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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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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정은은 한 입 먹으면서 눈웃음을 지었다.“맛있어요.”이미숙은 정은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오늘 돌아왔을 때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뜨거운 손으로 정은의 손을 잡으며 정은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면서 또 자세히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살이 빠졌네.”정은은 입안에 딸기가 가득해서 볼이 불룩 튀어나왔는데,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방금 체중을 달았는데, 지난주보다 1kg 더 쪘어요. 단지 날씬해 보일 뿐이지, 제 손 좀 만져보세요. 살이 엄청 많아요.”정은은 일부러 고민하는 척했다.“지금 살을 뺄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진헌은 눈살을 찌푸렸다.“여자애가 무슨 살을 뺀다는 거야? 이렇게 말랐는데, 또 빼면 뼈만 남는 거 아니야?”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접촉해서, 다이어트 블로거를 보면 저마다 살을 빼려고 난리를 피웠다. 일부러 굶으면 그만이지만, 또 무슨 다이어트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니 소진헌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정은은 눈빛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고, 이미숙의 손을 안으며 나른하게 엄마의 품에 기대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이미숙은 그녀의 머리를 두드렸다.“그것도 안 돼. 다음에 돌아올 때, 살 쪄서 돌아와. 알았지?”정은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알았어요.”이미숙은 몸에 기댄 딸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빗으며 마침내 가장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그동안 밖에서 잘 지냈어?”정은은 멈칫하더니 슬프고 힘든 과거를 모두 잊으려 했다.“그럼요.”“그 누구는? 왜 너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마침내 올 것이 왔다.정은은 눈을 떨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희 이미 헤어졌어요.”소진헌이 퇴원한 후, 이미숙은 정은을 찾아갔었지만, 그때의 그녀는 고집이 세서 이미숙도 화가 난 나머지 바로 떠났다.그날부터 소진헌은 정은과 관계를 끊었고, 6년 동안 더욱 연락을 하지 않았다.애초의 일을 말하자, 정은은 소진헌이 자신을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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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뭐라고요? 내가 쓴 글이 말이 아예 통하지 않다뇨? 지금 작가인 날 모욕하는 거예요?!”“그래요, 당신은 편집장이라서, 나도 당신의 안목과 판단을 믿어야 하지만, 난 전혀 그런 스타일의 소설을 쓸 수가 없단 말이에요. 바꾸고 싶어도 이건 변화가 너무 크잖아요!”“우리 모두 진정해야 할 것 같네요. 난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끊고 돌아서자, 정은의 의혹의 눈길을 마주한 이미숙은 웃으며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출판사 편집장이 날 찾아서.”“정말 괜찮으세요?”“그럼 가짜일 수 있겠어?” 이미숙은 웃으며 정은을 끌어안았다.“요 몇 년 전통적인 출판업이 불경기라서,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 많은 돈을 벌었다나. 물론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된 사람도 있어. 편집장도 내가 인터넷 소설을 창작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난 아직 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거야.”“인터넷 소설이요?” 정은은 많이 놀랐다.“어떤 내용인데요”이미숙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로맨스 소설.” 이미숙은 추리 소설가로, 예전에 추리 소설이 한창 인기를 끌던 때에 『살기』라는 책을 써서 연간 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해 하반기에는 스릴러 소설 『황량한 마을 학교』를 출판하며 다시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그해는 심지어 ‘이미숙의 해’라고 불릴 정도였고, 도합 5권의 책으로 연간 도서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지금의 편집장도 바로 그때 찾아온 사람이었다.한동안 접촉하면서 이미숙은 편집장이 생각이 깊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여러 번 찾아와 준 성의에 감동해 단숨에 10년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미숙의 작품은 모두 이 편집장이 수정하고 출판 및 발매를 맡았다.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미숙은 창작의 정체기에 빠진 듯했다. 독자들의 기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상이 줄곧 부결되거나, 겨우 구상이 통과되어 대강을 준비하려 할 때마다 편집장은 전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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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그동안 이미숙은 하마터면 우울증에 시달릴 뻔했다.다행히 남편과 딸이 곁에 있었기에, 그녀는 천천히 악플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후부터 이미숙은 더 이상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고 휴대폰조차도 전화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이 10년, 청춘 로맨스 소설 한 권 외에 이미숙에게 더 이상 신작이 없었다.“아이고, 이런 말은 그만하자. 국수 맛있니?”“네, 여전히 그 맛이에요.”정은은 이미숙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국물이 좀 뜨겁네요.”“그래? 그럼 좀 더 식혀.”...새해가 다가오면서 작은 도시의 평온한 분위기도 조금씩 떠들썩해졌다. 큰길 양쪽과 길가의 가로수에는 장식들이 늘어났고, 집 근처 슈퍼마켓은 사람들로 붐볐다. 상품들도 거의 다 팔려나가서 이미숙은 아예 차를 몰고 도심의 큰 마트로 향했다.차를 주차하고 모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문 앞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설맞이 용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정말 떠들썩한 분위기였다.집에는 비록 아이가 없었지만, 설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해야 했고, 졸업한 학생들이나 근처 이웃들이 가끔 놀러 올 수도 있었기에 사탕과 과일을 준비해야 했다.간식 코너에 들어서자 이미숙은 비싼 과자들을 골랐다. 그리고 집에 기름, 소금, 간장, 식초도 거의 다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물건을 추가로 샀다.해산물 코너에서 팔딱거리는 새우를 보니 이미숙은 정은에게 새우를 살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줄곧 뒤따라오던 정은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이미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카트를 밀고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정은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카트에 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초콜릿은 좀 쓰지만, 집에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정말 시원하고 편안했다.정은은 몰래 두 개만 사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고, 눈을 깜박이며 불쌍한 표정으로 이미숙을 바라보았다.“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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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이미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까나리액젓 사는 것을 깜박했네. 정은아, 저기 가서 한 통 들고 와.”“네.” 정은은 이미숙이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정은이 가는 것을 본 이미숙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아침에 말했잖아요. 아직 생각 중이라고.”“이 일은 내가 3개월 전에 이미 말한 것 같은데요? 그때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나도 이 작가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준 거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잖아요.”이미숙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동안 함께 일했으니,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장르가 바로 미스터리 스릴러류의 중단편 소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대략 20~30만 자 정도이죠. 그러나 지금 갑자기 인터넷 소설을 쓰라고 하다니, 이건 아예 상관이 없는 두 장르잖아요!”“모두 소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가 있겠어요? 문학은 모두 공통된 것이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유보영은 좀 엄격해지더니 웃음을 거두었다.이미숙은 애써 설명하려 했다.“우선 인터넷 소설은 기본적으로 장편이라서, 툭하면 백만 자 이상이에요. 둘째, 인기 있는 인터넷 소설은 대부분 로맨스, 대표님과 연애하는 거죠. 이것 모두 내가 잘 모르는 장르이니 지금 어떻게 글을 쓰라는 거예요? 『풋풋한 나의 학교 시절』에서 받은 교훈이 아직도 부족한 거예요? 애초에도 장르를 바꾸었지만, 그 결과는요?”『풋풋한 나의 학교 시절』이 바로 이미숙이 비참하게 욕을 먹었던 청춘 로맨스 소설이었다.유보영은 시선을 피하더니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그 소설이 이 작가의 평판을 폭락시켰다는 거, 나도 잘 알아요. 지금까지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인터넷을...”“그래요, 이제 내가 인터넷을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왜 나에게 인터넷 독자들을 영합하는 도시 로맨스를 쓰라고 하는 거죠?”“이 작가, 일단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봐요.”유보영은 좋은 태도로 설득하려 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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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새로운 작품을 쓰지 못하고, 판매량을 창출하지 못하는 작가가 그래도 작가냐고요?”이미숙도 화가 났다.“나에게 구상이 아주 많았지만, 편집장님이...”유보영은 바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당신의 그 구상들은 아무런 특색도 없고, 임팩트도 없으니 쓰면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동시에 출판사의 노력을 낭비하는 거라고요! 전혀 팔리지 않을 거라고요! 당신은 자신이 여전히 그 잘나가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좀 듣기 거북하게 말하자면, 당신은 이미 아웃되었어요! 이미숙, 당신은 지금 현실을 똑똑히 알아야 하고, 자신을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야 한다고요!”“엄마...” 정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성큼성큼 진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이미숙은 눈물을 금세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가져왔어?”정은은 까나리액젓을 흔들었다.“여기요. 이제 시간도 늦었는데, 아빠가 이미 학교에서 돌아오셨을지도 모르잖아요. 우리 얼른 계산하고 돌아갈까요?”“그래.”“그럼 아주머니, 우리 먼저 갈게요.” 정은은 이미숙을 대신해서 작별 인사를 했다.왜냐하면 정은은 이미숙이 지금 무척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슬프게 만든 사람을 전혀 상대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유보영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래, 나도 물건을 사야해서.”말이 끝나자 그녀는 이미숙을 쳐다보았다.“내가 방금 말한 거 잘 생각해 봐요. 아이고, 다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인데다, 줄곧 함께 일해왔잖아요.”이미숙은 눈을 반쯤 드리우며 말을 하지 않았다. 정은은 카트를 받고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엄마, 그 유보영 아주머니와 10년이란 계약을 한 거예요?”“음.”“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올해가 마지막 해죠?”이미숙은 계산을 해봤다. “정말이네.”“엄마는 그 사람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이미숙은 잠시 침묵하며 억지로 대답했다.“그래도 프로긴 하지.”정은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계약서 아직 있죠?”“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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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게다가 방금 이미숙과 대화할 때, 정은은 작가에 대한 편집장의 관심을 보지 못했고, 오직 압박밖에 느끼지 못했다.“보여주세요!”“그래, 이따가 돌아가서 보내줄게. 너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봐야 한다!”정은은 맹세했다.“그럼요!”...집에 도착하자, 소진헌은 문에 복조리를 걸고 있었다. 그는 복조리가 비뚤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오히려 정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아빠, 좀 비뚤어진 것 같아요. 왼쪽으로 좀 옮겨보세요.”이미숙은 차에서 내리더니 쯧쯧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내가 보기엔 너무 위로 걸어놓은 것 같은데요? 좀 아래로 걸어요.”소진헌은 또 복조리를 아래로 당겼지만, 이때 이미숙이 계속해서 말했다.“아니다, 너무 낮으니까 좀 높게 걸어요.”정은이 말했다.“이 정도면 다 된 것 같아요.”소진헌은 다 걸은 다음,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양쪽을 비교해보니, 또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왼쪽이 좀 높은 것 같은데?”이미숙은 그제야 문제점을 알아차렸다.“당신 설마 다른 복조리와 헷갈린 거 아니에요?”소진헌은 헛기침을 했다.“확실히 그런 것 같아.”그는 며칠 전에 복조리를 샀는데, 하나는 너무 작고, 다른 하나는 또 너무 커서 어제 또 새로 몇 개 샀던 것이다. 그러나 방금 방에 새것을 걸고 나니, 문 앞에 걸어야 하는 복조리는 대칭이 되지 않은 것만 남았던 것이다.이미숙은 유유히 입을 열었다.“망했네요. 겨울방학 하자마자 머리가 돌아가지 않다니.”정은은 피식 하며 참지 못하고 웃었다....새해 아침, 이미숙은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며 정은이 좋아하는 시래기 만두를 빚었는데,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차서 식초와 간장을 조금 묻혀 먹으니 그야말로 식욕을 돋우었다.풍습에 따라, 소진헌은 요리를 한 상 가득 준비했고, 꼭 필요한 떡국, 생선 외에 또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나물 무침까지 있었다.정은은 식탁에 가득한 음식을 보며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세 식구는 함께 앉아서 푸짐한 설날 음식을 먹었다.식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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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평소에 만날 일도 없었으니, 서로 건드리지 않고 지내면 그만이었다.중간에 낀 도겸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늘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먼저 묻지도, 관여하지도 않으며 모른 척해버렸다. 그는 여자친구와 어머니 사이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정은도 그런 도겸을 이해하고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설날을 어디서 보낼지, 자신과 함께할지 아니면 서영숙을 찾아갈지에 대해서도 정은은 한 번도 도겸을 괴롭히지 않았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자신의 양보와 이해, 그리고 인내심은 결국 자신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남자는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그저 습관처럼 당연하게 여겼을 뿐이었다.정은이 대답해다.“응,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돌아왔어.”그녀는 비록 간단하게 말했지만, 수민은 정은이 용기를 내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건강하셔? 오랜만에 뵙지 못했으니 안부 전해줘.]“아주 건강하셔. 방금 밥 먹을 때 네 얘기까지 했는데.”대학 시절, 소진헌 부부는 수민이 정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알고, 여름방학에 정은이 돌아올 때마다 늘 특산물을 가지고 가서 수민에게 주라고 했다.수민은 지금까지도 소진헌이 만든 소고기 양념을 생각하면 배가 고팠다.[그럼 언제 돌아올 거야? 고향에 얼마나 있을 건데?]정은은 잠시 생각했다.“좀 오래 있을 거야.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니, 두 분과 같이 있어주고 싶어.”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그동안 줄곧 돌아가지 않았으니 두 분도 네가 많이 그리웠을 거야.]수화기 너머에서 수민은 아이패드에서 무엇을 봤는지 눈빛이 밝아졌다.[웃겨 죽겠네. 나 방금 재밌는 거 하나 봤는데.]“뭔데?”[너 못 봤어?]“아니.”수민은 그제야 생각났다. 정은은 이미 도겸의 번호를 차단했던 것이다.[에헴! 그럼 내가 알려줄게! 방금 서SNS를 올렸는데, 아마도 강도겸이 에르메스 켈리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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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정은은 담담하게 입술을 구부렸다.“괜찮아, 그럴 필요 없어.”말은 그렇게 했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침묵에 잠겼다.이때 수민 쪽이 무척 시끄러워졌다.[정은아, 먼저 끊을게. 집안 연회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우리 엄마가 지금 여기저기서 날 찾고 있어.]“그래.”전화를 끊은 후, 정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는데, 또 연이어 몇 개의 문자가 들어왔다.심현빈이었다.다국적 기소장, 접수 영수증이 있었는데, 그는 또 현재의 진도에 관한 설명을 했고, 나머지는 정은 본인의 서명이 필요한 서류들이었다.다국적 기소는 일반기소 수속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도 더 많이 걸렸기에, 이렇게 빨리 추진될 수 있다니, 솔직히 정은도 많이 놀랐다.그녀는 파일을 받아 온라인으로 사인을 한 뒤, 다시 현빈에게 보냈다.그쪽은 바로 문자를 읽더니 곧이어 또 농담을 하며 답장했다.[날 그렇게 믿는 거야? 널 배신할 수도 있는데?][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현빈은 마음이 움직이더니 갑자기 웃었다.정은의 말에 설렜기에 그는 나른하게 웃으며 재빨리 타자를 했다.[단지 사인해야 할 서류일 뿐이야. 기소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까 안심해.]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현변의 설명에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 서명해야 할 서류들도 모두 자세히 보고 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사인한 것이다.게다가 현빈이 정말 무슨 수작을 부리고 싶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저질한 수단을 쓰지 않을 것이다.2초 후,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 내년에 내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정은은 핸드폰을 침대에 엎었다. 그녀는 산타클로스가 아니었으니, 현빈의 소원은 그녀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정은아, 네 아빠가 만두를 만들었으니 빨리 와서 먹어.”아래층에서 이미숙의 함성이 들려오자, 정은 즉시 일어나 경쾌하게 대답했다.“가요.”저녁, 정은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따끈따끈한 만두를 먹으면서 부모님과 함께 소파에 앉아 재밌는 예능을 보니, 그야말로 천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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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맞은편에서도 역시 축복을 보냈고, 소녀의 부드럽고 고요한 목소리에는 미소가 섞인 것 같았다.재석은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들고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기원하는 정은의 모습이 떠올랐다.‘불꽃놀이가 피어난 순간, 정은의 모습을 비추는 그 장면은 정말 예쁠 텐데.’...이튿날 아침, 정은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11시까지 일어나면 된다.태양이 중천에 뜨자, 햇빛이 커튼 사이로 비쳐 들어왔다. 그녀는 졸린 두 눈을 떴고. 창밖의 나뭇가지가 흔들거리며 커튼에 그림자를 남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해가 벌써 떴어?!’정은은 얼른 하품을 하고 일어서며 커튼을 쫙 열었다.햇빛이 먼 산에 쌓인 하얀 눈을 비추더니 그야말로 눈이 부셨다.소진헌과 이미숙은 정원에서 책을 읽으며 햇볕을 쬐고 있었다.소진헌은 귀가 밝았는데, 창문을 여는 소리를 듣자 바로 정은이 깨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선생님이라 줄곧 시간관념이 있어서 정은이 늦잠을 자는 습관에 대해서 그리 찬성하지 않았다.그는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네 엄마가 나쁜 습관만 길들였어. 이 시간까지 자고, 아침을 먹지 않는다면, 위에 병이 생기는 거 아니겠어?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몸을 하나도 중시하지 않아. 늙으면 다...”이미숙은 귤 한 조각을 소진헌의 입에 쑤셔 넣었다.“늦잠 자는 거 가지고 언제까지 잔소리할 거예요? 정은이는 이미 졸업했으니 더 이상 당신의 학생이 아니라고요. 새해에 늦잠 자면 뭐가 어때서요?”말하면서 그녀는 창가에 서 있는 정은을 바라보았다.“네 아빠는 융통성이 없으니까 그런 잔소리 듣지 마. 식탁 위에 아침밥 있으니 좀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어.”정은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 아침을 다 먹은 정은도 정원에 가서 차를 마시며 햇볕을 쬐었다.“아빠, 이게 무슨 차예요? 냄새가 구수하네요.”정은은 찻잔 냄새를 맡았다. 담백하고 그윽한 차는 싱겁지도 느끼하지도 않았다. 입을 다시니 또 은근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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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지금은 겨울방학 기간이라 대부분 학생들이 다 집으로 돌아갔고, 학교는 무척 한산했다.경비원은 정은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며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았다.“아가씨, 지금 방학이라 선생님을 보러 돌아온 거야?”고3은 과외를 해야 했기 때문에 학교에는 여전히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정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경호원은 뒤로 한 손을 흔들며 가볍게 기침을 했다.“얼른 들어가라. 소란 피우지 말고.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의 수업을 절대로 방해하면 안 돼.”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역시 침묵하길 다행이야.’그녀는 선생님을 방문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의동으로 가지 않고 운동장을 두 바퀴 돌아다녔다. 막 떠나려고 할 때, 학교의 전시대를 지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을 보았다.아래에는 작은 글자로 된 소개가 있었다.[소정은: 20XX년, L시 이과수석으로 서비대학교 생물학부에 입학.]바람이 불자, 정은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땅 위의 낙엽은 작은 회오리바람을 일었고, 원래 밝고 화창한 날씨였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두워졌다.정은이 팔을 들어 바람을 막고 떠나려던 참에 갑자기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소 선생님!”눈을 들어 보니 정말 소진헌이었다.어제 텔레비전을 볼 때, 소진헌은 오늘 학교에 와서 고3학생들에게 시험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이렇게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마주쳤다.“소 선생님,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집에 볼일이 많이 않나요?”인사하는 사람은 소진헌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 선생님이었다.정은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선생님도 그들과 같은 주택 단지에서 살지만, 다른 건물에 있었다.그리고 그 여자 선생님도 물리를 가르쳤는데, 소진헌과 같은 학년을 맡았다. 당시 소진헌은 우수학생을 책임졌고, 그녀는 일반 학생을 가르쳤다.그래서 정은은 그녀의 수업을 들은 적이 없지만, 그녀의 딸 장소연과 같은 반 친구였다.“주 선생님.” 소진헌은 웃으며 인사했다.“다행히 별로 바쁘지 않네요.”“왜요?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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