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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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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고정재 씨는 단지 어린 시절의 특별하고 소중했던 한 조각의 아름다운 추억이었습니다. 아무리 놓기 아쉬워도 결국엔 놓아야 했습니다. 저는 고현성 씨를 선택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에는 제 뜻과 정반대로 가는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저는 고현성 씨와 석 달 전에 이혼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없었습니다. 고정재 씨와의 일은 결국 지나간 과거일 뿐입니다. 그의 앞날이 빛나길 진심으로 빕니다. 바람이 머무는 거리. 결국 그것은 저 혼자만의 집착일 뿐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각자 행복하길 바랍니다. 글쓴이: 연수아. ————글을 작성할 때 나의 마음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마치 과거와 드디어 작별을 고한 것처럼 묵직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을 작성한 후 사진을 한 장 찍어 홍보팀 직원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물었다. “연 대표님, 정말 이걸 공개하실 건가요?” 그 종이에 적힌 내용은 대단한 비밀도 아니었다. 그저 내 마음속 깊은 곳을 꺼내어 스스로를 돌아본 고백일 뿐이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비서는 연씨 가문의 공식 계정에 내가 쓴 글을 업로드했고 짧은 문구를 덧붙였다. [앞으로의 삶은 각자 행복하길 바라요.] 나는 곧바로 트위터를 열어 상황을 주시했다. 글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 수는 순식간에 만 개를 넘겼다. 어떤 사람은 석씨 가문의 공식 계정을 태그 하며 이렇게 썼다. [아, 너무 아까워요. 결국은 잘못된 사랑이었네요. 9년간의 집착이 이렇게 사라지다니. 괜찮아요! 앞으로는 석 선생님이 연 아가씨를 아끼고 사랑해 줄 테니까요!] 연씨 가문이 올린 게시물 이후로 여론은 빠르게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과거를 추억하며 한숨을 내쉬었고 나를 비난하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었다. 하지만 석씨 가문의 공식 계정을 태그 하는 댓글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날 사람들 눈에 비친 석지훈은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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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휴대폰에서는 통화연결음만 들려왔고 결국 석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실망스럽게 전화를 끊고 석씨 가문 공식 계정이 리트윗한 글을 바라봤다. 그 글은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원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는 내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끊어버렸다! 이건 분명히 날 도발하려는 거다! 원태웅은 정말 얄미운 인간이다. 나는 분노로 가득 차서 휴대폰을 꽉 쥐었고 숨이 막힐 정도로 화가 났다. 잠시 후, 원태웅이 내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난 그저 너를 응원해 주려는 거야. 사람들이 너를 아껴준다고 느끼게 말이야. 아무튼 난 트윗을 절대 삭제하지 않을 거야!” 원태웅은 내가 왜 전화를 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으로 휴대폰을 손에 쥐고 회사를 나왔다. 건물 아래에 섰을 때 동성시로 달려가 원태웅을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한숨을 내쉬고 중얼거렸다. “이건 역시 석지훈을 찾아야 해결될 일이야.” 석지훈의 전화는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고 나는 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둘째 오빠, 할 말이 있어요.” 나중에 시간이 나면 답장을 줄 것이라 믿었다. 그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최희연이 내게 카톡을 보냈다. 그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수아야, 괜찮아?] 두 달 전에 석지훈이 나를 데리고 운성시를 떠날 때 최희연은 이미 여러 번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왔었다. 하지만 그때는 내 감정이 너무 엉망이라 휴대폰을 거의 보지 않았다. 쌓여 있던 메시지를 모두 무시하고 운성시로 돌아와 이렇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다. [운성시로 왔으니 걱정 마세요.] 이 메시지를 받은 최희연은 내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고 나에게 바로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일이 터지고 내가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한 뒤에야 그녀가 나에게 물어왔다. 최희연은 내가 지난 몇 년간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어떤 억울함과 슬픔을 견뎌냈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또한 그녀는 내가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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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최희연과 함께 밥을 먹고 잠시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녀는 검은색 가죽 벨트를 골라 내게 선물이라며 건넸다. 벨트를 착용한 후 그녀는 손바닥으로 내 허리를 살짝 잡고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가늘다. 수아야, 너는 피부도 하얗고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이 작은 민소매까지 입으니 남자들을 다 꼬실 수 있을 것 같아.” 최희연이 준 벨트는 꽤 넓고 강렬한 스타일이었다. 바지 위에 착용하니 내 허리가 더 가늘고 작아 보였다. 솔직히 말해 석지훈의 두 손으로 충분히 감쌀 수 있을 정도였다. 석지훈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순간 당황했다. ‘왜 갑자기 그를 떠올리게 된 거지?’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최희연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석지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나는 원태웅이 저지른 일을 그에게 설명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 “고마워요.” 그가 짧게 대답했다. “응, 나 지금 운성시에 있어.” ‘석지훈이 운성시에 있다고? 그가 또 운성시로 온 이유는 뭘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입술을 한번 적시고 물었다. “어디에 있어요?” “방금 공항에 도착했어. 잠시 후에 일정이 있어.” 예전 같으면 석지훈은 자신의 일정을 절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오늘 밤에 동성시로 돌아가요?” 그는 짧게 대답했다. “운성시에 볼 일이 더 있어.” 즉 오늘 밤 동성시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나는 어렵게 입을 열어 물었다. “어디에 머무르세요?” 그는 차갑게 되물었다. “응?” 마치 내가 지나치게 참견하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가 운성시에 왔는데 내가 아무런 환영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 인정머리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어쨌든 그는 내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니까. 나는 고민 끝에 물었다. “아직 묵을 곳이 없으면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돼요. 저는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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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석지훈이 알려준 주소는 공항 입구였다. 도착해 보니 몇 대의 고급 차량이 정차해 있었는데 그곳은 개인 차량이 주차할 수 없는 자리였다. 그곳에 차를 세워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그중 하나는 번호판이 모두 숫자 ‘1’로 이루어진 검은색 벤츠였다. 굳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석지훈의 차임이 틀림없었다. 그가 아마도 그 차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스포츠카를 지하 주차장에 깔끔하게 세우고 차에서 내렸다. 석지훈을 만나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의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익숙하고도 싫증 나는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연수아 씨, 여긴 웬일이에요?” 그 목소리는 참으로 듣기 싫었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가 무엇을 해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누구를 건드려도 되는지, 건드리면 안 되는지조차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지만 분명 그녀에겐 그럴 자격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유씨 가문의 후계자였고 여전히 고현성과 약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등을 돌린 채 무심히 말했다. “유서정 씨랑 무슨 상관이죠?” 나는 그녀를 쳐다볼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조롱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병은 좀 나아졌어요?”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나왔다. 그녀가 집요하게 굴 기세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차 문을 열고 그냥 가버릴 수도 있었지만 석지훈을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한마디 하려고 몸을 돌렸지만 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고현성이었다. 그곳에 그뿐만 아니라 유씨 가문 사람들이 전부 나와 있었다. 유근수만 빼고 말이다. 특히 고현성의 숙모인 고은경까지도 말이다. 아마 그는 이들을 마중 나오기 위해 온 것 같았다. 그가 고은경을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유서정을 위해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자 유서정은 고현성의 팔짱을 의도적으로 끼며 나를 비꼬았다. “연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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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아무거나.” 석지훈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갈아 신고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 일을 시작하려는 듯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사실 나는 요리를 못하는 게 아니었다. 고현성과의 결혼 생활 3년 동안 수많은 요리를 해봤고 웬만한 요리의 레시피는 다 익숙했다. 하지만 4개월 전 상주시에서 깨어난 이후로는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싫어졌다. 심지어 자신에게 요리를 못한다고 세뇌하면서 라면이나 죽만 겨우 만들고 있었다. 그저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탓이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석지훈이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 그가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에 뜬 것은 트위터였다. 혹시 내 일을 처리하려고 하나? 아무래도 그는 바빴던 모양이다. 이제야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선 것이니까. 그가 화면을 아래로 스크롤 하더니 나와 고정재가 찍힌 영상을 발견했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영상 속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그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9년 전, 내가 널 찾으러 여기까지 왔었어.” 영상 속의 나는 건물 아래에 서 있었고 고정재는 2층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화면 속 모습은 마치 우리가 서로를 깊이 바라보며 애틋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석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영상을 끄고 싶었지만 그의 노트북을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 결국 억울한 마음으로 변명했다. “그날 밤 저는 운성시로 돌아온 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차를 몰고 돌아다니다가 그곳에 갔어요. 고정재 씨도 그곳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이 영상을 누가 찍어서 올렸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영상 속에서 또 다른 대사가 흘러나왔다. “저는 정재 씨를 정말 좋아했어요.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플 만큼, 정재 씨 이름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각날 만큼.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어요. 지금 당신을 마주한 이 감정마저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도무지 어디에도 담아 둘 수가 없어요.” 나는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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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면 이 신장을 오혜원에게 돌려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나는 여전히 놓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쉽다. 내 인생이 이제 막 밝아지기 시작했으니까. 경찰은 내 차를 압수하고 가족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어찌 된 일인지 나는 순간적으로 석지훈이 떠올랐다. 나는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중얼거리듯 물었다. “둘째 오빠, 지금 어디예요?” 늘 그렇듯 차가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교통경찰에게 잡혔어요.” 석지훈이 도착했을 때 교통경찰은 어이없어하면서 나를 그에게 넘겼다. “술도 잘 못 마신다면서 계속 헛소리만 늘어놓더군요.” 석지훈은 경찰 손에서 나를 받아안았다. 나는 그의 품에 기대어 몸이 갑자기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석지훈은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아마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용기가 커졌던 걸까, 나는 그의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계속 버텼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욕조 안으로 던져졌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셨다. 나는 욕조 안에서 얼떨떨하게 앉아 있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술에 이상한 약이라도 탄 것 같다. 움직이지 말고 욕조에 앉아 조금만 참아.” 내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의 팔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는 끝까지 나와 거리를 두었다. 석지훈의 앞머리는 살짝 젖어 있었고 셔츠는 물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은 야성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기와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오빠, 도와주세요...” 그러나 석지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나는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거의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 순간 남자는 내 머리를 차가운 물속으로 눌렀다. 나는 물을 몇 번이나 들이켠 채 허우적거리며 물 위로 고개를 내밀어 연신 기침했다. 꼴사나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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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옷도 갈아입었어.” 내가 말했다. 연시혁은 내 모습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복도에 있는 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 여자가 운성시에 왔어.” 연시혁이 말한 ‘그 여자'란 아마도 오혜원을 닮은 그녀를 의미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여자랑 다시 화해할 거야?” 연시혁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잠시 멈칫하더니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 여자랑 같이 있을 때부터 분명히 말했어. 나는 그 여자를 다른 누군가의 대체물일 뿐이라고. 내게 위안 같은 존재였어. 내가 가진 모든 걸 줄 수 있어. 내 목숨까지도. 하지만 사랑만은 줄 수 없어.” 모든 걸 줄 수 있지만 사랑만은 줄 수 없다는 말, 이보다 더 상처를 주는 말이 있을까. 그 여자는 과거의 나와 같았다.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바쳤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끝나버린 사랑. 나는 연시혁에게 물었다. “그 여자는 운성시에 와서 어디에 머물고 있어?” 연시혁은 무심히 대답했다. “몰라. 아마 상주시 사람일 거야.” 나는 놀라 되물었다. “그럼 너를 따라 이곳까지 온 거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여자가 나를 따라오고 싶다고 했어.”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시혁은 오혜원을 걱정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나는 그가 몹시 지쳐 보이는 게 신경 쓰여 물었다. “너 돈은 좀 있어?”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없어.” “그럼...” 내가 말끝을 흐리자 연시혁은 나의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날 걱정하지 마. 마을에 있는 집을 팔 생각이야. 그리고 운성시에서 계속 오혜원 곁에 있을 거야.” 연시혁은 오혜원을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병원에서 오혜원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났다. 회사에 돌아온 후에도 오혜원과 관련된 걱정 때문에 마음이 한시도 편치 않았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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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고현성 씨요.” 비서가 ‘고현성’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나는 마치 삶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제자리였다. 나는 비서에게 물었다. “이 일을 누가 알고 있어요?” 비서가 대답했다. “저랑 연 대표님밖에 없습니다.” “고현성 씨는 언제 혈액검사를 했어요?” “어제 했습니다. 급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결과도 빨리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비서에게 지시했다.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요.” 고현성이 혈액검사를 했다는 건 분명 오혜원이 우리 사이의 일을 그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는 반드시 오혜원에게 신장을 기증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오혜원과 아무 관계도 없다. 오혜원에게 신장을 기증하려는 건 결국 나 때문일 것이다.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서. 맞다. 고현성은 여전히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가 나에게 대를 잇지 못한다고 말했을지라도 말이다! 나는 고현성이 신장을 기증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내 신장을 오혜원에게 돌려주더라도 그가 착한 사람인 척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밤새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비서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도 마음이 여전히 답답했다. 차 안에서 나는 또 한 번 비서에게 이 일을 절대 비밀로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그는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 “그럼 오혜원 씨 쪽은 어떻게 하죠?” 오혜원은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신장이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계속해서 신장 기증자를 찾아봐요.” 비서와 함께 상주시에 도착했을 땐 아직 점심시간 전이었다. 공항에서 조민수와 그의 아내가 우리를 마중 나왔다. 조민수의 곁에 서 있는 마른 체형의 어린 여성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속으로 한탄했다. ‘정말 젊네.' 언니는 어리고 작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했지만 두 사람은 이미 오랜 시간 동안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함께 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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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그냥 기분 전환 좀 하고 돌아다녀 볼게.” 내 말에 조민수의 표정에서 약간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조용히 당부했다. “그래, 조심해. 강해온과 떨어지지 않도록 해.” 나는 비서와 함께 조씨 가문의 별장을 나섰다. 문 앞에서 비서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 대표님, 방금 뒤에서 들었는데 조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고 대표님이 곧 여기에 올 거라고 하시더군요.” 나는 짐작이 갔다. 그래서 조민수이 나를 붙잡으려 했던 거였다. 그가 언제부터 고현성과 같은 편이 된 거지? 나는 얼굴을 찡그린 뒤 비서를 데리고 상주시에서 가장 번화한 홍대로 갔다. 그곳은 젊은이들의 천국이었고 춤과 노래가 가득하고 자유로운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두 달 전 반경우가 나를 데리고 처음 와본 곳이었다. 그리고 어젯밤에 나 혼자 다시 찾았던 곳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 나는 갈망으로 가득 차 있다. 비서는 평소 일이 너무 바빠서 여유 시간이 거의 없다. 나는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그가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혼자서 시간을 보내게 했다. 비서는 이런 놀이에 익숙하지 않아 내 옆에 앉아 술만 마시고 있었다. 내가 춤을 추러 가보라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춤을 못 춘다고 답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재미없네요.” 비서는 술잔을 들어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는데요.” 나도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 3년간 연씨 가문의 매출이 하락세였지만 전체적인 안정세는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풍파가 지나고 나면 연씨 가문은 더 안정될 것이다. 게다가 상주시 쪽에는 조씨 가문의 지원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씨 가문과 연씨 가문의 협력 관계는 매우 긴밀했고 두 가문은 사실상 자원을 공유하는 관계다. 비서와 한동안 얘기하던 중 나는 술집에서 한 명의 익숙한 얼굴을 봤다. 연시혁은 어제 그녀가 운성시에 갔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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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상주시에는 조씨 가문이 가장 강력하지만 조씨 가문 외에도 송씨 가문이 있다. 이는 마치 운성시에서 연씨 가문과 고씨 가문이 서로를 의지하며 독보적인 존재인 것처럼 상주시의 조씨 가문 역시 그 뒤에 송씨 가문의 지원을 받고 있다. 송이연, 송씨 가문의 CEO. 한때 연시혁의 여자였던 사람. 하지만 여자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오혜원의 대체품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무런 불만도 없이 연시혁의 곁에 머물며 그를 따라다녔다. 그리고 연시혁이 떠난다고 했을 때조차 그녀는 깔끔하게 그를 놓아주었다. 그녀가 연시혁과 함께한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사랑이라는 한 단어만이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내가 한때 고현성을 사랑했던 것처럼. 비서의 말이 맞다. 그녀 역시 불쌍한 여자였다. 송이연은 몇 잔의 술을 마시고는 떠났다. 나는 비서와 함께 오랫동안 바에 앉아 고민했다. 우리 둘 모두 한 가지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비서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연 대표님, 송이연 씨를 찾아가실 건가요?” 송이연은 송씨 가문의 CEO였다. 그리고 하필 지금 유씨 가문이 송씨 가문과 계약을 맺으려 하고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걸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연히 송이연을 만난 것이다. 예전에 그녀는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연시혁을 경찰서에서 구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이렇게 보면 그녀는 나에게 한 번 빚을 진 셈이다. 그녀를 찾아간다면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망설이며 말했다. “약속 좀 잡아줘요.” 지금 바로 찾아가는 건 너무 노골적이고 목적이 뻔히 보였다. 비서는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조금 있다가 송씨 가문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바를 떠나려 했지만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송이연이 검은 스포츠카에 기대어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막 우리를 알아챈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저를 기다린 건가요?” 송이연은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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