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석은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외투 한 벌일 뿐, 그의 옷장에는 옷이 많았다.“돌아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좀 챙기려고. 또 실험실에 돌아가야 하거든.”그는 콧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기에, 딱 봐도 보통 감기가 아니었다.“잠깐만요.”정은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가, 보온병을 들고 나왔다.“이건 내가 어제 끓인 생강차예요. 뜨거울 때 마셔요.”재석은 생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정은은 이를 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안에 감기약도 있어요. 다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건데, 케이스에 복용 방식이 적혀 있어요.”재석은 줄곧 건강해서 거의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정은의 말을 듣고, 그는 멈칫하더니 보온병을 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곧이어 정은이 이렇게 말했다.“결국 선배님도 나 때문에 감기에 걸렸잖아요.”그래서 재석은 거절하려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지각하기 직전이었다.“고마워. 생강차와 감기약, 꼭 챙겨 먹을게.”재석이 성큼성큼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은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논문에 아직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그녀는 요 며칠 줄곧 각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보았다.그리고 오미선이 준 책과 논문은 모두 독일어 원판이라, 정은의 독일어는 일상적인 교류만 가능했기에, 전문 어휘를 만나면 시간을 들여 찾아봐야 했다.논문에 빠진 정은은 사고를 하며 손으로 끊임없이 기록을 했다.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생각이 끊기자, 그녀는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연결했다.“네.”[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지금 할 말이 좀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심현빈이었다.정은은 침묵을 지켰다. 마침 그녀도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시간과 장소를 정한 다음, 정은은 통화를 끊었다.이때, 도겸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고, 계속 논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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