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반전 로맨스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0 챕터

제21화

주위를 살펴보더니 민아는 마침내 유혹에 넘어갔다.아픔도 사라진 채 바로 시계를 덥석 잡았다.시계를 뒤집어 확인해 보더니 민아는 순간 놀란 나머지 숨이 멈추는 것만 같았다.지난번 민우가 차고 있던 시계와 같은 브랜드로 그 시계보다 값이 더 어마어마했으니 말이다.전 세계적으로 딱 10개만 출시되었고 뒤쪽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한 마디로 실거래가 없는 시계라는 것이다.이렇게 비싼 시계를 탁자 위에 함부로 놓다니... 부자인 건 알겠으나 가늠이 되지 않았다.욕망이 불타오른 민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시계를 자기 손목에 ‘착’ 감겼다.여러 각도로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심취한 모습을 드러냈다.하도 깊이 심취되어 있어서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누구야?”민우는 자기 사무실에 갑자기 나타난 민아를 보고서 바로 다가가 손목을 잡아당겼다.이윽고 그 시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는데,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바로 지금 민우의 눈빛일 것이다.“이 시계는...”대경실색한 민아는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도... 도 대표님... 저 아파요.”민우는 바로 날카로운 두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다.“누구시죠?”“저 기억 나지 않으세요?”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민아가 물었다.큰돈을 들여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한 민아의 얼굴이다.민아와 같은 미인을 보고서 넋이 나가지 않은 남자는 없을 것이다.따라서 민아를 한 번 본 남자들은 모두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말이다.하지만 지금 민우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눈빛이다.민아의 뜻을 오해한 민우는 눈살을 더욱더 세게 찌푸렸다.“그 날밤... 그쪽이었어요?”‘그 날밤? 무슨 밤?’민아는 시계를 보고 탁자 위의 손수건을 보더니 머릿속의 불현듯 무엇인가 스치는 것만 같았다.익숙한 손수건이었으니 말이다.인플루언서로서 민아는 자주 광고주의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가하곤 했었다.이 손수건은 그전에 참가하였었던 행사에서 받은 선물과 똑같았다.‘내가 로희한테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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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마음을 졸이면서 민아는 애써 덤덤한 척했다.“도 대표님도 알다시피 저 그날 밤에 도 대표님이랑 그런 일이... 있었잖아요. 그때 마침 감기도 걸렸었고 그런 상황에서 목소리가 좀 달라지는 것도 정상이 아닌가요?”수줍어하는 모습으로 민아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저 그날... 처음이라... 너무 아팠어요...”그 말을 듣고서 민우는 살짝 흔들렸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민우는 침대 시트를 유심히 살펴보았고, 한 곳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말인즉, 처음 겪는 일이 맞다는 뜻이었다. 민아는 제법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었지만, 민우의 표정에는 여전히 믿기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차가운 목소리로 이상한 요구까지 덧붙이면서 말이다.“그럼, 그날 그 목소리로 뭐라도 해봐요.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래요.”순간 민아는 얼어붙고 말았다.이윽고 민우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어도 그래도 80% 정도는 나오지 않겠어요?” 지금 민우의 눈빛은 차갑고 위험했다. 민아가 감히 입을 열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쫓아내 버릴 듯한 기세였다. 쉴 새 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민아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그럼요.”가볍게 대답하고서 민아는 속으로 당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로희가 성우로 온라인에서 인기를 받고 있을 때 민아는 질투심에 로희를 일부러 모방한 적이 있었다.19금 댄스를 선보이면서 어렵게 팔로우를 받아낸 자기보다 단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팬이 많았던 로희가 무척이나 눈꼴사나웠다.민아는 로희에게 성우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는데, 물론 바보 같은 로희가 아주 적극적으로 발성을 도와줬었다.로희의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 맞았다.민아가 아무리 배우고 연습을 해보아도 그냥 얼버무릴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그날 밤에 전 이랬어요.”민아는 목을 가다듬으며 발성 방식을 조절하여 로희의 목소리를 흉내며 말했다.“도 대표님, 이 목소리 맞으세요?”달콤한 목소리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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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그 소리에 민우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해서는 안 될 짓을 한 사람처럼 민아를 옆에 있는 휴게실로 밀어 넣었다.“들어가 있어요. 소리 내지 말고요.”민아 역시 가슴이 찔리고 있었다. 로희에게 모든 걸 들키게 될까 봐.의문을 제기하지도 않고 바로 민우의 말대로 아주 순순히 휴게실로 들어가 있었다.벽에 등을 꼭 대고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들어와.”“도 대표님, 이제 막 수정한 계획서입니다.” 로희는 서류를 건네며 탁자 위를 몰래 흘깃 살펴보았다. 손수건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속에 있던 시계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로희는 다시 한번 민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민우는 차가운 얼굴로 아무런 변화 없이 평온해 보였다. 마치 시계를 찾았다고 해도 그에게 전혀 영향이 없는 것처럼. 로희는 순간 홀가분해야 할지, 실망해야 할지 모를 감정에 휩싸였다. 그래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계의 행방에 대해 더는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제 민우에게 들킬까 봐 마음 졸일 필요도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멀어, 애써 좁히려 해도 결코 좁혀지지 않을 거리일 것이다. 민우는 겉으로는 무척이나 덤덤해 보였지만, 속은 엉망진창이었다. 서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저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넘기며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이렇게 진행하면 돼.”가기 전에 로희는 지금 회사 어딘가에 있을 민아를 떠올리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리 얘기하기로 했다.“도 대표님, 다른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민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기억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친구 민...”로희가 한창 말하고 있을 때 휴게실에서 ‘쿵’하고 소리가 들려왔다.‘휴게실에 누가 있는 거야?’‘이 시간에 도민우의 개인 휴게실에 있다고?’로희는 궁금한 마음에 발꿈치까지 들면서 휴게실 쪽으로 바라보았는데, 문틈 사이에 끼인 치맛자락이 보였다.휴게실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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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로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대표실에서 나왔다.묵묵히 사무실 의자에 기댄 민우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도 대표님.”그때 민아가 휴게실에서 슬금슬금 나오면서 미안해하면서 말했다.“죄... 죄송해요. 치맛자락이 문에 끼어서 그만 소리를 낸 거였어요...”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거였다.지난번 만남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민우를 보고서 앞으로 영원히 떠올리지 않았으면 했다.가능한 한 자기와 로희를 함께 엮여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다.차가운 눈빛으로 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보고서 민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숨 막히는 침묵이 흐르고 나서 그는 수표 한 장을 적어 건네주었다.“그날 일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조사해 볼게요. 이건...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요.”“보상 같은 거 필요 없어요.”민아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제가 언플루언서로 큰 인기를 받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 실력으로 깨끗한 돈을 벌고 있어요. 전... 몸이나 파는 그러 여자 아니에요.” 큰 치욕을 당한 듯, 민아는 애써 반듯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다. 16억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어떤 수를 써서 띠동갑인 남자와 한 달을 보내도 절대 벌 수 없는 돈이었다. 하지만 16억은 HSH그룹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지금 민우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 가격만 해도 그 10배나 되었다. 야망을 깊이 감춘 민아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민우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비웃듯이 비아냥거렸다.“돈 말고 원하는 게 뭐죠? 가질 수 없는 건 애초부터 생각조차 하지 말아요. 그냥 줄 때 받는 게 좋을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요.”“싫다고요! 원하는 거 없어요!”“시계 돌려주려고 찾아온 거라고 제가 몇 번이나 말해요. 저 도 대표님 좋아해요. 하지만 저한테도 존엄이라는 것이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 절대 민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만 가 볼게요.”민아는 시계를 풀면서 바로 가서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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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 여자... 설마 네 친구야?”미정은 놀라워 마지 못했다.“설마 여자 친구는 아니겠지? 얌전한 고양이 부뚝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너 아주 돈 많은 여자 꼬셔서 팔자 폈겠어. 앞으로 나 잊으면 안 된다.”“돈 많은 여자?”로희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 아니야?”민아가 언플루언서인건 사실이나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더 많다.때론 돈이 부족할 때 자기한테 손을 내밀기도 하기 때문이다.“C 브랜드 선글라스에 핑크색 재킷 입지 않았어? 엄청 예쁘고 세련되어 보이던데.”“밥 다 먹고 돌아오는 길에 봤어. 네 친구 벤츠 G 클래스 타고 멀리 가는 거.”“차 번호판도 심상치 않았는데, 내 말이 아니라는 거야?”그 말을 듣고서 로희는 더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모에 대한 설명은 맞으나 벤츠 G 클래스에 올랐다는 건... 외제차를 타고 떠났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의문을 가득 품은 채 로희는 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민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로희는 또다시 민아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그 역시 답장하지 않았다.‘어떻게 된 일이지?’‘언플루언서 쪽도 꽤 복잡하다고 하던데... 설마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민아는 메시지를 보았으나 답장을 하고 싶지 않아서 무시해 버렸다.지금 민아는 흥분한 채로 벤츠 G 클래스 뒷좌석에 앉아서 셀카만 찍고 있다.무심코 벤츠 G 클래스 내부의 력셔리한 장식까지 셀카 배경으로 삼았다.이윽고 보정을 마친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올리자마자 네티즌들은 벤츠 G 클래스 가격부터 알아냈다.댓글에는 온통 민아가 부럽다는 ‘호평’뿐이었다.허영심이 제대로 부풀어 오른 민아는 운전기사에게 회사까지 바래다 달라고 했다.인플루언서 회사는 본래 서로 물어뜯는 것을 좋아한다.벤츠 G 클래스에서 내린 민아의 모습이 불과 1초 만에 전 회사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회사로 들어서자마자 많은 이들이 다가와 아첨을 떨었다.민아의 라이벌마저도 다가와서 질투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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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아니요. 푹 자고 있었어요.”로희는 어슴푸레 두 눈을 뜨면서 말했다.“벨 소리에 마지못해 깨어난 거예요.”[유 비서, 그렇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고승준은 마치 웃음보라도 터뜨린 듯이 한참을 웃고 나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너희 도 대표님 오늘 좀 많이 드셨어요. 여기로 와서 유 비서가 좀 챙겨줘야 할 것 같아요.]로희는 포기한 상태로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래! 받은 만큼 일하자!’개인 비서의 월급이 괜히 높은 게 아니었다.승준이 보내준 주소대로 로희는 바로 달려갔다.목적지에 이른 로희는 도착했다면서 승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무리 기다렸고 소식이 없었고 로희는 묵묵히 복도에서 기다렸다.바로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민아야, 왜 인제야 전화 받는 거야!”“너 어디로 간 거야?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회사 동료 말로는 네가 벤츠 G 클래스에 올라탔다고 하던데... 어떻게 된 일이야?”[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급히 간 거야.]민아는 눈을 깜빡이면서 다른 질문에 대답했다.[그 차는... 나 좋다고 하는 남자 차야.]“남자?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신경 쓰지 마.”민아는 계속 추궁할 생각이었다.[근데 넌 왜 아직도 안 자고 뭐 하는 거야?]“잘 자고 있었는데 전화 한 통에 깨어났어. 우리 대표님 픽업하러 왔어.”로희는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말했다.“넌 왜 아직도 자지 않는 거야?”[일이 좀 바빠서.]민아는 입술을 사리물고서 조심스럽게 떠보았다.[너 혼자서 도민우 데리러 간 거야? 늦은 시간에 남녀 단둘이라... 좀 위험하지 않겠어? 로희야, 너 도민우랑 자주 따로 단둘이 있어?]“민아야, 너 잊었어? 나 지금 남자잖아. 모든 사람이 나를 남자로 보고 있어.”“그리고 개인 비서라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어. 근데 백 실장이 하도 능력 만렙이라 가끔가다가 이런 상황이 있는 거야. 근데 그건 왜 묻는 거야?”그러자 민아는 농담하는 듯이 물었다.[맨날 도민우 곁에 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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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 없어...’ 로희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생각을 단호하게 부정해 버렸다. 민아와 민우가 얽힐 리 없다고, 그저 그런 관계일 리는 더더욱 없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하물며, 수도에서는 벤츠 G 클래스를 흔히 볼 수 있는 일 아닌가. 차 번호판이 유독 드물기는 하지만, 작정하고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모든 건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로희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유 비서님?”집사가 그녀를 불렀다.그 소리에 로희는 그제야 한참이나 멍때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민우를 부축한 채로 활짝 열린 엘리베이터 문을 보고서도 들어서지 않았으니 말이다.민우 역시 눈을 떴는데, 어두운 얼굴로 로희를 뚫어지게 바라만 보았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로희였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채 민우를 부축하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윽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해명까지 덧붙였다.“죄송합니다. 눈에 익은 벤츠라 잠깐 정신이 팔렸습니다.” 집사는 계속해서 의아해했다. 아무리 봐도 낯익은 차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 차는 민우의 할아버지인 도태현이 선물로 준 것이기 때문이다.이곳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찾아본다고 하더라도 절대 두 번째 ‘차’는 없을 것이다.딱 한 대뿐인 그 차를 민우가 소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로희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면 상류층과 어울릴 사람은 결코 아니다. 즉, 이런 차를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다는 얘기였다.엘리베이터는 곧 도착했고, 집사는 의문을 떨친 채 가정부들에게 지시했다.민우를 소파까지 안전하게 모시고 온 로희는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도 대표님, 저 이만 가봐도 되겠습니까?”민우는 계속 로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검은 눈동자 뒤에 숨어 있는 그의 감정이 무엇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로희만 안절부절하고 애간장이 타들어 가는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민우는 그만 시선을 돌리면서 덤덤하게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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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사 대표인 도민우였다. 밖으로 나와 배웅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떠날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그를 보며 로희는 어쩔 줄 몰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머뭇거리며 차 문을 당겼지만 열리지 않았다. 어느새 민우의 커다란 손이 차창을 짚고, 로희를 자신과 차창 사이에 가둔 것이었다. 민우는 조용히 로희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로희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겨우 입을 떼며 말을 꺼냈다.“도 대표님?”민우는 또다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보기만 했다.한참 지나서 갑자기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별로야? 대답해.”그는 로희가 대답을 듣지 않으면 절대 보내주지 않으려는 뉘앙스였다.‘취한 게 맞았네.’로희는 어쩔 수 없이 달아오른 얼굴로 나지막이 대답했다.“아니요. 도 대표님 엄청나십니다.”사무적인 능력이든 아니면 그쪽으로의 능력이든 모두 친히 체험한 바가 있기에 진실된 리뷰였다.‘근데 왜 날 싫어하는 거야?’‘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몹시 언짢아진 민우는 무심결에 살짝 벌어진 로희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잠결에 서둘러 나오느라 로희는 평소 쓰던 촌스러운 안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맑고 예쁜 눈망울과 촉촉한 눈빛이 고스란히 민우를 향했다. 작고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살짝 내민 혀끝은 민우에게 마치 ‘유혹’ 하는 것처럼 보였다. 민우는 갑자기 갈증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로희의 입술이 얼마나 달콤하고 부드러운지 이미 알고 있는 민우는 마치 홀린 듯, 천천히 로희의 입가에 입술을 댔다.예기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란 로희는 민우를 밀어내며 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곧바로 민우의 갈증 가득한 입술에 의해 그 소리는 막혀 버렸다. 술에 취해 거칠어진 그의 입맞춤은 거침없었고, 욕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채로 로희를 단단히 끌어안아 숨 쉴 틈도 주지 않았다.점점 숨이 막히기 시작한 로희는 다리까지 후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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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서로에게 깊이 빠져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로희의 가슴 쪽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깜짝 놀란 로희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온 힘을 다해 민우를 밀쳐냈다.이윽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했다. 로희에게 밀려난 민우는 잠시 휘청거렸지만, 화를 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로희의 몸에 닿았던 바로 그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그 모습을 본 로희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어... 어떻게 손을 넣어서... 만질 수가 있지...?' 하필 오늘은 서둘러 나오느라 가슴을 천으로 단단히 동여매는 것도 깜빡했던 것이다. 다행히 오버사이즈 옷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창피하고 어쩔 줄 몰랐다.“늦었어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로희는 민우의 얼굴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타 도망치듯 떠나려고 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우는 도망가는 로희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네. 유 비서, 몸매가 좋네.”민우는 로희에게 이런 화끈한 몸매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표정이었다.로희는 그저 땅속으로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각이 멈춰버리고, 온몸이 화끈 달아올라 오로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시동을 걸고 떠날 수 있었다.자신이 전에도 민우를 ‘정직한 남자'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도 결국...‘도민우도 정말 치사해!!'...이튿날 로희는 출근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 그때 임달미가 사무실 앞에서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도 대표님께 중시를 받는다고 점점 게으름 피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거들먹거리며 게으름 부리는 곳이 아니에요.”간신히 지각을 면한 로희는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술 마셨으면 그냥 곱게 자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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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동료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로희는 민우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야, 로희는 민우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조심스레 물었다.“도 대표님, 지시하실 일이 있습니까?”민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눈빛으로 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그리고 다크서클은 왜 이렇게 심해? 잠을 못 잤어?”‘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로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민우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로희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압도된 로희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도 대표님, 뭘... 뭘 보시는 거예요?”민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유 비서, 오늘 꽤 말라 보이네?”그 말에 로희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이거 말하려고 부른 거야?’민우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유 비서, 어제 일부러 그런 거였어?”그 말에, 방금까지 붉게 달아올랐던 로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잠결에 급히 나가느라 가슴을 천으로 단단히 동여매지 않은 건데, 마치 자기를 유혹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는 뜻으로 들렸다.‘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이는 거야?’‘하긴... 그날 내가 술기운에 도민우한테 안겨서 그랬으니...’‘유로희, 너 정말 구려!’순간 코끝이 시려오면서 로희는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하지만 민우는 그런 로희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녀가 수줍어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어느새 로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민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만졌다.로희는 마치 뜨거운 것에 데기라도 한 듯 급히 뒤로 물러났다.“도 대표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민우의 손은 그대로 멈춰 얼어붙고,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도 대표님, 지금 무슨 오해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분수에 넘치는 마음을 품은 적 없습니다.”로희는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며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몸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대표님에 대해서 전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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