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밤바람이 약간 서늘했고, 넓고 텅 빈 평수는 더욱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때, 석지훈의 약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찍 쉬어.” 창밖은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가득했다. 나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유리창을 어루만지며, 평온한 눈빛으로 아래의 복잡한 차도와 인파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집스레 말했다. “석지훈 씨, 나 정말 당신 보고 싶어요.” 그는 침묵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다시 말했다. “내가 보고 싶다고 했잖아요.” 석지훈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다. “알겠어. 태웅이를 보내서 널 데리러 갈게.” 결국 그는 내게 타협했다. 전화를 끊고 잠시 후, 원태웅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기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연윤아, 둘째 형이 널 데려오래!” 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석씨 가문으로 가는 거예요?” 원태웅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불안한 마음이 밀려와 다시 물었다. “아니, 아까 지훈 오빠가 석씨 가문을 떠날 거라면서요?” 원태웅은 태연히 말했다. “좀 틀리긴 했지만 상관없어. 형이 우리를 만나 주겠다고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아, 아니지.‘우리’가 아니라 너야. 난 그저 너를 석씨 가문 앞까지 데려다주는 역할이야!” 뭔가 더 말하려던 찰나, 원태웅은 바로 데리러 가겠다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마치 내가 마음을 바꿀까 봐 서둘러 끊는 것 같았다. 나는 한숨을 쉬며, 흰 티셔츠와 청 멜빵바지를 입고, 편안한 운동화를 신었다. 밤에 마신 과도한 술 때문인지 속이 여전히 불편했고, 몸에 희미한 술 냄새도 남아 있었다. 은은한 향수를 조금 뿌리고, 머리를 간단히 묶었으나 화장은 하지 않았다. 석지훈 앞에서는 늘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입술이 지나치게 창백해 보여,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는 아래로 내려가 원태웅을 기다렸다. 지금 이 시간이 애매했다. 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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