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41 - 챕터 150

459 챕터

제141화

“수아야, 나 신장이 하나 필요해.”이것이 바로 그녀의 목적이었다.그녀는 신장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를 찾아왔다.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건 우리 연 씨 가문이 그녀의 신장 하나를 가져갔기 때문이다.나는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혜원의 맑은 목소리가 감정 없이 들려왔다.“나 신부전이야. 새로운 신장이 필요해. 수아야, 너희 연 씨 가문에서 내 신장 하나를 가져갔잖아.”나는 슬픔을 억누르며 말한다.“미안해.”“수아야, 네가 아프다는 거 알아. 우리 거래를 하자. 내가 널 치료해 줄 테니 대신 네 신장 하나를 줘.”정말 그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으랴.하지만 오혜원은 그렇게 나를 쉽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나는 물었다.“나를 원망하지 않아?”“원망해. 하지만 난 살고 싶어. 그리고 그때의 너는 무슨 잘못이 있었겠어? 수아야, 잘못은 항상 어른들이 저지른 거지.”그녀는 솔직하게 나를 원망한다고 말했다.하지만 동시에 내 잘못은 없다고도 했다.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혜원아...”“수아야, 오늘 밤 공항에 나를 마중 나와 줄래?”오혜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거절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내 마음은 갈팡질팡했다. 오혜원의 생각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정말 나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는 걸까? 만약 아니라면 유서정과 임지혜는 어떻게 우리 사이의 일을 알았을까?설마 오혜원이 누명을 쓴 걸까?누명을 썼다면 왜 또 고현성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했을까?오혜원은 대체 무슨 생각일까?나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너무 배척하는 태도를 보일 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그럴게.”일단 그녀를 마중하고 나서 생각해 볼 것이다.그녀가 어떻게 나올지 말이다.오혜원은 고마워하며 말했다.“고마워, 수아야.”나는 생각하다가 말했다.“나 시혁이랑 같이 마중 나갈게.”나는 오혜원을 혼자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연시혁을 부르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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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수화기 너머에서 최희연은 한껏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여태껏 이렇게까지 두려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근데 방금 아이라고 했는데 무슨 아이?최희연은 더 자세하게 말해주지 않고 갑자기 수화기 너머에서 시끌벅적한 잡음이 들리더니 전화를 끊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재빨리 강해온에게 최희연의 위치를 찾아보라고 했다.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강해온은 나와 최희연의 핸드폰에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해 줬다.내 핸드폰은 중간에 여러 번 바꿨었지만 최희연은 예전부터 사용하던 핸드폰이라 쉽게 그녀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도착했을 때 최희연은 이미 바닥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유리 파편들도 옆에 같이 깨져있었는데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다행히 아직 체온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눈을 천천히 뜨더니 허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눈에 봐도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최희연은 한껏 고통스러운 얼굴로 나의 옷자락을 잡고 울먹였다.“이제 없어... 내 곁에서 영원히 떠났어...”그녀의 말에 나는 급히 되물었다.“누가?”“내 아이, 서준 씨 아이...”이때, 문밖에 웬 어두운 얼굴을 한 남자가 다가와 내 품에서 최희연을 안아가더니 방을 나갔다.나도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병원으로 가는 길에 나는 앞의 차를 바라보다가 강해온에게 물었다.“방금 유겸 씨, 저 사람 표정 봤어요? 희연이를 걱정하는 것 같았나요?”아까 두 사람의 뒤에서 나는 희미하게 진유겸이 최희연의 귓가에 속삭이는 모습을 보았다.“희연아, 걱정하지 마. 네 곁에는 이제 내가 있어.”곁에 자신이 있으니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다.얼마나 달콤한 말인가.강해온이 답했다.“아까는 그래 보였습니다.”나랑 강해온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최희연이 이미 수술실로 들어간 뒤였다. 그리고 대략 3시간이 지나서야 의사가 나왔는데 뱃속의 아이는 끝내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나는 최희연이 임신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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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나는 애써 차분하게 답했다.“사실 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내가 죽으면 유서에 내 신장은 너에게 기증한다고 써놓을게.”“수아야, 넌 죽는 게 아깝지 않아?”아깝지 않냐고?아까우면 어떻고 안 아까우면 어떤데?그러다가 다시 나한테 고개를 돌리고 말을 이었다.“현성 씨는 너를 정말 사랑해. 내가 몰래 시험해 봤거든? 설령 나와 결혼하는 거로 널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흔쾌히 받아들였을 거야. 그만큼 너를 좋아한다는 거지.”방금 뭐라고?나 대신에 고현성의 마음을 시험해 봤다고?나에 대한 복수 때문에 고현성과 결혼하려던 게 아니었어?그럼 진짜로 나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려 했던 거야?내가 멍한 얼굴로 오혜원을 바라보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운전에 집중해 줘. 난 오래 살고 싶거든.”그녀의 말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리고 다시 운전에 몰두했는데 오혜원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렸다.“수아야, 난 네가 행복하게, 그리고 오래 살길 바라.”오혜원이 내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시작했다.나는 차리리 그녀가 나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를 바랐다. 아니, 사람이 갑자기 변했을 리가 없다.분명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그럼 여태껏 나만 복수심에 불타 오혜원을 미워하고 있었던 걸까?울음이 터져 나오려던 이때 오혜원이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보육원에 들어가기 전,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 아이가 날라리 같아 보였지만 내 눈에는 완벽한 사람이었지. 왠지 내가 다른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영웅처럼 구해줄 것 같았거든. 어둡고 외로웠던 내 삶에 한줄기의 찬란한 빛과 같았어. ”오혜원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을 말하듯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그러다가 살짝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오랫동안 짝사랑했는지 그 사람은 모를 거야. 난 고백할 용기조차 없었어. 남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내가 과연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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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고현성은 강제로 나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해 보았는데 역시나 당장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하지만 내가 거절하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수아야, 지금은 네 몸이 우선이지 그깟 머리카락은 빠져도 다시 자라나잖아.”그는 내가 대머리 되는 게 두려워서 거절한다고 생각했다.나는 그의 품에 기대어 한껏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제 병은 이제 치료해 봤자 똑같을 텐데 남은 시간을 병원 침대에서 보내고 싶지 않아요.”그러자 고현성은 어느새 촉촉해진 눈가로 나에게 물었다.“그렇게 손 놓고 죽길 기다리겠다는 거야?”그의 슬퍼하는 모습에 나는 그저 그의 손을 꼭 잡고 다시 말했다.“사는 게 더 고통스러워요.”그러자 고현성은 다시 나를 꼭 끌어안았다.“수아야.”사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저 사람이 나 때문에 슬퍼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결국에는 오혜원을 찾아갈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하여 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저랑 오혜원은 이제 원래 사이로 돌아가기 힘들어졌어요. 그러니깐 저 때문에 그 여자를 다시 찾아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바로 현성 씨 앞에서 죽어버릴 거예요.”일이 어떻게 되든 나는 오혜원한테 치료받기 싫었다.그러자 고현성은 나에게 한마디 했다.“고집불통.”“현성 씨는 제 마음을 몰라요.”고현성 마지못해 나를 안고 연씨 별장으로 돌아왔는데 나는 이미 그의 품에서 곤히 잠에 들었다.이튿날, 깨어나 보니 컨디션이 한결 나아진 것 같아 고개를 돌렸는데 고현성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그는 나쁜 꿈이라도 꾸는지 미간을 한껏 찌푸리고 있어 나는 그의 눈썹 사이에 손을 가져가 살짝 펴주었다.샤워를 마친 뒤에도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는데 나는 살며시 그의 곁에 다가가 볼에 입을 맞췄다.“고마워요.”그의 한결같은 다정함이 매우 고마웠다.여태껏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시련이 있었고, 이제 겨우 마음을 열고 함께 하려고 하니 이제는 병마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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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유서정의 원망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 씨, 우리 개인적 원한은 우리끼리 풀면 되지, 굳이 아버지한테 다 말할 필요까지 있었어요? 이게 밖에서 괴롭힘당하고 집에 와서 어른들한테 고자질하는 것과 뭐가 달라요? 정말 너무 유치하고 기가 막히네요.”순간 나는 참을 수없는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유씨 가문의 명의로 저를 초대했는데 그게 어떻게 개인적인 원한으로 되는 거죠?”이때, 유서정이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정말 뻔뻔하네요!”“유서정 씨, 진정한 승패는 순간의 쾌락이 아니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상대방을 이기는 겁니다. 제 얼굴에 와인을 뿌린 것 외에 당신이 얻은 게 과연 뭐죠? 지금 두 가문의 총책임 자리에서 쫓겨나면 유씨 가문에서는 더 이상 발 들일 틈도 없게 될 텐데요. 어차피 유씨 가문에는 다른 주주들이 있으니까요. 당신이 아무리 유씨 가문의 상속자라고 해도 언제든지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유서정의 정곡만 찌르는 나의 도발에 그녀는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닥쳐! 그런다고 내가 널 무서워할 줄 알아? 지금은 기세등등해 있겠지만 훗날 내가 유씨 가문을 손에 넣게 되는 날에 당신은 그길로 끝장이야!”“그 기회가 과연 당신께 주어질까요?”“...”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유서정 씨,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상주 시의 조씨 가문, 동성 시의 반씨 가문과 운성 시의 고씨 가문 중에서 만약 어느 한 집이라도 유씨 가문을 제재하려 하면 당신네 가문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게 될 겁니다. 게다가 이 가문들은 현재 전부 제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도 알 텐데요.”유서정이 다시 분노에 찬 목소리로 나에게 애써 차분하게 물었다.“과연 그 남자들이 정말 당신 하나 때문에 모든 이익을 마다하고 유씨 가문과 맞서 싸울까요? 과연 고현성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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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어제 고현성이 조민수에 대해 물어볼 때부터 이미 틀림없이 그는 운성에 와서 나를 상주 시로 데려갈 것이라 예상했다.“아니.”“근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조민수는 한껏 어두운 얼굴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에게 차분히 해명했다.“나 수술받은 지 몇 달 안 되잖아. 아무리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해도 살날이 그리 길지 않을 거야. 오빠, 내 병은 완치가 어렵대.”“그래서 이대로 포기한다고?”조민수는 의자를 돌려 앉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난 네가 이대로 죽어가는 꼴을 못 봐.”“오빠, 새언니한테나 더 신경 써 줘.”“...”“난 수술대 위에서 죽기 싫어.”그러자 조민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그건 널 살리려고 하는 거잖아.”“살 확률이 5%밖에 안 된대.”조민수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그렇게 나의 설득 끝에 그는 운성을 떠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쉽게 내 말을 들어줬다는 사실에 나는 살짝 놀랐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와 고현성이 미리 짜놓은 계획이란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회사에 있다가 살짝 피곤함이 몰려온 나는 재빨리 연씨 별장으로 돌아와 죽을 끓여 먹었다.그러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진통제를 먹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아래쪽에서부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버틸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나는 창백해진 얼굴로 샤워를 끝낸 뒤 옅게 화장도 했다. 집이라도 언제나 이쁜 모습이고 싶었다.고현성이 일찍 퇴근해서 집에 돌아와 보니 소파에 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다가와서 꽉 끌어안았다. 그 모습에 나는 조금 불편해 살짝 그를 밀어내며 물었다.“안 피곤해요?”그는 한껏 힘없는 목소리로 싱긋 미소를 지었다.“아니.”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흐릿해지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줬다.“사랑해요.”고현성은 순간 멍한 얼굴로 되물었다.“갑자기?”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해줬다.“현성 씨, 사랑해요.”가장 예쁜 시절에 당신을 사랑해서 다행이야.내가 고현성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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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꺼내 고현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꺼놓은 상태였다. 하여 곧바로 그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그제야 받았는데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어디예요?”“사모님, 저희는 지금 성당에 있습니다.”그는 여전히 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렀다.3년 전, 처음 봤을 때부터 나를 사모님이라고 불렀지만 이제 더 이상 아니게 되었다.“나한테 주소 보내요.”전화를 끊은 뒤 나는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오혜원이 나의 팔을 붙잡았다.“네 병은 더 이상 시간 끌면 안 돼. 수아야, 내가 7,8년의 시간을 들여서 이 항암제를 연구했고 마침내 만드는 데 성공해서 너를 구해줄 수 있게 되었다고! 이것 또한 너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야!”이게 말로만 듣던 원수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걸까?나는 그녀가 아주 독한 사람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아직 우리 가문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이고 나를 제일 못마땅해하는 사람이자 나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인데 이제 와서 살려주겠다고?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거절했다.“필요 없어!”저 여자의 호의 따위는 필요 없다.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 신장도 다시 돌려주지 않을 것이다!그게 오혜원의 것이라면 더욱!내가 서둘러 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대문이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하지만 장대 같은 빗줄기에도 나는 문밖에 걸린 현수막의 글씨를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신랑 고현성, 신부 유서정.]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고현성은 내가 여태껏 했던 말들을 다 귓등으로 흘려보낸 것이다. 왜 이리도 고집을 부리는 걸까?이러면 내가 고맙다고 생각할 줄 알았던 걸까?절대!오히려 내 화만 더 돋게 만든 격이다.그리고 내 뜻을 무시한 고현성이 너무 미웠다.나는 성당의 문을 힘껏 두드려보았지만 문은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문밖에서 비를 쫄딱 맞게 되었다.슬픔을 억누르다가 또다시 피를 토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당의 문이 열리면서 조민수가 제일 먼저 보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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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석지훈은 나의 마지막 지푸라기와도 같은 사람이었다.아무리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말이다.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기어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팔을 벌려 그를 최대한 다정하게 불렀다.혹시나 그마저도 나를 거절할까 봐 그의 비위를 맞춰야 할 것 같았다.석지훈은 말끔한 얼굴로 내 앞까지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더니 한참 동안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는데 문득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나 결벽증이 있어.”지금의 난 온몸이 진흙투성인데 안아주지 않을 게 뻔했다.그 생각에 두 팔을 다시 내려놓으려는데 갑자기 그가 허리를 굽히고 나를 품에 안아주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윤아야.”그의 다정한 모습에 나는 더욱 서러워져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저 너무 속상해요.”그렇게 나는 석지훈의 옷자락을 손에 꼭 쥔 채 그의 품에 안겼다.그는 나를 안고 있다가 다시 눈앞의 상류층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는 고고하던 사람들이 지금 상황에 적잖이 놀란 것 같았다.하지만 고현성은 어딘가 떨떠름해 보였다.이때 유근수가 석지훈에게 다가오더니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바쁜 와중에 제 딸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유근수는 눈치도 빠르고 비즈니스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석지훈은 그를 힐끔 쳐다본 뒤 차갑게 답했다.“전 오늘 윤아 보러 왔는데 정말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으니 여까지만 하시죠.”석지훈의 명령과도 같은 말투에 유근수는 살짝 놀랐는지 뭐라 말을 못 하다가 문득 그에게 물었다.“윤아라고 하시면...”“수아요.”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어떻게 알고 마침 오늘 여기에 나타난 거지?설마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다 알고 있었나?유근수가 냉큼 답했다.“아, 네네.”사실 나는 석지훈에 대해 잘 몰랐고 그저 반경우와 비서한테서 들은 게 전부였다.하지만 오늘 그 덕망 높은 유근수가 그의 앞에서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이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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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이 꿈에는 오직 나만 있다.그렇게 나는 허무한 공간 속에 혼자 갇혀있었다.하지만 이곳에서의 나는 아무 근심걱정도, 그리고 아주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것 같았다.나는 아주 즐겁게 달리다가 눈앞의 웬 건장해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에게 물었다.“누구세요?”내 물음에 그가 돌아서려는 순간 그의 뒷모습은 마치 수많은 별을 수놓은 것처럼 반짝거렸고 그의 눈빛마저 눈부시게 빛이 났다.이 사람은 단언컨대 내가 만났던 사람 중 가장 잘생긴 남자였지만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았다.나는 평범한 사람이 좋았다.하여 웃으면서 다시 그에게 물었다.“누구세요?”그러자 그는 낮은 소리로 나를 불렀다.“윤아야.”윤아...그의 목소리에 온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냉정한 사람인 것 같았다.나는 그의 말에 다시 답했다.“저는 수아인데요.”나의 대답에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근데 방금 웃은 거야?...내가 다시 깨어났을 때 옆에는 윤 비서만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나는 당황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여기가 동성인가요?”윤 비서가 냉큼 답했다.“네, 수아 씨.”“혹시 제가 며칠을 누워있었나요?”“오늘까지 합쳐서 아흐레요.”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저 안 죽었어요?”그토록 상태가 안 좋았었는데도 안 죽었다고?내 모습을 보던 윤 비서가 재빨리 해명했다.“그날 수아 씨 몸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하여 저희 대표님께서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다행히도 수아 씨한테 필요한 약이 마침 저희 석씨 가문에 남아 있었거든요.”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에게 되물었다.“무슨 뜻이에요?”윤 비서가 활짝 웃으며 답했다.“수아 씨, 축하해요! 수아 씨 병은 수술과 약물 치료로 많이 호전되어 이제 몸조리만 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했어요!”나는 여전히 멍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그럼 제 암은...”“수아 씨, 그날 우리 차를 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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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윤 비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답했다. “대표님께서 무슨 계획이었는지 저희 아랫사람들은 알기 힘든데요. 혹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직접 여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난 그저 두 사람이 그날 거기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는지 물어봤을 뿐이다.윤 비서가 떠나간 뒤에도 나는 침대에 누워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문득 오혜원이 그날 했던 말들이 떠올라 신장 쪽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보았다. 만약 내 몸속에 진짜 오혜원의 신장이 있는 거라면 지금 살아 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재빨리 의사를 찾아가 검진을 받아 보았다.“제가 확인해 봤을 때 환자분께서는 12년 전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게다가 회복이 아주 좋아 거의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 수 있고요.”순간 나는 눈앞이 아찔해 나더니 머릿속에 갑자기 오혜원의 창백하고 부어 보이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 모습은 분명 내 신장과 바뀌었기 때문에 그토록 병든 기색이 역력했다고 볼 수 있다.게다가 미성년자는 신장을 기증한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수술시켰다는 사실에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이제 내 몸은 호전되고 있지만 그녀는 생사가 위태롭다...나는 고민 끝에 의사한테 물었다.“지금 제 상황에서 다른 사람한테 신장 이식해 주는 건 불가능하죠?”순간 의사는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설명해 줬다.“지금 환자분께는 신장이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기증합니까? 그리고 신장 이식이라고 해서 100% 다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보통 신장 이식을 하고 대략 10~30년 정도 살 수 있지만 제가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확률일 뿐이고 구체적으로 환자분의 몸속에서 이식받은 신장이 잘 작동하는지 지켜봐야겠죠. 근데 만약 이 상태에서 또 신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이식하는 건 고사하고 성공 확률이 확 떨어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의사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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