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재도 그 영상을 봤겠지?한 사람의 존엄이 완전히 무너진 그 영상.그러다가 문득 두 달 전에 그에게 이미 작별 인사를 한 것이 생각났는데 혹시나 그가 귀찮을까 봐 나는 이 메시지에 답장할 수 없었다.싫은 게 아니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리고 부재중 통화도 엄청 많이 와있었다.조민수, 윤다은, 최희연과 김예진 등등.그중 나는 유일하게 예진 언니한테만 전화를 걸었다.지금 전화하면 그쪽은 밤일 텐데 혹시나 자고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다.하여 몇 번 울리고 안 받으면 바로 끊으려고 했지만 언니는 내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받았다.“나도 네 얘기는 익히 들었어.”순간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남자들은 원래 다 그래. 항상 자기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진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몰라. 민수 씨도, 현성 씨도 마찬가지로 잘난체하는데 모두 잘못된 방식으로 자기 여자를 사랑하고 있잖아.”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언니...”“민수 씨가 이미 네 일에 대해 말해줬어.”김예진은 한껏 어두운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현성 씨는 너만 살릴 수 있다면 네가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어. 네 목숨을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 근데 난 널 이해해. 넌 죽을지언정 그렇게 살기는 싫었겠지. 남자들은 여자들의 이런 면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서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 ”“언니, 어떤 일은 용서라는 단어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랑 현성 씨는 이미 갈 데까지 갔고 희망이 안 보여요. 그리고 그 사람을 용서해 줄 마음도 없고요.”고현성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줬다.그래서 나에게 준 상처가 더 크게 느껴졌고 그에 대한 사랑으로도 용서가 안 되었던 것 같다. “수아야, 난 네가 행복하길 바라고 네가 무슨 결정을 하든 난 다 이해해. 그러니깐 난... 내가 지금 아무리 설득해도 네 귀에는 들리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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