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51 - 챕터 260

463 챕터

제251화

나는 마음속으로 기쁨을 숨기며 말했다.“네.”그는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한테 현재의 삶을 포기하게 하면 넌 분명히 그럴 수 없을 거야. 윤아야, 언젠가 너의 인생이 환하게 빛날 날이 올 거야. 내가 반드시 너를 평생 지켜줄게.”사실 석지훈은 내가 그의 곁에서 세상일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능력이 있었지만, 석지훈은 나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그에게는 그의 사명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석씨 가문을 지키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나의 사명이 있었다. 이를테면, 연씨 가문을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었다.우리는 각자 직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손을 뻗어 석지훈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고마워요. 오빠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안정감을 줘요. 지훈 오빠, 앞으로도 날 배신하지 말아요.”석지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응.”“만약 오빠가 날 배신하면 난 평생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빗소리가 점점 잦아들 무렵 석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내게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만약 네가 날 배신하면?”나는 멈칫하며 대답했다.“그럼 오빠도 평생 날 용서하지 마요.”“연수아, 지금 네가 한 말 기억할게.”석지훈이 나를 연수아라고 부른 것은 내 말을 약속으로 여기겠다는 뜻이었다.석지훈은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이었다.“네. 나도 기억할게요.”그날 저녁은 석지훈이 매우 담백한 음식들로 준비해 줬다. 식사를 끝낸 뒤 우리는 침대에 누워 함께 책을 봤다.석지훈은 「고독」을 읽고 있었는데 서문에 이런 말이 있었다.「고독은 거대한 정신적 힘을 숨기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찾을 수 있다면 너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책의 내용은 하나같이 가슴을 파고들었다.한 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석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서 온 문자였다.문자 내용은 이랬다.[어디에 있어?]석지훈은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동성에 없어요.]석지훈이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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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석지훈의 어머니가 한 말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예전의 나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지금은 내 신분이 불확실해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했다.그런 지금 이미연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녀가 나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해 마음이 초조해졌다.진실이 알고 싶어 석지훈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머리를 기울였을 때, 전화기 너머로 이미연은 조급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한숨을 고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그 여자는 고현성의 전처야. 그런 몸으로 어떻게 내 아들이랑 어울릴 수 있겠어?”이미연이 말하려는 게, 내가 고현성의 전처라는 사실이었나?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미연의 우아한 목소리를 들었다.“지훈아,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나는 네 엄마야. 적어도 며느리에 대한 요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니? 네가 그 여자와 잤을 때 그 여자가 피를 흘리기라도 했니? 그 여자는 그렇게 순수하지 않아. 그런데도 감히 내 아들을 넘보다니. 너 설마 네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할 건 아니지? 지훈아, 넌 결벽증이 누구보다 심하잖아.”이미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을 찔렀다. 나는 순간 마음속에서 열등감이 한없이 커져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석지훈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석지훈은 줄곧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차가운 그의 얼굴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그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자 따스한 위로가 전해졌다.그 순간 내 마음속의 서운함은 눈 녹듯 사라졌고 방금 생겨난 열등감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석지훈은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전화 너머의 이미연에게 말했다.“어머니,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어머니는 날 친아들처럼 여기는 게 습관이 되셨나 봐요?”‘석지훈의 말은 무슨 뜻일까? 설마 석지훈이 석씨 가문의 핏줄이 아니라는 뜻일까?’전화기 너머에서 이미연이 놀라며 말했다.“너 그걸 알고 있었구나.”석지훈은 이미연의 말을 차갑게 끊었다.“그쪽하고 그 여자가 벌인 게임 따위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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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그 문자를 보니 나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연시혁이 언제 이렇게 망연자실한 적이 있었지?’하지만 이번엔 분명히 연시혁이 잘못한 일이었다.나는 송이연이 아니기에 연시혁을 대신 용서할 수도 없었지만 연시혁은 나의 가족이기에 나는 두 사람이 잘되길 바랐다.내가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연시혁에서 다시 메시가 도착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말한 건 네가 날 좀 도와주길 바라서요.]나는 서둘러 답장을 보냈다.[미안해, 시혁아. 이연 씨의 행방은 나도 몰라. 이연 씨도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지만 이연 씨는 송씨 가문의 대표야. 너를 만나지 않을 방법은 이연 씨에게 얼마든지 있어.]연시혁은 짧게 답장을 보내왔다.[나도 알아.]잠시 고민한 끝에 나는 연시혁에게 물었다.[아이들은?][이연이가 데려갔어.]나는 뭐라고 답장해야 할지 몰라 핸드폰을 내려놓았지만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이때 석지훈이 몸을 돌려 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응? 잠이 안 와?”석지훈의 목소리는 막 잠에서 깬 듯 살짝 거칠었다.“그냥 별로 졸리지 않아요.”나는 대답한 뒤 살짝 몸을 돌려 석지훈의 목을 끌어안았다.그러자 석지훈은 나의 머리를 다독이며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나를 달랬다.“좀 더 자. 내일은 우리 동성으로 돌아가야 해.”나는 조금 실망하며 말했다.“며칠 더 있다가 가는 거 아니었어?”내 말을 들은 석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들었어?”석지훈이 묻는 건 아침에 그와 비서가 나눴던 대화를 내가 들었냐는 것이었다.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조금 들었어요.”석지훈은 손바닥으로 나의 귀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남은 시간이 몇 달도 안 될 거야. 내가 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라 곁에 있어야 해.”유일한 아들이라는 단어가 석지훈의 입에서 나오자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석씨 가문의 이번 대에는 자식이 오빠 혼자인 거예요?”윤승민의 말로는 석지훈에게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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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전부 석씨 가문 묘지에 있어.”“전부 돌아가셨어요?”“응.”“어떻게 돌아가셨는데요?”“자살했어.”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석지훈은 이미 곁에 없었다. 손을 뻗어 창문을 열어 보니 윤승민이 정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지훈 오빠는 어디 갔어요?”내가 찡그리며 묻자 윤승민은 웃으며 대답했다.“대표님께서는 이른 아침에 석씨 가문의 사립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아가씨를 동성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어요.”나는 마지못해 알겠다고 대답했다.윤승민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물었다.“아가씨, 기분이 안 좋으세요?”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사실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석지훈이 곁에 없으니 마음이 허전했다.윤승민은 나를 아파트로 데려다주었고 나는 집에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와서 약을 바꿔주었다.다리의 상처는 내가 직접 확인해서 사실 심각해 보이진 않았지만 문제는 등 쪽의 상처였다.등에 큰 압력을 받아 자주 통증이 찾아왔다.의사가 떠난 뒤 나는 휠체어에 앉아 스스로 한약을 끌여 마시고 나서 석지훈에게 문자를 보냈다.[언제 집에 와요?]석지훈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이번 달 말쯤.]이제 겨우 월초였다.석지훈은 혹시라도 내가 복잡하게 생각할까 봐 걱정되었는지 곧바로 메시지 하나를 더 보내왔다.[며칠 뒤 비아드에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해.]비아드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한민영이 떠올랐다.한씨 가문은 석지훈과 특별한 관계였다. 한민영이 석지훈을 화나게 했음에도 석지훈은 한민영을 용서한 적이 있었다. 석지훈 같은 남자는 좀처럼 다른 이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비록 석지훈이 한민영에게 한 차례 교훈을 주었지만 한민영이 나를 해친 일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기에 나는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나는 더 이상 석지훈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 뒤로 한 달 동안 석지훈은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내가 몇 번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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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어제 막 동성에 돌아왔어요.”담현아의 말에 나는 예의상 물었다.“나한테 볼일이라도 있어?”“언니가 롤스로이스 최신 모델을 가지고 있다면서요?”담현아의 목적은 아주 명확했다.“회사에 세워뒀으니까 네가 와서 가져가.”나는 이런 것에 대해 별로 인색하지 않았다. 어차피 친구로서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타이밍이 딱 좋게도 내가 퇴근하려던 참에 담현아가 도착했다.차 키를 들고 아래로 내려가니 담현아가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언니, 내가 선물을 갖고 왔어요.”담현아는 이렇게 말하더니 나에게 천 가방 하나를 건넸다.가방을 열어보니 안에는 치즈 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담현아는 웃으며 설명했다.“베스니의 특산품이에요. 언니한테만 주는 거니까 싫어하지 마요. 내가 너무 가난해서 비싼 걸 살 수 없었어요.”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담씨 가문의 딸인데 어떻게 가난할 수 있어? 근데 너 아직 운전면허도 못 땄지?”담현아는 아직 만 18세도 되지 않았으니 내가 괜히 물은 것이었다.“몰래 몰고 다니려고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담현아의 대담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안심하고 차 키를 건넸다. 그녀는 차 키를 건네받고서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 모습을 보니 담현아가 이전의 냉랭함과는 달리 요즘 유난히 친절한 것 같았다.혹시 차를 빌려달라고 부탁한 것이 미안해서 이러는 걸까?담현아가 차 키를 가지고 떠나자 마침 비서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대표님, 저녁에 갑작스럽게 파티가 잡혔습니다.]나는 메시지로 물었다.[무슨 파티요?][담현우의 생일 파티입니다.]연씨 가문은 최근 담씨 가문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었다. 더구나 반경우가 소개해 준 친구였기에 이번 파티는 반드시 참가해야 했다. 역시 담현아가 오늘 동성으로 돌아온 것도 이유가 있었다.나는 비서에게 물었다.[장소는 어디죠?][크루즈 위입니다.]비서는 나를 데리러 내려왔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정교한 메이크업을 받고 비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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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고정재는 나를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난간에 기대어 있는 남자의 눈에는 짙은 소유욕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이름을 불렀다.“고현성.”크루즈 난간에 서 있던 남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듯 웃었다.나는 불안한 마음에 시선을 돌려 비서를 데리고 떠나려 했지만 눈앞에 두 명의 경호원이 나타나 길을 막았다.그중 한 명이 냉랭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 고 대표님께서 파티에 초대하셨습니다.”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거절한다면요?”경호원은 차갑게 말했다.“연 대표님께서는 거절하지 않으실 겁니다.”그 모습을 보니 나를 강제로 크루즈에 태울 것 같았지만 나는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고현성이나 고정재와 어떤 접점도 있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더 이상 그들과 엮여 스캔들이 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가 그들에게 가벼운 경고를 날렸다.“저쪽에 우리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아서 물러나세요.”그러나 경호원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비서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상황을 지켜보다 결국 고개를 돌려 고현성에게 말했다.“날 보내줘.”나와 고현성 사이에는 꽤 거리가 있었기에 그는 나의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그런데도 고현성은 손짓으로 경호원들에게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나는 비서와 함께 바닷가를 떠나 차에 오르려는 순간 크루즈에서 피아노곡 [바람이 머무는 거리]가 들려왔다.나는 멈춰 서서 비서에게 물었다.“고정재가 연주하는 건가요?”고현성이 있는 자리라면 고정재가 없을 가능성이 컸다.그 형제는 같은 자리에 함께 있는 법은 없었지만 담현우가 분명 고정재를 초대했다고 했다.비서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고정재 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나는 고정재의 연주를 수없이 들어왔다. 그의 연주 스타일은 다른 사람과 확실히 달랐다. 그러나 지금 들려오는 이 곡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기술이며 감정 모두 고정재의 연주와 똑같았기에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고정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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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담현아는 왜 바다에 빠진 거야?”나는 서둘러 담현우를 찾으러 갔다. 담현우는 마침 구조대와 대화하며 함께 바다로 나가겠다고 했다.담혀우는 나를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현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담현우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서인지 두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급히 담현우를 제지하며 말했다.“그럴 일 없을 거예요.”비록 나와 고현성 그리고 고정재는 관계를 이미 정리했지만 사랑을 떠나 두 사람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들이었다.두 사람은 나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지금의 나를 석지훈의 곁으로 이끌어준 존재들이었다.그래서 나는 두 사람을 걱정하며 마음속으로 두려워했다.나는 담현우에게 말했다.“나도 바다로 나갈게요.”담현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했다.“하지만 수아 씨는.”“현우 씨, 나도 두 사람과 현아가 걱정돼요.”결국 담현우는 요트를 준비해 나와 윤다은을 데리고 바다로 나갔다.출발 전 우연히 뒤를 돌아봤는데 바닷가에서 자리를 떠나려는 원태웅이 보였다.나는 마음속으로 의아했다.‘원태웅이 왜 여기 있는 거야?’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담현우에게 물었다.“현우 씨 원태웅도 초대했어요?”“아니요. 왜요? 원태웅 씨가 왔어요?”이 순간 바닷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다들 크루즈에서 내린 사람들이었다. 나도 처음부터 원태웅을 보지 못했기에 우연히 그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원태웅도 분명 나를 봤을 텐데 왜 나에게 와서 인사를 하지 않은 걸까?‘원태웅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거지?’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냥 물어봤어요.”밤바다는 평온하지 않았다.다행히 담현우는 배를 다룬 경험이 풍부했고 구조대와 함께 주변 섬들을 수색했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나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이미.’담현우는 나와 윤다은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것을 보고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집 현아는 아주 강인한 아이예요.”담현우의 말투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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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석씨 가문은 자선 사업을 하는 가문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냉혹하고 무자비하죠. 석씨 가문과 협력하는 누구도 그들의 규칙을 깨뜨릴 수 없어요. GPS 글로벌 위치 추적 시스템을 다시 활성화하는 건 정말 꿈 같은 일이에요. 그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기도 하고요.”담현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무력하게 말했다.“내가 원태웅에게 전화하면 분명 거절당할 거예요. 하지만 수아 씨가 전화한다면.”담현우는 내가 석지훈과 얽혔던 소문만 알고 있었다.아니 소문이라기보다는 석지훈이 성당에서 나를 안고 떠나거나 경찰서에서 나를 데려갔던 일들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담현우는 아직 내가 석지훈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만약 알았다면 진작에 부탁했을지도 모른다.나는 핸드폰을 꺼내 원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태웅은 전화를 받자마자 나를 윤아라고 부르며 웃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로 날 찾았어?”바닷바람이 갑자기 매서워졌다.우리 셋은 요트 안으로 몸을 피했고 나는 급히 원태웅에게 물었다.“담현아의 GPS를 활성화해 줄 수 있어요?”원태웅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말을 끊었다.“미안해.”나는 간절히 부탁했다.“오빠.”원태웅은 난감한 목소리로 설명했다.“윤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만 GPS 글로벌 위치 추적 시스템은 형이 전적으로 관리하는 거라 나에게는 권한이 없어. 직접 형에게 전화해야 해.”나는 알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원태웅은 차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형에게 부탁해서 너의 전남편과 옛 연인을 구하려고? 윤아야, 너라면 이 상황을 참을 수 있겠어?”나는 핸드폰을 꽉 쥐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원태웅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고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담현우를 쳐다보았다.담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생명이 달린 문제예요. 수아 씨, 결정을 내려야 해요.”석지훈이 구해야 할 사람이 고씨 가문의 형제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 나는 결국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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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나는 여전히 원태웅이 왜 여기에 있었는지 알 수 없었고 더군다나 고현성과 그들이 어떻게 바다에 빠졌는지도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마치 누군가 고의로 그 형제를 노린 것 같았다.십여 분 뒤 우리는 GPS가 가리키는 섬에 도착했다. 우리는 요트를 해변에 정박한 뒤 차가운 바닷물을 밟으며 상륙해 섬을 한 바퀴 돌며 수색한 끝에 마침내 그들 셋을 발견했다.담현아는 아무 걱정도 없는 표정으로 해변에 누워 있었고 고현성과 고정재는 해변에 앉아 서로 아무 말 없이 마주 보고 있었다.나는 그들 쪽으로 다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셋 모두 옷이 젖어 있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그리고 담현아는 고정재의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담현아는 우리를 보자 재빨리 재킷을 벗어 던지고서는 담현우에게 달려가 안겼다.담현우는 담현아를 꼭 안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추워?”담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많이 추워.”담현우는 슈트 재킷을 담현아에게 벗어주려 했지만 아까 윤다은에게 벗어줬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어쩔 수 없이 셔츠를 벗어 담현아에게 감싸 준 뒤 품에 꼭 껴안았다.윤다은도 빠르게 달려가 고정재를 껴안았다. 고정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윤다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난 괜찮아.”“오빠, 정말 걱정했잖아.”윤다은은 방금까지도 혼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고정재의 품에서 조용히 느끼며 안정을 찾는 듯했다.나는 윤다은이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몇십 년 동안 고정재를 사랑해 왔기 때문이다.고정재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은아, 나 괜찮아.”이 모습을 지켜보던 고현성은 비웃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윤다은, 네가 고정재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무시할 줄은 말랐네. 네 눈에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 거니?”고현성의 말에 고정재는 윤다은을 살짝 밀어내며 담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담현아는 여전히 담현우의 품에 안겨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윤다은은 고정재가 밀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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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내 마음속에 원태웅이 왜 파티에 나타났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담현우에게 원태웅을 초대했는지 아니면 원태웅이 직접 온 것인지 물었다. 원태웅은 나를 보고도 인사조차 없이 조용히 바닷가를 떠났다. 이런 은밀한 행동은 원태웅의 평소 태도와 너무 달랐다.심지어 내가 원태웅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단호하게 자신에게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는 석씨 가문에서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GPS 글로벌 위치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정도의 권한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나의 부탁을 거절했다.심지어 나에게 직접 석지훈에게 전화하라고 했다.전화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원태웅은 나의 마음을 찌르는 질문까지 던졌다.그 순간 나는 고현성과 고정재가 이곳에 있게 된 것이 바로 원태웅의 계획이었고 원태웅이 석지훈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모든 정황을 봤을 때 나는 석지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태웅과 고현성 형제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도 없었기에 원태웅이 그들에게 이런 짓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석지훈 역시 고현성 형제와 원한이 없었다.만약 석지훈과 원태웅이 나를 위해 복수해주려는 것이었다면 나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고현성과 고정재를 바다에 빠뜨리는 건 너무 과했다.만약 두 사람이 수영을 못 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나는 생각할수록 혼란스러웠다. 고정재는 멀리 있는 윤다은을 한 번 바라보더니 나를 불렀다.“꼬마 아가씨.”나는 대답했다.“네.”고정재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약간 주저하며 말했다.“내가 해외 순회공연을 할 때 담현아를 만난 적이 있어.”고정재의 표정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솔직히 말했다.“알고 있어요. 현아가 정재 씨를 만났다고 말했거든요. 그리고 정재 씨를 잘생겼다며 칭찬하기도 했어요.”고정재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물었다.“담현아는 담씨 가문의 막내딸이야?”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담현우가 현아의 오빠예요.”“꼬마 아가씨, 담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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