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표정이 싸늘해졌다.“호기심이 사람 잡는다는 거 몰라?”[미안해요.]“돈을 받았으면 이제 그 입 다물어.”...집에 돌아온 정은은 샤워를 한 다음, 자기 전에 논문 두 개를 더 보려고 했다.자리에 앉자마자, 현빈의 톡이 들어왔다.[장갑을 내 차에 두고 갔는데.]이어 상대방은 장갑 한 켤레의 사진을 보내왔다. 정은이 오늘 낀 그 장갑이었다.정은은 그제야 금방 차에 올라탔을 때, 안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장갑을 벗은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현빈이 받은 다음 한쪽에 놓았다.그녀는 떠날 때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언제 장갑 주면 되지?]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했다.[주소 좀 보내주면 안 될까요? 내가 사람 시켜서 가지러 가라고 할게요.][내가 사는 동네는 배달이나 택배가 안에 들어올 수 없는데.][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시간 내서 같이 커피 한잔하는 건 어때? 그때 가서 장갑을 정은 씨에게 돌려줄게. 최근에 나도 서비대학교에서 MBA를 연수하고 있어서. 마침 정은 씨도 서비대학교의 학부생이었잖아. 만약 괜찮다면, 날 데리고 학교도 좀 구경할 겸 말이야.]만약 상대방이 단순히 장갑을 돌려주거나, 그녀에게 밥을 사주려 했다면, 정은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현빈과의 관계가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방이 지금 부탁을 하고 있는 데다, 장갑을 잃은 것은 또 확실히 그녀 자신의 문제였다. 지금 남이 시간을 내서 돌려주는 건 더욱 말이 안 됐으니, 만약 현빈을 도울 수 있다면, 정은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그래요.][나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있는데. 오전 11시, 정은 씨는 어때?]정은은 의견이 없어 OK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약속한 날이 되자, 현빈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카페까지 걸어갔다.카페는 서비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오솔길에 있었다. 사장님은 품위가 있는
정은은 그라프트지를 들고 함께 서비대학교로 향했다.두 사람은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은은 현빈이 확실히 박식하며 그녀가 어떤 화제를 꺼내든 그는 전부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말투가 침착하고 태도까지 부드럽고 우아하여, 함께 지낼 때 다른 부담이 없었다.한참을 둘러보다가 돌담을 지날 때, 정은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재석은 금방 수업을 마쳤고, 실험실에 가려던 참에 갑자기 고개를 들자, 정은의 웃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또 그녀의 곁에 서 있는 현빈을 보았다.“금방 수업을 끝낸 거예요?”정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에 가려던 참인데, 너는?”“친구 데리고 학교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소개할게요, 선배님, 이분은 심현빈이라고 해요, 그리고 현빈 씨,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이고요.”두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입술을 구부리더니 손을 내밀었다.“조 교수님이셨군요. 이름 많이 들었어요.”재석도 악수를 했다.“만나서 반가워요.”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모두 J시의 명문가였다. 그래서 많든 적든 서로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두 사람 사이에서 은근히 불꽃이 튀었지만, 정은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악수 시간이 좀 너무 긴 거 아니야?’재석은 또 현빈을 힐끗 보더니 먼저 손을 놓았다. “난 먼저 실험실에 가야 해서.”정은은 재석이 떠나는 것을 지켜봤고, 현빈은 생각에 잠긴 듯 정은을 바라보았다.“그 사람과 잘 알고 있는 사이야?”“그럭저럭이에요.”정은은 너무 많이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현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또 현빈의 톡을 받았다.[오늘 학교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별일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부드러운 베개는 어제 금방 말린 것인데, 은은한 비누 향기가 따뜻하면서도
재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정은은 깨끗한 그릇과 접시를 찾아 또 깨끗한 젓가락으로 만두 두 개를 담은 다음, 그의 앞으로 밀었다.“한 번 먹어볼래요?”재석은 한순간 망설였지만, 만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은 다음 천천히 씹었다.정은은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어때요?”그녀의 간절한 모습을 보며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정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죠? 내가 추천한 음식이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재석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전선우가 심현빈에게 물었다.“현빈 형, 이제 곧 생일이지 않아요? 올해는 어떻게 지낼 거예요? 레이싱? 미녀쇼? 아니면 우리 스트리퍼를 청하는 건 어때요? 하하하...”고동건은 즉시 맞장구를 쳤다.“이 제안 괜찮네.”두 사람은 동시에 현빈을 바라보았다.그들 세 사람 중, 현빈이 가장 흥청망청 노는 사람이었다.비록 매일 양복 차림을 하고 있어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미친 존재였다.“올해는... 그냥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열고 싶어.”선우와 동건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아니, 이게 형답지가 않아서 그래요.” 선우는 현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오늘 약 잘못 먹었어요?”동건도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렸다.“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생일파티? 너 우리 할아버지한테 배운 거야?”‘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열다니?’“설마...”선우는 눈알을 굴렸다.“여자들이 막 벗는 그런 파티예요?”동건은 벌떡 일어나더니, 두 눈 역시 반짝반짝 빛이 났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정상적인 그런 파티야. 금성동 개인 별장에서 열 거니까 며칠 후에 초대장 보낼게.”말이 끝나자, 현빈은 자리를 떠났다.선우와 동건은 눈을 마주치더니 일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지도 않았는데?’...다른 한편, 현빈의 전화를 받은 정은은 깜짝 놀랐다. 상대방이 자신을 생일파티에 초청하겠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도겸은 눈을 부릅뜨며 저도 모르게 연희의 손을 뿌리쳤다.연희는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정은이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도겸은 미간을 찡그리며 현빈에게 물었다.“너 소정은까지 초대한 거야?”“응, 다 친구잖아.” 현빈은 단순하게 웃었다.“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현빈은 어깨를 으쓱했다.“너무 바빠서 까먹었어. 말 안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저쪽의 정은도 도겸을 보았지만, 즉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이번에 축하를 해준 다음 바로 가려고 했다. 지금 책을 보고 자료를 찾느라 바빴기에 정은은 이런 모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곧장 현빈에게 다가갔다.“생일 축하해요. 항상 오늘처럼 즐겁고 건강하길 바라요. 이건 내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귀중한 물건이 아니니 현빈 씨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그녀는 선물 박스를 현빈에게 건네주었다. 현빈은 받으면서 낮은 소리로 웃었다.“고마워.”그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눈부신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파티가 시작된 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을 접대했기에, 지금 몸에 술기운이 조금 묻어났다.“오늘 같은 즐거운 날에 술 한잔하지 그래?” 술을 든 웨이터가 다가오자, 현빈은 와인 한 잔을 들었다.“내가 먼저 마실게.”그가 한입에 다 마시는 것을 보며, 정은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원샷을 한 다음, 정은은 시간을 확인하며 이제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시간이 아직 이른데. 그리고 모임도 이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벌써 가려고?”정은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빈은 또 말을 바꾸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좀만 더 있어. 적어도 케이크를 자르고 난 다음에 가도 되잖아.”“그래요.” 정은이 대답했다.와인 한 잔을 마신 그녀는 이미 조금 취했다. 그리고 방안의 난방이 너무 빵빵해서, 그녀는 약간 숨이 막혔다.현빈은 다른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정은은 웨이터에게 길을
현빈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난 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았어.”정은은 알아듣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때, 현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줄곧 너와 키스하고 싶었고.”정은은 충격을 받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는 혼란스러웠고, 심지어 이 순간, 이 장면이 도대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 잘생긴 얼굴은 사악함과 오만함을 드러냈고, 그의 몸에서 나는 술기운까지 더하니, 점잖은 도련님 대신 여자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바람둥이와 같았다.“왜? 많이 놀랐어?”놀란 것뿐만이 아니라 정은은 지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당, 당신...”그녀는 입술을 벌렸지만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난 널 좋아해.”“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떻게 당신과...”“시도도 해 보지 않고 거절하려는 거야?”“당신은 강도겸의...”‘두 사람 절친 아니었어?’“두 사람 이미 헤어졌고, 난 네가 좋아서 지금 대담하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건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지?”정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앞에 있는 남자를 진지하게 훑어보았다.현빈은 키가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또 기질이 우아하고 부드러웠다.도겸이 만약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날씨라면, 현빈은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과 같았다. 형태가 없어 마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미안해요.” 정은이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현빈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가볍게 웃었다. “응, 나도 알아.”정은은 한숨을 돌리려 했지만, 현빈이 또다시 입을 열 줄이야.“그래서 난 지금 너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거지, 나와 사귀자고 고백하는 게 아니야.”정은은 할 말이 없었다.“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거야? 도겸은 눈이 멀어서 널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현빈은 정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너!” 도겸은 정은을 바라보았다.“너도 정말 더럽구나. 왜 하필이면 심현빈을 꼬시는 거냐고? 일이 이렇게 되니까 이제 기분이 좋은 거야?”정은은 이 말을 듣고 그저 분노와 억울함을 느낄 뿐이었다. ‘난 영문도 모른 채 이 일에 말려든 피해자인데,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지?’도겸의 질문에 현빈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그는 다친 콧등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너도 다 봤잖아?”도겸은 무뚝뚝하게 물었다.“그래서, 이제 설명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뭘 설명해? 내가 정은 씨를 좋아하는 거? 그래서 지금 정은 씨에게 구애하고 있는 거?”이 말이 나오자, 정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도겸은 분노에 눈시울을 붉히며 현빈의 얼굴에 계속 주먹을 날렸다.“병신! 정은이 좋다고? 구애를 하고 싶다고?! 네가 뭔데?!”현빈은 한 대 맞은 다음, 머리가 윙윙거렸지만 가장 먼저 정은을 뒤로 감쌌다.“왜? 안 되는 거야?”현빈이 애인인 것처럼 정은을 보호하자, 도겸을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당연히 안 되지!”“넌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누가 헤어졌다고 그랬어? 네가 뭔데?”“허, 네가 말했잖아? 먼저 정은 씨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너라고. 그때 우리 모두 그 자리에 있었는데, 벌써 잊었어?”“그래.” 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현빈은 은근히 미안해했다.“미안해, 네가 먼저 손을 놓아서..”“그래도 정은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심현빈, 넌 여자가 없는 거야 뭐야? 왜 내 전 여자친구에게 손을 대려는 건데!”“강도겸, 너 좀 진정해. 지금 이 사회에서 이별을 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넌 이미 정은 씨와 헤어졌잖아. 설마 정은 씨는 영원히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도겸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야! 이게 뭐야?”“두 사람 미쳤어?!”“그만해요! 도겸 형! 현빈 형.”두 사람은 얼른 도겸과 현빈을 잡았고, 이때 선우가 먼저 말했다.“도겸 형, 화 좀 풀고 진정해요!”동건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현빈아, 정신 좀 차려! 친구들끼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싸우고 그래?!”도겸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이거 놔! 놓으라고!”두 사람이 주먹을 쥐고 계속 싸우려는 것을 보니, 선우와 동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동건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으면 상의할 수 있잖아요. 다 친구니까 화기애애하게 지내요!” 선우도 입을 열어서 두 사람을 설득했다.“도겸아, 오늘은 현빈의 생일이니, 무슨 큰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얘기하자.”현빈은 손으로 입가의 피를 지우며 화가 난 도겸을 힐끗 바라보더니, 입가를 구부렸다.“내가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야. 물론 심사숙고를 거쳐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니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말이 끝나자, 현빈은 몸을 돌려 창백한 얼굴로 멍을 때리고 있는 정은에게 다가가며 외투를 벗더니 부드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괜찮아? 많이 놀랐지? 내가 정은 씨 집으로 데려다줄게.”선우와 동건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멍해져 어안이 벙벙해졌다.‘심현빈과 소정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래서 방금 도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였구나!’정은은 이때 정신을 차렸다. 현빈이 내민 손을 보면서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더니 몸에 걸친 외투까지 벗어 그에게 돌려주었다.“아니에요, 나 혼자 돌아가면 돼요. 두 사람의 일에 더 이상 날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난 장난감이 아니고, 당신들도 날 이리저리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그리고.”정은은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우리는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이것은 현빈에게 한 말이기도 하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붉히고 있는 도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정은
그러나 다음 순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현빈의 손을 붙잡았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을 바라보았고, 말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정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선배님이 어떻게...”그 순간, 정은은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조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괜찮아?”정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울 것만 같았다.‘괜찮을 리가 없잖아.’“내 차가 마침 여기에 있는데,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네, 그럼 부탁할게요.”재석은 정은의 어깨를 안으며 이곳을 떠나려 했다.정은은 자기가 궁지에 몰린 쥐와 같다고 느꼈다. 절체불명의 순간, 재석이 나타나자 그녀도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선배님,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죠?”별장 옆에는 고급 호텔이 있었는데, 재석은 마침 세미나에 참석하러 왔다. 중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밖에 나왔고, 뜻밖에 이런 장면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마침 일이 있어서...”“잠깐만요.” 현빈은 그들을 쫓아갔다.“조 교수님, 지금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세미나는 옆의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는 내 개인 별장이에요.”재석이 멈칫하자, 정은도 따라서 멈추었다.현빈은 계속 말했다.“제 손님은 내가 직접 바래다주면 되니, 조 교수님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재석은 몸을 돌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손님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있나요?”정은은 즉시 입을 열었다.“난 조 교수님과 같이 떠나고 싶어요.”현빈은 말문이 막혔다.“정은 씨...”재석이 말했다.“가자.”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거기 서!” 정은이 두 남자와 얽히고설킨 것을 보며, 도겸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소정은, 너 어디 가려는 거야?”“집에.”“허... 이 남자의 집으로 가려는 거지?” 도겸은 재석을 가리키며 냉소를 지었다.“너 이렇게도 비천한 여자였어? 남자 없으면 못 사는 거야?”“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넌 이미 나 몰래 다른 남자와 잤지? 소정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정은이는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도겸은 몸을 돌렸다.현빈이 또박또박 말했다.“정은이에게 한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있고, 동시에 그 사람을 포기할 용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마도 이것 때문에 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 아마도 너와 다른 사람들은 정은이가 너한테 미쳐서 6년 동안 참아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알아. 정은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정은이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전에 내린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배신을 당했더라도 정은이는 너와 좋게 끝내고 싶었어.”현빈의 말은 도겸의 정곡을 쿡쿡 찔렀다.도겸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너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해도 돼.” 현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가정에서 나온 아이는 감정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정은이는 온전하고 포용적이며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원하거든.”재삼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 아니라.현빈은 도겸이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신도 불합격이었다.그는 생각이 많은 여우라서, 예전 같으면 절대로 한 여자를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확실히 도겸이 말한 대로,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모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현빈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그는 정은을 위해 제멋대로 굴고 싶었다.앞으로 두 번, 심지어 세 번, 수천수만 번 이런 일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결국 도겸은 문을 박차며 가버렸고, 그 소리는 하늘을 뒤흔들었다.선우와 동건은 문 뒤에 서 있었는데,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다.“도겸이 형 그 눈빛 봤어요?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아요.”동건이 대답했다.“야, 그 자식 정말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
“너 설마, 나와 깨끗이 선을 그으면, 정은이는 절친이었던 우리의 사이를 개의치 않고, 네 마음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멍청하긴!” 도겸은 현빈이 든 찻잔을 빼앗아오며 땅에 찧었다.낭랑한 소리와 함께 그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심현빈, 전에는 왜 몰랐지, 너 사랑꾼이었어? 여자 없인 못 사는 거냐고?”선우와 동건은 얼른 뒤로 물러서며, 깨진 조각에 다치지 않도록 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모두 도겸의 말 때문에 은근히 놀랐다.현빈은 뜻밖에도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 방식으로 도겸과 강제로 선을 긋고 있었다.전에 두 사람은 비록 사이가 틀어졌지만, 사적으로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에 불과했다.그러나 투자할 프로젝트는 여전히 함께 투자하며 같이 돈을 벌었다.이익 앞에서 개인적인 일은 전부 보잘것없었으니까.선우와 동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자 때문에 싸우더라도 장사는 계속해야 했다.하물며 현빈은 여우였다.‘그런데 이번엔 왜...’도겸이 현빈을 사랑꾼이라 욕하는 것을 듣고, 선우와 동건도 현빈이 이해되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현빈은 바닥에 깨진 찻잔을 바라보았다.“정말 아깝네. 멀쩡한 찻잔이 이렇게 깨졌다니. 넌 성질이 참 더러워. 그나저나, 넌 그때 정은이를 이 찻잔과 똑같이 대하지 않았니?”도겸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쩨쩨하면 뭐가 어때? 유치하면 또 어때? 난 쩨쩨하고 유치해서 너와 깨끗하게 선을 그을 거야. 뭐 굳이 완벽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길 원해서 그래. 왜, 안 돼?”“너...”이 말에 도겸은 화가 나서 숨이 거칠어졌고, 이를 꽉 물었다.현빈은 웃으며 도발했다.“왜? 그 프로젝트들이 아까운 거야? 그 돈이 그렇게 아까워?”“그래, 너만 잘났다. 넌 돈이 싫은 거야?!”“그건 아니지만 돈보다 정은이가 더 중요해.”선우와 동건은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현빈은 계속해서 말했다.“네 말대로, 내가 너와 깨끗하게 선을
“심현빈, 이게 무슨 뜻이야?” 강도겸은 다탁 앞으로 걸어왔다.“뭐가?”“왜 개발구역의 프로젝트를 중단한 거지?”현빈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협력하고 싶지 않아서 중단했어.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네가 중단하고 싶으면 다야?! 하루 지체하면 얼마나 큰 손실을 봐야 하는지 아냐고?”“아마도.”“그런데도 중단을 해?!”현빈은 차를 다 마신 다음, 아주 능숙하게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도겸은 찻주전자를 꾹 눌렀다.“넌 3일 동안 피해 다녔고, 지금은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어. 계속 질질 끌면서 태도를 표명하지 않을 작정이냐?”현빈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내가 피했다고? 언제?”“네 비서가 너 출장 갔다고 했어. 그게 일부러 나 피한 거 아니야?”“허, 널 피한다고? 착각 좀 하지 마. 내가 L시 시찰을 하러 가는 일정은 이주 전에 이미 정해졌어. 내가 굳이 너를 피할 필요가 있을까?”“L시?” 도겸은 예민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현빈은 담담하게 웃었다.선우가 갑자기 다가와서 말했다.“현빈이 형, L시에 갔었어요? L시는 정말 좋은 곳이죠. 먹는 것도 모두 내 입맛에 맞고요... 그런데 정은 누나의 고향이 L시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날 때리고 그래요!”동건은 미친 듯이 눈짓을 했지만, 선우는 좀처럼 눈치채지 못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선우를 때렸다.선우는 그제야 반응을 하더니 즉시 입을 다물었다.도겸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현빈을 보며 또박또박 물었다.“너 L시에 가서 정은이를 만난 거야?”현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시찰하러 갔다고 말했잖아.”“그런데...”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확실히 정은이를 만났지.”“지금 뭐라고 했어?”“정은이를 만났다고.”“너 한 번만 더 말해봐?!”“정은이 만났는데.”도겸는 그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겼다.“심현빈,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었지?”현빈은 도겸의 손을 뿌리치며 유유히 옷깃을 정리했다.“경고? 허,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를 해? 전 남자친구
이미숙은 현빈이 자신의 책까지 보았을 줄은 몰랐다.“『7일담』이 내가 쓴 책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현빈은 정은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알아요.”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이미숙도 물어보지 않았다.다만 정은은 두 똑똑한 사람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아이고...’“그래서 범인은 정말 그 성실한 물리 선생님인 거예요?”이미숙은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지?”책 속의 모든 증거는 전부 물리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완벽한 범죄를 실시했다.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그가 범인인게 확실했지만, 현빈은 오히려 그 사람이 정말 범인이냐고 물었다.그를 바라보는 이미숙은 은근히 감탄했다.“책에 몇 군데 숨겨진 묘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첫 번째, 계단 사이의 어긋난 그림자.두 번째, 알 수 없이 사라진 흉기. 결국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세 번째, 혼자 사는 딸 집에 슬리퍼 두 켤레가 나타났다. 책에서는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왜 하필 남자 슬리퍼였을까?혼자 사는 여자가 자주 남자를 집에 초대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특별히 슬리퍼를 준비했단 말인가?이것은 불합리했다.준비해도 남자가 아닌 여자 슬리퍼를 준비해야 마땅했다.“모든 숨겨진 단서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물론.”현빈은 말머리를 돌렸다.“이것은 단지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에요.”이미숙은 웃으며 말했다.“이 질문을 했을 때, 답은 이미 네 마음속에 있을 거야.”현빈도 따라서 웃었다.“그래서 2부가 더 있는 거네요, 맞죠?”이미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현빈이 차를 골목 어귀에 세우자, 정은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모님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고마워, 현빈아.”“아저씨, 별말씀을요.”위층으로 올라갈 때, 소진헌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아니...
정은은 책일 받았다.엄청난 유혹이라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마워요.”“그럼 현빈 오빠라고 불러봐.”...J시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2시였다.정은 일가족은 현빈과 같은 객실이 아니었다.역을 나서자, 그녀는 차를 부르려 했다. 이때 정은은 현빈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는 웃으며 소진헌을 향해 걸어왔다.“아저씨, 제 차가 바로 밖에 있으니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소진헌은 잠시 멈칫했다.“아니야, 너무 번거로우니까 우리는 그냥 차 부르면 돼.”“번거롭긴요, 가는 길에 데려다 드리는 건데.” 말을 하면서 현빈은 그가 들고 있던 트렁크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아이고, 그럼 부탁할게.”“부탁은요.”정은은 묵묵히 핸드폰을 거두었다.차에서, 현빈은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핸들을 잡고 있었고, 정은은 조수석에, 이미숙과 소진헌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아저씨, 지금 보시고 있는 그 은 2003년에 재판된 책 맞죠?”현빈은 백미러를 통해 힐끗 훑어보며 물었다.소진헌은 즉시 흥미가 생겼다.“너도 이 책을 아는 거야?”“저희 할아버지께서 역사를 좀 연구하셨거든요. 저도 귀동냥으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2010년 이후의 『통감』은 두 번 역사 내용을 삭제했는데. 그 전에도 한번 더 삭제했었죠?”소진헌은 두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한번이 아니라, 이 책은 총 세 번이나 삭제된 적이 있어! 최근에는 네가 말한 2010년, 그 전에는 2004년. 그리고 처음에 삭제했을 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총 36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거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은 2004년 삭제되기 전의 판본인데, 총 30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고. 후에는 총 4개의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에 그 전에 분명히 한 번 더 삭제했을 거야.”“1996년이에요.”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현빈은 소진헌을 바라본 다음, 또 담담하게 정은을 보았다. ‘정은이와 이 아저씨가 좀 닮은 것 같은데...’“아빠, 이 사람 아세요?” 정은은 다가와서 놀라는 말투로 말했다.‘아빠?’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그는 이번에 L시에 출장을 왔는데, 사흘 있다가 오늘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항공편이 날씨 때문에 결항되어 그는 비서에게 오전의 고속열차를 예약하게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정은과 마주쳤다니 !’“방금 바로 이 총각이 날 도와 도둑을 잡았어.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야!”정은은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정은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섭섭하지.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 상황에 틀림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나섰을 거야.”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은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네.”하지만 지금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이미숙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넌 어디로 가는 길이니?”현빈은 사실대로 말했다. “J시로요.”“정말 딱이네! 우리도 J시로 가는 길이거든. 넌 몇 시 차야?”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아저씨는요?”소진헌은 시간을 말했다.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마침 그 열차표를 끊었는데.”“잘됐네, 그럼 우리 같이 갈 수 있겠구나!”“네.”소진헌은 열정적으로 현빈을 끌고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현빈은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열차표를 변경했다.‘인연은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경호원은 소진헌을 찾아가 상황을 물었다. 소진헌은 잃어버린 핸드폰과 지갑을 모두 찾았다고 말했다.경호원은 당직실에 가서 사인하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방금 경찰이 나섰기 때문이다.소진헌은 자연히 협조했다.이미숙은 그와 함께 갔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그녀는 좀 움직이고 싶었다.이제 정은과 현빈만 남았다.주위에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소진헌과 이미숙이 떠나자 두 사람은 지금 단둘이 있는 것과
소진헌은 외출하기 전에 국수 한 그릇을 먹어서 지금은 배가 조금도 고프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다.20분 후, 개찰구로 향하라는 통지가 울렸다.이미숙과 정은은 짐이 없어서 앞에서 걸었다. 그리고 개찰구를 지난 다음, 안에 서서 소진헌을 기다렸다.소진헌은 두 사람 뒤를 따라갔는데, 한손으로는 트렁크를 끌고 있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미숙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표를 꺼내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방금 줄을 섰을 때, 한 사람이 뒤에서 소진헌을 부딪쳤는데,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틀림없이 그때 내 가방에서 지갑을 훔쳐간 거야.’“아빠, 빨리요.”정은은 안에 서서 재촉했다.“나 지갑을 잃어버렸어. 안에 주민등록증과 열차표가 있거든.”정은은 바로 말했다.“핸드폰으로 인증하면 돼요. 앱에서 임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어차피 지갑에 현금이 얼마 없는 데다가, 주민등록증도 다시 하나 만들면 됐다.소진헌은 쓴웃음을 지었다.“핸드폰도 잃어버렸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이때 소진헌은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로 방금 그를 부딪친 사람이었다.“도둑 잡아!”소진헌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돌진했다.정은과 이미숙은 소진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안에서 나오려 했지만, 직원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여사님, 규정에 따라 개찰구를 지나간 승객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나가고 싶으시면 출구 방향으로 가세요.”출구에서 다시 대합실로 돌아가려면 한 바퀴 크게 돌아야 했다.이미숙이 설명했다.“우리 남편이 도둑을 잡으러 가서요.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러는 거니까, 좀 봐주면 안 될까요?”“죄송합니다, 규정은 규정이라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정은은 잠시 망설였다.“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저희는 출구에서 나갈 테니까, 이쪽의 경호원에게 통지해서 저희 아버지 좀 도와줄 순 없나요?”“이건 안심하세요. 방금 누군가가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