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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작가: 십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15 13:19:52
정은의 쉰 목소리는 떨림과 공포를 띠고 있었고, 마치 놀란 토끼처럼 절망적이면서도 연약했다.

도겸은 더욱 다급해지더니, 그녀의 상의를 벗는 것을 포기하고 직접 치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은은 더욱 당황해졌다.

“강도겸, 당신 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왜 하필 전 여자친구인 날 강요하는 거냐고?!”

“정말 하고 싶다면, 내가 지금 바로 서연희에게 연락할게.”

“아, 이러지 마!”

정은이 자신을 피하는 동시에, 붉어진 두 눈에 고집과 거부감을 드러낸 것을 보며, 도겸은 더욱 자극을 받았다.

“왜? 헤어진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다 잊은 거야? 나와 같이 침대를 뒹군 적이 수백 번도 더 넘었을 텐데, 어디서 청순한 척이야?”

정은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쁜 자식!”

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의 턱을 들었다.

“날 떠나면 무슨 좋은 남자라도 만날 것 같아? 누가 다른 남자와 잔 여자를 받아들이겠어?”

눈물은 끊어진 구슬처럼 전혀 쏟아져 나왔고, 정은은 자신이 6년 동안 사랑한 남자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그가 무척 낯설다고 느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도겸은 나지막이 웃으며 정은의 떨리는 입술을 쳐다보았다.

“날 원하는 거야?”

말을 마치자, 그는 그녀의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정은의 손을 조금씩 떼어내며, 악랄하게 그녀의 상의를 찢었다.

정은은 울고 있었고, 도겸은 오히려 웃고 있었다.

이때의 정은은 그제야 여자와 남자의 힘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

‘됐어, 그냥 개한테 물렸다고 생각하자...’

절망에 처한 순간, 그녀를 압박하고 있던 존재가 갑자기 사라졌다. 누군가 포악하게 정은을 억누르고 있던 도겸을 떼어낸 것이었다.

미처 방비를 하지 않은 도겸은 그 힘에 뒤로 후퇴했고, 등이 책장에 부딪혀서야 똑바로 설 수 있었다.

재석은 정은이 한참 지나도 나오지 않자, 책이 너무 무거워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차에서 내려와 그녀를 도와주려 했다.

왕순자가 문을 연 후, 재석은 위층에서 들려오는 다툼을 똑똑히 들었고, 망설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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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겸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어서, 주먹을 쥐며 재석에게 돌려주었다.“날 때려? 네가 뭔데?” 그는 주먹을 날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소정은과 알콩달콩 침대를 뒹굴 때, 넌 어디에 있었지...”재석은 도겸이 휘두르는 주먹을 가로막았다. 도겸의 허술한 공격보다 그의 주먹은 더욱 냉정하고 이성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재석의 눈에 맺힌 차가운 기운을 보면, 또 전혀 그런 것 같지가 않았다.“그럼 넌? 넌 또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헤어지고도 남에게 매달리는 전 남자친구? 아니면 성추행범?”재석의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도겸의 정곡을 찔렀다.“이게 죽으려고.”도겸은 힘을 주며 주먹을 날리려 했다. 그러나 재석은 그의 손을 잡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강도겸, 그만해!” 정은은 지금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재석의 외투를 당기며 더 이상 도겸을 바라보지 않았다.그녀는 재석을 향해 고개를 돌린 다음, 시선을 드리웠다.“조 교수님,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미안해요.”재석은 눈살을 찌푸렸다.“경찰에 신고할래?”정은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됐어요. 그냥 가요.”“음.” 재석은 정은의 뜻을 존중했고, 또한 남의 갈등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이거 다 내 책인데, 지금 힘이 좀 없어서요. 교수님이 대신 옮겨주면 안 될까요? 고마워요.”재석은 허리를 굽혀 한 손으로 바닥에 있는 가방을 든 다음, 정은을 부축하여 이곳을 떠났다.도겸은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보았고, 화가 나서 옆에 있는 식물을 걷어찼다.차에 탄 정은은 백미러를 통해 갈수록 멀어지는 별장을 바라보았다. 6년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처음 이사 왔을 때, 그녀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고, 도겸과 함께 별장을 장식하면서 또 함께 화원을 꾸몄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이런 결말을 맞이하다니.‘이제 난 더 이상 이 별장에 올 일이 없을 거야. 안에 있는 사람들도 나와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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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4화

    방에 들어서자, 정은은 가장 먼저 그 책들을 정리했다. 한 권 한 권 책꽂이에 끼워 넣은 후, 그녀는 땀투성이로 되었다.목욕을 마치고 거실로 나오자, 탁자 위에 놓인 연고를 보고, 정은은 전신 거울을 바라보며 면봉으로 가슴과 허리 등 멍든 곳에 꼼꼼히 발랐다.차가운 연고에 박하향이 있어 바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시간이 아직 이르기에, 정은은 원래 책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하루 너무 피곤한 데다 그녀는 머리까지 심하게 아파서 힘없이 침대에 누웠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한밤중에 정은은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꿈속에서 도겸은 마치 악마처럼 정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쳤지만, 도저히 그를 떨쳐낼 수 없었다. 그 두려움과 공포는 너무나 생생해서, 정은은 옷깃을 꽉 움켜쥔 채 눈을 번쩍 뜨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밤이 깊었지만, 정은은 다시 잘 엄두가 나지 않았다.핸드폰을 들고 가장 먼저 수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방은 줄곧 받지 않았다.그녀는 핸드폰을 꽉 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때, 옆집 베란다의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정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재석에게 톡을 보냈다.[자요?]상대방은 줄곧 답장을 하지 않았다. 정은은 기다리다가 다시 잠이 들려 할 때,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아직.]정은은 천천히 문자를 확인했다. 이때 상대방은 또 다른 문자를 보내왔다.[창밖을 내다봐.]정은은 고개를 들었다. 고요하고 깊은 밤, 하늘에는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널려 있었고, 얼룩덜룩한 동시에 밝고 찬란했다.[뿔 같은 모양으로 된 별자리 봤어? 그건 쌍둥이자리야.]핸드폰은 계속 진동했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쌍둥이 형제는 황금알에서 나왔어. 형은 태어나자마자 왕국에 전쟁과 수해를 가져왔기에, 재앙의 존재로 불렸어. 동생은 사랑의 신의 입맞춤을 받은 아이였기에 인류의 수호자였지.][형은 동생을 질투해서 몇 번이나 동생을 죽이려 했지만, 동생은 형의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이 필요할 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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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5화

    [별장으로 와.]맞은편의 연희는 이불 속에서 이 문자를 보고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그녀는 전에 은근히 도겸을 떠본 적이 있었고, 심지어 유혹까지 했지만, 그는 한 번도 넘어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동의할 줄이야.연희는 바로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으며 외출할 준비를 했다.아직 자지 않은 룸메이트는 연희다 한밤중에 나가려는 것을 보고 약간 궁금해했다.“연희야, 이 늦은 밤에 어디 가려고?”“에이, 넌 몰라도 너무 몰라. 우리 퀸카가 이렇게 적극적이게 나오는 이유는 틀림없이 그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친구 때문일 거야.”게임을 하고 있던 룸메이트가 농담을 하자, 연희는 즉시 수줍음에 얼굴을 붉혔다.전에 도겸은 줄곧 연희와 스킨십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늘 이 남자가 수시로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의 안정감도 없었다.‘이번에 정말 도겸 오빠와 잘 수 있다면...’‘그럼 난 명실상부한 오빠의 여자로 되는 거지.’그래서 옷을 갈아입을 때, 연희는 특별히 세트로 된 속옷과 팬티를 골랐다.택시를 타고 별장에 도착하자, 연희가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안에서 자동으로 열리더니, 힘 있는 두 손이 포악하게 그녀를 잡아당겼다.다음 순간, 연희는 남자에 의해 벽에 기대며 격렬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놀라움도 잠시, 그녀는 용기를 내어 풋풋하면서도 서툴게 도겸의 키스에 응답했다.두 사람은 키스하면서 거실까지 걸어갔고, 도겸은 연희를 소파에 눕힌 다음, 자신도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절박한 애정행위에, 연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쳐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뜨거운 입술이 목에 떨어졌고, 그 기세를 따라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도겸은 따뜻한 손바닥으로 능숙하게 연희의 상의를 젖히며 그녀의 몸을 매만졌다.연희는 심장이 두근거리더니 호흡까지 가빠졌고, 도겸의 진일보한 스킨십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속옷을 만진 순간, 도겸은 갑자기 멈추었다.“왜, 왜 그러세요?” 연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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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6화

    [드디어 납득을 한 거야?]동건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계속 한 여자만 바라보는 척하지 않을 거냐고?]친구의 비웃음에 도겸은 여전히 무뚝뚝했고, 눈조차 들지 않았다.“그것도 다 연기일 뿐이잖아. 전에 그런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동건은 박수를 쳤고, 자신의 친구가 마침내 ‘정신을 차려서’ 무척 기뻤다.[그래, 내가 바로 안배할게. 깨끗할 뿐만 아니라 너에게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거야.]전화를 끊고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동건이 주소를 보내왔다.[골든 파라다이스 1080.][내가 오래전부터 이 여자를 찜해뒀는데, 심지어 아직 처녀야. 너 줄게.]도겸은 입가를 실룩거리며 외투를 들고 외출했다.밤은 깊어 갔고, 남자와 여자는 침대에서 사랑을 속삭였다.이튿날 아침, 동건은 목욕가운을 입고 옆방에서 나왔다.어제 술을 많이 마셨기에, 자고 일어나니 벌써 점심이 되었다.골든 파라다이스는 고씨 가문의 산업이었고, 동건이 지낸 곳은 호텔이 특별히 그를 위해 특별히 남겨 둔 고급 스위트룸이었다. 이 룸은 면적이 웬만한 세 칸짜리 방보다 훨씬 더 넓었다.하품을 하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동건은 목이 말라서 아예 와인 한 잔을 따른 다음 다시 거실로 향했다.나오자마자 한 여자의 섹시한 모습이 보였고, 밖으로 노출된 어깨에는 수많은 키스 자국이 있었다.도겸을 바라보는 여자의 눈빛은 애틋하고 불쌍했지만, 남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고, 돈을 준 다음 바로 사람을 보냈다. 동건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마주하며 도겸은 천천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애정 어린 그 눈빛 좀 봐. 보는 내가 다 설레는데. 넌 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지? 너 정말 남자 맞아?”도겸은 싸늘하게 웃었다.“돈만 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여자가 뭐가 불쌍한 거지?”“하긴.” 동건은 술잔을 흔들었다.“좀 마실래?”“아니.”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은 아마 동건 이 술꾼밖에 없을 것이다.불빛이 손가락 사이에서 번쩍이자, 도겸은 가볍게 한 모금 빤 후, 또 천천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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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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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은 현빈이 자신의 책까지 보았을 줄은 몰랐다.“『7일담』이 내가 쓴 책이란 것을 알고 있었어?”현빈은 정은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알아요.”하지만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이미숙도 물어보지 않았다.다만 정은은 두 똑똑한 사람의 눈빛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아이고...’“그래서 범인은 정말 그 성실한 물리 선생님인 거예요?”이미숙은 깜짝 놀랐다.“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지?”책 속의 모든 증거는 전부 물리 선생님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식으로 완벽한 범죄를 실시했다.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그가 범인인게 확실했지만, 현빈은 오히려 그 사람이 정말 범인이냐고 물었다.그를 바라보는 이미숙은 은근히 감탄했다.“책에 몇 군데 숨겨진 묘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첫 번째, 계단 사이의 어긋난 그림자.두 번째, 알 수 없이 사라진 흉기. 결국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세 번째, 혼자 사는 딸 집에 슬리퍼 두 켤레가 나타났다. 책에서는 손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왜 하필 남자 슬리퍼였을까?혼자 사는 여자가 자주 남자를 집에 초대할 뿐만 아니라, 그를 위해 특별히 슬리퍼를 준비했단 말인가?이것은 불합리했다.준비해도 남자가 아닌 여자 슬리퍼를 준비해야 마땅했다.“모든 숨겨진 단서는 범인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물론.”현빈은 말머리를 돌렸다.“이것은 단지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에요.”이미숙은 웃으며 말했다.“이 질문을 했을 때, 답은 이미 네 마음속에 있을 거야.”현빈도 따라서 웃었다.“그래서 2부가 더 있는 거네요, 맞죠?”이미숙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설명했다.현빈이 차를 골목 어귀에 세우자, 정은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부모님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고마워, 현빈아.”“아저씨, 별말씀을요.”위층으로 올라갈 때, 소진헌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아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4화

    정은은 책일 받았다.엄청난 유혹이라 그녀는 견딜 수가 없었다.“고마워요.”“그럼 현빈 오빠라고 불러봐.”...J시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 2시였다.정은 일가족은 현빈과 같은 객실이 아니었다.역을 나서자, 그녀는 차를 부르려 했다. 이때 정은은 현빈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키가 훤칠하고 다리가 길어 유난히 눈에 띄었다.그는 웃으며 소진헌을 향해 걸어왔다.“아저씨, 제 차가 바로 밖에 있으니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소진헌은 잠시 멈칫했다.“아니야, 너무 번거로우니까 우리는 그냥 차 부르면 돼.”“번거롭긴요, 가는 길에 데려다 드리는 건데.” 말을 하면서 현빈은 그가 들고 있던 트렁크를 받고 밖으로 나갔다.“아이고, 그럼 부탁할게.”“부탁은요.”정은은 묵묵히 핸드폰을 거두었다.차에서, 현빈은 운전석에 앉아 능숙하게 핸들을 잡고 있었고, 정은은 조수석에, 이미숙과 소진헌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아저씨, 지금 보시고 있는 그 은 2003년에 재판된 책 맞죠?”현빈은 백미러를 통해 힐끗 훑어보며 물었다.소진헌은 즉시 흥미가 생겼다.“너도 이 책을 아는 거야?”“저희 할아버지께서 역사를 좀 연구하셨거든요. 저도 귀동냥으로 조금 알고 있을 뿐이에요. 만약 제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2010년 이후의 『통감』은 두 번 역사 내용을 삭제했는데. 그 전에도 한번 더 삭제했었죠?”소진헌은 두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한번이 아니라, 이 책은 총 세 번이나 삭제된 적이 있어! 최근에는 네가 말한 2010년, 그 전에는 2004년. 그리고 처음에 삭제했을 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부터. 총 36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거든.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책은 2004년 삭제되기 전의 판본인데, 총 30개의 부분으로 나뉘었고. 후에는 총 4개의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에 그 전에 분명히 한 번 더 삭제했을 거야.”“1996년이에요.”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3화

    현빈은 소진헌을 바라본 다음, 또 담담하게 정은을 보았다. ‘정은이와 이 아저씨가 좀 닮은 것 같은데...’“아빠, 이 사람 아세요?” 정은은 다가와서 놀라는 말투로 말했다.‘아빠?’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그는 이번에 L시에 출장을 왔는데, 사흘 있다가 오늘 돌아가는 길이었다.그러나 항공편이 날씨 때문에 결항되어 그는 비서에게 오전의 고속열차를 예약하게 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정은과 마주쳤다니 !’“방금 바로 이 총각이 날 도와 도둑을 잡았어. 솜씨가 대단한 사람이야!”정은은 멍하니 있다가 반응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정은아,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섭섭하지.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 상황에 틀림없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선뜻 나섰을 거야.”이미숙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두 사람 아는 사이야?”정은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네.”하지만 지금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이미숙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넌 어디로 가는 길이니?”현빈은 사실대로 말했다. “J시로요.”“정말 딱이네! 우리도 J시로 가는 길이거든. 넌 몇 시 차야?”현빈은 내색하지 않고 되물었다.“아저씨는요?”소진헌은 시간을 말했다.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마침 그 열차표를 끊었는데.”“잘됐네, 그럼 우리 같이 갈 수 있겠구나!”“네.”소진헌은 열정적으로 현빈을 끌고 자리에 앉았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현빈은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열차표를 변경했다.‘인연은 내가 직접 만들면 되지.’...경호원은 소진헌을 찾아가 상황을 물었다. 소진헌은 잃어버린 핸드폰과 지갑을 모두 찾았다고 말했다.경호원은 당직실에 가서 사인하라고 했는데, 왜냐하면 방금 경찰이 나섰기 때문이다.소진헌은 자연히 협조했다.이미숙은 그와 함께 갔다. 너무 오래 앉아 있었기에 그녀는 좀 움직이고 싶었다.이제 정은과 현빈만 남았다.주위에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소진헌과 이미숙이 떠나자 두 사람은 지금 단둘이 있는 것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2화

    소진헌은 외출하기 전에 국수 한 그릇을 먹어서 지금은 배가 조금도 고프지 않았다. 그는 가방에서 책 한권을 꺼내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했다.20분 후, 개찰구로 향하라는 통지가 울렸다.이미숙과 정은은 짐이 없어서 앞에서 걸었다. 그리고 개찰구를 지난 다음, 안에 서서 소진헌을 기다렸다.소진헌은 두 사람 뒤를 따라갔는데, 한손으로는 트렁크를 끌고 있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이미숙의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렇게 표를 꺼내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자신의 지갑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방금 줄을 섰을 때, 한 사람이 뒤에서 소진헌을 부딪쳤는데, 그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틀림없이 그때 내 가방에서 지갑을 훔쳐간 거야.’“아빠, 빨리요.”정은은 안에 서서 재촉했다.“나 지갑을 잃어버렸어. 안에 주민등록증과 열차표가 있거든.”정은은 바로 말했다.“핸드폰으로 인증하면 돼요. 앱에서 임시 주민등록증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어차피 지갑에 현금이 얼마 없는 데다가, 주민등록증도 다시 하나 만들면 됐다.소진헌은 쓴웃음을 지었다.“핸드폰도 잃어버렸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이때 소진헌은 멀리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바로 방금 그를 부딪친 사람이었다.“도둑 잡아!”소진헌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돌진했다.정은과 이미숙은 소진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안에서 나오려 했지만, 직원이 두 사람을 가로막았다.“여사님, 규정에 따라 개찰구를 지나간 승객은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나가고 싶으시면 출구 방향으로 가세요.”출구에서 다시 대합실로 돌아가려면 한 바퀴 크게 돌아야 했다.이미숙이 설명했다.“우리 남편이 도둑을 잡으러 가서요. 무슨 일 생길까 봐 그러는 거니까, 좀 봐주면 안 될까요?”“죄송합니다, 규정은 규정이라서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정은은 잠시 망설였다.“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저희는 출구에서 나갈 테니까, 이쪽의 경호원에게 통지해서 저희 아버지 좀 도와줄 순 없나요?”“이건 안심하세요. 방금 누군가가 도둑을 잡으라고 소리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1화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왜요?][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작가 선생님은?]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7일 담.]‘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60화

    나석천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6만 권이에요!]이미숙은 어리둥절해지더니 저도 모르게 물었다.“뭐가 6만 권이라는 거죠?”[일일 판매량이요! 어제 일일 판매량이 이미 6만 권을 돌파했어요! 그해 『살기』가 세운 판매 기록을 타파했단 말이에요! 최근 10년... 아니, 20년! 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책은 한 권도 없었어요! 이 작가님.]나석천을 또박또박 말했다.[지금 새 책이 터졌어요! 인기가 터졌다고요!’대박이 아니라 터졌다니.처음에 나석천도 마음이 답답했다.새 책 출시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이렇게 참담할 줄은 몰랐다.그와 라이벌인 다른 한 편집장은 그와 불화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이번에는 기회를 잡고 실컷 비웃었다. 나석천이 늙었다고, 안목도 없다고. 수천만 원을 보지도 않고 바로 썼지만 그 결과, 그는 여지없는 패배를 맞이했다.나석천은 상대방의 비웃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생각했다.그는 이미숙의 모든 책을 전부 보았는데, 제재든 내용이든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고, 큰 인기를 끌 잠재력이 있었다.이번에 그들은 특별히 몇 권의 책 중 가장 좋은 책을 골라 먼저 출판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니.‘그럴 리가! 이 작가님 지금도 인기가 있는 작가님인데! 비록 확실히 10년 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살기』와 『황량한 마을 학교』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었다. 매달마다 판매량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지 않았다.‘한물간 것도 아닌데!’나석천은 생각할수록 이상하다고 느껴 아예 홍보팀을 끌고 회의를 열었다.내용도 문제 없고, 이미숙도 여전히 인기 작가였으니 그렇다면 홍보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밖에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나석천은 자세히 물어본 후에야 홍보팀이 젊은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이미숙의 독자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였다.‘어쩐지 인기가 없더라니, 독자들을 제대로 찾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9화

    정은은 두 팔을 벌리고 소파에 누우며 편안한 소리를 냈다.“정말 좋네요, 이제야 우리 집 같아요.”“좋지 않을 리가 있겠어?” 소진헌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세 가정주가 위층 아래층을 꼬박 세 시간 동안 치웠잖아. 네 엄마가 직접 감독했는데, 모든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았다고.”“어? 엄마는요?” 정은은 누워서 두리번거렸다.“방금 전까지도 여기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거지?”이때 이미숙은 핸드폰을 들고 서재에서 뛰어나왔다.그녀의 볼은 흥분으로 인해 빨개졌고,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터졌어!”“응?”“뭐가 터졌어요?”부녀는 어리둥절해졌다.이미숙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능한 한 감정을 가라앉혔다.“새 책! 내 새 책 말이야!”나석천은 동작이 빨랐다.지난번에 두 사람이 J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긴박하게 책을 출판하기 시작했다.전기 홍보는 ‘미스터리 퀸 이미숙의 복귀, 12년 만에 새 책으로 재등장! 『살기』, 『황량한 마을 학교』에 이어 또 하나의 스릴러 괴담과 함께 돌아오다.’홍보는 충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미 오랫동안 미스터리 작품을 창작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름은 여전히 유명하지만, 그것도 다 지나간 일이었다. 현재 신인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대부분 독자들은 이미숙이 복귀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지금은 또 팬문화가 유행하고 있어서, 작가들도 아이돌이나 스타처럼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다.이런 방식으로 독자를 축적한 다음, 이 독자들은 또 온라인 차트에서 돈을 내고,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며, 마케팅까지 더하면 점차 인기를 끌 것이다.이미숙은 그동안 공개된 SNS 계정조차 없었으니 이런 일을 해줄 수 있는 팬이 어딨겠는가?그래서 새 책은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이미숙은 이 일을 알고 이틀 정도 낙담했다. 그러나 나석천은 강심장이라 압박을 이겨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그녀를 위로했다. 이런 마케팅도 잠시일 뿐, 독자들은 결국 내용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8화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올라왔다.밥을 먹는 동안, 인훈의 전화는 거의 끊어지지 않았으며, 모두 회사 일이었다.가까스로 잠잠해질 때에야 그는 미안해하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어제 할머니 생신잔치에서 너무 바빠서 너와 인사도 못 했어.”“괜찮아.”인훈은 소씨 가문의 장손이며 또래의 유일한 남자아이이기에 자연히 접대를 면할 수 없었다.“지금 서비대학교 대학원생이라며? 나도 마침 J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연락해. 핸드폰 번호는 여전히 그대로야. 너 아직 저장하고 있지?”“응, 그럼.” 정은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 오빠.”“왜 이렇게 사양을 하는 거야.”정은은 반박했다.“이건 예의야.”인훈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오빠, J시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야?”인훈은 채소를 먹었다.“친구와 함께 스마트 홈웨어 회사를 하나 차렸어. 전부 지능적인 홈웨어를 사용하는 거야. 그냥 현대 하이테크로 집을 인테리어 한다고 생각하면 돼. 예를 들면 로봇으로 지령을 내린다거나, 집 온도를 조절하는 거지...”최근 인공지능이 흥기하면서 인테리어 업계도 서서히 재편되기 시작했다.다만 현재로서는 전통적인 인테리어가 여전히 절대적인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 홈웨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인훈은 대학에 컴퓨터 AI지능을 배웠는데, 스마트 홈웨어를 하는 것도 전공이 들어맞는 셈이었다.정은이 알아듣지 못할까 봐 인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정은도 전문적인 것을 묻지 않고 단지 그에게 장사가 어떠냐고 물었다.인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나도 홈웨어를 하기 시작한 후에야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알게 되었어. 게다가 지능 홈웨어는 새로운 트렌드라서 지금은 좀 어려워.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어. 그냥 대충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셈이야.”그는 똑똑히 말하지 않았기에, 정은은 인훈의 회사가 확실히 비교적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그러나 화장실에서 돌아와 테라스를 지날 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57화

    정은은 문을 열고 나가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큰 오빠?”남자는 고개를 돌리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은아?”‘정말 인훈 오빠였어!’소진우와 박나영의 외아들 소인훈.인훈은 우산을 챙기지 않아 티셔츠는 이미 반쯤 젖었고, 머리에서도 물이 한 방울 한 방울 흘러내리고 있었다.정은은 재빨리 휴지를 꺼내 건네주었다.“좀 닦아, 여름이지만 머리카락이 젖으면 감기에 걸리기 쉬워.”“고마워.” 인훈은 닦으면서 감탄했다.“넌 여전히 어렸을 때와 똑같구나. 세심하고 다정하고.”서점과 옆의 백화점은 연결되어 있었다. 기왕 만난 이상, 밖에 비가 내리고 있으니 남매는 같이 밥을 먹으려 했다.정은은 이미숙에게 전화로 오늘 점심에 돌아가서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이미숙은 몇 마디 물었지만 뭐라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레스토랑 안.경쾌한 음악은 흐리고 궂은 날씨를 밝게 만들었다.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잡았고, 커다란 유리는 빗소리를 차단하며 오직 빗방울이 떨어지는 풍경만 남겼다.정은은 종업원의 추천으로 몇 가지 간판 요리를 골랐다.음식을 기다리는 사이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행인이 매우 적었지만 차가 엄청 많았다.눈빛을 돌리자, 뜻밖에도 인훈과 눈을 마주쳤다. 정은은 멈칫하더니 수줍게 웃었다.사실 어렸을 때 그녀는 인훈과 사이가 아주 좋았다. 두 사람은 세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 자주 함께 놀았다.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남매는 자주 연락했다.인훈은 매번 정은을 찾아올 때마다 맛있는 것을 가져다주었다.정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때로는 과일빵, 때로는 과자, 때로는 아이스크림.그것은 무미건조한 시간들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었다.대학 다닐 때부터, 정은은 학업과 연애 때문에 바쁘기 시작했고, 인훈은 일을 하느라 바쁘게 돌아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을 자주 하지 않았다.대학을 졸업하자, 정은은 도겸 만을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 고생하고 회사를 차리며, 그의 일상을 돌보았다. 그리고 인훈은 회사에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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