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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작가: 십일
평소에 만날 일도 없었으니, 서로 건드리지 않고 지내면 그만이었다.

중간에 낀 도겸도 이런 일에 대해서는 늘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먼저 묻지도, 관여하지도 않으며 모른 척해버렸다.

그는 여자친구와 어머니 사이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다.

정은도 그런 도겸을 이해하고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한 적은 없었다. 설날을 어디서 보낼지, 자신과 함께할지 아니면 서영숙을 찾아갈지에 대해서도 정은은 한 번도 도겸을 괴롭히지 않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의 자신의 양보와 이해, 그리고 인내심은 결국 자신을 감동시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남자는 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그저 습관처럼 당연하게 여겼을 뿐이었다.

정은이 대답해다.

“응,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서 돌아왔어.”

그녀는 비록 간단하게 말했지만, 수민은 정은이 용기를 내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건강하셔? 오랜만에 뵙지 못했으니 안부 전해줘.]

“아주 건강하셔. 방금 밥 먹을 때 네 얘기까지 했는데.”

대학 시절, 소진헌 부부는 수민이 정은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을 알고, 여름방학에 정은이 돌아올 때마다 늘 특산물을 가지고 가서 수민에게 주라고 했다.

수민은 지금까지도 소진헌이 만든 소고기 양념을 생각하면 배가 고팠다.

[그럼 언제 돌아올 거야? 고향에 얼마나 있을 건데?]

정은은 잠시 생각했다.

“좀 오래 있을 거야.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으니, 두 분과 같이 있어주고 싶어.”

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동안 줄곧 돌아가지 않았으니 두 분도 네가 많이 그리웠을 거야.]

수화기 너머에서 수민은 아이패드에서 무엇을 봤는지 눈빛이 밝아졌다.

[웃겨 죽겠네. 나 방금 재밌는 거 하나 봤는데.]

“뭔데?”

[너 못 봤어?]

“아니.”

수민은 그제야 생각났다. 정은은 이미 도겸의 번호를 차단했던 것이다.

[에헴! 그럼 내가 알려줄게! 방금 서SNS를 올렸는데, 아마도 강도겸이 에르메스 켈리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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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뺏으라고?’현빈은 웃음이 나왔다.“그래도 뺏을 수가 있어야죠.”“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빼앗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거야?”“왜요? 이모를 뺏으려고요? 쳇. 우선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나서서 막으실 거예요.”심정훈은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잠시 후, 예리한 눈빛으로 현빈을 바라보았다.“도대체 어떤 여자가 널 차버렸는데? 말해 봐?”현빈은 말을 하지 않았다.“아까 말 잘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침묵하는 거야?”“말해도 모르시잖아요.”심정훈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잔을 들었다.“자, 우리 부자끼리 모처럼 모였으니 한 잔 하자.”짠.잔이 맞부딪치자, 두 사람은 각자의 걱정거리를 삼켰다.달은 중천에 떠 있었고, 밤은 점점 깊어졌다.현빈은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오히려 심정훈은 술을 많이 마셨지만, 취기가 전혀 없었고 술을 따를 때도 손이 떨리지 않았다.외모가 우월하고 기질이 출중한 두 남자가 함께 모여 울적하게 비싼 술을 마시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이쪽을 훑어보았다.현빈은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았다.“아버지, 어떤 방법으로 한 여자가 주동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할 수 있을까요?”심정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현빈은 또 손을 흔들었다.“됐어요, 아버지한테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네요. 아버지 자신도 해결하지 못했으니까.”‘역시 내 아들답네, 정곡만 골라서 찌르다니.’새벽 1시가 되어서야 부자는 술집을 떠났다.현빈은 이미 취했고, 심정훈은 나름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그를 호텔로 데려다줘야 했다.“딸꾹! 아버지, 왜 여기에 계세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현빈은 잠에서 깨어나더니 갑자기 똑바로 섰다.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심정훈은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이 1분이라도 일찍 깨어났다면 혼자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일부러 날 부려먹은 거야?’현빈이 주위를 둘러보았다.“아, 저를 데리고 호텔로 오신 거예요?”“하지만 저는 이제 여자 데리고 놀지 않으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7화

    ”아니, 이 남자가 그렇게 대단해? 술집에 와서 술 마시는데 경호원까지 데려오다니?”“누가 알겠어.”...현빈은 일부러 경호원에게 가까이 서서 지키라고 했고, 주위는 마침내 조용해졌다.그는 또 술 한 잔 가득 채웠다.그러나 어젯밤처럼 들이키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담담한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이때, 현빈은 멈칫하더니 눈빛은 멀지 않은 부스 위에 떨어졌다.‘쯧쯧!’심정훈은 누군가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아들과 눈을 마주칠 줄이야.분위기는 어색해졌다.부자는 동시에 눈을 뗐다.현빈은 생각을 하더니 술병을 들고 심정훈의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아, 술 마시러 오셨어요?”심정훈은 담담하게 현빈을 보았다.“무슨 쓸데없는 말을 묻는 거야. 술집에 와서 술 안 마시면? 영화라도 보라고?”“그런데 넌 또 무슨 상황이야?”심정훈은 현빈을 살펴보더니, 내색하지 않고 그의 손에 있는 절반 비어 있는 술병을 보았다.“담배와 술을 끊었다고 하지 않았니?”반년 전, 현빈은 갑자기 술과 담배를 끊겠다고 했는데, 심정훈은 당시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뒤에 그가 정말 그렇게 한 것을 보고, 심정훈은 깜짝 놀랐다.‘그런데 얼마 만에 본색이 드러났지?’현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끊을 필요가 있을까요?”심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의 말을 알아차렸다.“여자에게 차였어?”정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현빈은 말이 없었다.“허, 진짜 차였어? 재밌네.”“저만 그래요? 아버지도 마찬가지시잖아요.” 현빈은 피식 웃었다. ‘누가 빈정거리래?’심정훈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하룻밤 사이에 S시에서 달려오셨다니, 액셀에서 연기라도 나지 않았어요? 신호등은 몇 번이나 위반하셨죠? 운전면허증은 아직도 갖고 계신 거예요?”심정훈은 말문이 막혔다.“아버지도 참...”현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렇게 필사적으로 무슨 일을 하실 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6화

    지금의 심정훈과 이미숙은 이미 과거의 죽마고우가 아니었다.그들은 각자 결혼을 하여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어렸을 때 우리 커서 뭘 해야 할지 소원을 빌었던 거 기억나?” 심정훈이 먼저 침묵을 깼다.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죠. 형부는 천문을 좋아했으니, 졸업 후에 나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잖아요.”남자는 웃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함을 띠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자신이 정말 어리석고 멍청한 것 같아. 꿈은 꿈이 아니라 손에 닿을 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난 결국 심씨 가문을 물려받았고, 부모님이 원하는 후계자가 되었어.”이미숙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난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심씨 가문은 지금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이미 20년 전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잖아요. 형부는 아주 큰 성공을 거뒀어요.”‘하지만 난 널 잃었어...’심정훈은 입을 벌렸으나 결국 그 말을 삼켰다.곧이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일을 돌이켜 말했다.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약간 넋이 나갔고, 자신이 결국 이미윤과 결혼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말할 때 은근히 망설였다.고개를 돌려 이미숙의 잔잔한 눈빛을 보자, 심정훈은 갑자기 물었다.“넌?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지? 그때 나와 아버님, 어머님은 모두 네가 외국에 버려졌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가장 외진 N국까지 찾아갔어. 그러나 전혀 네 소식이 없었고. 그런데 네가 뜻밖에도 L시에 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이미숙은 심정훈을 오빠처럼 여겼기에, 그의 질문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다.그녀가 하룻밤 내내 강에서 떠다니다가 구조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미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심정훈은 여전히 마음이 조여들었다.이미숙은 그런 심정훈을 보며 웃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고요.”심정훈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겉으로 보기엔 심정훈은 가정이 원만하고, 우수하고 뛰어난 아들이 있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5화

    심정훈은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내가 하면 돼요...”“뭘 사양하시고 그래요? 다 가족이잖아요.”심정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진헌은 이미 그의 그릇에 밥 두 숟가락 떠주었다.“여보, 제부 얼마나 세심한지 좀 봐요? 어쩐지 우리 미숙이 마음에 들었더라니.” 이미윤은 미소를 지었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심정훈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면서 전혀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이미윤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지만, 또 내색할 순 없어 끊임없이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며 억지로 참았다....점심을 먹고 소진헌은 그릇과 젓가락을 치웠고 정은이 도왔다.이미숙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 부녀가 설거지를 하자 자신은 식탁을 닦으며 과일을 깎았다.두 노인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현빈은 다 먹고 나서 볼일이 있다며 떠났기 때문에 지금은 심정훈과 이미윤 부부밖에 없었다.봉수진은 그제야 입을 열어 물었다.“정훈아, 네가 미숙이 집을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당연히 제가 알려줬죠.” 이미윤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봉수진은 의아하게 그녀를 보았다.“어머니, 그게 무슨 눈빛이세요? 미숙이를 찾았으니, 정훈 씨는 형부로서 당연히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물며 그동안 미숙이를 찾기 위해 정훈 씨도 엄청 힘을 썼잖아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제가 또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두 사람 예전의 관계? 지금 다시 만난 이상, 다시 옛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고 의심을 해야 하나요?”이춘재와 봉수진의 안색이 동시에 변했다.심정훈의 눈빛은 순식간에 극도로 차가워졌다.“이미윤, 말 똑바로 해! 주의 좀 하라고!”“난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았는데, 말을 똑바로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정훈 오빠~ 이렇게 불려야 마음에 드는 거예요?”“정말 억지를 부리는군!”이미윤도 화가 나지 않았다. 이미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두 노인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4화

    기억은 마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소년과 소녀는 20대였고, 눈에는 서로밖에 없어, 누군가 먼저 고백을 하면 인연이 정해질 수 있었다.심정훈은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미숙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내 정신 좀 봐... 이제 형부라고 불러야겠죠? 소개할게요. 내 남편 소진헌이에요.”‘형부’, ‘남편’이란 말에 심정훈은 숨이 멎었다.그러자 이미숙 옆에 있던 남자에게 시선이 떨어졌다.소진헌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심정훈을 자리에 앉혔는데, 또 그를 위해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왔다.심정훈은 입가를 실룩거렸지만 결국 고맙다는 인사밖에 하지 못했다.소진헌의 요리 솜씨는 원래 괜찮았는데, 오늘 더욱 신경을 썼다.그러니 맛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두 노인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식사하는 도중, 소진헌은 이미숙과 정은을 돌보았는데, 세심하게 아내를 도와 새우를 까주었고, 정은에게 집어준 음식도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였다.정은은 작은 산처럼 쌓인 그릇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아빠, 저 아직 다 못 먹었어요.”“나한테도 집어주지 마요. 남으면 당신이 다 먹을 거예요?”“그럼.”소진헌은 웃으며 대답했다.평소에 이미숙이 음식을 남기면 전부 소진헌이 해치웠다.소진헌은 오히려 습관이 되어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았다.심정훈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이미윤은 비아냥거리며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지금 사랑을 과시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는데, 너무 진지해서 주위의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오히려 이춘재와 봉수진은 참지 못하고 눈을 마주쳤다.전에는 소진헌이 이미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바보 사위가 ‘괴롭힘’을 당하면서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진헌이 이미숙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소진헌은 여전히 허허 웃으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정말 단순한 사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3화

    이미윤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제부는 정말 좋은 남자야...”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현빈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제가 갈게요.”말하면서 현관으로 걸어갔다.몇 초 뒤, 갑자기 그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미숙은 흠칫 놀랐다.소진헌은 다소 어리둥절해졌고, 머릿속으로 심정훈이 누군지 생각하고 있었다. ‘현빈의 아버지라면 처형의 남편, 즉 정은이 엄마의 형부...’이춘재와 봉수진은 눈을 마주쳤는데 모두 서로의 걱정과 의혹을 알아차렸다.‘정훈이 왜 갑자기 온 거지? 미숙이 찾았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았는데... 설마 현빈이 말한 거야? 그럴 수도 있어.’이미윤만이 심정훈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몸이 굳어지더니 이어서 씁쓸하게 웃었다.‘참 빨리도 왔네...’현빈은 심정훈을 데리고 거실을 지나 식탁 앞으로 걸어왔다.남자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외투는 옅은 회색으로 몸매가 꼿꼿해 보였다.밖에는 어느새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심정훈은 서둘러 찾아오느라 어깨가 좀 젖었다.안으로 들어서자. 심정훈의 눈빛은 이미숙에게 고정되었고, 더 이상 옮길 수가 없었다.마치 전 세계에 이미숙 혼자만 남은 것처럼, 심정훈은 그녀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몇십 년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었던, 결국 함께 할 수 없는 그 여자를.“여보, 왔어요.” 이미윤은 웃으며 일어나 심정훈의 팔짱을 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네요. 이게 누군지 알아요? 맞아요, 미숙이에요. 우리 드디어 미숙이를 찾았어요. 기쁘죠?”심정훈은 말을 하지 않았고 시선도 떼지 않았지만 손을 이미윤에게서 떼어냈다.이미윤은 멈칫하더니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미숙아, 너 기억나니? 정훈 씨잖아! 어렸을 때 넌 늘 정훈 씨의 뒤를 쫓아다니며 오빠라고 불렀는데.”“그동안 부모님 말고, 정훈 씨도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너를 찾으려고 애썼어. 이제 마침내 찾았으니 꽤 책임있는 형부라 할 수 있겠지?”그렇다, 심정훈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2화

    이미숙이 정은더러 현빈에게 연락하게 한 것은, 두 남매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그때 열차역에서 소진헌이 지갑을 도둑맞았을 때, 그들은 현빈을 만났었다. 정은은 ‘심 대표님’이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한 적이 있으며, 그후 현빈도 친절하게 그들을 아래층으로 배웅했다.이미숙은 현빈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어제 현빈의 신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모두 인연이라고 은근히 감탄했다.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현빈은 아침 9시까지 잠을 잤다. 숙취는 그리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그는 이미 담배와 술을 끊은 지 반년이 넘었는데, 어제처럼 만취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또 프론트에 아침을 주문한 다음, 일을 처리하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두 시간이 지나갔다.일어나서 활동하려 할 때, 뜻밖에도 핸드폰이 울렸다.스크린에 ‘정은이’이라는 세 글자가 나타나자, 현빈은 기쁨을 느끼며 재빨리 받았다.“정...”[오빠, 점심에 집에 와서 밥 먹어요.]‘오빠’라는 소리에 현빈은 말문이 막혔다.한참 뒤, 현빈이 대답했다.“알았어.”[할머니랑 할아버지는 12시에 식사하실 거예요.]“응.”...통화를 마치고 정은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주방에 가서 소진헌을 도왔다.소진헌이 셰프라면, 정은은 바로 그의 조수였다.이미숙은 거실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고 참지 못하고 주방으로 뛰어들었다.소진헌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를 산 것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향기롭네... 간장 안 넣었죠?“그럼. 다 당신 입맛대로 만든 거야. 먼저 좀 앉아 있어. 곧 다 되어가니까.”이미숙은 도울 일이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다음, 그제야 거실로 돌아와 이춘재, 봉수진과 이야기를 나눴다.이미윤은 옆에 앉아서 때때로 한마디 끼어들었다.그러나 두 노인은 그녀의 화제에 관심이 없는 듯 오직 이미숙을 관심했다.이미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12시에 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1화

    다행히 현재 봉수진은 소진헌이라는 사위가 꽤 마음에 들었다.부드럽고 자상하며 세심하고 키와 생김새도 나쁘지 않았다.심지어 연성대학교를 나와 지금은 중점 고등학교에서 물리 선생님을 하고 있었으니, 비록 큰 부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변변한 직장이었다.“이 계란과 표고버섯이 정말 맛있네.”봉수진은 한 입 맛보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춘재는 이미 한 접시 다 먹었고, 이제 두 접시를 먹고 있었다.“이 쇠고기로 만든 거 좀 먹어봐, 정말 간이 잘 됐어...”소진헌은 칭찬을 받자 좀 쑥스러워 어수룩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입맛에 맞으니 다행이네요. 제가 많이 만들었으니 이따가 모자라면 더 삶으면 돼요.”“소 서방도 서 있지 말고 빨리 앉아서 같이 먹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만드느라 수고했어...”소진헌은 대답을 하며 그릇에 만두를 담은 뒤 이미숙의 옆에 앉았다.“수고는 무슨, 다 당연한 일을 한 거죠.”온 가족이 화기애애했지만, 옆에 앉아 있는 이미윤은 오히려 남처럼 보였다.이 화목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그녀는 입가를 구부리고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제가 레스토랑에 자리를 예약했는데. 이따 점심에 나가서 드실까요? 미숙이 다시 찾은 기념으로 말이에요.”이춘재는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바깥 레스토랑은 기름과 소금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봉수진의 현재 상태로는 전혀 먹을 수 없었다.이미숙은 잠시 멈칫했다.“밖에서 먹으려면 외출을 해야 하잖아. 너무 번거로우니 그냥 집에서 먹는 게 낫겠어. 마침 정은이 아버지도 요리 솜씨를 좀 선보일 수 있고. 그이는 밥을 꽤 잘하거든.”소진헌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마침 오늘 장을 봐야 하니까, 이따가 시장에 갈게요. 점심은 그냥 집에서 드세요.”봉수진은 기뻐서 미소를 지었지만 입으로는 계속 말했다.“너무 수고하는 거 아니야?”“수고는 무슨, 제 영광이죠!”이춘재도 덩달아 웃으며 입에 소고기 만두를 입에 넣었다.“그래, 그럼 우리 점심에 소 서방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0화

    ”한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좋은 일이야.”이춘재가 감찬했다.소진헌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이미숙은 그제야 이미윤에게 소진헌을 소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이 사람은 내 남편이야.”“안녕하세요.” 이미윤은 살짝 웃었다. “제부는 정말 잘생기셨고, 재능이 넘쳐나는 것 같네요.”지금 이미윤은 더 이상 까다로운 눈빛으로 그를 보지 않았다.소진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예의를 차렸지만, 은근히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숙은 그동안 소진헌과 오랫동안 함께 했기에, 이 말을 듣자마자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녀는 소진헌을 바라보았다.소진헌은 오히려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이미숙애개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자고 표시했다.‘왠지 모르겠지만, 처형이 좀 이상한데... 그리고 불편해’.그래서 소진헌과 너무 다정하게 굴지 않았다.“아빠, 만두를 빚으실 거예요 말 거예요? 어?”정은은 주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그리고 눈빛은 이미윤에게 떨어졌다.이미숙은 웃으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정은아, 이리 와.”정은은 고분고분 걸어갔다.“언니, 내 딸 정은이야. 정은아, 이분은 네 이모야, 얼른 인사해.”눈이 마주치자, 정은은 이미윤을 잠시 훑어보더니 영리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모.”이미윤은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으로 이미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었다.‘그날 벤츠 매장에서 재석과 함께 있었던 그 여자아이가 아니야?’이미윤은 당시 사진을 찍어 강서원에게 보내기도 했다.강서원에게 재석이 연애를 했냐고 물었지만, 강서원은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얼버무렸다.‘지금 그 태도를 생각해보면, 아들의 여자친구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은데?정은을 바라보는 이미윤의 눈빛은 갑자기 의미심장해졌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애정이 넘쳐나는 말투로 말했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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