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463 챕터

제271화

윤다은은 또 고정재의 동생이었기에 나는 출발하기 전 고정재에게 문자를 보냈다.[금방 갈게.]답장을 보고 난 나는 바로 유흥가로 향했고 내가 도착했을 때 담현아는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소파에 가벼운 몸을 기대고 있었다.윤다은은 나를 보자마자 맥주를 따라주려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요새 한약 먹고 있어서 술 못 마셔. 현아는 많이 마셨어? 아주 인사불성이 됐네.”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귀청이 째지게 울리고 있는 이곳 홀에서는 여러 커플들이 품위 없는 짓들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품위를 따지는 게 더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비서의 말로는 운성에서 유명한 가빈회가 이곳 3층에서 손님들을 접대한다던데 고현성도 가끔 출입하는 곳이라고 했었다.내 질문에 윤다은은 내 팔짱을 끼며 말했다.“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한잔 먹고 저렇게 됐어요.”여전히 붙임성 좋은 그녀의 모습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다은 씨 오빠한테 연락했으니까 금방 데리러 올 거야.”내 말이 끝나자 어딘가 실망한 듯한 윤다은에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기분이 안 좋아 보여.”“아니에요.”저번에 윤다은이 날 구해준 일로 부쩍 가까워졌기에 나는 자연스레 그녀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윤다은의 기분이 다운된 건 아무래도 고정재와 관련돼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자세하게 묻기도 애매해서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여주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짙은 초록색 코트를 걸친 고정재가 라운지에 도착했는데 그는 한결같이 고상하고 기품있어 보였다.긴 다리로 빠르게 윤다은에게로 다가와 한참 동안 그녀를 지켜보던 고정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지.”“내가 부른 거잖아요. 다은 씨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사람 부를 걸 그랬네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가 다급히 해명하자 고정재는 눈을 감았다 뜨며 온화하고도 거리감 있는 말투로 내 말에 답을 했다.“얘 여기 자주 와, 내가 안 오면 오늘도 경찰서에서 만났을 거야.”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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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누구보다 순결하던 석지훈이 이런 곳에, 그것도 하필 예쁜 여자들이 가장 많다는 3층에 있는 걸 본 나는 저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내가 노려보는 걸 느낀 것인지 석지훈은 나를 향해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그에 기분이 조금 풀린 나는 윤다은을 향해 말했다.“나 지훈 씨 만나고 올 건데 같이 갈래?”“아니요, 난 그냥 집에 갈게요.”내 말에 맥없이 손을 젓던 윤다은은 이내 터덜터덜 라운지를 빠져나갔다.그 안쓰러운 뒷모습을 보는 나도 마음이 안 좋았지만 십몇 년 동안 고정재만 바라보며 속을 끓였을 그녀를 알기에, 이 감정에서 실패자라고도 불릴 수 있는 그녀의 처지를 하기에 뭐라 더 말할 수도 없었다.그녀가 다가갈수록 고정재는 자꾸만 밀어냈기에, 하필 그의 동생이었기에 윤다은은 고정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도 그를 가질 자격이 없었다.윤다은이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다 지켜보고 나서야 나는 다시 석지훈에게로 고개를 돌렸는데 잠깐 사이에 그의 옆에는 문란한 생활을 즐기는 한량들이 가득 서 있었다.그중 한 사람은 길게 쭉 째진 눈매에 반쯤 풀어헤친 셔츠 사이로 쇄골을 드러내며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고 있었는데 내가 한참 동안 쳐다봐서 그런가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누가 봐도 나를 도발하는 듯한 행동에 내 표정이 굳어지자 석지훈은 바로 옆에 있던 남자를 보며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대화의 내용은 모르지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짓고 있던 웃음을 거두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자 쭉 째진 눈매를 가진 남자는 여전히 석지훈과 나란히 서 있었다.나는 당장이라도 다가가 석지훈의 팔짱을 끼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킨십을 한 적이 없어서 혹시라도 석지훈이 거절할까 봐 우리 관계를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평소처럼 그를 불렀다.“오빠.”“응, 여기서 놀고 있었어?”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묻는 석지훈에 내가 해명하듯 답했다.“현아가 여기 있대서 걱정돼서 온 거예요.”석지훈이 천천히 뱉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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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그에 나는 석지훈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을 따라가 봐도 허공뿐이었는데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진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한민수는 내가 대답을 않자 석지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다들 우리 기다려, 담배 그만 피우고 들어가자. 몇 판 더 놀고 가.”“네가 얘 먼저 데리고 들어가.”다른 사람 앞에서 우리 둘 사이를 밝히지 않은 것만 해도 서운한데 이젠 나를 아예 모르는 남자 손에 맡겨버리는 그의 행동에 나는 살짝 언짢기까지 했다.한민수는 안에도 사람이 많은데 다 석지훈의 이 바닥 친구들이라고 일러주었다.처음 오는 곳에 나를 직접 데리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 혼자 이곳으로 밀어 넣어버리면서 아까부터 연수아라고 나를 칭하는 그가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했다.나는 아무 말도 없이 한민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마작 테이블, 당구대, 다도 테이블, 그리고 바까지 없는 게 없었다.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술들이 줄 늘어져 있었고 넓은 공간에 사람은 일여덟 명쯤 있었는데 다들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었다.여자들은 더더욱 모공 하나 보이지 않게 두꺼운 화장을 올리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얼굴인 한민영도 보였다.전에 나를 눈 속에 파묻었던 한민영과 석지훈이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사실에 나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 갔다.허리에 딱 달라붙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던 한민영은 나를 보자마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얘는 왜 데리고 들어와?”“둘이 아는 사이야?”한민영도 나를 환영하지 않았고 나도 워낙 뒤끝이 길었기에 나는 바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아니요, 모르는 사이에요, 제가 아는 여자분들은 다 예쁘고 착한 분들이거든요.”내 말을 듣고 나와 한민영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챈 한민수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지훈이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예의 갖춰, 한씨 집안에 먹칠하지 말고.”한민영도 감정 기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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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답장을 마친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아하게 와인을 마시고 있는 옆자리를 여자를 훑어보았다.아까 그 실수가 고의는 아닐 거라 믿고 싶었지만 보면 볼수록 일부러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만약 그게 고의라면 절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석지훈이 방으로 들어섰다.그가 안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의 시선은 단번에 그에게로 쏠렸는데 석지훈은 자연스레 내 옆에 와 앉았다.그건 오늘 밤 그의 행동 중에서 유일하게 내 마음에 든 것이었다.적어도 자신의 여자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또 자신이 어디에 앉아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그때 한민수가 방안의 불을 켜며 말했다.“우리 마작이나 놀자, 유진이 말처럼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인데 적어도 2억씩은 배팅하자, 그리고 오늘 밤 꼴찌는 일등한테 새로 나온 스포츠카 선물해주는 거 어때?”마작 한판에 적어도 2억씩 배팅하면 진짜 몇십억은 쉽게 딸 텐데 돈을 제일 많은 사람은 새로 나온 스포츠카까지 사야 하는 큰 판이었다.스포츠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건 가격이 몇백 몇천억을 호가하는 동시에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건데 부자들의 놀이를 처음 본 나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돈은 문제가 되진 않지만 워낙 아는 사람이 적어서 이런 놀이에 가담해본 적도 없고 주위에 이런 친구들도 없었기에 나는 이 상황이 그저 낯설었다.하지만 그들은 차를 못 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는지 하나둘 한민수의 제안에 동의했다.그때 한 남자가 나를 보며 곤란한 듯 물었다.“9명이면 두 테이블로 놀 수는 있는데 사람이 하나 남네 그러면.”“저는 괜찮으니까 알아서들 게임 하세요.”내가 웃으며 말하자 한민영은 조롱 섞인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그래, 딱 봐도 넌 질 돈도 없어 보여.”연씨 집안이 대대로 쌓아온 돈이 지금은 다 내 소유인데 내가 재수가 없어서 몇 달을 진다 해도 적어도 돈 걱정은 없을 것이다.한민영의 말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말이라서 나는 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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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여자를 담담하게 바라보던 나는 되려 그녀를 향해 반문했다.“그래요? 그쪽이 아는 지훈 오빠는 그런 사람인가 보죠? 나랑 아무 사이가 아닌데도 나를 옆에 둘만큼 가벼운 사람인가요?”내 말이 끝나자 여자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지만 그녀는 이내 원래의 평정심을 되찾고는 내 말을 받아치려고 했다.그때 누군가에 의해 방문이 열리더니 작은 여자아이 하나가 안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에게로 달려오며 수아언니라고 불러댔다.크롭티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포니테일을 묶고 그 위에 핑크색 머리끈까지 더한 담현아는 귀여우면서도 아주 당차 보였다.그녀를 보자 자연스레 미소를 띤 나는 한민수와 그의 친구들에게 담현아를 소개해주었다.“제 동생이에요.”내 말이 끝나자 바로 코웃음을 치는 여자에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게 싫었던 한민수가 서둘러 입꼬리를 올렸다.“얼른 해요, 좀 있다 지훈이 오면 우리 다 져요.”“오빠 마작 실력은 그냥 그렇던데요.”마작을 만지며 말하는 내 말에 유진은 웃으며 대꾸했다.“우리 중에 돈이 제일 많은 것도 지훈이 둘째 형이고 마작을 제일 잘 노는 것도 지훈이 형이에요. 그런데 형은 우리 돈은 안 따려고 하죠. 우리도 지금까지 형이 잘 못 하는 줄 알았는데 저번에 민영이가 형 화나게 했을 때 형이 바로 저희들 회사 한 달 매출을 따간 거예요. 그때 알았죠, 일부러 봐주는 거.”다들 석지훈을 지훈이라고 칭하는데 유진이라는 사람만은 둘째 형이라고 칭하는 게 살짝 의아하기는 했지만 나는 계속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유진은 잠시 말을 멈추다가 이번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지훈이 형이 우리를 이기려고 할 때는 대부분 한민영 때문이에요. 쟤는 항상 지훈이 형 심기를 거스른다니까요. 비아드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여자한테는 절대 손을 안 대는 형이 민영이를 때리기까지 했다잖아요. 물론 우리가 그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요.”한민영이 맞던 그 날의 증인이 나였는데 그 일 때문에 한민영이 나를 유독 싫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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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경고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니 석지훈이 아까 한민영의 행동을 따져 물으려고 그녀를 부른 것 같았다.하지만 한민영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갈색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지훈아, 지금 내가 네 여자한테 뭐라 했다고 이러는 거야? 전에 네가 나 때렸다는 것도 아무도 안 믿어.”잠시 말을 멈추던 한민영은 이번에는 애원하듯 언성을 높였다.“너는 날 친구로 생각 안 한다 해도 우리가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인데, 이렇게까지 날 개무시할 수는 없는 거잖아!”가만히 있으니까 점점 더 선을 넘는 한민영에 담뱃재를 털어내던 석지훈은 시린 음성으로 짜증 섞인 대답을 했다.“내 여자 앞에서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한민영, 우리 사이에 어떻게 정이 있겠어?”석지훈의 말에 안색이 파래지던 한민영은 절망 어린 눈으로 석지훈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다시 힘주어 뜨며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정이 없다고? 네가 비아드에서 얼어 죽게 됐을 때 누가 널 살려줬는지 잊었어?”그 말에 석지훈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마치 그의 치부를 건드린듯했다.“그날 일은 언급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너희 집안이 날 도와준 건 맞아, 네가 한씨 집안 정통후계자인 것도 맞고. 그런데 내가 은혜를 은혜로만 갚는 놈은 아니라서. 한 번 더 그 입 멋대로 놀리면 후계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거야. 어차피 너희 할아버지가 더 아끼는 건 네 배다른 오빠 한민수잖아.”누가 봐도 틀림없는 협박이었기에 무슨 대답을 할지 몰라 망설이던 한민영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빨개진 눈시울을 하고 물었다.“너는 내가 한씨 집안 재산을 탐낸다고 생각해? 나도 전에는 안 이랬어!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도 지난날의 바보같이 착했던 내가 후회돼.”“내가 원하는 건 언제나...”석지훈은 한민영의 말을 막으며 차갑게 대꾸했다.“알아, 네가 뭘 원하는지. 그래서 뭐 어쩌라고?”한민영이 하려던 건 아마 석지훈의 사랑을 원한다는 말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그 말들을 채 내뱉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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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석지훈은 늘 말보다 행동이 먼저였다.행동은 없고 말 뿐인 남자들보다야 백배 천배 나은 사람이었지만 그래서 나는 자꾸만 그를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아까도 사람들 앞에서 나를 선양 그룹 대표 연수아라고 소개하는 그에 그가 일부러 나와의 거리를 두려는 줄 알고 혼자 서운해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았다.그때 입술을 말아 물던 한민영이 그의 말에 답을 전했다.“석지훈, 나 개한테 이미 많이 참아서 그 정도만 한 거야.”말을 마친 한민영은 당당하게 3층을 벗어났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한민영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랑하는 사람을 얻지도 못하고 가는 모습이 가련해 보였지만 그도 잠시 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그와 나는 적일 뿐이라고 나 스스로에게 일러주었다.한민영이 떠나간 뒤에도 석지훈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다시 새로운 담배에 불을 붙였는데 이번에는 피지 않고 그저 담배가 타들어 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그의 모습에 나는 앞으로 나설 생각도 못 하고 큰 화초 뒤에 몸을 숨기고만 있었다.아까 한민영이 석지훈의 부모님을 언급하던데 아마도 그게 그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결국 화초 뒤에서 나와 석지훈 손에 들린 담배를 빼앗으며 물었다.“오빠,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왜 갑자기 그렇게 물어?”“그냥, 오빠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내 말에 가볍게 고개를 젓던 석지훈은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했다.“엄마 오십 세 생신이 얼마 뒨데 생신 때마다 꼭 시간 내서 엄마 보러 갔었거든. 그래서 그날이 나한테는 매년 제일 행복한 하루였어.”석지훈이 말하는 엄마는 석씨 집안 별채에 머무는 석지훈의 친엄마일 텐데 왜 친부모를 일 년에 한번밖에 못 보는지 궁금해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친어머닌데... 왜 일 년에 한번만 보는 거예요?”“엄마는 한 번도 나한테 이유를 알려주신 적이 없어, 나도 아버지한테 묻지 않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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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그냥 집에서 나갔다는 뜻이었기에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그러신 거예요..?”1층에서는 청춘남녀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는데 화려한 조명은 3층에 있던 우리 둘도 비껴지나 가며 소용돌이쳤다.그 조명이 석지훈의 얼굴에 비추자 복잡한 그의 심경이 한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아버지가 아프신 틈을 타서 다 버리고 운성으로 오셨어.”석지훈이 운성에 온 게 어머니를 만나기 위함이었다는 걸 알아챈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그럼 어떡해요?”“아까 어머니 만나서 물어봤는데 집엔 안 가시겠대, 그리고...”천천히 얘기를 이어나가던 석지훈은 갑자기 나를 보며 물었다.“게임은 끝난 거야?”나는 석지훈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적대며 대답했다.“현아가 나 대신하고 있어요.”“너도 가서 같이 놀아.”“오빠는요?”“난 누구 좀 기다려야 해서.”볼일이 남아있다는 석지훈을 붙잡고 있을 수 없었던 나는 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방으로 향했다.“고마워, 현아야.”“괜찮아요, 어차피 제 돈도 아닌데요 뭘.”담현아는 이미 그들에게 잘 어우러진 채로 마작을 하고 있었고 한민수도 간만에 돈을 땄는지 그녀를 보고 웃고 있었다.그들은 수표로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오고 가는 수표에는 석지훈의 이름이 적혀있었다.“얼마나 잃었어?”“저는 안 져요.”내가 담현아의 옆으로 다가가며 묻자 그녀는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우리 애기가 아직 입만 살았네.”한민수의 말에 담현아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에게 놀 거냐고 묻지 않는 담현아에 나는 그녀가 계속하고 싶다는 걸 알아채고는 자리에 앉아 아까보다 표정이 더 굳어져 있는 담유미를 바라보았다.가만히 앉아 그들의 게임을 지켜보던 나는 담현아는 일부러 적은 돈은 져주면서 큰돈이 걸릴 때만 마지막까지 버텨내서 셋에게 타격을 입히는 걸 보아냈다.게임이 거듭될수록 다들 그 수법을 눈치챘고 한민수는 감탄을 하며 말했다.“와, 이걸 지금까지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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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한결같이 스포츠카에 관심을 보이는 담현아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여기서 가장 많이 잃은 사람이 제일 많이 딴 사람한테 코닉세그 주기로 따로 걸었거든.”“그럼 우리 엄청 많이 딴 거네요?”그때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담현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나머지 세 명이 잃은 돈을 다 계산했을 때, 나를 포함한 네 명은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담유미는 이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이 혼자 차분하게 앉아있었다.세 명이 잃은 돈은 모두 액수가 정확히 같아서 이긴 사람은 한 명인데 내기에서 진 사람은 세 명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그 말인즉 석지훈은 몇천억짜리 코닉세그를 세 대나 얻게 된다는 뜻이었다.물론 연수아 본인도 재벌이었지만 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에 그는 재벌들의 놀이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코닉세그의 금액보다 담현아가 놀라웠던 한민수는 웃으며 말했다.“꼬맹이 좀 치네.”그렇게 별로 유쾌하지 않게 게임을 끝내고 나는 담현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웬일인지 석지훈이 보이지 않았다.일단은 담현아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게 우선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면서 놀랍다는 듯 물었다.“돈은 어떻게 맞춘 거야?”담현아는 차창을 내리더니 바람을 맞으면서 차분하게 설명했다.“언니 가고 나서 누가 제일 많이 잃었냐고 물었더니 다들 언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수표도 보니까 석지훈 씨 이름밖에 없고.”잠시 말을 멈추던 담현아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잃고 이긴 액수에 차이가 있으니까 일부러 몇 번 봐줬어요. 그럼 손에 쥔 돈의 금액이 같아지잖아요, 결국 잃은 것도 같아지는 거고. 왜 그랬냐고 물으면 전 그냥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한 건데 거기에 코닉세그가 걸려있는 줄은 몰랐죠!”담현아는 그냥 재미를 위해서 한 일인데 담유미는 그걸 치욕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담현아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와 석지훈 모두 사람을 손아귀 위에 올려두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신 같은 부류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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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내가 누군진 네가 더 잘 알잖아.”목소리는 여름날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부드러웠지만 내뱉는 말에는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내가 누군진 네가 더 잘 알 거라는 그 말은 나를 버린 것에 대한 그 어떠한 죄책감도 없다는 듯이 들렸다.나를 그리워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해명할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왜 굳이 전화까지 했는지 어이가 없어 그녀에 대한 나의 증오심은 커지고만 있었다.“저한테는 왜 전화하신 건데요.”그녀를 보면 가슴에 억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와 뭐든지 따져 물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겨우 이런 말들밖에 할 수 없었다.“네 아빠가 보낸 사람이 널 거의 다 찾았대.”“그래서요?”내 친아빠가 나를 찾고 있다는 건 아빠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수아야, 난 널 지키고 있는 거야, 나 아니었으면 네 아빠 진작에 영진에 있는 네 부모님까지 다 찾아냈을 거야. 그랬다면 그 사람들은 진작 죽었겠지. 너는 왜 자꾸 알아서 위험한 짓을 하는 거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나한테는 지켜야만 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어. 그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두 달 동안 네 아빠가 너를 못 찾게 하는 거야.”“네 아빠가 널 찾게 되면 내 아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왜 그렇게 걱정하나 했더니 친엄마라는 사람에게 또 다른 아들이 있었나 보다.그리고 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내다 버린 자식인 나한테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그래서 어쩌라고요.”“동성 떠나서 프랑으로 가.”아들 하나 지키겠다고 한번 버린 나한테 프랑으로 가서 숨어 있으라는 이기적인 엄마에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수아야...”그녀는 또다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그 이름이 낯설기만 했다.어차피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그 여자가 나를 낳아준 내 친어머니였기에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한평생 얼굴도 본 적 없는 친엄마라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제 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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