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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작가: 십일
외롭고 쓸쓸한 밤, 맞은편에서 가볍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은아, 나 아파.”

자세히 들어보니, 남자의 목소리는 은근히 떨렸다.

그 순간, 정은은 본능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도겸은 잘난 체하고 고집이 세서, 피를 토할 때까지 술을 마시거나, 야근 때문에 밥 먹는 것을 잊어버린 것도 모두 흔한 일이었다.

그동안 정은은 도겸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많은 방법을 고민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꼼꼼히 챙기고, 틈틈이 상태를 살피는 것은 물론, 한의원을 찾아가 안마법까지 배워왔다.

엄청난 공을 들인 데다, 또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도겸의 위가 점차 호전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런 일이 귀찮았다. 가끔 짜증이 나면 심지어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고 싫어하곤 했다.

이미 잊혀져 가던 과거가 이 순간에 다시 떠올랐고, 방금 나타난 애틋한 감정도 곧 사라졌다.

[난 의사가 아니야. 그렇게 아프면 그냥 병원에 가.]

도겸은 정은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으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지만,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다.

“네가 끓인 죽 마시고 싶단 말이야.”

정은은 조용히 듣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맞은편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마치 소리 없이 대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정은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도겸은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간호사는 그가 잠든 줄 알고 침대 앞으로 다가갔지만, 도겸이 아직 깨어 있으며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도련님, 지금...”

간호사는 약간 의아해했다.

도겸은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피곤함에 눈을 감았고,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

이튿날, 정은은 날이 밝자마자 바로 일어났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위 좀 어때? 괜찮아? 죽 더 먹을래?”

선우는 한창 달콤하게 자고 있었는데, 스팸 전화인 줄 알고 눈조차 뜨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정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벌떡 일어났다.

[정은 누나!]

[아, 정은 누나가 만든 죽이 너무 맛있어서, 몇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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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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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냥이
아니 그렇게 수업 한번 안빠지던 정 은이 왜 대학원 학업 커리어 다 포기하고 도겸 이랑 동거했니.,? 이해가 안간다 6년을 갇 혀서 가정부 노릇만하고 바보같음 본인 인생 은 없고. 내조 잘했는데도 결국엔 결혼도 못 하고 예비시어머니 구박만 받 다 버림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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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20화

    “증여인의 사인이 필요하다고요? 왜요?”정은은 눈앞의 직원을 보면서 의문을 참지 못했다.상대방이 설명했다.“그 땅이 일반 땅이 아니라서요. 정식 증여 계약서가 있지만, 규정에 따라 증여인의 사인이 있는 동의서를 내셔야 해요.”정은은 서류를 꼭 잡았다.‘그러니까 지금 강도겸의 사인이 필요해.’...“대표님, 오셨습니까.”도겸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비서는 문앞에서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오전 9시에 투자 측과 그룹 미팅을 통해 건원 식품에 자금을 투입하고 계속 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을 하셔야 합니다.”“10시에 호진그룹의 우 대표님이 오셔서 협력에 관해 상의를 하실 예정입니다. 11시에는 부문의 보고회가 있습니다.”“오후에는 대표님의 이전 계획에 따라 오스트의 이 대표님과 골프 약속을 잡았습니다. 이상이 바로 오늘의 일정입니다.”비서는 걸으면서 보고했고, 마침 도겸이 문을 밀고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에 보고를 끝냈다.도겸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투자 측과의 그룹 미팅은 미뤄버려. 그리고 우 대표에게 전해. 30분밖에 주지 않을 테니, 만약 이번의 방안도 여전히 성의가 없다면 더 이상 합작할 필요가 없다고.”“네.”사무실로 들어가자, 탁자 위에는 커피가 놓여 있었다.도겸은 손가락으로 컵을 만졌는데, 온도가 딱이었다.그는 커피를 들고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한 모금만 마시고 돌아서서 내려놓은 다음, 더 이상 마시지 않았다.‘이렇게 오랫동안 연습했는데도 정은이 탄 커피보다 못하다니... 분명히 같은 원두에 같은 커피머신인데, 컵까지 똑같잖아. 왜 맛이 변했을까?’1년이 지났지만, 도겸은 여전히 정은이 자신의 곁에 없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커피도 아니야, 죽도 아니야, 소고기 소스도 아니야, 거실의 배치 그리고 침실의 침대 시트도 아니야.아무튼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도겸은 쓴웃음을 지었다.똑똑.“들어와.”비서는 아침밥을 내려놓은 다음 조용히 물러났다.도겸은 입맛이 없었지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9화

    수화기 너머의 하정남은 오랫동안 침묵했다.[너희들 정말 스스로 실험실을 지으려는 거야?]“그럼요!”[충동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당연하죠! 우리는 아주 진지하다고요!”[그래, 20억이라고 했지? 이따가 네 계좌로 입금할게!]“우와, 고마워요 아빠! 사랑해요, 뽀뽀.”[헤헤...]딸 바보인 하정남은 어수룩하게 웃었다.그날 저녁, 민지는 단톡방에 아버지가 입금한 금액을 보냈다.공이 얼마나 많은지, 눈앞이 아른거릴 정도였다.[해결됐어요!] ...서준은 민지의 문자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녀가 이 문자를 보낼 때 얼마나 득의양양하게 웃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 같았다.보아하니 그도 노력해야 할 것 같았다.그는 핸드폰을 거두고 소파 앞으로 걸어갔다.“할아버지, 오랫동안 저와 바둑을 두지 않으셨는데, 한 판 하실래요?”“그래! 모처럼 돌아왔는데, 이미 오랫동안 나와 바둑을 두지 않았구나.”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소파에서 일어나 바둑판 앞에 가서 앉았다.정말 재미가 있는 경기였다.서준은 내색하지 않고 양보했고, 어르신은 기분이 좋아서 싱글벙글 웃었다.“서준아, 너 또 졌구나.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서준은 한숨을 쉬며 일부러 고민했다.“할아버지의 기예가 더 대단하신 거죠. 솔직히 말씀하세요, 그동안 저 몰래 연습하셨죠?”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하하하하...”할아버지는 기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건 안 돼요, 한 판 더 해요!”이번에 서준은 더 이상 봐주지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승리를 거두었다.할아버지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일부러 삐진 척했다.“내가 연습했다고? 내가 보기에 네가 더 많이 연습한 것 같군! 이제 그만하겠다, 하나도 재미가 없구나!”말을 마치자, 그는 계속 말했다.“주말도 명절도 아닌데 왜 갑자기 집에 돌아온 거야? 심지어 나와 함께 바둑을 두다니? 말해봐, 무슨 일 생겼어?”“에헴!”‘역시 할아버지의 눈을 속일 수가 없군.’서준은 이 사실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8화

    두 사람은 일제히 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머리를 긁적였다.“왜 날 그렇게 보는 거야... 쑥스럽게.”“쮼, 너희 부모님은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셔?” 서준을 바라보는 민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의미심장해졌다.정은이 말했다.“지난번에 네가 말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았어?”보아하니 서준의 부모님은 일반 공무원이 아닌 모양이었다.그녀도 눈치 있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민지는 보기에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사실 눈치가 무척 빨랐다.‘정부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고 들었는데, 그럼 전에 서준이 말하지 않은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그렇게 민지도 이 일을 붙잡고 늘어놓지 않았다.서준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최선을 다해 해낼게요.”“좋아.”민지가 말했다.“실험실을 위하여.”“다시는 쫓겨나지 않기 위하여.”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일제히 정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받았다.“파이팅?”“파이팅!!!”...한다면 바로 한다고, 세 사람은 즉시 행동하기 시작했다.민지는 정은의 집을 나서자마자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빠!”[그래, 우리 딸. 밥은 먹었어?]“아직이요...”민지는 순식간에 불쌍한 척했다.하정남은 이 말을 듣자마자 수상함을 알아차렸다. ‘우리 귀염둥이가 밥조차 먹지 않았다니. 큰일이 생긴 게 분명해.’[아빠한테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민지는 즉시 최근 실험실에서 발생한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다.“정말 열 받죠?!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요?”탁.하정남은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정말 사람을 너무 무시하네! 학교는 관리해야 할 것을 상관하지 않고, 두둔해서는 안 될 일만 단단히 보호하고 있군. 명문대학이 뜻밖에도 이런 짓을 하다니! 사람을 뭘로 보고!]“그래요!” 민지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내가 그때 입에서 나오는 대로 실험실을 하나 짓는 게 낫다고 말했거든요. 그런데 송지혜 교수의 두 학생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7화

    “우리 아빠의 명의로 된 부동산이 엄청 많은데, 여태껏 남을 내쫓은 적이 있어도 남에게 쫓아낸 적이 없단 말이에요!”“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저희에게 낡은 방 하나 빌려주면서, CPRT도 없고 소방기자재도 없지만, 저희가 죽어라 낸 연구 성과는 결국 학교의 명의로 되어야 하잖아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딨어요? 정말 재수가 없어요...”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자란 민지는 여태껏 이런 억울함을 당한 적이 없었다.“뭐가 그렇게 대단한 거예요? 낡은 방 한 칸일 뿐, 기기조차 저희가 스스로 산 거잖아요!”이 불 같은 성질은 정말 조금도 참을 수 없었다.그녀가 한바탕 욕설을 퍼붓자, 서준과 정은은 아연실색했다.“어... 많이 놀랐어요?” 민지의 둥근 얼굴에 어색함이 드러났고, 그녀는 얼른 설명했다.“저 평소에 이렇진 않지만, 가끔 성질이 나면 멈출 수가 없네요... 에헴!”서준은 침을 삼켰다.정은은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민지가 말한 것도 마침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거야! 우리가 계속 학교에서 실험실을 빌린다면, 영원히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학교에서 회수하고 싶으면 회수하고, 트집을 잡고 싶으면 트집을 잡고, 다른 팀에 주고 싶으면 줄 수 있으니까.그들은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도살’당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더 이상 학교에서 실험실을 빌리지 말까요?” 민지가 떠보았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준이 물었다.“그럼 어디에서 빌려야 하는 거죠?”“왜 빌려? 민지가 그날 말한 것처럼, 우리 혼자 실험실 하나를 지으면 되잖아?”‘실험실을 짓는다고?’이 말이 나오자, 서준은 멍해졌다.민지는 멈칫하다가 곧바로 흥분해지더니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래요! 저희가 실험실을 지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얼마나 편리해요!”그들만의 실험실이라면 남에게 빼앗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남의 괴롭힘을 당할 일도 없었다.정은이 말했다.“내가 자료를 찾아보았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6화

    정은은 재석이 어이없어 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얼른 들어요, 재석 삼촌. 우리 아빠가 만든 장조림 정말 맛있단 말이에요. 사람들은 돈을 줘도 못 먹어요.”“날 뭐라고 불렀지?” 재석은 한 손으로 벽을 짚으며 앞으로 다가갔다. “응?”정은은 물러설 수 없어 고개를 들어 애꿎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도 단지 우리 아빠가 하신 말씀을 전했을 뿐인데, 내가 말한 것도 아니잖아요.”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다.“선배님, 복도가 좁으니 뒤로 좀 물러서면 안 될까요?”재석은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 것을 떠올리며, 정은에게 옮길까 봐 가볍게 한숨을 쉬고 옆으로 물러났다.정은은 속으로 감탄했다.‘선배님은 정말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인 것 같아. 매너도 있고.’재석이 장조림을 받자, 정은은 남은 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 뒤 사진을 찍어 소진헌에게 보냈다.저쪽은 곧 답장을 보냈다.[조 교수에게 가져다주었어?][그럼요! 아빠, 선배님에게 너무 잘해주시는 거 아니에요?]‘나한테 많이 먹으라는 말씀조차 안 하셨잖아.’소진헌은 귀찮아서 직접 음성문자를 보냈다.[그럼! 친구를 대할 때는 대범해야지. 복이 있으면 함께 누리는 게 마땅해!]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선배님에게 이 말을 들려주어야 하는데. 아까 내가 함부로 말한 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화가 나서 날 벽으로 몰아붙이다니?’그리고 정은은 방금 남자가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것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몸을 기울인 순간, 재석의 냄새와 숨결이 정은을 단단히 에워쌌다.정은은 한심하게도 얼굴을 붉히며 심장이 두근거렸다.고등학교 때, 반의 남학생들도 이렇게 일부러 정은에게 다가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정은도 매번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도겸을 만나기 전, 정은은 이성의 접근에 적응하기 어려웠고, 심지어 답답함과 괴로움을 느꼈다.그동안 연애와 이별을 통해 이 버릇을 고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예전으로 다시 돌아갔다니.정은은 자신의 이런 반응을 ‘고질병’으로 생각하며 다른 생각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5화

    정은은 살짝 멍해졌다.“그럼 선배님은...”재석이 대답했다.“난 안 추워.”“고마워요.”골목에 도착하자, 재석은 정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다음, 몸을 돌려 한쪽의 편의점에 들어갔다.1분도 안 되는 시간에 그는 마실 것 두 잔을 들고 나왔다.“자.”정은은 받으며 호기심에 냄새를 맡았다.“이게 뭐예요?”“홍차.”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 편의점에서 이걸 판다고요?”‘왜 난 전혀 기억이 없지?’“시즌 스페셜이라 최근에 금방 팔기 시작했어.”“선배님도 홍차예요?”재석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메밀차야.”종이컵을 들고 있으니 정은은 손바닥이 따뜻했다. 외투까지 걸치고 있어 춥지 않았고 볼도 약간 붉어졌다.계단을 오를 때, 정은은 외투를 벗고 재석에게 돌려주었다.“고마워요, 선배님. 잘 자요.”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잘 자.”두 사람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정은은 샤워를 마치고 앉아서 논문을 보기 시작했다. 니트 외투를 입고 있으니 온몸이 따뜻해졌다.이때 핸드폰이 울렸는데, 소진헌의 전화였다.“네, 아빠.”[자다 일어난 거야?]“아니요, 논문 보고 있었어요.”[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 너무 늦게 자지 말고, 옷 많이 챙겨입어.]“알았어요. 여긴 난방이 있어서 실내가 그렇게 춥진 않아요. 엄마는요?”[글 쓰고 있어. 참, 장조림 좀 보냈는데, 5kg 좀 넘어. 내일이면 도착할 거야.]“이렇게 많이요? 제가 그걸 어떻게 다 먹어요?”[너한테만 주는 게 아니야. 조 교수에게 절반 나눠줘. 너희들 이웃이니 직접 가져다줄 수 있잖아.]다른 한편, 재석은 집에 들어간 후, 평소처럼 외투를 옷걸이에 걸었다.그러나 이때 그는 멈칫하더니 다시 옷을 가져왔다.위에는 아직도 여인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재석은 저도 모르게 다가가서 냄새를 맡았다.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응할 때, 재석은 흠칫 놀라더니 감전된 듯 외투를 소파에 버린 다음 욕실로 달려갔다.곧 물소리가 전해왔다.그러나 안에는 열기가 전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4화

    재석은 오늘 수업이 있었다.쉬는 시간에 그는 두 학생이 생명과학대학의 실험실에 시정지시서가 내려왔다며 의논하는 것을 들었다.재석은 원래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소정은'을 언급하는 것을 들었다.자세히 물어본 후에야 그것이 정은의 실험실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는 바로 이쪽으로 달려왔고, 마침 세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교수님.” 정은은 그에게 인사를 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서 들어와요.”민지와 서준도 분분히 재석에게 인사를 했다.“나도 다 전해들었어. 소방대에서 시정 절차를 엄격하게 진행한다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거야. 먼저 내 실험실로 가. 이 기구들도 다 옮겨갈 수 있어.”이것도 좋은 방법이었다.민지와 서준은 먼저 대답하지 않고 정은을 바라보았다.정은은 어느새 그들의 리더로 되었다.문제에 부딪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정은의 의견을 먼저 물어보았다.더군다나 두 사람은 재석이 자신들을 돕고 싶어서 이런 제안을 한 거라고 생각할 만큼 뻔뻔하지 않았다.정은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완곡하게 거절했다....날씨가 추워지면서 날씨는 일찍 어두워졌다.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작은 식당에서.“왜 거절한 거야?” 재석은 눈앞의 정은을 보면서 줄곧 참았던 의문을 물었다.실험실을 떠난 후, 두 사람은 같이 집으로 돌아갔다.정은은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는데, 오늘 이런 일이 발생했기에 돌아가서 밥을 할 기분도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은 근처에서 인기가 많은 한 식당을 찾아갔다.재석이 말했다.“내가 살게.”정은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잘 먹을게요.”남자는 미소를 지었다.식당의 장사가 너무 잘 되어서, 두 사람은 10여 분 동안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앉자마자 재석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정은은 놀라지 않고 가볍게 숨을 쉬었다.“선배님은 이미 나를 여러 번 도와주었잖아요. 그러나 이런 일은 그래도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지, 평생 선배님의 도움에 기대할 순 없잖아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13화

    “누가 들어오라고 했지? 우리 실험실은 짐승을 환영하지 않으니까 눈치 있으면 빨리 꺼져. 너희들은 우리랑 싸워도 못 이겨.”“너 지금 누굴 욕하고 있는 거야?!” 진호는 화가 나서 얼굴을 붉혔다.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가 대답하면 누굴 욕하는 거겠지. 지금 네가 스스로 자신이 짐승이라고 인정하고 있잖아?”“너...”지예는 냉소를 지었다.“뭘 그렇게 우쭐대고 있는 거야? 전교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딱 너희 실험실만 시정을 해야 하다니. 정말 창피해서 말이 다 안 나오네. 그런데도 이렇게 나대고 있어?”“시정을 하면 적어도 몇 달은 걸려야 한다고 들었는데, 쯧쯧... 정말 아쉽다. 그동안 너희들은 실험실을 사용할 수 없잖아. 에 논문을 올리면 또 뭐가 어때서? 학교의 중시를 받지 못하잖아. 그런데도 잘났어?”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원래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 자존심에 영향을 줄까 봐 말이야. 그러나 생각해 보면, 짐승에게 인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니 부담이 순식간에 사라지네.“그래, 난 는 내 논문을 올렸어. 하지만 넌 거기에 논문을 보낸 적조차 없잖아? 속으로 엄청 질투를 하겠지? 하지만 실력은 질투한다고 해서 느는 것이 아니라 안 되면 안 되는 거잖아. 말을 아무리 잘 해도 소용없어, 안 그래?”“야...”정은은 위아래로 지예를 훑어보았다.“사실 나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너처럼 온종일 빈둥거리며 구경이나 하는 사람이 언제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쓸 시간이 있는 거지?”“조금의 성과라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밤낮없이 실험실에 틀어박혀야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넌 그중에서 가장 한가하잖아. 의심이 좀 가는데?”여기까지 말하자 정은은 잠시 멈추더니 지예의 표정을 눈여겨보았다.“그 논문들 정말 너 혼자 쓴 거 맞아?”“그,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가 뭔데?! 내가 한가하다고? 그럼 내가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할 때...”“실험을 한 거야, 아니면 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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