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211 - 챕터 220

463 챕터

제211화

나는 그에게 반박하며 물었다.“이런 사소한 일은 왜 오빠 아버지를 찾아가지 않고 나를 귀찮게 해? 내가 석지훈을 찾아간 건 비서가 바쁘기 때문이야. 동성에서 내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석지훈을 안 찾아가면 누굴 찾아가겠어?”반경우가 다시 나의 발을 반박하려고 할 때 전화가 통했다.석지훈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오빠, 나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석지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나 좀 데리러 와주면 안 돼요?”석지훈이 나의 전화를 바로 끊자 반경우는 그 모습을 보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봐. 네가 뻔뻔하게 부탁하는 거 아니야.”나는 짜증스럽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자신 있게 장담했다.“석지훈은 올 거야. 오지 않을 거라면 방금 나한테 알려줬을 거고.”반경우는 믿지 않았고 담현우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기다려보자. 만약 석지훈이 오지 않으면 내가 비서한테 전화할게.”그러고서는 힘없이 경찰 옆에서 간식을 먹으며 숙제하고 있는 담현아를 바라보더니 말했다.“이 매를 피할 순 없을 것 같아.”담현아는 겉보기에는 어린 여자아이 같아 나도 전에는 담현아의 귀여움에 속아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담현아는 순직한 척하며 상대를 잡아먹는 타입이었다.반경우는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너와 석지훈은 친한 사이야?”나는 부정하며 대답했다.“아니. 그냥 아는 사이지.”반경우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너도 석지훈에게서 도망치지 못한 거네.”나는 눈살을 찡그리며 물었다.“왜 그렇게 과장되게 말하는 거야?”“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너 내 말은 안 듣잖아.”묘한 분위기가 흐르며 어느새 자정이 되었다. 반경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아야, 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고마워 오빠.”나는 반경우가 나를 이해해 주려는 마음이 고마웠다.다들 석지훈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그때 석지훈은 갑자기 경찰서 문 앞에 나타났다. 석지훈의 뒤로 많은 사람이 뒤따르고 있었다.담현우는 석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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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원태웅은 석지훈을 상대할 때는 뻔뻔하게 그의 냉정한 거절도 두려워하지 말고 적당히 먼저 다가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하지만 이 방법은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었다.오직 나만이 석지훈의 관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때 나는 의아해하며 원태웅에게 물었다.“왜 하필 나예요?”원태웅은 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내가 설명까지 해줘야 해? 네가 석지훈을 알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석지훈이 너에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잊은 거야?”나는 원태웅의 뜻을 이해했지만 석지훈이 나의 옆에 앉아 있으면 나도 마음속으로 여전히 두려웠다.석지훈이라는 사람을 나도 항상 긴장하며 상대했다. 석지훈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동시에 석지훈이 무서웠다. 이렇게 그의 차가운 꾸짖음에 나는 결국 그의 손을 놓고 얌전히 앉았다.차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담현우에게 담현아의 카톡을 달라고 해 추가했다.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담현아에게 흥미가 있었다.담현아는 정말 대단했다. 모든 일에 능숙했고 침착하면서도 노련했다.어린 소녀에게 침착하고 노련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겉으로는 순진한 척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성격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나는 그런 높은 지능과 담현아와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좋았다.마치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담현아는 나의 추가 요청을 수락하자 메시지를 보내왔다.[수아 언니?]담현아는 거리낌 없이 나를 언니라고 불렀다.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어. 나 연수아야.][왜 추가했어요?”[너 언제 성인 돼?][내년 9월이요.]담현아의 대답은 굉장히 간결했다.나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했다.[그럼 이제 막 17살이구나. 경찰 시험 보려면 아직 1년 남았네.]담현아는 전에 경찰이 되고 싶다며 말한 적이 있었다.담현아에게서 답장이 왔다.[상관없어요. 지금 박사 과정 밟고 있어요. 시간 날 때 반도체 칩 같은 것도 연구하고 있고요.]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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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담씨 가문에서는 담현아를 아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었다.적어도 세상 사람들에게 담현아의 존재는 노출되지 않았다.나도 최근에서야 담현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나는 마음속으로 감탄했지만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이런 소녀는 태어날 때부터 신의 은총을 받고 태어난 것이다. 게다가 담씨 가문 같은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니 담현아의 성장과 발전에 매우 유리했을 테다.나는 담현아에게 장미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며 메시지를 남겼다.[난 정말 너를 존경해. 완전히 감탄했어. 아, 그리고 내 스포츠카는 당분간 너에게 맡길게. 질릴 때가 되면 돌려줘. 네가 원하는 대로 경찰이 된다면 최신형 슈퍼카 한 대 선물로 줄게.]담현아는 단 한 글자만 보냈다.[네.]‘아휴, 정말 짧네.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다니.’차는 거의 내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찰나 반경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우리 자기 집에 도착했어?”‘자기라니.’나는 반경우의 장난기 많은 성격을 알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문제는 지금 내 옆에 석지훈이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나는 석지훈이 오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더욱이 석지훈이 나와 다른 남자 사이의 이런 친밀한 대화를 듣고 나에게서 더 멀어질까 봐 두려웠다. 원태웅의 말에 의하면 석지훈은 자신에게 충실하고 스캔들이 없는 여자를 원한다고 했다.하지만 나는 온갖 스캔들을 갖고 있는 여자였다.나와 얽힌 남자만 해도 셋 넷은 된다.나는 문득 한때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었던 연수아의 남자들이라는 글이 떠올랐다.남자들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쿡 찔렀다.나는 화를 내며 반경우에게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마.”“왜? 내가 널 자기라고 부르면 안 돼? 우리 서로 사랑했을 때는 거절하지 않았잖아. 지금은 석지훈이 생겼다고 나를 멀리하는 거야? 이거 완전 배은망덕하네.”반경우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목소리로 내게 따졌다. 이때 차가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차가 멈추자마자 석지훈은 문을 열고 내렸다.마치 더 이상 나의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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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석지훈은 마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다. 그는 나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지만 냉담하게 물었다.“어제 내가 한 말 잊었어?”나는 대답했다.“기억해요.”이 순간 석지훈은 너무 차가웠다. 아마도 석지훈은 나를 구하려고 경찰서에 온 걸 후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석지훈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오빠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리고 나도 내가 오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요.”내가 말을 더 하려던 찰나 석지훈은 차갑게 내 말을 끊으며 아주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내가 물을게. 만약 고현성이 아직 살아 있다고 해도 네가 지금 나에게 하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석지훈은 고현성이 살아 있다는 가정을 했지만 이런 가정을 누가 생각할까?나는 어떻게 석지훈의 질문에 대답해야 할지 몰랐지만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했을 거예요.”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석지훈이었고 고현성은 이미 나의 과거였다.내 대답을 들은 석지훈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아주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나는 석지훈이 미소를 짓는 것을 처음 봤다.그 미소가 너무 아름다워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내가 멍하니 석지훈의 손바닥을 쓰다듬고 있을 때 석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너는 여전히 옛 감정 때문에 방황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명확해. 미안하지만 나는 너의 뜻에 따를 수 없어.”“오빠, 그럼 왜 나에게 그렇게.”석지훈은 마치 감정이 없는 기계처럼 내 말을 끊고 무심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에게 친절하게 대했는지 묻는 건 너무 유치한 질문이야. 수아야,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논하기 전에 먼저 네가 뭘 원하는지 분명히 해. 고현성인지 아니면 난지.”석지훈은 계속 고현성을 언급하며 이상한 가정을 했다.나는 석지훈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고현성 얘기는 그만해요. 나도 딱 하나만 물을게요. 오빠는 날 좋아하긴 해요?”“어제 대답했잖아.”석지훈은 내가 쥐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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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그러나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다.그건 바로 석지훈이 나에게 정말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석지훈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고현성이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석지훈은 내가 그에게 어떤 환상을 품고 있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석지훈은 내가 고현성이 살아 있다는 걸 알면 결국 고현성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어떻게 고현성을 대해야 할까?나는 고현성과의 모든 문제를 깨끗이 해결해야만 석지훈과의 관계에 작은 가능성이라도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렇다. 석지훈과 고현성 사이에서 나는 석지훈을 선택했다.나는 챙김을 받는 걸 좋아했고 사랑받고 보호받는 것이 좋았다.이 모든 것을 오직 석지훈만이 내게 줄 수 있다.고현성과 나는 결국 과거의 인연으로 남을 운명이었다.나는 그때 고현성과의 문제만 잘 해결하면 용기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 인생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마침 내가 몸을 돌려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금운시의 번호였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어디야?”나는 깜짝 놀랐다.“현성 씨.”“그래, 나야.”고현성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나 아직 살아 있어. 건강히 네 옆으로 돌아왔어. 지금 운전해서 운성에 도착했는데 지금 어디야?”나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기쁨과 당혹감이 교차했지만 고현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그러나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다.도망칠 수 없다면 차라리 담담히 맞이하기로 했다.나는 주소를 알려줬고 고현성은 가볍게 말했다.“지난 4개월 동안 난 계속 의식이 없었어. 미안해, 네 옆에 돌아오지 못해서. 널 힘들게 했어.”나는 고개를 저으며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에요.”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건 오히려 고현성이었을 것이다.고현성이 차 사고를 당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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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나는 고현성과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고현성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말했다.“일단 차에 타. 널 데리고 갈 곳이 있어.”고현성은 꽤 고집스러웠다.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조수석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타자마자 고현성은 차의 문을 잠갔다. 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동안 계속 금운에 있었어요? 언제 깨어난 거예요?”고현성은 간단하게 대답했다.“얼마 되지 않았어.”“그럼 몸은 괜찮아요?”“괜찮아.”내가 차에 타고 나서부터 고현성은 무척 차가워 보였다. 나와 대화할 마음이 없는 듯한 그의 모습에 나도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고현성은 차를 몰아 해변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나는 계속 어떻게 지금 나의 마음을 고현성에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고현성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해변에 도착하자 고현성은 차를 멈췄다. 고현성은 안전벨트를 풀더니 내게 음료수 한 병을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 바로 마셨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나는 이런 느낌은 익숙했기에 별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고현성은 차 문을 열고 내려 모래사장 위에 서 있었다. 그의 등은 쓸쓸해 보였다. 나도 그를 따라 내리려고 했는데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고승철이었다.고승철이 왜 갑자기 나에게 전화했을까?나는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고승철은 다급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지금 어디 있니?”나는 의아해서 물었다.“무슨 일이세요?”“현성이 지금 네 옆에 있니?”나는 처음에는 있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요즘 고승철이 나를 대했던 태도가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아니요.”고승철은 멈칫하더니 놀란 듯 말했다.“현성이가.”고승철은 차분히 설명했다.“현성이 죽지 않았어. 3개월 동안 의식이 없었다가 깨어난 지는 한 달도 안 됐다.”‘깨어난 지 한 달이라고? 고현성은 방금 며칠 안 됐다고 했는데?’고승철은 잠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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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아직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기도 전에 고현성이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나는 서둘러 핸드폰을 가방에 숨기며 불안하게 말했다.“나 집에 가고 싶어요.”고현성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집에 가서 뭐 하려고?”“현성 씨, 뭔가 현성 씨가 좀 달라 보여요.”“응? 난 여전히 나야.”고현성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석지훈에게 건 전화가 연결됐을까?’만약 연결됐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전화를 끊고 싶었다.내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려 했지만 고현성은 강제로 나를 차 밖으로 끌어냈다.고현성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아니면 우리 지금 한 번 해볼까?”나는 두려움에 입술을 떨며 물었다.“무슨 뜻이에요?”나는 갑자기 고현성이 건네준 음료수가 떠올라 경악하며 물었다.“혹시 약을 탄 거예요?”“맞아.”고현성은 강한 힘으로 나를 차 밖으로 끌어냈고 나는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나는 다급하게 고현성을 노려보며 말했다.“이거 놔요.”“허. 네가 자초한 거 아니야? 내 형을 유혹하고 반경우를 유혹하더니 이제는 석지훈이야? 연수아, 넌 내가 너한테 잘못했다고 말하겠지만 실제로는 네가 나한테 잘못한 거 아이야? 난 단지 네가 살아있길 바랐을 뿐이야. 근데 넌 나를 원망하면서도 한 번도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고현성은 내 옷을 재빨리 벗겨냈고 나는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체가 되었다. 나는 순간 공포에 휩싸여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제발 놔줘요.”만약 고현성이 오늘 밤 이런 짓을 저지른다면 나는 석지훈과 다시는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걸 알기에 두려움이 밀려왔다.“고현성 씨, 제발 나한테 이렇게 잔인하게 하지 마요. 당신의 이런 행동을 원망하지 않을게요. 차라리 나를 바다에 던져줘요. 날 건드리지 말고, 고현성.”고현성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몸은 아주 솔직한데? 이 약은 효과가 강해서 남자와 관계를 맺지 않으면 네 몸이 견디지 못해 자궁에 손상을 줄 거야.”고현성은 악마처럼 웃었다.“이건 너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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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석지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깊고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감정 없는 킬러처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 듯했다. 나는 마음속의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말했다.“날 이렇게 냉정하게 대하지 마요. 지훈 오빠, 난 정말 오빠를 많이 사랑해요. 제발 날 거절하지 말아줘요. 네?”나는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헛소리를 늘어놓았다.눈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석지훈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오랫동안 응시했다. 그러다 문득 냉랭하게 명령했다.“주변 모든 차량과 CCTV를 치우고 두 시간 뒤에 나를 데리러 와.”“네, 대표님.”그 목소리는 아마도 윤승민이었다.그들이 떠난 뒤에야 석지훈은 몸을 굽혀 바닥에 있는 나를 안아 올렸다.석지훈의 입술은 차갑기만 했다. 내가 아무리 키스하고 깨물어도 석지훈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저 막지 않았을 뿐 내게 아무런 응답도 해주지 않았다. 석지훈은 나를 품에 안고 아주 단호하게 바닷가로 걸어갔다.나의 마음은 너무나 불안했다. 나는 석지훈의 얼굴을 감싸안고 그의 입술을 계속해서 빨아들였다. 입술 사이로 느껴지는 석지훈의 숨결은 청량했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마치 거대한 산처럼 내가 기댈 수 있는 존재 같았다.그러나 석지훈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나는 석지훈의 날카로운 턱선을 따라 키스를 이어갔고 나의 립스틱은 석지훈의 뺨에 잔뜩 묻었다. 나는 석지훈의 뺨을 따라 그의 귓불까지 깨물었다. 그러다 선을 더 넘으려는 순간 몸이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렸다.나는 물을 몇 번이나 들이마시며 거의 질식할 뻔했다. 그러던 중 차가운 느낌이 내 입술에 닿았고 곧이어 그의 숨결이 내 입술 사이로 전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숨결을 탐했다.석지훈은 갑자기 나를 놓아주더니 나의 머리를 바닷물 속에서 꺼내줬다. 그러자 석지훈의 단정했던 정장이 이미 물에 젖어 흐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밤의 어둠 속에서 석지훈의 야성적인 매력이 더욱 돋보였다.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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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처음 석지훈을 만났을 때도 나는 그의 방에서 깨어났다. 그때도 발코니에 나가자 석지훈은 아래에서 여유롭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석지훈은 마치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남자처럼 너무나도 잘생겼다. 거의 모든 부분이 정교하고 완벽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독특한 기품을 나는 다른 남자들에게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고독하면서도 오만한 분위기가 마치 세상에 석지훈 혼자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머지는 그저 보잘것없는 먼지에 불과한 듯했다.나는 난간을 잡고 그를 불렀다.“오빠.”석지훈은 눈을 들어 강렬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어젯밤 내가 그에게 한 말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나는 석지훈에게 나를 책임질 필요 없다고 말했다.나는 이 일로 석지훈을 협박해 나와 함께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석지훈에게 기대고 싶었다.나는 부드럽게 그를 다시 불렀다.“오빠.”석지훈은 깊고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왜?”“어젯밤.”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멈췄다.석지훈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고 어젯밤의 일에 대해 어떤 의견도 말하지 않았다.갑자기 나는 어젯밤 우리가 겪었던 일이 아무 의미도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먼저 다가갔고 모든 일은 내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나는 여기까지 생각하고서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어젯밤 일로 오빠를 강요하거나 부담 주지 않을게요. 그리고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요.”석지훈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오빠. 곧 떠날게요.”내 말을 듣고 석지훈의 눈빛은 완전히 어두워졌다.나는 방으로 달아와 내 가방이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가방은 아마도 어젯밤 고현성이 떠나기 전에 차에서 던져 놓은 것 같았다.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니 석지훈과의 통화 기록이 약 3시간이나 이어져 있었다.즉 석지훈은 전화를 끊지 않았던 것이다.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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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고승철은 고현성이 나를 해치고 복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대체 왜 그런 말을 한 걸까?고승철은 무슨 내막을 알고 있는 걸까?고승철은 지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말했다.“수아야.’나는 인내심을 갖고 물었다.“현성 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고승철이 대답했다.“현성이가 한 달 전에 막 깨어났을 때 예상치 못하게도 유서정이 우리가 없는 틈을 타 심리 상담사를 불러 최면을 걸었다. 현성이가 너를 증오하도록 말이야. 하지만 현성이는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어. 현성이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다 보니 두 가지 성격이 생긴 거야. 하나는 너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너를 미치도록 증오하는 성격이지. 현성이는 네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현성이의 마음속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너뿐이었단다.”이 말을 듣자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 깊은숨을 내쉬고 물었다.“치료될 수 있나요?”“현성이는 지금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어젯밤 고현성이 갑자기 멈춘 것은 그의 다른 성격이 깨어났기 때문일 것이다.지금 고현성은 분명히 자신이 나를 상처 입혔다고 생각하며 자책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무슨 잘못이 있을까? 이 모든 건 다 유서정의 계략 때문이었다.나는 마음속으로 반드시 유씨 가문을 파멸시키겠다고 다짐했다.나는 옷장을 열어 등이 완전히 드러나는 성숙한 느낌의 드레스를 골라 입었다.하지만 거울을 보니 등에 멍이 들어 있었다.결국 보수적인 디자인의 옷으로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내가 떠나려는 순간 문 앞에 윤승민이 기다리고 있었다.윤승민의 옆에는 안경을 쓴 흰 가운 차림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저 사람은 누구죠?”윤승민이 말했다.“최면 전문가입니다.”나는 놀라서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죠?”“대표님께서 어젯밤의 일은 없었던 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연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단지 어젯밤 바닷가에서 두 분이 함께 있었던 기억만 지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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