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없는 슬픔에 빠져 있었고, 석지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나에게 고현성을 잊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요.” 나는 고현성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게 준 것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그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였다.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꽃밭에 엎드린 채 흐느꼈고, 석지훈은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내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놀랍게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윤아야, 잠시 눈을 붙여.” 그날 밤, 나는 울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오늘이 몇 날인지조차 알 수 없었고 몸은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나는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고현성의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나 있었다. 그 사흘 동안 나는 침대에 쓰러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고정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대신 윤다은의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받자, 그녀는 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새언니...” 나는 눈가가 붉게 물들며 물었다. “다은 씨, 현성 씨는 어디 있어?” 마음 깊은 곳에서조차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새언니, 이틀 전에 오빠 장례를 치렀어요.”‘장례를... 치렀다고?’고현성은 정말로 내 세상에서 떠나버린 것이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마음속 깊은 슬픔은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침대 곁에 놓인 피 묻은 옷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전날 입었던 옷으로, 온통 고현성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 옷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통곡하며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 옷을 꼭 껴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넓은 저택은 텅 비어 있었고, 석지훈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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