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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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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조민수는 이번 협력에 참여하기를 꺼리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했다.“수아야, 반년 전쯤 나와 고현성이 상의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어. 그 결과로 네가 고현성을 미워하게 된 거고. 이건 내가 고현성에게 미안해. 난 고현성과 적으로 지내고 싶지 않지만, 정말 네가 나의 도움을 원한다면 충분히 고민한 뒤에 알려줘. 난 네 편에 설 거야.”조민수가 말한 일은 예전에 오혜원을 위해 나를 치료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나에게 사실을 숨기고 고현성이 유서정과 결혼하는 것을 도왔던 일이다.그 일은 이미 지나갔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기에 나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이미 복잡하게 얽혀서 풀 수 없는 문제였다.조민수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니 나도 더 이상 그를 내 편으르 끌어드릴 방법이 없었다. 대신 담현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담현우는 슬픈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더니 난감해하며 설명했다.[미안해요. 내가 담씨 가문의 후계자인 건 맞지만 지금은 우리 큰누나가 담씨 가문을 관리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 누나는 석지훈을 좋아해서 수아 씨를 돕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현아한테 한번 부탁해 봐요. 우리 누나는 항상 현아를 두려워하거든요.]‘담현우의 큰누나? 그리고 그 누나가 담현아를 두려워한다고?’그제야 나는 며칠 전 만났던 담유미가 떠올랐다.‘담유미가 석지훈을 좋아한다고? 그래서 나를 계속 방해했던 거야?’담씨 가문과의 협력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고민 끝에 담현아아게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어디야?]담현아에게서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아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창가로 걸어갔다. 그러자 나는 고현성과의 과거가 떠올랐다. 나도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솔직히 나는 고현성과 적대적인 관계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이었고 지금 내가 가장 두려운 사람은 고현성이었다. 그는 절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마음이 복잡해진 나는 핸드폰을 들어 석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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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나는 석지훈에게서 전화를 받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저녁이 될 무렵 담현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지금 운성에 있어요.]나는 의아해서 물었다.[운성에는 무슨 일로?]담현아에게서 답장이 왔다.[여기서 열리는 만화 전시회에 초대받아서 왔어요. 아마 내일 동성으로 돌아갈 거예요.]나는 꽤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결국 담현아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별일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순간 담현아에게서 영상 통화가 결려왔다.통화를 연결하니 담현아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핑크색으로 염색한 채 굵은 웨이브로 스타일링 되어 있었다. 담현아의 정교한 얼굴 덕분에 정말 만화에서 튀어나온 소녀 같아 보였다.담현아가 예전에 기모노를 입었던 모습과 나시를 입고 시크한 스타일을 소화했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그녀는 어떤 스타일이든 완벽히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지금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나는 진심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예쁘다.”담현아는 웃으며 말했다.“친구가 억지로 끌고 와서 만화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조금 있다가 고정재의 개인 음악회가 있다고 해서 표를 사서 가볼 생각이에요. 아침 일찍 동성으로 돌아가려고요.”나는 웃으며 물었다.“너 고정재를 싫어하지 않았어?”담현아는 단호한 태도로 대답했다.“맞아요. 난 고정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질한 일을 엄청 심각하게 만들고 사고 방식도 너무 구식이라 고리타분해요.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지만 고정재는 고정재고 고정재의 피아노 연주는 감상할 가치가 있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고정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야. 고정재의 연주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지.”담현아는 나의 말에 동의했다. 이때 담현아의 옆에서 누군가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열정적으로 인사했다.“너희 먼저 가. 나는 친구랑 몇 마디만 더 하고 갈게.”다시 나를 바라본 담현아가 물었다.“그래서 무슨 일이에요?”나는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별일 아니야.”“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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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담현아가 과연 누구와 결혼하고 싶어 할지 궁금했다.마치 많은 사람들이 석지훈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나는 담현아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기대되기까지 했다.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고마워, 현아야.”담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더니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우리는 친구고 언니는 아직 나한테 스포츠카도 사줘야 하잖아요.”담현아가 스포츠카 얘기를 꺼내자 나는 예전에 담현아를 위해 석지훈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일은 석지훈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며칠 동안 미뤘다가 완전히 잊고 있었다.만약 담현아가 방금 말하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나는 다시 담현아에게 말했다.“며칠 안에 차 가져다줄게.”“고마워요, 수아 언니.”담현아는 바쁜 일이 있다며 몇 마디만 더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나는 담현아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사실 담유미가 그렇게 큰돈이 걸린 도박까지 즐길 정도라면 담현아가 돈이 부족할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담현아는 늘 스스로 가난하다고 말했다.나는 의문이 들어 윤승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윤승민은 내가 담현아라는 이름을 꺼내자 설명했다.“담현아 아가씨라면 조사할 필요 없습니다. 저도 담현아 아가씨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까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뭘 알고 있는데요? 말해주세요.”“동성에서 석씨 가문과 장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곳은 오직 담씨 가문 뿐입니다. 이유가 궁금하세요?”윤승민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설명을 이어갔다.“석 대표님께서 석씨 가문으로 돌아오신 해부터 매년 영재반을 개설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천재 아이들을 찾아와 선발했는데 그중 담현아 아가씨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발된 아이였습니다. 게다가 담현아 아가씨는 당시 영재반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고 10세도 채 되지 않았었습니다.”석씨 가문에서 영재반을 운영했다니 정말 놀라웠다. 석씨 가문의 기술력이 이렇게 강력하고 업계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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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내가 윤승민에게 담현아가 왜 담씨 가문에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지 물었더니 윤승민은 이렇게 대답했다.“담현아 아가씨는 비밀이 많은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입니다.”나는 존경심을 가득 품은 채 전화를 끊었다. 침대에 혼자 누워있으니 갑자기 석지훈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겨우 하루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견딜지 막막했다.이번 석지훈의 부재를 통해 내가 그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항상 석지훈의 곁에서 조금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침대에서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시차를 계산해 보니 석지훈이 있는 곳은 새벽 3시쯤이었다.결국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아 한참을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들어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계속 신호음만 들릴 뿐 석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실망하며 전화를 끊은 뒤 통화 기록을 아래로 넘겼다. 그러다 한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나의 친어머니.’내가 그녀에 대해 궁금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그녀가 내 친어머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나의 친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를 국내에서 멀리 떨어진 프랑으로 보내버렸다.나는 친어머니와의 통화 기록을 삭제한 뒤 비서에게 연락해 지금 석씨 가문 부모님의 연락처를 알아봐 달라고 했다.때를 기다렸다가 내가 직접 석지훈의 부모님을 데리러 가기로 했다.맞다, 바로 운성시로 갈 것이다. 비에 젖어 음울한 그 도시로 말이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머릿속은 온통 석지훈의 모습으로 가득했고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그렇게 그리움으로 마음이 무거워질 때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황급히 화면을 확인했더니 전화를 건 사람은 연시혁이었다.나는 창밖의 별들을 바라보며 전화를 받았다. 연시혁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도저히 그 여자를 찾을 수 없어.”연시혁이 찾고 있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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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석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에 빠졌다. 나는 내가 그를 방해한 것 같아 정적을 깨고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이만 끊을게요.”그런데 갑자기 석지훈이 나를 불렀다.“윤아야.”나는 의아해서 물었다.“네?”석지훈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핀란드에 놀러 오고 싶어?”석지훈은 내가 그와 떨어지기 싫어한다는 걸 눈치채고 이렇게 물은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달콤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가도 돼요? 내가 가면 방해되는 거 아니에요?”석지훈은 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잠시 후에 윤 비서가 널 공항까지 직접 데려다줄 거야.”이 말을 끝으로 석지훈이 전화를 끊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욕실에 가서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침실로 돌아가 큰 캐리어를 꺼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화장품이며 스킨케어 제품 같은 것도 전부 챙겼다.핀란드의 추운 날씨가 떠올라 두꺼운 패딩도 몇 벌 넣었더니 캐리어는 금세 가득 찼다. 나는 캐리어를 다 챙긴 뒤 가방을 골랐다.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결국 분홍색 실퍼 체인이 달린 루이비통의 숄더백을 선택했다.지금 시간은 대략 아침 8시였다. 핀란드 공항까지 가는 데 4시간이 걸리니 출발 시간을 포함하면 도착하면 새벽 2시쯤 될 것이다. 핀란드 시간으로는 밤 9시쯤이다.나는 윤승민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계산을 해봤다. 오늘 석지훈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설렘이 멈추지 않았다.내가 석지훈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나는 이제 석지훈과 단 1분 1초도 떨어지기 싫었고 그와의 모든 만남이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마치 첫사랑처럼 두근두근 떨렸다.윤승민은 금세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내가 아래로 내려가자 윤승민은 이미 예약해 둔 비행기 티켓을 내게 건넸다.내가 티켓을 받아 들자 윤승민이 물었다.“여권 챙기셨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가져왔어요.”윤승민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긴급 비자를 대신 처리하려고 했는데 이미 비자가 있으시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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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눈앞의 사람은 한 번 만난 적 있는 한민수였다. 그는 노란색 긴 패딩을 걸치고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봤다.“어머, 내가 지훈이보다 수아 씨를 먼저 찾게 됐네요.”한민수가 석지훈을 언급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지훈 오빠는 어디 있어요?”한민수는 손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석지훈이 곧고 단정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석지훈은 끝자락이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롱코트에 목에는 짙은 색의 머플러를 둘렀고 코트 안에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나는 석지훈이 이렇게 편안한 차림을 한 모습을 처음 봤다.내가 석지훈을 계속 바라보자 한민수는 농담을 던졌다.“눈이 빠지겠어요. 수아 씨, 남자 친구와 고작 하루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따라오다니.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나는 한민수를 흘겨보며 말했다.“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아주 확신에 차 있네요.”나는 한민수의 농담을 무시하고 눈앞에 석지훈을 계속 바라봤다. 석지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나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요.”석지훈은 한민수가 보는 앞에서 나의 차가운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차가워?”석지훈은 손을 들어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더니 내 목에 둘러주었고 내 손에서 백을 받아 자기 어깨에 걸었다. 그러고는 내 캐리어를 끌며 떠나려 했다.한민수는 석지훈이 능숙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이거 우리가 알던 냉혹하고 무정한 석지훈 맞아?”분홍색 숄더백이 석지훈의 어깨에 걸려 있으니 조금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석지훈은 한민수를 흘겨보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닥쳐.”석지훈은 자신이 한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앞서 걸어갔고 나도 한민수를 흘겨보며 얼른 석지훈을 따라갔다.한민수는 몇 걸음 뒤따라오더니 내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왜 이래요?”“연수아 씨, 어떻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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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나는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우리 현아요?”한민수는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향해 윙크했다. 나는 그 모습에 순간 숨이 멎을 듯해 얼른 눈을 가리며 말했다.“내 앞에서 윙크하지 마세요.”한민수는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왜요?”“그쪽 눈이 너무 예뻐서요.”나는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었지만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서 급격히 냉랭해진 분위기가 느껴졌다.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갑자기 두려움에 떨고 있는 한민수의 표정을 바라보았다.“나 먼저 집으로 갈게. 내일 다시 연락해.”나는 몸을 돌려 석지훈에게 물었다.“한민수 씨 왜 갑자기 가는 거예요?”석지훈은 차가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에르크로 가는 길 내내 석지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몇 번 말을 걸어보려 했지만 그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나는 결국 흥미를 잃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핀란드에는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지난번 이곳에 왔을 때는 오로라를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불쾌한 일도 겪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작은 기대를 품었다.한 시간쯤 지나 석지훈의 별장에 도착했다. 그는 차를 입구에 세우고서는 차에서 내려 짐을 꺼냈다.나는 석지훈을 따라 차에서 내려 그가 짐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짐을 옮기고 나서도 석지훈은 나에게 한마디 인사도 없이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부랴부랴 그의 뒤를 따랐다.나도 석지훈이 화가 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유를 몰라 그저 당혹스러워했다.석지훈은 짐을 현관에 내려놓고서는 곧장 침실로 올라가려 했다. 나는 그런 석지훈을 붙잡으며 조심스레 물었다.“왜 나를 무시해요?”석지훈은 차갑게 말했다.“그런 적 없는데.”석지훈이 매번 이런 식으로 말할 때마다 나는 불안에 휩싸였다.그는 곧바로 침실로 올라갔고 나는 신발을 벗어 슬리퍼로 갈아신은 뒤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어 캐리어 위에 올려두었다.결국 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의 문은 살짝 열려 있었다.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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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석지훈은 욕실에서 다시 샤워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검은색 실크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는데 한순간에 다시 냉철하고 금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석지훈은 키가 거의 190센티미터는 되어 보였다. 침대 옆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아주 위풍당당했다.나는 석지훈의 손을 잡고 살살 흔들며 물었다.“안 자요?”석지훈은 나의 손가락을 가볍게 쥐며 말했다.“응, 처리할 일이 좀 남았어.”내가 석지훈의 손을 놓자 그는 살짝 몸을 숙여 내 볼에 입 맞추며 말했다.“먼저 자.”나는 몸이 너무 피곤해 금세 잠들어버렸다. 그런데 한밤중에 깨어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석지훈이 아직 침실로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나는 문을 열어 그를 찾으러 나섰다.기억을 더듬어 석지훈의 서재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석지훈은 등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그 앞에는 은색 노트북 한 대가 놓여 있었다.나는 뒤에서 석지훈의 목을 안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시간까지 뭐 하느라 안 자요?”석지훈이 대답했다.“응,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나는 석지훈의 목을 안고 있던 팔을 풀어 소파로 가서 누운 뒤 졸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일 봐요. 내가 여기서 같이 있어 줄게요.”말은 석지훈의 옆에 함께 있겠다고 했지만 결국 나는 또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잠들어버렸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은 밝아져 있었고 나의 몸에는 얇은 담요가 덮여 있었다.소파에 누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일어나려는 순간 석지훈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일은 내가 처리할 거니까 너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방해하지 마.”‘석지훈은 누구와 전화하고 있는 거지?’전화 상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석지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너와 상관없어.”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석지훈은 손가락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나는 석지훈의 팔에 매달리며 달콤한 목소리로 물었다.“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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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유독 한민수는 깔끔한 옷차림에 그 특유의 매력적인 눈매까지 더해져 마치 사람을 홀리는 요정 같았다.한민수는 내 옆에 앉아 흥미롭게 물었다.“어젯밤 수아 씨 남자 친구가 질투했을 텐데 어떻게 달랬어요?”한민수조차 석지훈이 질투했다는 걸 눈치챘다.어젯밤 석지훈의 야성적인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본능적으로 부정했다.“아니요. 지훈 씨 집에 오자마자 바로 업무를 봤는데요?”한민수는 나의 말을 믿지 않는 듯 내 얼굴을 흘겨보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지금 수아 씨 얼굴은 온통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요.”나는 얼굴을 붉히며 한민수의 말을 끊었다.“좀 진지하게 굴 수 없어요?”내 얼굴빛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챈 한민수는 분위기를 파악하고서는 말했다.“알았어요. 그냥 농담한 거예요. 지훈이가 나웨이에 가니까 나에게 수아 씨와 비아드 여기저기를 둘러보라고 했어요.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요?”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냥 집에 있고 싶어요.”“집에 있어 봤자 뭐 재밌는 것도 없잖아요.”한민수는 내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이때 마침 담현아가 내게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한민수는 내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이름을 보고 얼른 받으라고 했다.나는 한민수의 뜨거운 시선 속에서 영상 통화를 연결했다.담현아는 여전히 핑크색 긴 머리를 하고서는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수아 언니, 나 곧 비행기 타고 동성에 돌아가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동성에 없어.”담현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디에 있어요?”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핀란드에 있어.”“아, 언니한테 얘기할 게 있었는데.”나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뭔데?”“나 다시 세계 여행을 시작하려고 계획 중이에요.”담현아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직 1년은 더 있어야 18살이 되는데. 그 전에 경찰서에서 일할 수 없으니까요. 그동안 세계를 더 다니며 풍경을 보려고요.”이토록 빛나는 담현아가 경찰이 되고 싶어 한다니. 아마 담현아는 마음속으로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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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가소롭게도 한민수는 여전히 자신의 망상 속에 갇혀 있었다. 모든 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자기 뜻대로 생각했다.나는 한민수에게 물었다.“민수 씨, 몇 살이에요?”“수아 씨 남자친구 보다 3살 많을 뿐이에요.”나는 입술을 깨물고서는 웃으며 물었다.“그럼, 이제 33살이에요?”한민수는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그렇게 늙어 보여요?”“그럼 현아의 나이를 맞춰봐요.”나의 말에 한민수는 잠시 생각한 뒤 추측했다.“20살?”“현아가 설령 20살이라고 해도 민수 씨보다 10살은 어린 거예요. 이게 바로 남자들은 다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가? 그리고 민수 씨도 어린 여자애의 감정을 속이는 건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거잖아요? 단순히 장난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현아를 만나고 싶은 거라면 마지막에는 부모님께 인사도 드려야 할 텐데 현아 부모님이 민수 씨 같은 나이 많은 사위를 원하시겠어요?”한민수는 코를 만지며 어색하게 말했다.“그냥 조금 신기해서 관심이 갈 뿐인데 수아 씨는 뭘 그렇게 멀리까지 얘기해요?”“그리고 현아는 딱 봐도 15살도 안 돼 보이잖아요.”한민수는 놀라며 되물었다.“그렇게 어리다고요?”나는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아니요. 그냥 비유한 거예요.”나는 더 이상 한민수를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민수는 어린아이처럼 내 핸드폰을 빼앗아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내가 뒤따라 나갔을 때 한민수는 핑크색 셔츠 한 장만 입은 채 새하얀 눈밭에서 고개를 숙이고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나는 그 모습에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또 한 명이 홀려버렸네.”사실 그동안 관찰한 결과 고정재오아 담현아 사이에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해 보였다.아니면 담현아는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고정재가 계속 낮은 자세로 담현아에게 매달릴 리가 없다.어떤 일이 있었는지 내가 알아낼 필요는 없었고 또 나 자신도 그러지 않기로 했다.내가 바라는 건 단지 내 삶에 나타난 모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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