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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Author: 동과
석지훈은 샤워하러 갔다.

잠시 후, 가운을 입은 그는 침대로 와서 내 손목을 잡고 상처를 뚫어져라 살폈다. 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

“오후에 아팠어?”

그가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좀 욱신거렸어요. 다친 것도 잊고 침대 모서리에 부딪혔다가 너무 아파서 울 뻔했어요.”

석지훈의 앞에서 나는 나약한 모습을 감춘 적이 없었다.

내가 가련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내 코를 살짝 긁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같이. 다쳤으면 조심해야지.”

나는 더욱 가련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석지훈이 내 옆에 앉자 나는 그의 다리에 머리를 베고 누워 물었다.

“힘들어요?”

그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석지훈의 눈은 슬픔 없이 깊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는 늘 그랬듯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침착했다.

나는 그의 소매를 잡고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석지훈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어깨에 턱을 얹자 그는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목에 얼굴을 묻었다.

석지훈은 아무 말 없이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참 후, 그는 나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두 개의 그릇이 들려 있었다.

내가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석지훈은 그릇을 탁자에 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는 내 곁에 누워 나를 품에 안았다.

나도 그에게서 떨어지기 싫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석지훈은 잠들었다.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그가 너무 안쓰러워 나는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안았다.

나도 이내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석지훈은 여전히 내 옆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고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매끄러운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조용히 물었다.

“무슨 생각해요?”

문득 석지훈은 눈을 감더니 나지막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는 나와 세 형을 어렸을 때 석씨 가문에서 내보냈어. 아무런 도움 없이 먼저 석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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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일랜드의 눈은 잠깐만 내렸고 기온은 영하 2도 정도로 크게 춥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몸은 뼛속까지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지나치게 쇠약해진 몸 상태 때문일 것이다.WT의 위치는 아일랜드 북쪽의 깊은 숲속이었다. 다행히 우리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6시였다.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 아래, 현정우는 차를 WT 기지로부터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웠다.나는 두꺼운 옷을 단단히 여미고 차에서 내렸다. 백미러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숨이 넘어갈 듯 창백했고 붉게 충혈된 눈은 생기가 없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내 창백한 얼굴과 대비되어 더더욱 비참해 보였다. 나는 눈 덮인 땅 위에 서서 숨을 깊게 들이쉬며 정신을 다잡았다. 옆을 돌아보니 석씨 가문의 수백 명이 무기를 들고 현정우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그들이 모두 내 곁을 지나간 뒤에야, 나는 조용히 옆에 있던 함승윤에게 물었다.“제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켜 복수를 한다는 것. 이 방법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싶었다.내 질문의 의도를 알아챈 함승윤은 차분하게 답했다.“희생은 원치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석씨 가문이 복수를 하는 것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전 세계 권력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가주님께서 이렇게 결단을 내리신 것은 옳은 선택입니다.“그의 말이 논리적임은 알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메시지가 아니었다. 나는 단지, 죽은 스물세 명의 경호원들에게 최소한의 정의를 돌려주고 싶었다. 그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었다.WT 기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눈이 쌓인 길을 걷는 것이 쉽지 않았고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현정우와 나머지 스물세 명의 경호원들은 내 바로 뒤에서 내 안전을 지키며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5분 정도를 걸었을 때, 우리는 눈더미를 돌아 WT 기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9화

    ‘이걸 왜 인제서야 떠올린 거지? 나도 참 멍청해.’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원태웅에게 물었다.“태웅 오빠, 무슨 일이세요?”“수아야, 석지훈 말이야. 한 달째 실종됐어.”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그가 에르크에도 돌아오지 않았고 우리랑도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아. 마치 모든 걸 버리고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아.”나는 대략 석지훈이 아직 WT에 머물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다.하지만 원태웅의 말투로 보아 그는 내가 석지훈과 갈라섰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왜 한 달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이 사실을 내게 말하는 걸까? 그리고 왜 석지훈은 계속 WT에 머물러 있는 걸까?크리스가 말하길 WT는 그의 영역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맞다고 믿었다.하지만 석지훈이 왜 원태웅과의 연락을 끊고 한 달이나 자취를 감춘 걸까?이건 그의 평소 행동과는 너무도 달랐다. 가슴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와 나는 원태웅에게 물었다.“왜 이제야 저한테 말해요?”그는 답답한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며칠 전부터 계속 너한테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 됐잖아. 그뿐만 아니라 지훈이도 실종되고 너도 연락 두절이었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며칠 전이라면...나는 그때 계속 의식이 없었다. 며칠 전 깨어났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핸드폰 기록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게다가 저장된 통화 기록만 해도 수백 개라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미안해요. 제가 그동안 핸드폰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어요.”원태웅은 석지훈의 행방을 걱정하며 그의 소식을 물었고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저도 지훈 오빠와 연락하지 않았어요. 우리 둘은... 이미 헤어졌어요.”그는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헤어졌다고?”“네, 지훈 오빠가 먼저 얘기했어요.”원태웅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지훈 오빠는 너랑 헤어질 리가 없다고!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수아야, 제발 오해하지 마.”나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8화

    2년 전, 나는 고현성의 세계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그 일은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한다.내가 깨어난 후, 최희연이 그가 얼마나 슬프고 절망했는지 과장되게 이야기해 줬다. 그녀는 그때 그의 무너진 모습을 보고 이후로 계속 그를 편들었다고 말했다.“이번에는 내가 알아.”그가 했던 이 말은 무겁고 낮은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지금의 고현성은 나를 마주할 때마다 끝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마치 과거 내가 그를 대할 때처럼.그 모습은 내 마음을 찌르고 흔들었다. 나는 더 이상 그런 고현성을 보고 있기가 어려워 눈을 감으며 차갑게 말했다.“병원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이제 돌아가세요. 좀 쉬고 싶어요.”그는 조심스럽게 내 이름을 불렀다.“수아야.”나는 갑자기 눈을 뜨며 날카롭게 외쳤다.“그러지 마세요!”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간절히 말했다.“그렇게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런 목소리로, 그런 태도로 저를 대하지 말아 주세요. 저를 더 힘들게 하지 마세요!”고현성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구더니,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그 순간, 내가 너무 가혹했던 건 아닌가 싶었다.통증이 한참 가라앉고 나서야 나는 멍하니 링거 주사를 바라보다가 문밖에 있는 함승윤을 불렀다. 그리고 그가 들어오자 나는 물었다.“제 상태가 어떤가요?”그는 이미 내가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숨김없이 말했다.“가주님의 몸 상태는 현재로선 좋지 않습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의사는 뭐라고 하나요?”“병세가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약을 제때 먹고 치료를 잘 따라야 병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조용히 물었다.“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병이 억제된다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가주님, 그건 의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나는 눈을 감고 진지하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외부로 새지 않게 하세요. 고현성 외에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책임을 물을 겁니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7화

    안쪽에서 한 남자가 빛을 등지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는 속으로 애타게 외쳤다.“구해주세요, 현성 씨...”곧 고현성이 다가와 나를 품에 안았다. 그는 단호한 걸음으로 나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려 했고 나는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속삭였다.“핸드폰...”고현성은 방으로 돌아가 내 핸드폰을 챙겨왔다. 차에 올라 조수석에 앉은 나는 간신히 힘을 내어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주님, 제가 석씨 가문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운성에는 석씨 가문이 인수한 병원이 있었고 이런 병원은 운성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 퍼져 있었다.“알겠어요.”내 대답을 들은 함승윤이 물었다.“현정우는요? 왜 가주님 곁에 없습니까?”나는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대답했다.“오늘 하루만 쉬라고 했어요.”함승윤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주님, 이런 결정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정우가 저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어요.”“죄송해요. 미리 말씀드리면 반대하실 것 같아서 일부러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산 아래에는 석씨 가문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잖아요. 저는 별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으니 위험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함승윤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체념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가주님, 곁에 아무도 없는 상황은 너무 위험합니다. 지금처럼 이런 일이 생기면 어쩌실 겁니까? 가주님의 몸 상태를 고려하면 절대 혼자 계셔선 안 됩니다.”그가 내 건강 상태에 대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애써 대답했다.“알겠어요. 병원 주소를 보내주세요.”전화를 끊은 뒤, 함승윤은 곧바로 병원 주소를 보내왔다.나는 핸드폰을 고현성에게 건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고 말았다.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누구세요?”이때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수아야, 나야.”나는 무의식중에 물었다.“누구죠?”“수아야, 넌 한때 나를 믿고 사랑했던 사람이야.”“제가 사랑했던 사람이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6화

    재앙이든 영광이든, 그것은 모두 그의 세계였다.그리고 그것은 내가 그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때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했다.답답한 마음으로 별장에 들어가 최욱현의 옆방에 누웠다. 휴대폰을 꺼내 연예 기사들을 뒤적였지만 전부 별거 아닌 가십거리뿐이었다.그러다 문득 석지훈이 예전에 올린 트위터를 찾아봤다. 좋아요는 이미 300만을 넘었고 댓글은 그를 동경하는 팬들로 가득했다.[201X년 11월 27일 저녁 8시, 나는 연수아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약혼을 맺었다. 201X년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는 내 생에 가장 행복한 하루였다.”나는 이 글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글을 읽다가 나는 눈가가 붉어지며 조용히 눈을 감고 말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요, 오빠.”이 말은 깊은 밤, 고요한 순간에만 나 혼자 속삭일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최욱현이 나를 깨웠다. 그는 내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서 깡충깡충 뛰고 있었다.나는 피곤한 눈으로 그를 보며 험하게 말했다.“또 이러면 너 바로 돌려보내 버릴 거야.”하지만 그는 전혀 겁먹지 않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 꼬마 아가씨!”최욱현은 가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소년 같아서 화를 내고 싶어도 내킬 수가 없다.“너도.”그는 침대 옆에 앉아 다리를 꼬고 말했다.“오후 비행기로 미상국에 돌아갈 거야.”나는 일어나 화장실로 걸어가며 말했다.“조심해서 가.”그는 나를 따라오며 물었다.“F국으로 같이 갈래?”“거긴 내 집도 아니야. 그리고 시간 없어.”“나랑 같이 가서 어머니께 새해 인사드리자.”그건 그의 어머니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했던 한마디가 아직도 내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다.“너는 내 딸이지만 딸이라는 관계를 제외하면 우리 사이에 무슨 유대가 있는지 모르겠구나.”그녀에게는 나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었다. 내가 새해를 함께 보내든 말든 그녀에게는 아무런 차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5화

    아름답고도 외롭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석지훈을 떠올렸다.어쩌면 석지훈은 내가 본 가장 화려한 불꽃놀이였고 또 내가 경험한 가장 아프고 깊은 외로움이기도 했다.가끔은 예쁜 달빛도 쉽게 식어버리는 화려한 불꽃에 비할 바가 못 됐다.나는 한숨을 쉬며 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옆에 있던 욱현이 갑자기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물었다.“꼬마 아가씨, 불꽃의 이명이 뭔지 알아?”‘또 꼬마 아가씨라고 부르네.’“이명이 뭔데?”“기녀. 예전에는 기생을 불꽃이라고 부르기도 했어. 예쁘긴 하지만 결국은 단명하잖아. 불꽃이 쉽게 사라지듯 기생도 비슷한 삶을 살아서 그런 이명이 붙기도 했어.”욱현은 F 국에서 자랐기에 국내의 문화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었다.그래서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기녀는 불꽃이 아니야. 오히려 그녀들이 몸을 담고 있는 곳을 불꽃의 성지라고 했지.”“뭐가 달라?”“네가 지냈던 곳이 F국이라고 해서 네 이름이 F 국이야?”직설적인 내 설명에 욱현은 바로 이해했다.그는 이어폰을 빼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나 이제 잘게.”나는 조용히 그를 불렀지만 그는 반응하지 않았다.다시 한번 불렀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예전에는 욱현이 나를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그에게 청각장애가 있다고 확신했다.나는 일어나서 남은 봉투를 그의 베개 옆에 두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속삭인 뒤 방을 나왔다.현정우와 다른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내가 나가자 그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나는 문 앞에서 그들의 젊은 얼굴을 보며 불편함을 느꼈다.하지만 어떤 일들은 내가 직접 마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나는 입술을 깨물다 입을 열었다.“내일 하루는 쉬세요. 다들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함께 명절을 보내세요. 모레 오후 3시에 여기 모여서 아일랜드로 출발할 거예요. 위험한 임무이니 각자 마음의 준비도 잘 해주세요.”함승윤은 어제 글로벌 위치 시스템을 통해 타이탄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다.정확히 말하면 크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4화

    욱현을 만날 때마다 그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그가 내 말을 듣지 못할 때는 이어폰을 벗은 상태였다.나는 대담하게 그에게 청각 장애가 있다고 추측했다.‘두 번이나 귀머거리라고 욕하다니!’그 생각을 하자 마음속의 죄책감은 점점 더해졌다.욱현이 언제 무시했냐고 물을 때 나는 얼버무리며 답했다.“장난은 그만 치고 이따가 현정우랑 먹을 거 좀 사러 다녀와. 나는 별장에서 기다릴게.”욱현이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집에 가도 되는 거야?”나는 그를 흘겨보며 답했다.“거절해도 돼.”결국 나는 그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했다.욱현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역시 수아는 나한테 다정해.”나는 먼저 산속의 별장으로 돌아왔고 욱현과 현정우는 장 보러 갔다.나는 두 사람에게 봉투 스물다섯 개의 추가로 사 오라고 특별히 부탁했다.별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쯤이었다.눈도 차츰 잦아들고 있었고 나는 다른 경호원 몇 명과 함께 부엌에서 한참 동안 저녁 준비를 했다.저녁이 다 준비될 즈음 욱현과 현정우가 물건을 잔뜩 들고 돌아왔다.그들은 먼저 집안을 예쁘게 단장하고는 정원에 폭죽을 준비해 두었다.자정이 되면 불꽃놀이를 하기로 했다.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나는 내 경호를 맡고 있는 24명의 경호원들과 함께 설날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낯선 그들의 얼굴을 보며 나는 예전의 23명을 떠올렸다.그들은 생존을 위해 내 곁에 머물렀지만 나는 그들에게 평안과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그 생각이 다시 떠오르자 마음속 분노는 점점 더 깊어졌다.식사 중 나는 술잔을 쳐들고 건배사를 외쳤다.“미래를 위하여 그리고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하여 건배!”경호원들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가주님, 그건 저희 의무입니다.”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요.”그들의 존재는 나에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었다.술잔을 비운 나는 목구멍이 뜨겁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머리가 어지러워질 때쯤 옆에 있던 욱현이 바로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63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예전의 나는 참으로 비참했다.지금도 예전과 다름없이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현정우에게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주세요.”나는 눈 내리는 거리를 밟으며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길고 긴 골목은 새하얀 눈으로 가득했다.나는 예전에 그 가로등 아래까지 걸어가며 혼잣말로 한탄했다.“요즘 왜 이렇게 슬프지?”나는 눈을 감으며 울먹였다.“석지훈, 네가 내 믿음을 산산조각 냈어.”석지훈은 내가 힘들 게 다시 쌓아 올린 사랑에 대한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거기, 아가씨. 혼자야?”깜짝 놀라서 눈을 뜬 나는 놀라울 정도로 잘생긴 얼굴을 마주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왜 여기 있어?”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너 보고 싶어서.”내가 몸을 돌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내 옆에 따라붙으며 물었다.“나 싫어해?”사실 나는 그를 조금도 싫어하지 않았다.오히려 죽어가던 나를 구해줘서 감사하고 있었지만 그와 얽히고 싶지는 않았다.석지훈이 그를 변덕이 심하고 기분도 오락가락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안 그래도 불안정한 환경 속에 있는데 이런 사람과 엮여서 더 불안정해지고 싶지는 않았다.내가 그를 밀어내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수아야, 생일 축하해.”고현성을 제외하고 생일 축하한다고 직접 말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그리고 내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첫 축복이었다.그 순간 마음속의 강인함과 자제력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나는 그 자리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뭐가 그렇게 슬픈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왔다.소년은 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왜 울어?”‘내가 왜 울고 있을까?’“나도 모르겠어.”그는 나에게 부드럽게 물었다.“슬퍼?”“욱현아, 이번 생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인생이야.”그는 단호하게 답했다.“네 인생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야.”그렇다. 이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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