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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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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별장 밖에 나가 햇볕 좀 쬐려고 했는데 너무 뜨거워 나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지난 두 달간 카톡 메시지를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나는 마침 생각나서 들어가 봤는데 이미 빨간색으로 999+로 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이 나한테 보낸 건지 알 수 없지만 당분간은 그쪽 일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연예 뉴스도 재미없는 것 같아 나는 석지훈의 서재에 가서 읽을 책이 있나 구경하려 했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벽에 서예와 산수화가 잔뜩 걸려있었다.그리고 그림 위에 글귀도 씌어 있었는데 필체가 아주 정갈해 보였다.사실 예전에도 서재에 와봤었는데 그때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세히 구경도 못했기에 오늘 마침 그가 없는 틈에 제대로 구경하리라 다짐했다.그림 위에는 저마다 ‘석’이라고 된 도장이 찍혀져 있었는데 아마도 석지훈네 집안 어르신이 물려준 것 같았다.서재에 있는 책들은 모두 연대감이 있는 옛날 책이었는데 나는 도저히 볼만한 책을 찾지 못해 결국에는 “봄과 같은 당신”이란 책을 골라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한창 열심히 읽고 있는데 진아가 밥 먹으라고 불렀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테이블에는 어느새 음식들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그녀더러 같이 먹자고 여러 번 권했지만 진아는 한사코 거절하면서 다급히 나에게 말했다.“수아 씨, 이러면 안 돼요. 혼자 맛있게 드세요.”그녀의 간절한 한마디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왜요? 같이 먹으면 안 돼요?”“석씨 가문의 규칙이라...”진아는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저는 고택 쪽에서 일하던 사람이라 석씨 가문의 규칙이 얼마나 엄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거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절대로 규칙을 어겨서는 안 됩니다.”밥 한 끼 같이 먹는 걸로 왜 이렇게 유난이야?더구나 난 석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데.예전에 강해온이 말해줬는데 석씨 가문은 매우 특별한 가문이라고 했었다. 근데 그 특별하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아직 모르고 있다.하지만 규칙이 엄하다는 건 진짜인 것 같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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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갑작스레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나는 어쩔 줄을 몰라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잠이 안 와서요. 날도 밝은 것 같은데 내려가서 아침밥 준비할게요.”말을 마친 뒤 나는 다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왔다.아래층에 내려온 나는 연신 뜨거워진 얼굴을 매만지다가 오늘 밤에는 내가 소파에서 자야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소파에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주방에 갔는데 할 줄 아는 요리가 없어 흰쌀죽을 끓였다.먼저 한 그릇을 먹고 난 뒤에 다시 소파에 앉아 있는데 석지훈이 검은색 양복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오전에 그는 외출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책만 보다가 점심때가 되자 직접 주방에서 요리했다.오늘 진아가 오지 않아 나는 석지훈이 해 준 밥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오후에도 그는 서재에서 책만 봤는데 곧 저녁이 될 때쯤, 나는 서재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그에게 물었다.“오빠, 저녁에 뭐 먹고 싶어요?”석지훈은 한창 붓으로 글을 쓰고 있었는데 하얀색 선지 위에 어느새 글씨가 빼곡히 차 있었다. 그러다가 담담하게 붓을 내려놓고 나에게 되물었다.“넌 뭐 먹고 싶은데?”어차피 내가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는 것과 흰쌀죽밖에 없었다.“전 배가 안 고파서요.”즉, 석지훈더러 요리하라는 뜻이다.창밖에서는 여전히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서재 안으로 들어가 그가 베껴 쓴 유명한 작품의 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필체마저 석지훈답게 정갈하고 예뻤는데 벽에 걸려있는 것과 글씨체가 똑같아 보였다.설마 벽에 걸린 이것들도 다 석지훈의 작품인가?나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실력을 칭찬했다.“오빠, 필체가 너무 예뻐요. 한눈에 봐도 실력자인 것 같은데요?”이때, 석지훈이 나에게 물었다.“너도 쓸 줄 알아?”사실 아버지가 붓글씨를 아주 잘 써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에게 배웠었는데 여태껏 실력이 늘지 않아 이제 아버지마저 포기한 상태였다.나는 멋쩍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배우긴 했는데 실력이 너무 엉망이라 남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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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나는 어제 남은 죽을 먹은 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제 떠날 시간도 됐고 오늘은 특별히 깔끔한 화장을 하고 싶어 브라운 섀도에 머리에도 살짝 웨이브를 넣은 뒤, 긴 원피스를 골라 입었다.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와 보니 석지훈은 여전히 그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는데 문 어구에서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그럼 이만 가볼게요.”석지훈은 그제야 나에게 눈길을 돌리더니 다시 덤덤하게 말했다.“그래. 조심히 가.”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의 손바닥에 잇자국이 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 내가 물었던 흔적인 것 같은데 저 이쁜 손에 상처를 남기다니.그렇게 나는 석씨 별장에서 나온 뒤 차를 타고 반경우 만나러 갔다.그는 내가 동성에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가 다급히 그 영상 속의 여자가 나인지 물었다.“무슨 영상?”반경우는 한 영상을 틀어 나에게 보여줬는데 영상 속 나는 성당 앞에서 비를 쫄딱 맞은 채 고현성에게 무릎 꿇고 애원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의 차갑고 잔인했던 말도 들렸다.“수아야, 난 고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할 사람이라 무조건 아이를 가져야 하는데 넌 낳을 수 없잖아!”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틀린 말은 아니다.나는 재빨리 반경우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물었다.“보면 몰라?”딱 봐도 내 얼굴인데 왜 모르는 척 묻는 거야!반경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물었다.“그럼 여태껏 어디서 지냈던 거야? 내가 너한테 전화를 몇 번이나 건 줄 알아?”그의 말대로 그동안 전화가 참 많이 왔는데 나는 다 받지 않았고 귀찮아서 카톡도 열어보지 않았다.윤 비서의 말대로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하여 나는 그를 먼저 안심시켰다. “혼자 잘 지냈어. 이따 운성으로 돌아갈 건데 혹시 내 롤스로이스는? 차 키 좀 줘.”나의 말에 반경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렇게 급하게 간다고?”“더 있었다가는 네 전 여자 친구한테 맞아 죽으라고?”“...”그렇게 차를 몰고 운성으로 돌아가는데 아까 영상이 자꾸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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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고정재도 그 영상을 봤겠지?한 사람의 존엄이 완전히 무너진 그 영상.그러다가 문득 두 달 전에 그에게 이미 작별 인사를 한 것이 생각났는데 혹시나 그가 귀찮을까 봐 나는 이 메시지에 답장할 수 없었다.싫은 게 아니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리고 부재중 통화도 엄청 많이 와있었다.조민수, 윤다은, 최희연과 김예진 등등.그중 나는 유일하게 예진 언니한테만 전화를 걸었다.지금 전화하면 그쪽은 밤일 텐데 혹시나 자고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하여 몇 번 울리고 안 받으면 바로 끊으려고 했지만 언니는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받았다.“나도 네 얘기는 익히 들었어.”순간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남자들은 원래 다 그래. 항상 자기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진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몰라. 민수 씨도, 현성 씨도 마찬가지로 잘난체하는데 모두 잘못된 방식으로 자기 여자를 사랑하고 있잖아.”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언니...”“민수 씨가 이미 네 일에 대해 말해줬어.”김예진은 한껏 어두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현성 씨는 너만 살릴 수 있다면 네가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어. 네 목숨을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근데 난 널 이해해. 넌 죽을지언정 그렇게 살기는 싫었겠지.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면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서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 ”“언니, 어떤 일은 용서라는 단어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랑 현성 씨는 이미 갈 데까지 갔고 희망이 안 보여요. 그리고 그 사람을 용서해 줄 마음도 없고요.”고현성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줬다.그래서 나에게 준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고 그에 대한 사랑으로도 용서가 안 되었던 것 같다. “수아야, 난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다 이해해. 그러니깐 난... 내가 지금 아무리 설득해도 네 귀에는 들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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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고현성만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행복했을 것이다.오혜원의 말대로 나는 운성의 권세를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인데 당연히 내 인생은 빛나고 찬란해야만 한다.하지만 왜 하필 고현성 같은 사람을 만나서 불행을 자처하는 꼴이 되었을까?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고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하지만 오늘까지만 울고 더 이상 울지 않겠다.그리고 이제 사랑 때문에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위층에서 희미하게 들리던 피아노 소리가 점점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그때의 그 "바람이 사는 거리"였다.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데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위층 베란다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오더니 팔짱을 낀 채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어두운 밤하늘 아래서도 그의 얼굴은 유난히 밝게 빛이 났다.그의 눈에 비친 광대한 별빛은 내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정토와도 같았고 평생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나는 낮은 소리로 그를 불러 보았다.“정재 씨.”“꼬마 아가씨, 왜 울고 있어?”너무 익숙한 장면이다. 예전과 같은 장소, 같은 위치였는데 그때에도 그는 위에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날에도 장대 같은 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는데 왜 우는지 물어보는 그의 목소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는 언제나 내 마음을 단번에 알아챘고 나를 이해했다.내가 죽도록 사랑했던 사람이고 그와 평생을...근데 지금은 왜 이런 사이가 되어버렸을까?나는 생각하면 할수록 우울해졌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안 울었는데요?”눈물은 이미 마구 흐르고 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그는 베란다에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는데 달빛이 그에게 비치자 마치 배경음악으로 그 곡이 또다시 들리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문득 나에게 되물었다.“아직도 슬퍼?”나는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마음은 이미 다 타들어 가 재만 남았지만 말이다.이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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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별빛 아래,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너무 슬퍼 보였지만 이 와중에도 너무 반짝거려서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나도 내가 여기서 한 발짝만 움직여 그에게 다가가면 이 광대한 빛을 발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결국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에게 울면서 말했다.“미안해요...”고정재는 말없이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두 달 전에도 너는 내가 아닌 고현성을 택했었지.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결정한 일이라면 난 응원해. 처음부터 끝까지 네 행복만을 바랐거든. 네가 건강하고 지금보다 잘살기를 바랐는데 너는 지금 너무 불행해 보여. 그런데도 너는 왜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조차 나한테 주지 않는 거야?”과거로 돌아간다고?나랑 고정재 사이에 무슨 과거가 있어?9년 동안 나만 저 사람을 짝사랑했던 걸 말하는 걸까?캠퍼스의 등불은 너무 어두웠고 나는 그 아래에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하지만 고정재라는 사람은 내 청춘 시절의 막연한 꿈이자 로망이었다.쉽게 다가갈 수도, 마음을 줄 수도 없는 존재였다.아이를 낳을 수 없는 나를 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었다.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면서 솔직하게 말했다.“정재 씨를 좋아했던 건 사실이에요. 아뇨, 제 목숨보다도 더 사랑했어요. 그때는 그저 당신 이름만 들어도 설렜고 좋았어요. 죽어도 두려울 게 없었죠. 지금도 당신만 보면 마음이 짜릿하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근데 고정재 씨, 그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그중에는 제가 고현성 씨와 결혼한 것과 암에 걸려 아이를 더 이상 낳지 못하게 된 것, 거기에 지금 전국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사건도 있었잖아요? 이래도 제가 쉽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고정재는 내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나를 위로했다.“수아야, 지나간 일들에 대해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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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그렇게 4분짜리 피아노곡은 순식간에 끝나갔고 나는 연주가 다 끝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떴다.그렇게 여름날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내 뜨거웠던 9년간의 짝사랑도 같이 날려버렸다.차를 몰고 집에 돌아와 보니 시간은 이미 많이 늦어져 있었다. 너무 피곤해 침대에 누웠는데 강해온이 메시지 하나를 보내왔다.[연 대표님, 회사는 두 달 동안 그 구설수로 인해 주가가 5% 하락한 것 외에는 별다른 문제 없습니다. 대표님의 복귀를 축하합니다.]구설수라...그때 빗속에서 구질구질하게 고현성을 향해 빌던 영상이겠지.어쨌든 내가 선양 그룹의 대표이기에 회사에 영향이 가는 건 당연했다.나는 강해온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을 잤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 점심이었다. 무음으로 되어 있는 핸드폰에는 이미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조민수, 최희연, 원태웅 등등.물론 비서 강해온도 포함이다.순간 나는 또다시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그러다가 다시 카톡을 열어 강해온이 보내온 메시지를 확인했다.[대표님, 지금 실검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이 말투는 분명 무슨 일이 터졌다는 뜻이다.트위터를 보니..실검 1위가 연수아.2위가 피아니스트 고정재.3위가 바람이 사는 거리.4위는 연수아의 남자들.남자들이라니, 참 어이없는 단어다.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가 문득 영상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영상 속에는 나와 고정재의 모습이 보였고 그는 위층에, 나는 아래층에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데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그리고 어제 우리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한 글자도 빠지지 않고 그대로 녹화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했던 절절한 고백도 다시 내 귓가에 들려왔다.“진짜 정처 없이 너만 찾아다녔지. 마치 9년 전에 나를 쫓아다니던 너처럼 말이야. 그렇게 나도 9년 동안 너를 가슴에 품고 살았어...”나는 재빨리 영상을 껐다.그리고 아래에 있는 댓글들도 봤는데 하나같이 내가 꽃뱀이라고 욕하고 있었다.이렇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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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원태웅이 지금 운성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문득 아침에 나한테 전화했던 목적이 혹시 석지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었다.근데 석지훈이 이곳에 올 이유가 없는데?“내가 셋째 오빠란 건 안 까먹었나 보네?”원태웅은 나에게 다가와 내 이마를 장난스레 톡 하고 때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우리 두 사람이 친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렇게 만난 게 고작 두 번째였다.이때, 원태웅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에게 대뜸 물었다.“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그 영상 나도 봤어. 쯧쯧, 우리 윤아가 참 스캔들이 끊이질 않는구나. 그것 때문에 지훈이 형이 얼마나 화났는지 모르지?”사실 이 일은 석지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고 화낼 이유도 없었다. 근데 나는 내 개인적인 일이 이렇게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단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나한테 하는 건데?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둘째 오빠랑 무슨 상관인데요?”하지만 원태웅은 내 말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갑자기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정재 씨를 좋아했던 건 사실이에요. 아뇨, 내 목숨보다도 더 사랑했어요. 그때는 그저 당신 이름만 들어도 설렜고 좋았어요. 죽어도 두려울 게 없었죠. 지금도 당신만 보면 마음이 짜릿하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거든요. 쯧쯧, 우리 윤아가 남자한테 이런 고백 멘트를 거리낌 없이 하고 다니던데? 그나저나 두 달 전만 해도 다른 남자랑 같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막 나가도 되는 거야? 둘째 형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엄청 화나 있을 거야.”원태웅은 보란 듯이 내가 어제 그 사람에게 했던 고백들을 토씨 하나도 빠짐없이 줄줄이 읊었다. 심지어 석지훈도 언급했다.내 정곡만 찔러대는 그에게 나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오빠!”내가 화난 모습에 원태웅은 그제야 진지한 얼굴로 다시 오늘 온 목적에 대해 말했다.“알겠어. 안 놀릴게. 난 그저 이 계약서를 가져다주려고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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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고현성은 보기 드물게 검은색 반팔 티에 앞머리도 이마 위로 몇 가닥 내렸다.“그 어떤 설명도 듣고 싶지 않고 더 이상 당신이랑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 근데 결혼은 축하해요. 이제 건강한 아내와 아이까지 생기겠네요.”고현성은 한참 동안 무언가를 말하려고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그를 지나 다시 회사로 돌아왔고 몇십 층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저녁때쯤, 오혜원이 갑자기 나한테 전화를 걸었지만 나는 재빨리 그녀의 번호를 차단했다.나는 아직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우선 차단하고 연씨 가문의 일부터 해결하고 나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순간 예전보다 단호해진 결단력에 나 자신도 놀랐다.그렇게 고현성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에 돌아가려 했다. 회사에서 나와보니 여름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면서 우울했던 나의 기분을 달랬다.어차피 지금 사는 아파트랑 회사가 그리 멀지도 않아 가는 길에 꽃도 살 겸 걸어가고 싶었다.도라지꽃을 사고 싶었지만 파는 곳이 없어 다른 꽃 몇 송이만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이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고 발소리도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누군지 확인한 뒤 그에게 물었다.“여긴 무슨 일이에요?”눈앞의 사람은 고현성과 똑 닮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차이를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었다.고정재는 싱긋 웃으면서 답했다.“너무 늦어서 데려다주려고.”“전 괜찮은데요.”“그래. 빨리 가.”고정재는 정말 나를 집에만 데려다주려고 온 건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하여 나도 몸을 돌려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갔다.뒤따라오는 발소리는 점점 희미해져 갔고 그렇게 나는 재빨리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들어온 뒤 나는 꽃을 한 구석에 던져놓고 창가 쪽으로 달려가 확인했는데 그는 여전히 대문에 서 있다가 약 5분 후에 떠났다.지금 그의 모습은 5년 전의 내 모습과 똑 닮아있었다.이제는 그가 내 뒤를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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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나는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9년이라는 시간을 곰곰이 회상하며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제목: 연수아의 9년이라는 시간.안녕하세요.저는 선양 그룹의 대표, 연수아입니다.선양 그룹은 운성에서 유명한 대기업입니다. 사업도 언제나 원칙을 준수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천리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하여 선양 그룹에 대해서는 굳이 제가 글로 적지 않아도 이미지가 어떤지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지금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이슈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일이라 다른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선양 그룹의 선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오늘 이에 대해 해명하고자 이렇게 몇 자 적어봅니다.9년 전, 저희 부모님은 사고를 당했는데 유골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당시 겨우 열네 살이었던 저는 그렇게 연씨 가문에 혼자 남게 되었고 몸과 마음이 모두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이 일로 끝없는 우울감과 슬픔에 빠져 있었죠.그때의 저는 제일 예민하고 힘들어했던 와중에 고정재 씨를 만났습니다.9년 전의 저는 당연히 고정재란 사람이 누군지 몰랐고 그가 미래에 글로벌한 음악 거장이 될 것이라고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근데 이런 것들은 다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그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했다는 사실입니다.그해에 저는 그 사람이 혹시나 내 눈앞에서 사라지기라도 할까 봐 매일 쫓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언제나 다정한 말투로 ‘꼬마 아가씨’라고 불러줬고 저를 위해 피아노도 자주 쳐줬습니다.그러나 그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죠. 심지어 저는 그 사람의 이름조차 몰랐고 그렇게 몇 년 동안 한 사람만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고승철 회장님께서 맞선 제안을 하면서 고현성 씨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저는 당시 사진 속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습니다.물론 설레기도 했고요. 사진 속의 남자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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