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513 챕터

제101화

정은은 그 명함을 살펴보았다.[진성법률사무소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 장민수.]장민수는 전문적으로 심씨 가문을 위해 변호하는 스타 변호사다.정은은 입술을 오므리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김 후,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마워요.”진성법률사무소는 국내 최고의 변호사팀이었기에, 그들이 나선다면 정은을 위해 많은 불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정은에게 있어, 이번 일은 이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현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웃음기를 머금은 검은 눈동자는 무척 진지했다.“난 선량한 사람도, 심지어 좋은 사람도 아니야. 그 피해자가 정은 씨이기 때문에 이렇게 선뜻 나선 것인데...”밤바람이 불어오자, 정은은 현빈의 시선을 피해 바다를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요? 잘 못 들었어요.”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아, 잘 안 들려도 괜찮아. 내가 다시 말해줄게, 응?”정은은 말문이 막혔다.‘그럴 필요는 정말 없는데...’...이와 동시, 호텔 안에서.연희는 거울을 마주하며 열심히 팩을 하고 있었다.‘역시 비싼 물건은 다르다니깐. 예전에 돈이 없어서 살 수 없었던 팩이나 에센스, 지금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어. 도겸 오빠는 가족 카드를 나한테 준 데다가 내가 마음대로 긁어도 절대 상관하지 않잖아. 이런 고급 화장품을 쓰니 역시 피부가 좋아질 것 같아.’강도겸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옆에 있던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자, 그는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연희야, 네 핸드폰이 진동하고 있잖아.”“아, 오빠가 대신 끊어줘요. 교수님이 전화한 게 분명해요. 귀찮아 죽겠네요! 날마다 날 못살게 굴다니...”“교수님?”“네, 제가 떠나기 전에 휴가 신청서를 이미 제출했어요. 그런데도 계속 전화해서 물어보다니. 아 정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여기까지 말하자, 연희는 참지 못하고 눈을 부라렸다.“그럼 네 교수님은 이미 허락을 한 거야?”“아마도요. 하지만 허락하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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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도겸은 자신을 필요로 하고, 또 자신의 모든 것을 중시하는 그런 느낌이 정말 좋았지만, 정은은 그런 감정을 가져다줄 수 없었다.연희와 만난 후에도, 도겸은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도겸 자신도 몰랐다.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해변에 도착한 도겸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빛을 띠기 시작하며, 얼굴빛도 점점 어두워졌다.멀지 않은 벤치에서 정은과 현빈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술잔을 들고 있었다.연희는 팩을 한 후 에센스를 대충 바랐고 바로 따라 나왔다. 하지만 굽이 있는 신발을 신었기 때문에 모래사장에서 걷기가 유난히 힘들다. 한참이 지나서야 도겸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자기야, 무슨...”말을 끝나기도 전에 연희는 도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다.“정은 언니와 심현빈 도련님이... 둘이 사이가 꽤 좋은 것 같은데요?”그녀는 웃으며 단순한 척했다.“함께 술을 마시다니.”도겸은 표정이 차가웠다.“아까 멀리서 봤을 때, 두 사람 커플인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잘 어울리긴 하네요. 도겸 오빠, 이건 너무 우연인 거 아니죠? 정은 언니와 심현빈 도련님이 모두 몰디브에 와서 휴가를 보냈다니. 두 사람 설마 미리 약속한 건 아니겠죠? 에이, 그냥 우연이겠죠? 저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말하면서 연희는 도겸의 팔을 안았다.“밤이 돼서 그런지, 해변에 바람이 너무 세네요. 너무 추워요. 에취-”연희는 방금 나시 원피스만 입고 나왔는데, 숄을 챙기는 것을 잊었다.‘이렇게 추울 줄은 정말 몰랐는데.’그러나 도겸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연희에게 걸쳐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제자리에 서 있었고, 옆에 있던 연희마저 그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질투를 하며 주먹을 꽉 쥐었지만 여전히 연약한 척 연기를 했다.“도겸 오빠, 저 너무 추워요. 우리 얼른 돌아가요, 네?”도겸은 자신의 손을 빼내며 몸을 돌려 떠났다.제자리에 남은 연희는 당황해 하다가 곧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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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연희는 몇 번이나 먼저 도겸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태연하게 연희를 밀어냈다.‘정말 이해가 안 돼. 도겸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설마 아직도 소정은을 잊지 못해서 이러는 건 아니겠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방 안에서 도겸은 불을 끄고 자려고 했지만, 눈을 감기만 하면 머릿속에는 온통 정은과 현빈이 해변에서 술을 마시며 바람을 쐬고 얘기하는 장면이 떠올랐다.결국 밤새 뒤척이다가 잠도 제대로 못 잤다.이튿날 아침, 도겸은 다크서클이 진한 얼굴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연희는 그의 손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마침 현빈이 다른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그들과 마주쳤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붙였다.“정은 씨, 수민 씨, 좋은 아침. 어젯밤 잘 잤어?”현빈은 말투가 자연스럽고 대범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도겸은 오히려 그가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정은도 입을 열었다.“모기가 좀 많은 거 빼면, 다른 건 다 괜찮았어요.”현빈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같이 아침 먹으러 갈까?”수민이 말했다.“좋아요.”세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도겸을 완전히 무시했다. 그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바로 쫓아가려 했지만, 이때 현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 내가 뭐 하나 깜박했네. 너희들 먼저 가서 먹어. 이따 내가 다시 찾아갈게.”수민은 상관없단 듯이 손을 흔들었다.“그래요, 가봐요.”현빈은 돌아섰지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도겸 앞으로 걸어갔다.“뭐 하고 싶은 건데?” 도겸은 눈살을 찌푸렸다.“따라와, 할 말이 있으니까.” 현빈은 이 한마디만 남기며 먼저 비상통로로 걸어갔다.도겸은 현빈의 태도에 은근히 불쾌함을 느꼈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일이 정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잠시 생각하며 도겸도 즉시 따라갔다.레스토랑에서.수민은 정은이 오늘 현빈에 대한 태도가 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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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도겸은 멍청하지 않았기에 정은에게 사고가 난 후, 바로 남이 일부러 그런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가장 먼저 CCTV를 확인했다.그러나 아무런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상어든 산소통이 고장이 났든 모두 우연이었던 것이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렸다.“내 말 좀 들어봐...”도겸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경고하는데, 정은에게서 좀 떨어져. 그렇지 않으면, 난 절대로 널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현빈은 매정하게 떠나는 도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줄곧 서연희를 언급하지 않다니, 정말 생각한 적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일부로 숨기고 있는 거야?’연희는 안절부절못하며 제자리에 서 있었는데, 도겸이 어두운 얼굴로 다가오는 것을 보자, 즉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자기야, 왜 이제야 왔어요? 우리 같이 아침 먹으러 가요. 지금 배가 너무 고프단 말이에요...”말을 마친 다음, 연희는 또 일부러 깜찍한 척 입을 삐죽 내밀었다.도겸은 가볍게 응답하고는 자신의 손을 빼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정은은 이미 이곳을 떠났다. 도겸은 초조하게 다른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심현빈 그 여우 같은 자식, 날 찾아서 얘기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섬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정은은 이 섬의 풍경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분위기 또한 더없이 개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각국의 관광객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피부색도 언어도 각기 다르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었다.이른 아침, 정은은 레스토랑에서 나오자마자 한 흑인 미인과 부딪쳤다.화끈한 드레드 헤어에 형광 그린 비키니를 입은 그녀는 그야말로 야성미가 넘쳤다.정은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열정적으로 손키스를 보내며 인사했다.정은은 그녀의 아름다움과 화끈한 몸매에 얼굴이 빨개졌고,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수민이 고개를 돌렸다.“괜찮아? 감기 걸렸어?”“아니, 그냥 좀 궁금해서. 오늘 섬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키니를 입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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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그리고 정은으로 하여금 정말 야하다고 생각하게 한 것은 간신히 가슴을 가릴 수 있는 그 ‘천 조각’이었다.‘이렇게 입고 나가기엔 좀...’“이건 아닌 것 같아, 나 다른 옷으로 바꿀래.”“뭐!” 수민은 재빨리 정은을 잡아당겼다.“뭘 바꿔? 이게 얼마나 보기 좋은데.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사람들은 지금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넌 뭐가 그렇게 쑥스러워?”“수민아, 이거 좀 놔, 나 진짜 못 입겠어.”“에이, 그러지 말고...” 이때 수민의 핸드폰이 울렸다.정은은 이 기회를 틈타 필사적으로 벗어났다.“날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서 그 잘생긴 연하남이나 챙겨!”어쩔 수 없었던 수민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도겸 오빠, 저 이거 입을까요?”“음.” 남자는 머리도 들지 않았다.연희는 또 다른 비키니 한 벌을 들었다.“이건요? 색깔이 너무 수수하지 않을까요?”“아니.”“그럼 이건요? 이게 좀 더 섹시한 것 같은데...”전신거울을 보며 비키니를 고르고 있던 연희는 그제야 도겸이 계속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날 보지도 않았어!’그녀는 눈썹을 찡그리더니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화를 내려는 순간, 무슨 생각이 났는지 연희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도겸 오빠.” 연희는 나비처럼 날아가서 도겸의 품에 안겼다.“이 세 벌에서 하나 골라주실래요?”도겸은 손을 들어 아무나 하나 가리켰다.“그럼 이걸로 해.”“어머! 저도 이게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 정말 마음이 잘 통하나 봐요, 그럼...”연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제가 한 번 입어볼까요?”“음.”연희는 일어나더니 도겸의 앞에서 치마를 벗기 시작했다.그녀가 속옷의 단추를 다 풀자, 도겸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지만, 눈앞의 광경에 마음이 흔들리긴커녕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연희는 어색하게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도겸은 계속해서 말했다.“안에 드레스 룸이 있잖아?”‘뭐야, 왜 이렇게 싸늘한 건데!’“그럼 지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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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러나 도겸은 마치 피곤함이 극에 달한 것처럼 눈을 감고 잠을 잤는데, 주위의 모든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와우!” 이때, 잘생긴 외국 남자가 엄청난 감탄을 했다.“너무 예쁜데!”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연희는 검은색 비키니를 입은 정은이 한쪽의 비치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목에 두른 흰색 스카프는 바닷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어머 세상에! 샤넬 그 자체야! 너무 예쁘잖아!”연희는 차갑게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가 예뻐요?”외국 남자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샤넬 브랜드의 창시자 가브리엘 샤넬 여사를 아세요? 검은 치마에 하얀 베일을 두르며 프랑스의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죠. 그리고 바람이 치맛자락을 날리며, 그 베일도 하늘하늘 바람에 흩날렸죠...”연희는 이를 악물었다.“그럼 당신은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나요?”“당연히 예쁘죠.” 남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 여자와 비교하면요?“아, 신사로서 이 문제를 대답하기가 많이 어렵네요. 하지만 정말 비교하고 싶다면, 저는 그 아가씨가 더 예쁘다고 생각해요.”연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사실 그녀는 늘씬한 몸매에 하얀 피부, 그리고 곱슬머리를 뒤로 넘겨 매우 섹시해 보였다.반면 정은은 비교적 노출이 적은 비키니를 입고 있었다. 치맛자락은 절반쯤 허벅지를 가렸고, 색깔도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이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하얀 피부 덕분에 오히려 검은색이 정은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었다.하얀 스카프 사이로 은근히 드러나는 몸매는 이 외국인조차도 그 함축적이고 우아한 매력에 매료되게 만들었다.흔치 않은 것이 귀한 법이다. 알록달록한 비키니 미녀들 사이에서 정은은 독특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선보였다.하지만 연희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원래 눈을 감고 잠들어 있던 도겸이 마치 텔레파시라도 받은 듯 벌떡 일어나 앉은 것이다.정은에게 시선이 닿는 순간, 경악, 놀라움, 찬탄, 괴로움, 후회 등 온갖 감정이 도겸의 눈 속에서 소용돌이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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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그 결과, 장미꽃은 점점 많아졌다.수민은 영문을 몰랐다.“왜 내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 거지?”정은도 마찬가지였다.“나 좀 살려줘! 이것도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르잖아!”군중 속의 도겸은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희는 손에 들려 있는 몇 송이의 장미를 보며 화가 나 눈시울이 붉어졌다.‘이 사람들, 눈이 없는 거야 뭐야?’정은은 지금 심지어 방금 전의 그 검은색 비키니도 입지 않았고, 도중에 전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연희가 보기에 그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그러나 바로 그런 정은의 모습에 도겸은 넋을 잃고 말았다.정은은 넓고 큰 밀짚 모자를 쓰고 있었고, 옅은 색의 리본이 모자를 따라 나비 매듭으로 묶여 있었다. 아주 심플한 스타일이었지만, 정은이 쓰니 오히려 대범하고 존귀한 느낌을 자아냈다.정은이 나타나자 모든 남자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수민과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끔 미소를 지을 때마다 사람들은 더욱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답답하지?” 현빈은 어느새 도겸의 곁에 나타나더니, 분노로 붉어진 그의 두 눈을 보고 웃으며 먼 곳으로 눈을 돌렸다.“정은 씨는 결코 네가 독차지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도겸은 주먹을 꽉 쥐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은 씨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눈부셔서, 넌 그런 정은 씨를 몰래 숨겨둘 수 없어.”현빈은 감탄과 애모의 눈빛을 거두며 고개를 돌리더니 담담하게 웃었다.“자신의 장미를 잃었으니 지금 후회하는 거야? 그러나 정은 씨는 이미 네 여자가 아니야.”이때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왔다. 현빈은 자신의 코앞에 멈춘 주먹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매번 너에게 만회할 기회가 있는 건 아니잖아.”도겸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지만, 너 지금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은은 내가 정성껏 키운 장미야. 난 정은이 오늘처럼 눈부시게 변한 것을 줄곧 지켜보았다고. 정은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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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상자를 여는 순간, 뱀 한 마리가 안에서 튀어나왔다.그 뱀은 하얀색과 검은색이 엇갈려 있었고, 꼬리까지 가늘고 길어 딱 봐도 독사였다.정은은 반사적으로 상자를 던져버렸지만, 그 뱀은 이미 날아오르며 독니를 드러내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옆에 있던 사회자는 이미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마이크를 잡은 채 비명을 질렀다.순간,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사람들은 즉시 뒤로 물러나며 본능적으로 뱀과 거리를 두려 했다.하지만 정은은 피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그녀의 손목을 물어뜯으려는 그 순간,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도겸이 더 가까웠기에 현빈보다 먼저 정은을 잡아당겼다.그러나 그 순간, 도겸의 뒤통수가 독사 앞에 완전히 노출되었다.“위험해!”“조심해요!”정은과 연희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정은은 이미 도겸의 품에 안겼고, 연희는 얼른 앞으로 돌진하더니 자신의 몸으로 뱀의 공격을 막았다.그래서 뱀은 연희의 종아리를 세게 깨물었다.“으악.” 연희는 아파서 천천히 쓰러졌다.도겸은 흠칫 놀라며 정은을 밀어내고 얼른 연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종아리를 살펴보았다.그의 예상대로 그것은 독사였다!“도겸 오빠...” 소녀는 눈물을 글썽였다.“저 너무 아파요...”도겸은 이를 악물며 연희를 품에 안았다.“왜 그렇게 멍청한 거야?”연희는 아파서 땀을 뻘뻘 흘렸지만, 그래도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오빠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도겸은 감동을 받으며 연희의 손을 잡았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의사가 곧 올 거야. 너에게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연희는 이미 초점을 잃기 시작했고, 목소리도 점점 약해졌다.“알아요, 저는 줄곧 도겸 오빠를 믿었잖아요. 그러니까 저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를 위해서라도, 저는 무사히...”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희는 기절했다.도겸은 자신의 품에 쓰러진 연희를 보며 당황해지더니 얼른 소리쳤다.“의사, 의사는? 빨리 구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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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이 순간부터 도겸은 정식으로 아웃되었군.’...연희는 체질이 나쁘지 않았고, 제때에 혈청을 주사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안전을 위해 도겸은 한 의사를 동행시켜 연희를 돌보게 했다.방 안에서 연희는 허약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의사는 그녀를 위해 검사를 하고 있었다.도겸은 침대 옆에서 연희를 지키고 있었지만, 몇 번이나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 했다. 그럴 때마다 연희는 입을 열며 말했다.“오빠, 너무 무서워요...”“저 혼자 두고 가지 마세요, 네?”“만약 또 독사가 저를 물면 어떡하죠? 흑흑...”연희가 스스로 다칠지언정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생각하자, 도겸은 마음이 약해졌다.“그래, 가지 않을 테니까 너도 의사 선생님 말 잘 들어.”“네.”연희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의사는 검사를 마친 다음, 링거를 뽑고 몸을 돌려 떠났다.방에는 두 사람만 남았는데, 이때 연희는 일어나고 싶었다.도겸이 그녀를 부축하자, 연희는 일부러 힘없이 남자의 가슴에 기대었다.“저 종아리가 너무 아픈데. 흉터 남는 건 아니겠죠?”“그럴 리 없어, 의사 선생님도 그렇게 말했고.”“그런데 정말 아프단 말이에요...”“금방 약을 발랐으니까 좀 참아.”말하는 사이, 도겸은 딴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그는 대학 시절 운동회에 참가한 정은을 떠올렸다. 그녀는 스타트하자마자 발목을 삐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달렸다.종점에 도착할 때, 정은의 복사뼈는 이미 말이 안 될 정도로 부었다.도겸은 얼른 정은을 병원에 데려다주었고, 의사는 책상을 두드리며 하마터면 뼈를 다칠 뻔했다고 그녀를 나무랐지만, 정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시울만 약간 붉혔다.도겸도 정은을 바보라고 욕했다. “처음부터 멈췄어야지. 왜 굳이 달린 거야?”“그래도 이건 시합이잖아... 이를 악물고 버티면 돼! 너도 참,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계속 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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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저는 도겸 오빠가 정은 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오빠를 사랑하고 있어요. 오빠는 정은 언니 때문에 애가 타겠지만, 저도 그런 오빠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단 말이에요. 방금 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죠? 저는 단지 도겸 오빠의 곁에 있을 기회만 원할 뿐이에요.”소녀는 목소리가 가볍고 부드러우며, 진지하면서도 또 비천했다.도겸은 자신의 마음이 은근히 흔들린 것만 같았다.“안심해, 앞으로 난 널 잘 챙겨줄 테니까. 다시는 너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맹세해.”연희는 웃으며 도겸의 품에 엎드렸고, 손으로 그의 허리를 꼭 안았다. 그리고 꿀사탕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요, 사실 저도 줄곧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도겸은 연희를 더욱 세게 안았지만, 마음은 자꾸만 답답해졌다.‘왜 이러지? 정말 이유를 모르겠네.’...행사장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하자, 호텔 직원은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뒷수습을 했다.이 일은 손님들의 안전과 관련이 되었기에 책임자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그날 밤, 경찰이 와서 모든 관련자들을 찾아가 사건의 경과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물론 그들의 예상대로 아무런 수상함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경찰들도 이번 사건을 뜻밖의 사고라고 결정지을 수밖에 없었다.이곳은 열대 지역이었고, 호텔 뒤쪽에 원시림까지 있어 뱀이 나타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그런데 독사는 그렇게 흔하지 않을 텐데요?” 수민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건...”“그리고 해변에 사람도 많았으니, 그런 곳에 나타나는 건 더 흔치 않은 일이겠죠?”경찰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호텔 책임자도 말문이 막혔다.수민은 냉소를 지었다.“이번이 두 번째예요. 제 친구는 이 섬에서 두 번이나 위험에 부딪쳤으니, 딱 기다려요. 이 일은 절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정은아, 가자!”말이 끝나자, 수민은 정은을 끌고 성큼성큼 떠났다.“됐어, 화 풀어. 그 사람들 때문에 화낼 필요가 없잖아.” 사람들 속에서 빠져나간 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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