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예전의 나는 참으로 비참했다.지금도 예전과 다름없이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현정우에게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주세요.”나는 눈 내리는 거리를 밟으며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길고 긴 골목은 새하얀 눈으로 가득했다.나는 예전에 그 가로등 아래까지 걸어가며 혼잣말로 한탄했다.“요즘 왜 이렇게 슬프지?”나는 눈을 감으며 울먹였다.“석지훈, 네가 내 믿음을 산산조각 냈어.”석지훈은 내가 힘들 게 다시 쌓아 올린 사랑에 대한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거기, 아가씨. 혼자야?”깜짝 놀라서 눈을 뜬 나는 놀라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마주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왜 여기 있어?”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너 보고 싶어서.”내가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내 옆에 따라붙으며 물었다.“나 싫어해?”사실 나는 그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았다.오히려 죽어가던 나를 구해줘서 감사하고 있었지만 그와 얽히고 싶지는 않았다.석지훈이 그를 변덕이 심하고 기분도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안 그래도 불안정한 환경 속에 있는데 이런 사람과 엮여서 더 불안정해지고 싶지는 않았다.내가 그를 밀어내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수아야, 생일 축하해.”고현성을 제외하고 생일 축하한다고 직접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리고 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첫 축복이었다.그 순간 마음속의 강인함과 자제력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뭐가 그렇게 슬픈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왔다.소년은 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왜 울어?”‘내가 왜 울고 있을까?’“나도 모르겠어.”그는 나에게 부드럽게 물었다.“슬퍼?”“욱현아, 이번 생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야.”그는 단호하게 답했다.“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야.”그렇다. 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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