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불타오르는 복수의 꽃: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그게 무슨?” “강 이사님!” 세나가 이경을 미처 밀어내기도 전에 니정이 들이닥쳤다. 아직 사무실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성빈은 문틈 사이로 이경이 세나에게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부, 부 대표님?” 성빈은 아내가 바람피우는 모습을 발견한 사람처럼 놀라며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오해예요.” 세나는 니정의 모습을 보고서 애써 평정심을 유지한 채 두 발짝 뒤로 물러나 이경과 거리를 두었다. ‘난 아직 성빈 씨와 니정이 나를 배신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아직 손에 넣지 못했어. 저 두 사람이 먼저 내 약점을 잡게 해서는 안돼.’ “오해요?” 니정은 다부지고 잘생긴 이경의 얼굴을 탐욕스럽게 몇 번 더 바라보고 질투심을 억눌렀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며 따라 들어오던 성빈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선남선녀이신 강 이사님께서 부 대표님과 속삭일 정도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계셨나 봐요. 비록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당황한 세나의 표정이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았다. 니정의 말은 세나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선남선녀, 다정한 모습의 두 사람?’ 이경의 신분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감히 그에게 밉보일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이목이 세나에게로 향했다. “강세나!” 성빈이 앞으로 다가와 세나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당신 왜 이렇게 분수가 없어?”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목소리가 꽤 커서 복도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마치 세나의 배신을 남들에게 대놓고 알리는 것과 같았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지금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기가 막힌 세나는 성빈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부 대표 같은 사람에게 나 같은 사람이 가당키나 해?” 성빈은 턱을 바짝 당기고 의심의 눈으로 이경을 바라보았다.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팔짱을 끼고서 자신과는 상관없는 연극을 보듯 바라봤다. 하지만 그에게서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카리스마가 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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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세나가 회의를 한다고 큰소리치자 성빈은 마음이 착잡한 채로 사무실을 떠났고 니정도 당연히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따라갔다. “전 대표님, 수상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차에 오르자 니정이 성빈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됐어. 내가 언제 꼭 증거를 잡을 거야.” 성빈은 음흉하게 실눈을 뜨고 몸을 뒤집어 니정 위에 올라 마음속의 분노를 모두 그녀에게 발산했다. 니정은 성빈의 움직임에 맞추어 주었지만 그녀에 눈에는 악랄한 기운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보아하니 내가 좀 더 신경을 써봐야겠는데?’ ...밤이 깊어지고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 세나는 이미 연락된 사람들을 안으로 들였다. “강 이사님, 이 몰카들을 어디에 설치하시려고요?” “앞 사무실에요.” 세나는 이들을 데리고 성빈의 사무실로 들어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한 뒤 핸드폰에 있는 소프트웨어에 연결되도록 했다. 핸드폰에서 몇 개의 화면이 사무실의 중요한 각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만족스럽게 몰카를 설치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 사무실을 나서자 세나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일단 전성빈, 그놈이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만 잡으면 난 두둑하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어.’ ‘전씨 가문에서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내게 굴욕을 주었으니 나도 당연히 내 이익은 챙겨야지.’ “기분이 좋으신가 보네요.” 뒤에서 불쑥 들려오는 소리에 세나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고, 이경의 잘생긴 얼굴을 본 순간 마치 잘못하다 걸린 것처럼 바로 그를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끌고 갔다. 이경은 세나에게 이끌려 구석으로 끌려갔고 두리번거리는 세나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어쩐지 사람들이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을 좋아하더라니, 다 이런 짜릿함을 만끽해서였군요.” “부 대표님, 저희는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에요.” 세나는 고개를 돌려 이경을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우린 뭔가요? 강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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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래요, 일주일.” 이경도 차마 더 이상 몰아붙일 수 없었고 앞에 있는 세나만 빤히 쳐다보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휴.” 세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마음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 ‘저 남자, 왜 이렇게 막무가내지?’ 그대로 벽에 등을 붙인 그녀는 주위에 남아 있는 채 가시지 않은 이경의 온기를 느끼며 괜히 가슴이 뛰었다. 이때 맞은편 길모퉁이. 한 사람이 몰래 숨어서 핸드폰으로 세나과 이경의 만남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떠나고 난 후 그 사람은 만족스러운 듯 휴대폰 촬영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찍힌 사진들을 보며 냉소를 흘렸다. ‘강세나, 벌써 이렇게 꼬투리가 잡히다니.’ ‘이제 넌 끝이야!’ ...세나가 전씨 집안의 집에 돌아와 보니 가라앉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소파에 앉아 있던 장화숙과 설아는 세나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발소리를 듣고 반응조차 하기 귀찮았다. 그녀를 그저 투명 인간 취급했다. 세나는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자기 방에 들어서자 놀라서 표정이 금세 바뀌었다. “이모, 여기 제 물건들이 왜 다 없어졌어요?” 오영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귀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모님, 어젯밤에는 집에 돌아오지도 않으셨고, 오늘 밤에도 또 이렇게 밤늦게 돌아오셔서, 저희는 사모님이 이 집을 무시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짝!” 오영미는 의기양양하게 장화숙에게 칭찬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뜻밖에도 세나에게 뺨을 한 대 맞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꽤 세게 맞은 터라 오영미는 비틀거리다가 땅에 쓰러졌다. “사모님! 제가 그래도 여기 전씨 집안에서 이렇게 오래 일한 사람인데 어떻게 저를 때릴 수 있어요?”오영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붉어진 뺨을 만지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가사도우미이긴 했어도 어쨌든 그녀는 세나의 친어머니와 같은 나이의 사람이었다. “또 무슨 일이야?” 인기척을 들은 장화숙이 급히 위층으로 올라왔다. 지금 성빈이 없으니 세나도 그녀 앞에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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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성빈이 지난 여러 해 동안 장화숙의 뜻대로 말을 잘 들은 것도 장화숙이 분위기 파악을 잘했기 때문이다. 장화숙은 마음속으로 득실을 따져본 후, 결국 오영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을 내려가며 장화숙은 아쉬운 듯 세나의 곱고 아름다운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아들도 결국 남자이니 저런 여우에게 꼬드김을 당하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뭐 상관없어. 어차피 이 집의 진정한 안주인은 나니까.’ ‘우리 성빈이가 강세나가 질리면 그때 다시 본때를 보여주면 되지.’ 세나는 오영미가 자신의 짐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놓는 것을 냉정한 눈으로 보고 비로소 만족해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세나야.” 성빈은 세나의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당신 나와 헤어지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 밤 내가 여보에게 끝내주는 밤을 만들어 줄게.” 세나는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나 자신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성빈에게 부를 안겨주었지만, 상대의 존중을 받지 못했고, 스스로 예쁜 외모를 가리고 산 결과로 얻은 것이 성빈의 배신이었다. 그녀는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돌아서서 두 팔로 성빈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희고 고운 가느다란 세나의 팔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낀 성빈은 그대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여보!” 세나은 성빈의 얼굴을 감싸 쥐고 자신의 몸에 징그러운 흔적을 남기는 것을 제지했다. “왜? 싫어?” 정욕이 이미 타오르며 흥분한 성빈은 움직임이 제지당해 불만이 가득했다. 세나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서.” 그녀는 긴장한 채 자신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멋을 부리지 않아서 다른 여자들에 비해 아직 형편없거든.” “아니야, 지금은 괜찮아.”성빈이 세나의 허벅지를 만지려고 했다. 세나는 갑자기 성빈을 밀어냈고 상대방이 화를 내기 전에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껴안고 억울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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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여자는 결국 예뻐야 해.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촌스러우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그런 말 마. 강 이사님이 오늘 아침에 받은 그 큰 옷상자 전 대표님이 사주신 거래. 가격이 몇천만 원이나 한다던데? ” 니정은 찻물을 들이키며 이를 악물었다. “니정아, 무슨 생각해?” 니정의 뒤에서 세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고 놀란 니정은 순간 움찔했다. 뒤를 돌아보니 어제보다 더 섹시한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세나가 보였다. 치마 뒤쪽에 실크 원단이 둘러져 있어 엉덩이 굴곡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우아한 웃음으로 옷차림이 전혀 저속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니정의 가식적인 웃음이 굳어지며 눈에서 질투의 불길이 일었다. 그녀는 세나가 입은 치마가 명품 브랜드의 신제품으로 가격이 2천만 원 이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설마 이게 전 대표님이 사준 건가? 그걸 이렇게 빨리 꺼내 입었다고?’ “어때 괜찮지? 성빈 씨가 어젯밤에 사준 거야.” 세나가 무의식적으로 툭하고 말을 던졌다. “좋아요. 아주 예쁜데요.” 니정은 내색하지 않고 말했지만 속에서 열불이 나 안색이 붉게 상기되었다.세나는 주변이 소란스러운 틈을 타 떠났다. 그러나 니정은 마음속의 분노를 아무리 해도 억누를 수 없었다. 세나는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웃었다. 그녀는 사무실로 돌아와 시간을 보고서 핸드폰을 꺼내 모니터링 앱을 켰다. 잠시 후, 니정이 성빈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의 살색의 몸과 즐기는 표정이 핸드폰 화면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욱.’화면을 보는 세나는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는 모니터 되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백업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만족스럽게 핸드폰을 닫았다. ‘아직 이 증거들로는 충분하지 않아.’ ‘대략 계산을 해보면 성빈 씨가 결혼하고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적어도 JSH그룹 지분의 15%는 내게 분할해 줘야 해.’ ‘한동안 JSH그룹의 자산을 불어나게 한 뒤 주식을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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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진구는 특별 비서로서 언제나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다.그는 고서영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서영이 미친 듯이 저항하며 몸부림쳐도 전혀 놓을 생각이 없었다.“건방지게 굴지 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당장 손 떼!”진구는 금테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고서영 씨는 88층에서 떨어지고 싶은 건가요?”이곳은 무려 88층이었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온몸이 박살 날 것이다.그러나 진구의 표정은 농담하려는 듯 보이지 않았다.서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결국 화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세나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경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부 대표님, 지난번 제안을 반영해 기획안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세나는 차분한 태도로 서류를 건넸다. 그러나 이경의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무심코 그의 목선을 힐끔 쳐다보게 되었다.그런데 이경은 서류를 받지 않고, 내밀어진 큰 손으로 오히려 세나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아!”세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비서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이경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오드콜로뉴 향과 담배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그녀는 불쾌하기보다는 묘하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꼈다.세나는 그의 옆모습을 살폈다. 정교하게 빚어진 이경의 얼굴은 마치 신이 직접 조각한 것처럼 완벽했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부 대표님은 여자가 그렇게 간절하신가요?”세나의 얼굴이 붉어지며,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자 마음속 깊은 거부감이 스며들었다.“직접 해보면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겠지?”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세나는 이경이 말을 할 때 그의 숨소리가 변하는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줄기 깃털이 그녀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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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송니정의 의심스럽고 놀란 목소리에, 세나는 두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니정에게 꼬투리 잡혀 소문이 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부 대표님, 저는 충분히 예의를 지킨 것 같으니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내가 선을 넘고 있다는 겁니까?” 이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세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에서 먼저 유혹한 쪽은 강 이사 아니었나요? 안 그래요?” “그날 밤은 실수였어요.” “실수라고요?” “부 대표님, 무슨 특이한 취향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상황을 봤을 때 부 대표님 곁에는 여자가 넘쳐날 테니, 굳이 저를 가지고 놀 필요는 없잖아요?” 세나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어느 정도 외모가 뛰어나다고는 해도 이미 결혼한 몸이다. 그러니 이경이 자신과 장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강 이사가 이혼하면, 그때 왜인지 알려줄게요.” 이 말이 떨어지자, 세나는 거의 기가 막혔다. ‘이 남자, 내가 방금 한 말을 전혀 듣지 않은 건가?’ 세나는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만약 이경을 화나게 한다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자신이 이혼할 때 받을 재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안 돼, 먼저 상황을 안정시켜야 해.’ “저도 이혼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해요. 부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결혼 생활에는 재산과 인맥 같은 여러 관계가 얽혀 있잖아요. 서서히 정리해야 해요.” 이 대답에 이경은 만족한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수정한 기획안은 부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괜찮은가요? 만약 괜찮다면, 계약을 먼저 체결할 수 있을까요?” 이경은 기획안을 보지도 않고, 곧바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더니 사인했다. 세나는 기뻐하며 문서를 받으려 했지만, 문서는 중간에 걸려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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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사진 속에 강세나 씨와 부이경 씨가 맞지 않습니까?” 기자의 몰아치는 질문에 세나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진 속 인물은 분명 저지만, 고작 이 한 장의 사진을 빌미로 우리 회사 앞까지 찾아오신 건가요?”이경이 등장하자,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기자들은 한꺼번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날 우리 회사 고위급 인사들이 술집에서 회식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제가 하나하나 여러분께 보고해야 하나요?” 이경은 빠른 걸음으로 세나의 곁에 다가왔고, 그녀를 보호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거리를 유지했다. 기자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간이 큰 한 기자가 고개를 내밀며 질문했다. “그런데 왜 그 회식 자리에 강세나 씨가 있었나요?”부이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답했다. “JSH그룹은 계속해서 우리 회사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강 이사는 꽤 큰 노력을 기울였지요.”말을 마치며, 그는 세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세나는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여러분께서 오해하신 것 같네요. 저는 기획서를 검토받기 위해 부 대표님을 찾아갔던 겁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일부 내용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이경은 차갑게 말했다. “기획서를 확인한 후에는 우리 회사에서 발송할 법적 문서도 같이 확인하시죠. 우리 회사에 기자들이 이렇게 몰려든 건 처음인데, 정말 영광입니다.”이경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경의 회사는 막대한 재력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법률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변호사팀은 일류 로펌에 버금갔고, 그동안 그들이 치른 소송에서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기자들은 겁에 질려 더 이상 묻는 자가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세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부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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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전화를 끊고 난 후, 차 안은 유난히 고요해졌다.이경이 말했다. “지금 집에 가고 싶지 않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부 대표님, 농담이시죠? 지금 안 돌아가도,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 해요.”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맞닥뜨린 세나는 얼른 말을 바꿨다. “제 말은, 이혼 얘기를 하더라도 만나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거죠. 안 그래요?”“오늘 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부 대표님이 이미 다 설명해 주셨잖아요.”이경은 가볍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 말을 몇 명이나 믿을 것 같아요?”술집에서 기획서를 건네다 넘어져 포옹한 사진이 찍힌다니, 그런 우연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 기자들이 물러난 건 이경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D시에서 이경의 말 한마디라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세나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알아요.” 세나는 눈을 내리깔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차는 곧 도시 북쪽의 B동 단독주택 구역 도착했다.“대표님.” 이진구의 목소리가 앞좌석에서 들려왔다.차가 전씨 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전씨 별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정문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세나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기자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다니.”“이 비서, 차 돌려.”“그럴 필요 없어요!”세나는 급히 말렸다.“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잠시 외부에서 머무르다 이곳 경비와 보안팀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괜찮아요, 저는 다른 방법으로 들어갈게요.”“부 대표님, 오늘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그 말을 남기고, 세나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뒷좌석에 앉은 이경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방금 들어 올리려던 긴 손가락은 공기를 휘저으며 천천히 가죽 시트 위로 내려갔다.진구가 말했다. “부 대표님, 이곳도 꽤 괜찮은 고급 주택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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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TV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발뺌할 거야? 그동안 그 많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건 모두 이런 수단을 사용한 덕분인가 보네.”“아들아, 저 여우 같은 여자의 진짜 모습을 똑똑히 봐!”장화숙의 모욕적인 말은 마치 벼락처럼 세나의 머릿속을 강하게 때렸다.“새언니도 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우리 오빠가 평소에 새언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일을 해서 우리 전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우리 오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해?”전설아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세나는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거야? 기자들이 집 앞까지 몰려왔잖아. 부이경이 D시에서 유명하지 않았다면, 우리 오빠는 계속 속고만 있었을 거야!”세나는 설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설아는 자신이 부잣집 딸이라는 자부심이 강했고, 세나 같은 평범한 가정 출신의 여자가 자신과 동등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이번에 세나의 약점을 잡았으니, 비웃을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세나는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설아의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세나의 남편인 전성빈은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비난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성빈은 찌푸린 채 말했다. “이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나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할 문제야.”“설명이라면, 내가 부 대표의 회사와 계약을 따냈다는 거야.”세나는 가방에서 이경의 서명이 담긴 계약서를 꺼냈다. “만약 내가 그런 방식으로 계약을 따냈다고 생각한다면, 이 계약서를 찢어도 좋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나는 계약서를 찢으려는 동작을 했다.곧 성빈은 계약서를 낚아채며 급하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그 순간, 세나의 마음은 무너졌다.성빈의 눈에는, 그녀보다 이 계약서가 더 중요했다. 세나가 이 계약을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더 소중했다.그때 설아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것 좀 봐!”TV 방송 화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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