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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Penulis: 동과
“춤출래?”

웃는 내 모습을 보던 반경우가 입을 춤을 제안하자 나는 자연스레 그와 처음 췄던 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때도 클럽에서 춤을 췄었는데 그건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 첫 순간이었다.

그날에 담배가 어떤 맛인지 알려준다고 반경우가 입으로 나한테 전해줬었는데 그게 어떻게 또 보면 내 첫 키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감정이 섞인 건 절대 아니었다.

내가 고민하며 답을 못하자 그는 나를 끌고 무대 위로 올라가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반경우의 리듬에 맞춰 나도 가볍게 몸을 흔들자 그는 나에게로 다가오며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자기야, 오늘 너무 섹시한 거 아니야?”

“떨어져, 내일 기사에 얼굴 박히고 싶어? 그럼 또 나만 욕먹잖아 꽃뱀이라고.”

“그런 말을 뭐하러 신경 써.”

내가 정색하며 말하자 반경우가 볼멘소리를 잠시 하던 반경우는 이내 다시 입꼬리를 올리며 내 허리를 잡아 왔다.

“적당히 하라고.”

내가 다시 한번 경고를 하자 그제야 나를 놓아준 그는 한 바퀴 돌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춤추는 건데 야박하게 진짜.”

삐진 듯한 그를 달래기 위해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춤추는 건 괜찮은데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는 말란 얘기잖아. 나 또 욕먹기 싫어.”

“알았어, 네 말대로 하자.”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다시 나를 품 안에 가두는 반경우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나는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

“그냥 술이나 먹자.”

그렇게 한참을 마시다가 내가 거의 취해가는데도 도착을 하지 않은 담현아에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미안해요, 차가 너무 막혀서 좀 걸릴 것 같아요.”

“언제 도착해?”

“삼십 분은 있어야 도착할 것 같은데요...”

알겠다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친 나는 소파에 기대에 고개를 젖히고 3층을 바라보았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보여 반경우를 향해 물었다.

“저건 누구야?”

“누구?”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던 반경우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언제 또 저기까지 간 거야.”

“누군데 그래?”

“석지훈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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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응.”이정희는 남자의 딱딱한 대답에 투덜거렸다.“오빠 진짜 차가워.”남자는 다시 애정이 어린 말투로 이정희를 달랬다.“그런 말 하지 마. 너도 알잖아, 나 꿀 발린 말 잘 못 하는 거. 그래도 난 한 번도 너한테 무관심했던 적은 없어.”이정희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알지 그럼. 오빠가 나랑 결혼해줄 거란 것도 잘 알고.”“맞아. 넌 미래에 정식으로 내 아내가 될 사람이야.”“그럼 혹시 오빠도 오빠 아버지처럼 많은 첩을 둘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난 오빠랑 결혼하지 않을래!”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난 아버지와 달라.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고 넌 내 인생의 전부야. 유이야, 우린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였고 알고 지낸 지도 오래됐잖아. 네가 날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내가 어떻게 감히 널 속상하게 만들겠어.”하지만 그 남자는 말과 달리 이정희를 평생 속상하게 했고 이정희가 평생 집착하게 했으며 이정희를 평생 차갑게 대했다.그렇게 내 아버지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이윽고 이정희의 노랫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극이 끝나갈 때쯤 이정희가 웃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난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니까 오빠도 날 실망하게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오빠가 나중에 날 배신하면 난 그 두 배로 오빠한테 갚아줄 거야!”그리고 이정희는 정말 그렇게 했다.자신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과 복잡한 관계도 스스럼없이 가졌고 결국엔 석지훈까지 낳았다.나는 황급히 밀실에서 나와 로비로 갔다. 석지훈은 내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것을 보고는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관을 아직 닫지 않았기에 나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이정희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이정희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무대 위에서 사랑하는 남자에게 열심히 황매극을 불러주던 천진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6화

    그 편지는 매우 짧았다.「올해는 너를 사랑한 지 12년째 되는 날이자 너와 결혼한 지 3년째야. 네가 내 아내라서 행운이고 내가 너의 남편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하지만 나는 널 평생 사랑해줄 수 없을 것 같아!유이야, 내 기억력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 의사가 말하길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잊어버릴 거래. 그게 당장 오늘 밤이 될 수도, 내일이 될 수도, 어쩌면 내가 이 밀실에서 나가는 순간일 수도 있어.난 내가 너를 잊을까 봐 너무 무서워.난 내가 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운명을 피해가긴 무리였나 봐.유이야, 내가 너를 잊은 후에도 다시는 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가족들까지 잊어버리는 날이 오더라도 너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거야! 내 나약함 때문에 석씨 가문의 가주로서의 사명과 책임에 금이 가게 할 수는 없거든.정말 미안해, 유이야.언제가 됐든 기억을 잃는 날이 온다면 그땐 내가 먼저 너를 알아볼게.믿어줘, 이번 생에 절대 널 실망하게 하는 일은 없어.」나는 또 다른 편지 봉투를 열어 보았고 역시나 모두 이정희에 관한 것이었다. 제일 처음 보았던 편지가 시간상으로 제일 마지막 편지였는데 마침 이정희와 결혼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그 말인즉슨, 아버지는 30여 년 동안 이 밀실을 드나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절대 석만호가 말한 27년이 다가 아니었다.현정우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원래 가주님을 대신해서 유품을 정리할 때 가주님의 베개 옆에 두꺼운 일기장이 있는 걸 봤습니다. 일기장에 적힌 이름은 안혜인이었는데 아마도 원래 가주님과 안혜인 씨, 그러니까 가주님 어머니 사이의 사소한 일들을 적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기장은 후에 석 대표님께서 핀란드로 가져갔습니다.”이 편지들은 온통 아버지가 이정희와 보낸 나날들에 대한 것이었다.오늘 무엇을 했는지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도 빠짐없이 적어두었다. 나는 시간을 들여 모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5화

    “네, 사모님은 돌아가실 때까지도 모르셨을 겁니다.”그렇다. 그녀는 이미 죽었다.갑자기 마음속에 의문이 가득 차올랐다.나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의 번호를 삭제했던 것 같았다.나는 현정우의 휴대폰으로 석만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나는 그에게 물었다.“이 벽의 비밀번호가 왜 이정희의 생일인 거예요?”석만호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물었다.“회장님 방에 있는 밀실 말씀이십니까?”나는 차분하게 말했다.“맞아요. 비밀번호는 이정희의 생일이었어요.”“저는 모릅니다. 회장님께서 27년 동안 그 밀실을 열지 않으셨거든요.”내 친아버지는 27년 동안 이 밀실을 열지 않으셨다...27년...그때는 내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였고 어머니를 막 만난 시기였다.나는 직감적으로 무슨 큰 비밀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나는 문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고 현정우는 내 뒤를 따랐다. 들어가자마자 방 안 가득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표본으로 만들어진 말린 꽃으로 수십 년 동안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밀실 곳곳에는 사진들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모두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근대 시대의 화장을 하고 있었고 흑백사진이었지만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옛 시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뚜렷한 윤곽을 가진 그녀는 분명 이정희였다.아버지의 밀실에는 이정희의 사진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나는 엄마의 인생이 한낱 웃음거리가 아니었을까 두려웠다.나는 밀실을 한 바퀴 돌았다. 안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옛날 물건이었지만 이정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현정우는 책상 위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 봉투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그는 나에게 편지를 건네준 후 서랍을 열었다.서랍 안에는 수많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나는 편지 봉투의 먼지를 털어냈다. 현정우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진실은 더욱 잔혹할지도 몰라요.”잔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4화

    담현아는 황급히 부인했다.“말도 안 돼요. 난 아직 어린데 무슨 애를 가져요. 그리고 아저씨도 아직 우리 집에 정식으로 인사드린 적 없어요. 연말쯤에나 생각해 보려고요.”“임신한 줄 알았잖아.”담현아는 재빨리 대답했다.“아니라니까요.”그녀는 윤민이를 안고 정원을 나서려고 했다. 내가 조심하라고 당부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석씨 가문 전체가 언니 거고 지훈 오빠도 여기에 있는데 누가 우리를 건드리겠어요.”조심하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제까지 너무 많은 일을 겪었기에 특히 아이들 일에는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담현아는 윤민이를 안고 정원을 나섰다.나는 윤아를 비서에게 넘겨주었고 그는 담현아를 따라갔다.두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정원에는 다시 나와 현정우만 남았다.나는 그에게 아버지가 생전에 쓰시던 방에 같이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현정우는 휴대폰으로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는 말했다.“가주님, 곧 비가 올 것 같습니다. 내일 저녁이나 되어야 그칠 것 같네요.”“음, 다행히 봄비는 보슬보슬 내리니까.”나는 아버지 방문을 열었다. 방안은 음침했다.이곳에 오는 것은 두 번째였지만 여전히 으스스했다.현정우는 방의 불을 켰다. 밝은 불이 아니라 어두운 불이었다. 현정우는 오랫동안 석씨 가문 사람이었기에 내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설명했다.“저는 훈련을 받고 여러 차례 선발 과정을 거친 후 처음부터 이 정원을 지키는 일을 했어요. 근데 밖에 나갈 기회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석 회장님은 1년 내내 매일 방 안에만 계셨거든요. 가장 멀리 가본 곳이라고 해 봐야 새해에 가족들과 거실에서 식사하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석씨 가문 사람들은 회장님을 두고 방에 무슨 비밀이라도 숨겨져 있나 보다 하고 수군거렸었지요. 하지만 회장님이 돌아가신 후 사모님이 이 방을 정리했고 석 대표님도 함께 계셨는데 아무런 비밀도 없었습니다. 다만, 작은 밀실이 하나 있는데 아무도 열 수 없었죠. 부수지 않는 이상은요. 사모님은 부수려고 했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3화

    마음속으로는 아직 이정희에게 원망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것은 석지훈을 위해서였다.나는 그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랐다.강해온이 아이들을 데리고 석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담현아도 와 있었다.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너 여긴 어떻게 왔어? 아니, 너 내 비서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지훈 오빠가 나보고 언니랑 같이 있으라고 하던데요.”이 시간에 석지훈이 담현아를 나에게 보내다니...나는 담현아에게 의아하게 물었다.“이해가 안 돼. 내일 아침이면 우린 떠날 건데, 너 괜히 왔다 가는 거잖아?”담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이해가 안 돼요. 근데 연락은 아침에 받았는데 내가 일이 있어서 늦어졌어요. 그러다가 저녁에 이쪽으로 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강 비서님을 만났거든요. 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목적지가 같더라고요. 아, 맞다! 윤민이가 방금 나보고 이모라고 불렀어요!”나는 그녀의 품에서 윤민이를 받아안으며 물었다.“네가 가르쳤어?”“강 비서님이 가르쳤어요. 이 녀석 너무 똑똑해요! 볼수록 너무 사랑스러워요. 근데 수아 언니, 나 윤아랑 윤민이 양엄마 하면 안 될까요?”나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너 아직 한참 어리잖아.”내가 거절하자 담현아는 시무룩하게 말했다.“사람 무시하지 말아요. 나도 결혼한 성인이거든요.”“알았어, 알았어. 성인인 거 인정할게.”내가 쉽게 허락하지 않자 담현아는 더 이상 조르지 않고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양엄마는 안 할 테니까 그냥 이모 할게요.”담현아는 아직 어려서 아이들의 양엄마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담현아와 함께 정원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석지훈이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누가 데려왔어?”내가 설명했다.“내가 강 비서에게 부탁했어요.”석지훈은 담현아의 품에서 윤아를 안아 들었다. 윤아는 그의 품에서 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2화

    수아야. 넌 참 가여운 사람이야.난 도대체 내가 왜 불쌍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석지훈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내가 어떻게 오빠에게 차갑게 대할 수 있겠어요? 난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오빠가 날 원망할까 봐 무서웠고요.”석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그의 턱에 입을 맞추고 단호하고 따뜻하게 말했다.“난 오빠를 좋아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오빠를 사랑하고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나는 고현성과 사귈 때 키스를 거의 하지 않았고 석지훈과도 자제하는 편이었다.아마도 장례식 중이라 그런지 석지훈은 나를 놓아준 후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 그저 나를 품에 안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정우의 말대로, 남자는 그저 따뜻함을 원하는 존재인 것 같다. 따뜻함을 충분히 주면 만족하는 것 같았다.지금의 석지훈처럼 말이다.그는 계속 내 뺨에 자신의 뺨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꼭 어린아이 같았다.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행동이었다.그는 내가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일어나 나를 눕히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아야, 왜 나를 안 불렀어?”나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깨울까 봐...”내 말을 듣자 석지훈의 표정이 누그러졌다.“다음에는 그러지 마.”그는 손을 들어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내일 아침에 어머니 장례식이 끝나면 너랑 같이 운성에 갈 거야. 운성에서 며칠 있다가 아이들과 함께 핀란드로 가자.”나는 놀라서 물었다.“나랑 아이들을 핀란드에 데려간다고요?”석지훈은 검은색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그는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내가 말했잖아. 앞으로 널 내 세상으로 데려가겠다고. 윤아야, 더 이상 너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널 내 곁에 두고 싶어. 우리 핀란드와 운성을 오가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1화

    점심에 차를 너무 많이 마셨던 탓에 밥도 못 먹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배고파요.”석지훈은 짧게 응수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문가에 서서 무덤덤한 눈빛으로 천장의 하얀 등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속으로 굉장히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힘들어도 모든 고통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나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았다.특히 그의 어머니가 나 때문에...나는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현정우가 밥을 가져왔다. 석지훈은 많이 먹지 않았고 나도 입맛이 없어서 많이 먹지 못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석지훈은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그동안 그는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 석지훈을 찾아갔다. 그는 이미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좀 쉬라고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중에.”아침부터 하루 종일 석지훈은 계속 바쁘게 일했고 석나은도 그를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손 놓고 있었었다. 특히 열심히 일하는 석나은과 비교되니 아주 한심해 보였다.나는 힘없이 정원으로 돌아와 문턱에 앉았다. 현정우도 내 옆에 앉았고 우리 둘 다 하는 일 없이 앉아 있는 꼴이었다.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물었다.“나 진짜 쓸모없는 것 같아요.”이럴 때 석지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까.위로조차 해 주지 못했다.현정우는 대답했다.“지금 가주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입니다. 어쨌든 관에 누워 계신 분이... 가주께서는 그냥 여기서 석 대표님을 기다리세요. 지쳐서 방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주님, 남자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온기면 충분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의 마지막 말에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났다.나는 의아해서 물었다.“요즘 왜 이렇게 감성적이에요?”현정우: “...”내 말에 현정우는 나를 상대하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0화

    “네가 지훈 씨라고 부르면 멀게 느껴져.”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시큰하게 아파왔다.석지훈이 언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가?자신의 슬픔을 이렇게 드러낼 정도로 약해지다니. 순간 마음속 죄책감이 더욱 깊어졌다.나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사과했다.“죄송해요. 다 저 때문에... 희연이가...”그녀는 내 말을 듣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비록 그녀가 죽였다고 하지만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었다. 단지 석지훈한테 죄책감이 좀 덜할 뿐이었다.그는 다시 말했다.“넌 잘못 없어.”석지훈은 항상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죄책감을 느꼈다.난 차라리 그가 날 원망하길 바랐다.적어도 화라도 냈으면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나는 어쩔 줄 몰라 말했다.“오빠,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오늘 밤 나는 그와 함께 있어주기로 했다.나는 몸이 안 좋아서 후반야쯤 되니 힘들었고 결국 석지훈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나는 또 꿈을 꿨다.꿈에는 엄마만 나왔다.엄마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나는 나지막이 불렀다.“엄마.”“수아야, 넌 참 가엾구나.”나는 놀라서 물었다.“엄마,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사랑하는 남자, 애들 둘, 부모님, 친구, 돈, 권력... 다 있는데 내가 왜 가엽다는 거지?“수아야, 넌 가여운 사람이야.”엄마는 왜 날 가엽다고 하는 걸까?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엄마는 대답 없이 꿈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나는 놀라 눈을 뜨고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내 모습에 석지훈은 날 안아줬다.“왜 그래?”“오빠, 나 악몽을 꿨어요.”나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나는 엄마의 이 꿈을 악몽이라고 했다.요즘 들어 자꾸 엄마 꿈을 꾼다.지난번에는 나에게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했고 이번엔 내가 가엽다고 했다.왜 이런 꿈을 꿀까?뭔가 징조인가?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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