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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Penulis: 동과
석지훈의 이름을 듣자마자 서둘러 눈을 감는 나를 보며 반경우는 속도 없는 사람이라고 혀를 찼지만 나는 그저 모른 척으로 일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현우와 담현아가 도착했고 나는 취할까 봐 천천히 마시는 담현우와 또 오래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그렇게 한참 마시니 다시 어지러워진 나는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몸을 일으키자 반경우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혼자 갈 수 있겠어?”

“당연하지.”

자신만만하게 외치던 나는 한 발 내딛자마자 바로 담현아의 품속으로 고꾸라졌고 반경우는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젓더니 나를 안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의식이 없어 반항도 못 하는 나에게 반경우가 뭐라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정확히 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석지훈이 안 내려오면 걔는 진짜 남자도 아니야.”

“뭐라고?”

“내가 지금 일부러 너랑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어지러웠던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가만히 그에게 안겨있었다.

그런데 반경우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자 나는 저도 모르게 그의 품을 파고들었는데 그 순간 등 뒤에서 한 남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 저한테 주세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제가 부축한다고요.”

“이제야 좀 안달이 나셨나 봐요.”

곧이어 나는 반경우 손에 의해 다른 남자에게 안겨버렸다.

그 남자의 품이 더욱 포근해서 나는 자연스레 남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고 남자는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몇 걸음 떼지도 않았을 때 누군가가 남자를 불러왔다.

“형, 이대로 가면 어떡해, 위에 분들 형만 기다리고 있는데. 다들 형 국내 세력 약한 틈 타서 형 눌러놓으려고 기회만 보고 있는데 이렇게 가버리면 아예 틈을 보여주는 거잖아.”

“이번 입찰은 포기할 거야.”

남자의 대답에 다른 한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형, 아직도 윤아 사랑해?”

윤아가 누군지 남자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상처받는다 해도 계속 사랑할 거야?”

“원태웅.”

남자의 목소리가 한층 더 차가워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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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파트로 돌아가 두툼한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원래는 직접 F국으로 가서 석윤민을 데려올 계획이었지만 결국 아이스랜드로 가서 최희연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어디를 가든 운성시를 떠나면 그만이었고 석지훈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떠났다. 비서에게도 비밀로 했고 비행기 티켓도 혼자서 예매했다. 비행기 탑승 전, 최희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녀는 놀라서 답장을 보내왔다.[공항에서 기다릴게!]공항에 도착했을 때 진유겸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미간을 띠푸린 채 핸드폰을 꺼내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여자는 이제 안 챙길 거야?”전화 너머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딘데?”“아이스랜드.”진유겸은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스랜드에 도착한 순간 진유겸이 석지훈에게 내 행방을 알려준 것이다.석지훈의 말투를 듣는 순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기억을 되찾은 게 분명했다. 나는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솟은 채 진유겸을 향해 소리쳤다.“왜 쓸데없이 간섭하고 그러세요?”그는 성격이 급해서인지 나를 쏘아보더니 곧바로 최희연을 향해 물었다.“희연아, 지금 너한테 두 가지 선택이 있어. 나랑 순순히 따라갈래? 아니면 널 기절시켜서 데려갈까?” 이게 선택이라고? 협박이나 다름없지.그녀는 평온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덤덤하게 한마디를 뱉었다.“얼굴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요. 지금 떠날 수 없어요. 그리고 유겸 씨랑 떠날 일도 절대 없을 거예요.”그녀는 더없이 단호했다. 순간 진유겸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녀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내 팔을 잡고 한 발짝 물러서며 침착하게 말했다.“유겸 씨가 왜 여기까지 와서 저한테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제가 유겸 씨만 순순히 따르던 최희연인 것 같으세요? 다시 절 유겸 씨 곁에 두고 싶은 거예요? 됐어요. 이제 상관없어요. 궁금하지도 않고. 앞으로 우리 사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8화

    “그냥 머리를 다쳐서 기억이 혼란스러워졌을 뿐 최근 2년 간에 있었던 일만 잊었다고 했어요. 아마 한두 달 정도면 회복될 거예요.”즉 언제든지 기억이 회복될 수 있다는 말인가?석지훈이 기억이 돌아온 걸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혹시 우리를 놀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나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석지훈이 절대 말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분명했다.그는 기억을 회복한 게 틀림없었다.그렇다면 전날 밤 석지훈이 했던 말은...그때 이미 기억을 회복한 걸까?나는 석지훈에게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민수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전화 너머로 계속해서 내 이름을 불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먼저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나서 가슴이 답답하며 조금씩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결론이 났다. 나는 그와 함께한 2년을 떠올렸다. 그는 항상 완벽한 사람이었고 나를 배려하며 이해해 줬지만 내 곁에는 없었다.아무 설명도 없이 한두 달씩 떠났고 물어볼 때마다 항상 핀란드에서의 권력을 지켜야 한다고만 했다.그는 늘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나는 항상 불안했다.그런데 그는?항상 태연하다 못해 하늘이 무너져도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마치 이 사랑의 게임에서 나만 혼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리고 우리 아이에게는 차갑게 대하고 나에게는 침묵을 지키는 것에 대해 나는 늘 다양한 핑계를 대며 나 자신을 속여왔다.그가 조금씩 변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를 감쌌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지쳐버렸다.게다가 그는 지금 기억을 회복했으면서 나를 놀리고 있었다.그는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내가 먼저 그를 인정하지 않았던 건 맞지만 내 마음속에는 풀지 못한 억울함이 쌓여 있었다.그냥 단순하게 여자 친구가 남자 친구에게 화가 났을 뿐이다.특히 전날 밤 한성범을 그렇게까지 옹호하면서 내 반대편에 서는 게 너무 화가 났다.그때 이미 기억을 회복한 걸까?어쩌면 회복했을지도 모른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7화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그리고 다들 장식품이라고도 해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나는 농담처럼 물었다. “여자가 장식품인 게 장점인가요?”그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예쁜 건 장점이죠.”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혼한 여자에게도 이쁜 게 장점인가요? 누군가에게는 별로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요. 어떡해요? 이혼한 여자랑 키스하다니, 제가 너무 죄송하네요.”그는 약간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은 제가 실수했어요. 죄송합니다.”“괜찮아요. 그게 진심이었잖아요.”그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 나는 문득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인내심 있는 그의 모습이 과연 기억을 잃은 석지훈일까?나는 혹시 또 농락당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그래도 지훈 씨가 저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걸로 이번에는 용서할게요.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그는 평가하듯 말했다. “화가 좀 크신가 봐요.”나는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이 영어 문장은 무슨 뜻이에요?”그는 잠시 침묵한 뒤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조용히 읽어 내려갔다. “너를 만났을 때 나는 이렇게까지 사랑에 빠지게 될 줄 몰랐어. 나는 너의 유일한 사람이 아닐지 몰라도 다행히 너는 내게 유일한 사람이야. 나는 너에게 정복당할 수 있는 맹수처럼 단단한 이빨과 발톱을 숨기고 너를 내 품에 안을 거야.”뜻은 알고 있었지만 석지훈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느낌이 전혀 달랐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음속에 달콤함이 가득 차올랐다.하지만 예전의 석지훈이라면 절대로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이 남자는 너무 차갑다 못해 누구에게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한 마디, 한 글자도 귀찮아서 대답하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나에게 인내심 있게 번역을 해주고 있었다.뭔가 이상했다.나는 여전히 마음속 의문을 억누르며 그에게 물었다. “혹시 관심 있는 사람 있어요?”그는 되레 반문했다.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6화

    석지훈이 병실을 떠난 뒤 배가 고프다 못해 참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깊은 밤에 영업하는 식당이 있을 리 없었다.인내심을 가지고 병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약 30분 뒤에 석지훈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오른손에는 하늘색 도시락을, 왼손에는 우유 한 병을 들고 있었다.그는 먼저 우유를 내게 건네주었다. 우유를 받자 아직 따뜻한 온기가 손끝에 전해졌다. 내가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신 뒤 그는 도시락을 열었다. 안에는 산약과 갈비로 만든 국과 흰 쌀밥 한 그릇이 있었다. 석지훈은 밥을 국에 말아 반 그릇을 내게 건넸다. 나는 마시다 남은 우유를 그에게 돌려준 뒤 그가 내준 밥을 금세 다 먹어버렸다.“그렇게 배고팠어요?”나는 그에게 그릇을 돌려주며 말했다. “네,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거든요. 점심에 우유 한 잔 마신 게 끝이에요. 저 한 그릇만 더 주세요.”석지훈은 다시 반 그릇 떠서 내게 건네주었다.그릇을 비우고 난 뒤 갈비 두 개를 더 뜯어 먹고서야 배가 불렀다. 입가에 기름이 묻자 석지훈이 티슈 두 장을 건네며 말했다.“닦으세요.”나는 웃으며 종이를 받아 입술을 닦았다.그는 이내 도시락을 치워 곁에 두었다. 그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자도 돼요. 내일 아침에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눈앞에 그는 더없이 다정했다.적어도 어제보다는 다정해 보였다.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혹시 기억을 되찾은 걸까? 2년 전, 고현성이 기억을 잃었다며 나를 속였던 일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내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 나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긴 다리를 뻗어 소파에 다시 앉더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는커녕 책 한 권을 들고 읽고 있었다. 나는 멀리서 책 제목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러나 궁금한 마음을 애써 삼키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전 잘게요.”눈을 감고 누운 채 한참을 뒤척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석지훈은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그의 옆으로 다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5화

    최희연은 이곳에서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문을 열고 나가자, 왕자현은 붉은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컬러가 그에게는 전혀 과하지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매력적인 느낌을 더했다.그는 복도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악기가 놓여 있었다. 그 악기에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재민이라는 글자도 새겨져 있었다.그녀는 다가가 앉으며 물었다.“자현 씨, 악기 다룰 줄 아세요?”정원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었고 온천에서는 여전히 증기가 오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악기를 다루며 말했다. “어릴 때부터 배웠어요.”그는 말 그대로 고귀함이 물씬 풍겼다.최희연은 속으로 감탄했다. 왕자현은 정말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와도 같았다. 모든 게 완벽할뿐더러 온화하며 세심하게 다듬어진 느낌이었다.“자현 씨는 어릴 적부터 많은 걸 배우셨네요.”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집안이 부유하다 보니 생계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죠. 원하지 않는 걸 배울 이유도 없고 여유 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악기를 배운 거죠.”부유한 집안에 대해 그는 마치 당연한 듯 말했다.그녀는 조금 시큰둥하게 말했다. “정말 부럽네요.”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뭘 부러워하는 거죠?”“부유한 집안이요.”그는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더 이상 그녀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최희연은 그 곡을 이해할 수 없었다.악기라고 배운 적이 없었기에 감상하기 어려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률이 매우 아름다운 곡이었다.그녀는 왕자현 곁에 앉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진유겸이었다. 그녀는 별로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혹여나 여기까지 찾아올까 봐 할 수없이 통화 버튼을 클릭했다.진유겸은 충분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복도 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전화해서 뭐 하려고요?”진유겸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했다. “수아 씨가 그러는데 네가 결혼했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4화

    깨어나니 병원이었다. VIP 병실이었고 나는 크고 부드러운 병상에 누워 있었다. 눈앞에는 소파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쉬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그는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깨어났어요?”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네, 지금 몇 시예요?” 석지훈은 팔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새벽 3시예요.”“아, 그렇군요. 고마워요.”“별말씀을.”“병원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그는 가볍게 대답한 뒤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유진이랑 태웅이는 수아 씨가 형수님이 되어주길 바라던데 전 아직 여자 친구 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네?”“수아 씨도 저를 둘째 오빠라고 부르세요.”둘째 오빠...석지훈은 2년 전부터 자신을 둘째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었다.마치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나는 일부러 물었다.“왜요?”그는 돌아서서 나를 향해 물었다.“원하는 게 뭐예요?”나는 술에 취해서 했던 말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말했다.“절 가지세요.”웃음이 피식 나오는 석지훈이었다.“전 수아 씨를 갖고 싶지 않아요.”“너무 단호하시네요. 저 되게 쉬운데, 한 번 해보세요.”그 역시 그날 밤처럼 대답했다.“흥미 없어요.”나는 웃으며 말했다.“마침 잘됐네요. 우리 그냥 이렇게 끝내죠.”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물었다.“왜 시나리오대로 안 가는 거예요?”나는 물었다.“뭔 시나리오죠?”“그날 술 취해서 비슷한 말을 했잖아요.”석지훈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전 이미 다 잊었어요. 그날 밤 술에 취했다 보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그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진짜 취했어요?”혹시 내가 취한 척하는 걸 눈치라도 챘나?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건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의 모습이었다.나는 그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3화

    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어요.”시크한 척은.비는 쏟아졌고 고현성은 계속해서 내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나는 원래 그를 무시하고 떠날 생각이었지만 석지훈이 가볍게 말했다. “협박하고 싶지 않아요.”협박하고 싶지 않다...이미 협박이었다.나는 멍하니 그에게 물었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죠?”“말했잖아, 민수가 수아 씨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고.”석지훈의 말투는 너무나 가벼워서 마치 오늘 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내가 떠나는 것도 나를 놓아주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그가 이렇게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어쨌든 이 일은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았다. 나는 고현성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비서한테 부탁해서 집까지 데려다줄게. 며칠 후에 다시 너랑 놀아주면 어때?”그의 눈빛엔 실망이 담겨 있었지만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내 말을 따랐다.“알겠어.”그 말을 듣고 비서는 즉시 차에 올라타더니 고현성을 집으로 데려다줬다.고현성이 떠난 뒤 나는 석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지훈 씨의 성격상 민수 씨 부탁으로 절 데려갈 사람이 아닌데요? 혹시 저한테 관심이라도 생겼어요?”석지훈은 내 말을 듣더니 차갑게 쏘아봤다.나는 다시 물었다. “혹시 질투하는 건 아니죠?”석지훈은 아무 말 없이 차로 돌아갔다.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윤 비서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수아 씨, 농담 그만하시고 얼른 차에 타세요.”나는 손에 쥐고 있던 우산을 접고 차에 올랐다. 석지훈은 곁에서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몸이 계속해서 나른하고 불편해서 결국 눈을 감고 쉬기로 했다. 차가 거의 도착할 즈음, 석지훈이 갑자기 물었다.“자주 연락하세요?”석지훈이 가리키는 건 고현성이었다.“지훈 씨랑 상관없을 텐데요.”“그래, 상관없지.”석지훈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하고 담담했다.나는 몸 상태가 안 좋다 보니 힘없이 석지훈에게 말했다. “약속대로 저를 데려왔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42화

    그의 촉촉한 눈망울을 마주하며 나는 결국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달래듯 말했다.“먼저 옷부터 갈아입어.”고현성은 욕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의 모습에 나는 잠시 눈이 반짝였다. 비서는 그에게 캐주얼한 스타일의 옷을 사주었고 흰색 니트는 그의 몸에 딱 맞아 보였다. 마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그는 더욱 훤칠해 보였다.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가자.”나는 먼저 문을 나섰고 고현성은 내 뒤를 따라 나섰다. 비서는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서는 고현성에게 우산을 씌워주었고 나는 혼자서 우산을 썼다. 그런데 고현성은 나를 위해 우산을 씌워주고 싶어 했다.나는 어쩔 수 없이 그에게 말했다.“말 들어.”고현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우산을 쓰고 앞서갔고 고현성과 비서는 뒤에서 따랐다. 아파트 입구에 다다를 때 나는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그때, 석지훈이 갑자기 몸을 살짝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윤아야.”기억을 되찾은 건가?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했다.“태웅이가 그렇게 불렀죠?”괜히 설렜네.내가 답을 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고현성이 급히 설명했다. “수아예요.”고현성은 내 앞에 서서 소유욕을 보이며 석지훈을 막아섰다. 석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쪽은?”“전 수아의 남편, 고현성이라고 해요”그는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조금 망설였다. 마치 자기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듯했다.계속해서 그를 현성이라고 부르자 석지훈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석지훈은 다시 물었다. “남편?”고현성은 확고하게 말했다.“네!”석지훈은 나를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태웅이가 어젯밤까지 전남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고현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내게 물었다. “수아야, 전 남편이 뭐야?”석지훈은 냉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는 절대로 사람을 비난하지 않았다.물론 어젯밤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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