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459 챕터

제121화

내가 그를 못 믿는다고 생각하다니?!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쳤다.“당신 입으로 말하는 걸 똑똑히 들었는데 대체 뭘 믿으라는 거예요? 그럼 말해 봐요. 당신은 그 여자랑 약속대로 결혼할 거예요?”나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 끝까지 묻지 않았다. 나름의 자존심이 있었고 그와 계속해서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고현성은 잠시 멈칫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그녀가 누구인지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나도 내 사정이 있어.”‘겨우 사정이 있다는 말 한마디로 대충 넘기려고 하다니! 고현성, 너도 참 대단해!’“그래요, 좋게 헤어져요.”나는 손을 뻗어 그를 밀치려 했지만, 그는 내 두 손을 잡고 나를 그의 품에 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날 믿어. 나는 널 배신하지 않아!”너무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이었다.“제길!”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더 이상 고현성을 봐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에게 발길을 날렸다.그는 급히 나를 놓고 한 걸음 물러섰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지만, 여전히 침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순간 후회했지만, 그 후회는 그가 나에게 준 배신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현성 씨, 딱 하나만 물어볼게요.”“응.”그의 목구멍에서 낮은 소리가 흘러나왔다.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그 여자랑 결혼할 거예요?”“그 여자가 운성에 온다면 결혼할 거야.”고현성은 단호하고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냉소하며 말했다.“그럼 이제 우리는 끝이에요. 앞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기 바래요.”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수아야.”아직도 뻔뻔하게 내 이름을 부른다고? 정말 어이가 없었다.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내 자존심과 오기가 나를 다잡았다. 오히려 나는 너그럽게 축복까지 해줘야 했다.나는 분노해서도 안 되고 기죽어서도 안 되었다.설령 진다고 해도, 당당하게 져야 했다.나는 차에 올라 출발했다. 백미러를 통해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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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나는 이 시간에 고정재가 전화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물을줄은...그는 내가 고현성과 싸운 걸 알고 있었던 걸까?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고정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희 두 사람 일을 현성이가 다은에게 말했고 다은이가 또 나한테 얘기해 줬어...”내가 숨죽여 우는 소리를 들었는지 고정재는 잠시 말을 멈추고 나지막이 물었다.“지금 울고 있는 거야?”나는 서둘러 전화를 끊고 일어나 차가 멈춰진 곳으로 갔다. 원래는 연 씨 별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그곳에는 고현성과 함께했던 이틀간의 추억이 가득했다.내 마음은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이때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여전히 고정재였다.내가 가장 힘들 때, 심지어 전화를 끊었는데도 그는 계속 전화를 걸어왔다.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스한 위로와 곁을 지켜줄 누군가였다. 나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더 이상 그와 엮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를 마치 스페어처럼 대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게다가 윤다은도 있지 않은가...우리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나는 고정재의 전화를 받지 않고 운전대에 얼굴을 묻었다. 마음은 복잡했지만, 내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깊은 한숨과 함께 몸이 너무 괴로웠다. 항암제를 꺼내 먹고 나니 한참 후에야 몸의 불편함이 조금 가라앉았다.나는 눈을 감고 모든 생각을 비웠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창 밖으로 희미한 빛이 스며들었다. 눈을 떠보니, 운성에 오랜만에 해가 떴다.차창을 내린 나는 길 건너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는 고현성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제 나는 그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었다. 고정재에게서는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편안한 분위기가 풍겼다.고정재는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걸까? 그리고 계속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나는 차 안에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배 안 고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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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정재 씨, 그동안 뭐 하고 지냈어요?”나는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고현성 얘기는 꺼내지 않고 다른 질문만 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고정재도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았다.그는 항상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세계 여행도 하고, 유력 인사들도 만났어.”이것이 고정재가 내게 준 답변이었다.나는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가 옆으로 비켜서자, 나는 그의 앞을 지나가며 말했다.“뭐 먹고 싶어요? 내가 살게요.”우리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고정재는 나를 근처 죽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내게 따뜻한 죽을 주문해 주었다. 죽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에게 물었다.“어머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어제 아버님께서 금운으로 가시던데.”고정재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표정했다.“어. 어젯밤에 수술하셨는데, 경과를 봐야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그럼 정재 씨는 왜 금운으로 안 갔어요?”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질문이나 던졌다.고정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솔직하게 말했다.“아빠와는 어릴 때부터 거의 만나지 못해서 정이 없어. 이번에 금운에 가지 않은 것도 엄마가 곤란해질까 봐 그랬어.”나는 호기심에 물었다.“어머님이 왜 곤란해하세요? 아버님이랑 같이 있으면 싸우기라도 하세요?”고정재는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내가 싸울 사람으로 보여?”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빠는 날 싫어해서 항상 흠을 잡으셔. 아마 우린 천성적으로 안 맞는 사이인가 보지.”고승철은 아들의 흠을 잡을 만큼 유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하지만 나는 당사자가 아니었기에 내 생각이 진실이라고 함부로 판단할 수 없었다.사실 고정재는 어젯밤 이미 금운에 돌아갔고 어머니의 수술 병실 앞을 지켰다. 그러다 새벽에 윤다은의 전화를 받고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우린 둘 다 말주변이 없었다. 다행히 음식이 나왔고 우리는 말 없이 밥만 먹었다.고정재는 몇 술 뜨더니 숟가락을 내려놨다.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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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내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건 네가 슬퍼하는 모습이야.이것은 고정재가 내게 건넨 가장 애틋하고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고정재가 고개를 돌리더니 갑자기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든 현성은 너에게 상처 주기를 가장 원치 않는 사람일 거야. 혹시 그에게도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어?”사정이라...고현성 역시 자신에게 사정이 있다고 말했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운성에 오면 결혼할 거라고 했다.그러니 그에게 사정이 있든 없든 아무 의미 없었다.내가 고개를 젓자 고정재가 말했다.“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말하게 하고 싶진 않아.”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말했다.“하지만 난 네 곁에 있고 싶어.”그의 말에 나는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그를 쳐다보다가 결국 한마디 내뱉었다.“미안해요,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나는 서둘러 죽집을 나와 차를 찾아 몰고 회사로 갔다. 그리고 강해온에게 새로운 아파트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연 씨 별장에는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다.회사에 돌아왔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고정재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던 것이다.나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사실 내가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그와 함께할 수 있었다.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고현성과 고정재 사이에서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배신당했다고 그에게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이건 고정재에게 너무 불공평한 일이었고 내 감정에도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나는 회사에서 하루 종일 넋이 나간 듯 시간을 보냈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이대로라면 조만간 병이 날 것 같았다.그래서 당분간 운성을 떠나 있기로 결정했다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강해온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새로 구입한 롤스로이스를 운전하고 동성시로 향했다.하지만 동성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입구에서 가벼운 접촉 사고가 발생했다. 일반 승용차 한 대가 내 차를 추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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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창가로 가서 밖을 보니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나는 호기심에 물었다.“여기로 가려고요?”그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얼굴에 흉터가 보기 흉하네.”나: “...”나는 동성에 온 뒤 화장을 지웠기에 매끈한 얼굴에 드러난 흉터는 당연히 보기 흉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것도 방금 내가 살려준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싫은 소리를 듣게 되다니, 참으로 의외였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침묵을 지켰다.그가 갑자기 물었다.“이름이 뭐야?”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우 거칠었다.그와 친분이 없으니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었지만, 그가 묻기에 답하지 않을 수도 없어 거짓으로 답했다.“연윤아요.”그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창밖의 강은 고요했지만, 그가 여기서 나가려는 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바로 이때 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창가에 서 있던 남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한테 경고했다.“나랑 같이 안 나가면 고문당할 거야.”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누구한테요?”그는 차갑게 말했다.“날 죽이려는 자한테.”“지금 문 두드리는 사람들이 당신을 찾고 있는 자들이라는 거예요?”“그래. 그들은 내가 여기 있는 거 알아.”그를 찾는 자들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나는 거절했다.“난 안 가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깥문이 열리고 맨 앞에 선 자가 이유도 묻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나는 당황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으니까.창가의 남자는 바로 나를 끌어당겨 창밖으로 뛰어내렸지만 뛰어내리는 순간 내 어깨는 칼에 베였다.나는 신음을 뱉었고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가운 강물 속으로 빠졌다.숨을 쉴 틈도 없이 물을 몇 모금 마셨고 고개를 내밀려 했지만, 누군가의 손바닥에 눌렸다.숨 막혀서 죽을 것 같은 순간,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고현성의 모습이 떠올랐다.만약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이번에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나는 몸에 힘을 빼고 가라앉도록 내버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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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나는 동성에 볼일이 있어. 나중에 연락할게.”나는 반경우의 만남을 거절했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지난번에 내가 널 불편하게 했나?”나는 고개를 숙이고 부정했다.“아니.”“난 너한테 이성적인 감정이 없어. 오해하지 마”반경우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자 나는 그의 직설적인 태도에 조금 당황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너 내 소중한 친구잖아. 우리 사이의 선은 분명히 있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진짜 내가 오바한 건가?!“나 그렇게 잘난 사람 아니야.”내가 대답했다.“어. 그럼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그래. 알았어.”반경우의 통화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려는데 문 앞에는 끈질기게 들러붙는 사람이 있었다. 순간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나는 다가가서 물었다.“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지 알았어?”나는 반경우의 전 여자친구가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그 여자는 사람을 둘이나 데려왔다. 딱 봐도 내가 열세에 처한 걸 보자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내가 어떻게 알았을까?”나는 어이가 없었다.“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나와 반경우의 전 여자친구는 털끝만큼도 상관없는데 왜 날 오해하는 것인지 진짜 알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그녀와 반경우는 이미 헤어진 사이이니 설령 내가 그와 뭐가 있다고 해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그녀는 막무가내로 말했다.“동성에서 꺼져.”그 말을 듣고 나는 비꼬는 듯한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디 있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너 진짜 왕이라도 되는 줄 알아? 다른 사람의 의사는 전혀 상관 않고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반경우의 전 여자친구는 더 이상 나와 말할 의향이 없었던지, 미간을 찡그리며 명령을 내렸다.“저년의 휴대폰과 주민증을 빼앗아.”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사람이 내 팔을 잡았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자 위협적으로 말했다.“가져가. 아무것도 없으면 경우를 찾아가면 되지. 너도 그걸 원하지는...”그녀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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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더 이상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후에 그에게 구출되어 석 씨 별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말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이었다.“네. 대표님의 존함은 석지훈입니다.”윤승민이 떠난 후 나는 욕실로 돌아가 몸을 닦았다. 깨끗이 닦고 나온 뒤, 나는 가정부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부탁하여 약을 먹었다.항암제를 먹고 나니 몸이 한결 편해졌다. 이때 가정부가 식사를 가져왔다.내가 물었다.“대표님은 계신가요?”“대표님은 서재에 계세요.”나는 응수하고는 식사를 들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몇 입 먹고 말았고 휴대폰도 없어 심심했다.나는 그 헐렁한 흰 셔츠를 입고 뒤뜰로 나갔다. 밖은 좀 추웠지만 견딜 만했다. 가정부는 눈치 빠르게 짙은 검은색 코트를 가져다주었다. 코트를 입으니 발목까지 내려와 나를 더 작고 왜소해 보이게 했다.하지만 사실 내 키는 172cm였다.키는 컸지만, 몸매 비율이 완벽했고 길고 흰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고급스럽고 완벽한 외모에 머리숱도 많고 길고 윤기 있었다. 절대 석지훈이 말한 것처럼 못생기지는 않았다.가정부는 옷이 큰 걸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건 대표님의 옷이에요. 집에 다른 사람 옷은 없고 제 옷은 아가씨께 드리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조금만 이해해주세요!”석지훈의 사람들은 나에게 매우 깍듯했다. 내가 고맙다고 하니 가정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뭐든 필요하면 부르세요. 저는 저녁 준비하러 갈게요.”가정부가 떠난 후 나는 혼자 정원을 거닐었다. 3월의 따뜻한 봄날, 온갖 꽃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기였다.석지훈의 정원은 그 사람처럼 삭막하지 않았고 매화꽃, 철쭉, 복숭아꽃 모두 있었다.매화꽃은 이미 시들어 꽃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복숭아꽃은 활짝 피어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낮게 핀 복숭아꽃 가지 하나를 꺾었다. 쉽게 꺾였다.나는 크고 아름다운 꽃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코끝에 가져다 대고 복숭아꽃 향기를 맡았다.복숭아꽃 향기는 은은하고 달콤했다.문득 고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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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반경우는 내게 귀띔 같은 건 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석지훈에 대해서는 드물게 경고를 했다.“수아야, 석지훈은 빈손으로 시작해서 지금 이 규모를 이룬 강력한 남자야. 그의 수단, 잔인함 그리고 냉혹함은 내가 지금껏 본 적 없는 수준이야! 그러니 그 사람에게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반경우가 석지훈에 대한 평가는 만회할 수 없는 심연이었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내가 아는 석지훈은 냉혹했지만, 반경우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었다. 솔직히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나도 석씨 가문에 대해서 잘 몰라. 많은 이야기는 아빠한테 들은 거지. 아빠는 석씨 가문이 잔인한 집안이라 했거든. 석지훈과 같은 세대에는 원래 아들이 몇 명 더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석지훈 한 명뿐이야. 듣기로는 다들 패배해서 탈락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어.”나는 놀라서 물었다.“가문의 음모론 같은 건가?”반경우는 부정하며 말했다.“아니, 석씨 가문에는 음모론 같은 건 없었어.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겠지만, 석지훈 그 남자는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결국 너만 힘들어질 테니까! 수아야, 그는 원하는 것은 반드시 얻어야 하는 남자야. 난 그가... 전 여자친구가 그러는데 어젯밤 그가 널 구했다더라.”“맞아. 어젯밤 석지훈이 나를 구해줬어.”나는 부인하지 않았다. 반경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결코 마음이 부드러운 남자가 아니야. 우리 동성 사람들의 평가로 말하자면, 냉혹하고 무정한 존재지. 그가 너를 구했다는 것은 너에게 마음을 줬다는 뜻이고 나는 네가 결국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돼.”반경우가 말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석지훈과는 다른 사람 같았다. 나는 석 씨 별장을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고 그도 나와 대화를 나누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나는 반경우에게 석지훈과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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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나랑은 상관없어. 그리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경 쓸 필요 없어. 다만 혜원이는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연시혁이 너무나 진지하게 말해서 나는 호시심에 물었다.“혜원이가 전화로 다른 말을 더 한 거지?”“혜원이가 자기는 지금 의사고 너를 상대할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어.”연시혁이 설명했다.전화를 끊은 후, 나는 한참 동안 기분이 진정되지 않았다. 혜원이가 말하는 나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는데 단숨에 나를 죽일 수 있는 것 같았다.나는 결과가 안 보이는 것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고 머리를 저었는데 오혜원이 무슨 짓을 하든 다 받아주고 그녀가 더 상처를 받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서 샤워하고 나왔는데 왠지 소파에 버려진 휴대폰이 석지훈 것과 똑같았다.윤 비서가 얘기하기를 커플 모델처럼 보이는 이것은 석씨 가문에서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한 거고 현재 두 대만 사용하고 있는데 그 사용자가 바로 나와 석지훈이라는 것이다.위챗에 수많은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열어보지 않고 배달을 시켜 한바탕 먹은 다음 밖에 나가 산책했다.나는 한적한 곳으로 걸어가서 휴대폰을 꺼내 카톡을 클릭해 보니 최희연, 윤다은 그리고 고현성까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제일 먼저 최희연과의 대화창을 열었다.[나 어제 용기 내서 진유겸에게 뽀뽀했어.]그녀는 결국 진유겸을 이번 복수극에 끌어들이고 진유겸의 감정을 이용하려는 것이다.나는 물었다.[무슨 반응이었어?][수아야, 그의 입술이 너무 차가웠어.][...]나는 최희연이 이토록 빨리 답장이 올 줄을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마치 휴대폰을 계속 들고 있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내가 답변했다.[너 설마 유겸 씨를 좋아하니?]최희연은 대답 대신 줄임표를 연달아 보냈는데 아마 그녀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나 역시도 개인적으로 감정이 복잡했는데 최희연이 상대하는 남자가 다름 아닌 진유겸인데 어떻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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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윤다은이 마음속으로 계속 보고 싶어 하는 그 사람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결국 참았다.“고정재 씨가 데리러 올 거야.”윤다은은 온몸으로 술 냄새를 풍기며 차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취한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고정재가 도착했을 때 윤다은은 이미 깊은 잠이 들었다.그녀의 모습을 보며 고정재는 미간을 굳게 찌푸리고 불쾌해하며 말했다.“미안해. 수아야, 나랑 같이 다은이를 집으로 데려갈 수 있어?”‘고씨 가문으로 가자고?’어차피 고현성이 거의 고씨 가문 집에 들어가지 않으니 마주칠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대답했다.“네, 그렇게 해요,”나는 운전하지 않고 뒷좌석에서 윤다은을 보살피고 고정재가 운전해서 고씨 가문으로 출발했다.고정재는 차를 길옆에 세우고는 윤다은을 부축하지 않고 곧장 입구에 가서 사람을 불렀다.그러자 집사가 두 명의 여자 가정부를 데리고 나와 윤다은을 부축하며 물었다.“도련님은 들어가시지 않으세요?”고정재는 거절했다.“그럴 필요 없어.”고정재는 곧바로 나를 데리고 운전해서 떠났는데 그 전에 나와 집사의 눈이 마주쳤는데 어쩐지 집사가 나와 고정재가 같이 있었다는 것을 무조건 고현성에게 보고할 것 같았다.고현성이 무서운 건 아니고 또다시 그가 나의 생활에 다시 끼어드는 것이 싫었다.고정재는 운전하는 동안 계속 조용했는데 내가 사전에 다른 집으로 이사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그는 곧장 연씨 가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어차피 다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가면 되기에 나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정재가 나를 별장에 내려주고 말했다.“나한테 연락해 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다은이가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했어.”나는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에요.”고정재가 물었다.“그런데 왜 거기에 있었어?”“그냥 갑자기 가보고 싶었어요.”“수아야, 그날에는 왜 도망쳤어?”고정재는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했다. 비록 언젠가는 마주해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오늘 밤 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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