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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작가: 십일
“야! 이게 뭐야?”

“두 사람 미쳤어?!”

“그만해요! 도겸 형! 현빈 형.”

두 사람은 얼른 도겸과 현빈을 잡았고, 이때 선우가 먼저 말했다.

“도겸 형, 화 좀 풀고 진정해요!”

동건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

“현빈아, 정신 좀 차려! 친구들끼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싸우고 그래?!”

도겸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

“이거 놔! 놓으라고!”

두 사람이 주먹을 쥐고 계속 싸우려는 것을 보니, 선우와 동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동건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으면 상의할 수 있잖아요. 다 친구니까 화기애애하게 지내요!”

선우도 입을 열어서 두 사람을 설득했다.

“도겸아, 오늘은 현빈의 생일이니, 무슨 큰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얘기하자.”

현빈은 손으로 입가의 피를 지우며 화가 난 도겸을 힐끗 바라보더니, 입가를 구부렸다.

“내가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야. 물론 심사숙고를 거쳐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니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

말이 끝나자, 현빈은 몸을 돌려 창백한 얼굴로 멍을 때리고 있는 정은에게 다가가며 외투를 벗더니 부드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

“괜찮아? 많이 놀랐지? 내가 정은 씨 집으로 데려다줄게.”

선우와 동건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멍해져 어안이 벙벙해졌다.

‘심현빈과 소정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래서 방금 도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였구나!’

정은은 이때 정신을 차렸다. 현빈이 내민 손을 보면서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더니 몸에 걸친 외투까지 벗어 그에게 돌려주었다.

“아니에요, 나 혼자 돌아가면 돼요. 두 사람의 일에 더 이상 날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난 장난감이 아니고, 당신들도 날 이리저리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

“그리고.”

정은은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이것은 현빈에게 한 말이기도 하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붉히고 있는 도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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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다음 순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현빈의 손을 붙잡았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을 바라보았고, 말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정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선배님이 어떻게...”그 순간, 정은은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조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괜찮아?”정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울 것만 같았다.‘괜찮을 리가 없잖아.’“내 차가 마침 여기에 있는데,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네, 그럼 부탁할게요.”재석은 정은의 어깨를 안으며 이곳을 떠나려 했다.정은은 자기가 궁지에 몰린 쥐와 같다고 느꼈다. 절체불명의 순간, 재석이 나타나자 그녀도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선배님,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죠?”별장 옆에는 고급 호텔이 있었는데, 재석은 마침 세미나에 참석하러 왔다. 중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밖에 나왔고, 뜻밖에 이런 장면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마침 일이 있어서...”“잠깐만요.” 현빈은 그들을 쫓아갔다.“조 교수님, 지금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세미나는 옆의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는 내 개인 별장이에요.”재석이 멈칫하자, 정은도 따라서 멈추었다.현빈은 계속 말했다.“제 손님은 내가 직접 바래다주면 되니, 조 교수님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재석은 몸을 돌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손님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있나요?”정은은 즉시 입을 열었다.“난 조 교수님과 같이 떠나고 싶어요.”현빈은 말문이 막혔다.“정은 씨...”재석이 말했다.“가자.”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거기 서!” 정은이 두 남자와 얽히고설킨 것을 보며, 도겸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소정은, 너 어디 가려는 거야?”“집에.”“허... 이 남자의 집으로 가려는 거지?” 도겸은 재석을 가리키며 냉소를 지었다.“너 이렇게도 비천한 여자였어? 남자 없으면 못 사는 거야?”“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넌 이미 나 몰래 다른 남자와 잤지? 소정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화

    그러나 현빈은 오히려 냉정하게 도겸을 바라보았다.“전에 이미 물어봤었잖아? 그리고 너도 동의했고.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도겸은 얼마 전의 톡방 채팅 기록을 떠올리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정은은 더욱 온몸이 떨리더니 다리가 비틀거렸다. 재석은 제때에 그녀를 부축했다.“지금 바로 널 데리고 떠날게.”현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재석을 막았다.“정은 씨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죠? 여긴 심씨 가문의 구역이에요. 조 교수님이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도겸도 무엇을 의식했는지, 악독한 눈빛으로 재석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분노가 용솟음치고 있었다.재석은 담담하게 눈을 들었고, 평소에 맑고 부드러운 두 눈은 이때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워졌다.“엘리간트 호텔 세미나의 발기인은 썬바이오의 조 회장이에요. 이제 세미나도 곧 끝날 텐데. 오늘 조 회장님도 참가하셨으니, 내가 전화를 한다면, 아마 2분 안으로 달려오실 거예요. 만약 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오늘 일어난 이 난장판을 전해 듣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을 거예요.”소씨 가문의 권세와 지위는 결코 심씨 가문이나 강씨 가문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재석은 직접 양가의 어르신들까지 언급했다...현빈은 잠시 망설였고, 도겸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조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지금 협력 관계일 거야. 만약 이 일로 인해 두 가문의 협력에 변고가 생긴다면, 그건 결코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지.”재석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현빈과 도겸은 모두 그의 경고를 알아차렸다.그러나 재석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비켜요.”도겸은 어두워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빈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물러서서 재석이 정은을 데리고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젠장!”옆에 있는 돌을 걷어차면서, 도겸은 화병 때문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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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9화

    재석은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외투 한 벌일 뿐, 그의 옷장에는 옷이 많았다.“돌아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좀 챙기려고. 또 실험실에 돌아가야 하거든.”그는 콧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기에, 딱 봐도 보통 감기가 아니었다.“잠깐만요.”정은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가, 보온병을 들고 나왔다.“이건 내가 어제 끓인 생강차예요. 뜨거울 때 마셔요.”재석은 생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정은은 이를 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안에 감기약도 있어요. 다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건데, 케이스에 복용 방식이 적혀 있어요.”재석은 줄곧 건강해서 거의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정은의 말을 듣고, 그는 멈칫하더니 보온병을 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곧이어 정은이 이렇게 말했다.“결국 선배님도 나 때문에 감기에 걸렸잖아요.”그래서 재석은 거절하려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지각하기 직전이었다.“고마워. 생강차와 감기약, 꼭 챙겨 먹을게.”재석이 성큼성큼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은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논문에 아직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그녀는 요 며칠 줄곧 각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보았다.그리고 오미선이 준 책과 논문은 모두 독일어 원판이라, 정은의 독일어는 일상적인 교류만 가능했기에, 전문 어휘를 만나면 시간을 들여 찾아봐야 했다.논문에 빠진 정은은 사고를 하며 손으로 끊임없이 기록을 했다.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생각이 끊기자, 그녀는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연결했다.“네.”[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지금 할 말이 좀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심현빈이었다.정은은 침묵을 지켰다. 마침 그녀도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시간과 장소를 정한 다음, 정은은 통화를 끊었다.이때, 도겸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고, 계속 논문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0화

    현빈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정은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정은 누나?!”전선우는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뜻밖에도 현빈과 정은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카페는 커플들이 데이트할 때 자주 가는 곳이지.’서우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정말 그 두 사람이었다!사실 현빈이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단 것을 안 이후, 선우는 비록 의외라 생각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전에 현빈 형은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했으니까.’그러나 정은이 현빈을 받아들이다니, 선우는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자,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정은은 계속 이야기하려는 마음을 거두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선우와 인사를 한 다음, 그녀는 먼저 떠났다.정은이 떠나자, 선우는 그녀의 자리에 앉아서 맞은편의 현빈을 바라보았다.“형, 지금 진심이에요?”“뭐가?” 현빈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정은 누나는 형을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아.”현빈은 멈칫하더니 커피를 내려놓았다.“이유가 뭐지?”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자, 선우는 약간 위축되었다.“그냥... 첫째, 형은 정은 누나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요. 둘째, 도겸 형과 절친이었으니 두 사람은 절대로 불가능해요.”‘현빈 형은 바람둥이일 뿐. 정은 누나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참.” 선우는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현빈에게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이제 솔직하게 말해봐요. 언제부터 정은 누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거예요?”현빈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며, 담담하게 커피를 홀짝였다.“아주 오래전부터. 아마도 도겸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야! 형 짐승이네요!” 선우는 이를 악물며, 현빈이 정말 뻔뻔스럽다고 느꼈다.“형 지금 친구의 여자를 넘보고 있는 거잖아요!”현빈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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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선우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현빈을 원망했다. ‘친구인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것도 모자라, 현빈 형이 먼저 속마음을 폭로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현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깨를 으쓱했다.“날 설득할 필요 없어. 그래도 시도를 해봐야 결과를 알지 않겠어?”...정은은 커피숍에서 나온 뒤, 백화점에 가서 새 목도리와 캐시미어 코트를 샀다. 그리고 또 마트에 가서 장을 봤는데, 밖으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겨울이라 날은 일찍 어두워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돌아갔다.아파트에 도착할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어두운 골목에서 뛰쳐나왔다.정은은 근처에서 떠돌아다니는 노숙자인 줄 알고,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소름이 쫙 돋았다.그러나 그 사람이 도겸인 것을 보자, 정은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도겸이 몸에 술 냄새가 나는 채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도겸은 이미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추워서 코까지 빨개졌다. 그는 술기운을 빌려 정은의 손을 잡았다.“정은아...”“이거 놔.” 정은은 불편해서 바로 발버둥 쳤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이 남자와의 스킨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놓지 않을 거야! 제발 내 곁으로 돌아와, 응?”정은은 도겸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정말 몰랐다.“당신 취했어.”“정은아, 난 진심이야...”그는 오늘 두 번째로 그녀에게 ‘진심’을 언급한 남자였다.“전에 네가 물어봤었잖아, 돌아오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나 지금 이미 서연희와 헤어지자고 했어.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너와 심현빈 사이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어제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어. 이렇게 사과할게. 날 때리든 욕하든 상관없어...”밤이 점점 깊어지자, 행인들도 많이 적어졌다. 일기예보는 오늘이 온도가 가장 낮은 날이며, 보온조치를 잘 취하라고 했다.정은은 방금 전까지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이때 등골이 시렸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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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이 마침내 돌아왔어!’‘내가 가장 좋아하는 섹시한 잠옷을 입고, 날 유혹하고 있다고! 이번에 난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거야!’도겸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정은’을 자신의 몸 아래에 눌렀다. 그리고 다급하게 키스를 하며, 잠긴 목소리로 계속 외쳤다.“정은아... 정은아, 이제 드디어 날 용서한 거야?”...뜨겁고 격렬한 운동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났고, 도겸은 만족을 하며 바로 곯아떨어졌다.이튿날 아침, 도겸은 깨어나자마자 아픈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마치 바늘이 쿡쿡 찌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팔꿈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와 닿더니, 그는 흠칫 놀랐다.고개를 돌리자, 연희가 자신의 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로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여자의 목에는 붉은 키스 자국이 남아 있었고, 새빨간 두 볼은 무척 요염했는데, 짜릿한 밤을 보낸 게 분명했다.도겸이 머리를 흔들자, 어젯밤의 격렬하고 짜릿한 화면들이 조금씩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괴로워하며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어떻게 서연희와 잘 수가 있지?’연희는 진작에 깨어났는데, 도겸이 깨어난 후에야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이어 볼에 홍조가 나타났다.그녀는 수줍게 입술을 깨문 뒤, 뒤에서 도겸을 껴안았다.“오빠, 어젯밤에 저를 너무 아프게 하셨단 말이에요. 저는 줄곧 싫다고 말했는데, 오빠는 제 말을 듣지 않...”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겸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 야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그는 정은의 집 아래에서,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언제 집에 돌아왔는지, 또 어떻게 연희와 침대에 누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연희는 도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찔렸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어제 오빠는 비를 맞고 쓰러지셨어요. 저는 택시를 잡아서 오빠를 집에 데려다 드렸고요. 그리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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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은 오미선을 위로한 다음 또 직접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마지막에는 링거를 다 맞아야 퇴원할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떠나기 전에 정은은 또 박애영을 한쪽으로 불렀다.“전 이미 교수님과 얘기를 마쳤으니, 내일 요양원에서 차를 보낼 거예요. 밖에 있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박애영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래도 정은이 너밖에 없구나! 나도 말렸지만 효과가 없었어. 네가 나서니 바로 해결됐잖아. 안심해, 교수님을 잘 돌볼 테니까!”“그럼 수고 많으세요.”“수고는 무슨...”정은이 간 후, 박애영은 문을 밀고 병실로 들어갔다.오미선은 그녀의 뒤를 쳐다보았다.“정은이 갔어?”“네, 갔어요. 가기 전에 특별히 저에게 교수님 잘 챙겨드리라고 했어요. 정은이도 정말 정성을 다했어요.”오미선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이는 참 좋은 아이지. 다 내가 쓸모없어서 그래. 늙어서 아이들을 위해 자원을 쟁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송지혜의 괴롭힘을 받게 하다니.”“절대로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정은은 교수님을 탓한 적이 없어요. 하물며 정은이도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니잖아요.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한 이상, 틀림없이 계획이 있을 거예요.”“정은이는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박애영은 흠칫 놀랐다.“핸드폰 줘. 전화 한 통 좀 할게.”...시간은 쏜살같이 지나며 어느덧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시간이 되었다.세 사람은 여전히 학교 밖의 그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현빈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미리 음식을 시켰다.인훈과 정은은 하나는 공사장에서 왔고, 다른 하나는 실험실에서 왔으며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오빠!”“어, 정은아, 넌 왜 목도리도 안 하고 나왔어? 안 추워?”“목도리를 실험실에 두고 왔어. 괜찮아. 지퍼를 당기면 얼굴을 다 가릴 수 있거든.”식당에 들어간 두 사람은 단번에 현빈을 보았다.양복 차림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꼿꼿했고, 어깨가 넓어서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9화

    “그래서 어제 아침에 도대체 누구의 전화를 받으셨어요? 화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니.”“흥!”정은도 서두르지 않았다.“제가 한 번 맞춰볼게요... 학장님은 아닐 텐데. 줄곧 이런 사소한 일들을 상관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럼 백 부총장님? 그런데 최근 스폰서의 고소로 방금 처벌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오랫동안 꼬리를 숨기셔야 할 텐데...”여기까지 말하자 정은은 잠시 멈추더니 눈알을 굴렸다.“이 두 사람을 모두 배제한다면, 생명과학대학에서 교수님을 이렇게 도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송지혜 교수님일 뿐이겠죠?”이 이름을 듣자마자 오미선은 눈을 부릅떴다.“그 사람 언급하지 마!”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심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 교수님밖에 없는 것 같네요.”“심심해? 만약 송지혜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속고 있겠지! 나한테 어떻게 실험실이 소방대 시정 요구를 받았다는 이렇게 큰 일을 속일 수가 있니?!”“속이지 않으면요? 교수님께서 먼 M국에서 날아와 학원 측, 심지어 학교 측을 찾아가서 따지는 것을 지켜보라고요? 그러다 결국 저희의 실험실이 확실히 소방 규정에 맞지 않아 시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실 거예요. 이 시정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르면 2, 3개월, 느리면 1년 정도 걸릴 거고요.”“이쪽도 똑같이 처벌하고, 저쪽은 교수님이 이유 없이 세미나를 결석하고, 자의로 팀을 떠난 일로 학교 측의 문책을 받으시라는 거예요?”“이번 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겠어요? 당연히 송지혜 교수님 아니겠어요?”오미선은 화가 나서 되려 웃음이 나왔다.“그럼 나란 교수님은 조금도 쓸모가 없겠구나?”정은은 경탄하며 천천히 말했다.“그거 알고 계세요? 이번 소방검사는 시에서 조직한 것이었어요. 만약 일반적인 교내 검사일 뿐이라면, 저도 두말없이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람을 찾아 평정하게 하라고 했을 거예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요. 시 소방대가 주도하고 학교 측은 협조만 하면 됐거든요.”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8화

    “왜? 왜 날 이렇게 보는 건데?”“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선배님이 참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요.”‘진짜 엄청 좋은 사람이야.’“가자, 이렇게 서 있으면 안 추워?” 재석이 웃었다.정은은 손을 비비며 대답했다.“좀 춥네요.”...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 또 두유를 마셨다.재석이 외출할 시간에 맞춰, 정은은 샌드위치와 두유를 봉지에 담아서 그에게 건네주었다.“아침밥이야?”“네!”“마침 안 먹었는데. 고마워.”재석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고, 정은도 가려고 했지만 먼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싶었다.바닥을 다 닦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정은아! 나 애영 아주머니야! 얼른 병원에 와서 오 교수님 좀 보러 와...]병실에서.정은은 황급히 문을 밀고 들어왔다.“교수님?!”오미선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박애영은 옆에서 초조하게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정은을 보고서야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정은아, 왜 이제야 왔어!”“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교수님이랑 같이 요양하러 갔잖아요?”매년 서비대학교는 외지에 나가 요양하는 정원이 있었는데, 교직원 복지라고 할 수 있었다.대선배인 오미선은 이미 명단에 있었지만, 예년처럼 그녀는 스스로 포기했다.올해도 정은이 말렸던 것이다. 학교에 아무 일도 없고, 자신이 민지와 서준을 데리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게다가 시일내에 아무런 중요한 세미나도 없었기에 오미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그래, 어제 출발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교수님이 전화를 받으신 거야. 누가 전화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차피 전화를 받고 나서 교수님이 쓰러지셨는데, 난 재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준 거야.”“의사 선생님은 뭐래요?”“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래. 이틀 동안 입원해서 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오늘 아침, 교수님이 퇴원하시겠다고 난리를 부리신 거야. 난 교수님에게 남은 두 링거를 다 맞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7화

    기사는 차를 몰고 온 다음, 길가에 천천히 멈추었다.“사모님.”강서원은 차에 올라탄 다음, 실망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집으로 가요.”차가 떠나는 순간, 재석과 정은은 쇼핑백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그들은 마침 어깨를 스쳤다.재석이 말했다.“그냥 다 줘.”말하면서 그는 정은에게서 쇼핑백을 받았다.정은도 거절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히 좀 무거웠다.두 사람이 골목 어귀로 걸어가자, 재석이 갑자기 물었다.“요즘 이웃 대학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거야?”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은 설비가 완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넓어요. 마 교수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그 선배님들도 아주 다정해요. 소모품을 수령할 때, 꼭 우리를 도와 기록해 줬거든요.”그러나 이 소모품들도 다 정은이 견적서에 따라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원래 실험실을 무료로 빌려 쓰는 것 자체가 쑥스러웠으니, 또 어떻게 공짜로 남의 소모품을 쓰겠는가?재석은 멈칫하더니 계속 물었다.“무슨 문제 없어?”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근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동안 밀렸던 진도도 점점 따라잡고 있었다. 전공 과목에서도 정은은 크게 어려움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지난번 수행평가에서 ‘A+’를 받지 못하고 ‘A’에 그친 것이 아쉬웠지만, 그것은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어 반 전체가 만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머릿속에서 최근의 큰일을 모두 한 번 생각한 다음,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그녀는 갑자기 무엇을 떠올렸다.“지금 망설이고 있잖아. 학교 식당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정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오늘 오전에 참석한 회의에서 마 교수님을 만났거든.”정은은 마음이 다급해지더니 이어서 미안함을 드러냈다.“미안해요, 뜻밖에도 마 교수님께서 그 소란을 듣게 되실 줄이야. 선배님에게 다 말한 거예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고개를 푹 숙였다.부끄럽기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6화

    재석은 아주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정은이 이미 과일을 깎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설거지하지 말라고 했더니 과일을 깎는 거야?” 재석은 어쩔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저었다.정은은 이쑤시개로 사과 한 조각을 들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죠. 난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재석은 과일을 받았다.“참, 나 돌아가서 쓰레기 좀 치워야 하는데, 이따가 같이 내려갈래요?”“좋아.”쓰레기를 버리고자, 정은은 집의 냉장고가 비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최근 구매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마트에 가자고 제의했다.재석은 자연히 동의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강서원이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여기서 차 세워요, 안에 못 들어가니까.”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강서원은 차 문을 열다 갑자기 멈칫하더니, 미리 준비한 플랫슈즈를 꺼내 갈아 신었다.‘하마터면 이걸 잊을 뻔했네.’그녀는 단숨에 7층까지 올라갔는데, 이번에 플랫슈즈를 갈아 신었으니 지난번처럼 그렇게 낭패스럽지 않았다.강서원은 열쇠를 꺼냈는데, 생각하다가 다시 가방에 넣으며 문을 두드렸다.똑똑.“재석아, 집에 있니?”몇 번 물어도 대답이 없는 후에야 강서원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어? 사람은?”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강서원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소기봉이었다.[당신 정말 재석이네에 찾아간 거야?!]“그래요.”[자금이 몇 시인데! 시간도 확인하지 않는 거야! 밤중에 달려가서 재석이 쉬는 것만 방해하잖아. 당신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강서원은 사방을 둘러보다 또 침실 두 칸과 주방, 베란다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이상하네... 재석이가 어디에 간 거지?”[왜? 재석이 집에 없어?]“한 바퀴 찾았는데 아무도 없네요.”[아이고! 신나서 달려갔더니 허탕을 쳤구나. 이게 무슨 헛수고야?]“당신은 몰라서 그래요. 재석이 오늘 저녁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 다시다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 직접 요리하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5화

    정은은 옷걸이 옆에 따로 걸어놓은 양복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짙은 검은색이라 너무 고리타분했다.비록 재석은 평소에도 양복을 입었지만, 이것보다 훨씬 세련됐다.그렇다, 이 정장은 고리타분했다.정은은 안으로 들어간 다음 식탁 앞에 멈추었다.식탁 위에 요리 세 개와 국 하나가 놓여 있었다.“갈비찜과 소고기 볶음은 너한테서 배웠어. 야채볶음은 내가 영상을 따라 배운 거고, 무국은 원래 할 줄 알았던 음식이야.”재석은 각 요리의 내력을 분명하게 설명했다.정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가 가르쳐준 적이 있나요? 왜 기억이 안 나죠?”“난 몰래 배운 거라.”말하는 사이에 재석은 이미 밥 두 그릇을 담았다.“앉아.”또 정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고마워요.”정은은 먼저 갈비를 집었고, 남자의 기대에 찼지만 또 일부러 침착한 척하는 눈빛을 맞이하며 입에 넣었다.“이 맛은... 어때?”정은은 남자가 똑바로 앉더니 표정도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발견했다.“아주 맛있어요,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요!”재석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어디 너와 비교할 수 있겠니?”“선배님, 너무 겸손하지 마요!”정은은 정말 억지로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고, 맛은 확실히 괜찮았다.“옆에서 일을 거두면서 보고 배운 거예요?“절차도 묵묵히 기억했지.”똑똑한 사람은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었다.소고기 볶음과 야채볶음은 모두 맛있었다.“정말?” 당당한 재석도 자신이 없을 때가 있었다.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 “거짓말이에요.”“응?”“그럴 리가요.”...다 먹고 정은은 그릇을 치우려 했지만 남자가 엄숙하게 거절했다.“너는 소파에 가서 앉아 있어. 핸드폰 놀든, 텔레비전 보든 다 괜찮으니까. 주방은 내가 치울게.”정은은 눈을 깜박였다.“전에 내 집에 있을 때, 우리 같이 치우지 않았어요?”“너도 너희 집이라고 했잖아. 지금 내 집에 있으니까 내 말 들어.”‘이건 또 무슨 도리지?’“그럼 다음에 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4화

    “재석아, 그 아이는 네가 추천한 사람이니 넌 어떻게 생각하니?”마정일은 말을 마친 다음, 재석에게 질문을 던졌다.재석은 한순간 침묵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우선, 저는 이것이 정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원에 핀 꽃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벌과 나비가 스스로 찾아왔죠. 그럼 이것이 꽃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둘째, 이 학교 학생들의 자질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둘째,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고작 이런 일 때문에 크게 싸우다니. 소문이 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밖으로 알려지면 학교에 망신을 주는 동시에 학교의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예요. 그래서 학교 교사와 학생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인 것 같네요.”중점이 바로 교사와 학생의 자질이었다.“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제가 정은이를 믿는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종래로 이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왜 아무도 정은이의 처지와 심정을 고려하지 않는 거죠? 정은이도 피해자잖아요.”재석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마정일은 그가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그래, 그 학생은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 예쁘고 매력이 넘친 것은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니, 어떻게 무턱대고 탓할 수 있겠어?”재석은 안색이 누그러졌다.“그렇게 말씀하시면 다행이고요.”마정일은 은근히 놀라서 재석을 힐끗 보았다.‘대놓고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다니?’“아이고, 우리 학교의 그 녀석들은 조금도 차분하지 못하다니깐. 정은이가 예쁘다고 하나같이 달려들어 고백하는 것 좀 봐. 지금은 사회도 참 달라졌어. 우리 그때는 이럴 엄두조차 없었잖아. 나는 오히려 이런 게 좋다고 생각해. 좋아하면 대담하게 고백을 해야지!”“그나저나, 만약 정은이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면, 우리 학교의 아이들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때? 서비대학교와 우리 학교도 엄청 가깝고, 평소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데이트도 할 수 있잖아. 나도 내 실험실도 장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93화

    “그럼 연락처 줬어?”정은이 대답했다.“아니요.”“둘 다?”“네.”교수님은 그제야 알아차렸다.‘이 여자애는 그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 두 사람이 착각을 하고 싸우기 시작했던 거구나.’지도원도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이 일은 정은과 무관하며 본교 학생이 잘못한 거라 매듭을 지었다.“이제 별일 없으니까 그만 가봐.”그 후로 정은은 점심에 식당에 가서 먹지 않았고, 배달을 시키거나 민지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이제야 겨우 조용해졌다.그러나 이 일은 이웃 대학에서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스캔들이 되었다.하지만 모두 정은과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문을 닫고 실험에 몰두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논문을 썼다.그 외에 외부의 어떤 소리도, 좋든 나쁘든, 선악을 막론하고 정은은 일절 듣지 않고 묻지 않았다....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학자 표창 대회가 J시 시청에서 거행되었다.재석은 두 개의 최고급 상장을 수여 받으며 장내의 주목을 끌었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둔 거물이었지만, 거물과 거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재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최고의 거물이었다.“축하한다, 재석아, 벌써 3년 연속 상을 받았지?”“마 교수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당시 교수님은 5년 연속 상을 받으셨고, 그 기록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잖아요. 제 작은 성과는 언급할 가치도 없죠.”“하하... 재석아, 넌 여전히 이렇게 겸손하구나!” 마정일이 그때 받은 상은 재석에 비하면 훨씬 못했다.그러나 재석은 말을 예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듣기에도 편안했다.“시대도 부단히 앞서가고 있으니, 앞으로 학술계는 너희 젊은이들의 천하가 될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그저 너희들에게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것 같군. 그래야 우리도 큰 공을 세운 셈이지.”“저희들의 천하가 된다 하더라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요?”“하하하... 난 말주변이 없어서 널 이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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