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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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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나는 병원에 잠깐 있다가 원태웅과 같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밖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태웅은 수트를 벗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재빨리 자신의 차를 찾으러 달려갔다.집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3시였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석지훈은 하루 종일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다.심지어 문자 한 통조차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 같았다. 예전에 그와 사귀지 않았을 때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유달리 걱정되었다.그가 다치지 않기를 바랐다.나는 샤워하고 나서 얇은 잠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서 연예계 메인 뉴스를 둘러보았는데 요새 이슈 거리가 없었다. 소파에 누워서 바깥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벨소리에 깨어났다.나는 얼떨결에 전화를 귀에 대고 소리쳤다.“오빠!”“그래. 문 열어.”그의 목소리는 유난히 잠겨 있었다.나는 놀라서 물었다.“어디세요?”“말 듣고 문 열어줘.”그는 두 번이나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였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오피스텔의 문을 열었으나 문 앞에서 석지훈을 보지 못했다. 문밖으로 나가서 보니 로비 끝에 뒷모습이 매우 외로워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고개를 창밖으로 돌리고 눈을 내리깔고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그의 온몸이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는 그의 팔을 비집고 머리를 내밀어 보니 건물 밖에 어떤 귀부인이 빗속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검푸른 치파오를 입었고 꽃무늬 접이식 우산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머리를 들고 우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그녀의 시선이 정확히 어디에 두는지 모르지만 석지훈 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석지훈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나는 석지훈의 허리를 꽉 끌어안자 석지훈이 비로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았다. 보기 드물게 그의 이마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고 멍한 모습으로 나를 불렀다.“아가야...”나는 남자의 의기소침한 정서를 느낀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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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침대에 누웠고 석지훈은 욕실로 들어갔다.그의 샤워 시간이 너무 길어서 나올 때 나는 거의 잠이 들 뻔했다. 그가 내 허리를 껴안자 나는 비로소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나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그의 단단한 가슴에 묻었다.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제 어디에 갔어요?”그는 차가운 말투로 대답하였다.“상주시.”지금 이런 차가운 말투로 말하다니. 나는 입을 벌리고 그의 상처를 깨물었다.석지훈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를 맞고 샤워하였다. 그는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가 그를 깨무는 행위를 저지하지 않았고 아프다고 끙끙거리지도 않았다. 정말 참을성이 많은 남자였다.흥미를 잃은 나는 입을 떼고 그의 몸에 난 상처를 보았다. 그가 욕실에서 상처를 치료한 것 같았다. 나는 손가락으로 살살 그의 상처를 만지면서 가슴이 아팠다.“안 아파요?”그는 정말 아프지 않은 듯 말하였다.“안 아파.”“거짓말. 다쳤는데 어떻게 안 아파요?”석지훈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단호하게 말했다.“아프지 않아. 예전에 이보다 더 심하게 다친 적이 있었어.”석지훈은 처음으로 ‘예전’이란 단어를 말하였다...나는 석지훈의 ‘예전’ 모습이 궁금했다. 나는 머리로 그의 날카로운 턱을 비벼대고 환심을 사려고 그의 쇄골에 뽀뽀하였다.“오빠의 예전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요?”석지훈은 워낙 말수가 적고 자신의 과거를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예전처럼 나의 질문을 무시할 줄 알았는데 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순탄하지 않았어. 이후에 시간이 있으면 얘기해 줄게.”지금 시간이 있잖아!나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 그는 나에게 그의 과거사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눈치 있게 더 이상 묻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어젯밤에 왜 그렇게 열정적이었어요? 오빠답지 않게...”석지훈은 매우 피곤한 듯 눈을 지그시 감고 더 이상 내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나는 섭섭해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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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귀부인의 나이를 보면 나의 연적은 절대 아니었다.나는 병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석지훈도 줄곧 연락이 없어서 갑자기 짜증이 났다.오피스텔로 돌아왔을 때 이미 저녁이 되었다. 운성시는 여전히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석지훈은 긴 창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위치에서 내가 단지 안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인기척을 듣자 그는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나는 냉담하게 그를 힐끗 쳐다본 다음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잠깐 누워있었는데 그는 문을 열었다.그의 머리는 거의 문틀에 닿았다. 나는 눈을 내리깔고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담담하게 물었다.“나한테 화났어?”그는 내가 화가 난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가식적으로 말했다.“아니에요.”“넌 지금 화가 났어.”그의 목소리는 아주 단호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어젯밤에 건물 밖에 있는 여자는 누구예요?”석지훈은 내 말을 듣고 한순간 묵묵히 있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이 차갑게 보여서 답을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대답하였다.“내 어머니이셔.”그는 냉혹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사실 그 전에 나는 석씨 가문의 여자일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왜냐하면 치파오를 입은 모습이 너무 닮았기 때문이다. 정말 사실일 줄은 몰랐다.“어제 상주시에 갔다면서요?”나는 물었다.그러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날 의심하는 거야?”석지훈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그는 잠자코 있다가 냉랭하게 해석했다.“어젯밤에 운성시에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갈라진 후 계속 내 뒤를 밟을 줄은 몰랐어.”석지훈은 중간에 말을 잠시 멈췄는데 그사이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다.그럼 x약은 도대체 누가 먹여준 거지?그를 노리는 자는 도대체 누구냐고?!나는 궁금해 죽을 것 같았다. 석지훈이 내 궁금증을 풀어 주기를 기대했다.하지만 그는 해명하고 싶을 생각은 없었다.내가 먼저 입을 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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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나는 석지훈에게서 귀여움과 안전감을 얻을 수 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인제야 원래 감정에 대해 참을성이 있었던 내가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마음속으로 사랑했던 남자가 반응해 주기를 절박하게 갈망한다는 것을 알았다.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남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내가 석지훈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예전에 내가 고현성을 따라다니는 것과 뭐가 다른가?나는 예전에 고현성과 결혼해서 그 사람을 가졌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다.지금 나는 석지훈을 가졌지만 그는 예전처럼 냉담하게 대해주었다.석지훈은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로 차갑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집요하게 석지훈에게 사귀자고 요구하지 말아야 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나는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 결국은 나의 모든 자존심을 걸고 그가 날 사랑하는지를 묻고 싶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갑자기 차분해졌고 기쁘거나 억울한 감정이 없었다. 내가 자업자득한 것이 아닌가?나는 가식적으로 웃으면서 화제를 돌렸다.“오늘 출근 안 했어요?”내가 조용히 묻는 것을 보자 석지훈은 눈빛이 번쩍거렸다.“이따가 본가로 돌아갈 거야.”그가 말한 본가는 운성시와 동성시 사이에 있는 대저택일 것이다.나는 알았다고 건성건성 대답하였는데 그는 같이 가자고 하였다.지금 나는 어떻게 그를 마주 봐야 할지 몰랐고 이 숨이 막히는 공간을 빨리 떠나고 싶었다.그래서 나는 머리를 흔들면서 거절하였다.“저는 이따가 일이 있어서 회사로 가야 해요.”석지훈은 묵묵히 있다가 한참 후에야 방에서 나갔다.나는 일어나서 창문 밖으로 바라보니 윤 비서는 이미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수트 차림을 한 석지훈이 나타났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윤 비서를 향해 걸어갔다. 차에 타기 전에 그는 살짝 곁눈질로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나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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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강 비서, 우연이라고 생각해요?”이에 강 비서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대표님의 말씀은?”“우연일 리가 없어요.”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세상에 그렇게 많은 우연은 없다.모두 누군가의 음모로 발생한 것이다.두 시간 뒤 집사는 수술실에서 나왔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계속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사는 식물인간으로 될 확률이 매우 높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였다.내 가슴에 웅장한 큰 산이 짓누르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강 비서를 따라서 떠났다. 병원 입구에서 내 차 옆에 어떤 고급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그것도 내가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고급차였다.나와 고현성이 결혼한 후 3년 동안 그가 자주 이 마이바흐를 운전했기에 자동차 번호를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나는 눈을 감다가 다시 떠서 강 비서에게 말했다.“먼저 돌아가세요.”강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는 우산을 나에게 건넸다. 그가 떠난 후 나는 힘겨운 발걸음으로 그 마이바흐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걸어가자 차창이 스르르 내리면서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갑자기 제자리에 서서 다가가지 않았다.고현성은 고개를 까닥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나 안 보고 싶었어?”나는 우산을 들고 쏟아지는 폭우를 사이에 두고 묵묵히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비꼬는 듯이 웃으면서 물었다.“수아야, 석지훈이랑 같이 있으니까 행복해?”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솔직하게 말했다.“행복하지 않아요.”이에 그는 눈썹을 추켜세워서 물었다.“왜?”“날 사랑하지 않아서 괴로워요.”고현성은 이해한 듯이 물었다.“그럼 석지훈은 누구를 사랑할 것 같아?”석지훈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지금 눈앞의 고현성은 정상적인 인격인 것 같았다.낯익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지난 3년이 떠올랐다. 우리 두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사랑의 족쇄를 벗었다. 나는 석지훈을 선택하고 그를 포기한 것이다.그러나 당시 내가 또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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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내가 처음부터 줄곧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의 확고한 사랑이었다. 남편과 함께 조용히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는 그런 삶을 원했는데 이런 어려움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겪고 비통함에 쓰러질 것 같았다.심지어 고정재와 고현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고현성과 석지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나는 항상 선택하고 그 확고할 것 같던 사랑을 쪼개고 또 쪼개지만 내 마음속으론 이러고 싶지 않았다.고정재는 내 어린 시절의 꿈일 뿐이었고, 이 꿈은 이미 9년 전에 깼다.그리고 고현성은 결국 나와 엇갈릴 운명이었고 이제 나에겐 석지훈만 남았다.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나는 그가 무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나는 그를 선택했고 참기만 하던 자신을 버리고 대담하게 고백했다. 그는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심지어 나를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했다.나는 그를 꽉 붙잡았다.3년 전 내가 고현성을 꽉 붙잡은 것처럼 말이다.나는 행복을 원했고 그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런 효과가 없더라도 말이다.고현성의 따져 묻는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석지훈은 나를 매우 예뻐해요. 매사에 나를 만족시키고, 나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요. 석지훈의 곁에서 나는 결코 남에게 괴롭힘을 당할 염려가 없어요.”비록 그 안에 사랑의 응원은 없지만 말이다.비가 점점 더 심하게 내리자 고현성은 담담하게 나에게 물었다.“그럼 석지훈은 너를 사랑해? 수아야, 나보다 너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네가 원하는 것은 사랑일 뿐이잖아. 내가 너에게 줄 수 있어.”몇 년 동안 함께하면서 고현성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현성 씨, 우리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존재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많은 것을 겪고 나서... 그중 대부분은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나는 현성 씨와 엇갈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현성 씨가 일찍이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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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윤다은이 나에게 동영상을 하나 보내왔는데 고정재가 음악을 반주하는 영상이었다.그리고 그가 반주하는 그 여자를 나는 공교롭게도 알고 있다.담현아.영상 속 담현아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유쾌한 목소리로 ‘바람이 분다'를 부르고 있었는데 오리지날 버전이 아닌 15개 언어로 리메이크했다.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페르시아어 등등, 그중 프랑스어와 폴란드어가 특별히 절묘했는데 고정재의 피아노 소리와 아울러 온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듣기 좋았다. 그녀는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였다.나는 이 노래를 세 번 반복해서 듣고서야 담현아에게 보냈는데 그녀는 덤덤하게 내게 답장을 보냈다.[음악을 전공하는 내 절친이 아파서 노래 목이 쉬었어요. 제가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을 듣고 기어이 저더러 대신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해서요. 전 이 노래를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시험해 보았는데 의외로 반응이 아주 좋네요.]이 문자를 다 읽자마자 또 그녀의 문자가 도착했다.[고정재 아저씨도 만났는데 영상보다 실물이 더 멋있더라고요.]‘쓸데없는 소리, 고정재의 얼굴은 의심할 필요도 없어.’고현성처럼 말이다.[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어.]담현아가 곧 답장을 보내왔다.[모르는 사이에요.][즐거운 시간 보내.]담현아는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윤다은이 왜 이 영상을 보내왔는지 알 수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 물음표를 보냈다.[왜 내게 이걸 보내줬어?][수아 언니, 이 여자아이를 한 번 만났어요. 지난번에 유럽에서 스키를 타다가 만났는데 아직 성인이 아니라고 들었어요.]나는 답답한 마음에 또 문자를 보냈다.[그래서?]‘윤다은이 설마 고정재가 담현아를 좋아한다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이렇게 터무니없진 않을 거로 생각했다. 고정재는 담현아보다 열네 살이나 많으니 말이다.게다가 담현아는 그들을 모른다고 했다.[노래하는 모습이 참 놀랍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왜 갑자기 이걸 보여줘? 다은 씨, 나한테 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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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나는 원태웅이 말한 ‘무심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다. 마음에 짜증이 밀려온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다가가 누워 잠을 청했다.나와 석지훈은 어젯밤에 이 침대에서 오랫동안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는 아직도 그의 숨결이 남아 있는듯해 나는 침대에 엎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다가 새벽 4시에 밖에서 나는 천둥소리에 잠에서 깼다.더는 잠을 잘 수 없었던 나는 눈을 뜨고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새벽 7시에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끓이고 약을 먹은 후에 병원에 갔다.나는 먼저 집사님을 뵈러 갔는데 그는 아직 혼수상태였고, 어제 그가 한 말이 생각나서 마음이 계속 답답했다.얼마 안 지나 나는 송이연을 찾아갔다. 컨디션은 많이 좋아졌지만 연시혁이 있어서 계속 말이 없었다.연시혁은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며 송이연의 곁을 지켰고, 송이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화를 내도 뻔뻔하게 떠나지 않았다.그러고 나서 나는 ICU에 있는 아이를 다시 보러 갔다.송이연이 방금 했던 말이 떠올랐다.“아이가 밤 9시 9분에 태어났기 때문에 송승구라고 이름을 붙였어요.”아이가 그녀의 성을 따르는 것에 관해 연시혁은 아무 이견이 없었다.그는 이견이 있을 리 없었다. 송이연이 목숨을 걸고 구한 아이인데 연시혁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말이다.하지만 이견이 없다는 건 연시혁의 마음속에는 실망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송이연은 끝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나는 병원에 있다가 얼마 안 돼 회사로 갔다. 나를 본 비서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연 대표님, 막 연락하려고 했어요.”그가 말했다.“무슨 일이세요?”“오혜원 쪽에서 이미 확정했으니 다시는 국내에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유씨 가문 쪽에서 줄곧 대표님을 만나자고 했어요.”“유근수 어르신?”비서가 대답했다.“네, 계속 만나고 싶어 하셨어요.”유근수는 몇 번이나 만나자고 했지만 나는 비서에게 번마다 거절하라고 했고, 이번에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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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집사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내 손바닥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이번에는 나는 곧 ‘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영진.“나보고 영진으로 가라고요?”나이든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에 또 글씨를 썼고,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서야 ‘소’라는 글자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나는 이 ‘소'자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집사에게 물었지만 그는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상실감을 안고 병원을 떠났는데 병원 입구에 서서 밖의 음침한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했다.그렇게 넋을 잃고 있을 무렵 온화한 목소리가 내 생각을 방해했다.“연수아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석나은이라고 해요.”목소리를 들은 나는 의아하게 고개를 들었다. 내 앞에는 어느새 치마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은 온화하고 얌전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어 전형적인 대갓집 아가씨였다.그녀는 바로 비 오는 그날 밤, 석지훈이 나를 데리고 집 마당으로 들어갈 때 길에서 만난 여자로, 손목에는 여전히 청록색 옥 팔찌를 차고 유난히 우아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였다.그녀의 성이 석씨니 틀림없이 석씨 집안 사람이 일 것이고 아마 석지훈의 누나나 여동생일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여기서 만나다니 참 우연이네요.”“그래요, 우연이네요. 며칠 전 석지훈이 집에 돌아왔을 때 연수아 씨도 따라올 줄 알았는데 혼자더군요.”며칠 전에 석지훈이 나에게 물은 적은 있지만 나는 그와 함께 석씨 가문에 가지 않기로 했다.그때 나는 기분은 매우 나빴을 때라 아무렇게나 둘러댔었다.“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예요.”눈앞의 석나은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연수아 씨는 편한 사람이니 앞으로 우리가 자매처럼 지냈으면 좋겠어요.”아직은 신원을 알 수 없었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나은 씨는 석지훈의 여동생인가요? 아니면 누나세요?”나의 질문을 들은 석나은은 난감한 기색을 짓더니 다시 온화한 목소리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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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녀가 말했다.“석지훈의 말이 석씨 가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죠.”석나은은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항상 온화하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연수아 씨, 저는 당신과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에요. 수아 씨를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억지 부릴 거면 전 수아 씨랑 함께할 수 없어요.”석나은의 말은 참 웃겼는데 마치 그녀가 나에게 베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 당당하게 말했다.“나는 석나은 씨처럼 이렇게 진부하지 않아요. 석지훈과 결혼하지 않을망정 다른 여자와 나누지 않을 거예요.”석나은은 눈을 감은 채 감정을 억제하다 한참 만에야 조용히 말했다.“잘 가요. 연수아 씨.”석나은은 나한테 화가 나서 도망갔다. 이 여자는 평소 고귀한 태도를 유지한 채 오랫동안 다른 사람과 싸우지 않다가 나 같은 사람을 만나니 어쩔 수 없이 우아한 자태로 바람처럼 멋지게 떠났다.나는 그 자리에 서서 깊은숨을 내쉬며 화를 내지 않으려고 자신을 설득했다. 회사로 가는 길에 나는 원태웅에게 문자를 보냈다.[석지훈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원태웅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장했다.[알아. 둘째 형이랑 상관없어. 다 석씨 가문에서 정해준 거니까 신경 쓰지 마.]원태웅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명색이 석지훈의 약혼녀인데 내 마음이 어찌 평온하기만 하겠는가!게다가 그는 며칠 동안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는데 자신에게 여자가 있다는 것을 잊은 듯했다.나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휴대폰을 끄고 회사에 갔다. 회사에서 한참 동안 서류를 뒤적거렸지만 결국 한 글자도 읽지 못했다. 마음속은 억울함으로 가득 찼지만 현실을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그에게 약혼녀가 있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고 지금은 주로 나에 대한 그의 무관심이 나를 무섭게 하고 절망에 빠지게 했다.퇴근 무렵 집사가 쓴 글자를 비서에게 말하자 비서가 의아하게 물었다.“이 ‘소’자가 영진에 있는 소씨 집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에요?”“이 마을에 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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