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고, 복도의 등불은 은은하게 빛났다. 나는 석지훈의 턱에 입을 맞추고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었다. “아가야, 동성으로 돌아가면 우리 결혼할까?”나는 멍해져서 부드럽게 물었다.“지금 나한테 청혼하는 거예요?”어젯밤 그는 나에게 결혼하고 싶냐고 물었다.'싶다'라는 말을 썼다는 건, 그가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한 줄기 희망을 잡고 싶어 했다는 얘기다.하지만 지금 그는 단호하게 동성에 돌아가면 결혼하자고 했고 나를 존중하는 어투로 물어봤다.그는 웃으며 눈을 반짝이면서 되물었다.“이렇게 간단한 청혼을 원했던 거야?”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이렇게 간단하게 할 순 없죠.”석지훈이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뜰 밖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가주님, 만찬 준비가 끝났습니다. 사모님께서 아가씨와 함께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하셨습니다.”“어. 먼저 가 봐.”뜰 밖에서 발소리가 멀어지자 석지훈은 나를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정장으로 갈아입었다.나는 밖에서 그를 기다렸고 곧 방에서 나온 뒤, 나와 함께 저녁 식사 장소로 향했다.넓은 거실에는 서너 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아이들만 따로 앉는 테이블도 있었다.다만 석지훈의 아버지는 병환으로 참석하지 않았고 한복을 입은 친척들은 아무도 나를 소개해 주지 않았다.집 안에는 가정부들이 많았는데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대저택 같았다.석지훈은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다만 석씨 가문 사람들은 내가 그의 옆에 앉는 게 규칙에 어긋난다고 했다.식사 후 석지훈의 어머니는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지만 석지훈은 핑계를 대고 나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다만 방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어 그는 나갔다.금방 누가 와서 불러갔기 때문이다.“가주님, 사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그 사람이 말하는 사모님은 아마 운성에 계신 그분 같았다.그녀가 왜 갑자기 다시 석씨 가문으로 돌아왔지?!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나를 찾아왔다. 그는 정원 입구에서 허리를 굽히고 공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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