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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Penulis: 십일
분명히 엄청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성준은 오히려 무척 불편했다. 간신히 다 먹은 다음, 그는 서둘러 작별을 하며 떠났다.

방안은 즉시 조용해졌고, 정은은 식탁을 치우며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서정의 말을 떠올렸다.

‘위천공이라고...’

이렇게 한눈을 팔다 정은은 실수로 그릇을 깨뜨렸다. 그녀는 얼른 손으로 줍다 오히려 그릇 조각에 베였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손등에 떨어졌다.

도겸과 함께 한 시간은 6년, 그것은 6일도 아니고 6개월도 아니었다. 어떤 습관은 이미 정은의 뼛속에 깊이 새겨졌던 것이다. 그가 입원했다는 것을 들은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걱정을 하며 병원에 달려가고 싶었다.

다행히 이성은 이런 본능을 가로막았다.

‘이제 강도겸을 걱정하지 말고, 또 그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지 말자.’

처음에 정은과 도겸은 무척 달콤한 사랑에 빠졌지만, 서로의 곁을 함께 하는 동안 지겨움이란 감정이 나타나더니 심지어 이렇게 헤어졌다. 언제부터인지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은 틈이 나타났다.

‘강도겸이 처음으로 약속을 어겼을 때부터? 아니면 그 남자가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을 때부터?’

지금 돌이켜보니 뜻밖에도 기억은 무척 모호해졌다.

6년이란 시간은 행복할 수도, 슬플 수도 있지만, 또한 언급할 가치가 아예 없을 수도 있었다.

...

하이힐을 신은 서정은 씩씩거리며 밖으로 돌진했다. 너무 급하게 걸어서 그녀는 심지어 복도 안의 쓰레기 때문에 넘어질 뻔했다. 화가 난 서정은 욕설을 퍼부었다.

“이게 뭐야? 이 낡고 냄새나는 곳을 집이라고! 정말 짜증 나!”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오빠, 왜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야? 의사가 푹 쉬라고 했잖아?”

그녀는 한창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도겸이 환자라는 생각에 말투가 좀 누그러졌다. 그러나 여전히 조금 딱딱했다.

병원에서, 도겸은 잠에서 깨자마자 서정이 나갔다는 말을 들었다.

“정은 누나 찾아오겠다고 하면서 나갔어요.”

선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우리가 도저히 말릴 수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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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컴퓨터 화면부터 확인했다.‘분명 최소화해서 숨겨 놨는데, 어떻게...’동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나섰다.“아니, 괜히 그 아이를 건드려서 뭐 하려고 그래? 논리력, 사고력, 말솜씨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그런데 저 여학생, 말투가 참 매섭네. 대체 정체가 뭐야? 너 아는 사람이야?”“생명과학대학에서 소정은 학생을 모르면 간첩이지. 혼자서 두 명의 동창을 데리고 스마트 실험실을 설립했고, 그것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잖아. Science 학술지에 논문도 냈고, 네이처 잡지에도 논문을 실었어. 우리 학과 내년 연구 실적의 절반은 다 그 학생한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런데도 몰라?”“아...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렇게 생긴 줄은 몰랐어...”‘이거 참!’“그래도 뭐 별거 아니잖아? 그렇게 대단한 논문을 썼다면서 정작 대학생 대회 같은 소규모 대회에서조차 상 하나 못 탔다니? 본인이 직접 그러던데?”동료는 그녀를 흘긋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왜 우리 사무실을 찾았겠어?”“그야... 보고서를 돌려받으려는 거겠지?”“맞아. 그런데 왜 돌려받으려는지 생각해 봤어? 보고서가 조작됐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는 거야.”“하, 웃기네. 누가 그럴 시간이나 있대? 자기들이 못 해서 떨어진 걸 괜히 트집 잡는 거지!”“그럴 수도 있지만, 더 큰 가능성이 하나 있어.”“뭔데?”“보고서가 제출 과정에서 변조됐을 가능성.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하려는 거야.”“쳇, 누가 심심해서 그 보고서에 손을 대겠어? 정말 웃겨.”“그래, 누가 그랬겠어. 하지만 만약 제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게 밝혀지면, 학교 사무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거야. 보고서를 거친 사람들 모두 조사 대상이 되겠지. 내가 너라면 지금 웃음이 나오지 않을 거야.”보고서를 거친 사람들 중, 마침 이 사무실에 있는 그 교수님이 있었다.그러니 그녀는 계속 웃을 여유가 있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6화

    민지는 멍해졌다.“이럴 수가?”서준도 몇 번이고 명단을 훑었지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조급해하지 말고 1, 2, 3등 수상자 명단을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알겠어.”10분 후.민지는 더욱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명단을 다섯 번이나 확인했는데, 우리의 이름이 없어.”즉, 최우수상은커녕 그들은 1, 2, 3등상 중 그 어떤 것도 받지 못했다.서준은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미간은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그때, 민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서준은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분석했다.“경쟁에서는 운이 중요하기도 해. 누구도 자신이 반드시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최우수상을 못 받더라도, 최소한 장려상을 하나쯤 받을 법한데. 어떻게 명단에 아예 이름조차 없을 수 있지?’“정은 누나는 어떻게 생각해요?”두 사람은 동시에 정은을 바라보았다.민지가 명단을 클릭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확실히 이상해.”민지는 손바닥을 쳤다.“봐! 정은 언니까지 이렇게 말하잖아!”“그렇다고 해도... 이미 명단이 발표됐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주최 측을 찾아가서 ‘이 결과 인정 못 하겠어요'라고 따질 순 없잖아?”그녀는 그냥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모든 팀이 자기들이 상을 못 탔다고 항의하기 시작하면, 대회가 아수라장이 될 게 뻔했다.정은이 말했다.“일단 학교 측을 찾아가서 확인해 볼게. 가능하면 우리가 제출했던 연구 보고서를 돌려받아서 체크를 해봐야겠어. 데이터 오류나 연구 방향 같은 원칙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해.”대회 규정에 따르면, 특정한 문제가 있을 경우 자동으로 0점 처리될 수도 있었다.만약 0점이라면, 당연히 수상할 리가 없었다....방학 기간이었지만, 학교 행정 사무실에는 당직자가 남아 있었다.정은의 말을 들은 담당자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맞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5화

    재석은 시계를 힐끗 바라보다가, 뒤늦게야 이 시간이 정말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귀까지 새빨개졌지만,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밤은 안 되니까... 그럼 내일 밤은 어때?”“좋아요.” 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실험실에 가야 하지 않아?”“맞아요.”“몇 시에 나가는데?”“8시쯤에요. 왜요, 선배님?”“같이 가자. 아침 사 줄게. 학교 앞에 호떡이랑 두유 파는 집 있잖아. 네가 맛있다고 했던 거.”“정말요? 고마워요, 선배님!” 정은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늦었으니까 난 이제 갈게.”“네.”정은은 재석을 문앞까지 배웅했다.재석은 정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잘 자.”“선배님도요.”문이 닫히자, 정은은 왠지 모르게 재석이 문을 닫는 동작마저도 들뜬 것 같다고 느꼈다.재석을 보낸 정은은 침대에 누웠고,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다.반면, 옆집의 재석은 정반대였다.집으로 돌아온 후 이상하게 들뜬 기분에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사촌 오빠? 정말 사촌 오빠라니?’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재석은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억누를 수가 없었다.새벽 1시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눈이 말똥말똥했다. 결국 눕는 걸 포기하고 재석은 책상에 앉았다.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논문을 계속 보았다.새벽 3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잠들었지만, 6시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눈을 떴다.7시 30분, 재석은 아침을 사러 나갔다.8시 정각에 그는 정은의 집 문을 두드렸다.“선배님, 좋은 아침이에요.”“응. 뜨거울 때 먹어.” 재석은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건넸다.“고마워요!” 정은은 반갑게 받았다. “선배님도 지금 나가는 길이에요?”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같이 갈까요?”“그래.”...9시, 진욱은 학교에 도착해 실험복으로 갈아입으며 어제 재석의 행동을 떠올렸다.‘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조언을 좀 해 줘야 하나?’실험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욱은 예상대로 실험대 앞에 서서 연구에만 몰두하는 재석을 보았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4화

    재석은 눈을 드리우며 빈 맥주 캔을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마치 그 위에 꽃이라도 피어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오늘 이씨 가문 두 어르신들과 즐겁게 놀았어?”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할머니가 점심에 맛있는 음식을 한 상 차려주셨고, 오후에는 디저트랑 간식도 잔뜩 해주셨어요.”“밥 먹고는 두 분이랑 낚시도 가고, 과수원에서 과일까지 땄고요. 원래는 저녁에 그림 전시회까지 보러 가려고 했는데...”재석은 덤덤하게 물었다.“심 대표님도 같이 있었어?”“네.” 정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재석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어느새 테이블 밑에 있는 손을 꽉 쥐었다.한참 후, 그는 약간 쉬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그래서... 넌 심 대표님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정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예전에는 별로 좋은 인상을 못 받았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요.”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두 노인을 챙기는 세심함과 배려가 딸인 이미숙보다도 더 나았던 것이다.그 말을 들은 재석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묵직한 통증이 심장을 강타하며 숨이 턱 막혔다.그가 붉어진 눈으로 ‘이제 그 남자를 받아들이기로 한 거야?’라고 물으려던 찰나, 정은이 덧붙였다.“그리고 꽤 좋은 오빠기도 하고요.”“오, 오빠?”재석은 순간 얼어붙었다.정은이 자연스럽게 말했다.“네, 심 대표님은 내 사촌 오빠예요! 어? 내가 선배한테 말 안 했었나?”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아, 그러고 보니 요즘 대회 준비로 바빠서 이 좋은 소식을 아직 못 전했네요...”그녀는 이미숙이 이씨 가문의 잃어버린 딸이란 것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래서 결국 내 사촌 오빠가 됐어요.”재석은 필사적으로 이 사실을 소화하려 했지만, 여전히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그 사람이 네 사촌 오빠라고?”“맞아요.” 정은이 피식 웃었다.“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재석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문제가 있는 건 정은이 아니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3화

    재석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다소 난처한 듯 입을 열었다.“아직 저녁을 못 먹었거든.”정은은 그의 귀가 붉어진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괜히 웃었다가 재석이 더 난처해질까 봐.“국수 괜찮아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번거롭게 해서 미안.”“그럼 잠시 앉아 있어요. 금방 끓여 올게요.”정은은 국수를 삶고, 달걀 하나를 노릇하게 부쳤다. 거기에 채소를 조금 넣고, 소진헌이 직접 만든 소고기 장조림을 얇게 썰어 듬뿍 올렸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파와 고수를 솔솔 뿌리자, 푸짐한 국수 한 그릇이 완성됐다.국수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정은이 말했다.“선비님, 다 됐어요. 어서 먹어요.”재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배가 정말 고팠고, 이 국수도 정말 맛있었다.정은은 턱을 괴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한 남자가 국수를 먹는 모습이 이렇게 우아하고 멋질 줄이야.’재석은 빠르게 먹으면서도 결코 거칠지 않았고, 마치 아주 중요한 일이라도 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면발을 집어 올렸다. 국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조차도 신중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진귀한 미식을 음미하는 줄 알겠어.’“왜 그렇게 쳐다봐?”무심코 고개를 든 재석은 정은의 시선을 마주쳤고, 국수를 삼키며 물었다.“선배님 표정만 봐도 내가 만든 국수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어서요. 맛있다면,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재석의 귀가 살짝 붉어졌다. 다행히 티가 나지 않아 오직 그 자신만이 알 뿐이었다.“민망하네.”“민망하긴요. 이건 칭찬이에요.”‘셰프’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보면 기쁠 수밖에 없었다.재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맛있어.”정은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었다.“마음에 들면 됐어요. 요즘 많이 바빠요?”“아니, 전과 비슷해. 특별히 바쁜 건 아니야...”재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털어놨다.“사실, 요리를 하고 싶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해서 그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2화

    현빈은 계속 곁에 있었다.재미있는 것도 사실이고, 즐거운 것도 사실이지만, 밤이 깊어지자 결국 피로가 몰려왔다.집에 도착한 정은은 바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나야.”재석의 목소리였다.정은은 급히 젖은 머리를 감싸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선배님?!”재석을 보자, 정은은 조금 놀랐다.재석은 이렇게 늦은 시간에 그녀를 찾아온 적이 거의 없었다.그는 본래 한밤중에 여성의 집을 찾는 것은 실례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그런데...‘오늘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걸까?’문이 열리자, 잠옷 차림에 아직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정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재석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미안해. 쉬고 있었을 텐데 내가 괜히 방해했군.”“선배님...” 정은은 재석을 불러 세우며 웃었다. “아니에요, 들어와요.”재석은 짧은 침묵 끝에 결국 안으로 들어섰고,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하지만...재석이 늘 신던 슬리퍼 옆에 낯선 새 슬리퍼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정은에게 묻지 않아도 재석은 알 수 있었다.‘심현빈의 것이겠지.’“선배님, 먼저 앉아요. 나 머리 좀 말리고 올게요. 10분이면 돼요.”“그래. 감기 걸리기 전에 얼른 말려.”정은은 원래 욕실에서 머리를 말리려 했지만, 방금 샤워를 한 터라 벽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있었다.평소에는 거실에서 말리곤 했지만, 오늘은 그냥 침실에서 말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녀가 헤어드라이어의 플러그를 뽑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거실에서 말려. 난 밖에 나가서 화분들 좀 볼게.”재석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은은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감정이 조용히 피어올랐다.마치 보듬어지고, 배려를 받고, 언제나 자신이 우선시되는 듯한 느낌.이런 감각을 느껴본 건, 어릴 적 아버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1화

    진욱이 말했다.“우리 정은이한테 마음이 움직인 거 맞잖아! 이토록 신경을 쓰고 있다니! 이번에 드디어 제대로 걸렸구만.”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의문이 있는 이상, 가장 좋기는 직접 정은이에게 물어보는 거야. 남자는 말이야, 좀 솔직하고 대범하게 움직여, 너도 그랬잖아, 정은이는 빙빙 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재석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망설이지 마라! 그러다 정은이 남에게 빼앗길지도 몰라! 그리고 너도 똑똑히 묻지 않으면 일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고.”“누가 그래?”“허, 이렇게 간단한 데이터까지 틀렸는데, 정말 일할 마음이 있는 거야?” 진욱은 스크린을 가리켰다.“발뺌하긴!”재석은 훑어보더니 은근히 민망했다.진욱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힘내, 조 교수!”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자신의 실험대로 갔다.“언제 눈치챘어?”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진욱은 멈칫하더니 웃으며 몸을 돌렸다.“정은이를 바라보는 그 눈빛만 봐도 알지. 매번 정은이를 대할 때, 태도가 엄청 다르잖아. 심지어 말투조차 더 부드럽고. 이것마저 알아챌 수 없다면, 난 정말 눈이 먼 거 아니야?”재석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그... 그렇게 티가 났어?”“그렇지 않으면?”“무슨 얘기를 하시고 있는 거예요? 제가 들어봐도 될까요?” 이수아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재석은 갑자기 표정을 거두며 진욱에게 경고의 눈빛을 주었다.진욱은 몸을 돌려 수아를 향했고, 뒷짐을 하고 있는 손은 재석을 향해 ‘OK’라는 손짓을 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절대 비밀로 해줄게!’수아는 웃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전 교수님? 무슨 기밀이라도 있는 거예요?”진욱에게 한 말이지만, 그녀의 눈빛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재석에게 떨어졌다.진욱은 바로 알아차렸다.“수아야, 너도 기밀이라고 했잖아, 확실히 네가 들으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떠났다.재석은 말할 것도 없고, 진욱은 수아의 마음까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전 교수님, 좋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70화

    재석은 멈칫했다.진욱은 호들갑을 떨었다.“내가 맞혔구나! 이야, 조 교수, 너한테도 이런 날이 있다니!”“정은이 때문이지?”재석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쯧쯧, 나한테 거짓말 하지 마. 조 교수는 남을 속일 수 있어도, 평소 늘 함께 지낸 날 속일 수 없잖아?”“꺼져, 누가 너와 함께 지냈단 거야?”“헤헤, 넌 당연히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겠지, 왜냐하면 넌 정은이를 좋아하니까.”재석은 눈빛이 싸늘해졌다.“이런 농담 함부로 하지 마. 난 남자라서 소문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정은이는 달라. 여자아이는 항상 이런 일에서 더 손해를 보니까. 정은이 아직 학생이니 너 이상한 소리하고 다니지 마.”“이것 좀 봐, 지금 정은이를 이렇게 보호하고 있는데도 발뺌하고 있다니?” 진욱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안심해, 나도 이 정도는 잘 알고 있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할지 다 안다고. 내가 어떻게 정은이를 해칠 수 있겠어?”재석은 한숨을 돌렸다.“알면 됐어.”“이제 솔직하게 말해도 되겠지?”“그런 거 없어.”“정은이 요즘 널 무시한 거야? 너 설마 정은이를 화나게 했니?”재석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런 적 없는 것 같은데?”오늘 아침에도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했으니, 삐진 것 같지 않았다.“그럼... 갑자기 너와 거리를 둔 거야?”“그것도 아니야...”재석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도 없어.”“아! 알았다! 너랑 갈등이 없다면, 다른 사람과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그래서 네가 이렇게 우울하고, 슬프고, 의심하고...”“닥쳐.”“네네!” 진욱은 손가락을 튕겼다.“바로 이 반응이야! 내가 또 알아맞혔군!”“그리고 그 사람은 분명히 남자일 거야! 심지어 모든 면이 아주 훌륭한 남자. 그래서 네가 위기감을 느끼게 된 거지!”재석은 할 말을 잃었다.“조 교수.” 진욱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너도 이제 정신 좀 차려. 정은이를 좋아한다면 대담하게 고백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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