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사람의 표정 차이가 워낙 커서 분간할 수 있었다. 고정재는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고현성은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윤다은과 고정재는 강가를 따라 그의 쪽으로 걷고 있었는데 윤다은은 평소랑 좀 다른 느낌이었다.뭔가 겁먹고 참는 듯한 기색이었다.이주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윤다은의 긴장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들려왔다.“오빠, 미안해. 이제야 결혼한다는 얘기를 해서. 난 그저... 미안해... 많이 보고 싶었어.”고정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어떤 위로를 담고 있었다.“다은아, 네가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었는데 분명 아름답고 행복할 것 같아.”“오빠, 난 수십 년 동안 오빠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고 심지어 수아 언니를 놓치게 만들었어... 미안해. 내 사랑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고 내가 잘못했다는 것도 알아. 사실 오래전부터 오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오빠, 난 이제 오빠를 놓았고 내 행복을 찾았어. 그러니 오빠도 날 축복해 줬으면 좋겠어.”그 말을 듣고 이주원은 마침내 윤다은이 마음속에 숨겨온 비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 행복은 진정한 행복일까?윤다은은 한 남자를 수십 년 동안 사랑했고 그를 따라 전 세계를 누볐다.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다.이런 생각을 하니 이주원은 그녀가 안쓰러웠다.“다은아, 네 행복을 빌어.”고정재는 손을 들어 윤다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다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내가 성인이 된 후로 오빠는 더 이상 이렇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았어. 내가 그동안 오빠에게 짐이 되고 불편하게 했지?”고정재는 그녀를 불렀다.“다은아.”“오빠...”“너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야.”윤다은은 고정재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였고 연수아는 가장 소중한 가족이었다.그렇다, 그는 그녀를 가족으로 여겼다.담현아는 고정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유일한 여자였다.“오빠, 지금까지 날 지켜줘서 고마워.”고정재는 웃으며 말했다.“오빠는 평생 너를 지켜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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