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그 얘기 꺼내서 나 자극하지마.”“나 진짜 속상해 수아야.”내 손을 잡아 오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고현성에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불쌍한 척 좀 그만해요!”“두 달 전에 내 속은 편했는 줄 알아요? 내가 혜원이 도움받고 싶었을 것 같아요?”“너는 안 원했겠지만 방법이 있는데 내가 왜 포기하겠어, 널 기절시켜서라도 치료받게 했을 거야 나는.”“비켜요.”두 달 전 성당에서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기에 나는 짜증을 내며 그를 발로 차버렸다.매번 상처를 다 줘놓고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하는 사과, 이제는 받고 싶지도 않았다.그런 사람을 더 용서해주기도 싫었고 앞으로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설령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다 해도.고현성은 내 발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나를 껴안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수아야, 우린 서로 사랑하는 사이잖아. 그래서 너도 그때 고정재 거절하고 날 선택한 거잖아.”여름날의 무더위도 이길 정도로 시린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해요, 그래서 몇 번이고 용서해줬어요. 그런데 난 평생 그렇게는 못 살아요, 우리가 만나는 3년 동안 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봐요, 나한테 잘해준 게 있긴 해요?”지난 3년 동안 고현성은 나에게 수 없는 상처만 남겨주었었다.암도, 불임도 모두 고현성 때문에 얻은 병이었고 얼굴에 난 상처는 더더욱 고현성과 임지혜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나는 갈기갈기 찢기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내 불임도 당신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내 말에 고현성은 마음이 아프긴 했는지 나를 꼭 끌어안으며 뜨거운 액체를 흘려보냈다.내 살결을 따라 흐르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자 나는 그제야 고현성이 울고 있음을 눈치챘다.최희연이 묘지 앞에서 울고 있던 고현성의 모습이 그렇게 처절했다고 말한 적은 있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본 게 아니라서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어떨지 한 번도 제대로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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