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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Penulis: 십일
세 며느리 중, 박나영은 현명하고 내조도 잘했으며, 주덕순은 입담이 좋아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오직 이미숙만은 어르신들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진헌 역시 점차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장가를 가더니 부모를 잊은 아들이 무슨 소용인가?

돈도 잘 벌고 곁에서 부모를 모시는 사장인 큰아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정은은 이미숙 옆에 앉았다.

어차피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굳이 나서서 비위를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밥을 먹고 나서 떠나면 될 일이었다.

“정은이, 이 가방 꽤 예쁘네. 브랜드지?”

큰어머니 박나영은 과일 쟁반을 내려놓더니 갑자기 정은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모든 시선들이 정은에게 떨어졌다.

정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덕순은 먼저 말했다.

“어머, 이게 뭐라고 했더라? 루이 비통?”

시율이 말했다.

“모르면 입 좀 열지 마, 이건 에르메스야.”

“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 수천만 원짜리 가방이라고?!”

주덕순은 숨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는 사치품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가해서 매일 출근할 때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 얼마 전에 인기 드라마인 <눈물의 여왕님>에서, 주덕순은 여주인공이 메고 있는 그 가방이 무척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정은의 에르메스는 전부 도겸의 별장에 남겨뒀는데, 이 가방은 그녀가 혼자 돈을 벌어서 산 것이었다.

오늘 정은은 이 옷을 맞추려고 들고 나왔는데, 위에 로고가 없었지만 박나영이 단번에 알아볼 줄은 정말 몰랐다.

박나영은 은근히 놀랐다.

“그렇게 비싸?”

비록 남편이 사장이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회사를 차렸지만, 박나영은 소진우를 따라 고생을 했기 때문에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명품 가방은 더더욱 메고 다니지 않았다.

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정은을 힐끗 보았다. 할아버지도 시선을 돌렸다.

정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길가에서 이 가방이 예쁜 것 같아서 샀는데, 겨우 몇 만 원밖에 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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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덕순은 마음속으로 몰래 웃으며 눈빛은 소진헌이 가져온 과일 바구니에 떨어졌다.“동서도 체리를 산 거야? 형님이 산 것보다 훨씬 작은 것 같은데?”이미숙은 활짝 웃으며 말투가 온화했다.“저희 집이 어떻게 형님댁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주덕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네! 누가 형님댁보다 잘 살 수 있겠어.”정은은 입술을 구부리며 무심한 척 말했다. “둘째 큰어머니는 무슨 과일을 사셨어요?”주덕순은 웃음이 굳어졌다.정은은 눈치채지 못한 듯, 마침 자신의 옆에 있는 그 과일 바구니를 뒤졌다.“어디 보자, 사과, 배, 귤...”비싼 과일은 하나도 없었다.“역시 둘째 큰어머니시네요. 모두들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사셨다니.”주덕순은 귀에 거슬리다고 생각했지만, 또 정은의 말에서 트집을 잡지 못했다.“그래, 난 식구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좀 샀어...”말하자면 주덕순은 가정 형편이 나름 괜찮았다. 부모님은 모두 전기 시설 관리직이었고, 아버지는 또 나름 중요한 직위를 맡았다. 주덕순은 집안의 외동딸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그야말로 엄청 편안한 삶을 누렸다.그러나 그녀는 속이 좁고 따지기 좋아해서 결코 대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가족들을 대할 때 더욱 그랬다.“가족을 챙기는 데는 둘째 큰어머니밖에 없네요.”“에헴.”박나영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말만 하지 말고 얼른 과일 먹어.”“네, 감사합니다, 큰어머니.” 정은은 대범하게 체리를 하나 입에 넣었다.“정말 엄청 달아요.”그러나 주덕순은 오히려 풀이 죽었다. 그녀는 어색해하며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고, 소진호가 자신을 위로하길 바랐다.그러나 소진호는 주덕순에게 눈빛 하나 주지 않았다.“엄마, 조금 더 먹어. 바삭바삭하고 엄청 달아!” 시율은 옆에서 재촉했다. ‘빨리 먹지 않으면 남들이 다 먹을지도 몰라.’“넌 먹을 줄만 알지? 너와 네 아버지는 날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소진호와 시율은 어이가 없었다....점심 12시가 되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7화

    “그럼요.”“아가씨, 정말 고마워!” 박나영은 받아서 한쪽에 놓은 다음, 이따가 뜯어보려고 했다.소수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금팔찌인데,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게에 가져가서 바꿀 수 있어요.”주덕순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가씨도 정말 통이 크네. 금팔찌를 선물하다니...”소수정은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무척 득의양양했지만, 일부러 겸손한 척했다.“에이, 큰 오빠 댁이 얼마나 잘 사는데, 제가 산 금팔찌가 뭐라고요.”“그런데 왜 형님에게만 주는 거야? 나와 네 셋째 올케언니는?” 주덕순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아가씨는 이제 은행 책임자가 됐으니 평소에 큰 고객들을 상대할 텐데. 이런 도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소수정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둘째 올케언니도 갖고 싶으신 거예요?”주덕순은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금팔찌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안 그래 동서?”말하면서 그녀는 이미숙을 끌어들였고, 주덕순과 소수정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이미숙은 말을 하지 않았다.“동서, 말 좀 해봐?”이 결정적인 순간에 소진헌이 입을 열었다.“우리 집사람은 주얼리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평소에 제가 사줘도 끼는 것을 본 적이 없거든요.”주덕순은 입을 삐죽거렸다.‘누가 촌놈이라고 하지 않을까 봐. 뭐? 금팔찌가 싫어? 개뿔!’“동서는 싫지만 난 좋은데!” 주덕순은 뻔뻔스럽게 말했다.“아가씨, 우리를 차별하는 건 아니겠지?”“그래요, 그럼 둘째 올케언니도 다음에 한턱 내요. 식구들 모두 초대한다면, 선물도 자연히 손에 들어오겠죠.”주덕순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우리는 별장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집에 초대할 수가 있겠어.’“집이 작다고 생각되시면,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도 돼요.” 소수정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듯, 주덕순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바로 말했다.‘지금 장난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레스토랑에 간다고? 심지어 수준이 있는 레스토랑에 가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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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정은의 일로 소진헌과 이미숙은 직접 J시에 찾아갔지만, 돌아온 후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주덕순은 자신이 들은 소문도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정은이 연애를 하기 위해 공부를 포기한 게 뻔하지. 듣자 하니 그 남자의 조건이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재벌이라고 했나? 그래서 공부를 포기하고 그 남자에게 매달린 거구나.’소진헌과 이미숙은 눈살을 찌푸렸다.정은은 오히려 무척 평온했다.“아니요. 이미 헤어졌거든요.”“그 재벌들의 안목이 매우 높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도 그저 널 가지고 논 거겠지. 너도 참,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뜻밖에도 그런 말을 믿다니. 재벌 집안에 시집갈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주덕순은 말하면서 고개를 저었다.“내가 보기엔 말이야, 이 아가씨 명성이 가장 중요하지. 두 사람 그렇게 오랫동안 사귀었는데, 그 남자는 너한테 보상이라도 좀 주지 않았어?”‘드라마에서 보면, 돈 많은 늙은이들은 정말 통이 크던데. 이별 통보를 한 다음, 바로 여자에게 수억 원을 입금해 줬잖아. 이렇게 보면 정은이도 손해를 본 건 아니네...’하지만 주덕순은 질투하기 시작했다.‘남자와 몇 년 같이 잤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니, 그럼 정은이도 이제 부자라는 거잖아? 이건 너무 불공평한데? 정은이는 무슨 절세미인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가 있는 거지? 이러다 셋째가 먼저 벼락부자로 되는 거 아니야?’정은은 눈을 들어 예리한 눈빛으로 주덕순을 똑바로 쳐다보았다.“제가 무슨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요?”“그냥 뭐 돈이라든가, 비싼 주얼리라든가...”“그만하세요!”소진헌은 식탁을 두드리며 벌떡 일어섰다.“둘째 형수님, 비록 우리는 한 가족이지만, 그래도 말 좀 가려서 하세요!”주덕순도 따라서 일어섰다.“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나도 단지 조카딸에게 관심을 가졌을 뿐인데, 그것도 안 되는 거야?”“이게 관심이라고요?”“어머, 지금 그게 무슨 뜻이니?”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39화

    진말숙은 소진헌의 뒷모습을 보며 욕설을 퍼부었다.“이 불효자식이! 넌 그 불여우에게 홀려서 이제 감히 부모님을 거역하다니! 내가 한마디 하면, 넌 열 마디를 받아치는구나! 그래, 멀리 꺼져라, 불여우와 불여우가 낳은 어린 여우를 데리고 가! 영원히 우리를 찾아오지 말고!”이미숙이 공공연하게 자신을 반항하자, 진말숙은 체면을 잃은 것만 같았다.이 순간, 그녀는 이 며느리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했고, 심지어 자신의 아들까지도 함께 원망했다.‘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저런 여자를 찾다니! 이제 장가를 갔다고 어머니가 눈에 보이지도 않은 모양이야! 불효자식 같으니라고!’...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소진헌은 침묵을 지켰다. 이미숙은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다.소진헌은 이미숙을 향해 웃으며 자신이 괜찮다고 말했다.그동안 소진헌은 이미 진말숙이 다른 사람 편드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이렇게 불쾌하게 헤어지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예전에는 참을 수 있으면 될수록 참았지만, 정은과 관련된 일이었으니, 평소에 성격이 좋기로 소문난 소진헌도 그들의 그러한 비방을 용납할 수 없었다.집에 도착하자, 이미숙은 밥을 하려고 했고, 정은은 그녀를 막았다.“엄마, 제가 할게요.”“네가?”예전에 집에 있을 때, 정은은 열 손가락에 물 한 방울조차 묻히지 않았는데, 밥도 소진헌이 앞에 갖다 놓지 않으면 절대로 먹지 않았다.“네, 오늘은 제 솜씨 좀 맛보세요.”“주방이나 태우지 마.” 기분이 그리 좋지 않던 소진헌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정은은 은근히 화가 났다.“제가 정말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하세요?!”부부 두 사람은 나란히 고개를 끄덕였다.한 시간 후, 식탁에 가득 차린 요리를 보고, 소진헌과 이미숙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당황해졌다.제육볶음, 소꼬리탕, 잡채, 갈비찜, 닭볶음탕, 생선구이, 야채 볶음 두 개, 그리고 두부찌개가 있었다.이미숙은 침을 삼키며 물었다.“이, 이거 다 네가 한 거야?”정은은 자랑스럽게 턱을 치켜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0화

    “당신 말고 또 누가 이런 막돼먹은 짓을 할 수가 있겠어요?” 이미숙은 화가 많이 났다.그녀는 남에게 욕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막돼먹다’라는 단어도 이미숙이 생각하는 가장 심한 욕이었다.그러나 류춘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짚으며 냉소를 지었다.“내가 막돼먹어? 이 정도 가지고? 넌 더 막돼먹은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래!”“그럼 인정한 거네요? 당신이 그런 거 맞죠?” 이미숙은 눈을 부릅떴다.류춘미는 이미숙의 시선을 피했다.“너 말 조심해, 내가 뭘 인정했다는 거야? 증거는? 증거 있냐고? 그리고 설령 이게 내가 한 짓이라고 해도 뭐가 어때서? 능력 있으면 경찰 불러서 날 감옥에 집어넣든가. 고작 꽃 하나 망쳤다고 경찰들이 출동할 것 같아? 내가 바보인 줄 아냐고?”이미숙은 류춘미 때문에 화가 나서 숨조차 쉬지 못했다.소진헌은 재빨리 다가가서 이미숙을 뒤로 감쌌다.“류 씨, 지금 너무한 거 아니야! 그 등꽃이 당신을 방해하지도 않았는데. 다 같은 이웃들끼리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어?”정은은 한바퀴 둘러보았다. 정원에는 등꽃 꽃잎이 가득 널려 있었고, 벽과 가까운 화분대는 아예 파괴되었는데, 지금 아직도 공중에 걸려 있었다.정원은 그야말로 범죄 현장에 비견될 정도로 너저분했다.“당신이 방해하지 않았다고 하면 방해하지 않은 거야?” 류춘미는 소진헌이 나서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소매를 걷어붙이며 싸울 준비를 했다.“당신의 꽃이 내 밭의 햇빛을 가렸으니, 내가 심은 채소들이 다 죽었잖아. 게다가 벌레까지 생기게 만들었는데도 계속 발뺌할 거야?”“또 이 화분대들도 그래.”류춘미는 땅을 가리켰다.“모서리가 있는 데다가 또 우리 집 창문을 마주하고 있어서 우리의 운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데, 아직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고?”소진헌은 화가 나서 되려 웃음이 나왔다.“일단 우리 두 집 사이의 공터는 공용이라서 채소를 심는 자체가 규정을 위반한 짓이야. 당신은 채소에 벌레가 생겼다고 하는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1화

    류춘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소진헌은 계속해서 말했다.“참, 내가 방금 이 대걸레로 변기 청소를 했는데, 미처 씻지 못했네. 하지만 괜찮을 거야. 우리 집 화장실은 더럽지 않으니까. 류 씨도 신경 쓸 필요 없어.”‘괜찮긴 개뿔!’“아! 아빠...”정은이 말을 이어받았다.“어제 먹다 남은 음식들을 변기에 부었는데, 비록 물을 내렸지만. 여전히 기름이 가득한 것 같아요. 아주머니, 설마 몸에서 쉰내 나는 거 아니에요?”소진헌과 정은은 너 한 마디 나 한 마디 주고 받으면서, 화제는 갈수록 메스껍고 징그러워졌다. 류춘미는 원래 득의양양했지만, 이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너, 너...” 그녀는 코로 냄새를 맡았는데, 마치 자신에게서 정말 정은이 말한 그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당신들 딱 기다려!”이 한마디를 남긴 다음, 류춘미는 아주 빨리 도망갔다.‘샤워! 지금 당장 샤워해야 돼!’그 순간, 정은은 자신이 ‘대걸레의 여신’이라고 느꼈다!정은의 행동에 대해, 이미숙은 비록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리 찬성하지 않았다.“여자애가 걸핏하면 대걸레를 들고 다니면 안 돼. 보기 싫어.”“그 아주머니가 너무 얄미워서 그래요...”정은은 바닥에 널린 등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소진헌은 이미 묵묵히 현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날씨가 좋아지면, 화분대를 다시 박고 정원 안쪽으로 옮겨야겠다.”그는 이런 마찰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차피 큰일이 아니었으니까.오늘 같은 억울함은 자신에게 있어 별거 아니었지만, 이미숙이 다시 한번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정은은 잠시 침묵했다.“아빠,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류춘미가 오늘 정원을 망친 이상, 앞으로 더욱 심한 짓을 할 수 있었다.그녀 자신이 말했듯이, 단지 꽃을 망친 데다가 증거조차 없었으니, 경찰서에 잡혀갈 리가 없었다.소진헌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으면 뭘 또 어쩌겠어? 수십 년간 알고 지낸 이웃이니, 난 류 씨가 어떤 사람인지 그 누구보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2화

    소진헌은 놀라움을 느꼈다.“왜 이곳에 온 거야?”정은이 말을 하려던 참에, 주택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웃는 얼굴을 하며 걸어왔다.“집을 보고 싶으신 건가요? 저희는 주택 구조가 아주 다양해서, 고객님의 여러 가지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요.”정은이 말했다.“일단 환경 좀 보고 싶은데요.”“이쪽이 바로 저희 주택단지의 모형입니다. 이곳에서 저희 아파트 주위의 환경 배치가 매우 합리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죠. 마트, 학교, 병원이 있으니, 아주 편리합니다.”정은은 그 모형을 힐끗 바라보았다.“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 같아요.”“그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층수가 높기 때문에 건물 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좁을 거예요.”“별장 구역이 있다고 들었는데?”레이크 다이아는 총 두 가지 유형의 주택이 있었다. 하나는 일반 분양 주택이었는데, 바로 정은이 지금 보고 있는 모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채로 된 작은 별장이었다.작다고 하는 이유는 그 별장이 2층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 층의 면적이 그리 크지 않지만, 앞뒤에 각각 정원이 하나씩 갖추어져 있었다.대문은 아주 넓었고, 한식 건축 스타일이라 식구가 적은 가족들이 지내기에 아주 적합했다.‘큰 별장’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전문적으로 식구가 적은 가정을 위해 디자인했으니, 거주 공간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집이 썰렁해 보이지 않게 했다. 독창적인 한식 디자인까지 더해져 레이크 다이아는 L시의 가장 핫한 주택단지로 되었다.정은은 오기 전에 미리 조사를 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레이크 별장을 보고 싶어요.”소진헌은 꽃을 심기를 좋아해서, 집에 꼭 큰 정원이 있어야 했다.이미숙은 야외에서 책을 보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용한 뒷마당이 있어야 하고, 제일 좋기는 정자가 있어야 했다. 그럼 그녀도 쉬는 시간에 차를 마시며 쉴 수 있었다.직원은 정은이 별장을 보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놀랐다. 게다가 정은은 별장 지역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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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은 많은 고급 주택이 고객의 자산을 확인한 후에야 주택을 볼 수 있는 규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럼 VIP고객이 되려면 어떤 요구가 있는 거죠?”“우선 L시에 주택을 구매 자격이 있어야 하죠.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에요. 둘째, 계좌 유동 자금은 반드시 20억 이상에 달하거나, 블랙카드를 소지해야 합니다. 물론 자신의 자산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을 제시할 수도 있고요.”현금이든 예금이든 블랙 카드든 정은은 없는 게 없었다.어느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소진헌은 이미 정은의 팔을 잡아당기며 그녀를 밖으로 끌고 갔다.“왜 갈수록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는 거야? 20억의 유동자금이 있어야 한다니, 드라마를 찍는 것도 아니고...”이미숙은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소설도 감히 그렇게 쓰지 못하는데, 넌 그걸 대놓고 묻다니. 그동안 큰 도시에서 공부를 했다고 담력이 꽤 커졌구나.”그리고 미안해하며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우리 딸이 장난이 좀 심해서,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했네요.”이번에 그 직원은 더 이상 연기조차 하지 않았고 바로 눈을 부라렸다.“어디서 온 촌놈들이에요? 별장을 살 돈도 없는데 여기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정신이 나간 거예요?”이미숙은 멈칫했고, 소진헌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먼저 잘못을 했기 때문에 따질 수가 없어 그저 사과만 했다.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자, 그 직원은 더욱 신이 나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그 꼴로 별장을 사려고요? 아마 아파트의 화장실 하나조차 살 수 없을걸요! 살다 살다 이런 사람이 다 있다니, 정말 재수 없어!”‘평소에 출근하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오늘 난 또 드디어 큰 고기 하나 낚은 줄 알았네. 그런데 그저 돈이 없는 거지라니! 어이없어.’이미숙은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어쨌든 우리도 손님인데...” “듣기 싫으면 들어오지 말았어야죠. 뭐, 손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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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30화

    그날 아침, 별다른 것 없는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잠에서 깨자마자, 태민은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 수아에게서 연락이 와 있진 않을까...부재중 전화, 메시지 알림은 있었지만... 전부 다른 사람이었다.‘오늘도 아니야.’실망감이 스르르 밀려왔다. 태민은 어깨를 늘어뜨린 채 씻고, 옷을 챙겨 입고,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막 실험실에 도착하자, 태민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떴다.수아에서 온 전화였다.“수아야?! 드디어... 너 왜 그동안 연락 안 했어? 나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 나...”[손태민, 진짜 왜 이렇게 집착하냐?!]단 한 마디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태민의 정신이 멍해졌다.[계속 전화하고, 계속 메시지 보내는 게 그렇게 재밌어? 내가 안 받고, 안 보는 거면 알아서 눈치껏 그만해야지! 왜 자꾸 연락하는데?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할 건데? 진짜 짜증 나!]“수아야...”태민은 당황해 목소리가 떨렸다.“나는 그냥... 네가 너무 연락이 없으니까,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돼서 그랬어...”[걱정?]전화기 너머로, 조소 섞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내가 뭘 어쨌다고 걱정을 해? 너 진짜... 왜 그렇게 남 일에 다 끼어들고 싶어 하는 거야? 다 간섭하고, 다 챙기고.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야?]태민은 눈앞이 흐려졌다.‘난 그냥 좋아하니까... 그게 다였는데.’“난 그냥, 너한테 잘해주고 싶었어...”[됐어, 잘하고 못하고는 네가 정하는 게 아니야. 제발, 더 이상 전화도 하지 말고, 메시지도 보내지 마. 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어.]뚝-태민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태민아? 앞 좀 보고 다녀!”실험실 입구. 미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태민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쓰레기통을 걷어찰 뻔했다.“아, 죄송해요...”그는 황급히 쓰레기통을 세워놓고 어색하게 웃었다.“자, 가자.”미진이 그를 불렀다.“어디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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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같았으면, 수아는 또 한동안 우울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상하리만큼... 숨이 트였다.‘피한 거야. 벗어났어. 그 사람에게서도, 그 일에서도.’집에 돌아오자, 부모님이 이번 융합연구 포럼은 어땠냐고 물으셨다. 수아는 짧게 대답하고 얼버무렸다.“뭐... 그냥 그랬어요. 피곤하네요.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간신히 표정을 숨긴 채 방으로 들어온 수아는, 여행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터져버렸다. 눈물이 쏟아졌지만, 입술을 꽉 깨물어 단 한 마디 소리도 내지 않았다.‘들키면 안 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다음 날, 수아는 ‘아프다’는 이유로 재석에게 병가 메일을 보낸 후, 일주일 가까이 실험실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수아가 아프다고?”조미진과 전진욱은 당황했다.“무슨 병인데요? 심각한 거예요?”재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나도 모르겠어.”그 말만 남기고는 다시 실험에 집중했다.재석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 날카로웠고, 그 차가운 실루엣은 말없이 거리를 그었다.‘뭔가 이상한데...’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 오랜 시간 일해온 사람인지라 느낄 수 있었다.지금 재석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하지만 실험실 맴버의 개인 사정에 대해선, 그도 쉽게 묻거나 개입할 수 없었다.결국 진욱은 마음속 의심을 눌러가며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단, 평소처럼 농담 따먹기를 하진 않았고, 표정마저 진지한 모습이었다. 반면, 미진은 그 정도로는 촉이 빠르지 않았다.지금 상황만 보면, 미진은 정말로 수아가 큰 병이라도 앓고 있는 줄로 믿고 있었다.재석에게서 도무지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자, 미진은 결국 손태민을 조용히 붙잡았다.“우리... 과일이라도 사서 수아를 찾아가 볼까? 같이 일한 지 몇 년째인데,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잖아.” 그 말에 태민은 멍하니 되물었다.“수아가 아프다고요? 어떤 병인데요? 입원했어요?”그 순간, 태민의 표정은 굳어버렸다.‘아프다고...? 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8화

    사건 진행 상황을 묻자, 경찰은 현재 재석 관련 건이 조사 단계에 있으며, 정식으로 입건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역시... 예상한 대로...’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재석도, 정은도 실망한 기색은 없었다.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와 입원 기록, 진료 확인서까지 전부 수사 담당자에게 제출한 후, 두 사람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J시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8시가 넘어서였다.택시를 타고 익숙한 단지 앞으로 돌아온 둘은, 단지 입구 쪽에 있는 단골 포장마차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확실히 우리 동네 음식이 제일 맛있네요.”정은이 그렇게 말하며 웃자, 재석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게 두 사람의 마음도 편안해졌다.밥을 먹고 나서, 둘은 나란히 아파트로 올라갔다.정은은 집 앞에 도착해 열쇠를 꺼냈다. 잠깐 멈칫한 그녀는, 옆집 문을 열고 있는 재석을 돌아봤다.“지금은 어때요? 불편한 데는 없고요?”“응, 완전 멀쩡해. 컨디션 좋아.”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당부했다.“그래도 약은 꼭 챙겨 드세요. 의사 선생님이 말하길, 3일은 꾸준히 먹는 게 좋다 했어요.”“알겠어. 꼭 먹을게.”서로 인사하고, 각자의 문을 닫았다....정은은 샤워를 마치고 편안한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논문 두 편을 읽은 뒤, 평소처럼 불을 끄고 누웠다.‘그래, 오늘은 꽤 길고도 복잡한 하루였지...’그녀는 금세 잠에 들었다.한편, 옆집.재석도 짐을 정리하고 샤워까지 마친 후, 이불 속에 누웠다. ‘약은... 아, 까먹을 뻔했네.’정은의 당부가 떠올라, 결국 그는 한숨을 쉬며 다시 일어났다. 거실에서 약을 챙겨 먹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그런데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병원에서 너무 자서 그런가... 아니면 이 약 때문인가...’자꾸만 정은의 얼굴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웃는 얼굴, 당황한 얼굴, 화내는 얼굴...‘대체 왜... 이렇게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거야.’결국 재석은 새벽 세 시가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7화

    “이 서류들이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거예요.”“신경 써줘서 고마워.”“두 번째네요.”“응?”“깨어나서 저한테 고맙다고 말한 거, 두 번째예요.”“아...”재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보기 드문 허당미가 드러난 순간이었다.“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정은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럴 땐 이렇게 말하면 돼요.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좋아, 샤부샤부 사줄게, 어때?”‘어떻게 알았지? 나, 오늘 아침에 샤부샤부 생각했는데?!’ ‘설마... 내 배고픈 마음마저 읽힌 거야?’하지만 정은은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근데 의사 선생님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고 하셨잖아요.”“우리 반반탕 시키면 되잖아. 맑은 국물도 있으니까.”“좋아요!”정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수액은 다 맞은 건 점심 무렵이었다.두 사람은 퇴원 수속을 밟으러 이동했다. 정은은 약국으로 약을 가지러 갔고, 재석은 병실 담당 의사를 찾아가 필요한 기타 서류를 요청하려 했다.그런데 의사가 재석을 보자, 안경을 살짝 내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왜 그러시죠?”재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목은 괜찮아요?”“네?”“목소리요. 쉬었다거나, 건조하다거나... 그런 증상은 없어요?” 재석은 고개를 저었다.“없는데요?”“다행이네요. 어젯밤에 부르짖는 거 보고, 혹시 성대가 붓는 건 아닌지 걱정했거든요.” “제가... 어젯밤에... 그렇게 소리 질렀어요?”“크게는 아니었어요.”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태연하게 말했다.“그냥... 계속 불렀죠. 끊임없이.”재석의 숨이 순간 멈췄다.“제가 누굴 불렀는데요?”의사는 재석을 한 번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긴장할 거 없어요. 이상한 말은 아니고, 그냥 아주... 정상적인 말이었죠.” ‘그 말이 더 무서운데요...?’재석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숨을 들이켰다. “‘정은... 정은아... 정은...’ 아주 다양한 어조와 감정으로 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6화

    정은은 벌떡 일어나 재석에게 달려갔다.남자의 눈은 꼭 감긴 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소리는 거칠기 그지없었다.“선배님? 선배님... 제 말 들리세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재석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좀처럼 뜨이지 않았다.“선배님! 제발 깨어나세요!”간절한 외침 끝에, 재석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정은아?”“하... 진짜, 심장 멎는 줄 알았어요...”정은이 안도의 숨을 내쉬려는 찰나, 갑자기 재석의 손이 뻗쳐 나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거센 힘으로 당기더니 그녀는 고스란히 재석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너무 순식간이었다.“꺅...!”‘지금... 뭐야 이게?!’“정은아...”남자의 숨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거칠게 들려왔다.얇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체온.둘이 몸이 너무 가까워서, 마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서로를 녹일 것만 같았다. “읏...”재석이 저도 모르게 신음하듯 소리를 내뱉었다.정은의 온몸이 굳어버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자, 정신이 흐려진 듯한 재석의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설마, 약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된 거야?’정신을 다잡은 정은은 바로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재석을 밀어 침대 쪽으로 눕힌 후, 온몸으로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이마에 손을 얹었다.“앗!!!”뜨거운 열기에 놀란 정은이 입을 틀어막았다.‘이건... 단순한 열이 아니야. 열기가 심하게 오르고 있어...’“선배님! 제 말 들려요? 정신 좀 차려봐요! 선배님!”하지만 재석은 계속해서 중얼댔다.“정은아... 정은...”단지 이름을 부를 뿐인데, 묘하게 끈적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그 숨소리와 어우러지니, 괜히 귀가 달아오르는 듯했다.‘하... 미치겠네. 이 분위기 뭐야...’정은은 괜히 고개를 숙였지만, 시야에 들어온 건, 벌어진 가운 틈 사이로 드러난 재석의 단단한 상체.잘 정리된 근육, 그리고 땀으로 촉촉이 젖은 피부.‘어?!’‘눈을 어디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5화

    수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해졌다. 그녀는 마치 정신 잃은 파리처럼 방 안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감정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의심하면 어때? 네가 입 다물고 있으면, 증거는 없어. 결국엔 풀어줄 수밖에 없어.]그 말을 듣자, 수아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정하기 시작했다.“그 약... 도대체 뭐야? 순도가 높고 효과도 강하다고 했잖아. 근데 조재석은 멀쩡해 보이던데?”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쪽이 대답했다.[질문이 너무 많네.]수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한 가지만 분명히 해두자. 우린 협력 관계야. 말투 좀 조심하지 그래?”[하... 말투? 협력 관계라 했지? 좋아, 그럼 하나 묻자. 넌 뭘 했는데? 약은 내 거고, 약을 넣은 것도 내가 보낸 사람이야.][넌? 목욕하고, 옷 벗고 조재석이랑 자는 게 다였지? 웃기지 마. 날로 먹으려다 다 망쳐놓고, 지금 나한테 협력을 운운해? 네가 감히?]그 모욕적인 말에 수아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분노했다.“너... 대체 누구야? 뭘 원하는 건데? 피해자인 척하지 마. 너도 결국 나를 이용해서 조재석을 치려고 한 거잖아! 우리 둘 다 깨끗한 거 없어!”[쳇, 멍청한 것.]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수아는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야! 뭐?! 누가 멍청하다는 거야?! 말해봐! 여보세요?!”[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를 바랍니다.]‘없는 번호?’수아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췄다. ‘그 사람이 전화를 끊고 내가 다시 걸기까지는 고작 몇십 초...’ ‘그 사이에 유심을 빼고 번호를 없애버린 건가?’‘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 ‘그리고... 그 약은...?’...한편, 재석은 2층 방으로 가지 않고, 아직도 정은의 곁에 머물러 있었다.“그래도 내가 2층에 가는 게 낫겠지?”정은은 체온계를 내려놓고 말했다.“지금 선배님의 체온 몇 도인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4화

    경찰 쪽의 출동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호텔 측도 연락을 받자마자 즉시 직원을 보내 협조에 나섰다. 양쪽이 제일 먼저 한 건 재석이 머물던 객실을 출입 통제하고, 실내 공기 샘플을 채취하는 일이었다.이후 호텔 총지배인과 함께 보안실로 이동해 CCTV 영상을 직접 확인하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졌으니, 구경하러 몰려드는 투숙객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호텔 직원들의 빠르고 능숙한 대응 덕에 곧 정리되었다....그 와중에 재석 옆방, 수아의 방은 단 한 번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궁금해서라도 문 열고 한 번쯤 내다보지 않겠는가? 하물며 ‘잘 아는 조 교수’가 쓰러졌다면 더더욱.피하려는 티가 너무 나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그런 태도는 더 수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수아는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챌 겨를조차 없었다. 지금 그녀는 그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방 안을 종횡무진 오가며, 말 그대로 뜨거운 철판 위에 떨어진 개미처럼 불안과 초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등줄기는 땀으로 흥건했고, 입가는 경련이 난 듯 떨렸으며, 손의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정은과 얘기하고 나서 돌아온 뒤부터 수아의 가슴은 한시도 가라앉지 않았다. 몇십 분이 지났는데도, 옆방은 너무 조용했고, 마치 재석이 그 방 안에서 증발이라도 한 것 같았다.그리고 경찰이 도착했다.도어 스코프로 제복을 본 순간, 수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경, 경찰? 누가, 누가 신고를? 설마...’아무 일도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정은은 방에서 나온 재석이 경찰과 정식으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을 본 순간, 마지막 남은 한 줄기 희망마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진짜 신고했어... 조 교수가... 직접...’‘어떡해... 이러다 경찰이 나까지...’절망감에 휩싸인 수아는, 침대 위에 던져져 있던 핸드폰을 불현듯 바라보았다. ‘전화해야 해. 지금 이대로면 안 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3화

    “왜... 그러세요?” 정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자의 손바닥은 너무 뜨거웠다. 마치 불에 달군 듯한 쇠가 손목을 감싸는 순간, 그 열기가 피부를 타고 전해져왔다. ‘이건... 단순한 열 아니야.’ “정은아, 너...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알아?” 재석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묘하게 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정은은 한 손에 든 해열 패치를 흔들며 말했다. “선배님의 이마에 해열패치를 붙이려고요. 이게 문제라도 되나요?”재석의 시선이 깊어졌다. “지금 넌, 약 먹은 남자를 곁에 두고 있는 거야.”“그래서요...?” 정은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 “위험할 수 있어.”“선배님, 날 위험하게 만들 거예요?” 정은의 반문에, 재석은 씁쓸하게 웃었다.“나...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야. 이런 상태에선...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그가 정은의 손목을 붙잡은 순간, 말랑하고 차분한 감촉이 손끝에 번졌다. 마치 고운 비단처럼 스치는 그 감촉은 도리어 더욱 강한 갈증을 불러왔다. ‘더... 갖고 싶어졌어. 손목만으로는 부족해. 그 이상을 원해.’하지만, 정은이 나직이 말했다. “아니에요.” 재석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뭐?” “선배님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에요. 정말로 선을 넘었을 거였다면, 아까 욕실에서 이미... 그렇게 됐겠죠.”재석은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정은은 아무 말 없이 해열 패치를 꺼내 남자의 이마에 붙였다.“좀 괜찮아졌어요?” “응, 약 먹었으니까 곧 나아질 거야.”“그, 그거 말고요.” 정은은 살짝 기침하며 시선을 피했다. “열 말고... 그쪽 말이에요. 몸 상태는... 좀 가라앉았어요?”재석의 얼굴은 이미 붉었지만, 그 순간엔 귀까지 활활 타올랐다. “너... 그거, 들었어?” ‘설마... 그 소릴 들었단 말이야?’‘얼마나 들은 거지?’ ‘혹시 나를... 더럽다고 생각했다면...’재석의 입술이 움찔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922화

    정은은 남자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경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지금 재석의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가...그게 어떤 감정의 결과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설마...’“그렇게 오래 있었는데도, 아무 효과가 없었어요?” 그녀는 등을 돌리고 있는 재석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대신 들려온 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고 힘없는 목소리였다. “응...” “그럼, 선배님... 난...” 정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쩐지 숨이 막히고, 입술이 덜덜 떨렸다. “정은아... 나가줄래?” 재석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런... 비참한 모습, 너한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부탁이야...”그 말에 정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알겠어요.”조용히 욕실을 나서며, 문을 부드럽게 닫았다. 그 순간,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참자, 참아야 돼...’정은은 견딜 수 없었다. ‘저 남자... 지금 나한테 애원하고 있잖아.’ ‘자존심이라도 남기고 싶어서, 나한테 부탁하고 있잖아.’ 그래서, 정은은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욕실 안, 문이 닫히자마자 재석의 굳어 있던 등이 무너지듯 내려앉았다. 그대로 물 속으로 몸을 맡기며, 다시 깊숙이 침잠해 버렸다. 차가운 물이 사지를 감쌌지만, 몸 안에서 타오르는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아니야... 아까, 잠깐이었어. 정은이가 손을 댔을 때... 그때는 분명...’정은의 그 손길에서 전해졌던 미묘한 시원함, 재석은 그 순간만큼은 분명 조금 나아졌었다. 그걸 느꼈기에, 그는 오히려 더더욱 참기 힘들었다. 그게 얼마나 달콤했는지 알기에, 지금 이 고통은 배가 됐다. ‘이 상태로 정은이를 곁에 두면... 분명 난, 감당 못 할 거야.’ 재석은 다시 머리까지 물에 담갔다. 시야는 가려지고, 숨결은 끊겼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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