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91 - 챕터 100

557 챕터

제91화

남자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고, 아이스 블루의 커프스 버튼이 무척 눈에 띄었다. 옅은 색의 파텍필립은 복고풍의 느낌을 주고 있지만, 또 오늘 그의 가면인 오페라의 유령과 아주 잘 어울렸다.정은은 웃음을 머금은 남자의 눈을 마주한 순간, 바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심현빈이었어!’“미안해요, 난 춤을 출 줄 몰라서.”현빈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학교 백스테이지에서 까치발을 하고 춤추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거짓말이 들통나자, 정은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현빈이 말한 것은 바로 정은이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식에서 미처 추지 못한 그 솔로 댄스였다. 정은은 두 달 동안 연습했지만, 종아리를 다쳐 결국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나 자신조차 잊을 뻔했는데. 이 사람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이때, 무대 위의 사회자가 무슨 말을 하자, 팔로 스폿이 여러 사람들 머리 위를 비추었다.현장의 환호성도 점차 커졌다. 그 하얀 빛이 두 사람에게 떨어지자, 그들은 같은 동그라미 안에 갇혔다.현빈은 웃으며 말했다.“무도회의 규칙은 팔로 스폿이 비춘 남녀가 반드시 춤을 춰야 한다는 거야. 하나님도 내가 거절당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나 봐. 그런데 넌 모두를 실망시킬 건가?”말을 하는 동시에, 그는 몸을 굽히더니 손을 내밀어 정은을 초청했다.주위 사람들도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동의해! 동의해!”“한 곡 춰! 한 곡 춰!”정은은 이를 악물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현빈은 바로 그녀를 데리고 무도장 가운데로 들어갔다. 그는 앞으로 다가간 다음 뒤로 물러서며, 회전을 한 다음 또 정은을 가볍게 안았다. 마치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오페라의 유령이 교활한 작은 여우 한 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남자의 양복바지와 여자의 치맛자락이 뒤엉켜, 눈이 마주칠 때, 현빈은 유쾌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정은은 춤을 출 줄 알 뿐만 아니라 아주 잘 추었다.이는 어릴 때 정은의 어머니가 교육에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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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그럼.”“금융 회사는 연말에 가장 바쁘지 않아요?”“꼭 그런 건 아니야.”현빈은 웃으며 말했다.“사람에 따라 일정이 바뀌는 법이야. 중요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바빠도 시간이 있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한가해도 상대하기 귀찮거든.”현빈의 말은 분명히 다른 뜻이 있었지만, 정은은 자세히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불빛이 반짝이더니, 이제 파트너를 교환해야 했다.불빛이 희미한 가운데, 한 사람이 이쪽으로 던져졌다.두 사람이 바뀌는 순간, 정은은 연희가 충격에 휩싸인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고, 남자의 다른 한 손은 정은의 허리를 세게 쥐고 있었다.도겸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현빈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돌려 정은과 눈을 마주치자, 그의 눈빛은 또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정은아, 아직도 삐져있는 거야?”“내가 며칠 전에 네 집에 찾아갔는데, 왜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난 거야?”도겸은 좀 억울해하고 있었다.“심현빈이 일부러 네 항공편의 정보를 바꾸지 않았더라면, 나도 진작에 널 찾았을 텐데.”정은은 눈을 드리우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내가 늦게 와서 화난 거야?”도겸은 고개를 숙이고 정은을 바라보았는데,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온화해졌다.방금 팔로 스폿이 그들을 비출 때, 도겸은 단번에 그 두 사람이 바로 정은과 현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심지어 무도장에 들어가서 나풀나풀 춤을 추었다.현빈은 정은의 가녀린 허리에 손을 얹었고, 매력적이면서도 다정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가끔 귓속말을 했고, 또 시선까지 주고받았는데, 이를 본 도겸은 하마터면 화를 낼 뻔했다.‘심현빈, 넌 무슨 자격으로 정은을 껴안고 있는 거지? 난 정은과 6년을 사귀었는데도, 같이 춤을 춘 적이 없는데...’그래서 파트너를 교환할 때, 그는 망설임 없이 연희를 내팽개쳤다.이번에 정은이 정말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도겸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를 달랬다.전에 그들이 무수히 다퉜던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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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두 사람이 불쾌하게 헤어진 것을 보고, 현빈은 기분이 좋았다.‘강도겸, 이제 네 수단도 쓸모가 없는 것 같군.’지금은 비록 사이가 틀어졌지만, 전에 두 사람은 사이가 엄청 좋은 친구였다.도겸이 여자를 달래는 그런 수단들에 대해, 현빈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비싼 선물을 사주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부드럽게 여자를 달래는 것뿐이었다.아쉽게도 그런 수법은 더 이상 정은에게 먹히지 않았다.“현빈 도련님, 기분이 좋으신 거예요?” 이때, 연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고, 표정은 애꿎으면서도 단순했다.“당연하지.”“도겸 오빠가 정은 언니에게 거절당해서요?”현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처음으로 연희를 자세히 바라보았다.“이것도 네가 보고 싶은 결과잖아?”연희는 대범하게 인정했다.“그래요, 전 평생 도겸 오빠와 함께 하고 싶거든요.”“그럼, 두 사람 행복했으면 좋겠어.”말을 마치자, 현빈은 연희를 놓아주며 뒤로 물러섰다.연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현빈 도련님도 하루 빨리 정은 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면 좋겠네요.”‘쯧쯧!’현빈은 몸을 돌렸다. 동시에 그는 도겸을 동정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악독한 뱀이었다니. 그것도 독이 있는 코브라.’두 남자가 어깨를 스친 순간, 도겸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여전히 그 말이지만, 정은에게서 떨어져.”현빈은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나도 여전히 그 말이야, 넌 이 말을 할 자격이 없어.”“적어도 난 명실상부한 남자친구였지. 그러는 넌 뭔데?”도겸은 현빈을 바라보더니, 속이 좀 통쾌했다.“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넌 절대로 정은을 알지 못했을 거야. 정은도 너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고.”“이 말을 하기 전에, 너도 지금 나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마. 넌 전 남자친구, 난 정은 씨에게 구애하고 있는 사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남이잖아.”도겸은 차가운 눈으로 현빈을 바라보았지만, 현빈은 더 이상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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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현빈은 오히려 웃었다.“그건 내 마음이니까 상관하지 마. 시도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 결과를 알 수 있겠어?”정은이 물었다.“그 결과가 당신을 크게 실망시키더라도?”현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럼 나도 받아들여야지.”정은은 그의 고집이 이렇게 셀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빈은 정은의 감정을 알아채며, 말을 잇지 않고, 조용히 그녀와 함께 파도 소리를 감상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현빈은 이곳을 떠났다.정은은 방금 그가 소리 없이 고집을 부리며, 꿋꿋이 버티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사실 현빈은 분수가 있고 또한 남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이었다. 그는 정은을 강요하지 않았고, 경솔하게 움직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될수록 그녀에게 번거로움을 안겨다 주려 하지 않았다.도겸과 전혀 달랐다. 전에는 정은의 뒤를 맹렬하게 쫓아다녔는데, 지금은 걸핏하면 성질을 부리곤 했다. 정은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남이 뭘 하려는지를 상관할 필요가 어딨겠어.’‘나 자신만 처신을 잘하면 돼.’정은이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문득 검은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어두운 곳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귀신이야 뭐야...’정은은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어두운 그림자가 어두운 곳에서 나오자,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고, 정은도 점차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강도겸,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한밤중에 여기 서 있으면서 소리조차 내지 않으니, 정말 무섭단 말이야!’정은이 중도에 퇴장하자, 도겸은 무도회가 재미없다고 느꼈다.줄곧 쫓아 나왔지만, 또 줄곧 사람을 찾지 못했다.연희는 거머리처럼 매달리며, 배가 고프니까 뭐 좀 먹고 싶다고 했다. 도겸은 인내심이 순식간에 바닥나더니 짜증이 났다. 그는 웨이터를 불러 연희를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가라고 했다.호텔의 비밀유지 조치가 엄격했기 때문에, 도겸은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야, 정은의 룸 번호를 알 수 있었다.그리고 즉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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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이 말을 듣자, 도겸의 안색은 약간 누그러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정은의 목소리가 또다시 울렸다.“너도 마찬가지야.”“지금 시간도 이미 늦었으니, 만약 계속 여기서 발광을 하고 싶다면, 난 지금 바로 집사에게 연락해서 경호원을 부를 거야.”도겸은 계속 말하고 싶었다.“정은아-”“셋까지 세겠어. 하나, 둘...”정은은 핸드폰을 꺼내, 키패드를 클릭했다. 이제 1만 누르면, 집사가 바로 나타날 것이다.도겸은 달갑지 않았지만, 또 다른 방법이 없었다.“내일 다시 찾아올게.” 이 말만 남기고, 그는 성큼성큼 떠났다.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연희는 조용히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 숨겨진 그녀의 표정과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다.다음 날, 날이 밝자, 수민은 마침내 돌아왔다.정은은 우유 한 잔을 마시며, 손에 빵까지 들고 있었다. 금방 먹자마자, 누군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울렸다.수민은 이미 다른 치마로 갈아입었고,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탁자 위의 샌드위치를 보자, 그녀는 걸어와서 입에 넣었는데, 빵이 고소하고 바삭바삭하게 잘 구워졌기에, 수민은 또 한 입 먹었다.정은은 맞은편에 앉아 기분이 상쾌한 수민을 바라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어제 아주 즐거운 밤을 보냈구나?”“그럼.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어젯밤을 언급하자, 수민의 표정은 좀 이상해졌다. 감탄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또 음미하는 것 같기도 했다.“든든한 허리, 복근도 탄탄해서 정말 명품 몸매였지.”연하남은 H국의 사람이었기에, 그 얼굴은 확실히 잘생겼다. 게다가 그 나라는 헬스에 깊은 중시를 돌리고 있어, 수민은 어젯밤에 만진 복근이 단련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렇게 잘 맞는 파트너는 정말 오랜만인데.’특히 아침에 깨어났을 때, 남자는 뜻밖에도 아직 떠나지 않았다. 새하얀 피부에는 모두 수민이 남긴 키스 자국이었고, 촉촉한 눈동자는 강아지처럼 초롱초롱했다. 그 순간,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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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정은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상상해 보았다. 척박한 상상력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아주 적었지만, 코치의 말을 듣고, 그녀는 확실히 그렇게 긴장하지 않았다.오후에 온도가 조금 높아질 때, 정식으로 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잠수복은 투피스 잠수복과 전신 잠수복이 있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수민은 자연히 섹시하고 아름다운 투피스 잠수복을 선택했고, 정은은 노출이 심하지 않은 전신 잠수복을 골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의실에서 나올 때, 사람들은 정은을 향해 휘파람을 부르며, 전부 그녀를 주목했다.물에 들어가기 전에, 코치는 두 사람에게 먼저 물의 온도에 익숙해지라고 했다.“물에 들어가면, 너무 긴장할 필요가 없어요. 난 먼저 아가씨를 잠수 구역으로 데려갈 거예요.”“그리고 우리의 구조 대원들이 바로 이 근처에 있으니까, 무슨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를 요청하는 손짓만 하면 돼요. 그럼 그들도 얼른 다가갈 거예요.”“그래요.” 정은은 앞을 바라보며, 은근히 기대를 했다.“자, 바다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정은도 코치의 미소에 감염되어 입술을 구부렸다. 다만 산소통을 메고 물에 들어가려 할 때, 그녀는 여전히 긴장을 했다.수민은 정은의 손을 꼭 잡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자신이 곁에 있으니 절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위로였다.정은은 마음을 진정시켰고, 수민이 시원스럽게 뛰어내리는 것을 보고, 그녀도 따라서 물에 들어갔다.몸이 가라앉자, 그녀는 빛이 희미해진 것을 발견했고. 몸도 해안에 있을 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수민은 정은보다 좀 더 빨리 가라앉았는데, 물살의 압력에, 정은은 거의 수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바로 이때, 코치는 정은에게 손짓을 했는데, 그들은 지금 이미 50미터 내려갔다.정은은 가볍게 숨을 쉬며, 주변 세계를 감지하기 시작했다.물고기떼는 정은의 좌우를 지나갔고, 투명한 해파리 한 마리가 헤엄쳐 오더니, 마치 끊임없이 펴고 닫는 것을 반복하는 작은 우산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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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여기까지 생각하자, 정은은 고개를 돌려 필사적으로 물 위로 헤엄쳤다.주변의 물고기떼는 그녀의 당황함을 감지했는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정은은 이를 악물고 뒤돌아보니, 상어가 이미 아주 빠른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정은은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근처는 모두 산호군이었지만, 멀지 않은 곳에 숨을 수 있는 검은 동굴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방향을 바꾸어, 몸을 흔들며 아래로 헤엄쳐 내려갔다.도중에 정은은 상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고,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침내 몸을 돌려 동굴 속으로 숨었다.펑!상어의 거대한 몸집이 동굴을 부딪치자, 주위의 산호군도 따라서 흔들렸다. 큰 충격으로, 정은은 팔이 뒤로 꺾이더니,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그녀는 팔을 움직여 보았는데, 다행히 움직일 수 있었다. 정은은 상어가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았을 때, 산소가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뭔가 이상해! 물에 들어가기 전에, 코치는 산소통 하나가 적어도 세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했어, 이제 겨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다 쓸 수가 있지?’산소는 점점 바닥이 나고 있었지만, 상어는 여전히 가지 않았다.정은은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상어가 마침내 떠났다. 그녀는 산소통을 메고 최선을 다해 위로 헤엄치며, 지정된 방위를 향해 구조 손짓을 했다.이 외에도 구조 대원에게 가장 먼저 알리기 위해, 정은은 몸에 휴대하고 있던 구조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이 신호들은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정은은 제자리에서 기다릴 수가 없었기에, 필사적으로 위로 헤엄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산소가 바닥나면, 그녀는 바닷속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얼마나 헤엄쳤는지, 정은의 동작은 갈수록 느려졌다. 질식감이 임박하자, 그녀는 사지가 나른해지기 시작했고, 몸도 통제할 수 없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가장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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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이 아가씨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병원에 데려다줄까요?” 두 사람의 무시를 당하던 코치가 갑자기 소리를 냈다.정은은 그제야 자신의 곁에 많은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하나 한숨을 돌렸다.수민도 이때에야 기억이 났다.“아까 난 이미 구급 서비스를 불렀어. 너 어디 불편한 데 없어?”“나 손 다친 것 같아.” 정은은 손을 간단하게 움직였다. 아까 물속에서 조금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가라앉은 거지?”정은은 잠시 침묵했다.“내 산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수민은 무슨 생각이 나더니, 즉시 옆에 던져진 산소통을 가져왔다.‘이렇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밑바닥은... 구멍이 있다니!’비록 바늘 크기만 했지만, 확실히 구멍이 있었다!수민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잠수 코치를 쏘아붙였다.“이건 불가능해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요! 우리의 장비는 해마다 새것으로 바꾸는 데다, 사용하기 전에 줄곧 엄격한 검사를 진행했다고요. 그동안 문제가 생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코치는 엄숙한 표정으로 바로 설명했다.“게다가 정말 위험이 있더라도, 우리는 안전 구역에 처해 있어, 재빠르게 고객을 구조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익사 같은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요.”수민은 이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그래서, 내 친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만약 내가 제때에 요트를 몰고 오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누가 알아요?”정은은 줄곧 설명을 하고 있는 코치를 힐끗 쳐다보았다. 긴장과 초조함은 연기 같지 않았다. 지금 코치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다투는 사이, 정은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상어가 날 쫓고 있었어요.”수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코치는 더욱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그럴 리가 없어요!”“안전 구역 밖에는 확실히 암초 상어가 있지만, 그들은 보통 200미터 이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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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정은은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에취!”수민은 또 어떻게 그들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겠는가? 원래 끝까지 따지려고 했지만, 정은이 기침을 하다 또 재채기를 하는 것을 보고, 이런 일에 신경 쓸 새가 없었다. 그녀는 정은을 먼저 구급헬기에 태웠다.병원에 도착하자, 간호사는 정은의 몸이 축축한 것을 보고, 마른 옷 한 벌을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갈아입혔다.수민은 정은의 손에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특별히 의사에게 잘 검사하라고 부탁했다.검사 결과가 나오자,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뼈를 다치지 않았지만, 약간 삐었을 뿐이니, 며칠 휴양하면 괜찮아질 것이다.어혈을 치료하는 연고를 들고, 두 사람은 다시 헬리콥터를 타고 섬의 호텔로 돌아갔다.수민은 아직도 화가 났고, 잠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책임자를 찾아갔다.책임자의 태도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줄곧 호텔의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다.다투는 사이, 도겸이 마침 돌아왔다. 두 사람이 정은을 언급하는 것을 듣고, 또 사건의 경과를 들은 후, 그는 정은이 잠수하다가 의외의 사고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비록 현장에 없었지만, 그들의 대화에서 그때의 장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상상할 수 있었고, 도겸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정은은 겁이 참 많았는데. 혼자 집에 있을 때, 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곤 했지. 지금 또 이런 일을 당했으니 속으로 얼마나 놀랐을까?’도겸은 정은을 위로해 주려 했지만, 현빈이 먼저 도착한 것을 발견했다. 지금 그는 정은의 곁을 에워싸며, 그녀를 관심하고 있었다.도겸은 화가 났지만, 이내 표정관리를 한 다음, 방에 들어갔다.“정은아, 이 일은 나도 다 전해 들었어. 바다가 얼마나 위험한데, 만약 몸에 미세한 상처라도 있다면, 정말 큰일 날지도 몰라. 마침 우리 회사가 몰디브에 개인병원을 하나 설립했는데, 나랑 같이 가서 전신검사 좀 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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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정은은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빛이 없는 방 안은 죽은 듯 고요했다.‘그냥 꿈이어서 정말 다행이야...’그러나 그녀는 바다에서 금방 올라온 듯, 숨을 벌컥벌컥 들이쉬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절박함을 억누를 수 없었다.“땡-”밤바람이 스치자, 현관에 걸린 윈드차임벨이 맑은소리를 냈다. 정은은 밖을 내다보았는데, 조용한 밤이어서 파도 소리가 무척 선명하게 들려왔다.악몽을 꾸었기 때문에 공포가 좀처럼 가시지 않았고, 정은은 누운 뒤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아예 외투를 걸치고 밖에 나갔다.늦은 밤, 부드러운 바닷바람은 낮은 온도에 많이 차가워졌다.정은은 숄로 몸을 꽁꽁 감싼 다음, 모래사장을 밟았다.오늘 밤은 별이 없었고, 오직 해안의 몇 개의 작은 등불만이 조명을 담당했다.낮의 아슬아슬한 장면을 떠올리자, 정은은 자꾸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지금 중요한 디테일을 소홀히 한 것 같아.’그 일 하나하나가 모두 뜻밖에 일어난 것 같아 보이지만, 동시에 일어나서 무척 이상했던 것이다.‘구조 대원은 자신이 화장실 갔기 때문에, 구조 시간을 놓친 거라고 했어. 그러나 너무 당당하게 나오니, 오히려 거짓 같아.’정은은 눈을 들었고, 그 순간 제자리에 멈추었다. 해변에서, 현빈은 그녀를 등진 채 전화를 하고 있었다.“진 변호사, 내 친구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사적인 자리에서 합의를 보라고? 그건 절대 불가능해. 국제재판에 고소하는 건 확실히 번거롭지만, 난 그런 일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될수록 빨리 수속 밟아.”현빈은 호텔이 왜 이렇게 날뛰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이곳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7성급 호텔로서, 몰디브의 지리적 위치가 가장 좋은 작은 섬을 독차지하고 있는 데다, 왕실 멤버들조차 이곳에 와서 휴가를 보냈으니, 그들은 확실히 건방을 떨 자격이 있었다.애석하게도 그들은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통화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참에, 현빈은 몸을 돌리자마자 정은의 검고 맑은 두 눈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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