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정은은 불편하다는 핑계로 혼자 객실에서 잤다. 그녀는 이 남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구역질이 날까 봐 두려웠다.그날 밤은 정말 어둡고 추웠으며 정은은 눈물이 끊이질 않았다.이튿날, 정은은 개인 병원에 가서 전면적인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그 후로 그녀는 도겸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지만, 그는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하긴, 밖에서 배불리 먹었으니, 또 어떻게 집안의 주방이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난 당신이 정말 더럽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에게서 좀 떨어져.”도겸은 숨이 막히더니,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졸은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는 심지어 정은의 눈조차 마주하지 못했다.‘다 알고 있었구나...’하늘에서 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찬바람은 거세게 몰아치며, 살을 에는 듯이 차가웠다.도겸은 빗속에 서 있으며, 몸이 비에 젖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마치 망부석처럼, 정은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서연희는 빗속으로 뛰어나왔다. 도겸의 하얘진 입술과 온도가 없는 차가운 몸을 보며,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도겸 오빠, 이제 그만 돌아가요. 왜 자신의 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는 거죠? 이러다 정말 쓰러질지도 몰라요!”그녀는 그의 곁에 서서, 마찬가지로 비를 맞고 있었다. 잠시 후, 연희는 추워서 벌벌 떨며 말했다.“오빠는 여기에 서 있는데, 소정은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죠? 그 여자는 오빠를 전혀 신경 쓰지 않잖아요! 오직 저만이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 오빠와 헤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제발 제가 오빠의 곁에 남아있게 해주세요, 네?”도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눈시울을 붉히며 연희를 밀어냈다.“저리 가!”“그래요, 오빠가 남으시려는 이상, 저도 오빠와 함께 비를 맞을게요!” 연희는 모질게 마음을 먹으며, 더 이상 도겸을 설득하지 않았다.도겸은 자신의 상상에 빠져, 연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또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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