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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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성준을 본보기로 삼은 정은은 효율이 많이 제고되었다. 오전에 시험지를 두 세트를 풀었다.성준은 채점할 때, 놀랍게도 모두의 정확률이 95%에 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정은은 졸업한 지 3년이나 지났고, 최근에야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강할 줄이야! 오미선 교수님이 정은을 그렇게 중시하신 것도 다 이유가 있구나.’정은은 성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몰랐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말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다른 한쪽에 있던 연희도 얼른 따라갔다.“잠깐만요.”정은은 고개를 돌렸는데, 갑자기 나타난 연희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어젯밤에 제가 별장에 가서 도겸 오빠에게 죽을 가져다줬어요. 오빠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릇을 싹 비웠거든요.”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작은 보조개 두 개를 드러냈다.“뿐만 아니라, 도겸 오빠가 별장에서 밤을 보내라고 했어요. 저도 처음으로 알았어요. 도겸 오빠에게 거칠면서도 섹시한 면이 있다는 거. 밤새 잠을 잘 못 잤다니까요.”그녀는 일부러 그럴듯하게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고, 속눈썹까지 가볍게 떨며 첫날밤을 보낸 새색시처럼 수줍어했다.정은은 가슴이 따끔해지더니 숨이 막혀왔다.“부럽죠?” 연희는 정은의 귓가에 다가가서 말했다.“후회하죠? 아쉽게도 언니는 이제 기회가 없어요.”이때, 정은은 미소를 지으며 연희에게 또박또박 말했다.“강도겸이 너에게만 그럴 것 같아?”연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정은은 계속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넌 그 많은 여자들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니 너도 강도겸의 마지막 여자가 아니겠지.”말을 마친 다음, 연희의 표정이 어떻든 정은은 신경 쓰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마지막 문제를 채점한 후에야 성준은 옆자리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려 했지만, 마침 정은이 돌아왔다.성준은 고개를 살짝 돌리자, 정은의 약간 창백한 얼굴을 보았고, 걱정을 금치 못했다.“괜찮아? 어디 불편한 거야?”정은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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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남자의 손은 뼈마디가 뚜렷했고, 길쭉하면서도 예뻤다. 한쪽으로 눈을 드리우자, 정은은 그 사람의 카트에 인스턴트식품과 밀키트로 가득 찬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위로 옮기니, 예쁜 손의 주인도 마침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저녁에 설마 이런 것만 먹는 건 아니겠죠?”“에헴! 가끔 집에 늦게 돌아올 때가 있는데, 배달시키고 싶지 않으면 그냥 간단하게 먹으면 되거든.”조재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계산해 봤는데, 이 음식들은 사람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탄수화물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정은은 재석이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조 교수님은 이미 과학적인 계산과 정확한 추산을 통해 모든 방면을 고려한 것 같네요. 하지만 따끈따끈한 밥과 이 밀키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선배님은 무엇을 선택할 건가요?”재석은 침묵했고, 그 대답 역시 아주 뻔했다. 누가 따뜻한 밥을 놔두고 인스턴트 푸드를 먹으려 하겠는가?정은은 교활하게 웃었다.“그러니까요. 저녁은 내가 할 테니까, 보답으로 선배님은 딱 한 가지 일만 도와주시면 돼요.”...30분 후, 재석은 도마 위에 있는 물고기를 바라보았다.“이건 손질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정은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사실 평소에 마트에는 회를 썰어주는 아저씨가 있는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저 간단하게 처리해줬을 뿐이에요. 선배님 만약...”재석은 소매를 걷어 올리며 안경을 벗었다.“한 번 해볼게.”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광어회로 만든 매운탕이 더 얼큰하고 맛있었는데, 물고기를 손질하는 것은 너무 번거로웠기에 정은은 이 일을 남에게 맡기고 싶었다.그러나 재석이 주방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정은은 또 조금 미안하다고 느꼈다. ‘물리학자에게 회를 썰라고 하다니, 인재를 너무 낭비하는 것 같은데?’5분 후, 정은은 도톰하고 크기가 비슷한 회를 보면서 방금 한 말을 거두기로 했다.‘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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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중에는 또 정은이 찍은 수미의 사진이 있었다. 그때의 수미는 마침 금방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왔고, 그야말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것처럼 넋을 잃었다. 그 사진을 보기만 해도 정은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마지막까지 훑어보니, 정은의 단독 사진뿐이었다. 핸드폰을 끄려던 참에, 그녀는 배경의 행인 중 익숙한 두 사람을 발견했다.정은은 입술을 깨물었다.‘실수로 서연희와 강도겸을 찍은 것 같군.’사진 속의 주인공은 정은이었고, 뒤에 있는 사람은 단지 지나가는 배경일 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손을 꼭 잡고 있으니, 오히려 그녀가 그 두 커플을 방해한 것 같았다....“이모님, 이모님!”도겸은 배를 안고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이른 아침, 도겸은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다. 간간이 쥐어짜는 위통에 그는 온몸이 차가웠고, 구역질이 났지만 또 아무것도 토하지 못했다.이런 통증은 도겸에게 있어 무척 익숙했다. 위병이 도진 것이었다. ‘집에 위장약이 있는 것 같은데,’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지 케이스 하나만 남았을 뿐, 안의 약은 이미 떨어졌다.도겸은 고통을 참으며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위장약 사서 별장으로 들고 와.”비서는 1초도 감히 꾸물거리지 못하고 즉시 약국에 가서 약을 샀다.차를 몰고 별장에 도착했을 때, 비서는 도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대표님, 얼른 약 드시죠.”도겸은 그가 건네준 알약과 따뜻한 물을 받아 그대로 삼켰다.“뭐 좀 드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도겸은 손을 흔들었다,“먼저 가봐.”비서는 한숨을 돌리며 조용히 떠났다. 그러나 한 시간도 안 되어 도겸의 전화가 또다시 걸려왔다.[넌 대체 무슨 위장약을 산 거야?! 먹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이렇게 간단한 일조차 하지 못하다니. 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거야 아니면 눈이 아예 보이지 않는 거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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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맞은편의 정은은 멈칫했다. 머릿속에 도겸이 연희와 손을 잡고 웃는 모습이 떠오르자,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프면 병원에 가. 난 의사가 아니니까.]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 말투는 마치 정말 도겸을 낯선 사람으로 여긴 것 같았다.도겸은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오더니 직접 핸드폰을 벽에 던지며 부숴버렸다.한쪽에 있던 왕순자는 말문이 막혔다.‘그건 내 핸드폰인데!!’정은의 말에 분노가 솟구친 도겸은 위가 더욱 아픈 것 같았다.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직접 위층으로 돌아가 자신을 방에 가두었다.‘내가 정말 자기 없으면 못 산다고 생각하나 봐?! 웃기네!’왕순자는 자신의 망가진 핸드폰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며 탄식했다.‘도련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건지. 정은 아가씨가 얼마나 좋은데, 가차없이 쫓아내시다니...’오후에 왕순자는 청소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침실 문을 두드렸다.“도련님?”대답이 없자, 그녀는 도겸이 아직도 화난 줄 알고 먼저 떠났다.오후, 강서정은 차를 몰고 별장에 도착했고, 익숙하게 지문으로 문을 연 다음, 안으로 들어왔다.“오빠, 내가 엄마 대신 말 전하러 왔어. 이번에는 진씨 가문의 아가씨인데, 컬럼비아대학의 박사야... 오빠? 집에 없나?”서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도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바로 귓가에서 울렸다.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볼 수 있었다.‘핸드폰이 집에 있으니 외출하진 않았을 텐데.’생각하다 서정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오빠? 안에 있어? 엄마가 진씨 가문의 사람들과 함께 밥 먹으라고 하셨어. 들었어?”한참 노크를 했지만, 안에는 줄곧 대답이 없었다.‘뭐야? 왜 인기척이 하나도 없는 거지?’서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왕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도련님은 줄곧 집에 계셨는데. 안색이 안 좋으신 걸 보니, 아마도 위장병이 도졌나 봅니다. 대답이 없으시다고요? 설마 기절하신 건 아니겠죠?]서정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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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이 말이 나오자, 방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서정도 의혹을 느꼈다. ‘예전 같으면, 오빠가 입원한 그 순간부터 정은 언니는 이미 침대 앞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시중을 들어줬을 텐데. 이번에는 왜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거야?’도겸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았고, 선우와 동건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그것도 현빈이 먼저 담담하게 입을 연 것이었다.“두 사람 이미 헤어졌는데, 모르셨어요?”서영숙은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야? 이게 벌써 며칠째야? 성질은 있어가지고!”이 말을 듣고, 도겸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아주머니, 이번에는 아마 그렇게 쉽게 화해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현빈은 서영숙을 힐끗 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 소정은이 지금 거드름이라도 피우고 있다 이거야?!”“어머니.” 도겸은 차갑게 입을 열며 그녀의 말을 끊었고, 표정은 더욱 차가웠다.“이번에는 정말 헤어졌어요. 그것도 제가 먼저 제기했고요.”“뭐라고?” 서영숙은 흠칫 놀랐고, 서정도 충격을 받은 받은 모양이었다.‘하긴, 이번에 정은 언니도 확실히 좀 오래 삐졌지...’서영숙은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즉시 정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된 순간, 정은이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냉소를 지었다.“소정은, 네가 뭔데 이렇게 버릇없이 구는 거야? 넌 그때 내 아들이 너한테 반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돼! 그동안 우리 도겸이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데, 넌 또 어떻게 보답했니? 양심도 없는 것, 길가의 개도 너보다 낫겠어!”서영숙은 이를 악물었다.“내 아들 지금 아파서 입원했어. 빨리 와!”맞은편의 정은은 심지어 그녀의 말을 끊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는데, 이때 차분하게 대답했다.[죄송해요, 이제 강도겸은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거든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바로 서영숙을 차단했고, 또 톡까지 삭제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정은은 길게 숨을 내쉬며 여태껏 느껴본 적이 없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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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정은은 집에 돌아간 다음, 먼저 냉장고를 검사했다. ‘어제 산 채소가 많이 남았네. 그럼 소갈비찜, 탕수육, 계란찜, 음... 간단하게 야채볶음 하나 더 하자.’그녀의 현란하고 능숙한 요리 솜씨에, 전혀 밥을 할 줄 모르는 성준은 어안이 벙벙했다.“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배달을 시키거나 나가서 먹는데. 너처럼 스스로 밥을 하는 여자아이가 거의 없을걸.”정은은 담담하게 웃었다.“사람마다 생활방식이 다 다르잖아요. 나도 그저 밥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에요.”성준은 바쁘게 돌아치는 정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더니 또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집은 크지 않았지만 깨끗하고 정연했고, 인테리어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았다.거실에 작은 책꽂이가 있었는데, 그 위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성준은 그 책들이 모두 전문적인 서적인 것을 발견했고, 그중 물리에 관한 책이 무척 눈에 띄었다.여자아이의 방을 이렇게 쳐다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성준도 시선을 거두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음식이 식탁에 나타났고, 따끈따끈한 밥과 함께 향기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성준은 탕수육을 한 입 맛보더니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너무 맛있네! 너 솜씨가 정말 좋구나.”그는 기름진 배달 음식에 익숙해져서 지금 정은이 만든 요리를 먹으니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정은은 성준이 놀란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입맛에 맞으면 많이 먹어요.”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저녁까지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그리고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는 심지어 쑥스러워서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넌 요리 솜씨가 이렇게 좋고, 또 성적까지 우수하니, 네 남자친구는 정말 행복하겠다.”정은이 말하기도 전에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먼저 먹어요. 누가 왔는지 확인 좀 할게요.”문을 열자, 서정은 두말 없이 정은을 끌고 나가려 했고, 정은은 영문을 몰랐다.“같이 병원에 가요. 우리 오빠 지금 아파서 입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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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분명히 엄청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성준은 오히려 무척 불편했다. 간신히 다 먹은 다음, 그는 서둘러 작별을 하며 떠났다.방안은 즉시 조용해졌고, 정은은 식탁을 치우며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서정의 말을 떠올렸다.‘위천공이라고...’이렇게 한눈을 팔다 정은은 실수로 그릇을 깨뜨렸다. 그녀는 얼른 손으로 줍다 오히려 그릇 조각에 베였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손등에 떨어졌다.도겸과 함께 한 시간은 6년, 그것은 6일도 아니고 6개월도 아니었다. 어떤 습관은 이미 정은의 뼛속에 깊이 새겨졌던 것이다. 그가 입원했다는 것을 들은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걱정을 하며 병원에 달려가고 싶었다.다행히 이성은 이런 본능을 가로막았다.‘이제 강도겸을 걱정하지 말고, 또 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말자.’처음에 정은과 도겸은 무척 달콤한 사랑에 빠졌지만, 서로의 곁을 함께 하는 동안 지겨움이란 감정이 나타나더니 심지어 이렇게 헤어졌다. 언제부터인지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은 틈이 나타났다.‘강도겸이 처음으로 약속을 어겼을 때부터? 아니면 그 남자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을 때부터?’지금 돌이켜보니 뜻밖에도 기억은 무척 모호해졌다.6년이란 시간은 행복할 수도, 슬플 수도 있지만, 또한 언급할 가치가 아예 없을 수도 있었다....하이힐을 신은 서정은 씩씩거리며 밖으로 돌진했다. 너무 급하게 걸어서 그녀는 심지어 복도 안의 쓰레기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 화가 난 서정은 욕설을 퍼부었다.“이게 뭐야? 이 낡고 냄새나는 곳을 집이라고! 정말 짜증 나!”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오빠, 왜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야? 의사가 푹 쉬라고 했잖아?”그녀는 한창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도겸이 환자라는 생각에 말투가 좀 누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조금 딱딱했다.병원에서, 도겸은 잠에서 깨자마자 서정이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정은 누나 찾아오겠다고 하면서 나갔어요.”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우리가 도저히 말릴 수가 있어야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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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7월 초, 기온이 점차 높아지면서 기상청은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35도란 고온이 이미 일주일간 지속되었고, 조재석의 실험은 반복적인 계산과 검증을 거친 후, 마침내 새로운 진전을 가져왔다.모처럼 휴식시간이 생긴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7층까지 올라가며 한잠 푹 자려고 했다. 그러나 이때, 맞은편에서 한바탕 소리가 들려왔다.재석은 동작을 멈추었고, 굳게 닫힌 정은의 문을 바라보며 다가가서 노크했다.“정은아, 집에 있어?”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는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재석이 경찰에 신고할까 말까 망설일 때,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정은이 머리를 내밀었다.“무슨 일 있어요?”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재석이 갑자기 문을 두드려서 나온 것일 뿐,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고,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지만, 재석은 지금의 정은은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 같았다. 마치 수분을 잃고 바짝 말라가는 장미처럼.재석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정은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영문을 몰랐다.이때,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논문을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진도는?”“두 주일 전에 다 썼는데, 이미 발표했어요. 이 두 달 동안 줄곧 복습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요.”재석은 안경을 밀었다.“지금 내 손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논문 한 편이 있는데. 좀 검사해볼래?”20분 후, 재석의 집에서, 정은은 소파에 앉아 논문을 훑어보면서 눈빛이 밝아졌다.재석이 그녀에게 준 논문의 제목은 생물 서열에 관한 것이었고, 생물의 초기 변화치를 토론하는 내용이었다.과제는 참신한 편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기발한 데다 검증 방식도 전례가 없는 새로운 결론과 새로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혁신을 하려면 대량의 데이터로 증명을 해야 했다.“이게 선배님의 논문이에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학교 2학년 때 쓴 거야.”정은은 심정이 많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도 생물정보학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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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정은에게 있어 이것은 얻기 힘든 기회였다.“만약 관심이 있다면 이 논문 가져가서 자세히 읽어봐.”말하면서 재석은 USB를 하나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이 안에 상세한 실험 자료가 있어.”정은은 눈을 들더니 은근히 흥분해하고 있었다.“고마워요, 잘 생각해 볼게요.”10시, 정은은 집에 돌아가야 했다. 재석은 그녀를 문 앞까지 바래다주었다.“난 바로 이 맞은편에서 살고 있으니, 특별히 배웅할 필요가 없어요.” 정은은 웃으며 말했다. 재석은 오히려 그녀가 무심코 드러낸 손가락을 힐끗 바라보며 주의를 주었다.“반창고를 너무 오래 붙이면 안 돼. 요오드 볼트로 소독한 뒤,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 좋을 거야.”정은은 얼른 검지를 숨겼다.“고마워요, 그렇게 할게요.”재석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잠시 후, 그는 고개를 돌려 분홍색 다육식물 하나를 가져왔다.“이거 줄게.”정은은 놀라서 눈을 깜박였다. 손바닥만 한 다육식물은 잎사귀가 통통했고, 초록색에서 점차 핑크로 변하니 또 무척 예뻤다.“이거 너무 귀여운데, 정말 나에게 주는 거예요?”“응, 며칠 전에 꽃집을 지나다가 이것만 하나 남았길래. 지난번에 매운탕을 대접한 답례라고 생각해.”정은은 입술을 구부렸다.“이번에는 그냥 받을게요. 하지만 친구 사이에 같이 밥을 먹었다고 굳이 선물을 살 필요가 있나요? 다음에 답례하지 마요.”그녀는 눈을 깜박였고, 맑은 눈동자는 마치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빛이 났다.“응.” 재석은 마음이 약간 흔들리기 시작했다....병실에서. 이른 아침, 고동건과 전선우는 병문안을 오기로 약속했다.동건은 그럴듯하게 보온병까지 들고 왔다.“도겸아, 내가 널 얼마나 관심하는지 좀 봐. 이렇게 죽까지 챙겨왔잖아! 헤헤! 넌 위가 안 좋아서 담백한 것만 먹어야 하니가, 내가 특별히 우리 집 셰프에게 아침 일찍 죽을 끓이라고 했어. 이게 비록 많진 않지만, 재료가 다 비싼 거라서, 다 먹으면 바로 힘이 펄펄 날 거야!”선우는 향기가 그윽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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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정은은 조깅을 마치고 돌아와서 샤워를 한 다음, 베란다에 줄지어 늘어선 모양이 각기 다른 녹색 다육식물에 분홍색이 더 많아진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검지로 살짝 눌렀는데, 말랑말랑한 식물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책상 위의 핸드폰이 윙윙거렸다. 선우의 번호인 것을 보고, 정은은 호기심에 전화를 받았다.[선우야? 이 시간에 왜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지? 무슨 일 있어?]“정은 누나, 요즘 잘 지내고 있었어요?”[그럭저럭이야. 너는?]기회다 싶은 선우는 바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난, 난 별로 좋지 않아요.”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왜?]“밤새 술을 마셔서인지 속이 안 좋네요. 정은 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딱 누나가 끓인 죽이 너무 먹고 싶은 거 있죠? 정말 너무 먹고 싶은데... 지금 시간 있어요?”도겸이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기에 선우는 이런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비록 정은은 도겸을 통해 선우를 알게 되었지만,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선우와의 관계도 나름 좋았다.상대방이 위가 아프다고 하니 정은도 거절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시간 있어. 나 지금 장 보러 나갈 테니까 점심에 와서 가져가.]“네! 고마워요, 정은 누나! 누나밖에 없네요! 사랑해요, 누나! 그럼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정은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점심시간이 되자, 선우는 내비게이션에 정은이 보낸 주소를 입력한 다음, 먼저 서비대학교에 도착했다. 그 후 또 여러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서야 마침내 목적지 근처에 도달했다.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로숫길을 건너자, 선우는 정은이 지내고 있는 아파트를 찾았다. ‘7층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없다니.’선우는 눈을 들어 아파트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5분 후, 그는 숨을 헐떡이며 도착했고, 마치 사우나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땀투성이로 되었다.정은은 문을 열어 선우를 들여보낸 다음, 얼른 물 한 잔을 따라 주었다.“괜찮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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