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4화

작가: 동과
석만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나는 다급히 그의 옷소매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지훈 오빠는 건들지 마세요!”

“아가씨, 이렇게 너그러우시면 안 돼요.”

석만호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을수록 나는 초조해졌다.

“나랑 오빠는 연인이에요, 내가 오빠 아이를 가졌다고요. 그런데 우리 중 누가 석씨 집안의 주인이 된다 한들 달라질 게 있겠어요? 지훈 오빠를 망치는 건 내 아이를 망치는 거나 다름없어요. 그만 해요 석만호 씨. 이건 내가 가주로서 내리는 명령이에요.”

나는 가슴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말아주세요, 무서워요... 지금 석씨 집안 재산을 가진 것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생각 못 했는데, 오빠가 나를 탓할까 봐 나 너무 무서워요...”

석지훈이 석씨 집안 자식은 아니지만 그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입양된 것이기에 잘못이 없는 피해자였다.

얼마 전에 나웨이에 간 걸 보면 자신의 신분에 대해 최근에 알게 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때 그렇게 혼이 반쯤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어머니는 어머니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던 석지훈의 말이 이제야 이해되는 것 같았다.

“아가씨, 저는 회장님의 사람입니다.”

석만호는 자신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떼어내며 차분하게 말했다.

“어젯밤 제가 한 말 기억하시죠? 석씨 집안의 모든 권력이 한 사람 손에 집중되었을 때 제가 비로소 퇴직할 수 있다던 말. 가장 좋은 시기에 석지훈 씨를 완전히 무너뜨리라는 건 회장님이 가시기 전 저에게 마지막으로 내린 명령입니다. 아가씨가 동의하시든 안 하시든 저는 무조건 그 명령에 따를 겁니다.”

어젯밤 석만호가 했던 모든 말들은 다 나를 이곳으로 유인해 내 손으로 직접 서류를 내게 하기 위함이었다.

알아서 다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굳이 내 손을 빌려 나와 석지훈이 척을 지도록 한 것이다.

내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석만호가 다급히 날 잡아 왔지만 나는 그의 손을 쳐내며 의자에 앉았다.

석만호는 여전히 그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를 들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25화

    석만호는 석지훈의 최측근들이 나를 오해하길 바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나와 석지훈의 사이가 완전히 끝날 수 있을 테니까.그가 바란 대로 내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원태웅은 믿어주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지금 기댈 곳은 진유겸뿐이라 서둘러 그에게 연락하려 했다.“진유겸 씨한테 지금 연락할게요.”진유겸이라면 석지훈을 꺼내줄 수 있을 테고 그가 자유로워진다면 석만호도 이 정도로 그를 괴롭히지는 못할 테니까 여러모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석지훈을 사지로 몰아넣은 게 진유겸인데 지금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기뻐할 그가 나를 도와줄 리가 없을 것 같아 나는 결국 전화를 걸지 못했다.“네가 진유겸을 알아?”“네. 알아요.”“그러니까 형을 가둔 게 진짜...”“나 아니라고요!”“이딴 회사 너나 가져!”나는 아니라고 해명을 했지만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없는 원태웅은 회사에 나를 혼자 남겨두고 그대로 나가버렸다.“...”12월 23일, 나는 마침내 핀란드로 가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그가 스물 일곱 살 생일을 맞기전 석지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다들 나를 안 믿는다 해도 상관없었고 다들 나를 오해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저 그 다들에 석지훈만 포함되지 않으면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내가 핀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9시라서 그의 생일까지는 고작 세 시간밖에 남지 않아 있었다.생일 선물을 챙겨 든 나는 바로 한민수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설마 그도 원태웅처럼 나를 오해한 걸까?눈 내리는 핀란드의 겨울 속에서 나는 그렇게 절망에 빠져버렸다.나와 석지훈 사이에 마치 큰 강이 생겨버린 것만 같은데 그 강을 만든 건 나지만 어떻게 해봐도 건너지지 않았다.연씨 집안의 힘을 잃자 아무런 권력도 없던 나는 이 외진 핀란드에서 석지훈의 위치를 알 길이 없었다.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진유겸에게 연락을 했다.“진유겸 씨랑 아직 연락해?”“응.”“나 좀 석지훈한테 데려다 달라고 부탁해줘...”최희연은 내 말이 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26화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핀란드의 겨울은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고 있을지라도 추위가 온몸을 관통하고 있었다.하지만 육신의 추위보다 더 괴로운 건 석지훈이 나를 오해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그를 볼 생각을 하니 죄책감이 앞서 가슴이 먹먹해졌다.그때 최희연이 나에게 석지훈이 갇혀 있는 감옥의 주소를 보내오자 나는 바로 택시를 불러 그곳으로 향했다.감옥 입구에 섰을 때는 아까의 충동과 달리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서둘러 그를 보고 싶으면서도 그를 보는 게 두려웠다.내가 입구를 서성이자 교도소 안에서 사람이 하나 나오더니 내 얼굴에 대고 플래시를 비추며 영어로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나는 선물 박스를 꼭 안으며 말했다.“연수아라고 합니다.”“누굴 만나서 온 겁니까?”“석지훈 씨요.”“수감자가 면회를 거절합니다.”“...”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석지훈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내 교도관의 팔을 부여잡으며 말했다.“그럼 말이라도 전해주세요, 나 만나겠다고 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거라고!”달러 한 뭉치를 건네주면서 말하자 교도관은 돈을 챙겨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나는 매서운 추위와 마음속에서 자꾸만 크기를 키워가는 불안함을 견디며 한 시간이 넘게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안으로 들어간 교도관은 나오지 않았고 석지훈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석지훈이 나를 외면하는 게 제일 무서웠는데 실제로 일어나버린 일에 나는 흘러가는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며 열두 시 정각이 됐을 때 혼자 중얼거렸다.“생일 축하해요 오빠.”나는 눈물을 매단 채 에르크 별장으로 향했고 더 이상 나는 그 안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눈이 소복이 쌓인 대문 앞에 선물을 놓아두었다.“미안해요, 다 나 때문이에요.”선물을 내려놓은 나는 눈이 하얗게 뒤덮인 그곳을 떠나 바로 공항으로 향했고 가장 빠른 새벽 3시 비행기로 운성에 돌아왔다.운성에 도착하니 이미 8시가 다 된 시각이었지만 나는 혹시나 고현성이 나를 찾을까 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27화

    석지훈이 나를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서 그들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었다.그가 나를 거절한다면 그들도 사건의 진상이 어떻든 똑같이 나를 거절하는 게 당연했기에 나는 억울하지만 그 일은 입에 올리지 않고 다시 물었다.“왜 전화한 거예요?”“지훈이 형 세력이 전 세계적으로 무너졌어, 석씨 집안뿐만 아니라 진유겸 그리고 다른 집안에서까지 이 기회에 형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사자 한 마리가 우물에 빠지니 이때다 싶어 들짐승, 날짐승, 초식 육식 가리지 않고 모든 동물들이 모여들어 그에게 돌을 던지는 꼴이었다.그건 어느 정도 예측한 일이었지만 지금 나는 석만호를 막을 힘도 없었고 석지훈이 이뤄놓은 것들을 지켜줄 힘 역시 없었다.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태웅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형은 석씨 집안에서 나온 뒤 한씨 집안에서 밥을 얻어먹으면서 겨우 살아남았어. 형이 사람을 죽인 것도 형의 의도가 아니었어. 그때 형이 유럽 쪽 마피아들이랑 일을 같이하고 있었는데 마피아들이 형이 어리다고 계속 괴롭혀왔었어. 형은 그걸 계속 참고만 있었는데 조직 보스가 그런 형을 못마땅하게 여겨서 잡종이니 기생충이니 하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싸우라고 칼을 쥐여줬지. 말이 싸우는 거지 그 보스는 사실 형을 죽이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그날 형이 온몸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결국 보스 목을 그어버린 거야. 그게 첫 번째 살인이었어.”나는 항상 차갑고 남에게 곁을 주지 않는 석지훈을 보며 도대체 어떤 과거를 살아오면 사람의 심장이 저렇게 얼어붙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석지훈은 나에게 단 한 번도 자신의 과거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드디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의 과거를 알게 되었는데 나는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이 아파왔다.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그 느낌이 점점 내 목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아 나는 가쁜 숨을 내쉬며 원태웅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지훈이 형이 그렇게 살아남아서 유럽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온 건데, 석씨 집안에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28화

    “형 말 그대로 전한 거야.”원태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 힘을 다해 참아왔던 눈물도 속절없이 떨어졌다.우리 사이가 끝났다고 했다.그리고 내게 본인의 뜻을 존중해 아이도 지워달라는 말을 전했다.석지훈에게 미안해서 그의 뜻에 따라주고 싶었지만 아이만은 나도 양보할 수 없었다, 배 속의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은 존재이기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고 원태웅은 내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끊긴 전화에 내가 정신을 차리고 석지훈의 상태를 묻고 싶어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계속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만 들려왔다.아마도 나를 차단한 것 같았다.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느낌에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나는 한참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 순간 배에서 강한 통증이 전해져왔다.혹시 아이가 잘못될까 싶어 바로 병원으로 향하자 의사는 큰 문제는 없고 그저 갑자기 너무 흥분해서 통증을 느낀 것뿐이라고 하며 임신 유지에 도움 되는 링거를 맞게 해주었다.내일 다시 병원에 방문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려 할 때 갑자기 발걸음을 멈춘 채 복도에 서 있는 남자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내가 두려운 얼굴로 그를 보고 있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너 어디 아파?”“현성 씨가 왜 여기 있어요?”사람이 적긴 해도 가끔 오가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나는 고현성이 무슨 짓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 같아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계약 아직 안 했잖아.”“강해온 씨가 계약서 전달 안 했어요?”일전에 나는 사인을 마친 서류를 강해온 더러 고현성에게 전해주라 한 적이 있었다.고현성 사인만 더해지면 계약서도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기에 그 뒷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아 강해온의 손을 빌린 것인데 또 찾아와서 계약 얘기를 꺼내는 고현성을 나는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네가 직접 사인한 거 받고 싶어.”“계약서는 가져왔어요?”“차에 있어, 가지러 가자.”“싫어요, 사인 필요 없으면 이만 갈게요.”입꼬리를 올리는 고현성을 더는 상대하고 싶지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29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이중인격의 남자?그게 내가 얻은 것일까.고현성은 내가 그를 사랑할 동안 조금씩 우리 사랑을 갉아먹고 있었다.나는 문득 임지혜가 그를 차로 차는 장면을 떠올렸다.그때는 나도 고현성이 나를 떠날까 봐 많이 무서워했는데, 마치 지금 내가 석지훈의 빈자리를 무서워하는 것처럼.나는 그때 고현성을 지키지 못한 것처럼 이번에도 석지훈을 지키지 못했다.그뿐만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그가 한평생 일궈놓은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그를 감옥에 집어넣었다.석지훈 생각을 하자 또 가슴이 아파 난 나는 고현성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이거 놔요!”하지만 내가 그럴수록 고현성은 점점 더 나를 결박해왔고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던 나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내 이마에 입을 맞추려는 그를 밀어내고 있었다.“하지 말라고!”“나 힘들어 수아야. 네가 석지훈 그놈 옆에 있는 걸 보는 게 난 너무 힘들어. 나 자신도 싫고 석지훈 그놈도 싫은데 가장 미운 건 너야... 내 마음이 너무 아파...”“나 좀 그만 괴롭혀요! 나 임신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흥분하면 안 좋아요. 아이 가지는 게 나한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나 좀 놔줘요...”“뭐라고?”나를 떼어놓고 빨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에 나는 몸을 웅크린 채 말했다.“임신했다고요, 내 몸 상태가 아주 안 좋대요. 임신도 불가능한 몸에서 기적처럼 생긴 아이예요. 이번에도 유산하면 나는 평생 엄마가 되지 못할 거에요. 고현성 씨,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당신이 날 아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내가 이 아이라도 지킬 수 있게 좀 도와줘요.”그의 동정심이라도 얻어보자고 한 말에 고현성은 차갑게 물어왔다.“석지훈 애야?”“네.”내 말을 들어주려는 건지 고현성은 눈을 감으며 뒤로 한발 물러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네 첫 아이는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니까 일단은 네 말대로 할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 하나만 해줘.”“무슨 약속이요?”고현성이 나를 건드리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30화

    그 말을 하는 고현성의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나는 둘 사이에 필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레 물었다.“무슨 일인데요?”그는 내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내 볼을 쓰다듬으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때문에 고현성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붕 뜨게 되었다.웬일인지 그는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네 부모님 생각도 해야지. 네가 이렇게 제멋대로이면 그분들이 힘들어지실 거야.”“우리 부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무슨 짓이라니? 두 분은 그냥 우리 집에 손님으로 계시는 거야.”우리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건 또 어떻게 안 건지 이번에도 기가 막히게 내 약점을 찾아내 나를 쥐고 흔드는 고현성이었다.“당신은 진짜 비겁한 인간이에요.”밀려오는 분노에 내가 몸을 떨며 말하자 눈을 감았다 뜬 고현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네가 석지훈이라 계속 같이 있는 다면 가장 먼저 다치는 건 네 부모님이 될 거야, 네가 아무리 석씨 집안 가주라 해도... 그러고 보니 석지훈도 대단하다 참, 집안을 너한테 다 넘겨주다니.”내가 석씨 집안 핏줄인 건 모르는 것 같았지만 나는 굳이 해명하지는 않았다.이내 고현성은 하던 말을 마무리 지었다.“네가 석씨 집안을 무기 삼아 나한테 덤빈다 해도 난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내 목숨을 걸고 널 괴롭힐 거야.”눈에 보이는 게 없는 고현성은 그야말로 미친놈이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지 저지르고 보는 또라이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였다.“연수아, 아이를 무사히 낳고 싶다면 석지훈한테서 멀어지는 방법 밖에 없어. 아, 그리고 네가 한 가지 더 협조해야 할 일이 있어.”“뭔데요.”“나랑 사진 좀 찍자.”나는 당연히 거절하려 했지만 역시나 고현성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의 품에 안겨 강제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그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며 나를 협박했다.“네가 내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난 이걸 석지훈한테 보내줄 거야. 아무리 너그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31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지만 잠은 자는 둥 마는 둥해서 그냥 눈 뜬 채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을 때 고현성이 나와 찍었던 다정해 보이는 사진을 보내왔다.그에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유산 방지약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석만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내 친아버지라는 석씨 집안 옛 가주의 마지막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내가 아무리 빌어도 눈 깜짝하지 않고 석지훈을 무너뜨리는 데에만 집중하던 사람의 연락이라 나는 당연히 거절했다.그러자 그는 바로 문자를 보내왔다.[가주님, 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가주님께 반지를 하나 드렸을 겁니다, 다른 하는 석지훈 손에 있었는데 그것도 아마 이미 받으셨을 거고요. 두 반지를 합치면 주소가 하나 나올 텐데 그곳에 석씨 집안이 몇백 년 동안 모아온 금이 있어요. 그 정도면 한 나라의 재산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물론 그 금을 쓸지 말지는 가주님의 결정에 달렸지만 가주님이 이제 석씨 집안의 주인이시니 아셔야 할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석만호의 말대로 석지훈의 반지는 나한테 있었다.“이 반지만 있으면 석씨 집안의 모든 세력을 움직일 수 있어.”나는 그가 이 반지를 건네며 했던 말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는 그가 나를 이 집안의 안주인으로 인정해서 주는 선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석지훈은 내가 석씨 집안의 핏줄인 걸 알고 그저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주려 한 것 같았다.석지훈은 조금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그렇게 자신의 모든 걸 진작 내려 놓은 것이다.구청에 서류를 접수하러 간 날도 치마를 입고 있은 탓에 목에 건 이 반지가 훤히 보였을 텐데, 그렇다면 석지훈이 이미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한다는 것도 알았을 텐데, 석만호는 그에게 그 어떤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나의 친아버지라는 사람은 참 이기적이면서도 헌신적인 사람인 것 같았다.그는 나에게 모든 걸 내어주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놔주지 않았다.그날 밤, 친아버지라는 사람에게서 받은 서류를 나는 석지훈한테 제일 먼저 보여주면서도 그는 한사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32화

    의사는 불안해하는 나를 진정시키며 서둘러 검사를 진행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렸다.“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생긴 출혈입니다. 유산 징조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리 위험한 건 아니에요.”유산 징조라는 말에 내가 다급히 의사의 팔을 부여잡으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 하자 의사는 나는 다독이며 말했다.“아이는 무사해요, 병원에서 일러준 시간에 검사받고 약도 잘 먹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쁘거나 슬프거나 너무 지나친 흥분은 산모한테도 아이한테도 안 좋아요. 많은 산모분들이 감정통제를 어려워하셔서 유산을 하곤 하세요.”“척추가 안 좋으시네요.”“네?”“병원 이력에는 척추가 다치셔서 검사받은 적이 있다고 뜨네요. 중추신경이 지금 회복 중이라서 지금 임신하면... 본인 몸이니까 잘 아실 거예요, 지금은 임신이 적합한 시기가 아니에요. 저는 아이 지우는 걸 추천 드립니다, 잘 쉬시고 건강 회복한 다음에...”계속해서 내 병원 이력을 찾아보던 의사는 갑자기 멈칫하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자궁암 걸린 적 있으세요?”“네.”“자궁을 잘라낸 건 아니지만 암으로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어요, 게다가 척추도 그렇고... 지금 임신을 유지하면 산모님이 정말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아이를 지우시는 게...”나는 의사의 말을 자르며 입을 열었다.“제 몸 상태는 보셨으니 아실 거예요, 이런저런 병도 많고 신장 이식도 받은 몸이죠. 그래서 이번 기회 아니면 다시는 임신 못 할 거예요. 엄마가 될 수 있다면 목숨은 얼마든지 걸 수 있어요.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가장 좋은 약 써주시고 아이 잘 낳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가족분들은 알고 계세요?”“네, 알아요.”“남편분은요?”의사가 내 병에 대해서 물어볼 때 나는 석지훈이 나에게 아이를 지우라 한 것도 내 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라도 착각하는

최신 챕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1화

    이 경악하는 목소리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석지훈의 머리에서 악마 머리띠를 벗겨내고 돌아서며 웃었다.“하! 태웅 오빠도 여기서 놀고 있었어요?”원태웅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맨날 정색하고 차가운 지훈이 형이 악마 뿔 머리띠라니, 진짜 귀엽다.”석지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점점 버릇없어지는구나.”말에 담긴 협박을 알아챈 원태웅은 재빨리 잘못을 빌었다.“잘못했어. 난 태림이 그 녀석한테 가봐야겠다. 두 사람 데이트 방해 안 할게. 근데 형 이런 모습 보니까 진짜 인간적이야.”석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뭐야? 아직도 손에 못 넣었어?”원태웅은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아이고, 형.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나 먼저 갈게. 나중에 봐!”원태웅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나는 흰 셔츠를 입은 문태림이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리며 잔뜩 짜증 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것 같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두 사람은 뭐예요?”두 남자가 놀이공원에 있는 게 좀 수상했다.석지훈은 원태웅의 비밀을 바로 털어놓았다.“둘이 썸씽 같은 건데, 몇 년째 아웅다웅하면서도 관계를 정확히 안 정했어.”나는 놀라서 말했다.“태웅 오빠가 게이!”석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호기심에 재빨리 물었다.“다른 비밀은 없어요? 오빠는 완전 정보통 같아요. 두 사람 일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말했잖아. 다들 나한테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그들의 속마음이 석지훈에게는 그저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혹시 창피해서 화났어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하게 물었다.“어?”“태웅 오빠에게 냉정한 모습 말고 다른 모습 들켜서요.”“상관없어. 우리 관람차 타러 가자.”석지훈은 내 손을 꼭 잡고 사건 현장을 벗어났다. 우리는 표를 사고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 높이에서 바라보는 운성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워 기분이 좋아졌다.내가 석지훈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뺨에 얼굴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800화

    석지훈은 가볍게 웃었다.“정말 자기애가 너무 심하다니까.”나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또 물었다.“나한테 주는 게 아니에요?”석지훈은 대답하지 않고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얼른 뒤따라가서 물었다.“뭐하려고요?”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글쎄? 우리 사모님은 뭐가 먹고 싶을까?”나는 주방에 들어가 석지훈의 팔을 안고 애교를 부렸다.“배 안 고파요. 얼른 나랑 얘기 좀 해요.”석지훈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데이트하고 싶다면서.”“지금 데이트 아니에요?”“우리 사모님 눈에는 이게 데이트인가 보네...”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우리 이따가 어디 가요?”“밥 먹고 놀이공원에 갈 거야.”나는 기뻐하면서 물었다.“오빠, 놀이공원 가봤어요?”석지훈은 꿀 떨어지는 눈으로 날 보면서 얘기했다.“장난치지 마.”나는 석지훈의 팔을 놓아주었다.석지훈은 얼른 요리를 시작했다. 열심히 집중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석지훈의 부상 때문에 우리는 간이 적게 된 요리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나는 석지훈이 만드는 모든 음식을 좋아했다. 음식의 맛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전에는 항상 내가 고현성을 위해 요리하는 거였다.그래서 이런 대접은 처음이었다.밥을 먹은 후 석지훈은 운전대를 잡고 나를 데리고 시 중심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갔다.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젊은 커플들이었다. 나와 석지훈은 손을 잡고 놀이공원을 누볐다.어두운 녹색 코트를 입은 석지훈은 오늘따라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그와 함께 반짝이는 악마 머리띠를 샀다.머리띠를 한 후, 내가 물었다.“예뻐요?”석지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응.”나는 손을 들고 물었다.“오빠도 같이할 거죠?”석지훈이 악마 머리띠를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당연히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석지훈의 입에서 나온 건 긍정의 대답이었다.나는 석지훈에게 악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9화

    “나도 진실은 잘 몰라. 그래서 함부로 얘기할 수 없어. 하지만 진서준의 죽음이 왕씨 가문과 연관이 있다는 건 확실해. 진유겸이 알아냈거든. 하지만 그걸 최희연이 알면 버티지 못할까 봐 알려주지 않은 거야.”만약 왕자현이 최희연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최희연은 유일한 희망을 잃고 그대로 사라지려고 할 것이다.나는 그것을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럼 어떡해요?”“사람을 시켜서 이 일의 진실을 알아보게 할 거야. 하지만 진실을 알아내기 전에는 꼭 비밀을 지켜야 해. 희연 씨가 이 일을 발견하게 해서는 안 돼.”“만약 진실이...”석지훈이 되물었다.“그게 중요한가?”나는 멍해졌다. 그럼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석지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얘기했다.“윤아야, 만약 정말 진유겸의 말대로 왕자현이 이 모든 것을 저질렀다고 해도 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야. 희연 씨에게는 왕자현이 진실보다 더욱 중요하니까.”최희연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은 진실이 아닌 왕자현이다.왕자현은 최희연의 유일한 희망이다.그래서 진유겸이 이 비밀을 까밝히지 않은 것이었다.진유겸이 이것까지 생각해 주다니.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알겠어요.”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대충 감이 잡혔다.하지만 왕자현은... 왜 최희연을 속인 거지?“그래, 배고파?”석지훈이 수영장에서 나왔다. 나는 익숙한 듯 석지훈의 팔을 안고 얘기했다.“아니요. 오늘 엄청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석지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는데?”“서오가 경찰서에 잡혀갔어요. 제가 담현아한테 부탁했거든요. 하지만 이걸 엄마한테 들키면 안 돼요. 아, 그리고 오늘 시혁 오빠한테 이연 씨의 병에 대해 알려줬어요. 하지만 한민수의 전여친 일은 처리하기 어렵네요.”석지훈은 서오의 일에 관해서 묻지 않았다. 그저 나를 별장 안의 방으로 데려가면서 넌지시 물을 뿐이었다.“한민수의 전여친? 혹시 엄슬기라는 사람 말이야?”석지훈이 한민수의 전여친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8화

    석지훈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진유겸은 석지훈의 말을 듣고 더욱 골치 아파했다.깊은 한숨을 내뱉은 진유겸이 얘기했다.“최희연은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정신이 불안정해.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 그런 최희연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사람이 왕자현인데, 내가 진실을 알려줬다가 최희연이 정말... 정말 무너지면 어떡해.”최희연은 정신 상태가 건강하지 않았다.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석지훈이 옆에서 얘기했다.“왕자현에게 의지하는 사람이니, 네가 만약 왕자현을 빼돌린다면 희연 씨 상황도 악화될 거야.”“그냥 거짓말 속에서 살라고 해.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 왕자현은 정말 최희연을 사랑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짓을 하지 못했을 거야.”석지훈이 물었다.“너는?”“응?”“너는 그렇게 떠나보낼 수 있어?”진유겸은 석지훈의 질문에 피식 웃고 대답했다.“나를 뼛속까지 싫어하는 사람이야. 이번 생에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거야. 내가 잘못해서 그래.”“내가 예전에 너한테 경고했잖아.”한층 더 차가워진 봄바람이 불었다.진유겸은 몸을 일으키면서 얘기했다.“지금 와서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지훈아. 난 운성을 떠날 거야. 왕자현과 마주치면 또 피튀기는 전쟁이 시작될 거니까 말이야.”진유겸의 말을 들어보면 왕자현은 여전히 운성에 있는 것 같았다.최희연은 왕자현이 아이스랜드에 있다고 했는데...석지훈은 진유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진유겸을 석지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면서 얘기했다.“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도 꽤 오래됐지? 서로 죽고 죽이고 싸우고 화해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어.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가 드디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는데... 너라도 성공해서 다행이다. 나는... 완전히 실패야. 네 말을 잘 들을 걸 그랬어.”석지훈은 몸을 약간 틀어 진유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얘기했다.“내가 말릴 때 넌 한 번도 듣지 않았어. 사실 우리는 많이 닮았어. 하지만 시작점이 달랐지. 나는 항상 내가 석씨 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7화

    나는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문자를 보냈다.연시혁은 바로 답장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별장으로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나는 밤바람을 맞으면서 물었다.“무슨 일이야?”송이연의 일로 전화를 건 것이 분명했다.나는 문자 속에서 똑똑히 얘기했다.송이연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고 말이다.“지금 운성에 도착했어.”그렇게 말하는 연시혁의 목소리는 약간 젖어있는 것 같았다.“수아야, 이제 어떡해?”하지만 그렇게 물어도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오빠, 그냥 옆에 같이 있어줘.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부담스러워 할 거야.”연시혁의 울먹임을 들으면서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아야, 나 죽을 것 같아.”차는 바닷가에 멈춰 섰다. 나는 연시혁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절벽 위의 호화로운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석지훈이 아침에 별장 얘기를 했을 때, 나는 이 별장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나는 별장 근처로 걸어갔다.300미터쯤 남았을 때, 나는 별장의 수영장에 두 남자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 명은 수영장 끝에 앉아있었고 한 명은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서 있었다.서 있는 사람은 바로 석지훈이었다.나는 단번에 그의 뒷모습을 알아보았다.하지만 앉아있는 건...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들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돌이킬 수 없어. 모든 걸 버리고 여길 떠날 거야.”진유겸의 목소리였다.“희연 씨는 네가 준 것들에 대해 흥미가 없을걸?”진유겸이 최희연에게 뭘 준다고?나는 갑자기 진유겸이 나한테 준 서류가 생각났다.“희연이가 원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물었다.“상처는 좀 어때?”“왕자현이 미친개처럼 내 뒤를 쫓고 있어. 상처는 장난 아니지. 그래도 왕자현도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왕자현이 진유겸에게 복수하고 있는 건가?“왕자현은 보기엔 부드러워도 사실을 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6화

    다소 친하지 않은 오빠 말이다.예지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 얘기는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좋은 남자가 있다면 소개해줘요. 난 결혼하고 싶어요.”나는 웃으면서 얘기했다.“이제 나이가 몇이라고 그래요.”“빨리 결혼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예지한은 그저 담현아보다 한 살 정도 많아 보였다.나는 일부러 예지한을 떠보려 말했다.“피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맞아요. 그러니까 얼른 남자친구를 찾아야겠어요.”예지한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면서 물었다.“소개해줄 사람 있어요?”“소개해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죠.”예지한이 실망한 듯 얘기했다.“그렇게 어려워요?”그리고 묵묵히 계속 일했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있는 최희연이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자현 씨가 아이스랜드로 갔어.”왕자현이 갑자기 아이스랜드로 갔다니?지금 아이스랜드로 가는 게 최희연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알 텐데...최희연은 왕자현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급한 일이 있으셨나 봐?”“잘 모르겠어.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아서. 아마 처리할 일이 있는 모양이야. 어젯밤에 떠났는데 여태까지 아무 소식도 없어.”“쓸데없는 생각 하지마.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최희연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쓸데없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자현 씨가 떠나니까 마음이 복잡하고 기분이 이상해.”담현아가 물었다.“왜 복잡해요?”“요즘 꿈에서 자꾸만 진유경이 나와.”“...”카페에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원래는 받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서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생겼어. 좀 도와줄...”나는 어머니의 말을 끊고 얘기했다.“그 일에 대해서 이미 들었어요. 민수 오빠가 연락했거든요. 아까 사람을 시켜서 알아보게 했는데 서오를 노리고 있는 건 현성 씨와 유희진 검사예요. 한 명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5화

    유희진이 고현성의 약혼녀라니.나는 어젯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리던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시윤을 때리고 있었다.그럼 그때 이미 날 알아봤을 텐데...게다가 그 여자는 그때도 고현성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 여자는 악의 하나 없이 이 사건을 받겠다고 했다.하지만 유희진은 유씨 가문 사람 같지 않았다.오히려 유서정보다 더욱 고급스러웠다.하지만 유서정이 더 예쁘긴 했다.유희진에게서는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흘러내렸다.그런 카리스마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아마 오랜 시간 검사를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담현아가 설명했다.“고현성 씨는 정신을 차려보니 약혼녀가 생긴 상황이었어요.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요.”나는 담현아를 보면서 물었다.“무슨 뜻이야?”“고현성 씨는 이 결혼을 수긍하지 않았지만 또 혼약을 깨트리지도 않았어요. 그냥 유희진 검사를 방패막이로 쓰고 있는 느낌이에요.”“그럼 유희진 검사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아무렇지 않아 하더라고요. 그 사람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그날 밤 골목에서 한시윤을 때린 이유는 분명 고현성 씨 때문인데, 고현성 씨 앞에서는 차갑게 구니까 말이에요.”“차갑게 군다고?”“아저씨가 알려줬는데 두 사람은 거의 연락하지 않는대요. 오늘도 서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결국 서오의 일로 엮인 거래요.”유희진이 서오를 주시하고 있는 건 분명 고현성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유희진이 어떻게 우리 사이의 일을 알고 있는 거지?신비스러운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희진은 본인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에요. 유서경처럼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요.”“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가자. 일단 희연이를 만나러 가자. 아마 카페에 있을 거야. 아마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을걸?”최희연을 떠올리면 저번의 일이 생각났다.마음속 상처가 잘 치유됐을련지. 걱정되었다.그 사건이 일어난 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나는 담현아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4화

    어머니한테는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들키면 어머니는 마음 아파할 게 분명하니까. 나를 탓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시겠지.내 머릿속에서 문득 한 단어가 스쳐 갔다.“경찰서에 간 거야?”“선배를 보러 갔어요. 그러다가 본 거예요. 선배의 사건이 엄청 어려운가 봐요. 무죄판결이 나기 어려울 정도래요.”“유희진 씨는 뭐라고 하셨어?”“아직 조사 중이래요.”담현아는 말을 마친 후 나한테 또 물었다.“수아 언니, 처음은 피가 나요?”“갑자기 그건 왜?”“어젯밤에... 그런데 피가 안 났어요.”“피가 안 날 수도 있어.”아니, 잠깐만담현아와 고정재가...?나는 속으로 기뻐했다.“그럼 다행이네요. 어제 피가 안 나서 아저씨가 저를 엄청 위로해줬거든요. 이것 때문에 기분도 안 좋았어요.”나는 고정재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마치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사랑을 속삭이는 석지훈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남자는 참 신기한 동물이다. 평소에는 차갑고 도도해 보여도 운명적인 그 상대를 만나면 입안의 사탕처럼 달달하게 구니까 말이다.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좋네.”담현아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뭐가요?”“우리 모두 사랑받고 있잖아.”전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던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적어도 지금은 사랑받고 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건강하고 귀여운 아들과 딸도 있고.“나는 인생이 그냥 다 쉬웠어요.”담현아가 만족한 듯 얘기했다.“사업도 문제없었고 모든 일에 걸림돌이 없었어요. 만난 남자도... 너무 좋은 사람이고요. 태어나서부터 유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부럽네.”“하하, 자랑하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이런 삶에 감사하다는 거지. 이제 경찰서로 갈까요?”“지금 경찰서로 가면 내 어머니랑 마주치는 거 아니야?”“그러면 먼저 어머님께 연락해봐요.”내가 어머니한테 연락하려는데 조민수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오가 죄를 지어서 경찰서에 있다고 말이다. “까다로운 일이야.”난 아무것도 모르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793화

    “그저 물어본 거예요. 거기 외전에 썼잖아요. 날 예쁘다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오빠의 의견이 궁금했어요.”나는 석지훈의 반응이 궁금했다.석지훈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누워서 얘기했다.“이제 좀 졸리네. 너도 얼른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석지훈이 새벽에 먼저 일어났다. 나는 멍한 상태로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서는 두 의사가 석지훈을 치료해주고 있었다.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석지훈의 상처를 확인했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치료를 받은 후 석지훈은 나더러 물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송이연이 아래층에 있었기에 석지훈은 아래층에 내려가려 하지 않았다.하긴 익숙하지 않으니 그럴 법도 하다.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 한 잔을 따랐다. 이때 마침 원태웅이 전화 와서 억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내 트위터 계정, 결국 사라졌어!”난 의아해하면서 물었다.“해결한 거 아니었어요?”“형이 아침에 트위터를 다운 받았나봐. 그리고 내 계정이 있는 걸 보고 또 윤승민한테 전화를 걸었다. 윤승민도 놀라서 얼른 처리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심지어 윤승민은 근무 태도 불량으로 월급까지 깎였다. 하지만 공식계정은 아직 남아있어!”“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러게. 내 트위터 계정을 삭제할 생각은 했지만 공식계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나 봐.”석지훈은 그저 원태웅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나?나는 윤승민에게 문자를 보내 물었다. 그러자 윤승민이 대답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직 공식계정이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대감 트위터만 먼저 삭제했습니다.]윤승민이 일부러 공식계정을 지우지 않은 것이었다.[고마워요, 윤 비서님.]그리고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깎인 월급은 함승윤 씨한테 얘기해서 더 얹어드리라고 할게요. 그리고 3개월 치 보너스도 드릴게요.]나는 기쁜 마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가 석지훈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었다.그리고 물을 마시는 석지훈의 모습을 물끄러미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