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79화

작가: 동과
한결같이 스포츠카에 관심을 보이는 담현아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잃은 사람이 제일 많이 딴 사람한테 코닉세그 주기로 따로 걸었거든.”

“그럼 우리 엄청 많이 딴 거네요?”

그때 나는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담현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지만 나머지 세 명이 잃은 돈을 다 계산했을 때, 나를 포함한 네 명은 모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담유미는 이 모든 걸 예상했다는 듯이 혼자 차분하게 앉아있었다.

세 명이 잃은 돈은 모두 액수가 정확히 같아서 이긴 사람은 한 명인데 내기에서 진 사람은 세 명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 말인즉 석지훈은 몇천억짜리 코닉세그를 세 대나 얻게 된다는 뜻이었다.

물론 연수아 본인도 재벌이었지만 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에 그는 재벌들의 놀이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닉세그의 금액보다 담현아가 놀라웠던 한민수는 웃으며 말했다.

“꼬맹이 좀 치네.”

그렇게 별로 유쾌하지 않게 게임을 끝내고 나는 담현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웬일인지 석지훈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담현아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게 우선이었기에 나는 그녀를 차에 태우고 가면서 놀랍다는 듯 물었다.

“돈은 어떻게 맞춘 거야?”

담현아는 차창을 내리더니 바람을 맞으면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언니 가고 나서 누가 제일 많이 잃었냐고 물었더니 다들 언니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수표도 보니까 석지훈 씨 이름밖에 없고.”

잠시 말을 멈추던 담현아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잃고 이긴 액수에 차이가 있으니까 일부러 몇 번 봐줬어요. 그럼 손에 쥔 돈의 금액이 같아지잖아요, 결국 잃은 것도 같아지는 거고. 왜 그랬냐고 물으면 전 그냥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한 건데 거기에 코닉세그가 걸려있는 줄은 몰랐죠!”

담현아는 그냥 재미를 위해서 한 일인데 담유미는 그걸 치욕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담현아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그와 석지훈 모두 사람을 손아귀 위에 올려두고 마음대로 조종하는 신 같은 부류의 사람이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0화

    “내가 누군진 네가 더 잘 알잖아.”목소리는 여름날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부드러웠지만 내뱉는 말에는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내가 누군진 네가 더 잘 알 거라는 그 말은 나를 버린 것에 대한 그 어떠한 죄책감도 없다는 듯이 들렸다.나를 그리워하지도 않았고 나에게 해명할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왜 굳이 전화까지 했는지 어이가 없어 그녀에 대한 나의 증오심은 커지고만 있었다.“저한테는 왜 전화하신 건데요.”그녀를 보면 가슴에 억눌렀던 분노가 터져 나와 뭐든지 따져 물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겨우 이런 말들밖에 할 수 없었다.“네 아빠가 보낸 사람이 널 거의 다 찾았대.”“그래서요?”내 친아빠가 나를 찾고 있다는 건 아빠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나는 담담하게 되물었다.“수아야, 난 널 지키고 있는 거야, 나 아니었으면 네 아빠 진작에 영진에 있는 네 부모님까지 다 찾아냈을 거야. 그랬다면 그 사람들은 진작 죽었겠지. 너는 왜 자꾸 알아서 위험한 짓을 하는 거야?”“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나한테는 지켜야만 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어. 그 아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두 달 동안 네 아빠가 너를 못 찾게 하는 거야.”“네 아빠가 널 찾게 되면 내 아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왜 그렇게 걱정하나 했더니 친엄마라는 사람에게 또 다른 아들이 있었나 보다.그리고 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내다 버린 자식인 나한테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그래서 어쩌라고요.”“동성 떠나서 프랑으로 가.”아들 하나 지키겠다고 한번 버린 나한테 프랑으로 가서 숨어 있으라는 이기적인 엄마에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수아야...”그녀는 또다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그 이름이 낯설기만 했다.어차피 별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그 여자가 나를 낳아준 내 친어머니였기에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되니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한평생 얼굴도 본 적 없는 친엄마라는 사람이 갑자기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제 아들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1화

    그 여자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나는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집으로 향했다.집에 도착한 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석지훈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집 비밀번호 뭐야?]문자를 본 내가 미소를 지으며 문을 열자 큰 키로 문을 가리고 서 있던 석지훈이 익숙하게 나를 안아 들며 웬일로 투정 부리듯 말했다.“나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가버리기야?”그 말에 나는 웃으며 해명했다.“내가 나갔을 때는 오빠가 없었어요. 그래서 현아 병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바로 왔죠. 오빠는 어디 갔었어요?”“다른 방에서 얘기하고 있었지.”내 머리를 쓰다듬던 석지훈이 셔츠 단추를 풀며 욕실로 들어가자 나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변덕스러운 운성 날씨답게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어차피 핸드폰을 보는 것도 지겨웠던 나는 일어나서 커튼을 열어젖혔다.내가 지내는 오피스텔은 거실에서는 동네가 보이고 방에서는 강이 보이는 구조였기에 나는 방으로 들어가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빗물에 출렁이는 강을 바라보았다.결벽증이 살짝 있는 석지훈은 밖에서 돌아오면 늘 샤워부터 했는데 원래는 그를 기다리려고 했지만 나는 저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그리고 그가 다 씻고 나와서 움직이는 소리에 다시 눈을 뜨고는 그를 바라보았다.수건으로 머리와 몸의 물기를 깨끗이 다 닦아낸 석지훈은 그제야 내 옆으로 와 앉으며 물었다.“내일 약속 있어?”“우리 아직 데이트도 안 했는데.”여전히 유혹적인 몸을 드러낸 채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는 석지훈에 나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런 말은 누가 가르쳐준 거예요?”요즘의 석지훈은 내가 처음 알던 석지훈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커플끼리 하는 일들도 하려 노력하고 있는 지금 모습이 나는 예전보다 더 좋았다.그래서 나는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말했다.“내일 수업하러 가야 하는 데 11시면 끝나요.”“무슨 수업?”“피아노요.”석지훈이 놀라며 묻자 나는 차분하게 설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2화

    석지훈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도 이런 얘기를 꺼낸 적 없어서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오늘따라 저기압인 데다가 어머니 얘기까지 꺼냈던 그를 떠올리고는 혼자 슬퍼했을 그를 다독이기 위해 나는 처음으로 내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석지훈의 볼에 뽀뽀를 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진짜 힘든 일 있거나 그러면 나한테 털어놔도 돼요. 내가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나 그래도 오빠 여자잖아요. 힘든 건 같이 나눠야죠.”하지만 석지훈은 이내 괜찮은 척 나를 떼어내더니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괜찮아, 내일 일 끝나면 내가 데리러 갈게. 그리고 아버지 상태도 많이 좋아지셨대. 나랑 같이 아버지 보러 가자.”“석씨 집안 사람들이 하나같이 유난이긴 하지만 내가 엄마 아들이라서 아버지는 나한테 특별히 더 잘해주셨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은 마.”내 손을 잡아 오며 말하는 석지훈에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어른들 만나는 거예요?”그에 석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나는 다독여주었다.“그냥 얼굴만 뵙는 거야, 그리고 아버지 몸도 안 좋으셔서... 지금 아니면 기회도 없을 것 같아서 그래.”점점 더 나랑 얘기를 나누려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석지훈에 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석지훈은 갑자기 나를 안으며 일어서더니 바로 침대로 향했다.내가 일부러 꼬신 것도 아닌데 이렇게 먼저 내 옷을 벗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나를 다루는 그의 손길이 너무나도 다정하고 조심스러워서 나는 그대로 그에게 몸을 맡겨버렸다....아침에 눈을 뜨자 이미 자리를 비운 석지훈에 나는 등이 다 파인 초록색 원피스로 갈아입고 브라운 계열의 아이섀도를 꺼내어 서둘러 화장을 마쳤다.마지막으로 올림머리를 하고 큰 귀걸이까지 껴주니 거울 속의 내가 세상 예뻐 보였다.석지훈이 이렇게 과감한 노출을 싫어할 걸 알고 있었지만 왠지 미간을 찌푸리는 그가 보고 싶어 나는 지하철을 타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3화

    나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내 남자친구야.”다른 사람들 앞에서 석지훈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건 처음이었다. 그는 분명 내 말을 들었을 것이다. 남자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았으니까.“연 샘 남자친구분 정말 멋지세요.”나는 웃으며 서둘러 말했다.“수업 계속해.”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석지훈에게 달려갔다. 그는 팔을 뻗어 나를 품에 안고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끝났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끝났어요.”석지훈의 손이 내 매끈한 등에 닿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다음에는 이런 옷 입지 마.”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렇게 입는 게 예쁜데.”석지훈: “...”그는 나를 흘끗 보고는 위압적으로 말했다.“이후에는 집에서 나한테만 보여주면 돼.”나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스럽게 말했다.“너무 막무가내 아니에요.”석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실 문 앞에서 구경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 장난기 많고 대담한 학생 하나가 짓궂게 말했다.“연 샘 남편분을 뭐라고 부를까요? 설마 사부님? 사부님, 연 샘 잘 대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우리 반 애들 수십 명이 가만 안 둘 거예요.”그 학생은 석지훈을 내 남편이라고 불렀다...석지훈은 그 학생을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나를 뭐라고 불렀지?”“사부님이요! 아니면 사모님이라고 불러드려요?”석지훈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칭찬했다.“얘 장래가 유망하네.”석지훈을 쳐다보니 그의 기분은 엄청 좋아 보였다. 그 말을 마친 후 그는 내 어깨를 감싸 안고 자리를 떠났다.석지훈의 차는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가 차에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뒤따라오는 차를 발견했다.그는 날카롭게 추측하며 물었다.“네 경호원이야?”“네. 안전을 위해 붙여 놨어요.”석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라고 해. 석씨 가문은 은둔 가문이라 외부인은 반경 십 리 안에도 접근하기 어려워.”내게 석씨 가문은 끝없이 펼쳐진 담장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4화

    석지훈은 정말 갈수록 달콤한 말을 잘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예뻐요?”그 말을 들은 석지훈의 눈빛이 깊어졌다.“어.”반지는 아주 고풍스러운 디자인이었다. 예전에 석지훈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때 그의 하얗고 긴 손가락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이제 그 반지를 나에게 주었다니...어쩌면 그의 손가락에는 결혼반지가 끼워질지도 모른다.그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은 더욱 설렜다.그와 결혼할 생각에 기뻤다.나는 결혼을 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 적도, 소중하게 대해진 적도 없었다.나는 석지훈과 3월에 만났고 이젠 11월이 되었으니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만난 지 8개월이나 되었다. 그동안 그는 항상 전력을 다해 나를 보호해 주었다.내 목숨을 여러 번 구해준 것은 물론이고 암까지 치료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 모두 그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게다가 내가 잠시 오해해서 화를 낸 것을 제외하면 그는 나를 다치게 하거나 속이거나 멀리한 적이 없었다.그는 강철처럼 강인하여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고 비할 데 없이 잘생겼으며 그의 보호는 부드러운 봄비처럼 촘촘하고 따스했다.그는 심지어 내 입장에서 생각해 주었고 나와 다투거나 화를 내거나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는 부정적인 면이 거의 없었고 너무나 완벽했다. 그런데 이런 남자가 내 남자가 되었다.나는 아직도 보물을 주운 것처럼 믿기지 않았다.나는 석지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는 나와 손가락을 깍지 끼고 가게를 나선 후, 마을의 깊숙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그곳에는 동백꽃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흰색과 분홍색 꽃잎이 대부분이었다.나는 석지훈의 손을 잡고 꽃밭으로 들어가 휴대폰을 건네며 웃으며 말했다. “사진 좀 찍어줘요.”석지훈은 여자의 사진을 찍어준 경험이 없는 듯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무슨 앱으로 찍어?”“그냥 기본 카메라 앱으로 찍어줘요.”내가 말했다.“여자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5화

    그러고 보니 이곳은 그의 구역이었다.이어 나는 석지훈과 함께 두 시간 동안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 사이 그는 나와 함께 걷고 멈추기를 반복하며 작은 기념품들을 많이 샀다.나는 기념품을 들고 석지훈과 함께 차로 돌아갔다. 하늘은 점차 어둠에 잠겼고 그는 허리를 굽혀 나에게 안전벨트를 매어 주었다.다시 그 저택으로 돌아온 것은 저녁 7시가 넘어서였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창밖으로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입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 있었다.공교롭게도 나는 석씨 가문에 두 번 왔는데 두 번 다 비가 내렸다. 하지만 지금의 가랑비는 그날 밤의 폭우와는 확연히 달라서 아득한 산기슭 아래 자리한 석씨 가문은 몽롱한 안개비에 휩싸여 있었다.지난번에 돌아왔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석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그들의 가주인 석지훈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석지훈은 나에게 차 안에서 기다리라고 한 후 차에서 내렸다. 그가 차 문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그에게 우산을 씌워주었고 석지훈은 그의 손에서 대나무 우산을 받아 들었다.석지훈은 차에서 내려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우산을 든 채 조수석으로 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석지훈의 눈동자는 흑백이 분명하고 깊이가 있었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가랑비는 그의 고독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런 그가 지금은 나를 세심하게 돌보며 마치 완벽한 남자처럼 나를 따뜻하게 챙기고 있다.석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도 아예 숨기지 않고 말이다.그는 항상 나에게 잘해주었다.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그는 내 손을 꼭 잡고 차에서 내려주었다. 석지훈의 옆에 서니 이미연과 석지훈의 약혼녀, 그러니까 스스로 안주인이라고 칭하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석지훈이 나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봐도 그녀의 얼굴에는 질투의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의 용모는 온화하고 아름다웠으며 피부는 희고 매끄러웠다.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6화

    “석씨 가문은 워낙 규모도 크고 인맥도 넓어서 속고 속이는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아. 그런데 어머니는 마음이 여리고 순진해서 남을 잘 믿는 편이거든.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게 이용당해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지. 다행히 어머니는 나만 믿고 거의 모든 일을 나에게 먼저 상의하셔.”그래서 석지훈의 어머니는 석씨 가문 내에서 그의 눈과 귀 역할을 해 주시는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석지훈은 나를 안고 전에 내가 머물던 정원으로 돌아왔다. 무궁화는 지고 없었지만 붉은 단풍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인공 호수 옆에는 몇 송이 하얀 수선화가 피어 있어 정말 아름다웠다.석지훈이 문을 열자 안은 여전히 휑했다. 덩그러니 놓인 침대와 책상, 그리고 욕조 하나가 전부였다. 만약 내가 저 욕조에서 씻는다면 석지훈에게 다 보일 것 같았다.목욕 생각을 하자마자 석지훈이 옷장을 열었다. 옷장의 절반은 그의 맞춤 정장과 얇은 니트 몇 벌로 채워져 있었고 나머지 절반에는 여성용 코트 몇 벌 외에도 예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많이 걸려 있었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화사한 색상에 디자인도 다양했지만 등이 파이거나 어깨를 드러내는 스타일은 하나도 없었다.나는 마음이 따뜻해져서 물었다.“나를 위해 준비해 둔 거예요?”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승민이가 산 걸 지난번에 올 때 가져왔어.”석지훈은 흰 바탕에 진홍색 꽃무늬가 있는 긴 원피스를 꺼내 내게 건넸다. 바깥의 붉은 단풍과 비슷한 무늬였지만 색깔이 좀 더 연했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고 치마는 층층이 겹쳐져 바닥까지 끌리는 디자인이었는데 하이힐을 신으면 발목까지 오겠다 싶었다.내가 원피스를 받아 드는 순간, 석지훈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비에 젖었으니 씻고 옷 갈아입어.”나는 비는 별로 안 맞았다. 하지만 동백꽃 나무 아래에서 옷에 흙이 좀 묻었으니 확실히 씻어야 했다. 나는 옷을 안고 눈을 몇 번 깜빡였다.석지훈은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곧바로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나는 아직도 그의 앞에 서면 부끄러웠다. 아마 소녀처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287화

    밤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고, 복도의 등불은 은은하게 빛났다. 나는 석지훈의 턱에 입을 맞추고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었다. “아가야, 동성으로 돌아가면 우리 결혼할까?”나는 멍해져서 부드럽게 물었다.“지금 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어젯밤 그는 나에게 결혼하고 싶냐고 물었다.'싶다'라는 말을 썼다는 건, 그가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한 줄기 희망을 잡고 싶어 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그는 단호하게 동성에 돌아가면 결혼하자고 했고 나를 존중하는 어투로 물어봤다.그는 웃으며 눈을 반짝이면서 되물었다.“이렇게 간단한 청혼을 원했던 거야?”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이렇게 간단하게 할 순 없죠.”석지훈이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뜰 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가주님, 만찬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모님께서 아가씨와 함께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하셨습니다.”“어. 먼저 가 봐.”뜰 밖에서 발소리가 멀어지자 석지훈은 나를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나는 밖에서 그를 기다렸고 곧 방에서 나온 뒤, 나와 함께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넓은 거실에는 서너 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아이들만 따로 앉는 테이블도 있었다.다만 석지훈의 아버지는 병환으로 참석하지 않았고 한복을 입은 친척들은 아무도 나를 소개해 주지 않았다.집 안에는 가정부들이 많았는데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대저택 같았다.석지훈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다만 석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그의 옆에 앉는 게 규칙에 어긋난다고 했다.식사 후 석지훈의 어머니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지만 석지훈은 핑계를 대고 나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다만 방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그는 나갔다.금방 누가 와서 불러갔기 때문이다.“가주님, 사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그 사람이 말하는 사모님은 아마 운성에 계신 그분 같았다.그녀가 왜 갑자기 다시 석씨 가문으로 돌아왔지?!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정원 입구에서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최신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5화

    내가 간신히 화를 참고 있는데 누군가 말했다.“고현성은 이제 끝났어. 잘나가던 인생이 재앙 덩어리를 아내로 맞는 바람에 망한 거잖아!”재앙 덩어리...나는 눈을 감고 화를 가라앉혔다. 그때 고현성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수아는 재앙 덩어리가 아니야!”그는 모든 것을 잊었지만 수아는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는 오직 그의 수아만을 옹호하고 있었다.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침묵하는 석지훈을 바라봤다. 그 사람은 내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때 오히려 담유미가 물었다.“그럼 넌 바보야?”바보에게 바보냐고 묻다니.나는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입 다물어요!”“왜? 부끄러워서 화내는 거야?”한성범은 이때다 싶어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그럼 고현성이 바보가 아니라는 거야? 연수아, 난 널 초대 안 했으니 나가. 곧 ‘바보극' 공연이 있거든!”한성범은 석지훈의 앞에서도 거침이 없었다.내가 정말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나는 눈앞의 술잔을 집어 그에게 던졌다. 하지만 석지훈은 그를 위해 막아냈다. 마음속에서 갑자기 분노가 치솟았다.그때 고현성이 황급히 일어나 나를 진정시켰다.“저 사람들 때문에 화내지 마. 수아는 재앙 덩어리가 아니야. 수아는 그냥 내 아내일 뿐이야!”나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차가운 눈빛으로 석지훈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저 사람을 감쌀 건가요?”석지훈은 차가운 침묵으로 나에게 답했다.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술잔을 다시 한성범에게 던졌다. 하지만 남자는 가볍게 받아 바닥에 던져버렸다.유리 조각들이 순식간에 바닥에 흩어졌다.그때 담유미가 차갑게 말했다“연수아 씨, 너무 건방지네요.”그러자 담현아가 차갑게 꾸짖었다.“입 닥쳐!”담유미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원태웅은 황급히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윤아야, 화내지 마. 우리 여기서 나가자!”나는 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4화

    석지훈은 당연히 대꾸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래에서 위로 그를 올려다보며 비판했다.“오후에 그 일은 당신이 잘못했어요!”그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음?”“나는 그 사람들과 친분이 있어요. 친구처럼. 그들이 나를 유람선에 초대한 건 내가 그들과 어울릴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지,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석지훈 씨라고 했죠? 설마 내가 당신을 좋아해서 당신 주변에 자주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근데 내가 당신의 무엇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당신이 우리 석씨 가문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내 말은 다소 따끔했고 석지훈의 얼굴은 차가워졌다. 나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웃었다.“어떤 사람들은 가끔 자기 생각에 빠져 착각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혹시 당신 마음속으로는 나를 좋아하는데 인정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나를 피하고 당신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거죠? 설마 마음이 흔들릴까 봐 두려운 건가요?”석지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나는 눈치껏 말을 돌렸다.“물론.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당신 속마음을 알 수는 없죠. 됐어요, 당신이랑 말싸움하기 귀찮아요!”그는 차갑게 말했다.“허튼소리.”나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평소에 나한테 신경 끄세요!”석지훈은 돌아서서 가버렸다. 나는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못 참네. 그 성격에 어떻게 여자 없이 지금까지 버텼을까? 아마도 내가 운이 좋은가 봐. 안 그러면 당신을 어떻게 얻었겠어!”‘지훈 씨,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해. 신앙처럼. 당신 말대로 이 길을 따라갈게! 당신이 나에게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다 기억해둘 테니까! 나중에 똑같이 갚아줄 거야!’담현아는 몇 분 동안 통화를 하고 돌아왔다. 나는 놀리듯 물었다.“부부끼리 무슨 달콤한 얘기를 그렇게 오래 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네. 이제 푹 빠진 거야?”담현아는 웃으며 물었다.“푹 빠졌다는 게 사랑한다는 뜻이에요?”내가 되물었다.“그럼 아니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3화

    담현아는 의리가 있었다. 그녀는 나와 함께 홀을 나와 뒤뜰을 찾아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갑자기 고현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담현아가 먼저 그를 언급했던 것이다.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나 아저씨한테 고현성의 현재 상황을 들었어요. 그의 지금 상황이... 아저씨는 아주 괴로워하더라고요. 결국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수아 언니는 어때요?”담현아는 내 마음이 아픈지 묻고 싶어 했다내 마음이 안 아플 리가 있겠는가?그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내 전남편인데.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고현성은 변하고 있었다.그는 예전의 그 남자와는 완전히 달랐다.그는 심지어 아이를 나의 생일선물로 돌려주기까지 했었다.나는 담현아 앞에서 고현성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기분이 다운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얘기를 꺼냈다.“아무렇지도 않아. 근데 희연이가 요즘 연락 오던?”“네. 흉터 제거 수술을 받아서 아이스랜드에서 한동안 머물러야 한대요. 왕자현 씨가 옆에서 계속 돌봐주고 있다고 하더라고요.”담현아가 왕자현을 언급하자 나는 흥미가 생겨 말했다.“왕자현 씨 집안이 엄청 부자라며?”담현아는 뭔가 아는 듯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왕씨 가문은 세력은 없어도 돈은 엄청 많죠.”돈이면 다 되지. 돈이 곧 힘인데.담현아가 뭔가 더 말하려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그녀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급히 일어서며 고정재의 전화라고 했다.담현아가 남편 전화를 받으러 뒤뜰을 나가자 앉아서 할 일이 없던 나는 일어나려고 했다. 바로 그때 나는 2층 발코니에서 고독한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나는 미소를 짓고 떠나려 했다.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나를 불러 세웠다.“연수아 씨.”나는 걸음을 멈췄다. 석지훈이 나를 부른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웠다.오후에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하지 않았던가?그가 그렇게 차가우니 나도 굳이 아부할 필요는 없었다.나는 작은 소리로 물었다.“우리가 그렇게 친했나요?”그는 내 질문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2화

    담현아는 옷을 갈아입고 싶어 했다. 내 차에도 여벌 옷은 있었지만 우린 키 차이가 있었고 예지한도 여기 살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녀를 근처 쇼핑몰에 데려갔다.담현아는 쇼핑이 빨랐다. 핑크색 롱드레스를 입으니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 그녀는 또 반지 몇 개를 손가락에 끼고는 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어때요? 예뻐요?”담현아는 워낙 예뻤기에 뭘 입어도 예뻤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말했다.“아주 예뻐.”담현아는 바보같이 웃으며 말했다.“저는 꾸미는 걸 잘 안 해서...”그녀는 쇼핑몰 화장대에서 가볍게 화장을 하고 나서야 나와 함께 한씨 가문으로 갔다. 그리고 경호원을 많이 데려오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오늘 한씨 가문에는 일부러 트집 잡으러 가는 거라 나도 준비를 해뒀다. 휴가가 방금 끝난 비서에게 문자를 해두었던 것이다.한씨 가문에 도착하니 비서는 이미 와 있었다. 내 옆에 있는 23명 외에도 비서는 꽤 많은 사람들을 데려왔다.비서는 우리 뒤를 따라 들어가고 나머지는 입구를 지켰다. 담현아는 초대장을 내고 들어가자마자 담유미를 발견했다.흰색 이브닝드레스에 진한 화장을 한 담유미는 큰 키 덕분에 드레스가 참 잘 어울렸다. 담현아는 그녀를 불러 세우며 물었다.“담유미, 너 엄마 아빠 앞에서 무슨 말을 했어?”담유미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너 지금 언니한테 따지는 거야?”“미안하지만, 난 오빠밖에 없어.”담현아의 말은 너무 매몰찼다.담유미의 얼굴은 굳어졌지만 곧 설명했다.“난 네 일에 관심 없어. 부모님은 오빠한테 네 남자친구 얘기 들으신 거야.”담현아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너랑 상관없는 일이네!”담현아의 말투는 꽤나 퉁명스러웠지만 담유미는 별말 없이 얼굴만 굳힌 채 가버렸다.그녀가 가고 나서야 담현아가 말했다.“우리 집의 골칫거리는 바로 저 여자인데 집안 사업까지 쥐고 흔들고 있죠. 하지만 뭐, 나쁘진 않아요. 어차피 나랑 오빠는 담씨 가문의 사업에는 관심 없으니까!”담유미에게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다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1화

    석지훈을 이렇게 놀리는 건 한민수밖에 없을 것이다.석지훈은 침묵으로 한민수에게 답했다.한민수는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수아 씨는 동성에서 잘나가는 집 딸이잖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 서는지 알아? 게다가 예쁘기도 하지!”크루즈선 위라서 석지훈은 평소처럼 정장을 입지 않고 얇은 흰색 셔츠와 검은색 실크 바지만 입고 있었다. 평소 차가운 이미지에 뭔가 좀 자유로운 느낌이 더해져 꽤 매력적으로 보였다.한민수가 계속 석지훈의 앞에서 나를 칭찬하자 옆에 있던 원태웅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윤아는 확실히 예쁘지.”석지훈은 원태웅을 홱 쳐다보며 물었다.“너 뭐라고 불렀어?”“윤아. 애칭이야!”석지훈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둘, 앞으로 얘 내 앞에 데려오지 마.”그는 한민수와 원태웅의 속셈을 눈치챘던 것이다.그는 분명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다른 평범한 아가씨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그들 두 사람에게 나를 자기 앞에 데려오지 못하게 한 것이 분명했다.이런 그를...지금 이 순간 나는 석지훈이 정말 어이가 없었다.하지만 나는 착하게만 굴면 석지훈의 눈에 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나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내가 가죠. 뭐.”나는 한민수의 손을 뿌리치고 크루즈선에서 내려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이다. 차에 타니 원태웅의 문자가 왔다.[형님이 마누라 잡다가 나중에 엄청 후회할 것 같은데!]나는 입술을 깨물고 답장했다.[다 적어둘 거예요.]나는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몇 년 몇 월 며칟날에 석지훈이 나에게 한 일을 적었다. 나중에 그의 병이 나으면 모조리 계산할 생각이었다.나는 쪼잔하게 하나하나 다 적어둘 것이다.나는 차를 몰고 카페로 돌아왔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니 피곤해져서 나는 카운터에 엎드려 7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담현아를 깨우러 안으로 들어갔다.담현아는 이미 깨어 있었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서 그녀의 뺨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30화

    담현아는 지난번 일 때문에 계속 앙금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주민솔이 경찰서에서 나왔다고 하니 순순히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그녀는 나에게 카페에서 30분 동안 기다리라고 했다.30분은 금방 지나갔다. 검은 라이더 재킷을 걸친 담현아가 까만 머리를 땋은 채 캐리어를 끌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겨우 끝났어요!”나는 웃으며 물었다.“왜 이렇게 힘들어?”“일찍 들어오려고 며칠 밤샜어요. 일단 카페에서 좀 자고 있을게요. 이따가 7시에 깨워줘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2층에 방 있어.”고양이 카페 2층은 며칠 전 내가 임대해 놓은 것이었다.담현아는 짐을 1층에 두고 2층으로 올라가 잠을 잤고 나는 그녀의 여행 가방을 끌고 그녀를 따라 올라가 방에 짐을 놓아주었다.내려와 보니 예지한이 얼굴을 찌푸리며 나에게 물었다.“사장님 가게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자주 와요?”이상한 사람?어디가?그냥 다 그녀가 아는 사람일 뿐이지.나는 그녀를 잠시 쳐다보며 말했다.“들켰네요!”그것도 내가 실수로 들키게 한 것이었다.이 말에 예지한은 표정 변화 없이 물었다.“내 정체를 알았어요?”“네. 방금.”내가 대답했다.“아, 여기 좀 더 있으려고 했는데.”예지한은 이곳을 떠날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내가 물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한 달 더 있을 거예요.”그녀가 말을 이었다.“여기 떠나기 아쉬워요.”예지한은 여기서 2년을 살면서 모든 것에 정이 들었고 또 여기는 한가로워서 떠나기 아쉬울 만도 했다.하지만 한민수의 말이 맞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책임이 있었다. 예지한이 아직도 저렇게 놀 수 있는 건 할아버지가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었다.그리고 한민수, 예유진 그리고 진유겸, 심지어 나까지도 우리 모두는 자신이 가진 것을 굳건히 지켜야 했다.예지한도 마찬가지였다.그녀에게는 지켜야 할 예 씨 가문이 있었다.예지한은 좀 시무룩해 하면서 다시 일하러 갔다. 나는 카운터를 보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29화

    어젯밤 길바닥에서 자고 두 시간이나 걸었더니 피곤해서 그런가, 감기 기운이 있었다.내가 막 나가려는데 원태웅의 문자가 왔다. [형이 방금 운성에 도착했어. 이틀 정도 여기에 머물 거야.]그는 바쁜 남자였다.항상 여러 도시를 돌아다녔기에 이틀이나 머무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석지훈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니 항상 만남은 짧고 헤어짐은 길었다. 며칠 함께 있으면 또 헤어져야 했고 헤어지면 한두 달, 길면 반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다.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나는 운성으로 돌아온 후 진유겸의 결혼식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나는 그가 왜 결혼식을 연기했는지 잘 몰랐지만 최희연이 국내에 없으니 그녀와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운성에 도착한 후, 나는 고양이 카페에 가서 최희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곧 답장이 왔다.[나도 방금 알았어. 원래 일찍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제는 미룰 수밖에 없네! 수아야, 나 방금 수술을 마쳤고 얼굴의 흉터가 아직 회복 중이라 아이스랜드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것 같아. 하나한테서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네가 시간이 된다면 카페를 좀 돌봐줘!]나는 알겠다고 답장을 보낸 후 다시 물었다.[흉터는 어때?]최희연이 답장했다.[아직 회복 중이지만 왕자현 씨가 흉터가 남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어. 나는 그를 믿어. 다 나으면 귀국할게!][그래. 그때의 너는 분명 아름다울 거야.]최희연은 바로 답장하지 않고 30분 뒤, 갑자기 슬픈 어조로 말했다.[왕자현 씨가 내가 그림을 배웠다는 것을 알고 나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고 싶어 해. 그는 그 분야에 조예가 깊거든. 근데 내 손목이... 수아야, 나는 붓을 잡을 수는 있는데 손이 떨려서 도저히 붓을 댈 수가 없어!]최희연은 그림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정성을 쏟았다. 그 노력으로 힘들게 성과를 내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주민솔 그 여자는 정말 죽어 마땅했다.며칠 전에 진유겸은 그녀를 경찰서에서 꺼내주었다.나는 최희연에게 조심스럽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28화

    석지훈은 내가 생떼를 부린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멈춰 섰고 그는 내가 따라오지 않자 몸을 돌려 차가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내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았다.나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아주 공손하고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생떼 부리지 마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석지훈: “...”이번에 석지훈은 나를 완전히 무시했다.그는 별장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바로 들어가지 않고 몸을 돌려 별장 밖으로 나가 길가에서 도라지꽃 몇 송이를 꺾었다.나는 꽃을 옆에 두고 길가에 옆으로 누워 눈을 떴다. 늘씬한 몸매, 아름다운 드레스, 그리고 꽃 한 송이. 2층에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 같을 것이다.내 행동은 아주 이상했다.정상적인 사람은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나는 지금 술에 취한 상태였다. 비록 대부분은 연기였지만 술에 취한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석지훈은 분명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여기 누워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석지훈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참을성이 있었다. 나는 그가 2층 방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도 몸을 돌려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나는 별장 입구에 밤새도록 누워 있었고 그러다가 먼저 잠들어 버렸다. 깨어났을 때 나는 더 이상 술에 취한 척할 수 없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서 의식이 흐릿했다고 해도 하룻밤이 지나면 알코올은 이미 다 날아가 버렸을 테니 말이다.나는 재채기를 하고 일어났다. 원래는 함승윤에게 전화해서 나를 데리러 오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때야 내 가방이 석지훈의 차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초인종을 눌렀다.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내가 거의 포기하려고 할 때 정장 차림의 석지훈이 나왔다. 그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런 석지훈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그리움이 더 컸다.예전처럼 차갑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27화

    이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설명해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형, 이분은 석씨 가문 가주, 형의 석씨 가문을 빼앗은 여자야! 방금 보니까 술에 취했더라고. 곁에 비서도 없이 말이야. 전에 날 도와준 적이 있는데 차마 그녀를 혼자 둘 수 있어야지. 그래서 집에 데려다주려고.”남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절했지?”원태웅: “...”석지훈이 지시했다.“이 여자를 네 차에 태워.”“형, 내 차 고장 났어. 우리 두 사람 좀 집까지 데려다줘! 얘는 술 취하면 얌전해. 절대 방해 안 할게.”석지훈: “...”석지훈은 결국 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런데 원태웅은 전화를 받고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야 했다. 정말 일이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석지훈의 운전기사가 그를 길가에 내려주자 차에는 나와 석지훈 두 사람만 남았다.나는 일부러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는 신사답게 나를 밀어내지 않고 창문을 열었다. 나는 그의 팔을 껴안고 웅얼거리며 말했다.“정우 씨.”“허, 정우까지 네 손에 넘어간 거야.”남자가 갑자기 뜬금없이 말하자 나는 당황한 척 그를 바라보았다. 이때 운전기사가 물었다.“아가씨, 어디 사세요?”나는 계속 당황한 척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무관심하고 간결하게 말했다.“주소.”나는 모르는 척 물었다.“무슨 주소요?”그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네 집 주소.”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정말 오랫동안, 거의 돌처럼 굳어 버릴 때까지 생각하다가 석지훈의 품에 쓰러졌다.그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운전 기사에게 지시했다.“동성으로 돌아가.”2년 전 석지훈은 동성에 살았었다.동성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보니 창밖에는 온통 도라지꽃이 피어 있었다. 여기는 석 씨 저택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석지훈은 몰래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나는 깨어난 후 계속 멍하니 차 안에 앉아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다행히 술에 취해서 그런지 그는 나를 심하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