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513 챕터

제71화

재석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정은은 깨끗한 그릇과 접시를 찾아 또 깨끗한 젓가락으로 만두 두 개를 담은 다음, 그의 앞으로 밀었다.“한 번 먹어볼래요?”재석은 한순간 망설였지만, 만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은 다음 천천히 씹었다.정은은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어때요?”그녀의 간절한 모습을 보며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정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그렇죠? 내가 추천한 음식이 맛없을 리가 없잖아요?”재석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전선우가 심현빈에게 물었다.“현빈 형, 이제 곧 생일이지 않아요? 올해는 어떻게 지낼 거예요? 레이싱? 미녀쇼? 아니면 우리 스트리퍼를 청하는 건 어때요? 하하하...”고동건은 즉시 맞장구를 쳤다.“이 제안 괜찮네.”두 사람은 동시에 현빈을 바라보았다.그들 세 사람 중, 현빈이 가장 흥청망청 노는 사람이었다.비록 매일 양복 차림을 하고 있어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그 누구보다도 미친 존재였다.“올해는... 그냥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열고 싶어.”선우와 동건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아니, 이게 형답지가 않아서 그래요.” 선우는 현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오늘 약 잘못 먹었어요?”동건도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찌푸렸다.“나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생일파티? 너 우리 할아버지한테 배운 거야?”‘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열다니?’“설마...”선우는 눈알을 굴렸다.“여자들이 막 벗는 그런 파티예요?”동건은 벌떡 일어나더니, 두 눈 역시 반짝반짝 빛이 났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냥 정상적인 그런 파티야. 금성동 개인 별장에서 열 거니까 며칠 후에 초대장 보낼게.”말이 끝나자, 현빈은 자리를 떠났다.선우와 동건은 눈을 마주치더니 일제히 창밖을 바라보았다.‘오늘 해가 서쪽에서 뜨지도 않았는데?’...다른 한편, 현빈의 전화를 받은 정은은 깜짝 놀랐다. 상대방이 자신을 생일파티에 초청하겠다는 말을 듣자,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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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도겸은 눈을 부릅뜨며 저도 모르게 연희의 손을 뿌리쳤다.연희는 깜짝 놀라 눈살을 찌푸렸고,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정은이 바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도겸은 미간을 찡그리며 현빈에게 물었다.“너 소정은까지 초대한 거야?”“응, 다 친구잖아.” 현빈은 단순하게 웃었다.“왜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어?”현빈은 어깨를 으쓱했다.“너무 바빠서 까먹었어. 말 안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저쪽의 정은도 도겸을 보았지만, 즉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이번에 축하를 해준 다음 바로 가려고 했다. 지금 책을 보고 자료를 찾느라 바빴기에 정은은 이런 모임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곧장 현빈에게 다가갔다.“생일 축하해요. 항상 오늘처럼 즐겁고 건강하길 바라요. 이건 내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귀중한 물건이 아니니 현빈 씨가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그녀는 선물 박스를 현빈에게 건네주었다. 현빈은 받으면서 낮은 소리로 웃었다.“고마워.”그는 오늘의 주인공이었고, 눈부신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파티가 시작된 후부터 이미 많은 사람들을 접대했기에, 지금 몸에 술기운이 조금 묻어났다.“오늘 같은 즐거운 날에 술 한잔하지 그래?” 술을 든 웨이터가 다가오자, 현빈은 와인 한 잔을 들었다.“내가 먼저 마실게.”그가 한입에 다 마시는 것을 보며, 정은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원샷을 한 다음, 정은은 시간을 확인하며 이제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시간이 아직 이른데. 그리고 모임도 이제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벌써 가려고?”정은이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며, 현빈은 또 말을 바꾸었다.“그럼 이렇게 하자, 좀만 더 있어. 적어도 케이크를 자르고 난 다음에 가도 되잖아.”“그래요.” 정은이 대답했다.와인 한 잔을 마신 그녀는 이미 조금 취했다. 그리고 방안의 난방이 너무 빵빵해서, 그녀는 약간 숨이 막혔다.현빈은 다른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고, 정은은 웨이터에게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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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현빈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난 널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았어.”정은은 알아듣지 못하고 두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이때, 현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줄곧 너와 키스하고 싶었고.”정은은 충격을 받아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리는 혼란스러웠고, 심지어 이 순간, 이 장면이 도대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현빈은 입술을 구부렸다. 잘생긴 얼굴은 사악함과 오만함을 드러냈고, 그의 몸에서 나는 술기운까지 더하니, 점잖은 도련님 대신 여자를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바람둥이와 같았다.“왜? 많이 놀랐어?”놀란 것뿐만이 아니라 정은은 지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당, 당신...”그녀는 입술을 벌렸지만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난 널 좋아해.”“그게 무슨 소리예요?! 내가 어떻게 당신과...”“시도도 해 보지 않고 거절하려는 거야?”“당신은 강도겸의...”‘두 사람 절친 아니었어?’“두 사람 이미 헤어졌고, 난 네가 좋아서 지금 대담하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건데, 그게 무슨 문제가 있지?”정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앞에 있는 남자를 진지하게 훑어보았다.현빈은 키가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또 기질이 우아하고 부드러웠다.도겸이 만약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날씨라면, 현빈은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과 같았다. 형태가 없어 마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잡을 수가 없었다.“미안해요.” 정은이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현빈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화를 내지 않고 심지어 가볍게 웃었다. “응, 나도 알아.”정은은 한숨을 돌리려 했지만, 현빈이 또다시 입을 열 줄이야.“그래서 난 지금 너에게 구애를 하고 있는 거지, 나와 사귀자고 고백하는 게 아니야.”정은은 할 말이 없었다.“왜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거야? 도겸은 눈이 멀어서 널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난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현빈은 정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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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그리고 너!” 도겸은 정은을 바라보았다.“너도 정말 더럽구나. 왜 하필이면 심현빈을 꼬시는 거냐고? 일이 이렇게 되니까 이제 기분이 좋은 거야?”정은은 이 말을 듣고 그저 분노와 억울함을 느낄 뿐이었다. ‘난 영문도 모른 채 이 일에 말려든 피해자인데, 나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는 거지?’도겸의 질문에 현빈은 무서울 정도로 평온했다.그는 다친 콧등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웃었다.“우리가 뭘 하고 있었는지, 너도 다 봤잖아?”도겸은 무뚝뚝하게 물었다.“그래서, 이제 설명도 하고 싶지 않은 거야?”“뭘 설명해? 내가 정은 씨를 좋아하는 거? 그래서 지금 정은 씨에게 구애하고 있는 거?”이 말이 나오자, 정은의 얼굴은 창백해졌다.도겸은 분노에 눈시울을 붉히며 현빈의 얼굴에 계속 주먹을 날렸다.“병신! 정은이 좋다고? 구애를 하고 싶다고?! 네가 뭔데?!”현빈은 한 대 맞은 다음, 머리가 윙윙거렸지만 가장 먼저 정은을 뒤로 감쌌다.“왜? 안 되는 거야?”현빈이 애인인 것처럼 정은을 보호하자, 도겸을 다시 한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며 또박또박 말했다.“당연히 안 되지!”“넌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누가 헤어졌다고 그랬어? 네가 뭔데?”“허, 네가 말했잖아? 먼저 정은 씨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너라고. 그때 우리 모두 그 자리에 있었는데, 벌써 잊었어?”“그래.” 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 일부러 그런 거지?”현빈은 은근히 미안해했다.“미안해, 네가 먼저 손을 놓아서..”“그래도 정은은 네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심현빈, 넌 여자가 없는 거야 뭐야? 왜 내 전 여자친구에게 손을 대려는 건데!”“강도겸, 너 좀 진정해. 지금 이 사회에서 이별을 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데. 넌 이미 정은 씨와 헤어졌잖아. 설마 정은 씨는 영원히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없는 거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나타나겠지.”도겸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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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야! 이게 뭐야?”“두 사람 미쳤어?!”“그만해요! 도겸 형! 현빈 형.”두 사람은 얼른 도겸과 현빈을 잡았고, 이때 선우가 먼저 말했다.“도겸 형, 화 좀 풀고 진정해요!”동건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현빈아, 정신 좀 차려! 친구들끼리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싸우고 그래?!”도겸과 현빈은 동시에 말했다.“이거 놔! 놓으라고!”두 사람이 주먹을 쥐고 계속 싸우려는 것을 보니, 선우와 동건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말해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동건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무슨 일 있으면 상의할 수 있잖아요. 다 친구니까 화기애애하게 지내요!” 선우도 입을 열어서 두 사람을 설득했다.“도겸아, 오늘은 현빈의 생일이니, 무슨 큰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얘기하자.”현빈은 손으로 입가의 피를 지우며 화가 난 도겸을 힐끗 바라보더니, 입가를 구부렸다.“내가 방금 한 말 다 진심이야. 물론 심사숙고를 거쳐서 내린 결정이기도 하니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말이 끝나자, 현빈은 몸을 돌려 창백한 얼굴로 멍을 때리고 있는 정은에게 다가가며 외투를 벗더니 부드럽게 그녀에게 걸쳐주었다.“괜찮아? 많이 놀랐지? 내가 정은 씨 집으로 데려다줄게.”선우와 동건은 이 장면을 보고 저마다 멍해져 어안이 벙벙해졌다.‘심현빈과 소정은?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래서 방금 도겸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 거였구나!’정은은 이때 정신을 차렸다. 현빈이 내민 손을 보면서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더니 몸에 걸친 외투까지 벗어 그에게 돌려주었다.“아니에요, 나 혼자 돌아가면 돼요. 두 사람의 일에 더 이상 날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난 장난감이 아니고, 당신들도 날 이리저리 빼앗을 자격이 없어요.”“그리고.”정은은 눈을 들어 또박또박 말했다.“우리는 앞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이것은 현빈에게 한 말이기도 하고, 또한 멀지 않은 곳에 눈을 붉히고 있는 도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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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그러나 다음 순간, 다른 사람이 나타나서 현빈의 손을 붙잡았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 사람을 바라보았고, 말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정은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선배님이 어떻게...”그 순간, 정은은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조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괜찮아?”정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울 것만 같았다.‘괜찮을 리가 없잖아.’“내 차가 마침 여기에 있는데, 내가 집에 데려다 줄까?”“네, 그럼 부탁할게요.”재석은 정은의 어깨를 안으며 이곳을 떠나려 했다.정은은 자기가 궁지에 몰린 쥐와 같다고 느꼈다. 절체불명의 순간, 재석이 나타나자 그녀도 마침내 마음이 놓였다.“선배님,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죠?”별장 옆에는 고급 호텔이 있었는데, 재석은 마침 세미나에 참석하러 왔다. 중간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밖에 나왔고, 뜻밖에 이런 장면을 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마침 일이 있어서...”“잠깐만요.” 현빈은 그들을 쫓아갔다.“조 교수님, 지금 잘못 찾아온 거 아니에요? 세미나는 옆의 호텔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는 내 개인 별장이에요.”재석이 멈칫하자, 정은도 따라서 멈추었다.현빈은 계속 말했다.“제 손님은 내가 직접 바래다주면 되니, 조 교수님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재석은 몸을 돌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손님의 의사를 물어본 적이 있나요?”정은은 즉시 입을 열었다.“난 조 교수님과 같이 떠나고 싶어요.”현빈은 말문이 막혔다.“정은 씨...”재석이 말했다.“가자.”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거기 서!” 정은이 두 남자와 얽히고설킨 것을 보며, 도겸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소정은, 너 어디 가려는 거야?”“집에.”“허... 이 남자의 집으로 가려는 거지?” 도겸은 재석을 가리키며 냉소를 지었다.“너 이렇게도 비천한 여자였어? 남자 없으면 못 사는 거야?”“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넌 이미 나 몰래 다른 남자와 잤지? 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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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러나 현빈은 오히려 냉정하게 도겸을 바라보았다.“전에 이미 물어봤었잖아? 그리고 너도 동의했고.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는 거지?”도겸은 얼마 전의 톡방 채팅 기록을 떠올리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정은은 더욱 온몸이 떨리더니 다리가 비틀거렸다. 재석은 제때에 그녀를 부축했다.“지금 바로 널 데리고 떠날게.”현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재석을 막았다.“정은 씨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죠? 여긴 심씨 가문의 구역이에요. 조 교수님이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도겸도 무엇을 의식했는지, 악독한 눈빛으로 재석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분노가 용솟음치고 있었다.재석은 담담하게 눈을 들었고, 평소에 맑고 부드러운 두 눈은 이때 위험할 정도로 날카로워졌다.“엘리간트 호텔 세미나의 발기인은 썬바이오의 조 회장이에요. 이제 세미나도 곧 끝날 텐데. 오늘 조 회장님도 참가하셨으니, 내가 전화를 한다면, 아마 2분 안으로 달려오실 거예요. 만약 심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어르신들이 오늘 일어난 이 난장판을 전해 듣게 하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게 좋을 거예요.”소씨 가문의 권세와 지위는 결코 심씨 가문이나 강씨 가문이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재석은 직접 양가의 어르신들까지 언급했다...현빈은 잠시 망설였고, 도겸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리고,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조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지금 협력 관계일 거야. 만약 이 일로 인해 두 가문의 협력에 변고가 생긴다면, 그건 결코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지.”재석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현빈과 도겸은 모두 그의 경고를 알아차렸다.그러나 재석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비켜요.”도겸은 어두워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빈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물러서서 재석이 정은을 데리고 떠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젠장!”옆에 있는 돌을 걷어차면서, 도겸은 화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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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정말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고마워요.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재석은 그녀가 정서를 잘 조절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약간 놓였다.“배고파? 근처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는데.”정은은 생각을 하며 거절하지 않았다.이곳이 스페셜 메뉴가 바로 매운탕이었다. 재석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했기 때문에 곰탕을 시켰다.불그스름한 국물이 바글바글 끓으며, 김이 모락모락 한 것을 보니, 정말 맛있어 보였다.비록 그녀는 여전히 풀이 죽었지만, 주위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마음속의 답답함도 점차 풀렸다. 소갈비는 부드럽고 맛있었고, 야채는 신선해서, 방금 입맛이 없었던 정은의 식욕을 돋우었다.밖에는 여전히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가게 안은 오히려 무척 따뜻했다.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정은도 점차 정상으로 회복되었다.정은은 고개를 들어 맞은편의 재석을 바라보았다. 그는 별로 먹지 않았는데, 천천히 숟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보니, 마치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그 비가 오던 밤, 재석 역시 소리 없이 정은과 함께 있어주었다. 이를 떠올리니, 정은은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오늘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방금 그 난처한 상황에서 만약 재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은은 자신의 힘으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방금 그 장면은 정말 악몽과 다름없어요.”신경 쓰지 말라고 자신을 설득해도, 어떻게 정말 내려놓을 수가 있겠는가?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정신을 차리더니 재석의 부드러운 눈과 마주쳤다. 이어,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선배님이 나타나서 다행이에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와 같았어요.”“이럴 때 구세주라는 말을 쓰는 게 아니야.” 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정은은 안경 아래의 감춰진 재석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귓가에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강인해.”재석은 정은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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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재석은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외투 한 벌일 뿐, 그의 옷장에는 옷이 많았다.“돌아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좀 챙기려고. 또 실험실에 돌아가야 하거든.”그는 콧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고, 얼굴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기에, 딱 봐도 보통 감기가 아니었다.“잠깐만요.”정은은 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가, 보온병을 들고 나왔다.“이건 내가 어제 끓인 생강차예요. 뜨거울 때 마셔요.”재석은 생강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 정은은 이를 보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안에 감기약도 있어요. 다 평소에 먹을 수 있는 건데, 케이스에 복용 방식이 적혀 있어요.”재석은 줄곧 건강해서 거의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다. 정은의 말을 듣고, 그는 멈칫하더니 보온병을 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러나 곧이어 정은이 이렇게 말했다.“결국 선배님도 나 때문에 감기에 걸렸잖아요.”그래서 재석은 거절하려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지각하기 직전이었다.“고마워. 생강차와 감기약, 꼭 챙겨 먹을게.”재석이 성큼성큼 떠나는 모습을 보고서야, 정은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논문에 아직 보충해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그녀는 요 며칠 줄곧 각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보았다.그리고 오미선이 준 책과 논문은 모두 독일어 원판이라, 정은의 독일어는 일상적인 교류만 가능했기에, 전문 어휘를 만나면 시간을 들여 찾아봐야 했다.논문에 빠진 정은은 사고를 하며 손으로 끊임없이 기록을 했다. 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생각이 끊기자, 그녀는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연결했다.“네.”[어제 일은 정말 미안해. 지금 할 말이 좀 있는데, 만나서 얘기하면 안 될까?]심현빈이었다.정은은 침묵을 지켰다. 마침 그녀도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시간과 장소를 정한 다음, 정은은 통화를 끊었다.이때, 도겸의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쳐냈고, 계속 논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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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현빈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정은은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울렸다.“정은 누나?!”전선우는 근처에 약속이 있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창문을 통해 뜻밖에도 현빈과 정은이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카페는 커플들이 데이트할 때 자주 가는 곳이지.’서우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정말 그 두 사람이었다!사실 현빈이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단 것을 안 이후, 선우는 비록 의외라 생각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전에 현빈 형은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했으니까.’그러나 정은이 현빈을 받아들이다니, 선우는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다.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자,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정은은 계속 이야기하려는 마음을 거두었다.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선우와 인사를 한 다음, 그녀는 먼저 떠났다.정은이 떠나자, 선우는 그녀의 자리에 앉아서 맞은편의 현빈을 바라보았다.“형, 지금 진심이에요?”“뭐가?” 현빈은 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정은 누나는 형을 받아들일 것 같지가 않아.”현빈은 멈칫하더니 커피를 내려놓았다.“이유가 뭐지?”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자, 선우는 약간 위축되었다.“그냥... 첫째, 형은 정은 누나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잖아요. 둘째, 도겸 형과 절친이었으니 두 사람은 절대로 불가능해요.”‘현빈 형은 바람둥이일 뿐. 정은 누나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참.” 선우는 눈알을 굴리더니, 갑자기 현빈에게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추었다.“이제 솔직하게 말해봐요. 언제부터 정은 누나를 좋아하기 시작한 거예요?”현빈은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며, 담담하게 커피를 홀짝였다.“아주 오래전부터. 아마도 도겸과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야! 형 짐승이네요!” 선우는 이를 악물며, 현빈이 정말 뻔뻔스럽다고 느꼈다.“형 지금 친구의 여자를 넘보고 있는 거잖아요!”현빈은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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