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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Penulis: 십일
외남정 거리를 지날 때, 수천수만 개의 드론이 공중에 날아올라, 가지런하고 질서 있게 각종 모양으로 변환하고 있었다.

이것은 드론 공연이었다. 공연 시간은 불과 십여 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비용은 수십억이었다.

현장에 와서 구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현빈 그들이 지나간 곳은 마침 좋은 관람 위치였다. 그리하여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며 앞의 드론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하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정은은 현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현란한 드론 공연에 매료되었다.

“여기 총 몇 대의 드론이 있을 것 같아?”

“이걸 어떻게 맞혀요?”

“당연히 추측할 수 있지.”

“모르겠어요.”

“음...”

현빈은 잠시 멈추었다.

“1,000대 정도 될걸.”

“그걸 어떻게 알고요?”

“프러포즈할 때, 두 사람이 사귄 지 1,000일에 고백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아?”

다음 순간, 정은은 드론이 밤하늘에 ‘나랑 결혼해 줄래’라는 문장으로 변환된 것을 발견하였다.

“프러포즈인 줄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

현빈은 그녀에게 전방의 전망대를 보라고 했다. 정장 차림을 한 남자는 이미 장미꽃을 뒤에 숨기고 있었다.

“대단해요.”

정은은 칭찬했다.

예전에 정은은 현빈이 무식한 재벌 집 도련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녀의 인상을 완전히 깨뜨렸다.

현빈은 전문적이고 세밀하며 또 세심하게 관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방금 식탁에서 한담을 나눌 때, 정은의 전공을 언급할 때마다, 현빈은 썬바이오의 주식 파동에 대해 말했고, 짧디짧은 두 마디에 그녀는 그가 금융계를 휘젓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세히 돌이켜보면, 강도겸의 친구들은 모두 도겸의 성질을 받아주었지만, 돈을 버는 능력은 하나도 딸리지 않았다.

재벌들의 세상은 정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그래서 빨리 빠져나와 조용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요 앞이 바로 우리 집이에요.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현빈의 차는 골목에 세울 수밖에 없었기에, 정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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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10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거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표정이 싸늘해졌다.“호기심이 사람 잡는다는 거 몰라?”[미안해요.]“돈을 받았으면 이제 그 입 다물어.”...집에 돌아온 정은은 샤워를 한 다음, 자기 전에 논문 두 개를 더 보려고 했다.자리에 앉자마자, 현빈의 톡이 들어왔다.[장갑을 내 차에 두고 갔는데.]이어 상대방은 장갑 한 켤레의 사진을 보내왔다. 정은이 오늘 낀 그 장갑이었다.정은은 그제야 금방 차에 올라탔을 때, 안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장갑을 벗은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현빈이 받은 다음 한쪽에 놓았다.그녀는 떠날 때 이 일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언제 장갑 주면 되지?]정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했다.[주소 좀 보내주면 안 될까요? 내가 사람 시켜서 가지러 가라고 할게요.][내가 사는 동네는 배달이나 택배가 안에 들어올 수 없는데.][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시간 내서 같이 커피 한잔하는 건 어때? 그때 가서 장갑을 정은 씨에게 돌려줄게. 최근에 나도 서비대학교에서 MBA를 연수하고 있어서. 마침 정은 씨도 서비대학교의 학부생이었잖아. 만약 괜찮다면, 날 데리고 학교도 좀 구경할 겸 말이야.]만약 상대방이 단순히 장갑을 돌려주거나, 그녀에게 밥을 사주려 했다면, 정은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현빈과의 관계가 아직 그 정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상대방이 지금 부탁을 하고 있는 데다, 장갑을 잃은 것은 또 확실히 그녀 자신의 문제였다. 지금 남이 시간을 내서 돌려주는 건 더욱 말이 안 됐으니, 만약 현빈을 도울 수 있다면, 정은도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그래요.][나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 있는데. 오전 11시, 정은 씨는 어때?]정은은 의견이 없어 OK의 이모티콘을 보냈다....약속한 날이 되자, 현빈은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카페까지 걸어갔다.카페는 서비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오솔길에 있었다. 사장님은 품위가 있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화

    정은은 그라프트지를 들고 함께 서비대학교로 향했다.두 사람은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정은은 현빈이 확실히 박식하며 그녀가 어떤 화제를 꺼내든 그는 전부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말투가 침착하고 태도까지 부드럽고 우아하여, 함께 지낼 때 다른 부담이 없었다.한참을 둘러보다가 돌담을 지날 때, 정은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재석은 금방 수업을 마쳤고, 실험실에 가려던 참에 갑자기 고개를 들자, 정은의 웃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또 그녀의 곁에 서 있는 현빈을 보았다.“금방 수업을 끝낸 거예요?”정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에 가려던 참인데, 너는?”“친구 데리고 학교 구경을 하고 있었어요. 소개할게요, 선배님, 이분은 심현빈이라고 해요, 그리고 현빈 씨, 이분은 조재석 교수님이고요.”두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자, 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입술을 구부리더니 손을 내밀었다.“조 교수님이셨군요. 이름 많이 들었어요.”재석도 악수를 했다.“만나서 반가워요.”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모두 J시의 명문가였다. 그래서 많든 적든 서로의 이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두 사람 사이에서 은근히 불꽃이 튀었지만, 정은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악수 시간이 좀 너무 긴 거 아니야?’재석은 또 현빈을 힐끗 보더니 먼저 손을 놓았다. “난 먼저 실험실에 가야 해서.”정은은 재석이 떠나는 것을 지켜봤고, 현빈은 생각에 잠긴 듯 정은을 바라보았다.“그 사람과 잘 알고 있는 사이야?”“그럭저럭이에요.”정은은 너무 많이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현빈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또 현빈의 톡을 받았다.[오늘 학교 구경시켜 줘서 고마워.][별일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핸드폰을 침대 머리맡에 놓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부드러운 베개는 어제 금방 말린 것인데, 은은한 비누 향기가 따뜻하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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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겸은 눈을 부릅뜨며 저도 모르게 연희의 손을 뿌리쳤다.연희는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정은이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도겸은 미간을 찡그리며 현빈에게 물었다.“너 소정은까지 초대한 거야?”“응, 다 친구잖아.” 현빈은 단순하게 웃었다.“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현빈은 어깨를 으쓱했다.“너무 바빠서 까먹었어. 말 안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저쪽의 정은도 도겸을 보았지만, 즉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이번에 축하를 해준 다음 바로 가려고 했다. 지금 책을 보고 자료를 찾느라 바빴기에 정은은 이런 모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곧장 현빈에게 다가갔다.“생일 축하해요. 항상 오늘처럼 즐겁고 건강하길 바라요. 이건 내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귀중한 물건이 아니니 현빈 씨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그녀는 선물 박스를 현빈에게 건네주었다. 현빈은 받으면서 낮은 소리로 웃었다.“고마워.”그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눈부신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파티가 시작된 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을 접대했기에, 지금 몸에 술기운이 조금 묻어났다.“오늘 같은 즐거운 날에 술 한잔하지 그래?” 술을 든 웨이터가 다가오자, 현빈은 와인 한 잔을 들었다.“내가 먼저 마실게.”그가 한입에 다 마시는 것을 보며, 정은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원샷을 한 다음, 정은은 시간을 확인하며 이제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시간이 아직 이른데. 그리고 모임도 이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벌써 가려고?”정은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빈은 또 말을 바꾸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좀만 더 있어. 적어도 케이크를 자르고 난 다음에 가도 되잖아.”“그래요.” 정은이 대답했다.와인 한 잔을 마신 그녀는 이미 조금 취했다. 그리고 방안의 난방이 너무 빵빵해서, 그녀는 약간 숨이 막혔다.현빈은 다른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정은은 웨이터에게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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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빈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난 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았어.”정은은 알아듣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때, 현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줄곧 너와 키스하고 싶었고.”정은은 충격을 받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는 혼란스러웠고, 심지어 이 순간, 이 장면이 도대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 잘생긴 얼굴은 사악함과 오만함을 드러냈고, 그의 몸에서 나는 술기운까지 더하니, 점잖은 도련님 대신 여자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바람둥이와 같았다.“왜? 많이 놀랐어?”놀란 것뿐만이 아니라 정은은 지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당, 당신...”그녀는 입술을 벌렸지만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난 널 좋아해.”“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떻게 당신과...”“시도도 해 보지 않고 거절하려는 거야?”“당신은 강도겸의...”‘두 사람 절친 아니었어?’“두 사람 이미 헤어졌고, 난 네가 좋아서 지금 대담하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건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지?”정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앞에 있는 남자를 진지하게 훑어보았다.현빈은 키가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또 기질이 우아하고 부드러웠다.도겸이 만약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날씨라면, 현빈은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과 같았다. 형태가 없어 마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미안해요.” 정은이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현빈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가볍게 웃었다. “응, 나도 알아.”정은은 한숨을 돌리려 했지만, 현빈이 또다시 입을 열 줄이야.“그래서 난 지금 너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거지, 나와 사귀자고 고백하는 게 아니야.”정은은 할 말이 없었다.“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거야? 도겸은 눈이 멀어서 널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현빈은 정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화

    “그리고 너!” 도겸은 정은을 바라보았다.“너도 정말 더럽구나. 왜 하필이면 심현빈을 꼬시는 거냐고? 일이 이렇게 되니까 이제 기분이 좋은 거야?”정은은 이 말을 듣고 그저 분노와 억울함을 느낄 뿐이었다. ‘난 영문도 모른 채 이 일에 말려든 피해자인데,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지?’도겸의 질문에 현빈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그는 다친 콧등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너도 다 봤잖아?”도겸은 무뚝뚝하게 물었다.“그래서, 이제 설명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뭘 설명해? 내가 정은 씨를 좋아하는 거? 그래서 지금 정은 씨에게 구애하고 있는 거?”이 말이 나오자, 정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도겸은 분노에 눈시울을 붉히며 현빈의 얼굴에 계속 주먹을 날렸다.“병신! 정은이 좋다고? 구애를 하고 싶다고?! 네가 뭔데?!”현빈은 한 대 맞은 다음, 머리가 윙윙거렸지만 가장 먼저 정은을 뒤로 감쌌다.“왜? 안 되는 거야?”현빈이 애인인 것처럼 정은을 보호하자, 도겸을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당연히 안 되지!”“넌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누가 헤어졌다고 그랬어? 네가 뭔데?”“허, 네가 말했잖아? 먼저 정은 씨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너라고. 그때 우리 모두 그 자리에 있었는데, 벌써 잊었어?”“그래.” 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현빈은 은근히 미안해했다.“미안해, 네가 먼저 손을 놓아서..”“그래도 정은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심현빈, 넌 여자가 없는 거야 뭐야? 왜 내 전 여자친구에게 손을 대려는 건데!”“강도겸, 너 좀 진정해. 지금 이 사회에서 이별을 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넌 이미 정은 씨와 헤어졌잖아. 설마 정은 씨는 영원히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도겸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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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게 뭐야?”“두 사람 미쳤어?!”“그만해요! 도겸 형! 현빈 형.”두 사람은 얼른 도겸과 현빈을 잡았고, 이때 선우가 먼저 말했다.“도겸 형, 화 좀 풀고 진정해요!”동건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현빈아, 정신 좀 차려! 친구들끼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싸우고 그래?!”도겸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이거 놔! 놓으라고!”두 사람이 주먹을 쥐고 계속 싸우려는 것을 보니, 선우와 동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동건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으면 상의할 수 있잖아요. 다 친구니까 화기애애하게 지내요!” 선우도 입을 열어서 두 사람을 설득했다.“도겸아, 오늘은 현빈의 생일이니, 무슨 큰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얘기하자.”현빈은 손으로 입가의 피를 지우며 화가 난 도겸을 힐끗 바라보더니, 입가를 구부렸다.“내가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야. 물론 심사숙고를 거쳐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니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말이 끝나자, 현빈은 몸을 돌려 창백한 얼굴로 멍을 때리고 있는 정은에게 다가가며 외투를 벗더니 부드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괜찮아? 많이 놀랐지? 내가 정은 씨 집으로 데려다줄게.”선우와 동건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멍해져 어안이 벙벙해졌다.‘심현빈과 소정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래서 방금 도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였구나!’정은은 이때 정신을 차렸다. 현빈이 내민 손을 보면서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더니 몸에 걸친 외투까지 벗어 그에게 돌려주었다.“아니에요, 나 혼자 돌아가면 돼요. 두 사람의 일에 더 이상 날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난 장난감이 아니고, 당신들도 날 이리저리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그리고.”정은은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우리는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이것은 현빈에게 한 말이기도 하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붉히고 있는 도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정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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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이 상황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동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수민아, 이분은...?”분명히 수민이 직접 소개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동건도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궁금했다. 표정은 변함없었지만, 이미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눈빛 속에 심지어 작은 기대가 어렴풋이 비쳤다.“아, 이분은 고씨 가문의 큰아들, 고동건이야.” 수민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대답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남자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그런데, 이분은 수민과 무슨 사이지?” 남자가 다시 물었다.이번에 동건은 수민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말했다. “남자친구예요.”말을 마치며 동건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난 수민의 남자친구라고요.”동료는 수민을 바라보며, 그녀가 고개를 젓길 바라는 눈길을 보냈다.이에 동건은 화가 나더니 오히려 웃음이 나왔고, 수민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자신의 강한 소유욕을 과시했다.수민도 뭐라 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남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수민은 즉시 똑바로 서더니, 자신의 어깨에 놓은 동건의 손을 털어냈다. “이제 됐어. 그 사람 이미 떠났잖아.”동건은 손을 호호 불며 아픈 표정을 지었다. “아야! 좀 살살 해!”수민은 대꾸했다. “싫어.”“너 정말... 전화해도 안 내려오고, 전화도 안 받고. 대단하네.”“누가 그렇게 전화를 했는지 궁금했는데, 너였구나. 배불리 먹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런 거야?”동건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제시간에 내려왔으면 내가 전화를 그렇게 했겠어?”“제시간? 내가 너랑 약속했던가?” 수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동건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네가 오늘 야근 안 한다고 했잖아!”“그렇게 말했지만, 데리러 오라고 한 적은 없어.”수민은 야근을 하지 않아도,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아있었고, 동건이 데리러 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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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도겸은, 상대방의 이런 모습을 보며 현빈이 묵인했다고 느꼈다.화가 난 그는 핸들을 내리치더니 고요한 밤에 갑자기 경적 소리가 울렸다.위층에서 직접 욕을 하기 시작했다.“한밤중에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죽으려고 작정을 한 건가!”말을 마치자 물 한 대야가 쏟아졌다.마침 도겸의 차 꼭대기에 뿌렸다.현빈은 이미 쿨하게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모든 것, 앞서 현빈이 정은을 위층으로 데려다 준 장면까지, 베란다에 서 있던 재석은 똑똑히 보았다.찬바람이 쌩쌩 불며 눈까지 그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재석은 마치 추위를 모르는 듯 30분 넘게 이렇게 서 있었다.그는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는데, 그저 가슴이 심하게 답답하고 숨조차 잘 쉬지 못했다.머릿속은 많은 생각을 했지만 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지난번 정은을 떠보며, 그녀가 연애 대신 학업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대답을 받은 재석은 자신이 마음속의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시 친구로 되어 이렇게 정은의 곁에 있으면서 그녀의 성장을 목격하는 것도 좋았다.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재석은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그는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정은의 곁에 남자라곤 오직 자신뿐이었으면 좋겠다고.그녀의 눈빛은 영원히 자신에게 떨어졌으면 좋겠다고.정은의 미소도, 그녀의 기쁨도 오직 자신 때문이었으면 좋겠다고.만약 가능하다면, 재석은 심지어 자신이 정은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이런 미친 생각들은 정은이 현빈의 차에서 내려 두 사람이 나란히 올라오는 것을 보았을 때 들끓기 시작했다.재석은 쓴웃음을 지었고, 자신도 이렇게 이성을 잃을 줄은 몰랐다.더 슬픈 것은 감정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하나뿐이라는 것이다....같은 밤, 매서운 찬바람 속에서, 동건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수민의 전화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6화

    눈에 거슬리는 동시에 도겸은 두 눈이 붉어졌고, 현빈의 뒷모습을 보며, 펑하고 핸들을 내리쳤다.도겸은 내려가서 현빈의 멱살을 잡고 그를 호되게 한 대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남에게 손을 대는 것일까?단념하지 않는 전 남자친구? 아니면, 예전의 절친?그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결국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물건을 올려준 뒤, 현빈은 떠날 준비를 했다.정은은 거실에서 물을 따르며 건네주었다.“고마워요, 오빠, 물 좀 마시고 가요.”현빈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정은은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내일 다시 차츰차츰 치우려 했다.바로 이때,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은은 낮에 베란다 문을 닫지 않았는데, 이때 바람이 세게 불어왔다.화분이 아직 베란다에 있었기에, 만약 바람에 날려 가서 사람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큰일이었다.그래서 정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화분을 실내로 옮겼다.그중 하나가 비교적 무거워서 그녀는 몇 번 시도했지만 조금도 들지 못했다.이때 두 손이 나타나더니, 화분을 받으며 듬직하게 들어올렸다.현빈이 말했다.“내가 할게.”정은은 한숨을 돌렸다.“고마워요, 오빠.”손을 거둬들일 때, 부주의로 현빈의 손을 부딪혔지만, 정은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남자의 눈빛은 조여졌고, 그다지 많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현빈이 그 잘 자란 코코넛을 쉽게 실내로 옮기는 것을 보고, 정은은 또 손을 들어 다른 몇 개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말했다.“이거, 그리고 이거도 다 옮겨야 하는데...”현빈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내가 짐꾼처럼 보여?”정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하지만 내 오빠잖아요. 전에 어려움이 있으면 오빠를 찾으라고 했고요.”이번에 현빈이 말문이 막혔다.‘오빠, 오빠, 그놈의 오빠!’그는 자신이 정말 정신이 나갔다고 느꼈다. 어떤 호칭이든 정은의 입에서 나오면 이유 없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5화

    “도겸이는 자기가 정말 뭐라도 된 줄 알아! 싸다 싸! 그러게 누가 그때 저런 말을 하래?”선우는 한숨을 쉬었다.“도겸이 형이 언제 단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정은 누나는 이미 그 과거에서 벗어났는데.”“흥.” 동건은 냉소를 지었다.“도겸이가 단념을 한다고? 두고 봐. 정은 씨가 고개를 돌리지 않는 한, 저 자식 평생 이러고 있을 거야.”“이건 또 무슨 말이에요??”“그 가사가 뭐였더라? ‘얻을 수 없다면 영원히 소란을 피울 거야.’ 남자는 말이야, 정말 천박한 존재지. 됐어, 너희들 천천히 놀아, 나도 갈게.”“아니... 이제 막 왔는데 왜 가는 거예요?”동건은 헤헤 웃었다.“수민이가 갑자기 야근을 안 해도 된다고 했거든. 수민이 데리러 갈 거야.”선우의 눈빛은 더욱 이상해졌다.“그런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고?”동건은 변명했다.“네가 뭘 알아? 나는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남자친구가 퇴근한 여자친구를 데리러 가는 것은 정상 아니야? 이것도 할 수 없다면, 양가 부모님들은 또 어떻게 우리 둘이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어?”“아, 늦었으니 먼저 갈에! 안녕!” 말하면서 동건은 성큼성큼 떠났다.선우의 잘생긴 얼굴에는 엄청난 의혹이 나타났다.‘왜 다들 요즘 귀신에 홀린 것 같지... 이상해! 너무 이상해!’...겨울의 비는 마치 바늘을 숨긴 듯 했고, 쌀쌀한 바람은 뼈를 에는 듯 했다.8시도 안 되었지만,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도겸은 클럽을 떠난 후, 차를 몰고 정은의 거처로 곧장 달려갔다.도중에 그는 질투와 불쾌감을 느끼며 심지어 정은에게 어떻게 따져야 할지를 생각했다.‘심현빈이랑 안 친하다며?’‘둘이 불가능하다며?’‘그런데 왜 그 자식과 집에 가서 부모님을 만난 거야?’‘두 사람 언제 사귄 거냐고?’‘심현빈이 대체 뭐가 좋은 거야?!’‘대체 왜?!’그러나 막상 도착하자, 도겸은 위층으로 올라갈 용기조차 없었다.그저 차 안에 멍하니 앉아서 비가 유리창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4화

    ‘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았고, 지구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자전하고 있는데!’선우는 또 다른 한쪽을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도겸은 한 잔 한 잔 이어서 술을 마시고 있었고, 카드놀이도 하지 않고 공도 치지 않았으며 여자가 다가오면 더욱 멀리 피했다.다른 사람들은 혀를 찼다.“우리 도겸이 형 지금 정말 침울해진 것 같아. 보는 내 마음이 다 아프네!”“꺼져, 오글거려 죽겠네! 말 좀 똑바로 할 수 없어? 우리 도겸이는 사랑을 위해 이렇게 된 것이니, 이건 일편단심이라고!”“그래도 여자는 다 똑같지 않아? 돈만 있으면 어떤 여자를 살 수 없겠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선우는 그들이 갈수록 말을 심하게 하는 것을 듣고 즉시 호통을 쳤다.“이제 그만 좀 해. 그딴 말 좀 적게 하고. 너희들은 뭐 이런 상황이 없을 줄 알아!”그들 중에는 심지어 ‘소정은'이라는 이름을 언급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선우는 가슴이 떨렸다.그것은 절대로 도겸 앞에서 언급하면 안 되는 이름이었고, 도겸은 듣자마자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그때 가서 소란을 피우면 정말 수습하기 어려웠다.동건은 연속 몇 판 지자, 카드를 던졌다.“재미없네. 너 무슨 속임수 썼지? 어떻게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거야?”“형은 운이 나쁜 데다가 머리도 좋지 않잖아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에요?”“야! 전선우, 너 많이 컸다?”선우는 입을 삐죽거렸다.“칭찬으로 들을게요.”동건은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 놀아.”그가 가자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사람들도 자연히 흩어졌다.선우는 카드놀이를 놀고 싶었는데, 이렇게 되자 술을 마실 흥미도 없었다. 무대 아래는 분위기가 막 뜨거워졌기에, 춤을 춰도 재미가 없어 아예 소파 구석에 틀어박혀 핸드폰을 보았다.그렇게 선우는 현빈이 올린 사진을 보았다.“모임? 누구랑 가족 모임에 참가한 거야?” 선우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는 사진을 클릭하며 맛있는 것이 참 많다고 감탄하려 하다가, 갑자기 사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3화

    현빈은 미소가 굳어졌다.계속 사진을 뒤지니, 다음 사진이 바로 그가 방금 찍은 음식 사진이었다.그는 마음이 움직여 SNS를 클릭해 이 사진을 올렸다.[가족 모임.]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일부 사람들은 댓글을 달며 소란을 피웠다.[집잔치야?][현빈이 형 또 새 애인 생겼어!][모처럼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드디어 금융 뉴스가 아니네.][우리 형님 몰래 큰일을 해냈네요][이야, 전에 같이 솔로로 지내기로 했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 데리고 부모님을 만나러 간 거야?][쯧쯧, 이런 사진을 올리다니, 이제 결혼하려는 거야?]현빈은 사진을 클릭하며 쳐다보다가 갑자기 멈칫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사진을 확대한 뒤, 사진의 오른쪽 구석에서 정은의 반쪽 얼굴을 발견했다.비록 턱과 입술밖에 안 보이지만, 현빈의 친구들은 저마다 홈즈로 변신하여 이 실마리를 발견했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하려 했고, 생각하다 또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아무튼 모두들 농담이었으니, 만약 특별히 해석한다면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았다.이때, 현빈은 갑자기 문자 한 통을 받았다.대학 동창인데 지난번에 그 샤브샤브 가게 사장님이었다.[축하한다, 친구야.][다음에 샤브샤브 먹으러 오면 무료야!]‘됐어, 답장하기 귀찮아.’...밤의 장막이 내리자, 등불이 켜졌다.전선우는 모이자며 동건과 도겸을 불렀다.동건은 처음에 퇴근한 수민을 데리러 가야 한다며 거절했다.그러나 5분 후에 동건은 다시 전화를 했다.[지금 시간 생겼어. 곧 도착할 거야.]선우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아, 수민이가 임시로 야근을 해야 한다고 했거든.]그리고 잠시 후 다시 덧붙였다.[오늘 밤을 새워야 한데.]선우는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수민, 수민, 그놈의 수민...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랑은? 진짜 여친도 아닌데.’“형 진짜 조수민에게 반한 거 아니지?”맞은편은 잠시 침묵에 잠기더니 곧 버럭 했다.[꺼져! 내가 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2화

    현빈이 말했다.“이렇게 푸짐한 밥상에, 정은이는 또 이원이 처음이니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요?”이 제안에 두 노인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아직 손녀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이춘재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확실히 기념할 만한 일이지.”“현빈아, 너 좀 잘 찍어. 나중에 프린트해서 앨범에 넣을 거야.”현빈은 미소를 지었다.“저 말고 이모님에게 찍어달라고 해야죠.”“허허, 나 좀 봐, 너도 들어와야 한단 걸 깜빡했네...”현빈은 가정부를 불었다.정은은 얌전하게 봉수진의 곁에 서서 웃으며 그녀의 팔을 껴안았고, 옆에는 현빈이 서 있었으며, 가장 왼쪽에는 이춘재였다.“준비되셨나요?” 가정부가 물었다.봉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찰칵.셔터를 누르면서 이 순간이 고정되었다.두 노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정은은 방긋 웃고 있었으며, 현빈도 담담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가정부는 잘 못 찍었을까 봐 몇 장 더 찍었다.두 노인은 사진을 보고 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가정부는 핸드폰을 현빈한테 돌려줬다.봉수진은 사진을 꼭 프린트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안심하세요. 저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봉수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현빈은 사진을 보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님의 월급을 좀 올려도 될 것 같은데.’그리고 핸드폰으로 탁자 위의 음식을 몇 장 찍어서야 앉아서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정은은 봉수진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이춘재는 수십 년 된 이웃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멀리서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래, 찾았어! L시에서, 이미 결혼을 했더군...”“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아, 소설을 쓰는 작가야. 미스터리 소설... 참, 꼭 을 읽어봐. 내 딸이 쓴 거야... 들어봤다고? 그럼 잘 됐네! 꼭 봐야 돼!”“오늘 온 그 아이는 내 손녀인데 서비대학교의 대학원생이야. 학술 때문에 바빠서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어...”“하하... 그래, 하늘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1화

    현빈은 정은에게 문을 열라고 표시했다.정은은 손을 들어 손잡이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그는 줄곧 현빈의 품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은 여전히 정은의 상상을 초월했다.청아한 디퓨저 냄새가 전해져 왔는데, 정은이 좋아하는 박하향으로 신선하고 쾌적했다.방 배치는 전체적으로 연한 색깔이었다.벽은 베이지색이었고, 나무로 된 바닥에는 부드러운 긴 털 카펫이 깔려 있었다.밟으면 편하고 가뿐했다.아마도 자신이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벽쪽에 특별히 책장을 몇 개 더 추가했다. 책장 앞의 창문 옆에 의자 하나까지 있었다.부드러운 햇빛이 큰 창문을 비추며 책장에 떨어졌고, 생각만 해도 편안했다.뿐만 아니라 방에는 작은 탁자, 정교하고 나른한 작은 소파, 심지어 작은 다탁까지 있었다.커튼을 열면 바깥은 독립된 베란다였다. 멀리 바라보면 하늘, 산, 숲, 풀밭이 있어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했다.“마음에 들어?”정은은 현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엄청 마음에 들어요.”말하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지금의 모든 것이 너무 환상적이네요.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이야기처럼, 신데렐라는 공주가 되어 그녀만의 성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정은은 말투가 가벼웠고, 표정이 평온했다.그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놀라움을 느꼈지만, 결코 빠져들지 않았다.현빈은 고개를 돌려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는 신데렐라가 아니야.”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그가 계속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신데렐라는 영원히 연약하잖아. 왕자가 자신을 구하기를 기다리고 있고. 넌 아니야. 넌 자신을 그런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고, 주동적으로 어려움을 파헤치며 자신을 구할 거야.”현빈은 미소를 지었다.“너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겨울 왕국의 여왕 엘사야. 용감하고 지혜롭지.”정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오빠가 날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는데요? 눈에 콩깍지라도 씐 거예요?”남자는 웃음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0화

    “좋아요. 방금 들어왔을 때 힐끗 보았을 뿐, 아직 자세히 보지 못했거든요.”봉수진은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불편했기에, 정은은 원래 그녀를 모시고 정원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잘됐다 생각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하늘은 흐렸고, 햇빛은 구름 뒤에 숨어 있다가 가끔 가느다란 빛을 비추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겨울의 J시에서 푸른 식물을 보기 어렵고, 대개 앙상한 가지들뿐이었다. 그러나 이원의 화원은 예외였다.거대한 유리 온실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만발했고, 겨울에 가장 선명한 색채를 이루고 있었다. 봉수진은 특별한 취미가 없어 그저 꽃과 식물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 이런 일에도 흥미가 없었지만, 이춘재가 봉수진이 점차 침울해진 모습을 보고는 주의를 좀 돌리라고 권한 것이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봉수진은 장갑을 끼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작은 화원의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정은도 꽃가지를 다듬고 새 흙으로 덮어주는 것을 도왔다. 봉수진은 힐끗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능숙한 손놀림에 감탄했다. 식물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 어떤 식물은 물을 많이 주고, 어떤 식물은 적게 주어야 하는지, 어떤 식물은 아예 물을 주면 안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딱 봐도 평소에 화초를 다듬는 사람인 게 분명했다“우리 정은이는 공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화초 가꾸는 솜씨도 대단하구나.” 봉수진은 웃으며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화초를 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할머니께서 너무 잘 가꾸셔서 저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에요.”정은은 발밑에 자란 말리꽃을 바라보았다. 작은 떨기로 자라난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 무성하게 자랄 것이었다.봉수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듣기 좋은 말로 나를 달래는구나.”“아니에요, 진짜예요. 이 장미도 정말 예쁘잖아요. 그런데 모양이 조금 이상한데, 마치 배추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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