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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Author: 동과
석지훈의 어머니는 두 번이나 내가 그녀와 닮았다고 했다. 그녀의 전체 얼굴을 마주하자 나는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몇십 년 후면 나도 그녀와 똑같아질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고 최욱현은 눈치껏 자리를 뜨며 말했다.

“어머니, 약속대로 수아를 데려왔습니다! 두 분 먼저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올게요.”

최욱현이 자리를 뜨자 내 곁에는 현정우 몇몇만 남았다. 그녀는 나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이 사람들 일단 물리렴.”

나는 현정우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나에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졌다.

그들이 멀어지자 앞에 앉은 귀부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헤어진 후 처음으로 너를 만나는구나.”

‘그렇다면 나에게 신장을 기증했을 때도 나를 보지 않았던 것인가?’

내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보고 싶었고 내가 직접 키우고 싶었어. 하지만 네 아빠를 생각하면... 그는 나를 속이고 내 사랑을 짓밟았어. 난 그를 증오해. 그래서 네가 곁에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었어. 미안하구나.”

그녀는 내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말할 때도, 나를 그리워한다고 말할 때도 매우 차분했다. 아주 조금의 감정 동요도 없었다.

나는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수아야, 너는 나를 만나도 차분하구나.”

나는 커피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나와 많이 닮았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욱현이에게 널 데려오라 한 건, 운성에 있는 내 재산과 F 국에 있는 것을 모두 너에게 주려고 그랬어.”

나는 웃으며 물었다.

“그렇게나 후하세요?”

그녀는 말했다.

“너는 내 유일한 딸이니까.”

“욱현이도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던데요.”

내가 갑자기 최욱현을 언급하자 그녀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욱현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내가 키웠어. 날 어머니라 부르는 건 그냥 친근함의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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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49화

    석지훈은 답장이 없었다. 나는 한민수와 원태웅에게도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처럼 모두 연락이 두절되었다.마음속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몇 시간 후 헬리콥터는 에르크에 착륙했다. 별장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현정우는 위험을 감지하고 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고 나머지 스물세 명의 경호원들에게 나를 둘러싸고 보호하라고 지시했다.이때 별장 입구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렸다. 우리는 폭풍에 휩쓸렸고 나는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이때 현정우가 재빨리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일으켜 혼란을 틈타 도망쳤다.살아남은 경호원들은 우리를 엄호하며 남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들이 하나둘씩 눈앞에서 쓰러져 갔다. 눈앞이 아찔해지고 속이 뒤틀렸다. 이토록 잔혹한 광경은 처음이었다.현정우에게 끌려 한참을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멈추자 구토가 치밀었다. 그는 곧바로 나를 숲으로 끌어당겨 숨겼다. 핀란드의 눈 때문에 숲에는 눈이 깊이 쌓여 있었고 우리는 눈 속에 완전히 묻혔다. 멀리서 기관총을 든 서양인들이 이쪽을 살피고 있었다.나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현정우는 갑자기 일어서서 그들의 주의를 끌었고 그들은 현정우를 쫓아갔다. 나는 눈 속에서 몸이 꽁꽁 얼어붙었고 숨이 막힐 즈음에야 눈밭에서 기어 일어났다. 하지만 일어나는 순간, 짙은 녹색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는 마치 뱀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마치 내가 그의 사냥감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누구야?”“누구? 네 남자의 형제랄까?”그는 외국인이었지만 우리나라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나는 마음속의 공포를 억누르고 침착하게 물었다.“지훈과 무슨 관계지? 왜 나를 죽이려는 거야?!”예전에는 석지훈이 나를 구해줄 거라는 믿음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직접 목격한 후로는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마음속 공포가 점점 강해지는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0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는 분노에 휩싸였다. 그는 마치 무협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처럼 나에게 쫄쫄이를 입히고 머리를 땋아 올리고는 검은 마스크까지 씌웠다.그러고는 시간이 급했는지 내 팔을 끌고 차로 달려가 나를 안에 밀어 넣고는 자신도 따라 들어와 내 옆에 앉았다.“본부로 돌아가.”그가 분부했다.차는 계속 북쪽으로 달렸고 나는 그들이 핀란드 국경을 넘었다는 말과 석씨 가문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밤이 내려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석지훈을 보았다.나는 2층에, 그는 1층에 있었다.1층은 경기장이었다.그는 마치 악마처럼 사람들을 계속해서 죽이고 있었다.수십 명에게 포위되어 공격당하면서도 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여유롭게, 마치 자신의 안방인 양 상대하고 있었다.나는 아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속이 메스꺼워졌고 석지훈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다.그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내 마음은 찢어질 것같이 아플 것이었다.크리스는 의자에 앉아 나에게 말했다.“여기는 나와 지훈이가 어릴 때부터 자란 곳이야.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지.”나는 숨을 죽이고 물었다.“벗어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무슨 말인지 모르겠어?”그는 흘끗 나를 보며 말했다.“벗어날 수 없다는 건 평생 여기를 떠날 수 없다는 뜻이야! 나든 지훈이든 마찬가지지!”석지훈처럼 강하고 화려한 사람에게도 이런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말인가?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럼 그는 여기에 자발적으로 있는 거야, 아니면...”“당연히 자발적이지. 여기는 그의 것이니까.”여기가 석지훈의 것이라니...그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지훈이는 널 사랑해?”얼마 전 누군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우리 테스트 한번 해볼까?”나는 차갑게 물었다.“무슨 테스트?”그가 옆 사람을 보고 말했다.“밀어.”그의 부하가 물었다.“입을 막을까요?”크리스가 웃으며 말했다.“막아.”그들은 나를 경기장 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1화

    나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고 몸의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이때 밖에서 갑자기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어이, 깼어?”이 목소리는...크리스였다.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지훈 씨는 어디 있어?”“아직도 걔를 걱정해?”“지훈 씨는 어디 있냐고? 난 지훈 씨를 만나야겠어.”나는 계속 석지훈을 찾았고 그는 의아한 듯 내게 말했다.“지훈이가 방금 너를 칼로 찔렀는데 아직도 그를 걱정해?”나는 어리둥절하게 물었다.“무슨 말이야?”“지훈이가 방금 너를 칼로 찔렀다고!”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믿을 수 없었지만 복부의 통증은 너무나도 확실했다.크리스는 나를 감방 밖으로 끌어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석지훈과 주름투성이 얼굴의 외국인 노인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크리스가 소개했다.“저분은 송 어르신이야.”나는 그에게 물었다.“송 어르신은 누군데?”크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때 송 어르신이라는 사람이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저 아시아 여자와 무슨 관계냐?”석지훈이 답했다.“아무 관계도 아닙니다.”“크리스는 네 여자라고 하던데.”석지훈이 대답했다.“한낱 여자일 뿐입니다.”그의 말투는 가볍고 무심했다.송 어르신이 담담하게 물었다.“저 여자를 사랑해?”“그런 적 없습니다.”이것은 석지훈의 익숙한 말투였다.그런 적 없다...석지훈은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예전에 많은 사람이 이 질문을 했었지만 나는 석지훈이 나를 사랑한다고 확신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내가 그저 혼자 착각했던 것일까?“그렇다면 내다 버려라.”크리스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왜 울어?”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아픈 것 같았다.나는 그에게 물었다.“송 어르신은 누구지?”“왜? 지훈이가 그에게 협박당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 믿지 못하겠다면, 곧 지훈이가 올 테니 직접 물어봐.”크리스가 말을 마치자마자 덧붙였다.“벌써 왔네.”나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2화

    감옥 안은 너무 어두워 눈앞의 남자 얼굴조차 분간하기 힘들었다. 어둠 속에서 내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고 마음은 쓸쓸하고 절망적인 슬픔에 잠겼다.“그래, 인연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야.”이별을 고하는 순간에도 석지훈은 참 시적이었다.‘그는 왜 갑자기 나와 헤어지려 하는 걸까? 한때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며 아픔 하나 주지 않았던 그 남자는 어디로 간 걸까?’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복부의 상처를 감싼 손을 풀고 그의 소매를 잡으려 했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인 채 나를 낯선 사람처럼, 조금의 연민도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복부의 상처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며 바보처럼 웃으며 물었다.“오빠, 지금 나 놀리는 거죠? 이건 꿈이 틀림없어요. 꿈에서 깨면 다시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던 오빠로 돌아올 거죠! 응, 꿈이야. 이런 악몽은 꿈일 수밖에 없어!”“꿈이라면 이렇게 아프겠어?”남자는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는 복부의 깊은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목숨을 앗아갈 듯 깊은 상처였지만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나는 헛된 희망을 품고 물었다.“오빠, 뭐 힘든 일 있어요?”그때 크리스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얘 구역에서 누가 감히 위협할 수 있겠어?”‘그래. 여기는 석지훈의 구역이었지. 그가 멈추라면 멈춰야 하는 곳인데 그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는가.’내가 사랑하는 그 남자는 차갑게 대답했다.“없어.”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절망과 체념으로 가득 찬 웃음이었다.내 인생은 어째서 한 번도 순탄치 않았을까?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왜 항상 나에게 상처만 줄까?어렵게 용기를 내어 누군가를 다시 믿으려 할 때마다 왜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는 걸까?그것도 내가 가장 신뢰했던 석지훈에게서 배신당하다니.그는 내 생애 나를 가장 아껴줄 거라 믿었던 사람이었는데.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만 흘리며 침묵했다. 석지훈은 허리를 굽혀 나를 안아 들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3화

    최욱현이었다.‘그가 어떻게 내 곁에 오게 된 걸까? 왜 하필 이런 중요한 순간에 그인 걸까? 왜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그 사람이 아닌 거야? 아니, 아니야. 더 이상 그 사람을 생각하고 싶지 않아.’나는 석지훈이 미웠다. 나에게 이토록 무심한 그가 싫었다.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찢어놓을 수 있단 말인가....기지의 높은 단상 위, 석지훈의 시선은 눈밭에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여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뜬 채 눈송이가 눈 속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었고 눈은 점차 그녀의 눈빛을 덮어갔다.그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했던 말만 맴돌았다.“나 곧 죽을 것 같아요!”그는... 그녀가 죽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고 그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그는 자신이 이런 행동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주변에 언제든 발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기관총들을 보면 그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그가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눈밭에 누워있는 저 여자는 기관총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그는 확신했다. 자신에게 적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법을 가르쳤던 그 남자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하리라는 것을 말이다.그가 계속 그곳에 서 있자 크리스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놀리듯 말했다.“생각도 못 했지? 떠난 후로 다시는 안 온다더니 어젯밤에 내게 붙잡혀 죄수 신세가 될 줄은.”몇 년 동안 크리스는 계속해서 석지훈을 잡으려 했지만 그의 부하들은 번번이 당하기만 했다.어젯밤, 그는 석지훈이 귀국하면서 주변에 사람을 많이 데리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중간에 그의 헬리콥터를 가로막았다.사실 석지훈은 연수아를 핀란드로 데려오기 위해 직접 금운시로 갔던 것이었다.하지만 뜻밖에도 기쁨으로 시작했던 일은 상처를 주는 재앙이 돼버렸다.다 그의 탓이었다. 어젯밤은 너무 방심했다.지금 그는 이곳에 혼자였으니 상관없었고 두렵지도 않았다.다만 크리스가 자신의 별장에서 연수아를 기다렸다가 잡아 올 줄은 정말 생각 밖이었다.그리고 송 어르신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4화

    나는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머릿속에서는 주마등처럼 인생 전체가 스쳐 지나갔다. 가장 먼저 의식 속에 나타난 것은 부모님이었고 다음은 연시혁과 오혜원, 그리고 내 인생의 첫 번째 빛인 고정재였다. 그 뒤를 이어 나의 비참했던 결혼생활과 고현성, 마지막으로 내 삶에 나타난 것은 석지훈이었다.나는 살면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석지훈 덕분에 나는 소중히 여겨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그는 나를 과거의 수렁에서 끌어내어 확고부동한 사랑을 주었고 내게 신념을 주었다.아니, 그 자체가 나의 신념이 되었다.나는 그를 사랑했다. 마치 신념을 사랑하듯이.신념이란 무엇인가?바로 평생 유일하게 따르며 절대 모독할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석지훈의 칼날과 차가운 말들은 내 신념을 무너뜨렸다.결국 그의 어머니는 그를 파멸로 끌어내린 마지막 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그가 전에 이 일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장담했음에도 말이다.머릿속은 계속 혼란스러웠고 눈꺼풀은 너무 무거웠다.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어머니, 의사 말로는 수아가 스스로 깨어나려 하지 않는다고 해요. 지금 석씨 가문 사람들이 그들의 가주로 데려가려고 하고 있어요.”온화한 목소리가 결정하듯 말했다.“수아를 그들에게 보내. 어쨌든 이 아이는 그들의 가주이니 계속 여기에 있으면 성이 조용하지 않을 거야. 그건 수아의 병세에 좋지 않아!”나는 누군가에게 옮겨지는 것 같았지만 눈을 떠서 상황을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머릿속에 7~8개월 된 아기 둘이 기어 들어왔다. 그들은 그 남자와 많이 닮았다. 나는 무서워서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그들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는 그들을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그들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석지훈의 모습으로 변했다.“함 집사님, 가주의 정신 상태가 매우 불안정합니다.”또 다른 익숙한 목소리가 말했다.“악몽을 꾸는 건가? 어서 의사를 불러.”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쿵쿵, 마치 귓가에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5화

    운성에서 가장 좋고 비싼 별장 단지는 도시 외곽 산꼭대기에 있었다. 그곳은 인적이 드물어 너무나 조용했다.그리고 산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운성에 눈이나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나는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다. 고현성이 나를 데리고 하룻밤 묵었었다.현정우가 차를 몰고 한 별장을 지나갈 때 나는 현관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노란 고양이를 보았다. 짧은 털이 모두 젖어서 몹시 불쌍해 보였다.별장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누군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설마 고현성도 여기에 있는 건가?나는 함승윤에게 지시했다.“저 집의 상황을 알아봐 줘요.”함승윤은 전화를 걸어 주소와 호수를 알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내게 말했다.“가주님, 저 집은 고현성의 소유이고 지금 유근수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나는 의아하게 물었다.“유근수라고?”함승윤이 자세하게 설명했다.“네, 얼마 전 가주님 지시대로 유서정을... 그녀가 결국 미쳐버리면서 유씨 가문은 완전히 무너졌고 고씨 가문에 흡수합병됐습니다. 사실상 고현성 손에 넘어간 셈이죠. 고현성은 이 저택을 유근수 부부에게 넘겨줬고 그들은 유씨 가문의 몇몇 어린 후배들과 함께 여기서 지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여전히 서당에 남아있지만 유서정은 현재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고 있습니다.”얼마 전 반경우 누나의 약혼식에서 유서정을 만났는데 그녀는 그때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나랑 싸우려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함승윤에게 전화해서 유서정을 처리하라고 했다.그 후로 나는 이 일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았는데 그녀가 정신병원에 갇혔다니.이것도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겠지.나는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용히 손바닥으로 배를 쓰다듬었다.이곳은 이미 흉터가 생겨 더 이상 처음처럼 피투성이가 아니었다.그리고 그 칼은 정말 정확하게 바로 도라지 꽃 위에 꽂혔었다.곧 함승윤이 나를 위해 마련한 저택에 도착했다. 고현성의 저택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었다.여기에서는 고현성의 정원에서 일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56화

    폭우가 지나간 후 운성시에는 뜻밖에도 해가 떠올랐다.나는 현정우가 내게 가져다준 흔들의자에 누워 햇살을 즐기며 함승윤이 가져온 석씨 가문의 권력 분포도를 한 장씩 넘겨보았다.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석씨 가문이 전 세계적으로 어떤 권력을 지니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 자료였다.차근차근 살펴보니 석씨 가문의 위세는 소름 끼칠 정도였는데 내가 보고 있는 자료는 석지훈조차 모르는 자료였다.‘이렇게 보니 나의 생부는 아들에게조차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네.’나는 권력 분포도를 보며 별장 아래 정원에서 몇몇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제일 큰 아이는 일고여덟 살 정도 되어 보였고 가장 어린아이는 세네 살쯤 되어 보였다.도시의 소음에서 멀리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은 꽤 행복해 보였다.손에 든 권력 분포도를 내려놓고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임신과 출산을 겪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나에게 유난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별장에서 고은경이 여섯 일곱 달 된 아기를 안고 나왔다.그녀의 뒤에는 두 명의 가정부가 뒤따랐는데 그들도 각각 여섯 일곱 달 된 아기를 안고 있었다.‘유씨 가문은 자손이 번성하네.’고은경은 아기를 담요를 깔아둔 화단에 내려놓고는 차를 타고 떠났다.정원에는 여러 명의 아이만 남아 놀고 있었다.내가 아이들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옆에 있던 현정우가 제안했다.“가주님, 아이들이 좋으시면 내려가서 보시죠.”나는 그를 힐끔 보며 물었다.“얼마 전에 유서정을 상대로 한 일을 생각하면 유근수가 날 반겨줄 것 같나요?”현정우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석씨 가문 사람을 거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무리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해도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을 테니까요.”‘모든 사람이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건 아닐 텐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의했다.“한번 가볼까요.”현정우가 내 어깨에 코트를 걸쳐 주었고 나는 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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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1화

    이 경악하는 목소리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석지훈의 머리에서 악마 머리띠를 벗겨내고 돌아서며 웃었다.“하! 태웅 오빠도 여기서 놀고 있었어요?”원태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맨날 정색하고 차가운 지훈이 형이 악마 뿔 머리띠라니, 진짜 귀엽다.”석지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점점 버릇없어지는구나.”말에 담긴 협박을 알아챈 원태웅은 재빨리 잘못을 빌었다.“잘못했어. 난 태림이 그 녀석한테 가봐야겠다. 두 사람 데이트 방해 안 할게. 근데 형 이런 모습 보니까 진짜 인간적이야.”석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뭐야? 아직도 손에 못 넣었어?”원태웅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이고, 형.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봐!”원태웅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흰 셔츠를 입은 문태림이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짜증 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은 뭐예요?”두 남자가 놀이공원에 있는 게 좀 수상했다.석지훈은 원태웅의 비밀을 바로 털어놓았다.“둘이 썸씽 같은 건데, 몇 년째 아웅다웅하면서도 관계를 정확히 안 정했어.”나는 놀라서 말했다.“태웅 오빠가 게이!”석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호기심에 재빨리 물었다.“다른 비밀은 없어요? 오빠는 완전 정보통 같아요. 두 사람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말했잖아. 다들 나한테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그들의 속마음이 석지훈에게는 그저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혹시 창피해서 화났어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하게 물었다.“어?”“태웅 오빠에게 냉정한 모습 말고 다른 모습 들켜서요.”“상관없어. 우리 관람차 타러 가자.”석지훈은 내 손을 꼭 잡고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우리는 표를 사고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 높이에서 바라보는 운성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석지훈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뺨에 얼굴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0화

    석지훈은 가볍게 웃었다.“정말 자기애가 너무 심하다니까.”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또 물었다.“나한테 주는 게 아니에요?”석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물었다.“뭐하려고요?”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글쎄? 우리 사모님은 뭐가 먹고 싶을까?”나는 주방에 들어가 석지훈의 팔을 안고 애교를 부렸다.“배 안 고파요. 얼른 나랑 얘기 좀 해요.”석지훈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데이트하고 싶다면서.”“지금 데이트 아니에요?”“우리 사모님 눈에는 이게 데이트인가 보네...”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우리 이따가 어디 가요?”“밥 먹고 놀이공원에 갈 거야.”나는 기뻐하면서 물었다.“오빠, 놀이공원 가봤어요?”석지훈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날 보면서 얘기했다.“장난치지 마.”나는 석지훈의 팔을 놓아주었다.석지훈은 얼른 요리를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지훈의 부상 때문에 우리는 간이 적게 된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나는 석지훈이 만드는 모든 음식을 좋아했다. 음식의 맛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전에는 항상 내가 고현성을 위해 요리하는 거였다.그래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밥을 먹은 후 석지훈은 운전대를 잡고 나를 데리고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갔다.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젊은 커플들이었다. 나와 석지훈은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누볐다.어두운 녹색 코트를 입은 석지훈은 오늘따라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그와 함께 반짝이는 악마 머리띠를 샀다.머리띠를 한 후, 내가 물었다.“예뻐요?”석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오빠도 같이할 거죠?”석지훈이 악마 머리띠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석지훈의 입에서 나온 건 긍정의 대답이었다.나는 석지훈에게 악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9화

    “나도 진실은 잘 몰라.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 하지만 진서준의 죽음이 왕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해. 진유겸이 알아냈거든. 하지만 그걸 최희연이 알면 버티지 못할까 봐 알려주지 않은 거야.”만약 왕자현이 최희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최희연은 유일한 희망을 잃고 그대로 사라지려고 할 것이다.나는 그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럼 어떡해요?”“사람을 시켜서 이 일의 진실을 알아보게 할 거야. 하지만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는 꼭 비밀을 지켜야 해. 희연 씨가 이 일을 발견하게 해서는 안 돼.”“만약 진실이...”석지훈이 되물었다.“그게 중요한가?”나는 멍해졌다. 그럼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윤아야, 만약 정말 진유겸의 말대로 왕자현이 이 모든 것을 저질렀다고 해도 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야. 희연 씨에게는 왕자현이 진실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최희연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아닌 왕자현이다.왕자현은 최희연의 유일한 희망이다.그래서 진유겸이 이 비밀을 까밝히지 않은 것이었다.진유겸이 이것까지 생각해 주다니.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알겠어요.”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하지만 왕자현은... 왜 최희연을 속인 거지?“그래, 배고파?”석지훈이 수영장에서 나왔다. 나는 익숙한 듯 석지훈의 팔을 안고 얘기했다.“아니요. 오늘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석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서오가 경찰서에 잡혀갔어요. 제가 담현아한테 부탁했거든요. 하지만 이걸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요. 아, 그리고 오늘 시혁 오빠한테 이연 씨의 병에 대해 알려줬어요. 하지만 한민수의 전여친 일은 처리하기 어렵네요.”석지훈은 서오의 일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별장 안의 방으로 데려가면서 넌지시 물을 뿐이었다.“한민수의 전여친? 혹시 엄슬기라는 사람 말이야?”석지훈이 한민수의 전여친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8화

    석지훈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진유겸은 석지훈의 말을 듣고 더욱 골치 아파했다.깊은 한숨을 내뱉은 진유겸이 얘기했다.“최희연은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정신이 불안정해.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그런 최희연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이 왕자현인데, 내가 진실을 알려줬다가 최희연이 정말... 정말 무너지면 어떡해.”최희연은 정신 상태가 건강하지 않았다.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석지훈이 옆에서 얘기했다.“왕자현에게 의지하는 사람이니, 네가 만약 왕자현을 빼돌린다면 희연 씨 상황도 악화될 거야.”“그냥 거짓말 속에서 살라고 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왕자현은 정말 최희연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거야.”석지훈이 물었다.“너는?”“응?”“너는 그렇게 떠나보낼 수 있어?”진유겸은 석지훈의 질문에 피식 웃고 대답했다.“나를 뼛속까지 싫어하는 사람이야. 이번 생에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내가 예전에 너한테 경고했잖아.”한층 더 차가워진 봄바람이 불었다.진유겸은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했다.“지금 와서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지훈아. 난 운성을 떠날 거야. 왕자현과 마주치면 또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될 거니까 말이야.”진유겸의 말을 들어보면 왕자현은 여전히 운성에 있는 것 같았다.최희연은 왕자현이 아이스랜드에 있다고 했는데...석지훈은 진유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진유겸을 석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얘기했다.“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도 꽤 오래됐지? 서로 죽고 죽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너라도 성공해서 다행이다. 나는... 완전히 실패야. 네 말을 잘 들을 걸 그랬어.”석지훈은 몸을 약간 틀어 진유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얘기했다.“내가 말릴 때 넌 한 번도 듣지 않았어. 사실 우리는 많이 닮았어. 하지만 시작점이 달랐지. 나는 항상 내가 석씨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7화

    나는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문자를 보냈다.연시혁은 바로 답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별장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나는 밤바람을 맞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송이연의 일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나는 문자 속에서 똑똑히 얘기했다.송이연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말이다.“지금 운성에 도착했어.”그렇게 말하는 연시혁의 목소리는 약간 젖어있는 것 같았다.“수아야, 이제 어떡해?”하지만 그렇게 물어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오빠, 그냥 옆에 같이 있어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부담스러워 할 거야.”연시혁의 울먹임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아야, 나 죽을 것 같아.”차는 바닷가에 멈춰 섰다. 나는 연시혁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절벽 위의 호화로운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석지훈이 아침에 별장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이 별장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별장 근처로 걸어갔다.300미터쯤 남았을 때, 나는 별장의 수영장에 두 남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명은 수영장 끝에 앉아있었고 한 명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서 있었다.서 있는 사람은 바로 석지훈이었다.나는 단번에 그의 뒷모습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앉아있는 건...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어. 모든 걸 버리고 여길 떠날 거야.”진유겸의 목소리였다.“희연 씨는 네가 준 것들에 대해 흥미가 없을걸?”진유겸이 최희연에게 뭘 준다고?나는 갑자기 진유겸이 나한테 준 서류가 생각났다.“희연이가 원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왕자현이 미친개처럼 내 뒤를 쫓고 있어. 상처는 장난 아니지. 그래도 왕자현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왕자현이 진유겸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왕자현은 보기엔 부드러워도 사실을 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6화

    다소 친하지 않은 오빠 말이다.예지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남자가 있다면 소개해줘요. 난 결혼하고 싶어요.”나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제 나이가 몇이라고 그래요.”“빨리 결혼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예지한은 그저 담현아보다 한 살 정도 많아 보였다.나는 일부러 예지한을 떠보려 말했다.“피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남자친구를 찾아야겠어요.”예지한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물었다.“소개해줄 사람 있어요?”“소개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예지한이 실망한 듯 얘기했다.“그렇게 어려워요?”그리고 묵묵히 계속 일했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최희연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자현 씨가 아이스랜드로 갔어.”왕자현이 갑자기 아이스랜드로 갔다니?지금 아이스랜드로 가는 게 최희연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알 텐데...최희연은 왕자현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잘 모르겠어.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아서. 아마 처리할 일이 있는 모양이야. 어젯밤에 떠났는데 여태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최희연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쓸데없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자현 씨가 떠나니까 마음이 복잡하고 기분이 이상해.”담현아가 물었다.“왜 복잡해요?”“요즘 꿈에서 자꾸만 진유경이 나와.”“...”카페에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래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서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생겼어. 좀 도와줄...”나는 어머니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그 일에 대해서 이미 들었어요. 민수 오빠가 연락했거든요. 아까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게 했는데 서오를 노리고 있는 건 현성 씨와 유희진 검사예요. 한 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5화

    유희진이 고현성의 약혼녀라니.나는 어젯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리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시윤을 때리고 있었다.그럼 그때 이미 날 알아봤을 텐데...게다가 그 여자는 그때도 고현성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여자는 악의 하나 없이 이 사건을 받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희진은 유씨 가문 사람 같지 않았다.오히려 유서정보다 더욱 고급스러웠다.하지만 유서정이 더 예쁘긴 했다.유희진에게서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흘러내렸다.그런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아마 오랜 시간 검사를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담현아가 설명했다.“고현성 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약혼녀가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나는 담현아를 보면서 물었다.“무슨 뜻이야?”“고현성 씨는 이 결혼을 수긍하지 않았지만 또 혼약을 깨트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유희진 검사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느낌이에요.”“그럼 유희진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 사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그날 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린 이유는 분명 고현성 씨 때문인데, 고현성 씨 앞에서는 차갑게 구니까 말이에요.”“차갑게 군다고?”“아저씨가 알려줬는데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대요. 오늘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결국 서오의 일로 엮인 거래요.”유희진이 서오를 주시하고 있는 건 분명 고현성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유희진이 어떻게 우리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거지?신비스러운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희진은 본인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유서경처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요.”“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가자. 일단 희연이를 만나러 가자. 아마 카페에 있을 거야. 아마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걸?”최희연을 떠올리면 저번의 일이 생각났다.마음속 상처가 잘 치유됐을련지. 걱정되었다.그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담현아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4화

    어머니한테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들키면 어머니는 마음 아파할 게 분명하니까. 나를 탓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시겠지.내 머릿속에서 문득 한 단어가 스쳐 갔다.“경찰서에 간 거야?”“선배를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본 거예요. 선배의 사건이 엄청 어려운가 봐요. 무죄판결이 나기 어려울 정도래요.”“유희진 씨는 뭐라고 하셨어?”“아직 조사 중이래요.”담현아는 말을 마친 후 나한테 또 물었다.“수아 언니, 처음은 피가 나요?”“갑자기 그건 왜?”“어젯밤에... 그런데 피가 안 났어요.”“피가 안 날 수도 있어.”아니, 잠깐만담현아와 고정재가...?나는 속으로 기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제 피가 안 나서 아저씨가 저를 엄청 위로해줬거든요. 이것 때문에 기분도 안 좋았어요.”나는 고정재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사랑을 속삭이는 석지훈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남자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평소에는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운명적인 그 상대를 만나면 입안의 사탕처럼 달달하게 구니까 말이다.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좋네.”담현아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뭐가요?”“우리 모두 사랑받고 있잖아.”전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던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적어도 지금은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건강하고 귀여운 아들과 딸도 있고.“나는 인생이 그냥 다 쉬웠어요.”담현아가 만족한 듯 얘기했다.“사업도 문제없었고 모든 일에 걸림돌이 없었어요. 만난 남자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요. 태어나서부터 유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부럽네.”“하하,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이런 삶에 감사하다는 거지. 이제 경찰서로 갈까요?”“지금 경찰서로 가면 내 어머니랑 마주치는 거 아니야?”“그러면 먼저 어머님께 연락해봐요.”내가 어머니한테 연락하려는데 조민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오가 죄를 지어서 경찰서에 있다고 말이다. “까다로운 일이야.”난 아무것도 모르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3화

    “그저 물어본 거예요. 거기 외전에 썼잖아요. 날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빠의 의견이 궁금했어요.”나는 석지훈의 반응이 궁금했다.석지훈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서 얘기했다.“이제 좀 졸리네. 너도 얼른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석지훈이 새벽에 먼저 일어났다. 나는 멍한 상태로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서는 두 의사가 석지훈을 치료해주고 있었다.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석지훈의 상처를 확인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치료를 받은 후 석지훈은 나더러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송이연이 아래층에 있었기에 석지훈은 아래층에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하긴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 한 잔을 따랐다. 이때 마침 원태웅이 전화 와서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내 트위터 계정, 결국 사라졌어!”난 의아해하면서 물었다.“해결한 거 아니었어요?”“형이 아침에 트위터를 다운 받았나봐. 그리고 내 계정이 있는 걸 보고 또 윤승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윤승민도 놀라서 얼른 처리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심지어 윤승민은 근무 태도 불량으로 월급까지 깎였다. 하지만 공식계정은 아직 남아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게. 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생각은 했지만 공식계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나 봐.”석지훈은 그저 원태웅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나?나는 윤승민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다. 그러자 윤승민이 대답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직 공식계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대감 트위터만 먼저 삭제했습니다.]윤승민이 일부러 공식계정을 지우지 않은 것이었다.[고마워요, 윤 비서님.]그리고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깎인 월급은 함승윤 씨한테 얘기해서 더 얹어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3개월 치 보너스도 드릴게요.]나는 기쁜 마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석지훈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그리고 물을 마시는 석지훈의 모습을 물끄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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