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51 - Chapter 60

513 Chapters

제51화

정은의 쉰 목소리는 떨림과 공포를 띠고 있었고, 마치 놀란 토끼처럼 절망적이면서도 연약했다.도겸은 더욱 다급해지더니, 그녀의 상의를 벗는 것을 포기하고 직접 치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정은은 더욱 당황해졌다.“강도겸, 당신 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전 여자친구인 날 강요하는 거냐고?!”“정말 하고 싶다면, 내가 지금 바로 서연희에게 연락할게.”“아, 이러지 마!”정은이 자신을 피하는 동시에, 붉어진 두 눈에 고집과 거부감을 드러낸 것을 보며, 도겸은 더욱 자극을 받았다.“왜? 헤어진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다 잊은 거야? 나와 같이 침대를 뒹군 적이 수백 번도 더 넘었을 텐데, 어디서 청순한 척이야?”정은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나쁜 자식!”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턱을 들었다.“날 떠나면 무슨 좋은 남자라도 만날 것 같아? 누가 다른 남자와 잔 여자를 받아들이겠어?”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전혀 쏟아져 나왔고, 정은은 자신이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그가 무척 낯설다고 느꼈다.“뭘 그렇게 보는 거야?” 도겸은 나지막이 웃으며 정은의 떨리는 입술을 쳐다보았다.“날 원하는 거야?”말을 마치자, 그는 그녀의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정은의 손을 조금씩 떼어내며, 악랄하게 그녀의 상의를 찢었다.정은은 울고 있었고, 도겸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이때의 정은은 그제야 여자와 남자의 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됐어,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자...’절망에 처한 순간, 그녀를 압박하고 있던 존재가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 포악하게 정은을 억누르고 있던 도겸을 떼어낸 것이었다.미처 방비를 하지 않은 도겸은 그 힘에 뒤로 후퇴했고, 등이 책장에 부딪혀서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재석은 정은이 한참 지나도 나오지 않자, 책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차에서 내려와 그녀를 도와주려 했다.왕순자가 문을 연 후, 재석은 위층에서 들려오는 다툼을 똑똑히 들었고, 망설이지 않고
Read more

제52화

도겸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주먹을 쥐며 재석에게 돌려주었다.“날 때려? 네가 뭔데?” 그는 주먹을 날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소정은과 알콩달콩 침대를 뒹굴 때, 넌 어디에 있었지...”재석은 도겸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로막았다. 도겸의 허술한 공격보다 그의 주먹은 더욱 냉정하고 이성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재석의 눈에 맺힌 차가운 기운을 보면, 또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았다.“그럼 넌? 넌 또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헤어지고도 남에게 매달리는 전 남자친구? 아니면 성추행범?”재석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도겸의 정곡을 찔렀다.“이게 죽으려고.”도겸은 힘을 주며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재석은 그의 손을 잡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강도겸, 그만해!” 정은은 지금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재석의 외투를 당기며 더 이상 도겸을 바라보지 않았다.그녀는 재석을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 시선을 드리웠다.“조 교수님,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미안해요.”재석은 눈살을 찌푸렸다.“경찰에 신고할래?”정은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됐어요. 그냥 가요.”“음.” 재석은 정은의 뜻을 존중했고, 또한 남의 갈등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이거 다 내 책인데, 지금 힘이 좀 없어서요. 교수님이 대신 옮겨주면 안 될까요? 고마워요.”재석은 허리를 굽혀 한 손으로 바닥에 있는 가방을 든 다음, 정은을 부축하여 이곳을 떠났다.도겸은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았고,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식물을 걷어찼다.차에 탄 정은은 백미러를 통해 갈수록 멀어지는 별장을 바라보았다. 6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처음 이사 왔을 때, 그녀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고, 도겸과 함께 별장을 장식하면서 또 함께 화원을 꾸몄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이런 결말을 맞이하다니.‘이제 난 더 이상 이 별장에 올 일이 없을 거야. 안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아무런
Read more

제53화

정은은 학교 다닐 때, 2층의 한식을 가장 좋아했다. 밥을 떠 주는 아주머니는 동그란 얼굴에 웃으면 무척 상냥해 보였고, 매번 그녀를 볼 때마다 관심을 가지며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고기 한가득 담아주었다.멀리 있어도 정은은 단번에 그 아주머니를 발견했다.‘여전히 예전과 다름이 없으시네. 졸업한 지 3년이나 되었는데, 아주머니는 아직도 날 기억하고 계실까?’정은은 뒤에서 줄을 섰다. 아주머니는 밥을 떠주느라 바빴기에 그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식판의 무게를 느끼자, 정은은 활짝 웃었다.“아주머니, 감사합니다.”재석이 돈을 낸 다음, 두 사람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오랜만에 먹는 거지만, 맛은 예전과 똑같네요.”셰프의 솜씨는 3년 전보다 못하긴커녕 심지어 많이 진보했다.정은은 예전을 떠올렸다.“대학 때, 난 늘 실험을 하느라 점심을 깜박했거든요. 실험실에서 나오면 시간은 거의 2시가 다 되어 갔기에, 음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매번 나에게 닭다리를 하나 남겨주시더라고요.”재석은 방금 정은의 뒤에서 줄을 섰는데, 그 아주머니가 그녀를 본 순간, 짜증 대신 웃음을 지은 것을 발견했다.정은은 식판에 있는 밥을 보면서 갑자기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사실 나와 룸메이트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거든요. 수민과 오미선 교수님 외에, 식당 아주머니는 가장 친절하신 분이셨어요. 이젠 선배님도 내게 있어 무척 고마운 사람이에요.”재석은 멈칫했다.정은은 계속 말했다.“그래도 학교가 좋네요. 환경이 조용하고 인간관계도 단순해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죠. 어쩌면 석사 입학을 준비하는 일이 내가 한 결정 중 가장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몰라요.”...밥을 먹은 후, 두 사람은 즉시 돌아가지 않고, 학교 안에서 돌아다녔다.자갈길을 따라 포도나무를 지나니, 한바탕 맑은 바람이 불어왔다. 멀리서 호수의 물결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정은은 그들이 어느새 학교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인 미름 호수에 도착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Read more

제54화

방에 들어서자, 정은은 가장 먼저 그 책들을 정리했다. 한 권 한 권 책꽂이에 끼워 넣은 후, 그녀는 땀투성이로 되었다.목욕을 마치고 거실로 나오자, 탁자 위에 놓인 연고를 보고, 정은은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면봉으로 가슴과 허리 등 멍든 곳에 꼼꼼히 발랐다.차가운 연고에 박하향이 있어 바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시간이 아직 이르기에, 정은은 원래 책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 너무 피곤한 데다 그녀는 머리까지 심하게 아파서 힘없이 침대에 누웠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한밤중에 정은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꿈속에서 도겸은 마치 악마처럼 정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쳤지만, 도저히 그를 떨쳐낼 수 없었다. 그 두려움과 공포는 너무나 생생해서, 정은은 옷깃을 꽉 움켜쥔 채 눈을 번쩍 뜨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밤이 깊었지만, 정은은 다시 잘 엄두가 나지 않았다.핸드폰을 들고 가장 먼저 수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줄곧 받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꽉 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때, 옆집 베란다의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정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재석에게 톡을 보냈다.[자요?]상대방은 줄곧 답장을 하지 않았다. 정은은 기다리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할 때,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아직.]정은은 천천히 문자를 확인했다. 이때 상대방은 또 다른 문자를 보내왔다.[창밖을 내다봐.]정은은 고개를 들었다. 고요하고 깊은 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널려 있었고, 얼룩덜룩한 동시에 밝고 찬란했다.[뿔 같은 모양으로 된 별자리 봤어? 그건 쌍둥이자리야.]핸드폰은 계속 진동했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쌍둥이 형제는 황금알에서 나왔어. 형은 태어나자마자 왕국에 전쟁과 수해를 가져왔기에, 재앙의 존재로 불렸어. 동생은 사랑의 신의 입맞춤을 받은 아이였기에 인류의 수호자였지.][형은 동생을 질투해서 몇 번이나 동생을 죽이려 했지만, 동생은 형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이 필요할 때 스
Read more

제55화

[별장으로 와.]맞은편의 연희는 이불 속에서 이 문자를 보고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그녀는 전에 은근히 도겸을 떠본 적이 있었고, 심지어 유혹까지 했지만, 그는 한 번도 넘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동의할 줄이야.연희는 바로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으며 외출할 준비를 했다.아직 자지 않은 룸메이트는 연희다 한밤중에 나가려는 것을 보고 약간 궁금해했다.“연희야, 이 늦은 밤에 어디 가려고?”“에이, 넌 몰라도 너무 몰라. 우리 퀸카가 이렇게 적극적이게 나오는 이유는 틀림없이 그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친구 때문일 거야.”게임을 하고 있던 룸메이트가 농담을 하자, 연희는 즉시 수줍음에 얼굴을 붉혔다.전에 도겸은 줄곧 연희와 스킨십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늘 이 남자가 수시로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의 안정감도 없었다.‘이번에 정말 도겸 오빠와 잘 수 있다면...’‘그럼 난 명실상부한 오빠의 여자로 되는 거지.’그래서 옷을 갈아입을 때, 연희는 특별히 세트로 된 속옷과 팬티를 골랐다.택시를 타고 별장에 도착하자, 연희가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안에서 자동으로 열리더니, 힘 있는 두 손이 포악하게 그녀를 잡아당겼다.다음 순간, 연희는 남자에 의해 벽에 기대며 격렬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놀라움도 잠시, 그녀는 용기를 내어 풋풋하면서도 서툴게 도겸의 키스에 응답했다.두 사람은 키스하면서 거실까지 걸어갔고, 도겸은 연희를 소파에 눕힌 다음, 자신도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절박한 애정행위에, 연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입술이 목에 떨어졌고, 그 기세를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도겸은 따뜻한 손바닥으로 능숙하게 연희의 상의를 젖히며 그녀의 몸을 매만졌다.연희는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호흡까지 가빠졌고, 도겸의 진일보한 스킨십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속옷을 만진 순간, 도겸은 갑자기 멈추었다.“왜, 왜 그러세요?” 연희는
Read more

제56화

[드디어 납득을 한 거야?]동건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계속 한 여자만 바라보는 척하지 않을 거냐고?]친구의 비웃음에 도겸은 여전히 무뚝뚝했고, 눈조차 들지 않았다.“그것도 다 연기일 뿐이잖아. 전에 그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동건은 박수를 쳤고, 자신의 친구가 마침내 ‘정신을 차려서’ 무척 기뻤다.[그래, 내가 바로 안배할게. 깨끗할 뿐만 아니라 너에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거야.]전화를 끊고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동건이 주소를 보내왔다.[골든 파라다이스 1080.][내가 오래전부터 이 여자를 찜해뒀는데, 심지어 아직 처녀야. 너 줄게.]도겸은 입가를 실룩거리며 외투를 들고 외출했다.밤은 깊어 갔고, 남자와 여자는 침대에서 사랑을 속삭였다.이튿날 아침, 동건은 목욕가운을 입고 옆방에서 나왔다.어제 술을 많이 마셨기에,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점심이 되었다.골든 파라다이스는 고씨 가문의 산업이었고, 동건이 지낸 곳은 호텔이 특별히 그를 위해 특별히 남겨 둔 고급 스위트룸이었다. 이 룸은 면적이 웬만한 세 칸짜리 방보다 훨씬 더 넓었다.하품을 하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동건은 목이 말라서 아예 와인 한 잔을 따른 다음 다시 거실로 향했다.나오자마자 한 여자의 섹시한 모습이 보였고, 밖으로 노출된 어깨에는 수많은 키스 자국이 있었다.도겸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은 애틋하고 불쌍했지만, 남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고, 돈을 준 다음 바로 사람을 보냈다. 동건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하며 도겸은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애정 어린 그 눈빛 좀 봐. 보는 내가 다 설레는데. 넌 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지? 너 정말 남자 맞아?”도겸은 싸늘하게 웃었다.“돈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여자가 뭐가 불쌍한 거지?”“하긴.” 동건은 술잔을 흔들었다.“좀 마실래?”“아니.”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마 동건 이 술꾼밖에 없을 것이다.불빛이 손가락 사이에서 번쩍이자, 도겸은 가볍게 한 모금 빤 후, 또 천천히 연
Read more

제57화

[흠... 그럼 1차 심사를 통과한 걸 기념해서 내가 제대로 한턱 쏠 테니, 기분 내는 게 어때?]정은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사야 하는 거 아니야?”수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우리끼리 그런 게 어딨어. 그럼 이렇게 정한 걸로. 얼른 옷 갈아입어, 내가 지금 바로 너 데리러 갈게.]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정은은 방으로 돌아와서 옷장 안의 브이넥 꽃무늬 원피스를 선택했다.두 달이 지난 지금, 그녀의 머리카락은 이미 쇄골까지 자랐다. 날씨가 아직 좀 더웠기에 그녀는 치마 색깔과 비슷한 머리띠를 골라서 머리를 묶었다.30분 후, 수민은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신발을 갈아신은 정은은 가방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수민은 차를 골목 앞에 세운 다음, 핸드폰을 놀면서 정은을 기다렸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조재석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옆에는 한 학생이 있었는데, 가방을 메고 삭발을 하니 꽤 멋있었다.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재석의 표정은 줄곧 담담했고, 가끔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가 끝날 즘에 남자아이는 몸을 돌려 떠났다.수민은 얼른 재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오빠!”재석은 눈을 들었고, 안경 아래의 두 눈은 여전히 담담했다.“네가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야?”“정은이랑 같이 밥 먹으러 가려고요. 아까 그 사람... 오빠 학생이에요?”남자는 요즘 유행하는 아름다운 스타일의 훈남이 아니었지만, 깨끗하게 생긴 데다 잘생긴 얼굴은 또 남다른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웃을 때 보조개 두 개까지 더하니, 수민은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재석은 바보가 아니었으니 또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모르겠는가?“그 아이는 다른 학교의 석사인데, 방금 문제가 있어서 나한테 물었을 뿐이야.”수민은 계속 묻고 싶었지만, 이때 계단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정은이 내려왔던 것이다.재석은 안경을 위로 밀며 말했다.“너희들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나 먼저 갈게.”“에이, 오빠도 우리랑 같이 밥 먹어요, 네?
Read more

제58화

고개를 들자, 남자의 턱은 거의 정은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다. 만약 재석이 팔로 지탱하지 않았다면, 정은은 그의 품에 안겼을 것이다.정은은 정신을 차리며 얼른 뒤로 물러섰다.재석은 침을 삼키며 손을 거두어들였고, 모처럼 관심을 했다.“하이힐은 쉽게 넘어질 수 있으니, 힐이 없는 신발을 신는 게 더 좋을 거야.”정은은 피식 웃으며 한참 후에야 대답했다.“고마워요.” 오랫동안 기다려도 사람이 내려오지 않자, 인기척을 들은 수민은 답답한 마음에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정은아? 너 맞아?”정은은 밖을 내다보았다.“갈게요, 다음에 또 봐요.”“음.”재석은 주먹을 살짝 쥔 다음,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귓가에는 아래층의 대화가 들려왔다.“왜 이제야 내려왔어?”“작은 문제가 좀 생겨서.”“우리 오빠 못 봤어?”수민은 재석이 이 근처에 산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정은과 이웃이라는 것을 몰랐다.정은은 간단하게 응답했다. 그녀가 태연자약한 것을 보자, 수민도 더 이상 묻지 않았고, 화제를 돌리며 어디에 가서 밥 먹을지 생각했다. 결국 두 사람은 태국 요리를 선택했다.식사를 할 때, 수민은 지난번 맞선에 대해 말했다.“하나같이 건달인데다, 또 어찌나 오만한지. 왜 아무도 온종일 빈둥거리는 이 재벌 2세들을 대포로 쏘지 않는 거야?”이 바닥의 사람들은 모두 수민이 이름난 바람둥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맞선을 보기 시작하다니, 사람들 모두 그녀가 창피함을 당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집안 어르신의 강요를 받고 온 재벌 2세들은 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말끝마다 수민더러 본분을 지키며 나가서 얼굴을 내밀지 말고 집안일을 잘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수민은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이 멍청한 자식들은 능력도 없으면서. 남들이 다 자기들처럼 매일 먹고 놀면서 죽기를 기다릴 줄 아나 봐?’“그래서 난 홧김에 그 사람들의 ‘악행’을 전부 털어냈지.” 수민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 작은 도시에서 누가 누구를 모르겠는가.정은
Read more

제59화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정은은 수험표, 펜, 그리고 필수적인 계산 도구를 전부 검사해 보았다.수민은 아침 일찍 그녀를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정은은 수민이 요즘 두 개의 큰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서 일어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은은 시험장 밖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수민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도 실망하지 않았다.어떤 친구들은 굳이 문자를 보내거나 시시각각 연락하지 않아도 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은과 수민은 여전히 수시로 상대방을 걱정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이것을 ‘응답이 없어도 단단한 우정’이라고 한다.시험은 두 시간 걸렸는데, 답안지를 제출할 때, 다른 사람들은 흥분 또는 실망을 느꼈지만, 정은은 오히려 매우 평온했다.시험장을 나서자, 밖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근처에서 택시를 잡기도 어려워, 정은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할 때,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정은 언니?”고개를 들자, 강서정이 복도 처마 밑에 서 있었다.“정말 언니였네요.”지난번에 정은의 집에 가서 소란을 피우며 그녀를 설득하지 못한 이후로, 서정은 더 이상 정은을 본 적이 없었다.6개월이 지난 지금, 서정은 정은과 강도겸이 줄곧 화해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이번 일로, 처음에 두 사람이 정말 헤어질 수 없다고 장담했던 서영숙조차도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서정은 가끔 서영숙이 집에서 중얼거리며 하는 말을 들었다.“도겸이는 요즘 왜 자꾸 위병이 도진 거지? 전에 소정은과 함께 할 때는 이렇게 자주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잖아.”“서정아, 이번에 두 사람 정말 헤어진 거야?”“소정은 정말 미친 거 아니니?! 성질도 적당히 부려야지. 우리 가문에 아예 들어오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그동안 서영숙은 줄곧 정은이 자신의 아들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 빨리 헤어지라는 말도 수백 번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말 헤어지니. 그녀는 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서영숙은 말
Read more

제60화

정은은 서정의 뜻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지 않았다.“언니 전에 서비대학교에서 나왔다고 했죠? 이번에 어느 학교에 들어갈 계획이에요?”“여전히 서비대학교야.”“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이에요, 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이에요?”“일반대학원 석사과정.”“전공은요?”“생물.”서정은 놀라움을 느꼈다. 뜻밖에도 그녀가 선택한 전공과 같았던 것이다.“이미 교수님을 정한 거예요?”정은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오 교수님.”“네? 오미선 교수님을 말하는 거예요?”“응.”서정은 지난번 오미선의 집에서 시간제 도우미로 일한 정은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더니, 표정이 이상해졌다. “설, 설마 교수님 댁에 가서 청소를 도와주면, 교수님이 승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그건 오해였어.”“오해요? 사실대로 말할게요. 오 교수님은 생물학 분야에서 최고의 학자이시고, 또 엄격하시기로 유명하거든요. 게다가 그동안 박사를 많이 책임지셨기에, 석사의 정원이 아주 적어요. 그래서...”서정은 잠깐 멈추었다.“그래서 오 교수님의 학생이 되려면 엄청 어려워요. 솔직히 나도 올해 오 교수님의 학생으로 되려고 이번 입학 시험에 참가한 거예요. 물론 언니는 내가 사심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여전히 충고를 하고 싶어요. 지금 아직 늦지 않은 틈을 타서 다른 교수님으로 바꿔요. 성적이 나오려면 아직 멀었으니 충분히 다른 교수님에게 연락할 수 있어요.”서정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정은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고마워.” 정은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먼저 가볼게.”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떠났다.서정은 멍하니 서 있었다‘뭐야? 이게 다야?’...5시에 지하철을 탄 정은은, 난방을 느끼며 거의 얼어붙을 것 같은 손가락이 마침내 조금 따뜻해졌다.가방 속의 핸드폰이 울리자, 그녀는 장갑을 벗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다음, 정은은 웃으며 목소리까지 경쾌해졌다.“네, 교수님.”[
Read more
PREV
1
...
45678
...
52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