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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Chapter 321 - Chapter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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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1화

“이 권력들은 언젠가는 한 분께 집중될 겁니다. 그때가 돼서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았을 때 저는 비로소 제 소임을 다 한 거죠.”내가 물어보는 말에 석만호가 곧이곧대로 답하자 나는 점점 더 그를 믿게 되었다.하지만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긴 했다.“나는 석씨 집안 사람도 아닌데 이걸 왜 나한테 준 거죠? 내가 들고 도망이라도 가면 어쩌려고요?”“아가씨는 대표님의 여자시고 또 회장님의 며느리시니까요. 저는 그저 회장님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웃으며 답하는 석만호에 궁금증이 다 풀린 나는 이틀 뒤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 그 서류를 들고 구청에 찾아갈 생각으로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고마워요.”“아가씨, 제가 구청에서 기다릴게요.”“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석만호와의 통화를 끝낸 뒤에도 석지훈 쪽에서 오는 연락은 없었다.한민수에게도 연락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여자 꼬시는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요.]아직도 담현아와 함께 있는 건가 문득 궁금해졌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나는 서둘러 임신 유지에 도움 된다는 약을 먹고 가만히 앉아있었다.이렇게 한가할 때면 자꾸만 석지훈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들었던 담담한 긍정의 대답이 떠올라 나를 괴롭게 하곤 했다.도대체 왜 아이를 원하지 않는지 몇백 번을 생각해봐도 나는 답을 얻어낼 수가 없었다.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흘러가서 석지훈이 갇힌 지 4일째 되는 날이 밝아오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나는 서류를 들고 구청으로 향했다.구청에는 현대인의 복장과는 사뭇 다른 하얀 도포를 걸친 석만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분명 혼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굳이 여기서 기다린 건지 의아했지만 나를 그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그때 갑자기 화려하게 치장한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나며 소리쳤다.“여기서 뭐 하는 짓이야!”십 미터쯤 떨어져 있는 거리에 나는 그가 석지훈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어떤 어머니인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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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내 손에 들린 것 말고도 석만호는 다른 서류를 하나 더 준비해왔었는데 나는 그게 무엇인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들고 있던 서류만 제출한 뒤 밖으로 나왔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석만호가 나를 부르더니 또 다른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하는 것이었다.사인에는 누구보다 민감한 내가 서류를 자세히 훑어보려 했지만 언어가 달라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봉투에만 짤막하게 쓰인 한글에 내가 당황하자 석만호는 차분하게 일러주었다.“별로 중요한 서류는 아니니까 사인하세요. 사인만 하면 석 대표님 구할 수 있어요.”석지훈을 구하고 싶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뭔지도 모르는 서류에 사인을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펜을 쥔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내 걱정과 고집을 보아 낸 석만호는 결국 사람을 불러 서류를 번역하게 했다.“운산 양도권입니다.”“운산이 뭔데요?”“운성에 있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인데 회장님이 젊었을 때 사둔 산입니다. 회장님한테는 큰 의미가 있는 산이라 꼭 아가씨께 선물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왜 저한테 주는 거죠?”“대표님의 아내 되실 분이니까요.”아무 대가도 없는 선물은 받으며 안되는 것이었지만 그 산은 가치가 그리 높은 산이 아니었기에 하루빨리 석지훈을 구하고 싶었던 나는 결국 거기에 사인을 했다.그때는 그게 석지훈을 벼랑 끝으로 밀어버리는 결정일 줄은 미처 몰랐었다.사인을 마치고 이제 석지훈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구청 밖에서 석만호를 기다리고 있었다.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적은 거리에서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배를 어루만지고 있었는데 그때 한 여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수아, 너 방금 무슨 서류에 사인했지?”“누구세요?”나에게 말을 건 이는 석지훈의 엄마였지만 나는 생모가 맞는지 묻고 싶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서류야 그거.”아주 급해 보이는 여자에 나는 사실대로 알려주었다.“운산 양도권이요.”그러자 여자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네가 지훈이를 해칠 거라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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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석만호는 공손한 태도로 내 말에 답했다.“지금의 석지훈 씨는 사모님이 핀란드에서 거둬들인 버려진 아이일 뿐입니다.”어머니가 아이를 낳지 못해서 후계자 자리가 비어있으니 아버지가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들을 집에 들였다는 얘기는 전에 석지훈이 나한테 해준 적이 있는 말들이었다.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뒤, 어머니가 자신을 낳았다고 했는데 낳은 게 아니라 입양된 거였다니, 그렇게 되면 나랑 석지훈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다는 뜻이었다.그건 다행이었지만 버려진 아이라는 말은 참 슬픈 단어였다.그에 나는 일전에 노르웨이의 초라한 집에서 멍하니 앉아있던 석지훈을 떠올렸다.거기가 자신이 태어난 곳이라고 하더니, 아마도 석지훈이 노르웨이에 간 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그럼 내 어머니는 누구일까.눈앞의 여자는 나에게 지나치게 매정했기에 나는 그가 나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내가 곤혹스러워할 때 석만호가 대뜸 뒤돌아 그 여자를 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사모님이 석씨 집안 안주인이라서 저는 늘 사모님을 존경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가 사모님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석만호는 손을 들어 여자의 어깨를 누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석씨 집안이 혈통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집안인지 알면서 회장님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석지훈 씨를 어떻게 석씨 집안 후계자 자리에 올려놓습니까? 사모님은 회장님의 마음을 저버리신 겁니다.”석만호의 말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마음? 그 인간이 나한테 마음이 있었을 것 같아? 그 인간이 사랑하는 건 그 사람 버리고 떠난 그 여자였어. 집에 다른 여자를 들이는 순간 나랑 그 사람 사이는 끝난 거였다고! 난 절대 그 사람 용서 안 해.”그 말을 들은 석만호는 미간을 찌푸렸고 나는 애써 들은 정보들을 조합하고 있었다.“그럼 내 엄마는 누구예요?”한참을 고민하다 던진 내 질문에는 여자가 화를 내며 답했다.“네 엄마는 여우 같은 년이었어, 네 아빠랑 너를 낳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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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석만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나는 다급히 그의 옷소매를 부여잡으며 말했다.“지훈 오빠는 건들지 마세요!”“아가씨, 이렇게 너그러우시면 안 돼요.”석만호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을수록 나는 초조해졌다.“나랑 오빠는 연인이에요, 내가 오빠 아이를 가졌다고요. 그런데 우리 중 누가 석씨 집안의 주인이 된다 한들 달라질 게 있겠어요? 지훈 오빠를 망치는 건 내 아이를 망치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만 해요 석만호 씨. 이건 내가 가주로서 내리는 명령이에요.”나는 가슴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아주세요, 무서워요... 지금 석씨 집안 재산을 가진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생각 못 했는데, 오빠가 나를 탓할까 봐 나 너무 무서워요...”석지훈이 석씨 집안 자식은 아니지만 그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입양된 것이기에 잘못이 없는 피해자였다.얼마 전에 나웨이에 간 걸 보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최근에 알게 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때 그렇게 혼이 반쯤 나가 있었던 것 같다.자신의 어머니는 어머니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던 석지훈의 말이 이제야 이해되는 것 같았다.“아가씨, 저는 회장님의 사람입니다.”석만호는 자신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떼어내며 차분하게 말했다.“어젯밤 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석씨 집안의 모든 권력이 한 사람 손에 집중되었을 때 제가 비로소 퇴직할 수 있다던 말. 가장 좋은 시기에 석지훈 씨를 완전히 무너뜨리라는 건 회장님이 가시기 전 저에게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입니다. 아가씨가 동의하시든 안 하시든 저는 무조건 그 명령에 따를 겁니다.”어젯밤 석만호가 했던 모든 말들은 다 나를 이곳으로 유인해 내 손으로 직접 서류를 내게 하기 위함이었다.알아서 다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굳이 내 손을 빌려 나와 석지훈이 척을 지도록 한 것이다.내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석만호가 다급히 날 잡아 왔지만 나는 그의 손을 쳐내며 의자에 앉았다.석만호는 여전히 그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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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석만호는 석지훈의 최측근들이 나를 오해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나와 석지훈의 사이가 완전히 끝날 수 있을 테니까.그가 바란 대로 내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원태웅은 믿어주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지금 기댈 곳은 진유겸뿐이라 서둘러 그에게 연락하려 했다.“진유겸 씨한테 지금 연락할게요.”진유겸이라면 석지훈을 꺼내줄 수 있을 테고 그가 자유로워진다면 석만호도 이 정도로 그를 괴롭히지는 못할 테니까 여러모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석지훈을 사지로 몰아넣은 게 진유겸인데 지금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기뻐할 그가 나를 도와줄 리가 없을 것 같아 나는 결국 전화를 걸지 못했다.“네가 진유겸을 알아?”“네. 알아요.”“그러니까 형을 가둔 게 진짜...”“나 아니라고요!”“이딴 회사 너나 가져!”나는 아니라고 해명을 했지만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없는 원태웅은 회사에 나를 혼자 남겨두고 그대로 나가버렸다.“...”12월 23일, 나는 마침내 핀란드로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그가 스물 일곱 살 생일을 맞기전 석지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다들 나를 안 믿는다 해도 상관없었고 다들 나를 오해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 다들에 석지훈만 포함되지 않으면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내가 핀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9시라서 그의 생일까지는 고작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생일 선물을 챙겨 든 나는 바로 한민수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설마 그도 원태웅처럼 나를 오해한 걸까?눈 내리는 핀란드의 겨울 속에서 나는 그렇게 절망에 빠져버렸다.나와 석지훈 사이에 마치 큰 강이 생겨버린 것만 같은데 그 강을 만든 건 나지만 어떻게 해봐도 건너지지 않았다.연씨 집안의 힘을 잃자 아무런 권력도 없던 나는 이 외진 핀란드에서 석지훈의 위치를 알 길이 없었다.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진유겸에게 연락을 했다.“진유겸 씨랑 아직 연락해?”“응.”“나 좀 석지훈한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줘...”최희연은 내 말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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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핀란드의 겨울은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있을지라도 추위가 온몸을 관통하고 있었다.하지만 육신의 추위보다 더 괴로운 건 석지훈이 나를 오해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그를 볼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앞서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때 최희연이 나에게 석지훈이 갇혀 있는 감옥의 주소를 보내오자 나는 바로 택시를 불러 그곳으로 향했다.감옥 입구에 섰을 때는 아까의 충동과 달리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서둘러 그를 보고 싶으면서도 그를 보는 게 두려웠다.내가 입구를 서성이자 교도소 안에서 사람이 하나 나오더니 내 얼굴에 대고 플래시를 비추며 영어로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나는 선물 박스를 꼭 안으며 말했다.“연수아라고 합니다.”“누굴 만나서 온 겁니까?”“석지훈 씨요.”“수감자가 면회를 거절합니다.”“...”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석지훈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교도관의 팔을 부여잡으며 말했다.“그럼 말이라도 전해주세요, 나 만나겠다고 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거라고!”달러 한 뭉치를 건네주면서 말하자 교도관은 돈을 챙겨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매서운 추위와 마음속에서 자꾸만 크기를 키워가는 불안함을 견디며 한 시간이 넘게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간 교도관은 나오지 않았고 석지훈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석지훈이 나를 외면하는 게 제일 무서웠는데 실제로 일어나버린 일에 나는 흘러가는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며 열두 시 정각이 됐을 때 혼자 중얼거렸다.“생일 축하해요 오빠.”나는 눈물을 매단 채 에르크 별장으로 향했고 더 이상 나는 그 안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눈이 소복이 쌓인 대문 앞에 선물을 놓아두었다.“미안해요, 다 나 때문이에요.”선물을 내려놓은 나는 눈이 하얗게 뒤덮인 그곳을 떠나 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가장 빠른 새벽 3시 비행기로 운성에 돌아왔다.운성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가 다 된 시각이었지만 나는 혹시나 고현성이 나를 찾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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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석지훈이 나를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서 그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었다.그가 나를 거절한다면 그들도 사건의 진상이 어떻든 똑같이 나를 거절하는 게 당연했기에 나는 억울하지만 그 일은 입에 올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왜 전화한 거예요?”“지훈이 형 세력이 전 세계적으로 무너졌어, 석씨 집안뿐만 아니라 진유겸 그리고 다른 집안에서까지 이 기회에 형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사자 한 마리가 우물에 빠지니 이때다 싶어 들짐승, 날짐승, 초식 육식 가리지 않고 모든 동물들이 모여들어 그에게 돌을 던지는 꼴이었다.그건 어느 정도 예측한 일이었지만 지금 나는 석만호를 막을 힘도 없었고 석지훈이 이뤄놓은 것들을 지켜줄 힘 역시 없었다.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태웅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형은 석씨 집안에서 나온 뒤 한씨 집안에서 밥을 얻어먹으면서 겨우 살아남았어. 형이 사람을 죽인 것도 형의 의도가 아니었어. 그때 형이 유럽 쪽 마피아들이랑 일을 같이하고 있었는데 마피아들이 형이 어리다고 계속 괴롭혀왔었어. 형은 그걸 계속 참고만 있었는데 조직 보스가 그런 형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잡종이니 기생충이니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싸우라고 칼을 쥐여줬지. 말이 싸우는 거지 그 보스는 사실 형을 죽이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그날 형이 온몸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결국 보스 목을 그어버린 거야. 그게 첫 번째 살인이었어.”나는 항상 차갑고 남에게 곁을 주지 않는 석지훈을 보며 도대체 어떤 과거를 살아오면 사람의 심장이 저렇게 얼어붙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석지훈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자신의 과거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드디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의 과거를 알게 되었는데 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아파왔다.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그 느낌이 점점 내 목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아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원태웅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지훈이 형이 그렇게 살아남아서 유럽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온 건데, 석씨 집안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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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형 말 그대로 전한 거야.”원태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힘을 다해 참아왔던 눈물도 속절없이 떨어졌다.우리 사이가 끝났다고 했다.그리고 내게 본인의 뜻을 존중해 아이도 지워달라는 말을 전했다.석지훈에게 미안해서 그의 뜻에 따라주고 싶었지만 아이만은 나도 양보할 수 없었다, 배 속의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은 존재이기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원태웅은 내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끊긴 전화에 내가 정신을 차리고 석지훈의 상태를 묻고 싶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만 들려왔다.아마도 나를 차단한 것 같았다.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느낌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나는 한참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순간 배에서 강한 통증이 전해져왔다.혹시 아이가 잘못될까 싶어 바로 병원으로 향하자 의사는 큰 문제는 없고 그저 갑자기 너무 흥분해서 통증을 느낀 것뿐이라고 하며 임신 유지에 도움 되는 링거를 맞게 해주었다.내일 다시 병원에 방문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채 복도에 서 있는 남자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내가 두려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 어디 아파?”“현성 씨가 왜 여기 있어요?”사람이 적긴 해도 가끔 오가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나는 고현성이 무슨 짓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 같아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계약 아직 안 했잖아.”“강해온 씨가 계약서 전달 안 했어요?”일전에 나는 사인을 마친 서류를 강해온 더러 고현성에게 전해주라 한 적이 있었다.고현성 사인만 더해지면 계약서도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그 뒷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강해온의 손을 빌린 것인데 또 찾아와서 계약 얘기를 꺼내는 고현성을 나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네가 직접 사인한 거 받고 싶어.”“계약서는 가져왔어요?”“차에 있어, 가지러 가자.”“싫어요, 사인 필요 없으면 이만 갈게요.”입꼬리를 올리는 고현성을 더는 상대하고 싶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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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의 남자?그게 내가 얻은 것일까.고현성은 내가 그를 사랑할 동안 조금씩 우리 사랑을 갉아먹고 있었다.나는 문득 임지혜가 그를 차로 차는 장면을 떠올렸다.그때는 나도 고현성이 나를 떠날까 봐 많이 무서워했는데, 마치 지금 내가 석지훈의 빈자리를 무서워하는 것처럼.나는 그때 고현성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이번에도 석지훈을 지키지 못했다.그뿐만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그가 한평생 일궈놓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그를 감옥에 집어넣었다.석지훈 생각을 하자 또 가슴이 아파 난 나는 고현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거 놔요!”하지만 내가 그럴수록 고현성은 점점 더 나를 결박해왔고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나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내 이마에 입을 맞추려는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하지 말라고!”“나 힘들어 수아야. 네가 석지훈 그놈 옆에 있는 걸 보는 게 난 너무 힘들어. 나 자신도 싫고 석지훈 그놈도 싫은데 가장 미운 건 너야... 내 마음이 너무 아파...”“나 좀 그만 괴롭혀요! 나 임신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흥분하면 안 좋아요. 아이 가지는 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나 좀 놔줘요...”“뭐라고?”나를 떼어놓고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에 나는 몸을 웅크린 채 말했다.“임신했다고요, 내 몸 상태가 아주 안 좋대요. 임신도 불가능한 몸에서 기적처럼 생긴 아이예요. 이번에도 유산하면 나는 평생 엄마가 되지 못할 거에요. 고현성 씨,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당신이 날 아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내가 이 아이라도 지킬 수 있게 좀 도와줘요.”그의 동정심이라도 얻어보자고 한 말에 고현성은 차갑게 물어왔다.“석지훈 애야?”“네.”내 말을 들어주려는 건지 고현성은 눈을 감으며 뒤로 한발 물러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네 첫 아이는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일단은 네 말대로 할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 하나만 해줘.”“무슨 약속이요?”고현성이 나를 건드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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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그 말을 하는 고현성의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나는 둘 사이에 필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인데요?”그는 내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내 볼을 쓰다듬으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때문에 고현성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붕 뜨게 되었다.웬일인지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네 부모님 생각도 해야지. 네가 이렇게 제멋대로이면 그분들이 힘들어지실 거야.”“우리 부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무슨 짓이라니? 두 분은 그냥 우리 집에 손님으로 계시는 거야.”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건 또 어떻게 안 건지 이번에도 기가 막히게 내 약점을 찾아내 나를 쥐고 흔드는 고현성이었다.“당신은 진짜 비겁한 인간이에요.”밀려오는 분노에 내가 몸을 떨며 말하자 눈을 감았다 뜬 고현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네가 석지훈이라 계속 같이 있는 다면 가장 먼저 다치는 건 네 부모님이 될 거야, 네가 아무리 석씨 집안 가주라 해도... 그러고 보니 석지훈도 대단하다 참, 집안을 너한테 다 넘겨주다니.”내가 석씨 집안 핏줄인 건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굳이 해명하지는 않았다.이내 고현성은 하던 말을 마무리 지었다.“네가 석씨 집안을 무기 삼아 나한테 덤빈다 해도 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널 괴롭힐 거야.”눈에 보이는 게 없는 고현성은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저지르고 보는 또라이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였다.“연수아, 아이를 무사히 낳고 싶다면 석지훈한테서 멀어지는 방법 밖에 없어. 아, 그리고 네가 한 가지 더 협조해야 할 일이 있어.”“뭔데요.”“나랑 사진 좀 찍자.”나는 당연히 거절하려 했지만 역시나 고현성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 강제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그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나를 협박했다.“네가 내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난 이걸 석지훈한테 보내줄 거야. 아무리 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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