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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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겨울의 밤은 일찍 찾아왔기에, 7시도 안 되자, 도로 양쪽의 가로등이 줄지어 켜지더니 쓸쓸한 밤에 따뜻함을 더했다.지하철역에서 서비대학교까지 가는 길에 상업거리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각종 노점이 있어 별의별 물건을 다 팔았다.정은은 다리를 건널 때, 멀지 않은 곳에서 군고구마를 파는 노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바람 때문에 약간 아픈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돌려 재석에게 말했다.“여기서 나 좀 기다려요.”재석은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고, 2분 후에 정은은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두 개를 들고 돌아왔다.“자요.”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쪼개자, 김이 모락모락 났다. 한 입 먹으니 무척 달콤했지만,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델 뻔했다. 정은은 군고구마를 손에 넣고 호호 불었고, 또 조금씩 먹으며 단맛을 본 후, 미소를 활짝 지었다.정은은 고개를 돌려 재석에게 물었다.“선배님의 군고구마는 달아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렇게 단 군고구마는 처음이었다.정은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흠, 나도 운이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매번 고른 고구마가 엄청 달거든요.”재석은 정은의 미소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구부리더니, 눈빛에도 웃음이 넘쳤다.두 사람이 집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7시였다.문을 열자, 방안의 따뜻한 온도에 정은은 온몸이 나른해졌다. 그녀는 책과 펜을 서재로 가져갔다.탁자 위에는 여러 권의 엇갈린 책이 널려 있었는데, 정은은 하나하나 책꽂이에 꽂은 다음, 그중 한 권이 지난주 재석이 빌려준 전문서적인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책을 들고 옆집 문을 두드렸다.재석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때 그는 마침 욕실에서 나왔는데, 머리카락이 아직 젖어 있었지만, 노크 소리에 재석은 얼른 가서 문을 열었다.“이건 선배님이 지난주에 빌려준 독일어 원판이에요. 돌려준다는 것을 깜박했네요.”은은한 박하 향기가 코끝을 맴돌자, 정은은 왠지 모르게 긴장되었다.재석은 책을 받았는데, 위에 메모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한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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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토요일 날씨는 아주 좋았다.따뜻한 햇빛이 두꺼운 구름을 뚫었고, 정은은 조깅을 할 때 땀을 약간 흘렸다. 집에 가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그녀는 미리 산 약을 들고 택시를 타고 오미선의 집에 갔다.“교수님, 이 약들은 모두 하루에 세 번 마셔야 해요.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냉장고에 넣을 필요가 없으니까, 마실 때 살짝 데우시면 돼요.”오미선은 두려운 게 없었지만,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한약의 냄새였다. 맛은 더럽게 없을 뿐만 아니라 냄새까지 매우 고약했다. 그녀는 시커먼 약즙을 보며 묵묵히 거리를 두었고,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꼭 마셔야 해?”“그럼요.”정은이 말했다.“전 이미 이모님에게 하루에 세 번 꼭 교수님을 잘 감시하라고 했어요. 절대로 잊으면 안 돼요.”오미선은 시무룩해졌다.“그래, 알았어.”그녀는 학생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오미선을 보며, 정은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약은 엄청 쓰지만, 제가 특별히 빈대떡을 사왔어요. 매번 약을 드신 때, 빈대떡 한 조각을 드시면 그렇게 쓰지 않을 거예요.”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거지상을 하던 오미선은 바로 웃음을 지었다.“그럼 그렇지.”잡담을 나누다, 오미선은 본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내년에 서비대학교 생물학원은 실험팀을 설립할 의향이 있어. 이미 세 사람을 정했지만, 아직 나머지 두 명이 남은 상태야.”“거기에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는 성적 및 각 과목의 종합 평균점이 모두 우수여야 하고, 둘째는 실험 점수가 반드시 두 번 또는 두 번 그 이상의 A를 받아야 해.”실험팀의 조건이 이렇게 엄격한 것을 보자, 정은은 좀 놀랐다.오미선은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설명했다.“이 실험팀에 들어가면 기말에 가산점이 있어. 우수 팀원은 졸업한 후, 직접 박사 과정을 시작할 수 있고. 아니면 썬바이오 테크놀로지 연구개발회사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실험실에 가입할 수 있어.”썬바이오 테크놀로지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존재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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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정은도 오미선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잘 알고 있었다.“안심하세요. 저는 꼭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예요.”...집에 돌아오자, 정은은 가져온 자료를 훑어보기 시작했다.석사 과정에 비해, 이 과제는 구체적인 실험 및 연구성과와 관련된 동시에 또 실험경험에 대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다.그렇게 정신없이 읽어보다가, 이미 새벽이 다 되었다.정은은 피곤한 두 눈을 비비며 자려고 누웠는데, 침대에 눕자마자 누군가 미친 듯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소정은- 문 열어! 네가 안에 있다는 거 다 알아!”거실과 침실을 사이에 두고도 강도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정은의 귀로 전해졌다.“쾅쾅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지난번 별장에서 하마터면 성추행을 당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입술이 창백해졌고, 이불을 잡고 있는 손에도 힘을 주었다.“소정은-”“문 열어--”“정은아-”정은은 귀를 막으며, 남자가 이대로 단념하고 떠나기를 바랐다.그러나 5분이 지나도 도겸은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정은이 열지 않으면 평생 부수려는 기세였다.오래된 아파트는 방음이 잘 안됐고, 또 한밤중에 소란을 피웠으니 이웃들의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누구야, 한밤중에 시끄러워죽겠네. 잠 좀 자자!”“어느 미친개가 밤에 짖어대는 거야?”“더 이상 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정은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신고 문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강도겸,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정은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네가 집에 있을 줄 알았어.”“그래서?!”“문 열어, 빨리.”“왜? 당신이 누군데?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냐고 당신이!”도겸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그럼 계속 문을 두드릴게.”“당신--”“두드린다.”결국 정은은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도겸은 이 기회를 틈타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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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도겸은 멍해졌다.“너...”정은은 그날 별장에서 발생한 일을 떠올리며, 도겸을 바라보는 눈빛은 두려움과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가까이 오지 마! 나한테서 떨어져!”“정은아...”도겸은 가슴이 아팠다.“그날, 난...”“그만해! 이제 가봐, 우리 사이에 할 말이 더 이상 없으니까.”“정은아...”도겸은 눈시울을 붉힌 채 뻣뻣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우리 그만 화해하자, 응? 내가 잘못했어... 난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그런 일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어...”“나, 난 그냥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서 저도 모르게...”“이번에 이렇게 찾아온 것도, 널 데리고 돌아가고 싶어서 그런 거야...”“돌아간다고?” 정은은 차갑게 눈을 들었다.“돌아가서 뭐 하려고? 내가 당신들 사이에 끼어들라는 거야?”“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난 즉시 서연희와 헤어질 거야.”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싫어.”“정은아...”도겸은 다시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정은은 재빨리 침실로 달려가 문을 쾅 닫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밖에 점차 인기척이 없어졌고, 그녀는 그제야 나와서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도겸이 벽에 기댄 채 잠들었을 줄이야...해가 금방 떠오르자, 햇빛은 유리창을 뚫고 부드럽게 실내로 쏟아졌다.소파에서 웅크리고 있던 도겸은 살짝 움직이더니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현기증이 밀려왔고,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현기증이 좀 사라진 후에야 도겸은 일어나서 앉았고, 미간을 비비며 사방을 둘러보았다.낯선 환경에 좁은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깔끔했다. 그러나 도겸에게 있어, 이곳은 여전히 초라하고 비좁았다.정은이 침실에서 나왔다.도겸은 눈을 들자, 맑고 차가운 검은 눈동자를 마주했다.“정은아?”정은은 의자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역시... 술에 취하지 않으면, 강도겸은 결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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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마음속에 아직 정은 누나가 있으면서, 왜 굳이 딴 여자를 찾은 거냐고? 이것 봐, 쯧쯧!’...어제 도겸이 다녀간 후, 정은의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그녀는 대청소를 했다. 시간도 늦은 것 같아, 정은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문제를 풀며 오늘의 복습을 했다.저녁에 그녀는 김밥 두 개를 말았는데, 다 먹지 못했고 많이 남았다. 주방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저녁 8시가 다 되었다.정은은 문제를 좀 더 푼 다음, 자려고 했다. 알람을 맞추자마자 갑자기 핸드폰에 알람이 들어왔다. 누군가 그녀의 톡 친구를 추가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현빈이었다.정은은 눈을 깜박였다.‘이 사람은 왜 날 추가하려는 거지?’‘비록 강도겸의 절친이지만, 우린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닌데...’두 사람은 여러 번 같은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거의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생각에 잠긴 정은은 현빈에게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추가했다.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마치 실수로 친구 신청을 잘못 누른 것 같았다.정은은 영문을 몰랐지만,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핸드폰을 한쪽에 놓은 다음, 그녀는 계속 문제를 풀었다....술집에서, 현빈은 핸드폰을 거두며 방금 도겸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선우를 바라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집까지 데려다줬어?”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빨리 도망가서 다행이에요. 도겸 형 어머니랑 부딪치면 정말 큰 일인데.”요 며칠 서영숙은 별장에 자주 찾아갔기에, 운이 좋지 않아 그녀에게 붙잡힌다면, 이것저것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참, 전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난 거예요?”현빈은 술잔에 든 브랜디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일 다 끝냈거든.”“참!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어요!” 선우는 얼른 술잔을 내려놓았다.“뭔데?”“정은 누나 말이에요, 석사 입학시험 다 마쳤겠죠?”“그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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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말을 마치자, 선우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은 누나, 요즘 잘 지내고 있었어요? 내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그의 설명을 들은 후, 정은은 침묵에 빠졌다.선우는 그녀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즉시 자신만만하게 맹세했다.“정은 누나, 안심해요. 이번에는 내가 밥 사는 거니까, 우리끼리 만나는 것뿐이에요. 난 절대로 도겸 형 부르지 않을 거예요.”[그래.]정은은 그제야 동의했다.전화를 끊자, 선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때 가서 두 사람이 ‘공교롭게’ 만났다면, 이건 그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이때 현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도겸에게 말할게.”“그래요, 그럼 이렇게 정한 걸로 해요!”선우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만약 성공적으로 화해를 한다면, 내가 바로 큰 공을 세운 공신이지.’...햇빛이 맑고 화창한 날씨에, 선우는 미리 스프리암의 자리를 예약했다.전에 그들은 늘 이곳에 와서 밥을 먹었기에, 이름만 말하면 정은은 바로 찾아올 수 있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정은은 선우가 웃으며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웨이터가 그녀를 안내했고, 정은은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은 누나, 석사 입학시험이 끝났다고 해서요. 축하해요.”“나 방금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서 주문했는데, 이따가 우리 같이 한잔 마셔요!”선우는 도겸처럼 가문이 그렇게 잘나가는 편이 아니었지만, 사람은 없지만, 성격은 명문가 도련님 중 가장 좋았다. 그는 전에도 정은을 몇 차례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두 사람도 이렇게 조금씩 친해진 것이었다.“고마워. 나도 줄곧 네가 날 도와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어.”선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 정말 서운해요! 우리 사이에 감사하는 무슨.”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자, 음식이 차례대로 올라왔다.“선우야? 너도 여기에 있었어?” 나지막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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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현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러니까 생물학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응용생명과학은 구체적인 실천인 거지. 생물정보학은 컴퓨터 방향에 치우쳐 응용수학, 정보학, 통계학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생물학 문제를 연구하는 건가?”정은은 현빈을 바라보는 눈빛이 저도 모르게 달라졌다.“아주 정확해요.”“그래?” 현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네가 해석을 잘해서 그래, 난 단지 총결을 해서 더 알기 쉬운 단어로 설명을 한 거지.”정은은 자기도 모르게 맞은편의 남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기억 속에서, 현빈은 레스토랑 아니면 술집 또는 어떤 클럽에 자주 나타났는데, 그야말로 플레이보이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생물학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니.‘정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구나.’정은은 도겸과 6년을 함께 했지만, 그는 심지어 정은의 전공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으니, 이 방면의 화제에 대해 얘기할 리도 없었다.그들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모이거나, 별장 침실의 큰 침대에서 뒹굴었다.그래서 현빈이 그녀가 익숙한 전문적인 단어를 말할 때, 정은을 나름 의외였다. 옆에 앉은 선우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 낯선 단어들을 들으면서 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렇게 겨우 밥을 다 먹은 다음, 선우는 가장 먼저 일어나서 계산하러 갔다.현빈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 고개를 돌리자, 정은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니, 그의 눈빛도 점점 그윽해졌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빈은 핸드폰을 확인했다.“선우는 임시로 일이 좀 생겼다고 하네. 정은 씨를 대신 데려다주라고 부탁했어.”정은은 손목시계를 보았는데,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택시를 타고 가면 되니까요.”“신사로서 어떻게 식사를 한 후에 여인이 혼자 집에 가게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나도 남의 부탁을 받고 움직이는 거라서.”정은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럼... 부탁할게요.”“내 영광이지.”두 사람이 레스토랑을 나서자, 현빈은 정은의 장갑을 받으며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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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외남정 거리를 지날 때, 수천수만 개의 드론이 공중에 날아올라, 가지런하고 질서 있게 각종 모양으로 변환하고 있었다.이것은 드론 공연이었다. 공연 시간은 불과 십여 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비용은 수십억이었다.현장에 와서 구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현빈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침 좋은 관람 위치였다. 그리하여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며 앞의 드론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정은은 현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현란한 드론 공연에 매료되었다.“여기 총 몇 대의 드론이 있을 것 같아?”“이걸 어떻게 맞혀요?”“당연히 추측할 수 있지.”“모르겠어요.”“음...”현빈은 잠시 멈추었다.“1,000대 정도 될걸.”“그걸 어떻게 알고요?”“프러포즈할 때, 두 사람이 사귄 지 1,000일에 고백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아?”다음 순간, 정은은 드론이 밤하늘에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문장으로 변환된 것을 발견하였다.“프러포즈인 줄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현빈은 그녀에게 전방의 전망대를 보라고 했다. 정장 차림을 한 남자는 이미 장미꽃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대단해요.” 정은은 칭찬했다.예전에 정은은 현빈이 무식한 재벌 집 도련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녀의 인상을 완전히 깨뜨렸다.현빈은 전문적이고 세밀하며 또 세심하게 관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방금 식탁에서 한담을 나눌 때, 정은의 전공을 언급할 때마다, 현빈은 썬바이오의 주식 파동에 대해 말했고, 짧디짧은 두 마디에 그녀는 그가 금융계를 휘젓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자세히 돌이켜보면, 강도겸의 친구들은 모두 도겸의 성질을 받아주었지만, 돈을 버는 능력은 하나도 딸리지 않았다.재벌들의 세상은 정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래서 빨리 빠져나와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요 앞이 바로 우리 집이에요. 데려다줘서 고마워요.”현빈의 차는 골목에 세울 수밖에 없었기에, 정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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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고작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표정이 싸늘해졌다.“호기심이 사람 잡는다는 거 몰라?”[미안해요.]“돈을 받았으면 이제 그 입 다물어.”...집에 돌아온 정은은 샤워를 한 다음, 자기 전에 논문 두 개를 더 보려고 했다.자리에 앉자마자, 현빈의 톡이 들어왔다.[장갑을 내 차에 두고 갔는데.]이어 상대방은 장갑 한 켤레의 사진을 보내왔다. 정은이 오늘 낀 그 장갑이었다.정은은 그제야 금방 차에 올라탔을 때, 안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장갑을 벗은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현빈이 받은 다음 한쪽에 놓았다.그녀는 떠날 때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언제 장갑 주면 되지?]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했다.[주소 좀 보내주면 안 될까요? 내가 사람 시켜서 가지러 가라고 할게요.][내가 사는 동네는 배달이나 택배가 안에 들어올 수 없는데.][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시간 내서 같이 커피 한잔하는 건 어때? 그때 가서 장갑을 정은 씨에게 돌려줄게. 최근에 나도 서비대학교에서 MBA를 연수하고 있어서. 마침 정은 씨도 서비대학교의 학부생이었잖아. 만약 괜찮다면, 날 데리고 학교도 좀 구경할 겸 말이야.]만약 상대방이 단순히 장갑을 돌려주거나, 그녀에게 밥을 사주려 했다면, 정은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현빈과의 관계가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방이 지금 부탁을 하고 있는 데다, 장갑을 잃은 것은 또 확실히 그녀 자신의 문제였다. 지금 남이 시간을 내서 돌려주는 건 더욱 말이 안 됐으니, 만약 현빈을 도울 수 있다면, 정은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그래요.][나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있는데. 오전 11시, 정은 씨는 어때?]정은은 의견이 없어 OK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약속한 날이 되자, 현빈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카페까지 걸어갔다.카페는 서비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오솔길에 있었다. 사장님은 품위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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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정은은 그라프트지를 들고 함께 서비대학교로 향했다.두 사람은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은은 현빈이 확실히 박식하며 그녀가 어떤 화제를 꺼내든 그는 전부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말투가 침착하고 태도까지 부드럽고 우아하여, 함께 지낼 때 다른 부담이 없었다.한참을 둘러보다가 돌담을 지날 때, 정은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재석은 금방 수업을 마쳤고, 실험실에 가려던 참에 갑자기 고개를 들자, 정은의 웃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또 그녀의 곁에 서 있는 현빈을 보았다.“금방 수업을 끝낸 거예요?”정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에 가려던 참인데, 너는?”“친구 데리고 학교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소개할게요, 선배님, 이분은 심현빈이라고 해요, 그리고 현빈 씨,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이고요.”두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입술을 구부리더니 손을 내밀었다.“조 교수님이셨군요. 이름 많이 들었어요.”재석도 악수를 했다.“만나서 반가워요.”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모두 J시의 명문가였다. 그래서 많든 적든 서로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두 사람 사이에서 은근히 불꽃이 튀었지만, 정은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악수 시간이 좀 너무 긴 거 아니야?’재석은 또 현빈을 힐끗 보더니 먼저 손을 놓았다. “난 먼저 실험실에 가야 해서.”정은은 재석이 떠나는 것을 지켜봤고, 현빈은 생각에 잠긴 듯 정은을 바라보았다.“그 사람과 잘 알고 있는 사이야?”“그럭저럭이에요.”정은은 너무 많이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현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또 현빈의 톡을 받았다.[오늘 학교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별일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부드러운 베개는 어제 금방 말린 것인데, 은은한 비누 향기가 따뜻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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