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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작가: 십일
‘마음속에 아직 정은 누나가 있으면서, 왜 굳이 딴 여자를 찾은 거냐고? 이것 봐, 쯧쯧!’

...

어제 도겸이 다녀간 후, 정은의 집은 엉망진창이 되었기에 그녀는 대청소를 했다.

시간도 늦은 것 같아, 정은은 도서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문제를 풀며 오늘의 복습을 했다.

저녁에 그녀는 김밥 두 개를 말았는데, 다 먹지 못했고 많이 남았다. 주방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은 이미 저녁 8시가 다 되었다.

정은은 문제를 좀 더 푼 다음, 자려고 했다. 알람을 맞추자마자 갑자기 핸드폰에 알람이 들어왔다. 누군가 그녀의 톡 친구를 추가했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현빈이었다.

정은은 눈을 깜박였다.

‘이 사람은 왜 날 추가하려는 거지?’

‘비록 강도겸의 절친이지만, 우린 딱히 친한 사이가 아닌데...’

두 사람은 여러 번 같은 모임에 나간 적이 있었지만, 거의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생각에 잠긴 정은은 현빈에게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를 추가했다.

그러나 30분이 지나도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마치 실수로 친구 신청을 잘못 누른 것 같았다.

정은은 영문을 몰랐지만,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핸드폰을 한쪽에 놓은 다음, 그녀는 계속 문제를 풀었다.

...

술집에서, 현빈은 핸드폰을 거두며 방금 도겸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온 선우를 바라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

“집까지 데려다줬어?”

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빨리 도망가서 다행이에요. 도겸 형 어머니랑 부딪치면 정말 큰 일인데.”

요 며칠 서영숙은 별장에 자주 찾아갔기에, 운이 좋지 않아 그녀에게 붙잡힌다면, 이것저것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참, 전에 몇 번이나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난 거예요?”

현빈은 술잔에 든 브랜디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웃었다.

“일 다 끝냈거든.”

“참!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어요!”

선우는 얼른 술잔을 내려놓았다.

“뭔데?”

“정은 누나 말이에요, 석사 입학시험 다 마쳤겠죠?”

“그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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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치자, 선우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정은 누나, 요즘 잘 지내고 있었어요? 내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그의 설명을 들은 후, 정은은 침묵에 빠졌다.선우는 그녀가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즉시 자신만만하게 맹세했다.“정은 누나, 안심해요. 이번에는 내가 밥 사는 거니까, 우리끼리 만나는 것뿐이에요. 난 절대로 도겸 형 부르지 않을 거예요.”[그래.]정은은 그제야 동의했다.전화를 끊자, 선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때 가서 두 사람이 ‘공교롭게’ 만났다면, 이건 그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이때 현빈이 입을 열었다.“그럼 내가 도겸에게 말할게.”“그래요, 그럼 이렇게 정한 걸로 해요!”선우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만약 성공적으로 화해를 한다면, 내가 바로 큰 공을 세운 공신이지.’...햇빛이 맑고 화창한 날씨에, 선우는 미리 스프리암의 자리를 예약했다.전에 그들은 늘 이곳에 와서 밥을 먹었기에, 이름만 말하면 정은은 바로 찾아올 수 있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정은은 선우가 웃으며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웨이터가 그녀를 안내했고, 정은은 가방을 내려놓은 다음,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은 누나, 석사 입학시험이 끝났다고 해서요. 축하해요.”“나 방금 누나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서 주문했는데, 이따가 우리 같이 한잔 마셔요!”선우는 도겸처럼 가문이 그렇게 잘나가는 편이 아니었지만, 사람은 없지만, 성격은 명문가 도련님 중 가장 좋았다. 그는 전에도 정은을 몇 차례 도와준 적이 있었는데, 두 사람도 이렇게 조금씩 친해진 것이었다.“고마워. 나도 줄곧 네가 날 도와준 것을 기억하고 있었어.”선우는 웃으며 대답했다.“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면 나 정말 서운해요! 우리 사이에 감사하는 무슨.”그가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를 내자, 음식이 차례대로 올라왔다.“선우야? 너도 여기에 있었어?” 나지막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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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러니까 생물학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응용생명과학은 구체적인 실천인 거지. 생물정보학은 컴퓨터 방향에 치우쳐 응용수학, 정보학, 통계학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생물학 문제를 연구하는 건가?”정은은 현빈을 바라보는 눈빛이 저도 모르게 달라졌다.“아주 정확해요.”“그래?” 현빈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네가 해석을 잘해서 그래, 난 단지 총결을 해서 더 알기 쉬운 단어로 설명을 한 거지.”정은은 자기도 모르게 맞은편의 남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기억 속에서, 현빈은 레스토랑 아니면 술집 또는 어떤 클럽에 자주 나타났는데, 그야말로 플레이보이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생물학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니.‘정말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되는구나.’정은은 도겸과 6년을 함께 했지만, 그는 심지어 정은의 전공이 무엇인지조차 몰랐으니, 이 방면의 화제에 대해 얘기할 리도 없었다.그들은 술집에서 친구들과 모이거나, 별장 침실의 큰 침대에서 뒹굴었다.그래서 현빈이 그녀가 익숙한 전문적인 단어를 말할 때, 정은을 나름 의외였다. 옆에 앉은 선우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 낯선 단어들을 들으면서 그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그렇게 겨우 밥을 다 먹은 다음, 선우는 가장 먼저 일어나서 계산하러 갔다.현빈은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 고개를 돌리자, 정은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니, 그의 눈빛도 점점 그윽해졌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빈은 핸드폰을 확인했다.“선우는 임시로 일이 좀 생겼다고 하네. 정은 씨를 대신 데려다주라고 부탁했어.”정은은 손목시계를 보았는데, 확실히 늦은 시간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택시를 타고 가면 되니까요.”“신사로서 어떻게 식사를 한 후에 여인이 혼자 집에 가게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나도 남의 부탁을 받고 움직이는 거라서.”정은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럼... 부탁할게요.”“내 영광이지.”두 사람이 레스토랑을 나서자, 현빈은 정은의 장갑을 받으며 조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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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은 그라프트지를 들고 함께 서비대학교로 향했다.두 사람은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은은 현빈이 확실히 박식하며 그녀가 어떤 화제를 꺼내든 그는 전부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말투가 침착하고 태도까지 부드럽고 우아하여, 함께 지낼 때 다른 부담이 없었다.한참을 둘러보다가 돌담을 지날 때, 정은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재석은 금방 수업을 마쳤고, 실험실에 가려던 참에 갑자기 고개를 들자, 정은의 웃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또 그녀의 곁에 서 있는 현빈을 보았다.“금방 수업을 끝낸 거예요?”정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에 가려던 참인데, 너는?”“친구 데리고 학교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소개할게요, 선배님, 이분은 심현빈이라고 해요, 그리고 현빈 씨,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이고요.”두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입술을 구부리더니 손을 내밀었다.“조 교수님이셨군요. 이름 많이 들었어요.”재석도 악수를 했다.“만나서 반가워요.”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모두 J시의 명문가였다. 그래서 많든 적든 서로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두 사람 사이에서 은근히 불꽃이 튀었지만, 정은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악수 시간이 좀 너무 긴 거 아니야?’재석은 또 현빈을 힐끗 보더니 먼저 손을 놓았다. “난 먼저 실험실에 가야 해서.”정은은 재석이 떠나는 것을 지켜봤고, 현빈은 생각에 잠긴 듯 정은을 바라보았다.“그 사람과 잘 알고 있는 사이야?”“그럭저럭이에요.”정은은 너무 많이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현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또 현빈의 톡을 받았다.[오늘 학교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별일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부드러운 베개는 어제 금방 말린 것인데, 은은한 비누 향기가 따뜻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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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좋은 일이야.”이춘재가 감찬했다.소진헌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이미숙은 그제야 이미윤에게 소진헌을 소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이 사람은 내 남편이야.”“안녕하세요.” 이미윤은 살짝 웃었다. “제부는 정말 잘생기셨고, 재능이 넘쳐나는 것 같네요.”지금 이미윤은 더 이상 까다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지 않았다.소진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예의를 차렸지만, 은근히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숙은 그동안 소진헌과 오랫동안 함께 했기에, 이 말을 듣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녀는 소진헌을 바라보았다.소진헌은 오히려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이미숙애개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자고 표시했다.‘왠지 모르겠지만, 처형이 좀 이상한데... 그리고 불편해’.그래서 소진헌과 너무 다정하게 굴지 않았다.“아빠, 만두를 빚으실 거예요 말 거예요? 어?”정은은 주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그리고 눈빛은 이미윤에게 떨어졌다.이미숙은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은아, 이리 와.”정은은 고분고분 걸어갔다.“언니, 내 딸 정은이야. 정은아, 이분은 네 이모야, 얼른 인사해.”눈이 마주치자, 정은은 이미윤을 잠시 훑어보더니 영리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모.”이미윤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으로 이미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그날 벤츠 매장에서 재석과 함께 있었던 그 여자아이가 아니야?’이미윤은 당시 사진을 찍어 강서원에게 보내기도 했다.강서원에게 재석이 연애를 했냐고 물었지만, 강서원은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얼버무렸다.‘지금 그 태도를 생각해보면, 아들의 여자친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정은을 바라보는 이미윤의 눈빛은 갑자기 의미심장해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애정이 넘쳐나는 말투로 말했다.“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9화

    이미윤은 자료에 있는 주소를 따라 이미숙이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그녀는 철제 대문 밖에 서서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별장을 살펴보았다.동네 밖에서 보기엔 그저 그런 것 같았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의외로 괜찮았다.이미숙이 이런 작은 동네에 와서도 별장에 살고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하...’이미윤은 차갑게 웃었다.‘이미숙은 어릴 때부터 운이 좋았지.’심지어 절에 가면 스님이 두 손을 모아 이미숙은 부귀영화를 누릴 운명이라고 말할 정도였다.그런데 이미윤은 늘 옆에 있어도 마치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이미숙이 있는 곳이라면 이미윤은 무시당했다.정원 너머로 이미윤은 대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문을 연 사람은 소진헌이었다.그는 어르신들의 입맛을 알아보았고,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고 들은 후 만두를 만들고 있었다.반죽을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자 화려한 옷차림에 오만한 표정의 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누굴 찾으세요?”이미숙은 소진헌을 훑어보았다.키도 크고, 생김새도 괜찮지만 스타일이 너무 촌스러워 그저 평범한 중년 남자 같았다.품위가 없고, 매력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소진헌 씨?” 이미윤이 물었다.“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이미윤은 은근히 놀랐다.‘이미숙이 이런 남자와 결혼했다니.’소진헌은 예의상으로 대답했을 뿐, 이미윤이 자신을 그렇게 쳐다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그리고 침묵을 지킬 때, 뒤에서 이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거실에서, 이미윤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이미숙은 뜨거운 물 한 잔을 건넸고, 웃으면서 말했다.“커피랑 차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입맛 여전히 그대로겠지?”오기 전에 이미윤은 이미숙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수십 년의 떠돌이 생활로, 아마 이미숙은 삶에 지쳐 예전의 모습은 남아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혼자 고독하게 지내거나, 평범한 사람과 결혼해 뚱뚱하고 못생기게 됐을지도. 돈이 없으면 원래 아름답던 얼굴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8화

    현빈은 술집을 찾아갔고, 앉자마자 독한 술 몇 병을 따서 한 잔 한 잔 마셨다.그 사이 어떤 여자가 와서 말을 걸었지만 예외 없이 모두 그에게 쫓겨났다.현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술을 마시다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에야 호텔로 돌아왔다.도중에 현빈은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눈을 감으면 정은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는 자신이 왜 항상 한 걸음 늦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전에 현빈은 도겸에게 졌고, 이제 또 이 빌어먹을 사촌 오빠라는 신분 때문에 졌다.‘하나님은 여태껏 날 돌본 적이 없어!’택시에서 내린 현빈은 비틀거리며 호텔로 들어갔다.엘리베이터를 탈 때, 향기로운 냄새가 콧구멍으로 파고들었고, 이어서 부드러운 몸이 달라붙었다. 여인은 일부러 가슴으로 현빈의 팔을 문지르며 대담하게 집적거렸다.그리고 목소리는 더욱 달콤하고 애교가 넘쳤다.“오빠, 왜 혼자서 술을 마신 거예요?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내가 같이 방으로 들어가줄게요...”현빈은 알코올 때문에 평소보다 반응이 좀 느렸지만, 결국 손을 들어 여자를 뿌리쳤다. “꺼져! 날 건드리지 마!”현빈의 혐오스러운 반응은 마치 무슨 몸에 더러운 거라도 묻은 것 같았다.여자는 화가 나서 입을 삐죽거리며 퉤 소리를 질렀다. “네가 뭔데 감히 날 밀어내는 거야?! 술주정뱅이가 누구한테 차였는지, 감히 날 뿌리쳐?!”그녀의 말 한마디가 마침 현빈의 정곡을 찔렀다.현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턱을 살짝 들었는데, 눈빛의 한기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여자는 움츠러들었다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섰다.현빈은 눈을 드리우며 갑자기 정은에 전화를 걸고 싶었다.그러나 핸드폰을 확인하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그는 머뭇거리며 끝내 번호를 누르지 않았다.마침 이때 두 호텔 직원이 지나가다가 현빈이 정말 심하게 취한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와서 물었다.현빈은 룸 카드를 꺼내 자신을 방으로 돌려보내라고 분부했다.한 직원이 그를 부축했고, 다른 한 사람은 룸 카드를 들고 방문을 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7화

    “심 대표님!” 정은은 현빈의 말을 끊으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려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생각하고 나서 다시 말해요.”“너도 알잖아?” 남자는 정은을 자신의 품에 가두며 양손으로 벽을 짚었다.“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요? 지금 우리는 그런 관계로 발전할 수가 없어요...”“무슨 관계?”현빈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말했다. “말해봐, 무슨 관계냐고?”“우린 사촌 오빠와 사촌 동생 사이잖아요.”“너 아직 모르지? 우리 어머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친딸이 아니셔. 즉, 우리는 혈연관계가 없단 말이야!”정은은 잠시 멍해졌다. “혈연이 있든 없든, 우리 사이는 불가능해요.”“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니까.”‘또 이 말이네! 항상 그 말밖에 없어!’현빈은 정은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왜 나를 좋아하면 안 돼? 넌 강도겸과 같은 쓰레기까지 사랑했었잖아. 왜 나는 안 되는 거야? 정은은...”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에게 이렇게 잔인하게 굴지 마, 제발.”냉정함, 이성, 현빈은 그런 것들 다 필요 없었다.그는 어젯밤 다 하지 못한 말을 마저 하며, 정은이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으려 했다.그러나...“그만해요.” 정은은 고개를 돌렸고,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현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잠시 후, 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왜 더 듣지 않는 거야? 왜... 나에게 조금의 기회도 주려 하지 않는 거냐고? 너도 두려운 거지? 우리 사이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 봐.”“아니요.” 정은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냉정했다. “말하지 말라는 이유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예요. 왜냐하면 지금부터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든, 우리는 남매일 뿐이고, 남매로만 지낼 거예요.”말을 마치고, 정은은 남자의 품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했다.현빈은 그대로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 남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6화

    봉수진은 지금 현빈의 조언을 듣고 눈 치료와 몸조리를 꾸준히 해온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그녀의 시력은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그래서 봉수진은 외손녀의 얼굴이 딸과 얼마나 닮았는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이미숙은 정은과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이란 사실에 놀랐다.그래서 정은은 그들의 첫 만남에 대해 이야기했다.이춘재는 감개무량했다. “네 엄마와 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널 찾아다녔어. 국내외를 다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두 번이나 놓쳤다니... 다행히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어.”여기까지 말하자, 봉수진은 정은과 현빈이 더 일찍 만났단 걸 떠올렸다. 이것은 정말 하늘이 정한 인연이었다.“정은은, 말하자면 현빈은 네 사촌 오빠야.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현빈은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얼굴은 굳어 있었고, 표정도 어두웠다.정은은 잠시 멈칫하다가, 곧 반응하며 웃으며 말했다. “오빠.”현빈은 주먹을 꽉 쥐었고,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봉수진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현빈이 조금만 더 눈치가 빠르고 신경을 썼더라면, 우리는 더 일찍 만났을 텐데.”이춘재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현빈과 정은이가 이런 인연을 맺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그래요. 이걸로 충분하죠... 정말.”살아생전에 이미숙을 찾은 것만으로도 이미 다행이었으니 더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말아야 했다.정은은 컵을 들고 미소를 지었고, 현빈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의 여유로움과는 달리, 그의 침묵은 이상할 정도로 깊었다.이미숙은 두 아이의 관계에 대해 놀랐지만, 그보다는 지난 몇 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궁금했다.그녀는 이미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거의 다 떠올렸다.지난번 유보영과의 다툼으로 이마를 다친 이후, 기억들이 점차 떠오르기 시작했다.이춘재와 봉수진을 직접 만나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니, 이미숙의 기억은 마치 퍼즐이 완성된 듯 채워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5화

    정은은 서둘러 소진헌을 달랬다. “엄마가 친부모님을 찾은 건 좋은 일이에요.”이미숙은 과거가 없는 사람이었다.예전에는 뿌리를 찾으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희망을 접었다.때로는 자신을 소설 속 인물에 대입하기도 했다. 비참한 어린 시절, 부모님이 원수에게 암살당한 이야기들...그러나 후에 이미숙은 더 이상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았고,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았다.하지만 정은은 어머니가 가족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소진헌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찾아왔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엄청난 기쁨을 느꼈다. 이미숙을 위한 기쁨.하지만 소진헌은 당장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엄마가 어떤 분인지, 두 분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셨으면서도 모르시겠어요? 겉으로는 부드럽고 온화하지만, 속은 매우 단호하신 분이잖아요.”“한번 결심한 일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실 거예요. 아빠, 그동안 함께한 정을 생각해 보세요. 왜 이렇게 자신이 없으세요? 엄마가 저와 아빠를 버리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떠나실 것 같아요?”소진헌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그래. 우리 사이의 감정이 어떻게 쉽게 사라질 수 있겠어? 게다가 우리에게 정은이라는 딸까지 있잖아!’이렇게 생각하자, 소진헌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일리가 있네. 나도 잠시 생각이 꼬였어...”정은이 말했다. “가요, 우리 같이 들어가요.”“그래.”그렇게 부녀는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소파에 앉아 있는 현빈을 보자, 정은은 완전히 멍해졌다.남자는 단정하게 앉아 있었고, 평소의 느슨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눈빛은 진지했고, 표정 역시 엄숙했다.그와 함께 앉아 있는 두 노인을 보자, 정은은 다시 한번 놀랐다.현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였다.예전에 J시에서 우연히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매우 친절한 두 사람이었다.그때 그녀는 자유분방한 현빈이 이렇게 자상한 어르신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이렇게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4화

    이튿날 아침, 정은은 전화 때문에 잠에서 깼다.날이 어슴푸레하게 밝자, 그녀는 눈을 비볐는데, 겨우 7시도 안 된 것을 발견했다. 정은은 하품을 하며 눈을 떴지만 머리는 여전히 멍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받았고, 목소리는 금방 깨어나서 약간 잠겼다.“아빠, 왜 이렇게 일찍 전화하신 거예요?”소진헌은 잠시 침묵하다가, 다소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정은아, 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찾아오셨어.]정은은 미처 이해하지 못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요? 그게 누구신데요?”[네 엄마 친부모님. 네 진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찾아오셨어.]정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지금 표 끊어서 돌아갈게.”오후 12시, 비행기가 착륙했다.정은은 공항을 나와 얼른 택시를 잡았다.집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정은은 별장 밖에 차 두 대가 세워진 것을 보았다.한 대는 벤틀리, 다른 한 대는 특수 제작한 롤스로이스였고, 번호판도 고급스러운 번호였다. 둘 다 일반인이 쉽게 탈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이웃들이 지나가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고급차는 흔하지만, 벤틀리는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하지만 그 롤스로이스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차였다.특히 특수 번호판까지 달린 차라면, 재벌 가문이거나 국가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일 것이다.정은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이 무거워졌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원에서 땅을 파고 있는 소진헌이 보였다.그는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손에는 삽을 들고 진흙을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었고, 발 옆에는 빈 화분이 몇 개 놓여 있었다.화초를 가꾸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냥 손에 무언가를 잡고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정은은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말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아마도 그녀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일 것이다.정은은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소진헌 앞으로 걸어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23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뭐가 달라지겠는가?감정은 장난이 아니었고 게임도 아니었으니, 그것을 선택하면 전심전력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했다.그러나 정은은 아직 완성해야 할 과제가 그렇게 많고, 그렇게 많은 실험을 끝내지 못했다.학문의 드넓은 바다와 높은 정상, 그녀는 이제 막 그 깊은 세계로 첫발을 내디디며, 과학 연구의 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그렇게 많은 일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 사랑에 빠질 여유가 어딨겠는가?재석은 정은의 말을 듣고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하지만 이것은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만약 쉽게 사랑에 빠진다면, 그것은 정은이 아니었을 것이다.“알았어.” 재석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는 점점 눈가로 번져갔다.정은도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군고구마 달아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달아.”“그럼 다음에 또 사줄게요.”“그래.”두 사람은 집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집으로 들어갔다.정은은 가장 먼저 그 푸른 장미의 포장을 뜯은 뒤, 두 개의 꽃병에 나누어 꽂았다.푸른 장미는 집에 있던 흰색 안개꽃과 함께 집안을 눈부시게 만들었다.그녀는 꽃병 하나를 거실 탁자 위에 놓았다.그리고 다른 꽃병을 들고 재석의 집 문을 두드렸다. “선배님, 이거 받아요. 거실 탁자 위에 놓으면 예쁠 거예요.”재석은 고개를 숙였다. 아름답게 핀 푸른 장미와 깨끗한 안개꽃은 마치 푸른 하늘과 흰 구름처럼 순수하고 눈부셨다.한순간, 그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정은이 장미를 반으로 나누어 자신에게 준 것에 놀랐고, 현빈의 치밀한 계획이 그녀에게는 평범한 일로 여겨졌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선배님, 왜 불을 안 켠 거예요? 집이 너무 어둡잖아요.” 정은의 재석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실 전체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커튼도 빈틈없이 쳐져 있었다.재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침실로 들어갔거든. 그래서 거실의 불을 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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