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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석지훈은 내가 하는 말을 못 들은 듯 묵묵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맹세하건대 석지훈은 분명 깨어 있었다.처음으로 나는 차갑게 석지훈을 노려보며 말했다.“날 떠나게 해줘요. 이제 다시는 오빠를 괴롭히지도 무례한 말을 하지도 않을게요.”석지훈이 이렇게까지 냉정할 줄은 몰랐지만 오늘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석지훈은 절대 나를 떠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석지훈은 눈을 뜨고 냉정하게 말했다.“가게 해줘.”석지훈의 지나치게 냉정한 태도에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서둘러 몸을 돌러 떠났다. 나는 다시는 석지훈과 얽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석지훈처럼 완전히 마음이 없는 것 같은 사람이 정말 무서웠다.나는 아파트로 돌아와 담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현아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나 세계여행 가기로 했어요. 당분간은 동성에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언니 차는 술집 앞에 세워뒀어요.”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술집에 가서 차를 가져왔다.아파트로 돌아가려던 중 문득 송이연이 떠올라 그녀의 아파트에 가보기로 했다.송이연은 마침 아파트 입구에서 임신한 다른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아주 자애로워 보였다.곧 엄마가 될 사람답게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잠시 후 송이연은 대화를 끝내고 나에게 다가왔다.나는 웃으며 말했다.“이연 씨, 멘탈이 아주 좋아 보이네요.”송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송씨 가문의 사업은 비서가 관리하고 있어요. 저는 산후조리만 하니 아주 편안하고 여유롭네요.”잠시 침묵한 뒤 송이연이 말했다.“다만 가끔 외롭긴 해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아직도 시혁 씨를 사랑해요?”“사랑하죠. 하지만 다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진 않아요.”나는 답답한 마음에 고현성과 나 사이의 모든 일을 송이연에게 털어놓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지금 나는 석지훈을 사랑하게 됐어요. 그 남자가 나를 좋아하지 않고 나와 함께하는 걸 거부하는 건 둘째 치고 여전히 고현성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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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수아 씨의 마음은 이미 석지훈 씨에게 갔어요. 다만 고현성 씨와의 관계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 것뿐이죠.”송이연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수아 씨의 사랑은 석지훈 씨에게 향해 있으니 고현성 씨는 단호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어요.”나는 고현성과 분명히 얘기할 것이다.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석지훈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수아 씨가 오해하고 있는 거예요.”송이연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세상에 어떤 남자도 아무런 관심도 없는 여자에게 그 정도로 하지 않아요. 수아 씨는 당사자라서 모르겠지만 나는 제삼자로서 더 정확하게 보여요. 특히 석지훈 씨처럼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고집스럽게 수아 씨를 보호하는 남자는 수아 씨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깊이 수아 씨를 사랑하고 있을지도 몰라요.”나는 희망을 품고 물었다.“그런데 왜 석지훈은 나를 거절한 걸까요? 그리고 왜 우리 둘 사이의 일을 잊으라고 한 거죠?”송이연은 통찰력 있는 눈빛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혹시 그게 수아 씨의 문제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나는 놀라서 물었다.“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죠?”“석지훈 씨는 전형적인 오만한 대표님 스타일이에요. 석지훈 씨에게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죠. 그런데 수아 씨는 반경우 씨와의 스캔들과 고정재 씨와의 스캔들 그리고 고현성 씨의 전와이프라는 점까지. 게다가 어젯밤 수아 씨와 고현성 씨의 대화를 석지훈 씨가 다 들었다면서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지훈 오빠가 질투하는 걸까요?”송이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추측했다.“수아 씨는 현실의 따뜻함에 굴복했다고 했죠? 수아 씨가 석지훈 씨를 좋아하는 이유도 수아 씨가 원하는 따뜻함을 석지훈 씨가 줬기 때문 아니에요? 그럼 석지훈 씨도 수아 씨의 인생에서 유일한 남자가 되고 싶어 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봤어요? 석지훈 씨가 사실은 너무 화나고 실망해서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잖아요.”송이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수아 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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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의사에게 물었다.“최대 얼마나 버틸 수 있나요?”“기껏해야 보름입니다.”이 말을 들은 연시혁은 순간 멈칫했다. 그는 병실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내가 병실에 들어갔을 때 송이연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송이연에게 말했다.“연시혁이 문밖에 있어요.”“네. 그냥 돌아가라고 해요.”나는 송이연의 옆에 앉아 말했다.“연시혁은 이연 씨에게 용서받고 싶어 해요.”그러나 송이연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불가능해요.”송이연의 표정은 확고했고 협상의 여지도 없어 보였다.며칠 전만 해도 송이연은 연시혁을 사랑한다고 말했었다.“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수아 씨, 내가 시혁 씨를 사랑하는 건 맞지만 인생에는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어요. 자존심과 원칙 그리고 자존감 같은 것들이요. 난 자존심과 원칙 때문에 시혁 씨를 용서할 수 없어요.”송이연은 갑자기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수아 씨처럼 현실의 따뜻함에 굴복해 과거의 상처를 용서할 수 없어요. 수아 씨, 만약 그런 상처를 받고도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고통과 아픔은 결국 웃음거리에 불과한 게 되지 않겠어요?”나는 순간 당황하며 다급하게 말했다.“이연 씨 말이 맞아요.”송이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사람의 인생에는 사랑 외에도 자존심과 한계가 있다.연시혁이 송이연의 자존심을 짓밟았기에 송이연은 연시혁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나는 과거에 고현성에게 마음이 약해졌었다.나는 문득 우리 중 가장 깊이 사랑했던 사람은 바로 송이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가장 꿰뚫어 본 사람도 송이연이었다.병원을 떠나면서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내 과거는 정말로 과거가 되었지만 석지훈과의 일은 여전히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나는 석지훈에게 감동을 줄 수 없었고 더 이상 내 마음을 고백할 수도 없었다.나는 갑자기 얼마 전 석지훈이 별장에서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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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석지훈은 우리 사이에 이렇게 거리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이 거리는 석지훈이 직접 나에게 그어준 것이었다.나는 석지훈을 무시하고 차를 몰아 병원을 곧장 떠났다.뒤에 남은 원태웅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었다.차를 몰고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태웅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우리 수아. 지훈이 형을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근데 형은 화도 안 내.]나는 답장했다.[나 진짜 바빠.]원태웅에게서 답장이 왔다.[쳇. 분명 형이 너를 거절해서 네가 삐져서 무시하는 거겠지. 넌 내가 그렇게 쉽게 속을 줄 알아?]나는 순간 할 말을 잃어 원태웅에게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결국 찝찝한 기분으로 아파트에 돌아왔다. 집에 오니 답답해서 차 키를 들고 근처 강가로 나갔다.강가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되어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밤은 유혹적이었고 강가의 풍경은 더 매혹적이었다.나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시간이 흐르는 걸 잊고 있었다.그러나 귀에 맑고 선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를 피하고 있는 거야?”며칠 전에 석지훈은 최면으로 나의 기억을 지우려 했다.그런데 오늘은 또 쫓아와서 물었다.“나 피하는 거야?”“오빠는 내가 귀찮다면서요.”내 말투에는 무심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옆에서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아 고개를 돌려보니 석지훈이 뒷짐을 진 채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석지훈의 시선은 차가웠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나는 다시 시선을 돌렸다.그 사이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모두 석지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석지훈은 어디에 있어도 주목받는 사람이었다.나는 얼른 일어나 강가를 따라 걸었지만 석지훈은 나를 따라오지 않았다.나는 차 키를 꺼내 운전해서 이내 아파트로 돌아왔다.아파트 아래에 검은색 카이엔이 보였다.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석지훈의 차였다.석지훈은 나의 동선을 정말 훤히 꿰뚫고 있었다.석지훈은 차에서 내려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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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석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는 그에게 계속 물었다.“어머니는 석씨 저택에 사세요?”“응. 우리 가문 오래된 저택에 살고 계셔.”나는 석지훈이 전보다 훨씬 인내심이 생겼음을 느꼈다. 이제는 적어도 내가 묻는 말에 하나하나 답해주고 있으니 말이다.혹시 이제 나의 신분이 그의 여자가 되었으니 나에게 조금 더 친절해진 걸까?나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문득 석지훈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했다.아마 석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저런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그곳과 관련된 어떤 슬픈 기억이라도 떠오른 걸까?원태웅은 이렇게 말했었다.“지훈이 형은 저택에만 들어가면 늘 상처받고 나왔어.”도대체 왜 상처를 받는 걸까?이미연이 석지훈을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또 누가 석지훈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걸까?나는 묻고 싶었지만 석지훈의 기분을 건드릴까 두려워 입을 다물었다.석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석지훈은 차를 도로 옆에 세웠다.이곳은 오직 한 채의 별장만 있을 뿐이라 다른 차량이 지나갈 일이 없었다.석지훈이 소유한 사유지이기에 어디에 주차해도 상관없다.석지훈이 차에서 먼저 내렸고 나도 그의 뒤를 따라 내리려 했지만 석지훈이 멈춰 서는 바람에 그의 단단한 등에 부딪히고 말았다.나는 순간 콧등이 약간 아팠다. 나는 손으로 코를 문지르며 물었다.“갑자기 왜 멈춘 거예요?”석지훈이 손을 내밀었다.넓은 손등과 그 끝에 보이는 하얀 셔츠 소매가 블랙 수트와 잘 어우러져 몹시 절제된 매력을 풍겼다.나는 석지훈의 손을 잡고서는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석지훈이 먼저 내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나를 자신의 여자로 인정한 것 같았다.나는 기뻐하며 석지훈을 따라 들어갔다.그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실크 가운으로 갈아입은 채 나왔다.석지훈은 흰색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배고프지? 내가 밥 차려 줄게.”실크 가운은 크고 넉넉했지만 석지훈의 크고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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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석지훈은 나에게 준 핸드폰에 GPS 위치추적기를 설치했기에 내가 언제 어디에 있든 정확하게 내 곁에 나타날 수 있었다.내가 그를 만난 후부터 그는 날 감시하기로 한 것이었다.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석지훈은 나의 질책을 들은 후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 간단하게 해명하였다.“너의 안전을 위해서야. 내 핸드폰에도 위치추적기가 있어. 불쾌하다면 핸드폰을 바꿔도 좋아.”남에게 감시를 당하는 것은 분명 심각한 일인데, 석지훈은 아주 간단한 일로 취급하였다.그러나 사실 좋은 점도 있다. 그는 내 행방을 알고 있기에 내가 어디에 있든 제때 찾아올 수 있었다. 그날 밤에 바닷가에서 그가 오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석지훈은 그릇을 식탁에 올려놓고 말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면을 다 먹고 설거지까지 한 다음에 유유히 침실로 들어갔다.문을 열었지만 석지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큰 방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고 욕실에 가서 샤워했다.샤워를 마친 후 나와 보니 석지훈은 침대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은은한 불빛 아래 아련하고 온화해 보였다.나는 침대에 올라가 그의 팔을 껴안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였다. 남자의 어깨는 넓고 단단해서 기대면 안정감을 주었다. 그리고 그의 산뜻한 체향까지 맡을 수 있었다.나는 손끝으로 살며시 그의 단단한 가슴을 어루만지자 그는 갑자기 곁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오빠라고 불렀다.그는 책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피했다.“일찍 자.”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시간이 이르잖아요.”이에 나는 대답했다.“내일 아침에 상주시로 가야 해.”그러니까 자기는 바쁘니까 쉬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나는 다소 섭섭한 심정으로 그의 옆에 누웠고 그는 방 안의 불을 끄고 나서 얌전하게 내 옆에 누웠다.석지훈은 잘 때 자세가 매우 반듯했다. 심지어 예전처럼 낯선 사이인 듯 날 안아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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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나는 내키는 대로 둘러댔다.“어젯밤에 일이 있어서요...”“거짓말하지 마. 내가 바보인 줄 알아?”원태웅은 죽어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넌 꼭 형이랑 잤어.”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그와 말하는 것이 후회해서 그를 째려보면서 경고하였다.“계속 이러면 오빠에게 이를 거예요.”“쯧쯧. 난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야.”나는 더 이상 원태웅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하였다.“오빠는 왜 상주시에 가신대요?”“형의 계획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원태웅은 나에게 되물은 뒤 일어서서 물을 한 잔 따르면서 탄식하였다.“형은 무슨 일을 해도 우리에게 말하지 않아. 독고다이같아.”원태웅은 얼음물을 반 잔 마신 후 웃으면서 말했다.“가자. 형이 아침에 널 오피스텔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라고 했거든.”이에 나는 말하였다.“잠깐만요. 옷 갈아입고 올 게요.”나는 위에 올라가서 블루 원피스로 갈아입고 내려오는 도중에 갑자기 송이연의 전화를 받았다.그녀는 나에게 전화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어서 전화했을 것이다. 전화가 연결되자 그녀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수아 씨, 저 너무 무서워요... 어서 병원에 와서 같이 있어 주세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아요.”그래서 나는 급히 원태웅에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송이연은 수술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있었다.그리고 뜻밖에도 수술실 앞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오혜원을 보았다.나는 놀라서 물었다.“넌 왜 여기에 있어?”오혜원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떠나기 전에 송이연 씨를 보고 싶었어.”나는 급히 그녀를 지나서 간호사에게 수술실 안의 상황을 물었더니 간호사는 설명해 주었다.“환자분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바람에 출혈을 많이 하게 되어 임산부와 아이는 모두 위험합니다.”어떻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수가 있지?나는 얼른 여기에 나타나지 말아야 했을 오혜원을 바라보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내가 한 것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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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원태웅의 말에 나는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오혜원이 보육원을 떠날 때 신장이 두 개였다면 나중에 신장이 하나만 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머릿속에 문득 대담한 추측이 떠올랐다.나는 원태웅에게 계속 묻고 싶었지만 간호사가 수술실로 들어가자고 재촉해서 호기심을 누르고 간호사를 따라서 수술실로 들어갔다.간호사는 안에 피투성이 된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하였고 나를 송이연의 옆에 앉혀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가르쳐 주었다.“환자분의 정서를 최대한 위로해 주세요. 잠들지 못하게 하고 평소에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송이연의 얼굴은 땀투성이 되었고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녀는 흐트러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 물었다.“제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은 수아 씨예요?”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맞아요.”“오혜원이 저의 뒤꿈치를 밟아서 제가 똑바로 서지 못해서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거예요... 수아 씨, 제 아이는 괜찮아요?”나는 아이가 괜찮은지 몰랐다. 지금 송이연이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나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그녀를 위로했다.“방금 의사 선생님께 물었는데 아이는 살 수 있대요. 이연 씨가 버티기만 하면 돼요. 이연 씨, 의사 선생님이 딸이라고 하셨어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송이연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다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거짓말을 하였다.“거짓말이 아니에요. 아이가 곧 나올 거예요. 이연 씨가 잘 버티기만 하면 아이는 꼭 무사할 거예요.”“네, 수아 씨를 믿을게요.”이 말을 하고 나서 송이연은 기절하였다. 나는 다급히 의사를 불렀고 간호사는 나를 데리고 수술실을 떠났다.수술은 모두 열세 시간이나 진행하였다. 저녁 9시9분에 아이가 태어났으나 송이연은 위독한 상황에 빠졌고 의사는 계속 응급처치를 진행하였다.11시가 되어서야 그녀의 활력징후가 안정되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이는 미숙아여서 ICU로 실려 갔다.지금 아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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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원태웅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땐 내가 어려서 돈 쓰기가 불편했거든.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몇천만 원을 가져가서 기억에 남은 것 같아.”나는 속으로 많이 놀라워했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분노가 더 많았다.나는 황급히 강 비서에게 전화해서 당시 연씨 가문을 떠난 집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그는 틀림없이 일부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집사가 내 궁금증을 완전히 풀어 주기를 기대했다.나는 깊은 숨을 내쉬고 말하였다.“셋째 오빠, 오혜원은 너무 가식적이고 사람을 자주 괴롭혀요! 저와 이연 씨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모두 걔 때문이에요. 하지만 걔는 미안한 마음이 전혀 없고 여기까지 와서 이연 씨를 괴롭혔어요. 오늘 이연 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정말 배은망덕한 인간이에요!”오혜원은 자신의 체내에 있는 신장이 누구의 것인지 알면서도 어떻게 송이연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지?송이연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왜 아무 이유 없이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지?나는 원태웅을 밀치고 다급히 아래로 내려가서 오혜원을 찾았다. 그녀는 이미 병원을 떠났다. 내가 원태웅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 내가 틀림없이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도망친 것이었다.나는 당황한 나머지 바로 병원을 나와서 그녀를 찾아 나섰다.그녀는 마침 도로 옆에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가냘픈 그녀는 바로 쓰러질 것 같았다.그녀를 질책하려는 말이 갑자기 목에 걸렸다.어쨌든 그녀도 불쌍한 사람이었다.그러나 불쌍한 사람은 반드시 미운 데가 있을 것이다.오혜원은 위장을 너무 잘 해서 모든 사람을 속였다. 그녀가 운성시로 돌아온 후부터 지금까지 한 마디의 진담도 없었다.아니다. 진담 한 마디를 한 적이 있었다.그녀는 내 체내에 있는 신장은 그녀의 것이 아니라고 한 적이 있었다.나는 그냥 그녀를 놔주고 강 비서에게 이틀 후에 그녀를 스위스로 보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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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나는 내 몸 안에 있는 신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내가 아는 사람인지 늘 궁금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거짓말쟁이인 오혜원을 믿지 않을 것이다.나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였다.“필요 없어.”그러고 나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로 말했다.“누구이든 상관없어. 지금 내게 있어서 네가 골칫덩어리야. 네가 이곳을 떠나야 나와 시혁에게 좋아.”오혜원이 이곳에 남으면 분명 다른 사고를 칠 것이다. 광풍을 맞으면서 무릎을 꿇고 있는 가냘픈 몸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녀를 설득했다.“혜원아, 너도 말했잖아.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넌 운성시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 병세가 안정됐으면 스위스로 돌아가!”이에 오혜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불쌍하게 말했다.“싫어. 아직 미련이 남아서 떠나지 못해.”나는 쭈그리고 앉아 맑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누구에게 미련이 남은 거야?”그녀는 줄곧 고개만 가로저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정말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는 걸 알기에 동정할 수가 없었다. 사실 그녀가 연시혁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시혁이가 널 위해 많은 일을 했는데 넌 왜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다치게 했어? 그리고 우리 연씨 가문이 너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고현성에게 유서정과 결혼하라고 강요한 거지? 넌 여러 커플을 헤어지게 했어. 네 마음은 철판으로 만든 거니? 너에게 아무리 잘 대해줘도 녹일 수 없는 거야?”오혜원은 고집스럽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냥 울면서 내가 그녀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나는 이런 그녀를 볼수록 답답해서 미간을 찌푸리면서 강 비서에게 전화했다.전화가 연결되자 나는 지시를 내렸다.“오혜원이 송이연을 계단에서 밀어내서 아이를 조산하게 하였고 위독한 상황에 빠지게 했어요. 당장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를 찾아서 인도하게 하세요...”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혜원은 내 다리를 안고 울면서 살려달라고 구걸하였다.나는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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