은 아무 말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참 후, 그는 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두 개의 그릇이 들려 있었다.내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저녁을 먹고 나서 석지훈은 그릇을 탁자에 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는 내 곁에 누워 나를 품에 안았다.나도 그에게서 떨어지기 싫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지훈은 잠들었다.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그가 너무 안쓰러워 나는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안았다.나도 이내 잠이 들었다.아침에 눈을 뜨니 석지훈은 여전히 내 옆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눈을 비비고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매끄러운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나는 조용히 물었다.“무슨 생각해요?”문득 석지훈은 눈을 감더니 나지막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아버지는 나와 세 형을 어렸을 때 석씨 가문에서 내보냈어. 아무런 도움 없이 먼저 석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자가
더 보기

제297화

“네가 오늘 빠졌던 그 호수.”호수 바닥에 억울하게 죽은 세 영혼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묵묵히 석지훈의 말을 들었다.“나는 그들을 구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땐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어... 나는 그때 깨달았어. 석씨 가문은 낡아빠지고 고리타분한 곳이라는 걸. 언젠가 아버지가 늙으면 같이 무너질 곳이라는 걸 말이야.”지금의 석씨 가문을 석지훈이 포기했으니 몰락은 시간문제였고 이 저택의 여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여기서 여생을 보낼 것이다.그리고 다시는 새로운 사람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나는 석지훈의 매끄러운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는 갑자기 눈을 뜨고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원망도 하고 미워도 했어. 심지어 여기에도 거의 돌아오지 않았지. 그리고 7년 동안 나는 아버지의 권력을 빼앗아 아버지처럼 강한 남자가 됐어. 물론 나도 자연스럽게 아버지처럼 잔인한 남자가 돼버렸지.”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오빠는 달라요! 오빠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타협도 없이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잖아요.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요.”내 말에 석지훈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어. 나와 아버지는 달라. 아버지에겐 석씨 가문이 있었고 벗어날 수 없는 책임이 있었지. 하지만 난...”석지훈은 말을 멈추고 한참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난 석씨 가문과 아무 관계도 없어. 내게 중요한 건 오직 너뿐이야. 그게 전부야.”석씨 가문과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의 의미를 그땐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석지훈의 눈빛은 확고했다.나는 그의 눈빛에서 사랑을 보았고 그에게서 확신, 한결같은 사랑, 그리고 굳건한 믿음을 배웠다.내게 중요한 건 오직 너뿐이야.그게 전부야.나는 석지훈에게 전부였다.그 말은 마치 따스한 봄 햇살처럼 내 마음속의 어둡고 축축했던 대지를 비추었다. 왜 내가 석지훈을 선택하고 그를 따라왔는지 분명하게 깨달았다.그는 사랑을 아는 사
더 보기

제298화

예전에는 고현성과 결혼했던 나는 죽음을 앞두고 사랑받는 연애를 그토록 갈망했었다.그러나 지금은 결혼하고 싶어졌다.나는 석지훈과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나는 문득 연애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있고 그 사람과 같은 마음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 계획을 세워 보자.”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로 이어졌다.석지훈은 나를 잠시 안아 주고는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었고 나는 검은 원피스로 갈아입고 손목의 흰 붕대 위에 검은 스카프를 둘렀다.아침에는 비가 오지 않아서 우리는 장례 행렬을 따라 순조롭게 산에 올라 석씨 가문의 묘원에 도착했다.이곳에는 묘비가 빽빽하게 세워져 있었다. 석지훈은 내 귓가에 대고 설명해주었다.“석씨 가문 선조들이 모두 여기에 묻혀 있어.”나는 응수하고는 석지훈의 옆에 공손히 섰다.관에 못을 박을 때 석씨 가문의 안주인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듯 울었다. 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석지훈의 바짓단을 잡고 안 된다고 애원했다. 석지훈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담담하게 말했다.“고인은 이미 떠나셨어요.”바닥에 무릎 꿇고 오열하던 이 안주인은 사실 대체품으로 이정희의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슬퍼하는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아마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인을 진짜 남편으로 여기게 된 것 같았다.석지훈이 말했듯이 그녀는 석지훈을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모든 것을 그를 위해 헌신적으로 계획했다.그녀의 삶에는 남편과 석씨 가문밖에 없었다. 비록 그것들이 그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을지라도.석지훈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자 그녀는 많이 진정되었다. 석나은이 다가가 그녀를 부축하자 그녀의 시선이 문득 나에게로 향했다.그 눈빛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음험함이 서려 있었다.나는 문득 그녀가 나를 미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내가 그녀의 아들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건가?...장례식이 끝나자 석지훈은 나를 동성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향한 곳은 내 아파트
더 보기

제299화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석지훈은 섬세하게도 방금 내 손목이 젖지 않게 일부러 감싸줬다.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밥 먹자고요.”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네가 밥할 줄 알아?”“당연하죠.”내가 대답했다.“그럼 예전에 내 별장에 있을 때는 왜 내가 해주는 밥을 기다렸지?”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뭔가 생각난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꼭 작은 고양이처럼 불쌍하게 나만 쳐다보면서 밥 달라고 기다렸잖아.”그때는 고현성 때문에 상처받아서 요리하기 싫었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요리를 못 한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나니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직접 요리하고 싶고 그의 칭찬을 받고 싶어졌다.요리 안 했던 진짜 이유는 말할 수 없어서 좀 궁색한 변명을 했다.“그건 내가 게을러서 그랬던 거죠. 설마 나 걱정돼서 요리해 준 거였어요?”석지훈은 나를 흘끗 보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네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길래 일부러 태웅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네가 내가 밥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안 해주면 너 진짜 굶을 작정이었나 싶었지.”나는 웃으며 말했다.“불쌍하게 여겨줘서 정말 고마웠네요.”석지훈은 내 손을 놓고 곧장 일어섰다.나는 욕조에서 허둥지둥 기어 나왔고 석지훈은 내게 깨끗한 목욕가운을 입혀 주었다.나는 여러 가지 요리를 푸짐하게 했고 석지훈도 꽤 많이 먹었다. 다 먹고 나서 그는 설거지를 하려고 했다.내가 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나에게 쉬라고 했다.그는 원래 말하면 하는 사람이라 나는 주방을 그에게 맡기고 침실로 돌아왔다. 손목 상처를 조심하며 씻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오랜만에 윤다은에게서 문자가 왔다.[수아 언니, 어떤 남자가 영화 보자고 하는데요.]나는 생각하다가 물었다.[거절할 거야?]윤다은이 고정재에 대한 마음을 접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그녀가 고정재와는 인연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윤다은 스스로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고
더 보기

제300화

그날 밤 석지훈은 별장에서 자지 않고 윤승민이 가져온 헬리콥터를 타고 한밤중에 동성을 떠났다.떠나기 전에 내가 물었다.“어디 가요?”그는 간단하게 대답했다.“핀란드.”또 핀란드에 간다고...나는 망설이며 물었다.“언제 돌아와요?”“월말에.”그런데 지금은 12월 초였다.매번 며칠 함께 있지도 못하고 그는 떠났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아쉬운 듯 그를 바라봤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헬리콥터 옆에 서 있던 그는 윤승민이 보는 앞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팔을 벌렸다.내가 영문을 몰라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 안아보자.”다른 사람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석지훈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나는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그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집에서 기다리고 무슨 일 있으면 승민이한테 연락해.”나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심해서 다녀오세요.”“그래. 무슨 선물 받고 싶어?”석지훈이 선물을 묻다니... 처음이었다.나는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오빠요.”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오빠가 빨리 돌아오는 게 내겐 선물이에요.”그 말을 들은 석지훈은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알았어.”나는 하늘에서 한 바퀴 돌고 떠나는 헬리콥터를 계속 바라봤다. 이때 윤승민이 갑자기 내 옆에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연수아 씨, 저는 석 대표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봐요.”나는 웃으며 물었다.“내가 알던 그 사람과도 달라요! 윤 비서님, 오빠는 저랑 진심으로 만나고 있어요.”윤승민이 대답했다.“네. 대표님은 진심이세요.”윤승민과 나는 잔디밭에서 한참 동안 감상에 젖어 있다가 그와 함께 산에서 내려와 동성 시내로 돌아왔다.아파트로 돌아온 나는 한약을 마시고 나서 강해온에게 문자를 보냈다.[집사님 건강은 어때요?]강해온은 곧바로 답장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한 달 정도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답니
더 보기
이전
1
...
2829303132
...
46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