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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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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하나는 송이연이 안타깝고 하나는 고현성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다.나는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연시혁에게 말했다.“그 여자 송이연이야. MIT 석사생에 송씨 가문의 CEO라고. 원래는 빛나는 삶을 살았어야 할 사람이었고 인생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야 할 사람이었어! 그런데 너 때문에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네 곁에 있었고 심지어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신장까지 기증했어! 걔가 왜 그래야 하는데? 넌 그냥 걔가 널 사랑하는 걸 이용하는 거잖아.”내 말에 연시혁은 당황해서 송이연을 쫓아가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떠난 후였다.나는 슬픔에 잠겨 꼼짝도 못 하고 그 자리에 앉아 중얼거렸다.“나도 알아. 내가 널 비난하면 안 된다는 거. 혜원이 일 때문에... 그때 우리 부모님이 혜원의 신장을 나한테 이식했지만 나인들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부모님이 나한테 숨겼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신장 이식받은 걸 난 지금까지 몰랐어. 혜원이 신장을 쓰고 있다는 게 나도 너무 괴로워. 차라리 그때 날 살리지 말지...”차라리 그때 살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연시혁도 거의 무너질 듯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넋이 나간 채 병원을 나섰다. 바깥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나는 조용한 곳을 찾아 한참을 울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오혜원의 신장을 쓰고 있다는 것도 송이연이 신장을 기증했다는 것도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모두 괴로웠다.세상에 왜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걸까?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가졌는데도 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 생기는 걸까?“꼬마 아가씨, 왜 자꾸 울어?”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눈을 들어보니 눈동자에 광활한 별빛을 담고 있는 고정재였다. 나는 주눅이 들어 일어서며 말했다.“어떻게 또 날 찾으셨어요?”그는 항상 정확하게 나를 찾아냈다.고정재는 내 거절에도 낙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보다 더 용감해졌다. 최근 보름 동안 내 집 앞에서 기다리기까지 했는데 이는 예전의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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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운성의 하늘은 우중충했고 마치 지금 내 엉망진창인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고정재는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질문을 던진 후, 내 손을 잡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천천히 생각해.”그는 내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했지만 내게 시간을 주었다.나는 그의 손에서 내 손을 빼내려 했지만 차가운 온기가 느껴지자 결국 그의 손안에 그대로 머물렀다.고정재는 내 손을 잡고 근처 음악당으로 갔다. 오늘은 휴관 일이어서 거대한 음악당은 텅 비어 있었고 무대 위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만 놓여 있었다.고정재는 내 손을 꽉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는 내 어깨에 양손을 얹고 나를 피아노 앞에 앉힌 후, 자신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음을 맞춰 보며 내게 물었다.“피아노 칠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쳐 볼게요.”“우리 아직 합주 한 번도 안 해봤지?”고정재의 의도는 분명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잘생긴 옆모습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며 말했다.“최대한 맞춰 볼게요.”그가 첫 음을 연주했고 나는 바로 따라갔다. 고정재는 경쾌한 곡을 연주했는데 처음에는 잘 맞을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연주해 보니 호흡이 꽤 잘 맞았다. 한 곡을 틀리는 음절 하나 없이 연주했다.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곡이었다. 내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두 번째 곡을 연주하려 할 때, 고정재가 갑자기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아직도 현성을 사랑해?”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대답했다.“아마도 사랑하겠죠.”그와 많은 일을 겪었기에 짧은 시간 안에 쉽게 잊을 수는 없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다시 그에게 돌아가진 않을 거예요. 계속 그를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한 달 전,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지 않기 직전, 나는 그의 약한 모습에 마음이 약해질 뻔했고 거의 용서할 뻔했다.“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해.”고정재는 이 말을 하고 다음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우리는 여러 곡을 함께 연주했다.그와의 합주는 정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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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누구든 괜찮은데 걔만은 안 돼!”난 고승철의 말을 되풀이하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 몇 마디에 속상해할 리가 없잖아요!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다 정재 씨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정재 씨, 우리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요. 현성 씨까지 포함해서.”고정재는 남들 시선은 신경 안 쓴다는 듯 말했다.“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내 인생은 내가 살아. 난 네 생각이 중요해.”“정재 씨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 끌려요.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수아야, 지금 그 말 너무 마음 아프다.”고정재는 웃으며 내 말을 막고 말했다.“이제 들어가. 시간 날 때 또 올게.”창문 너머로 내려다보니 그는 아직도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왠지 슬퍼 보였다.내 말이 그를 상처 준 걸까?“미안해요.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어요.”‘누구든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지만 나만은 자격이 없어요. 정재 씨, 당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요.’나는 창가에 앉아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이미 정오였다.일어나서 대충 컵라면 하나를 먹고 나니 원태웅에게서 문자가 왔다.[둘째 형 어디 놀러 가셨는지 알아?]원태웅의 문자를 보고 나서야 석지훈과 한 달 동안 연락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그는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나는 원태웅에게 답장을 보냈다.[몰라요.]원태웅이 답장했다.[형이 한 달째 회사에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받으셔. 뭐, 예전에도 자주 그러셨으니까.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다치지 말기를 기도해야지 뭐.]나: [무섭게 왜 그래요.]원태웅: [둘째 형은 원래 그런 사람 아니야?]원래 석지훈이 뭘 하든 나랑 상관없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둘째 오빠, 많이 바쁘세요?]석지훈은 답장하지 않았다.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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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나는 지난번처럼 단호하게 뛰어내린 후에는 고현성이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또 찾아왔다.대체 어떻게 내 주소를 알아낸 거지?나는 화가 나서 문을 닫으려 했지만 고현성은 손으로 문을 막고 나를 끌어안았다.너무 당연하다는 듯이.그는 발로 문을 닫고 나를 안아 침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며 물었다.“뭘 하려는 거예요?”고현성은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옆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결국 널 보낼 수 없었어.”그가 말했다.나는 비웃듯이 물었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예요?”나는 정말 그에게 화낼 힘도 없었다.“수아야, 내 곁으로 돌아와 줄래?”나: “...”“수아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큰 잘못을 저질렀어... 난 이렇게 하면... 나는 그냥 네가...”고현성은 횡설수설했다. 그가 슬퍼하는 것이 보였다. 그를 보니 나도 마음이 아파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았다.“수아야, 말 좀 해 봐.”이렇게 비참한 모습의 고현성은 처음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러지 말아요. 나까지 당신을 무시하게 만들지 말아요. 떠나려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요.”그날 빗속에서 내가 그렇게 매달렸지만...그런데 그는?내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잔인한 말을 했었다.“난 그냥...”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내 생각해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그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난 당신 생각해서...”나: “...”그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는 무력감에 빠져 말했다.“나 정재 씨랑 만나기로 했어요.”고현성은 놀라서 물었다.“뭐라고?”나는 매정하게 말했다.“나 정재 씨 여자가 되기로 했어요. 그러니 이제 와서 당신 때문에 다시 그를 배신할 순 없어요! 사실 9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정재 씨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당신과 결혼했던 거예요. 이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뿐이에요.”고현성은 갑자기 내 목을 졸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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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바로 그때, 조민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어가서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방금 현성에게 전화가 왔었어.”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많이 힘들어하고 무력해 보였어. 마치 예전의 나처럼... 난 너에게 새언니 사이의 일을 말한 적이 없는데 사실 우리도 생각처럼 순탄치만은 않았어. 수아야, 남자는 쉽게 아픔을 드러내지 않아. 하지만 일단 표현하기 시작하면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 거야.”나는 눈을 감고 물었다.“오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수아야.”나는 침묵했다. 조민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성은 널 사랑해. 방식이 좀 잘못됐을 수는 있지만 널 목숨처럼 여겨.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모든 걸 버리고 유서정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겠어...”나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하지만 그게 그 당시 그가 너에게 줄 수 있었던 전부였어! 대체 그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네가 죽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라면 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연수아, 그가 대체 무슨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야? 그는 처음부터 그저 네가 살기를,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어!!”조민수는 정말 화가 난 듯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조민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잃고 나서 후회하지 마.”그리고 이어서 말했다.“내가 예전에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이러는 게 그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생각해 봐.”조민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벨트를 풀었다.다행히 고현성이 벨트를 너무 세게 묶지는 않았다.자유를 되찾은 나는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오혜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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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무슨 비밀인데?”오혜원의 비밀은 늘 뭔가 불안했다.나는 그녀를 빤히 보며 말했다.“선물이라면 좋은 일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가느다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네 마음의 죄책감을 조금 덜어줄 수 있을 뿐이야. 네 몸속에 있는 신장은 사실 다른 사람 거야. 그리고 내 신장은... 미성년자라 적출해도 쓸 수 없었어.”나는 충격에 휩싸여 물었다.“다른 사람이면... 누구 말이야?”오혜원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고 아무리 물어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전히 연 씨 가문이 그녀에게 빚을 진 것은 맞지만 내 몸속의 신장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죄책감이 많이 줄어들었다.오혜원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내 신장은 너희 연 씨 가문에 줬어. 다만 너희 가문에서 쓸 수 없었던 거지. 그러니까 여전히 너희 잘못이야.”한숨을 쉬며 그녀가 말했다.“처음 운성에 돌아왔을 때는 널 원망하고 싶지 않았고 네 마음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 연 씨 가문이 예전에 나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나타나서 너희에게 상처를 준 건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나는 멍한 상태로 병원을 나섰다. 입구에서 나는 강해온에게 전화해 그 당시 신장 제공자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서준의 사망 사건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진씨 가문 회장님이 직접 손을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나는 충격을 받았다.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는데!“이유가 뭔지 알아요?”“아직 자세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희연 씨께서 이미 진실을 알고 계시는데 그분이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네요.”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말했다.“이따가 내가 연락해볼게요.”병원을 나서는데 강해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대표님, 유 회장님이 계속 만나자고 하는데 아직 답변을 못 드렸습니다.”“내일 만나자고...”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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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그들은 고현성을 데려갔다. 뒤이어 도착한 유서정도 함께였지만, 나만은 제외되었다. 고 회장님은 내가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간청해도 그는 나를 거절했다. 나는 희망 가득한 눈으로 고정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하듯 말했다. “괜찮을 거야.” 나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 간절히 부탁했다.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꼬마 아가씨, 우리 아버지께도 사정이 있으셔.” 고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나와 멍하니 서 있는 임지혜만 남았다. 나는 미친 듯이 쫓아갔지만 비행기는 이미 이륙한 뒤였다. 나는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운성에 있는 것조차 두려웠다. 끝없는 불안감에 나는 차를 몰아 동성으로 향했다. 동성에 도착하자마자 고정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꼬마 아가씨,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너무 슬퍼하지 마.” 나는 그를 막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세요...” “현성이가...” 나는 소리쳤다. “제발 말하지 말아 주세요!” “꼬마 아가씨, 모레가 현성이 장례식이야.”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찼다. 믿기지 않았다. “그럴 리 없어요. 현성 씨는 오늘 낮에도 저에게 용서해 달라고 했어요.” 고정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꼬마 아가씨...” 나는 그의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쓰라렸다. 고통이 가득 찬 상태로 차에서 내려 길가에서 구토를 시작했다. 토하고 또 토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죽었을 때 고현성의 심정이 어땠을지 깨달았다. 그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너무나 슬퍼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었다. 눈물이 계속 흘렀고 나는 눈물이 다 말라붙을 때까지 울었다. 잠시 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차를 몰아 석씨 집안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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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나는 끝없는 슬픔에 빠져 있었고, 석지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나에게 고현성을 잊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요.” 나는 고현성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게 준 것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그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였다.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꽃밭에 엎드린 채 흐느꼈고, 석지훈은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내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놀랍게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윤아야, 잠시 눈을 붙여.” 그날 밤, 나는 울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오늘이 몇 날인지조차 알 수 없었고 몸은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나는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고현성의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나 있었다. 그 사흘 동안 나는 침대에 쓰러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고정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대신 윤다은의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받자, 그녀는 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새언니...” 나는 눈가가 붉게 물들며 물었다. “다은 씨, 현성 씨는 어디 있어?” 마음 깊은 곳에서조차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새언니, 이틀 전에 오빠 장례를 치렀어요.”‘장례를... 치렀다고?’고현성은 정말로 내 세상에서 떠나버린 것이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마음속 깊은 슬픔은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침대 곁에 놓인 피 묻은 옷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전날 입었던 옷으로, 온통 고현성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 옷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통곡하며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 옷을 꼭 껴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넓은 저택은 텅 비어 있었고, 석지훈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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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그는 검은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묘비 아래 잠든 남자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그가, 지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간절히 바랐다. 그가 고현성이기를. 그가 다시 살아 돌아왔기를. 하지만 나는 너무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고정재라는 것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가 나를 부드럽게 불렀다. “꼬마 아가씨.”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이제 원망할 사람조차 없어졌어요.” 물론, 사랑할 사람도 없어졌다. 고정재가 말했다. “현성이가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 나는 숨을 억누르며 물었다. “생전에 깨어난 적이 있었나요?” 고정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성이는 네가 행복하길 바랐어.”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나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나는 느꼈다. 이생에서 다시는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고정재는 비 사이로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내일 나는 운성을 떠나 F국으로 갈 거야.” 고현성이 떠남으로써, 우리 셋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결국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그도 나에게 용감히 다가올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는 단순히 세속적인 문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이미 변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우리 사이에 늘 존재했던 고현성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이별을 고했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다은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정이란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지.” 고정재는 그렇게 떠났다. 끝도 없는 빗속에서 이제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나는 축축이 젖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이 도시가 지겨워졌다. 아니, 조금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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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임지혜는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녀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고, 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나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도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고현성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망가뜨리겠다’ 라는 말을 남긴 뒤,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며 말했다. “현성 씨가 왜 당신 대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했던 건데?” 이 질문은 나 또한 고민했던 적이 있다. 나는 얼굴에 떨어지는 빗물을 닦아내며 산 위쪽을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마음이 있었다면, 단 한 조각이라도 있었다면 현성 씨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임지혜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너무도 악랄하며, 너무도 형편없는 사람이었다. 순간 모든 것이 지치게 느껴졌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임지혜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대기 중이던 비서를 향해 말했다. “이따가 직접 경찰서로 데려가요. 그리고 서준 씨를 치었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변호사를 통해 형량을 높이도록 해요.” 비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나는 깊은 피로감을 느끼며 그를 불렀다. “강 비서.” “네, 대표님.” 여름의 비는 전혀 차갑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은 이미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듯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연씨 집안이 운성시에서 뿌리내린 지 얼마나 됐죠?” 비서는 익숙한 듯 대답했다. “대표님의 조부께서 1953년에 사업을 시작하셨고, 1973년에 정식으로 운성에서 시 그룹을 설립하셨습니다. 올해로 연씨 집안은 4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 비서, 본사를 동성으로 옮겨요.” 그는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둘 다 수년간의 노력과 수많은 자원을 쌓아온 도시를 떠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배려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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