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사람은 한 번 만난 적 있는 한민수였다. 그는 노란색 긴 패딩을 걸치고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봤다.“어머, 내가 지훈이보다 수아 씨를 먼저 찾게 됐네요.”한민수가 석지훈을 언급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지훈 오빠는 어디 있어요?”한민수는 손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석지훈이 곧고 단정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석지훈은 끝자락이 무릎까지 오는 검은색 롱코트에 목에는 짙은 색의 머플러를 둘렀고 코트 안에는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나는 석지훈이 이렇게 편안한 차림을 한 모습을 처음 봤다.내가 석지훈을 계속 바라보자 한민수는 농담을 던졌다.“눈이 빠지겠어요. 수아 씨, 남자 친구와 고작 하루 떨어져 있었는데 이렇게 따라오다니. 나중에 헤어지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요?”나는 한민수를 흘겨보며 말했다.“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아주 확신에 차 있네요.”나는 한민수의 농담을 무시하고 눈앞에 석지훈을 계속 바라봤다. 석지훈이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오빠, 나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요.”석지훈은 한민수가 보는 앞에서 나의 차가운 뺨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차가워?”석지훈은 손을 들어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더니 내 목에 둘러주었고 내 손에서 백을 받아 자기 어깨에 걸었다. 그러고는 내 캐리어를 끌며 떠나려 했다.한민수는 석지훈이 능숙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이거 우리가 알던 냉혹하고 무정한 석지훈 맞아?”분홍색 숄더백이 석지훈의 어깨에 걸려 있으니 조금 어색해 보이긴 했지만 석지훈은 한민수를 흘겨보며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닥쳐.”석지훈은 자신이 한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앞서 걸어갔고 나도 한민수를 흘겨보며 얼른 석지훈을 따라갔다.한민수는 몇 걸음 뒤따라오더니 내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 나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왜 이래요?”“연수아 씨, 어떻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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