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지훈은 마당에 핀 수선화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는 차갑고 냉혹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저는 선량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뭘 소중히 여기는지 어머니가 가장 잘 아시잖아요. 어머니가 저와 그녀를 적으로 만들려고 하시는 거라면, 죄송해요. 전 못해요.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마저 잃게 하지 마세요.”또다시 석지훈은 다른 어머니를 협박하던 익숙한 수법을 쓰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이정희가 도대체 누구를 그의 적으로 만들려는지 알 수 없었다...분명 석지훈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인 것 같았다.설마 나인가?그렇지만 나는 아닌 것 같았다...이정희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지훈아!”그때, 정원 입구에 이정희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나타났다. 석씨 가문의 안주인이었지만 대역일 뿐이었다.그들은 모두 내가 엿듣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만약 그 여자가 널 파멸시키려고 한다면?”나는 이정희가 말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때 석지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만약 그녀라면 상관없어요. 어머니, 더 이상 말씀하지 마세요. 제 결심은 확고해요. 내일 전 석씨 가문을 떠날 것이고 중요한 일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이정희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석씨 가문을 버리겠다는 거야?”“나는 이 고리타분하고 썩어빠진 가문을 인정한 적도 없는데 뭘 버린다는 거죠?”그 말에 귀부인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는 황급히 돌아섰다. 정원 입구에 서 있던 여자는 그녀의 팔을 잡고 나지막이 불렀다.“언니.”이정희가 말했다.“따라와.”정원에는 갑자기 나와 석지훈 단둘만 남았고 나는 방 안에, 그는 방 밖에 서 있었다. 그는 들어오지 않았고 나도 나가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창가에 서 있는 나를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다 들었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분 오빠 걱정 많이 하시던데요.”석지훈은 이정희가 내게 뭔가 말했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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