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속으로 기쁨을 숨기며 말했다.“네.”그는 낮고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한테 현재의 삶을 포기하게 하면 넌 분명히 그럴 수 없을 거야. 윤아야, 언젠가 너의 인생이 환하게 빛날 날이 올 거야. 내가 반드시 너를 평생 지켜줄게.”사실 석지훈은 내가 그의 곁에서 세상일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줄 능력이 있었지만, 석지훈은 나를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그에게는 그의 사명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석씨 가문을 지키는 것이었다. 나에게도 나의 사명이 있었다. 이를테면, 연씨 가문을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었다.우리는 각자 직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나는 손을 뻗어 석지훈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고마워요. 오빠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안정감을 줘요. 지훈 오빠, 앞으로도 날 배신하지 말아요.”석지훈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응.”“만약 오빠가 날 배신하면 난 평생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빗소리가 점점 잦아들 무렵 석지훈은 차가운 말투로 내게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만약 네가 날 배신하면?”나는 멈칫하며 대답했다.“그럼 오빠도 평생 날 용서하지 마요.”“연수아, 지금 네가 한 말 기억할게.”석지훈이 나를 연수아라고 부른 것은 내 말을 약속으로 여기겠다는 뜻이었다.석지훈은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이었다.“네. 나도 기억할게요.”그날 저녁은 석지훈이 매우 담백한 음식들로 준비해 줬다. 식사를 끝낸 뒤 우리는 침대에 누워 함께 책을 봤다.석지훈은 「고독」을 읽고 있었는데 서문에 이런 말이 있었다.「고독은 거대한 정신적 힘을 숨기고 있다. 만약 네가 그것을 찾을 수 있다면 너는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책의 내용은 하나같이 가슴을 파고들었다.한 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석지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가 핸드폰을 확인하니 저장되지 않은 번호에서 온 문자였다.문자 내용은 이랬다.[어디에 있어?]석지훈은 간단하게 답장을 보냈다.[동성에 없어요.]석지훈이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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