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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Author: 동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29 19:00:00
난 뭘 기대한 걸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면 나는 그거라도 잡고 싶었다.

막장 드라마의 클리셰일지라도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것만 확인하면 내 심장도 다시 예전처럼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성 씨, 아이들은 내 목숨과도 같은 존재예요.”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잖아.”

계속 부인하는 고현성에 나는 그에게서는 진실을 들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고정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 아이들을 데려간 게 현성 씨인 것 같아요. 그 사람 지금 어딨는지 혹시 아세요?]

[미국에 있어.]

[고현성 씨는 당연히 사실대로 말 안 할 테니까 찾아만 주면 미국에 있는 우리 집안 사람 시켜서 최면을 좀 걸고 싶은데, 그게 제일 빠른 방법인 것 같아서요.]

[전에 하던 치료도 마무리 못 지었는데 지금 최면을 걸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야.]

고정재의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모든 건 나의 추측에 불과했기에 고현성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건 나도 내키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그때 고정재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

[걱정 마, 그 일은 내가 알아볼게.]

[고마워요.]

답장을 마친 나는 바로 함승윤에게 연락했다.

[의사 찾을 때 고현성 위치도 같이 파악해요. 미국에 있다는데 움직임 계속 팔로우하시고 확실한 증거 나오면 바로 최면시켜서 아이들 어딨는지 알아내요.]

함승윤에게 그 문자를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아이들이 고현성 손에 있다고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고 허무맹랑한 착각일 뿐이라도 믿고 싶었다.

여러 곳에 연락을 돌리고 난 나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이고 가만히 함승윤의 말을 곱씹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캄캄하던 앞날에 등불이 밝혀지는 것처럼 생각할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밤을 지새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윤다은에게 아침을 차려주었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나를 보며 윤다은은 웃으며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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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4화

    “난 너한테 기대한 적 없거든?”“네가 나한테 기대 안 하면 누구한테 기대할 건데?”최현욱은 잠시 멈추더니 물었다.“네 남편?”“나 남편 없어.”“석지훈이 네 남편 아니야?”“우린 아직 결혼 안 했어.”최현욱의 정교한 알굴이 밤하늘 아래에서 바로 내 앞에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나는 숨이 멎는 듯해 고개를 돌렸다. 최현욱은 이내 매력적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네?”“네가 날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 무슨 헛소리야.”최현욱은 추궁하듯 물었다.“설마 내가 널 좋아하면 기회가 있는 거야?”나는 살짝 두통이 오는 듯한 기분에 서둘러 설명했다.“내 뜻은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분위기를 망치는 말을 하지 말라는 거야. 게다가 네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난 널 안 좋아할 테니까.”최현욱은 비꼬듯이 말했다.“자기 잘난 멋에 사는구나.”나는 이 순간 우리 대화가 다소 애매한 분위기를 풍기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몸이 추위에 너무 굳어버려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결국 나는 최현욱이 나를 등에 업도록 내버려두었다. 그가 나를 업자 내가 품에 안고 있던 사과가 땅에 떨어져 버렸다.최현욱은 떨어진 사과를 주워 내게 건네며 말했다.“배고프면 먹어.”나는 배고프지 않았지만 그냥 지쳤을 뿐이다.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최현욱은 겉보기엔 연약해 보였지만 몸이 꽤 단단했다. 등에 업히니 최현욱의 옷 아래로 느껴지는 근육에 나는 무심코 그를 칭찬했다.“평소에 운동 많이 했나 보네.”최현욱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당연하지. 나 어릴 땐 몸이 약했지만 힘은 꽤 있었어. 커서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고.”나는 그냥 아하고 감탄하며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최현욱은 갑자기 흥미로운 듯 물었다.“너랑 석지훈은 사이가 깊어?”나와 석지훈의 사이는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했다.이보다 더 행복한 일이 세상에 있을까?“내가 지훈 오빠를 정말 사랑해. 가끔 무섭기도 하지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3화

    최현욱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최현욱을 노려보며 말했다.“아까 하녀한테 물어봤는데 여기서 도시까지 70에서 80킬로미터는 된다던데요. 우리 이렇게 걸어가면 며칠이나 걸려?”게다가 지금 날씨는 이렇게 춥고 언제든 눈이 내릴 것 같은 징조가 보였다.밤이 다가오면 기온이 더 떨어질 텐데 이런 얼어붙은 눈밭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됐다.순간 나는 저택을 떠나온 걸 후회했다. 차라리 돌아가고 싶었지만 석지훈에게까지 피해를 줄까 봐 차마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다.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빨라 가자.”“꼬마 아가씨,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최현욱은 내 옆으로 다가오며 짓궂게 웃더니 말했다.“겨우 70에서 80킬로미터잖아. 난 걸어서 반나절이면 가. 그리고 마침 네 몸도 좀 단련할 수 있겠네.”나는 최현욱을 무시하고 무거운 유럽식 전통 드레스를 질질 끌며 앞으로 걸어갔다. 대략 30분쯤 걸었을 때 최현욱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갑자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참, 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나는 속으로 울분을 참으며 물었다.“뭔데?”“우리 길을 잘못 들었어.”최현욱의 말은 맑은 하늘에 벼락이 내리치는 듯했다. 나는 귀가 멍해져서 최현욱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고 추위에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꼬마 아가씨, 우리 원래 길로 돌아가야 해.”그런데 최현욱은 여전히 장난스러운 태도로 귀엽게 말했다.이에 나는 돌아서서 최현욱의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자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손을 거둬들이고 속에서 울컥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앞장서서 길 안내 좀 제대로 해.”이번에는 최현욱이 앞장섰다.최현욱은 내가 추워하는 걸 느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했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30분이면 돌아올게.”비록 최현욱이 답답하게 굴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눈밭에 나 혼자 남겨질까 봐 불안했다. 그래서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최현욱을 바라보며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가 떠나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2화

    나와 최현욱의 거리는 약 3미터 정도였다. 솔직히 뛰어내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입고 있는 복잡한 전통 드레스 때문에 움직이기도 불편했다.만약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가장 의지하고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라는 걸 깨달았다.석지훈이 떠난 8개월 동안 그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그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는 걸 이제는 이해했다. 내가 그를 모른 척해선 안 됐다.실망과 죄책감에 휩싸여 그를 멀리했던 나의 잘못이었다.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나는 어떻게 토라질 수 있었던 걸까?내가 한숨을 쉬자 최현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뛰어내릴 거야, 말 거야?”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드디어 뛰어내렸다. 충격이 꽤 컸는지 최현욱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나를 안전하게 받아냈다.나는 순간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손으로 두드렸다. 이를 보고 최현욱은 내 귓가에 감미롭게 속삭였다.“언제까지 내 품에 안겨 있을 거야?”나는 재빨리 최현욱의 품에서 뛰어나왔다. 최현욱은 옷을 정리하며 중얼거렸다.“보기엔 마른 것 같더니 은근히 무겁네.”“나 몸무게 50킬로도 안 돼.”“몸무게 50킬로 안 넘는 애들은 대부분 가슴이 없거나 키가 작더라.”최현욱은 내가 입은 드레스를 힐끗 보며 말했다.“옷은 정말 예쁘네. 영화 속 디즈니 공주 같아. 근데 너 머리가 너무 길어.”내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왔다. 나도 너무 길다는 느낌이 들어 언젠가 잘라야겠다고 늘 마음먹었지만 매번 까먹었다.나는 최현욱을 흘겨보며 말했다.“그쪽 머리도 아닌데 왜 신경 써요?”“꼬마 아가씨가 입이 왜 이렇게 독해?”최현욱은 말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그러던 중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최현욱은 내 손목을 붙자고 화단 뒤로 날 숨었다.“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고양이들이 낸 소리겠지.”“그럼 가자. 너무 춥네.”발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최현욱은 내 손목을 잡고 당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1화

    최현욱은 순순히 대답했다.“그러면 여기서 기다릴게.”최현욱은 아래에서 들킬까 봐 걱정도 안 하는 듯 여유롭게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잠시 후 하녀가 방으로 들어왔다.그녀가 창가로 다가오며 나를 부르려 하자 나는 다급히 그녀를 막으며 물었다.“내 친구는 어떻게 됐어요?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나요?”“네, 이제 막 떠나려는 중이에요.”하녀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나는 일부러 무심한 척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여기서 시내까지 얼마나 멀어요?”하녀는 영어로 천천히 대답했다.“여긴 아주 외진 곳이에요. 시내까지는 70에서 80킬로미터 정도 될 거예요. 아마 더 멀지도 몰라요. 사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이 저택을 떠난 적이 없거든요.”이 여자가 나를 부러워했던 이유를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나는 외부에서 온 사람이고 그녀는 이 안에 갇힌 사람이다. 이 저택은 마치 그녀를 평생 가둔 감옥 같았다.나는 궁금해서 물었다.“왜 여길 떠나지 않는 거예요?”“이 저택을 지키는 게 내 사명이에요.”그녀의 말에서 엄청난 신념이 느껴졌다. 그녀를 설득해 이곳을 떠나라고 하는 건 허황한 꿈일 것이다.나는 굳이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이 저택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아마 이곳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해 많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최현욱을 알아요?”그녀는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죠.”“그 사람은 누구예요?”그녀는 순진했기에 숨기지 않고 말했다.“우리 업계 사람들은 그를 최 사장님이라고 불러요. 최현욱은 나이가 많지 않지만 일 처리는 아주 냉혹하죠.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안젤리나, 보스가 널 찾는다.”밖에서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말을 멈추고서는 서둘러 떠났다.나는 창가로 가서 아래를 보았다. 최현욱은 여전히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자 아까 헬기 안에서 최현욱의 동료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최현욱, 너 또 착한 척하려고 그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90화

    “꼬마 아가씨, 내가 구하러 왔지.”그는 해맑고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날 이곳으로 데려온 장본임이 그인 것을 몰랐다면 그의 말을 믿을 뻔했다.나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난 널 못 믿겠어.”창밖은 끝없이 펼쳐진 얼음과 눈의 세계가 펼쳐졌고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정원에는 몇 마리 고양이가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었다. 그 옆에 미소를 띤 채 나를 올려다보는 최현욱이 서 있었다.최현욱은 내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걸 보더니 분석하듯 설명했다.“나는 이런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 그들이 널 원했으니 어쩔 수 없이 잡아 왔지만 지금 이렇게 그 사람들이 없을 때 몰래 구해줄 수도 있잖아.”“그 사람들이 없다고?”최현욱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뒷마당에는 없지.”최현욱은 아까 나에게 코트를 벗어줬기에 지금은 얇은 옷만 입고 있었다. 이제서야 나는 최현욱이 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콘서트 가수들이 이용하는 것처럼 핑크빛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화려한 이어폰이었는데 최현욱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나는 걱정스레 물었다.“내 친구는 어딨어?”“네 친구는 약간의 뇌진탕 증상이 있는 것 같아. 아까 또다시 기절했어. 그 사람들이 네 친구를 병원으로 따로 데려가려는 모양이야.”최현욱의 설명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의심이 드러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그쪽은 어떻게 아는 거야?”최현욱은 솔직하게 말했다.“방금 엿들었지.”나는 말문이 막혔다.창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최현욱의 얇은 가죽 코트를 집어 창문 밖으로 던졌다. 최현욱은 민첩하게 몇 발짝 움직여 코트를 받았다.최현욱은 코트를 입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랑 같이 떠날래? 병원에서 네 친구를 찾는 게 탈출하기 훨씬 쉬울 거야.”최현욱은 아무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위험한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의심스레 물었다.“왜 날 돕는 거야?”“너도 나처럼 예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9화

    최현욱의 표정은 마치 나와 역할이 바뀐 것 같았고 오히려 내가 그를 납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스스로에게 침착하라고 경고했다.나는 고개를 돌려 옆에서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최희연을 바라보았다. 최희연의 관자놀이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는 걱정스레 물었다.“내 친구 괜찮겠지?”“걱정하지 마. 조금 있으면 깨어날 거야.”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최현욱은 갑자기 일어나 앞으로 가더니 아까 그 사람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두세 시간이 지나 우리는 러국 국경에 도착했다. 헬기에서 내린 나는 추위에 온몸이 떨렸다.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다. 이때 최현욱이 이를 눈치채고서는 자기가 입고 있던 안감이 부드러운 가죽 코트를 벗어 내 어깨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눈썹을 추켜세우며 말했다.“내가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건 인정하지?”“최현욱, 또 아무 데서나 끼 부리지 마.”최현욱은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 곁으로 돌아갔다.우리는 약 5분 정도 걸었고 눈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곳에는 20명에서 30명 정도의 무장한 외국인들이 서 있었다.최현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람을 데려왔습니다.”반대편에 있던 보스 격의 인물은 최현욱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농담을 건넸다.“그 유명한 최현욱이 이렇게 젊을 줄이야.”그는 외국인이었지만 완벽한 한국어를 사용했다.최현욱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칭찬할 거면 잘생겼다고 해줘.”“좋아, 여기 황금 두 상자다.”최현욱은 황금을 받은 뒤 떠나려 했다. 그는 내 옆을 지나가다 낮은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난 이제 떠나야 해. 우리 집 어르신 생일 파티에 가야 하거든. 걱정하지 마. 내가 석지훈에게 연락해서 너희를 구하러 오게 할 테니까.”최현욱은 정말 채찍질하고 나서 사탕을 주는 사람 같았다.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최현욱은 단호하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나는 마음속으로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8화

    “어머나. 이건 완전 뜨거운 감자잖아. 윗선에선 우리한테 사람만 잡으라고 했지 누구를 잡는지는 말도 없었잖아. 윗선에서 이 두 여자만 데려가면 운성에는 우리만 남게 될 텐데. 이러다간 우리가 희생양이 되는 거 아니야?”귀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빨리 사람들을 넘기자. 가는 길에 신호를 남기면 그 사람들이 따라올 거야. 안 그럼 두 남자가 사람을 못 찾으면 우리에게 칼을 들이밀 거야. 윗선이 우리를 이용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을 이용해야지.”“두 남자? 왜 갑자기 두 남자야?”한 남자가 대답했다.“석지훈과 진유겸.”나와 최희연은 순식간에 차로 옮겨졌다. 연주회는 한참 동안 끝나지 않을 테니 경호원들은 우리가 납치된 걸 금방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이 사람들이 가는 길에 신호를 남긴다고 했으니 희망은 있었다.게다가 내가 늘 사용하는 건 석씨 가문의 핸드폰이었다. 경호원들이 우리가 없다는 걸 알아차리면 금방 위치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몇 분 뒤 나는 헬기 소리를 들었다. 나와 최희연은 헬기로 옮겨졌고 잠시 후 누군가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내 핸드폰을 가져가는 것이 느껴졌다.“하, 위치 추적이 켜져 있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우리는 이미 들켰어.”“일단 국경으로 가자.”헬기는 그렇게 이륙했고 나는 차가운 손이 내 복부를 만지는 것이 느껴졌다.그 순간 싸늘한 혐오감이 들었다.나는 눈을 번쩍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옆 사람에게 말했다.“봐, 내가 이 여자가 기절한 척하는 거라고 말했지? 넌 안 믿더라?”내 앞에 있는 남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잘생겼다. 느낌상 한민수보다 더 매력적이었다.그는 긴 눈꼬리가 특징인 한 쌍의 또렷한 눈매를 가졌는데 마치 영혼을 사로잡는 요정 같았다.나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침착하게 물었다.“당신들은 누구죠?”지난 1년 반 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나는 이미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강철 같은 심장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387화

    고정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살짝 눈썹을 추켜세웠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에서 앞으로 걸어가더니 무대 위로 올라갔다.고정재는 피아노 앞에 앉아 우아하게 연주를 시작했고 나는 다시 바람이 머무는 거리라는 곡을 들을 수 있었다.정말 오랜만이었다.고정재는 왜 또 이 곡을 연주하는 걸까?담현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내게 말했다.“유치한 아저씨예요.”나는 놀라며 물었다.“왜?”담현아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한참 후에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정재가 바람이 머무는 거리를 연주한 건 담현아를 일부러 자극하기 위해서였다.고정재는 이 어린 소녀가 질투하길 바란 것이다.이전에 나와 고정재가 함께 찍힌 영상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고정재가 이 곡을 연주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하지만 담현아는 단번에 고정재의 의도를 간파했다.담현안는 고정재가 이 곡을 자신에게 들려주려고 일부러 연주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능이 높은 사람과 함께하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었다.심지어 작은 속마음까지 전부 들켜버리니 말이다.예를 들어 담현아가 방금 말했던 유치한 아저씨라는 말처럼 말이다.최희연이 도착했을 때 고정재의 솔로 연주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최희연은 내 옆에 앉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네가 갑자기 고정재의 연주회를 보러 오다니. 웬일이야?”나는 낮은 목소리로 최희연에게 설명했다.“내 옆에 있는 소녀가 보고 싶어 해서. 현아는 고정재의 음악을 좋아해. 나름 충성한 팬이야.”최희연은 아무렇게나 추측하며 말했다.“저 소녀가 고정재를 좋아하나 보네?”담현아가 들을까 봐 나는 최희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아니야,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최희연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너,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나는 웃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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