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연이 진씨 가문과 계속 협력하고 싶다고 하니 나도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강해온에게 일단 가서 진씨 가문과 관련 사항을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강해온이 가고 난 뒤, 나는 어젯밤 고현성의 말이 떠올랐다.나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경계심을 늦출 수는 없었다. 나는 비서 실장에게 최근 연 씨 가문의 자금 흐름 자료를 가져오라고 했다.자료를 펼쳐 보니, 일부 자금의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았다. 재무팀에서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범할 리 없었다. 누군가의 지시가 있었기에 그들은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은 것이었다. 연 씨 가문에서 그런 권한을 가진 사람은 나와 비서 강해온뿐이었다.강해온은 9년 동안 나와 함께 일했고 연 씨 가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나는 그를 항상 신뢰했기 때문에 연 씨 가문의 크고 작은 일들은 대부분 그에게 맡겨왔다.특히 내가 고현성과 결혼한 후 회사 운영을 멀리하게 되면서, 연 씨 가문은 사실상 강해온의 손에 있었다. 그러니 그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는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젯밤 고현성이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그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내 마음속의 의심은 점점 커져 절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나는 사무실에 오랫동안 앉아 생각했다. 의심이 들면 쓰지 말고, 쓰기로 했으면 의심하지 말라라는 말을 잘 알면서도 나는 망설였다. 그때 강해온이 전화를 걸어왔다.“대표님, 보고드릴 사항이 있어요.”나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고 물었다.“무슨 일이죠?”그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방금 고 대표님께 전화가 왔어요.”그 순간,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그는 태연하게 말했다.“제가 회사 자금에 손을 댔습니다.”나는 차분하게 물었다.“그 돈으로 뭘 했죠?”이 질문에 강해온은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전화로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것 같아 그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말했다.“돌아와서 얘기해요.”그리고 덧붙였다.“강 비서가 무슨 말을 하든 난 믿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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