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은이 나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내왔는데 고정재가 음악을 반주하는 영상이었다.그리고 그가 반주하는 그 여자를 나는 공교롭게도 알고 있다.담현아.영상 속 담현아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유쾌한 목소리로 ‘바람이 분다'를 부르고 있었는데 오리지날 버전이 아닌 15개 언어로 리메이크했다.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페르시아어 등등, 그중 프랑스어와 폴란드어가 특별히 절묘했는데 고정재의 피아노 소리와 아울러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듣기 좋았다. 그녀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였다.나는 이 노래를 세 번 반복해서 듣고서야 담현아에게 보냈는데 그녀는 덤덤하게 내게 답장을 보냈다.[음악을 전공하는 내 절친이 아파서 노래 목이 쉬었어요. 제가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을 듣고 기어이 저더러 대신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서요. 전 이 노래를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시험해 보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아주 좋네요.]이 문자를 다 읽자마자 또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다.[고정재 아저씨도 만났는데 영상보다 실물이 더 멋있더라고요.]‘쓸데없는 소리, 고정재의 얼굴은 의심할 필요도 없어.’고현성처럼 말이다.[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어.]담현아가 곧 답장을 보내왔다.[모르는 사이에요.][즐거운 시간 보내.]담현아는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윤다은이 왜 이 영상을 보내왔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물음표를 보냈다.[왜 내게 이걸 보내줬어?][수아 언니, 이 여자아이를 한 번 만났어요. 지난번에 유럽에서 스키를 타다가 만났는데 아직 성인이 아니라고 들었어요.]나는 답답한 마음에 또 문자를 보냈다.[그래서?]‘윤다은이 설마 고정재가 담현아를 좋아한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이렇게 터무니없진 않을 거로 생각했다. 고정재는 담현아보다 열네 살이나 많으니 말이다.게다가 담현아는 그들을 모른다고 했다.[노래하는 모습이 참 놀랍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왜 갑자기 이걸 보여줘? 다은 씨, 나한테 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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