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나는 석지훈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을 따라가 봐도 허공뿐이었는데 아마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진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한민수는 내가 대답을 않자 석지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다들 우리 기다려, 담배 그만 피우고 들어가자. 몇 판 더 놀고 가.”“네가 얘 먼저 데리고 들어가.”다른 사람 앞에서 우리 둘 사이를 밝히지 않은 것만 해도 서운한데 이젠 나를 아예 모르는 남자 손에 맡겨버리는 그의 행동에 나는 살짝 언짢기까지 했다.한민수는 안에도 사람이 많은데 다 석지훈의 이 바닥 친구들이라고 일러주었다.처음 오는 곳에 나를 직접 데리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 혼자 이곳으로 밀어 넣어버리면서 아까부터 연수아라고 나를 칭하는 그가 생각하면 할수록 괘씸했다.나는 아무 말도 없이 한민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안에는 마작 테이블, 당구대, 다도 테이블, 그리고 바까지 없는 게 없었다.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술들이 줄 늘어져 있었고 넓은 공간에 사람은 일여덟 명쯤 있었는데 다들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있었다.여자들은 더더욱 모공 하나 보이지 않게 두꺼운 화장을 올리고 있었는데 내가 아는 얼굴인 한민영도 보였다.전에 나를 눈 속에 파묻었던 한민영과 석지훈이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사실에 나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져 갔다.허리에 딱 달라붙는 보기만 해도 시원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던 한민영은 나를 보자마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얘는 왜 데리고 들어와?”“둘이 아는 사이야?”한민영도 나를 환영하지 않았고 나도 워낙 뒤끝이 길었기에 나는 바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아니요, 모르는 사이에요, 제가 아는 여자분들은 다 예쁘고 착한 분들이거든요.”내 말을 듣고 나와 한민영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음을 알아챈 한민수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지훈이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예의 갖춰, 한씨 집안에 먹칠하지 말고.”한민영도 감정 기복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