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459 챕터

제171화

그때의 연시혁은 어렸으니 부모님을 말릴 능력이 없었을 것이다.나는 송이연에게 연시혁은 원래 제 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다고 하며 그녀를 위로했지만 사실 연시혁은 오혜원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저 혜원 씨 본 적 있어요. 연약하고 순진한 분이더라고요, 남자들의 첫사랑은 그런 여자일 것 같았어요.”작고 왜소한 오혜원은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의 소유자였는데 어릴 때부터 연씨 집안이랑 엮이면서 고달픈 인생을 살아왔기에 나는 오혜원은 보호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생각했다.“혜원이는 언제 봤어요?”천천히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던 송이연은 어느새 허리까지 차오른 물에 작디작은 몸을 반쯤만 드러낸 채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송이연은 슬픔이 가득한 목소리로 내 말에 답을 했다.“시혁 씨가 부탁해서 조직 적합성 검사하러 갔었어요. 아까 비서한테서 결과 전해 들었는데 어떻게 또 마침 적합하다네요.”“적합하다고요?”내가 놀란 듯 되묻자 절망적인 얼굴을 한 송이연이 말을 이었다.“네, 그런데 전 기증해줄 마음 없어요. 시혁 씨가 부탁하니까 마음 약해진 건 맞는데 그렇다고 제 마음 모른 척하면서 기증하고 싶지는 않아요. 수아 씨, 제가 어떻게 거절하면 좋을까요?”고현성과 동시에 적합성 검사를 통과한 송이연이지만 하나는 기증을 원하고 하나는 기증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마침 나는 고현성의 기증을 반대하고 있었고 연시혁은 송이연이 기증하길 원하고 있었다.송이연 본인만 원한다면 완벽하게 해결될 일이지만 적합성 검사도 그냥 연시혁에게 등 떠밀려 한 그녀이기에 지금 이렇게 나한테 연시혁을 거절할 방법을 묻고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나도 오혜원이 살길 바라는 사람 중 하나로서 특별한 묘안은 없었다.그래도 기증이라는 건 목숨을 내건 큰 결심이기에 강요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나는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이연 씨가 싫으면 아무도 이연 씨한테 강요할 수 없어요. 시혁인 이연 씨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지 굳이 그 사람을 위해서 인생
더 보기

제172화

연시혁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송이연의 눈가는 금세 촉촉해졌다. 너무 억울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해서 더 슬픈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말아무는 그녀에 나는 연시혁에게 뭐라고 더 묻지도 못했지만 그는 계속 중얼거리듯 말했다.“수아야, 우리가 혜원이한테 진 빚은 갚아야 해.”“그럼 이연 씨한테 진 빚은 어떻게 할 건데?”내가 담담하게 묻자 잠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연시혁은 갑자기 화를 내며 대꾸했다.“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그 말에 찔리기라도 했는지 다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리는 연시혁에 나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송이연을 다독였다.“미안해요, 시혁이한테는 내가 다시 얘기해볼게요.”하지만 송이연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직접 해결할 거야. 저랑 혜원 씨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 때문에 신장을 내놓을 만큼 제가 착하진 않아서요. 생각보다 더 이기적인 사람에 가까울 거예요 저는.”그녀의 마지막 말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지금의 송이연은 예전의 망설이고 두려워하던 그녀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조씨 가문 앞에서 내린 나는 송이연이 가는 걸 지켜본 뒤에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순간 저 앞에 서 있는 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사실, 그가 올 것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를 피하고 싶긴 했다.하지만 여기서 굳이 피한다면 오히려 내가 자신한테 떳떳하지 못한 것 같아 나는 좀 더 당당해지기로 했다.나에게는 그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까.그렇게 그를 대차게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가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하자.”“내가 왜요?”괜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거절하며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고현성은 갑자기 나를 들어 올리더니 아무 말도 없이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차에 태워 버렸다. 내가 차 안에서 몸부림치며 내려
더 보기

제173화

“자꾸 그 얘기 꺼내서 나 자극하지마.”“나 진짜 속상해 수아야.”내 손을 잡아 오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고현성에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불쌍한 척 좀 그만해요!”“두 달 전에 내 속은 편했는 줄 알아요? 내가 혜원이 도움받고 싶었을 것 같아요?”“너는 안 원했겠지만 방법이 있는데 내가 왜 포기하겠어, 널 기절시켜서라도 치료받게 했을 거야 나는.”“비켜요.”두 달 전 성당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기에 나는 짜증을 내며 그를 발로 차버렸다.매번 상처를 다 줘놓고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사과, 이제는 받고 싶지도 않았다.그런 사람을 더 용서해주기도 싫었고 앞으로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설령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 해도.고현성은 내 발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껴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수아야,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래서 너도 그때 고정재 거절하고 날 선택한 거잖아.”여름날의 무더위도 이길 정도로 시린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해요, 그래서 몇 번이고 용서해줬어요. 그런데 난 평생 그렇게는 못 살아요, 우리가 만나는 3년 동안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봐요, 나한테 잘해준 게 있긴 해요?”지난 3년 동안 고현성은 나에게 수 없는 상처만 남겨주었었다.암도, 불임도 모두 고현성 때문에 얻은 병이었고 얼굴에 난 상처는 더더욱 고현성과 임지혜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나는 갈기갈기 찢기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내 불임도 당신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내 말에 고현성은 마음이 아프긴 했는지 나를 꼭 끌어안으며 뜨거운 액체를 흘려보냈다.내 살결을 따라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자 나는 그제야 고현성이 울고 있음을 눈치챘다.최희연이 묘지 앞에서 울고 있던 고현성의 모습이 그렇게 처절했다고 말한 적은 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서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어떨지 한 번도 제대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더 보기

제174화

별장 2층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친 나를 본 고현성은 많이 놀랐는지 입술까지 떨며 바들거리는 몸으로 나를 안으려 했다.꼼짝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전에 났던 상처가 긁혀 피가 철철 나는 얼굴에도 평온하게 말했다.“나는 이 정도로 당신을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죽어도?”“당신한테 바친 내 청춘은 이미 충분히 많거든요.”더 이상 그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았던 나는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도 단호하게 답했다.“수아야, 대체 왜 나한테 이렇게 잔인한 거야?”“그러는 현성 씨는 나한테 좋은 남자였나요?”3년 동안 따뜻한 온기 하나 느껴보지 못한 연애였음에도 그를 사랑하니까 그냥 버텨왔었다.하지만 이미 몸이 완전히 회복되었는데 또 그에게 얽매여 남은 날들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놈의 사랑 때문에 내 몸을 또 혹사시킬 수는 없었다.고단해질 삶도,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플 이 사랑도, 그리움에의 고통도 끝없는 서러움도 너무나도 두려워져서 다시 그에게 마음을 내어줄 용기가 없었다.그래서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그 누군가가 고현성이 될 수는 없었다.고현성은 나를 병원으로 데려갔고 응급실에서 온몸에 붕대를 감고 나온 나를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병실 한쪽에 기대 서 있었다.나는 온몸이 찌릿찌릿하게 아파왔지만 그의 앞에서는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었다.먼저 못 버티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지는 인내심 싸움이었기에 나도, 고현성도 둘 다 아무 말 않고 있었다.하지만 내가 창문에서 뛰어내리면서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보여줬을 때, 사실 고현성은 진작 자신이 질 내기임을 알고 있었다.결국 그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자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드디어 끝냈네.”그와의 관계를 끝내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마음은 누가 후벼 파는 것 마냥 아파왔다.3년이나 그만을 바라봐왔으니 이 정도 아픔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마음도 아픈데 몸까지 쑤셔오니 잠이 안 왔던 나는 문득 석지훈이 뭐 하는지 궁금해
더 보기

제175화

그때는 몰랐지만 사실 석지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내 주위에서 머물고 있었다.하지만 한 번도 먼저 날 귀찮게 하거나 하지는 않고 늘 내가 필요할 때만 내 앞에 나타나 주었다.그날도 아마 내가 그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쓰고 있어서 GPS 공유기능을 통해 나를 찾아낸 것 같았다.“계속 상주시에 있었던 거에요?”내가 있는 도시에는 항상 석지훈도 함께 했던 것 같아 나는 문득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응, 운성에서 왔어.”“아, 네.”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석지훈 옆으로 빨간 월계화가 피어있었는데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그 꽃보다 석지훈이 더 매혹적인 것 같았다.남녀노소 누구나 인정할 만큼 준수한 외모를 가진 그에게는 유독 절제된 것 같은 섹시함이 있어 모든 여자들의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그런 남자가 이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다쳤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와 준 게 고마워서, 그리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 바람과 은은한 달빛 아래로 보이는 완벽한 그의 얼굴까지 모든 게 너무 완벽해서 그 분위기에 취해버린 나는 웃으며 말했다.“오빠 진짜 잘생겼네요.”“나 놀리는 거야?”그의 앞에서는 누구도 감히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듯 당황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비치는 석지훈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고 보니 저번에 잘 생겼다고 했을 때도 정색을 하며 말했던 것 같았다.“윤아야, 나한테 마음 품지 마.”이번에는 그리 상처 되는 말은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았다.원래 성격이 과묵한 편이라 나만 입을 다문다면 어차피 말을 잇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래서 나는 힘겹게 그의 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오빠, 나랑 같이 병실로 올라갈래요?”짧게 알겠다고 대답한 석지훈은 자연스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등을 보였다.그 의미가 너무 명확해서 원래 걷기도 힘들었던 나는 굳이 거절하지 않고 그에게 업혔다.내 다리를 두 팔로 감싼 채 천천히 걷는 그가 너무 듬직해 보여 나는 턱을 그의 어깨에 올리며 물었다.“오빠, 몇 살이
더 보기

제176화

반경우가 전에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석지훈 세대에는 원래 아들이 꽤 많았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석지훈 단 한 사람뿐으로 모두 경쟁에서 져서 탈락하였다고 말이다.그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지금 윤승민은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었다.“석씨 가문의 상속자는 단 한 명뿐입니다.”결국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이라는 뜻이다.‘석지훈이 바로 그 험난한 과정을 뚫고 살아남은 사람이란 말인가? 석씨 가문이란 대체 어떤 존재지? 규칙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지?!’나는 윤승민에게 물었다.“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윤승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저는 석 대표님의 개인 비서이지만 석씨 가문... 석 대표님의 뒤에 있는 그 가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석씨 집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까요.”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윤승민은 설명했다. “석 대표님이 다섯 살 때 가문을 떠나 혼자 생활하셨다고 말씀드렸죠? 그게 석씨 가문의 방식입니다. 그때 석 대표님과 함께 세 명의 형님도 석씨 가문을 떠났는데 당시 석 대표님은 가장 어렸지만 결국 석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인이 되셨지요.”나는 호기심에 물었다.“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윤승민이 되물었다.“황자들이 황위를 다투는 것을 보신 적 있어요?”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무슨 뜻이죠?”“지면 죽는 겁니다.”윤승민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저는 석 대표님을 7년간 모셨는데 그해 석 대표님과 그의 형님들은 함께 석씨 가문으로 들어가셨는데 결국 혼자 나오셨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그때의 석 대표님은 말수가 적긴 했지만 지금처럼 차갑지는 않으셨어요. 지금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세상사에 무관심한 사람 같지만요. 뭔가 엄청난 일을 겪고 변해버린 것 같은데 저와 원 선생님은 아직까지 그 이유를 모르겠네요.”윤승민이 말하는 원 선생님은 원태웅이었다.나는 주저하며 물었다.“예전의 석
더 보기

제177화

“수아 씨는 전공이 뭐죠?”송이연이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나는 풀이 죽어 말했다.“열네 살에 연 씨 가문을 물려받은 후로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어요. 잘 생각해 보니 중학교 졸업장에 피아노 10급 자격증만 있네요.”송이연은 부러운 듯이 물었다.“피아노를 칠 줄 아세요?”“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어요.”내가 말했다.“그럼 정말 잘 치시겠네요.”송이연은 진짜 눈치 빠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학력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반대로 내가 피아노를 칠 줄 아는 것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던 것이다.그녀와 대화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고 심지어 무척 편안함을 느꼈다.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비로소 일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가 먼저 나에게 물었다.“연수 씨는 왜 제가 계약을 파기하길 바라죠?”나는 솔직하게 말했다.“저는 유씨 가문이랑 사이가 안 좋아요.”그녀는 이유는 묻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수아 씨 뜻대로 오후에 유씨 가문과의 계약을 거절할게요.”나는 재빨리 말했다.“위약금은 제가 부담할게요.”송이연은 고개를 저으며 우아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 새 친구 사귄 셈 치죠. 수아 씨에게 드리는 선물이라고 생각하세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설명했다.“내가 수아 씨와 친구가 되려는 건 시혁 씨 때문이 아니라 수아 씨가 진솔한 사람 같아서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거짓말해요.”그녀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수아 씨는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거예요.”“믿어줘서 고마워요.”좀 있다가 강해온이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나는 송이연에게 자원 공유 계약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것은 송씨 가문에 있어서는 좋은 일이었다.그녀는 정중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아직은 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그녀는 이 계약에 현혹되지 않고 매우 이성적으로 나를 거절했다. 나는 설명했다.“이것은 제가 새 친구에
더 보기

제178화

석지훈은 뜬금없이 나에게 석씨 가문에 갈 거냐고 물었다.‘나랑 석씨 가문으로 갈래’라는 그의 질문은 어떻게 들어도 묘한 뉘앙스였다.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그 사람들 걱정하는 거 아니었어?”나: “...”내가 그들을 걱정한다고 해서 석씨 가문에 가야 하는 건가?나는 단지 석씨 가문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을 뿐이지 석씨 가문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석지훈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는 그와 대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게다가 그에게선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나는 눈치껏 입을 다물었고 둘 사이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얼른 화장실에 다녀왔고 나오니 석지훈은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두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운 채 밝은 불빛이 손끝에서 천천히 타들어 갔다. 밤하늘로 흩어지는 담배 연기는 밤의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느껴졌고 그의 모습을 더욱 고독하게 만들었다.담배 피우는 석지훈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흔들렸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침대에 누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강인한 턱선과 완벽한 옆얼굴, 그리고 크고 탄탄한 등을 가졌다. 이런 남자가 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그는 늘 다치고 몸에는 수많은 흉터가 남아 있었다.나는 원태웅에게 왜 그렇게 강한 석지훈이 항상 위험 속을 드나드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원태웅은 석지훈이 혼자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그는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러면서도 매혹적이고 마음을 흔들었다.석지훈은 담배를 반쯤 피우다 끄고는 나에게 물었다.“왜 뛰어내리려고 했지?”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나는 솔직하게 설명했다.“전남편이 찾아왔는데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꾸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제가 또 마음이 약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도망치려 했는데 그가 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제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저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서 정말
더 보기

제179화

“난...”그의 차가운 눈빛에 하고 싶었던 말이 목에 걸렸다. 석지훈은 내 생각을 읽은 듯 창밖 야경을 등지고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사이는 가족일 뿐이야.”그가 '가족'이라는 말을 하는 순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나에게 다른 감정을 품고 있을까 봐 걱정했었다. 내가 안도하는 모습을 석지훈은 깊은 미간을 찌푸리며 병실을 나갔다.나는 상주시의 병원에서 보름 동안 몸을 추스렸다. 그동안 유씨 가문은 송씨 가문과의 계약이 무산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주가는 유지영이 감옥에 간 후 3% 더 하락했다. 다만 송씨 가문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유씨 가문에 위약금을 지불했다.송씨 가문은 유씨 가문과의 계약을 파기한 후 연 씨 가문과 계약을 체결했고 이 때문에 유씨 가문은 연 씨 가문에 원한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했던 결과였으니까.유씨 가문에는 내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상주시에서 운성으로 돌아왔을 때 몸 상태는 아직 좋지 않았고 얼굴의 흉터는 더욱 뚜렷해졌다. 조민수는 몰래 의사들을 수소문해 주었고 몸이 회복되면 흉터 제거 수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운성으로 돌아온 후 나는 계속 아파트에 머물렀다. 가끔씩 전면 유리창 앞에 서면 아래 단지 입구에 서 있는 건장하고 잘생긴 남자를 볼 수 있었다.그는 그저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나는 전면 유리창 앞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처럼 그 사람 갈 때까지.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의 패턴을 파악했다. 그는 매일 저녁, 도시에 불이 켜질 무렵에 나타나 30분 정도 머물다가 떠났다. 그는 내가 자신을 발견한 사실을 모르는 게 분명했다.그렇게 집에서 보름 넘게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연시혁에게서 문자가 왔다.[수아야, 혜원의 수술 잘 끝났어.]‘뭐라고? 혜원이가 언제 수술을 했다는 거지?’나는 급히 연시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강해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도 모르고
더 보기

제180화

나는 곧장 병실을 나와 의사에게 전원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하고 강해온에게 전화해 전용기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때 내 옆에 있던 연시혁은 이를 보고 만류했다.“지금 옮기면 안 돼.”나는 분노에 찬 눈으로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이연 씨가 임신한 거 알고 있었어?”연시혁이 침묵하자 나는 그를 밀치고 병실로 돌아갔다.송이연은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나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곁을 지켰다. 곧 강해온이 도착했고 전문 의료진은 그녀를 상주시 최고의 병원으로 옮겼다.나는 상주시로 따라가지 않고 병실에 앉아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였다. 문득 오혜원이 너무 원망스러워졌다.그녀가 운성으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그녀도 살고 싶어서 운성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그녀가 말했듯이 신장이 멀쩡했더라면 운성으로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나는 마음이 너무 괴로워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송이연이 떠난 병실에서 연시혁은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나는 문득 그에게 물었다.“그녀가 누군지는 알아?”연시혁은 내 질문에 담긴 숨은 의미를 간파한 듯 머뭇거리며 물었다.“무슨 뜻이야?”나는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시혁아, 그녀의 이름은 송이연이야.”연시혁은 갑자기 회상하며 말했다. “알아. 나랑 이연은 운성에서 만났어. 그때 나는 아직 마을에 정착하기 전이었고 사고를 쳐서 경찰서에 잡혀갔었지. 이연도 그때 경찰서에 잡혀 있었는데 당시 나는 그녀가 매춘부인 줄 알았어... 경찰서에서 나온 후 나는 그녀에게 나를 따라올 건지 물어봤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줄 순 없지만 먹고살게는 해 주겠다고 했었지.”이건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다. 송이연은 그날 병원에서 내게 말했었다. 연시혁이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너무 어이없었다고 했다. 그녀는 돈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당시 경찰서 앞엔 검은색 포르쉐가 세워져 있었는데 송이연의 말로는 그 차 한 대 값은 연시혁이 평생
더 보기
이전
1
...
1617181920
...
46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