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앞에서는 무슨 말이든 다 털어놓는 성격이라 나는 김예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김예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뭐, 그런 셈이지.”“왜 싸웠는데요?”김예진은 꾸밈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았다.“민수 씨는 내가 매사에 너무 무심하고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도 없다고 생각하나 봐. 네가 수술을 받은 뒤에도 난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기만 했잖아. 결국 문제의 본질은 민수 씨는 내가 민수 씨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데서 비롯됐어. 넌 그저 우리가 싸움을 터뜨린 계기가 됐을 뿐이야.”조민수는 늘 내 일에 대해 책임감 있게 신경 써 주었고 나도 거리낌 없이 그의 도움을 받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모두 김예진의 마음을 놓치고 있었다.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미안해요, 언니.”그리고 붉어진 눈시울을 손으로 가리며 덧붙였다.“정말 미안해요. 그런 점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사실 오빠는 정말 언니를 사랑해요. 나에게 신경 쓰는 것도 그저 의무감 때문이에요. 앞으로 오빠에게 부탁하는 일 줄일게요, 언니. 제발 오빠에게 너무 화내지 마세요.”“그런 게 아니야, 수아야.”김예진은 차분히 설명했다.“네가 걱정할 일은 없어. 우리는 단지 싸움의 이유를 찾은 것뿐이지, 본질적인 문제는 민수 씨는 내가 너무 쌀쌀맞다고 느낀다는 거야. 아마 내가 생각만큼 민수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나 봐.”“그럼 언니는 오빠에게 마음이...”“사실 나와 민수 씨가 다시 만나기까지 생각처럼 순조롭지 않았거든. 그 사람이 나를 많이 아프게 했었어. 그때는 정말 평생 용서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 민수 씨의 끈질긴 구애에 마음이 돌아섰어. 다시 만난 후로 한동안은 참 행복했어.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불편함이 있더라. 그 마음의 벽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아서 내가 예전처럼 민수 씨를 사랑할 수 없게 됐나 봐.”나는 깜짝 놀랐다. 민수 오빠와 예진 언니 사이에 그런 벽이 있었다니.김예진은 이어서 말했다.“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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