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83화

작가: 동과
“누구든 괜찮은데 걔만은 안 돼!”

난 고승철의 말을 되풀이하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 몇 마디에 속상해할 리가 없잖아요! 회장님 말씀이 맞아요. 다 정재 씨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정재 씨, 우리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요. 현성 씨까지 포함해서.”

고정재는 남들 시선은 신경 안 쓴다는 듯 말했다.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내 인생은 내가 살아. 난 네 생각이 중요해.”

“정재 씨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 끌려요.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

“수아야, 지금 그 말 너무 마음 아프다.”

고정재는 웃으며 내 말을 막고 말했다.

“이제 들어가. 시간 날 때 또 올게.”

창문 너머로 내려다보니 그는 아직도 아파트 입구에 서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멀리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슬퍼 보였다.

내 말이 그를 상처 준 걸까?

“미안해요.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어요.”

‘누구든 당신 곁에 있을 수 있지만 나만은 자격이 없어요. 정재 씨, 당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만나요.’

나는 창가에 앉아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눈을 뜨니 이미 정오였다.

일어나서 대충 컵라면 하나를 먹고 나니 원태웅에게서 문자가 왔다.

[둘째 형 어디 놀러 가셨는지 알아?]

원태웅의 문자를 보고 나서야 석지훈과 한 달 동안 연락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 아무 예고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나는 원태웅에게 답장을 보냈다.

[몰라요.]

원태웅이 답장했다.

[형이 한 달째 회사에 안 나오고 전화도 안 받으셔. 뭐, 예전에도 자주 그러셨으니까.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다치지 말기를 기도해야지 뭐.]

나: [무섭게 왜 그래요.]

원태웅: [둘째 형은 원래 그런 사람 아니야?]

원래 석지훈이 뭘 하든 나랑 상관없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마음에 문자를 보냈다.

[둘째 오빠, 많이 바쁘세요?]

석지훈은 답장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지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4화

    나는 지난번처럼 단호하게 뛰어내린 후에는 고현성이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또 찾아왔다.대체 어떻게 내 주소를 알아낸 거지?나는 화가 나서 문을 닫으려 했지만 고현성은 손으로 문을 막고 나를 끌어안았다.너무 당연하다는 듯이.그는 발로 문을 닫고 나를 안아 침실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며 물었다.“뭘 하려는 거예요?”고현성은 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 옆에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결국 널 보낼 수 없었어.”그가 말했다.나는 비웃듯이 물었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예요?”나는 정말 그에게 화낼 힘도 없었다.“수아야, 내 곁으로 돌아와 줄래?”나: “...”“수아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큰 잘못을 저질렀어... 난 이렇게 하면... 나는 그냥 네가...”고현성은 횡설수설했다. 그가 슬퍼하는 것이 보였다. 그를 보니 나도 마음이 아파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았다.“수아야, 말 좀 해 봐.”이렇게 비참한 모습의 고현성은 처음이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러지 말아요. 나까지 당신을 무시하게 만들지 말아요. 떠나려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요.”그날 빗속에서 내가 그렇게 매달렸지만...그런데 그는?내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잔인한 말을 했었다.“난 그냥...”나는 그의 말을 막았다.“내 생각해서 그랬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그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하지만 난 당신 생각해서...”나: “...”그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는 무력감에 빠져 말했다.“나 정재 씨랑 만나기로 했어요.”고현성은 놀라서 물었다.“뭐라고?”나는 매정하게 말했다.“나 정재 씨 여자가 되기로 했어요. 그러니 이제 와서 당신 때문에 다시 그를 배신할 순 없어요! 사실 9년 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정재 씨였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당신과 결혼했던 거예요. 이젠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뿐이에요.”고현성은 갑자기 내 목을 졸랐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5화

    바로 그때, 조민수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어가서 손가락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야, 방금 현성에게 전화가 왔었어.”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무슨 말을 했는데?”“많이 힘들어하고 무력해 보였어. 마치 예전의 나처럼... 난 너에게 새언니 사이의 일을 말한 적이 없는데 사실 우리도 생각처럼 순탄치만은 않았어. 수아야, 남자는 쉽게 아픔을 드러내지 않아. 하지만 일단 표현하기 시작하면 치명적인 상처가 되는 거야.”나는 눈을 감고 물었다.“오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수아야.”나는 침묵했다. 조민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현성은 널 사랑해. 방식이 좀 잘못됐을 수는 있지만 널 목숨처럼 여겨.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모든 걸 버리고 유서정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했겠어...”나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하지만 그게 그 당시 그가 너에게 줄 수 있었던 전부였어! 대체 그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거야? 네가 죽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너라면 그가 죽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 연수아, 그가 대체 무슨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거야? 그는 처음부터 그저 네가 살기를,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어!!”조민수는 정말 화가 난 듯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조민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잃고 나서 후회하지 마.”그리고 이어서 말했다.“내가 예전에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이러는 게 그를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잘 생각해 봐.”조민수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지만 마음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벨트를 풀었다.다행히 고현성이 벨트를 너무 세게 묶지는 않았다.자유를 되찾은 나는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갔다.오혜원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6화

    “무슨 비밀인데?”오혜원의 비밀은 늘 뭔가 불안했다.나는 그녀를 빤히 보며 말했다.“선물이라면 좋은 일이어야 하는 거 아니야?”그녀는 가느다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네 마음의 죄책감을 조금 덜어줄 수 있을 뿐이야. 네 몸속에 있는 신장은 사실 다른 사람 거야. 그리고 내 신장은... 미성년자라 적출해도 쓸 수 없었어.”나는 충격에 휩싸여 물었다.“다른 사람이면... 누구 말이야?”오혜원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고 아무리 물어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전히 연 씨 가문이 그녀에게 빚을 진 것은 맞지만 내 몸속의 신장이 그녀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죄책감이 많이 줄어들었다.오혜원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내 신장은 너희 연 씨 가문에 줬어. 다만 너희 가문에서 쓸 수 없었던 거지. 그러니까 여전히 너희 잘못이야.”한숨을 쉬며 그녀가 말했다.“처음 운성에 돌아왔을 때는 널 원망하고 싶지 않았고 네 마음에 상처 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 연 씨 가문이 예전에 나에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나타나서 너희에게 상처를 준 건 미안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었어.”나는 멍한 상태로 병원을 나섰다. 입구에서 나는 강해온에게 전화해 그 당시 신장 제공자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다.그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서준의 사망 사건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진씨 가문 회장님이 직접 손을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나는 충격을 받았다.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는다는데!“이유가 뭔지 알아요?”“아직 자세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희연 씨께서 이미 진실을 알고 계시는데 그분이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네요.”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말했다.“이따가 내가 연락해볼게요.”병원을 나서는데 강해온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대표님, 유 회장님이 계속 만나자고 하는데 아직 답변을 못 드렸습니다.”“내일 만나자고...”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7화

    그들은 고현성을 데려갔다. 뒤이어 도착한 유서정도 함께였지만, 나만은 제외되었다. 고 회장님은 내가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무리 간청해도 그는 나를 거절했다. 나는 희망 가득한 눈으로 고정재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하듯 말했다. “괜찮을 거야.” 나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 간절히 부탁했다.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꼬마 아가씨, 우리 아버지께도 사정이 있으셔.” 고씨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나와 멍하니 서 있는 임지혜만 남았다. 나는 미친 듯이 쫓아갔지만 비행기는 이미 이륙한 뒤였다. 나는 그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고 운성에 있는 것조차 두려웠다. 끝없는 불안감에 나는 차를 몰아 동성으로 향했다. 동성에 도착하자마자 고정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꼬마 아가씨,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너무 슬퍼하지 마.” 나는 그를 막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세요...” “현성이가...” 나는 소리쳤다. “제발 말하지 말아 주세요!” “꼬마 아가씨, 모레가 현성이 장례식이야.” 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찼다. 믿기지 않았다. “그럴 리 없어요. 현성 씨는 오늘 낮에도 저에게 용서해 달라고 했어요.” 고정재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꼬마 아가씨...” 나는 그의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쓰라렸다. 고통이 가득 찬 상태로 차에서 내려 길가에서 구토를 시작했다. 토하고 또 토하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순간, 문득 내가 죽었을 때 고현성의 심정이 어땠을지 깨달았다. 그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너무나 슬퍼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끝내 믿을 수 없었다. 눈물이 계속 흘렀고 나는 눈물이 다 말라붙을 때까지 울었다. 잠시 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차를 몰아 석씨 집안으로 갔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8화

    나는 끝없는 슬픔에 빠져 있었고, 석지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만 그가 나에게 고현성을 잊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잊고 싶지 않아요.” 나는 고현성을 잊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내게 준 것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그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일부였다. 어떻게 그것을 잊을 수 있겠는가? 나는 꽃밭에 엎드린 채 흐느꼈고, 석지훈은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내 이마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놀랍게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윤아야, 잠시 눈을 붙여.” 그날 밤, 나는 울다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오늘이 몇 날인지조차 알 수 없었고 몸은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나는 옆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어 날짜를 확인했다. 고현성의 교통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나 있었다. 그 사흘 동안 나는 침대에 쓰러져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고정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대신 윤다은의 번호를 찾았다. 전화를 받자, 그녀는 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새언니...” 나는 눈가가 붉게 물들며 물었다. “다은 씨, 현성 씨는 어디 있어?” 마음 깊은 곳에서조차 나는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새언니, 이틀 전에 오빠 장례를 치렀어요.”‘장례를... 치렀다고?’고현성은 정말로 내 세상에서 떠나버린 것이었다.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마음속 깊은 슬픔은 도무지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침대 곁에 놓인 피 묻은 옷을 보았다. 그것은 내가 전날 입었던 옷으로, 온통 고현성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 옷을 끌어안으며 울었다.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을 만큼 통곡하며 오랜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 옷을 꼭 껴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넓은 저택은 텅 비어 있었고, 석지훈은 여기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89화

    그는 검은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묘비 아래 잠든 남자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그가, 지금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간절히 바랐다. 그가 고현성이기를. 그가 다시 살아 돌아왔기를. 하지만 나는 너무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고정재라는 것을.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그가 나를 부드럽게 불렀다. “꼬마 아가씨.”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난 이제 원망할 사람조차 없어졌어요.” 물론, 사랑할 사람도 없어졌다. 고정재가 말했다. “현성이가 너한테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어.” 나는 숨을 억누르며 물었다. “생전에 깨어난 적이 있었나요?” 고정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성이는 네가 행복하길 바랐어.”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나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하지만 나는 느꼈다. 이생에서 다시는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다. 고정재는 비 사이로 나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는 한 걸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내일 나는 운성을 떠나 F국으로 갈 거야.” 고현성이 떠남으로써, 우리 셋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결국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그도 나에게 용감히 다가올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는 단순히 세속적인 문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 마음이 이미 변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우리 사이에 늘 존재했던 고현성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이별을 고했다.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다은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정이란 건 억지로 되는 게 아니지.” 고정재는 그렇게 떠났다. 끝도 없는 빗속에서 이제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나는 축축이 젖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이 도시가 지겨워졌다. 아니, 조금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잠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90화

    임지혜는 여전히 오만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녀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고, 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나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도 두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고현성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망가뜨리겠다’ 라는 말을 남긴 뒤,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하며 말했다. “현성 씨가 왜 당신 대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했던 건데?” 이 질문은 나 또한 고민했던 적이 있다. 나는 얼굴에 떨어지는 빗물을 닦아내며 산 위쪽을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선한 마음이 있었다면, 단 한 조각이라도 있었다면 현성 씨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임지혜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너무도 악랄하며, 너무도 형편없는 사람이었다. 순간 모든 것이 지치게 느껴졌다. 나는 시선을 거두고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임지혜를 바라보다가, 옆에서 대기 중이던 비서를 향해 말했다. “이따가 직접 경찰서로 데려가요. 그리고 서준 씨를 치었던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변호사를 통해 형량을 높이도록 해요.” 비서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나는 깊은 피로감을 느끼며 그를 불렀다. “강 비서.” “네, 대표님.” 여름의 비는 전혀 차갑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은 이미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듯했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연씨 집안이 운성시에서 뿌리내린 지 얼마나 됐죠?” 비서는 익숙한 듯 대답했다. “대표님의 조부께서 1953년에 사업을 시작하셨고, 1973년에 정식으로 운성에서 시 그룹을 설립하셨습니다. 올해로 연씨 집안은 4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 비서, 본사를 동성으로 옮겨요.” 그는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둘 다 수년간의 노력과 수많은 자원을 쌓아온 도시를 떠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배려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191화

    “수아 씨, 나 이제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저 지금 동성에 있어요. 와서 저 좀 만나줄래요?”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꽤 낡고 허름한 오래된 주택가였다. 문 앞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쉬고 노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창백한 얼굴의 송이연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약간 불룩한 그녀의 배도. 내 시선을 따라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이는 지켰어요. 하지만 너무 약해요.” 그녀 뱃속의 아이는 결국 지켜냈다. 나는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지킬 수 있다니 다행이에요.” 그녀는 연시혁과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아이를 지키기로 했다. 송이연이 연시혁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컸던 것 같다. 그녀는 참 단순하면서도 고집스러운 여자였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 소파에 앉았다. 어색한 마음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물었다. “왜 동성시에 있는 거예요?” “시혁 씨가 S시에 날 찾아왔어요. 머리가 복잡해서 그냥 동성으로 와버렸죠. 원래 새 아파트 단지에 살려고 했는데, 오래된 주택가의 분위기가 좋아서 여기로 정했어요. 여긴 대부분 노인들이 살고 있어서 매일 그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더라고요.” 송이연은 외로워서 이곳에 머물게 된 것이다. 나는 그녀가 전화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통화할 때, 더는 못 견디겠다고 했잖아요...” 그 말을 꺼내자 송이연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제 몸이 더는 아이를 품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제 아이가 7개월이 넘었는데, 지금 아이를 없애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어떻게든 이 아이를 지킬 방법을 찾고 싶어요.” 7개월이 넘었는데 아이를 품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거라

최신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1화

    이 경악하는 목소리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석지훈의 머리에서 악마 머리띠를 벗겨내고 돌아서며 웃었다.“하! 태웅 오빠도 여기서 놀고 있었어요?”원태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맨날 정색하고 차가운 지훈이 형이 악마 뿔 머리띠라니, 진짜 귀엽다.”석지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점점 버릇없어지는구나.”말에 담긴 협박을 알아챈 원태웅은 재빨리 잘못을 빌었다.“잘못했어. 난 태림이 그 녀석한테 가봐야겠다. 두 사람 데이트 방해 안 할게. 근데 형 이런 모습 보니까 진짜 인간적이야.”석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뭐야? 아직도 손에 못 넣었어?”원태웅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이고, 형.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봐!”원태웅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흰 셔츠를 입은 문태림이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짜증 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은 뭐예요?”두 남자가 놀이공원에 있는 게 좀 수상했다.석지훈은 원태웅의 비밀을 바로 털어놓았다.“둘이 썸씽 같은 건데, 몇 년째 아웅다웅하면서도 관계를 정확히 안 정했어.”나는 놀라서 말했다.“태웅 오빠가 게이!”석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호기심에 재빨리 물었다.“다른 비밀은 없어요? 오빠는 완전 정보통 같아요. 두 사람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말했잖아. 다들 나한테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그들의 속마음이 석지훈에게는 그저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혹시 창피해서 화났어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하게 물었다.“어?”“태웅 오빠에게 냉정한 모습 말고 다른 모습 들켜서요.”“상관없어. 우리 관람차 타러 가자.”석지훈은 내 손을 꼭 잡고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우리는 표를 사고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 높이에서 바라보는 운성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석지훈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뺨에 얼굴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0화

    석지훈은 가볍게 웃었다.“정말 자기애가 너무 심하다니까.”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또 물었다.“나한테 주는 게 아니에요?”석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물었다.“뭐하려고요?”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글쎄? 우리 사모님은 뭐가 먹고 싶을까?”나는 주방에 들어가 석지훈의 팔을 안고 애교를 부렸다.“배 안 고파요. 얼른 나랑 얘기 좀 해요.”석지훈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데이트하고 싶다면서.”“지금 데이트 아니에요?”“우리 사모님 눈에는 이게 데이트인가 보네...”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우리 이따가 어디 가요?”“밥 먹고 놀이공원에 갈 거야.”나는 기뻐하면서 물었다.“오빠, 놀이공원 가봤어요?”석지훈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날 보면서 얘기했다.“장난치지 마.”나는 석지훈의 팔을 놓아주었다.석지훈은 얼른 요리를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지훈의 부상 때문에 우리는 간이 적게 된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나는 석지훈이 만드는 모든 음식을 좋아했다. 음식의 맛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전에는 항상 내가 고현성을 위해 요리하는 거였다.그래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밥을 먹은 후 석지훈은 운전대를 잡고 나를 데리고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갔다.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젊은 커플들이었다. 나와 석지훈은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누볐다.어두운 녹색 코트를 입은 석지훈은 오늘따라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그와 함께 반짝이는 악마 머리띠를 샀다.머리띠를 한 후, 내가 물었다.“예뻐요?”석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오빠도 같이할 거죠?”석지훈이 악마 머리띠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석지훈의 입에서 나온 건 긍정의 대답이었다.나는 석지훈에게 악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9화

    “나도 진실은 잘 몰라.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 하지만 진서준의 죽음이 왕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해. 진유겸이 알아냈거든. 하지만 그걸 최희연이 알면 버티지 못할까 봐 알려주지 않은 거야.”만약 왕자현이 최희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최희연은 유일한 희망을 잃고 그대로 사라지려고 할 것이다.나는 그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럼 어떡해요?”“사람을 시켜서 이 일의 진실을 알아보게 할 거야. 하지만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는 꼭 비밀을 지켜야 해. 희연 씨가 이 일을 발견하게 해서는 안 돼.”“만약 진실이...”석지훈이 되물었다.“그게 중요한가?”나는 멍해졌다. 그럼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윤아야, 만약 정말 진유겸의 말대로 왕자현이 이 모든 것을 저질렀다고 해도 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야. 희연 씨에게는 왕자현이 진실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최희연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아닌 왕자현이다.왕자현은 최희연의 유일한 희망이다.그래서 진유겸이 이 비밀을 까밝히지 않은 것이었다.진유겸이 이것까지 생각해 주다니.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알겠어요.”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하지만 왕자현은... 왜 최희연을 속인 거지?“그래, 배고파?”석지훈이 수영장에서 나왔다. 나는 익숙한 듯 석지훈의 팔을 안고 얘기했다.“아니요. 오늘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석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서오가 경찰서에 잡혀갔어요. 제가 담현아한테 부탁했거든요. 하지만 이걸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요. 아, 그리고 오늘 시혁 오빠한테 이연 씨의 병에 대해 알려줬어요. 하지만 한민수의 전여친 일은 처리하기 어렵네요.”석지훈은 서오의 일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별장 안의 방으로 데려가면서 넌지시 물을 뿐이었다.“한민수의 전여친? 혹시 엄슬기라는 사람 말이야?”석지훈이 한민수의 전여친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8화

    석지훈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진유겸은 석지훈의 말을 듣고 더욱 골치 아파했다.깊은 한숨을 내뱉은 진유겸이 얘기했다.“최희연은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정신이 불안정해.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그런 최희연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이 왕자현인데, 내가 진실을 알려줬다가 최희연이 정말... 정말 무너지면 어떡해.”최희연은 정신 상태가 건강하지 않았다.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석지훈이 옆에서 얘기했다.“왕자현에게 의지하는 사람이니, 네가 만약 왕자현을 빼돌린다면 희연 씨 상황도 악화될 거야.”“그냥 거짓말 속에서 살라고 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왕자현은 정말 최희연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거야.”석지훈이 물었다.“너는?”“응?”“너는 그렇게 떠나보낼 수 있어?”진유겸은 석지훈의 질문에 피식 웃고 대답했다.“나를 뼛속까지 싫어하는 사람이야. 이번 생에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내가 예전에 너한테 경고했잖아.”한층 더 차가워진 봄바람이 불었다.진유겸은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했다.“지금 와서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지훈아. 난 운성을 떠날 거야. 왕자현과 마주치면 또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될 거니까 말이야.”진유겸의 말을 들어보면 왕자현은 여전히 운성에 있는 것 같았다.최희연은 왕자현이 아이스랜드에 있다고 했는데...석지훈은 진유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진유겸을 석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얘기했다.“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도 꽤 오래됐지? 서로 죽고 죽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너라도 성공해서 다행이다. 나는... 완전히 실패야. 네 말을 잘 들을 걸 그랬어.”석지훈은 몸을 약간 틀어 진유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얘기했다.“내가 말릴 때 넌 한 번도 듣지 않았어. 사실 우리는 많이 닮았어. 하지만 시작점이 달랐지. 나는 항상 내가 석씨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7화

    나는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문자를 보냈다.연시혁은 바로 답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별장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나는 밤바람을 맞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송이연의 일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나는 문자 속에서 똑똑히 얘기했다.송이연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말이다.“지금 운성에 도착했어.”그렇게 말하는 연시혁의 목소리는 약간 젖어있는 것 같았다.“수아야, 이제 어떡해?”하지만 그렇게 물어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오빠, 그냥 옆에 같이 있어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부담스러워 할 거야.”연시혁의 울먹임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아야, 나 죽을 것 같아.”차는 바닷가에 멈춰 섰다. 나는 연시혁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절벽 위의 호화로운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석지훈이 아침에 별장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이 별장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별장 근처로 걸어갔다.300미터쯤 남았을 때, 나는 별장의 수영장에 두 남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명은 수영장 끝에 앉아있었고 한 명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서 있었다.서 있는 사람은 바로 석지훈이었다.나는 단번에 그의 뒷모습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앉아있는 건...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어. 모든 걸 버리고 여길 떠날 거야.”진유겸의 목소리였다.“희연 씨는 네가 준 것들에 대해 흥미가 없을걸?”진유겸이 최희연에게 뭘 준다고?나는 갑자기 진유겸이 나한테 준 서류가 생각났다.“희연이가 원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왕자현이 미친개처럼 내 뒤를 쫓고 있어. 상처는 장난 아니지. 그래도 왕자현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왕자현이 진유겸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왕자현은 보기엔 부드러워도 사실을 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6화

    다소 친하지 않은 오빠 말이다.예지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남자가 있다면 소개해줘요. 난 결혼하고 싶어요.”나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제 나이가 몇이라고 그래요.”“빨리 결혼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예지한은 그저 담현아보다 한 살 정도 많아 보였다.나는 일부러 예지한을 떠보려 말했다.“피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남자친구를 찾아야겠어요.”예지한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물었다.“소개해줄 사람 있어요?”“소개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예지한이 실망한 듯 얘기했다.“그렇게 어려워요?”그리고 묵묵히 계속 일했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최희연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자현 씨가 아이스랜드로 갔어.”왕자현이 갑자기 아이스랜드로 갔다니?지금 아이스랜드로 가는 게 최희연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알 텐데...최희연은 왕자현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잘 모르겠어.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아서. 아마 처리할 일이 있는 모양이야. 어젯밤에 떠났는데 여태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최희연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쓸데없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자현 씨가 떠나니까 마음이 복잡하고 기분이 이상해.”담현아가 물었다.“왜 복잡해요?”“요즘 꿈에서 자꾸만 진유경이 나와.”“...”카페에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래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서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생겼어. 좀 도와줄...”나는 어머니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그 일에 대해서 이미 들었어요. 민수 오빠가 연락했거든요. 아까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게 했는데 서오를 노리고 있는 건 현성 씨와 유희진 검사예요. 한 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5화

    유희진이 고현성의 약혼녀라니.나는 어젯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리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시윤을 때리고 있었다.그럼 그때 이미 날 알아봤을 텐데...게다가 그 여자는 그때도 고현성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여자는 악의 하나 없이 이 사건을 받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희진은 유씨 가문 사람 같지 않았다.오히려 유서정보다 더욱 고급스러웠다.하지만 유서정이 더 예쁘긴 했다.유희진에게서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흘러내렸다.그런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아마 오랜 시간 검사를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담현아가 설명했다.“고현성 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약혼녀가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나는 담현아를 보면서 물었다.“무슨 뜻이야?”“고현성 씨는 이 결혼을 수긍하지 않았지만 또 혼약을 깨트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유희진 검사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느낌이에요.”“그럼 유희진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 사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그날 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린 이유는 분명 고현성 씨 때문인데, 고현성 씨 앞에서는 차갑게 구니까 말이에요.”“차갑게 군다고?”“아저씨가 알려줬는데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대요. 오늘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결국 서오의 일로 엮인 거래요.”유희진이 서오를 주시하고 있는 건 분명 고현성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유희진이 어떻게 우리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거지?신비스러운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희진은 본인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유서경처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요.”“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가자. 일단 희연이를 만나러 가자. 아마 카페에 있을 거야. 아마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걸?”최희연을 떠올리면 저번의 일이 생각났다.마음속 상처가 잘 치유됐을련지. 걱정되었다.그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담현아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4화

    어머니한테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들키면 어머니는 마음 아파할 게 분명하니까. 나를 탓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시겠지.내 머릿속에서 문득 한 단어가 스쳐 갔다.“경찰서에 간 거야?”“선배를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본 거예요. 선배의 사건이 엄청 어려운가 봐요. 무죄판결이 나기 어려울 정도래요.”“유희진 씨는 뭐라고 하셨어?”“아직 조사 중이래요.”담현아는 말을 마친 후 나한테 또 물었다.“수아 언니, 처음은 피가 나요?”“갑자기 그건 왜?”“어젯밤에... 그런데 피가 안 났어요.”“피가 안 날 수도 있어.”아니, 잠깐만담현아와 고정재가...?나는 속으로 기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제 피가 안 나서 아저씨가 저를 엄청 위로해줬거든요. 이것 때문에 기분도 안 좋았어요.”나는 고정재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사랑을 속삭이는 석지훈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남자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평소에는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운명적인 그 상대를 만나면 입안의 사탕처럼 달달하게 구니까 말이다.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좋네.”담현아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뭐가요?”“우리 모두 사랑받고 있잖아.”전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던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적어도 지금은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건강하고 귀여운 아들과 딸도 있고.“나는 인생이 그냥 다 쉬웠어요.”담현아가 만족한 듯 얘기했다.“사업도 문제없었고 모든 일에 걸림돌이 없었어요. 만난 남자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요. 태어나서부터 유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부럽네.”“하하,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이런 삶에 감사하다는 거지. 이제 경찰서로 갈까요?”“지금 경찰서로 가면 내 어머니랑 마주치는 거 아니야?”“그러면 먼저 어머님께 연락해봐요.”내가 어머니한테 연락하려는데 조민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오가 죄를 지어서 경찰서에 있다고 말이다. “까다로운 일이야.”난 아무것도 모르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3화

    “그저 물어본 거예요. 거기 외전에 썼잖아요. 날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빠의 의견이 궁금했어요.”나는 석지훈의 반응이 궁금했다.석지훈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서 얘기했다.“이제 좀 졸리네. 너도 얼른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석지훈이 새벽에 먼저 일어났다. 나는 멍한 상태로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서는 두 의사가 석지훈을 치료해주고 있었다.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석지훈의 상처를 확인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치료를 받은 후 석지훈은 나더러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송이연이 아래층에 있었기에 석지훈은 아래층에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하긴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 한 잔을 따랐다. 이때 마침 원태웅이 전화 와서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내 트위터 계정, 결국 사라졌어!”난 의아해하면서 물었다.“해결한 거 아니었어요?”“형이 아침에 트위터를 다운 받았나봐. 그리고 내 계정이 있는 걸 보고 또 윤승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윤승민도 놀라서 얼른 처리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심지어 윤승민은 근무 태도 불량으로 월급까지 깎였다. 하지만 공식계정은 아직 남아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게. 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생각은 했지만 공식계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나 봐.”석지훈은 그저 원태웅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나?나는 윤승민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다. 그러자 윤승민이 대답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직 공식계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대감 트위터만 먼저 삭제했습니다.]윤승민이 일부러 공식계정을 지우지 않은 것이었다.[고마워요, 윤 비서님.]그리고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깎인 월급은 함승윤 씨한테 얘기해서 더 얹어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3개월 치 보너스도 드릴게요.]나는 기쁜 마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석지훈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그리고 물을 마시는 석지훈의 모습을 물끄러미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