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고마워요.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재석은 그녀가 정서를 잘 조절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약간 놓였다.“배고파?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는데.”정은은 생각을 하며 거절하지 않았다.이곳이 스페셜 메뉴가 바로 매운탕이었다. 재석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곰탕을 시켰다.불그스름한 국물이 바글바글 끓으며, 김이 모락모락 한 것을 보니, 정말 맛있어 보였다.비록 그녀는 여전히 풀이 죽었지만, 주위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마음속의 답답함도 점차 풀렸다. 소갈비는 부드럽고 맛있었고, 야채는 신선해서, 방금 입맛이 없었던 정은의 식욕을 돋우었다.밖에는 여전히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가게 안은 오히려 무척 따뜻했다.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정은도 점차 정상으로 회복되었다.정은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재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별로 먹지 않았는데, 천천히 숟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마치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그 비가 오던 밤, 재석 역시 소리 없이 정은과 함께 있어주었다. 이를 떠올리니, 정은은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방금 그 난처한 상황에서 만약 재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은은 자신의 힘으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방금 그 장면은 정말 악몽과 다름없어요.”신경 쓰지 말라고 자신을 설득해도, 어떻게 정말 내려놓을 수가 있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정신을 차리더니 재석의 부드러운 눈과 마주쳤다. 이어,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선배님이 나타나서 다행이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와 같았어요.”“이럴 때 구세주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니야.” 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정은은 안경 아래의 감춰진 재석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귓가에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강인해.”재석은 정은의 기분
재석은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외투 한 벌일 뿐, 그의 옷장에는 옷이 많았다.“돌아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좀 챙기려고. 또 실험실에 돌아가야 하거든.”그는 콧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기에, 딱 봐도 보통 감기가 아니었다.“잠깐만요.”정은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가, 보온병을 들고 나왔다.“이건 내가 어제 끓인 생강차예요. 뜨거울 때 마셔요.”재석은 생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정은은 이를 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안에 감기약도 있어요. 다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건데, 케이스에 복용 방식이 적혀 있어요.”재석은 줄곧 건강해서 거의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정은의 말을 듣고, 그는 멈칫하더니 보온병을 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곧이어 정은이 이렇게 말했다.“결국 선배님도 나 때문에 감기에 걸렸잖아요.”그래서 재석은 거절하려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지각하기 직전이었다.“고마워. 생강차와 감기약, 꼭 챙겨 먹을게.”재석이 성큼성큼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은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논문에 아직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그녀는 요 며칠 줄곧 각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보았다.그리고 오미선이 준 책과 논문은 모두 독일어 원판이라, 정은의 독일어는 일상적인 교류만 가능했기에, 전문 어휘를 만나면 시간을 들여 찾아봐야 했다.논문에 빠진 정은은 사고를 하며 손으로 끊임없이 기록을 했다.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생각이 끊기자, 그녀는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연결했다.“네.”[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지금 할 말이 좀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심현빈이었다.정은은 침묵을 지켰다. 마침 그녀도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시간과 장소를 정한 다음, 정은은 통화를 끊었다.이때, 도겸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고, 계속 논문에
현빈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정은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정은 누나?!”전선우는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뜻밖에도 현빈과 정은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카페는 커플들이 데이트할 때 자주 가는 곳이지.’서우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정말 그 두 사람이었다!사실 현빈이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단 것을 안 이후, 선우는 비록 의외라 생각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전에 현빈 형은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했으니까.’그러나 정은이 현빈을 받아들이다니, 선우는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자,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정은은 계속 이야기하려는 마음을 거두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선우와 인사를 한 다음, 그녀는 먼저 떠났다.정은이 떠나자, 선우는 그녀의 자리에 앉아서 맞은편의 현빈을 바라보았다.“형, 지금 진심이에요?”“뭐가?” 현빈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정은 누나는 형을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아.”현빈은 멈칫하더니 커피를 내려놓았다.“이유가 뭐지?”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자, 선우는 약간 위축되었다.“그냥... 첫째, 형은 정은 누나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요. 둘째, 도겸 형과 절친이었으니 두 사람은 절대로 불가능해요.”‘현빈 형은 바람둥이일 뿐. 정은 누나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참.” 선우는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현빈에게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이제 솔직하게 말해봐요. 언제부터 정은 누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거예요?”현빈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며, 담담하게 커피를 홀짝였다.“아주 오래전부터. 아마도 도겸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야! 형 짐승이네요!” 선우는 이를 악물며, 현빈이 정말 뻔뻔스럽다고 느꼈다.“형 지금 친구의 여자를 넘보고 있는 거잖아요!”현빈은 차갑게
그러나 선우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현빈을 원망했다. ‘친구인 두 사람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것도 모자라, 현빈 형이 먼저 속마음을 폭로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현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어깨를 으쓱했다.“날 설득할 필요 없어. 그래도 시도를 해봐야 결과를 알지 않겠어?”...정은은 커피숍에서 나온 뒤, 백화점에 가서 새 목도리와 캐시미어 코트를 샀다. 그리고 또 마트에 가서 장을 봤는데, 밖으로 나왔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겨울이라 날은 일찍 어두워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며 집으로 돌아갔다.아파트에 도착할 때,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이때, 갑자기 누군가 어두운 골목에서 뛰쳐나왔다.정은은 근처에서 떠돌아다니는 노숙자인 줄 알고, 등골이 오싹해지더니 소름이 쫙 돋았다.그러나 그 사람이 도겸인 것을 보자, 정은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도겸이 몸에 술 냄새가 나는 채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도겸은 이미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추워서 코까지 빨개졌다. 그는 술기운을 빌려 정은의 손을 잡았다.“정은아...”“이거 놔.” 정은은 불편해서 바로 발버둥 쳤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이 남자와의 스킨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놓지 않을 거야! 제발 내 곁으로 돌아와, 응?”정은은 도겸이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정말 몰랐다.“당신 취했어.”“정은아, 난 진심이야...”그는 오늘 두 번째로 그녀에게 ‘진심’을 언급한 남자였다.“전에 네가 물어봤었잖아, 돌아오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나 지금 이미 서연희와 헤어지자고 했어. 네가 돌아오기만 하면, 너와 심현빈 사이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어제 내가 너무 말을 심하게 했어. 이렇게 사과할게. 날 때리든 욕하든 상관없어...”밤이 점점 깊어지자, 행인들도 많이 적어졌다. 일기예보는 오늘이 온도가 가장 낮은 날이며, 보온조치를 잘 취하라고 했다.정은은 방금 전까지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 이때 등골이 시렸고,
그날 밤, 정은은 불편하다는 핑계로 혼자 객실에서 잤다. 그녀는 이 남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구역질이 날까 봐 두려웠다.그날 밤은 정말 어둡고 추웠으며 정은은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이튿날, 정은은 개인 병원에 가서 전면적인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 후로 그녀는 도겸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지만, 그는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하긴, 밖에서 배불리 먹었으니, 또 어떻게 집안의 주방이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난 당신이 정말 더럽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에게서 좀 떨어져.”도겸은 숨이 막히더니,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졸은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는 심지어 정은의 눈조차 마주하지 못했다.‘다 알고 있었구나...’하늘에서 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찬바람은 거세게 몰아치며, 살을 에는 듯이 차가웠다.도겸은 빗속에 서 있으며, 몸이 비에 젖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마치 망부석처럼, 정은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서연희는 빗속으로 뛰어나왔다. 도겸의 하얘진 입술과 온도가 없는 차가운 몸을 보며,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도겸 오빠, 이제 그만 돌아가요. 왜 자신의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거죠? 이러다 정말 쓰러질지도 몰라요!”그녀는 그의 곁에 서서, 마찬가지로 비를 맞고 있었다. 잠시 후, 연희는 추워서 벌벌 떨며 말했다.“오빠는 여기에 서 있는데, 소정은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그 여자는 오빠를 전혀 신경 쓰지 않잖아요! 오직 저만이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 오빠와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제발 제가 오빠의 곁에 남아있게 해주세요, 네?”도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연희를 밀어냈다.“저리 가!”“그래요, 오빠가 남으시려는 이상, 저도 오빠와 함께 비를 맞을게요!” 연희는 모질게 마음을 먹으며, 더 이상 도겸을 설득하지 않았다.도겸은 자신의 상상에 빠져, 연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또 무
‘정은이 마침내 돌아왔어!’‘내가 가장 좋아하는 섹시한 잠옷을 입고, 날 유혹하고 있다고! 이번에 난 절대로 손을 놓지 않을 거야!’도겸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정은’을 자신의 몸 아래에 눌렀다. 그리고 다급하게 키스를 하며, 잠긴 목소리로 계속 외쳤다.“정은아... 정은아, 이제 드디어 날 용서한 거야?”...뜨겁고 격렬한 운동은 한밤중이 되어서야 간신히 끝났고, 도겸은 만족을 하며 바로 곯아떨어졌다.이튿날 아침, 도겸은 깨어나자마자 아픈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마치 바늘이 쿡쿡 찌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팔꿈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와 닿더니, 그는 흠칫 놀랐다.고개를 돌리자, 연희가 자신의 곁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은 벌거벗은 채로 같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여자의 목에는 붉은 키스 자국이 남아 있었고, 새빨간 두 볼은 무척 요염했는데, 짜릿한 밤을 보낸 게 분명했다.도겸이 머리를 흔들자, 어젯밤의 격렬하고 짜릿한 화면들이 조금씩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괴로워하며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어떻게 서연희와 잘 수가 있지?’연희는 진작에 깨어났는데, 도겸이 깨어난 후에야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녀는 멈칫하더니, 이어 볼에 홍조가 나타났다.그녀는 수줍게 입술을 깨문 뒤, 뒤에서 도겸을 껴안았다.“오빠, 어젯밤에 저를 너무 아프게 하셨단 말이에요. 저는 줄곧 싫다고 말했는데, 오빠는 제 말을 듣지 않...”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겸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젯밤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 야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그는 정은의 집 아래에서,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언제 집에 돌아왔는지, 또 어떻게 연희와 침대에 누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연희는 도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찔렸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어제 오빠는 비를 맞고 쓰러지셨어요. 저는 택시를 잡아서 오빠를 집에 데려다 드렸고요. 그리고 한
깊은 밤, 도겸이 그동안 쌓인 업무를 다 처리하자마자, 전선우의 전화가 걸려왔다.[도겸 형, 오랜만에 나와서 한잔할래요?]“좋아.”도겸은 서재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연희가 현관에 서서 신발을 갈아신은 것을 보았다.눈을 마주치자,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네가 여긴 왜 왔어?”“도겸 오빠, 나가시려고요?”“응.”그녀는 난처함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그, 그럼 제가 괜히 방해가 된 거네요?”남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수, 수업 끝나서 온 거지, 수업을 빼먹은 게 아니에요... 어젯밤에 오빠가 저를 너무 거칠게 대하셔서, 아래에 염증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몸이 불편했거든요...”“그런데 혼자 약국에 가서 약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아서요. 사람들이 저를 비웃을까 봐 두렵거든요. 마침 별장의 약 상자에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연고가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온 거예요...”연희는 행여나 도겸이 귀찮아 할까 봐 더듬더듬 설명했다.“지, 지금 바로 학교로 돌아갈게요!”도겸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하자, 연희는 이를 악물며 별장을 떠나려 했다.겨우 몇 걸음 걷자, 뒤에서 도겸의 목소리가 울렸다.“이리 와.”그녀는 웃음을 지었지만, 몸을 돌리는 순간, 다시 억울한 표정을 하며 말했다.“오빠...”도겸은 약 상자를 꺼내서 연약 몇 개를 찾았다. 설명서를 본 후,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약들 모두 그곳에 바를 수가 없어...”연희는 울먹였다.“그럼 어떡하죠? 약국에 가서 살까요? 그런데 제, 제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그녀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도겸은 한숨을 쉬며 일어섰다.“가자, 같이 병원에 가줄게.”“아니에요... 저는 괜히 오빠의 계획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도겸은 차 열쇠를 챙겼다.“별일 아니야. 선우가 술 마시자고 불렀을 뿐이니까. 좀 늦게 가도 괜찮아.”“그럼... 이따가 병원에서 나오면, 오빠랑 같이 가도 될까요?”“그래.”...병원
인기척을 듣고, 선우는 바로 문 앞으로 달려가 도겸을 맞이했다.그러나 도겸이 연희의 손을 잡고 들어올 줄이야!‘이게 뭐야!’선우는 숨을 들이마셨다.도겸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선우야.”“도, 도겸 형 왔네요. 빨리 앉아요...”선우는 얼른 인사하면서, 술을 따르며 또 과일을 건네주었다.후에 연희가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선우는 마침내 입을 열어 물었다.“형,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 사람과 헤어졌잖아요? 그런데 왜 이곳에 데려온 거예요?”술 두 잔을 마시자, 도겸은 눈빛이 좀 흔들리기 시작했다.“연희는 아직 어리니까, 나도 너무 몰아붙이고 싶지 않아. 아마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거야.”선우는 닭살이 돋았다.‘아 뭐야, 대학생인데 뭐가 어리다는 거지? 도겸 형 정말 멍청이구나!’“그럼, 정은 누나는요? 이제 화해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정말 그렇게 되면 현빈은 아마 미친 듯이 기뻐할 것이다.정은을 언급하자, 도겸은 가슴이 아팠다.“누가 그래?”“그럼 지금...”선우는 연희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양다리를 걸치려고요?”“뭐가 그리 급해. 연희를 잘 처리하면, 난 최선을 다해서라도 정은에게 잘해줄 거야.”선우는 입술을 움직였다.‘시간은 형을 기다리지 않을 텐데. 그 여자의 일을 다 처리하면, 정은 누나는 아마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로 될지도 모르잖아.’그러나 도겸이 자신감 넘치는 것을 보고, 선우는 입을 다물고 그의 미움을 사지 않기로 했다.거의 새벽이 되어서야 파티가 끝났다.선우는 이미 반쯤 취했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계산을 한 뒤, 클럽 직원의 부축을 받고 차에 올랐다.대리운전은 이미 안에 있었고, 선우를 무사히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동건은 얼마 마시지 않아서 상태가 나름 괜찮았다. 다만 담배를 좀 많이 피웠기에, 냄새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근처의 5성급 호텔에서 스위트룸을 하나 예약했는데, 지금 바로 가면 된다.단둘이 남은 도겸과 연희는 길가에 서서 대리운전을 기다렸다.연희는 남
도겸은 바로 확인을 한 다음, 전화로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대리를 불렀다.“이것들 모두 종료해.”“네?” 대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회사가 현재 가장 중시하는 프로젝트인데, 그중 몇 개는 곧 수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갑자기 종료를 하다니?“내가 한 말에 무슨 이의라도 있는 거야?”“아, 아닙니다.”“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거야?”“그것도 아닙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대리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대표님, 저 이해가 좀...”“이해할 필요 없어. 그냥 내가 시킨 대로 해.”...20여개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지 모두 큰 문제였다.도겸이 회의실에서 나올 때, 이미 깊은 밤이 되었다.그는 사무실의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의 경치를 바라보았다. 달빛이 휘영청 밝고 등불은 희미했다.“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현빈의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도겸는 쓴웃음을 지었다. 후회도 여러 가지로 나뉘었는데,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너에게 네가 얼마나 좋은 여자를 놓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전에 그들은 분명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왜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도겸은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고, 이런 느낌은 별장에 돌아가 텅 빈 거실을 바라볼 때 절정에 달했다.‘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현빈은 이미 정은이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했어...’이른 아침, 금빛 햇살이 대지에 쏟아졌다.정은은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했는데, 소진헌과 이미숙을 깨우지 않고 혼자 먹고 조용히 아침운동을 하러 나갔다.오전에 수업이 없어서 그녀는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시장에 들렀다.그렇게 소진헌과 이미숙이 일어났을 때, 아침식사뿐만 아니라, 정은은 신선한 채소와 고기까지 사왔다.
“정은이는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도겸은 몸을 돌렸다.현빈이 또박또박 말했다.“정은이에게 한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있고, 동시에 그 사람을 포기할 용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마도 이것 때문에 처음에 정은이가 전 세계와 맞선다 하더라도 의롭게 널 선택했던 거야.”“아쉽게도 넌 정은이의 마음을 저버렸어. 아마도 너와 다른 사람들은 정은이가 너한테 미쳐서 6년 동안 참아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난 알아. 정은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정은이는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전에 내린 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배신을 당했더라도 정은이는 너와 좋게 끝내고 싶었어.”현빈의 말은 도겸의 정곡을 쿡쿡 찔렀다.도겸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눈시울을 붉혔다.“너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해도 돼.” 현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더 이상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가정에서 나온 아이는 감정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정은이는 온전하고 포용적이며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을 원하거든.”재삼 고민한 끝에 내린 선택이 아니라.현빈은 도겸이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신도 불합격이었다.그는 생각이 많은 여우라서, 예전 같으면 절대로 한 여자를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왜냐하면 확실히 도겸이 말한 대로, 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모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현빈은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그는 정은을 위해 제멋대로 굴고 싶었다.앞으로 두 번, 심지어 세 번, 수천수만 번 이런 일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결국 도겸은 문을 박차며 가버렸고, 그 소리는 하늘을 뒤흔들었다.선우와 동건은 문 뒤에 서 있었는데, 하마터면 놀라 죽을 뻔했다.“도겸이 형 그 눈빛 봤어요?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아요.”동건이 대답했다.“야, 그 자식 정말 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을지
“너 설마, 나와 깨끗이 선을 그으면, 정은이는 절친이었던 우리의 사이를 개의치 않고, 네 마음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멍청하긴!” 도겸은 현빈이 든 찻잔을 빼앗아오며 땅에 찧었다.낭랑한 소리와 함께 그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심현빈, 전에는 왜 몰랐지, 너 사랑꾼이었어? 여자 없인 못 사는 거냐고?”선우와 동건은 얼른 뒤로 물러서며, 깨진 조각에 다치지 않도록 했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모두 도겸의 말 때문에 은근히 놀랐다.현빈은 뜻밖에도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는 방식으로 도겸과 강제로 선을 긋고 있었다.전에 두 사람은 비록 사이가 틀어졌지만, 사적으로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에 불과했다.그러나 투자할 프로젝트는 여전히 함께 투자하며 같이 돈을 벌었다.이익 앞에서 개인적인 일은 전부 보잘것없었으니까.선우와 동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여자 때문에 싸우더라도 장사는 계속해야 했다.하물며 현빈은 여우였다.‘그런데 이번엔 왜...’도겸이 현빈을 사랑꾼이라 욕하는 것을 듣고, 선우와 동건도 현빈이 이해되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현빈은 바닥에 깨진 찻잔을 바라보았다.“정말 아깝네. 멀쩡한 찻잔이 이렇게 깨졌다니. 넌 성질이 참 더러워. 그나저나, 넌 그때 정은이를 이 찻잔과 똑같이 대하지 않았니?”도겸은 매섭게 눈살을 찌푸렸다.“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쩨쩨하면 뭐가 어때? 유치하면 또 어때? 난 쩨쩨하고 유치해서 너와 깨끗하게 선을 그을 거야. 뭐 굳이 완벽한 이유는 없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러길 원해서 그래. 왜, 안 돼?”“너...”이 말에 도겸은 화가 나서 숨이 거칠어졌고, 이를 꽉 물었다.현빈은 웃으며 도발했다.“왜? 그 프로젝트들이 아까운 거야? 그 돈이 그렇게 아까워?”“그래, 너만 잘났다. 넌 돈이 싫은 거야?!”“그건 아니지만 돈보다 정은이가 더 중요해.”선우와 동건은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현빈은 계속해서 말했다.“네 말대로, 내가 너와 깨끗하게 선을
“심현빈, 이게 무슨 뜻이야?” 강도겸은 다탁 앞으로 걸어왔다.“뭐가?”“왜 개발구역의 프로젝트를 중단한 거지?”현빈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협력하고 싶지 않아서 중단했어.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네가 중단하고 싶으면 다야?! 하루 지체하면 얼마나 큰 손실을 봐야 하는지 아냐고?”“아마도.”“그런데도 중단을 해?!”현빈은 차를 다 마신 다음, 아주 능숙하게 다시 끓이기 시작했다. 도겸은 찻주전자를 꾹 눌렀다.“넌 3일 동안 피해 다녔고, 지금은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어. 계속 질질 끌면서 태도를 표명하지 않을 작정이냐?”현빈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내가 피했다고? 언제?”“네 비서가 너 출장 갔다고 했어. 그게 일부러 나 피한 거 아니야?”“허, 널 피한다고? 착각 좀 하지 마. 내가 L시 시찰을 하러 가는 일정은 이주 전에 이미 정해졌어. 내가 굳이 너를 피할 필요가 있을까?”“L시?” 도겸은 예민하게 무언가를 알아차렸다.현빈은 담담하게 웃었다.선우가 갑자기 다가와서 말했다.“현빈이 형, L시에 갔었어요? L시는 정말 좋은 곳이죠. 먹는 것도 모두 내 입맛에 맞고요... 그런데 정은 누나의 고향이 L시에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날 때리고 그래요!”동건은 미친 듯이 눈짓을 했지만, 선우는 좀처럼 눈치채지 못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선우를 때렸다.선우는 그제야 반응을 하더니 즉시 입을 다물었다.도겸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현빈을 보며 또박또박 물었다.“너 L시에 가서 정은이를 만난 거야?”현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시찰하러 갔다고 말했잖아.”“그런데...” 그는 말머리를 돌렸다.“확실히 정은이를 만났지.”“지금 뭐라고 했어?”“정은이를 만났다고.”“너 한 번만 더 말해봐?!”“정은이 만났는데.”도겸는 그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겼다.“심현빈, 내가 지난번에 경고했었지?”현빈은 도겸의 손을 뿌리치며 유유히 옷깃을 정리했다.“경고? 허, 네가 무슨 자격으로 경고를 해? 전 남자친구
이미숙은 현빈이 자신의 책까지 보았을 줄은 몰랐다.“『7일담』이 내가 쓴 책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현빈은 정은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알아요.”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이미숙도 물어보지 않았다.다만 정은은 두 똑똑한 사람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아이고...’“그래서 범인은 정말 그 성실한 물리 선생님인 거예요?”이미숙은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지?”책 속의 모든 증거는 전부 물리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완벽한 범죄를 실시했다.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그가 범인인게 확실했지만, 현빈은 오히려 그 사람이 정말 범인이냐고 물었다.그를 바라보는 이미숙은 은근히 감탄했다.“책에 몇 군데 숨겨진 묘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첫 번째, 계단 사이의 어긋난 그림자.두 번째, 알 수 없이 사라진 흉기. 결국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세 번째, 혼자 사는 딸 집에 슬리퍼 두 켤레가 나타났다. 책에서는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왜 하필 남자 슬리퍼였을까?혼자 사는 여자가 자주 남자를 집에 초대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특별히 슬리퍼를 준비했단 말인가?이것은 불합리했다.준비해도 남자가 아닌 여자 슬리퍼를 준비해야 마땅했다.“모든 숨겨진 단서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물론.”현빈은 말머리를 돌렸다.“이것은 단지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에요.”이미숙은 웃으며 말했다.“이 질문을 했을 때, 답은 이미 네 마음속에 있을 거야.”현빈도 따라서 웃었다.“그래서 2부가 더 있는 거네요, 맞죠?”이미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현빈이 차를 골목 어귀에 세우자, 정은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모님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고마워, 현빈아.”“아저씨, 별말씀을요.”위층으로 올라갈 때, 소진헌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아니...
정은은 책일 받았다.엄청난 유혹이라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마워요.”“그럼 현빈 오빠라고 불러봐.”...J시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2시였다.정은 일가족은 현빈과 같은 객실이 아니었다.역을 나서자, 그녀는 차를 부르려 했다. 이때 정은은 현빈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는 웃으며 소진헌을 향해 걸어왔다.“아저씨, 제 차가 바로 밖에 있으니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소진헌은 잠시 멈칫했다.“아니야, 너무 번거로우니까 우리는 그냥 차 부르면 돼.”“번거롭긴요, 가는 길에 데려다 드리는 건데.” 말을 하면서 현빈은 그가 들고 있던 트렁크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아이고, 그럼 부탁할게.”“부탁은요.”정은은 묵묵히 핸드폰을 거두었다.차에서, 현빈은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핸들을 잡고 있었고, 정은은 조수석에, 이미숙과 소진헌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아저씨, 지금 보시고 있는 그 은 2003년에 재판된 책 맞죠?”현빈은 백미러를 통해 힐끗 훑어보며 물었다.소진헌은 즉시 흥미가 생겼다.“너도 이 책을 아는 거야?”“저희 할아버지께서 역사를 좀 연구하셨거든요. 저도 귀동냥으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2010년 이후의 『통감』은 두 번 역사 내용을 삭제했는데. 그 전에도 한번 더 삭제했었죠?”소진헌은 두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한번이 아니라, 이 책은 총 세 번이나 삭제된 적이 있어! 최근에는 네가 말한 2010년, 그 전에는 2004년. 그리고 처음에 삭제했을 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총 36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거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은 2004년 삭제되기 전의 판본인데, 총 30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고. 후에는 총 4개의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에 그 전에 분명히 한 번 더 삭제했을 거야.”“1996년이에요.”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현빈은 소진헌을 바라본 다음, 또 담담하게 정은을 보았다. ‘정은이와 이 아저씨가 좀 닮은 것 같은데...’“아빠, 이 사람 아세요?” 정은은 다가와서 놀라는 말투로 말했다.‘아빠?’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그는 이번에 L시에 출장을 왔는데, 사흘 있다가 오늘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항공편이 날씨 때문에 결항되어 그는 비서에게 오전의 고속열차를 예약하게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정은과 마주쳤다니 !’“방금 바로 이 총각이 날 도와 도둑을 잡았어.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야!”정은은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정은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섭섭하지.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 상황에 틀림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나섰을 거야.”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은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네.”하지만 지금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이미숙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넌 어디로 가는 길이니?”현빈은 사실대로 말했다. “J시로요.”“정말 딱이네! 우리도 J시로 가는 길이거든. 넌 몇 시 차야?”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아저씨는요?”소진헌은 시간을 말했다.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마침 그 열차표를 끊었는데.”“잘됐네, 그럼 우리 같이 갈 수 있겠구나!”“네.”소진헌은 열정적으로 현빈을 끌고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현빈은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열차표를 변경했다.‘인연은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경호원은 소진헌을 찾아가 상황을 물었다. 소진헌은 잃어버린 핸드폰과 지갑을 모두 찾았다고 말했다.경호원은 당직실에 가서 사인하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방금 경찰이 나섰기 때문이다.소진헌은 자연히 협조했다.이미숙은 그와 함께 갔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그녀는 좀 움직이고 싶었다.이제 정은과 현빈만 남았다.주위에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소진헌과 이미숙이 떠나자 두 사람은 지금 단둘이 있는 것과
소진헌은 외출하기 전에 국수 한 그릇을 먹어서 지금은 배가 조금도 고프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다.20분 후, 개찰구로 향하라는 통지가 울렸다.이미숙과 정은은 짐이 없어서 앞에서 걸었다. 그리고 개찰구를 지난 다음, 안에 서서 소진헌을 기다렸다.소진헌은 두 사람 뒤를 따라갔는데, 한손으로는 트렁크를 끌고 있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미숙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표를 꺼내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방금 줄을 섰을 때, 한 사람이 뒤에서 소진헌을 부딪쳤는데,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틀림없이 그때 내 가방에서 지갑을 훔쳐간 거야.’“아빠, 빨리요.”정은은 안에 서서 재촉했다.“나 지갑을 잃어버렸어. 안에 주민등록증과 열차표가 있거든.”정은은 바로 말했다.“핸드폰으로 인증하면 돼요. 앱에서 임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어차피 지갑에 현금이 얼마 없는 데다가, 주민등록증도 다시 하나 만들면 됐다.소진헌은 쓴웃음을 지었다.“핸드폰도 잃어버렸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이때 소진헌은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로 방금 그를 부딪친 사람이었다.“도둑 잡아!”소진헌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돌진했다.정은과 이미숙은 소진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안에서 나오려 했지만, 직원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여사님, 규정에 따라 개찰구를 지나간 승객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나가고 싶으시면 출구 방향으로 가세요.”출구에서 다시 대합실로 돌아가려면 한 바퀴 크게 돌아야 했다.이미숙이 설명했다.“우리 남편이 도둑을 잡으러 가서요.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러는 거니까, 좀 봐주면 안 될까요?”“죄송합니다, 규정은 규정이라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정은은 잠시 망설였다.“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저희는 출구에서 나갈 테니까, 이쪽의 경호원에게 통지해서 저희 아버지 좀 도와줄 순 없나요?”“이건 안심하세요. 방금 누군가가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