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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Author: 십일
주덕순은 마음속으로 몰래 웃으며 눈빛은 소진헌이 가져온 과일 바구니에 떨어졌다.

“동서도 체리를 산 거야? 형님이 산 것보다 훨씬 작은 것 같은데?”

이미숙은 활짝 웃으며 말투가 온화했다.

“저희 집이 어떻게 형님댁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주덕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네! 누가 형님댁보다 잘 살 수 있겠어.”

정은은 입술을 구부리며 무심한 척 말했다.

“둘째 큰어머니는 무슨 과일을 사셨어요?”

주덕순은 웃음이 굳어졌다.

정은은 눈치채지 못한 듯, 마침 자신의 옆에 있는 그 과일 바구니를 뒤졌다.

“어디 보자, 사과, 배, 귤...”

비싼 과일은 하나도 없었다.

“역시 둘째 큰어머니시네요. 모두들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사셨다니.”

주덕순은 귀에 거슬리다고 생각했지만, 또 정은의 말에서 트집을 잡지 못했다.

“그래, 난 식구들이 좋아하는 과일을 좀 샀어...”

말하자면 주덕순은 가정 형편이 나름 괜찮았다. 부모님은 모두 전기 시설 관리직이었고, 아버지는 또 나름 중요한 직위를 맡았다. 주덕순은 집안의 외동딸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돈이 부족하지 않았고, 그야말로 엄청 편안한 삶을 누렸다.

그러나 그녀는 속이 좁고 따지기 좋아해서 결코 대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가족들을 대할 때 더욱 그랬다.

“가족을 챙기는 데는 둘째 큰어머니밖에 없네요.”

“에헴.”

박나영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말만 하지 말고 얼른 과일 먹어.”

“네, 감사합니다, 큰어머니.”

정은은 대범하게 체리를 하나 입에 넣었다.

“정말 엄청 달아요.”

그러나 주덕순은 오히려 풀이 죽었다. 그녀는 어색해하며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고, 소진호가 자신을 위로하길 바랐다.

그러나 소진호는 주덕순에게 눈빛 하나 주지 않았다.

“엄마, 조금 더 먹어. 바삭바삭하고 엄청 달아!”

시율은 옆에서 재촉했다.

‘빨리 먹지 않으면 남들이 다 먹을지도 몰라.’

“넌 먹을 줄만 알지? 너와 네 아버지는 날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

소진호와 시율은 어이가 없었다.

...

점심 12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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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송지혜 명의로 된 실험실은 소방 점검 불합격으로 인해 시정서까지 받았다.물론 지금까지 아직 시정을 통과하지 못했다.그러니 그동안 그 어떤 학술적 산출도 없었다.이 때문에 정례 회의에서, 송지혜 팀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진호는 예전에 남을 비웃으며 언제든지 일어서서 사람을 물어뜯을 수 있는 들개와 같았지만, 지금은 여느 때보다 더 조용했다.서정의 안색도 좋지 않았다.실험실이 정돈되었기에 그녀가 전에 힘들게 송지혜에게서 쟁취한 과제도 물거품이 되었다.송지혜에게 다른 과제를 안배해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엄청난 욕을 먹었다.“과제! 그놈의 과제! 나도 과제를 원한다고! 지금 실험실은 시정서를 받았으니 아무런 과제도 진행할 수 없잖아.”“그러니 내가 어떻게 과제를 얻어오겠어?! 게다가, 설령 나한테 과제가 있다 하더라도, 넌 그 진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확신하니?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냐고?”“그럴 능력이 없으면 과제를 넘볼 생각하지 마. 사람은 자기 주제를 잘 알아야 해! 모든 대학원생이 학술을 하기에 적합한 것도 아니고.”“모든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말 자신이 학술 천재라고 생각하는 거야? 넌 네가 소정은보다 더 잘난 거야?!”끊임없이 쏟아지는 욕설, 송지혜는 서정의 얼굴에 침까지 튀겼다.다행히 서정은 빨리 피했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교수님, 애초에 저에게 사비로 기계를 사라고 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이것만 똑똑히 아셨으면 좋겠어요. 과제팀에 들어가는 이 일, 저는 교수님에게 부탁하는 것도, 상의하는 것도 아니에요. 이건 완전한 거래라고요.”“저는 돈을 내고, 교수님은 그 보답으로 저에게 과제를 주시는 거죠. 이건 우리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잖아요. 지금 저는 돈을 냈지만 교수님은 오히려 약속을 어기셨죠. 장사를 이렇게 하시면 안 되죠.”서정은 더 이상 송지혜란 사람을 존중하지 않았다.그녀는 권세나 재물에 눈이 멀고 돈이나 탐내며 속이 좁은 학술 깡패로서, 학생들이 존경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0화

    정은은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있어! 당연히 있지! 네가 대신 전해 줄래?”“좋아요!”정은은 또 몇 캔을 꺼내 민지의 차에 놓았다.“헤헤, 정은 언니 짱!”“너와 서준이도 짱인 것 같아.”말을 마치고 정은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끌고 아파트를 향해 걸어갔다.민지는 정은의 말을 조금도 알아듣지 못하고, 기뻐하며 핸드폰을 꺼냈다.“어! 쮼! 너 지금 아파트에 있어? 내가 육포와 소고기 소스 보내줄게! 그래... 정은 언니가 준 거야.”맞은편의 서준이 대답했다. “그래, 이리 와.”[오케이! 20분 후에 도착할 거야.]“응.”전화를 끊고 서준은 가장 빠른 속도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가더니 외투를 입고 신발을 갈아 신었다.“할머니, 오늘 점심은 나가서 먹을게요. 저녁... 저녁에도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어디 가는 거야?”“아파트예요!”“어? 오늘은 여기 남아서 밥 먹기로 했잖아?”서준은 이미 문을 밀고 나갔는데, 이 말을 듣고 목청을 돋우며 대답했다.“다음에 먹을게요!”“얘도 참... 무슨 일인데 그리 성급한 거야...”...정은은 아래층에 멈춰 서서 잠시 쉬려고 했다.그리고 묵묵히 손에 든 상자를 보더니, 또 고개를 들어 7층을 바라보았다. ‘이따 한 번 더 내려올까?’이렇게 궁리하고 있을 때, 옆에는 이미 누군가가 정은의 크렁크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어?”정은은 멍해졌다.재석은 뒤에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하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안 올라오고 뭐해?”정은은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쫓아갔다.“가요.”남자는 그렇게 큰 트렁크를 들고도 쉽게 7층까지 올라갔는데, 숨조차 헐떡이지 않았다.이런 여유로운 모습을 보며 정은을 정말 부러웠다.“고마워요, 선배님.”재석은 트렁크를 내려놓고 정은에게 문을 열라고 했다.“안으로 들어가자. 이거 무거워서 너 못들어.”정은은 빨리 열쇠를 꺼냈다.문이 열리자 그녀는 재석을 안으로 초대했다.남자는 익숙하게 슬리퍼를 갈아 신고 트렁크를 거실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9화

    특히 봉수진은 요 며칠 별장에 있으면서, 눈도 좋아졌고 허리도 아프지 않았다.하루 종일 웃으며 뭘 먹어도 맛있었다.이춘재는 더욱 집안의 홈닥터와 운전기사, 경호원을 모두 불렀는데, 오래 지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미숙은 소진헌이 익숙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그러나.“그럴 리가! 어머님은 나와 함께 꽃을 가꾸시며 채소까지 심으시고, 아버님은 나와 함께 바둑까지 두실 수 있잖아.”겨울방학이라 그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미숙은 대부분 서재에서 키보드를 두드렸으니, 이번에는 채소를 같이 심을 친구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바둑 친구까지 찾았다.‘내가 괜한 생각을 했군.’“헤헤.”정은은 이틀 동안 지내다 사흘 만에 J시로 돌아왔다.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실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논문은 반드시 설 전에 완성해야 했다.소진헌은 온 천하의 부모님처럼, 딸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정은의 트렁크에 맛있는 것을 엄청 많이 챙겨줬는데, 모두 그가 직접 만든 소고기 소스와 육포였다.그리하여 정은은 홀가분하게 돌아왔지만, 떠날 때 짐이 많아졌다.민지는 이 소식을 듣고, 진작에 자신이 새로 산 BMW를 몰고 열차역에 와서 정은을 마중했다.그렇다, 민지도 차를 샀던 것이다.하정남은 원래 그녀에게 페라리를 사주려고 했는데, 차종까지 모두 결정했다.그는 차를 모르지만, 돈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비싸면 좋은 차였으니까.하지만 민지는 완곡하게 거절했다.“학생은 학생다워야죠,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하면 안 돼요!”결국 민지는 혼자 매장으로 달려가 BMW를 뽑았고, 심지어 성가비를 가지고 있는 차종이었다.당시 서준이 그녀와 함께 가서 골랐다.카드를 긁고 민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쮼, 나 살림 정말 잘 하지?”서준이 말을 하려고 할 때, 민지는 계속해서 말했다.“너도 좀 배워.”그래서 이 말이 중점이었다.서준은 침묵했다.“참, 너도 한 대 사지 그래? 아파트에서 실험실로 가려면 아주 멀잖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8화

    ‘뺏으라고?’현빈은 웃음이 나왔다.“그래도 뺏을 수가 있어야죠.”“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빼앗을 수 없다고 단정하는 거야?”“왜요? 이모를 뺏으려고요? 쳇. 우선 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나서서 막으실 거예요.”심정훈은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잠시 후, 예리한 눈빛으로 현빈을 바라보았다.“도대체 어떤 여자가 널 차버렸는데? 말해 봐?”현빈은 말을 하지 않았다.“아까 말 잘했잖아? 그런데 왜 갑자기 침묵하는 거야?”“말해도 모르시잖아요.”심정훈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잔을 들었다.“자, 우리 부자끼리 모처럼 모였으니 한 잔 하자.”짠.잔이 맞부딪치자, 두 사람은 각자의 걱정거리를 삼켰다.달은 중천에 떠 있었고, 밤은 점점 깊어졌다.현빈은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오히려 심정훈은 술을 많이 마셨지만, 취기가 전혀 없었고 술을 따를 때도 손이 떨리지 않았다.외모가 우월하고 기질이 출중한 두 남자가 함께 모여 울적하게 비싼 술을 마시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이쪽을 훑어보았다.현빈은 갑자기 술잔을 내려놓았다.“아버지, 어떤 방법으로 한 여자가 주동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자신을 사랑하게 할 수 있을까요?”심정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현빈은 또 손을 흔들었다.“됐어요, 아버지한테 물어봐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네요. 아버지 자신도 해결하지 못했으니까.”‘역시 내 아들답네, 정곡만 골라서 찌르다니.’새벽 1시가 되어서야 부자는 술집을 떠났다.현빈은 이미 취했고, 심정훈은 나름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그를 호텔로 데려다줘야 했다.“딸꾹! 아버지, 왜 여기에 계세요?” 방에 들어서자마자 현빈은 잠에서 깨어나더니 갑자기 똑바로 섰다.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심정훈은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이 1분이라도 일찍 깨어났다면 혼자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일부러 날 부려먹은 거야?’현빈이 주위를 둘러보았다.“아, 저를 데리고 호텔로 오신 거예요?”“하지만 저는 이제 여자 데리고 놀지 않으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7화

    ”아니, 이 남자가 그렇게 대단해? 술집에 와서 술 마시는데 경호원까지 데려오다니?”“누가 알겠어.”...현빈은 일부러 경호원에게 가까이 서서 지키라고 했고, 주위는 마침내 조용해졌다.그는 또 술 한 잔 가득 채웠다.그러나 어젯밤처럼 들이키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담담한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이때, 현빈은 멈칫하더니 눈빛은 멀지 않은 부스 위에 떨어졌다.‘쯧쯧!’심정훈은 누군가의 눈빛을 알아차리고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뜻밖에도 아들과 눈을 마주칠 줄이야.분위기는 어색해졌다.부자는 동시에 눈을 뗐다.현빈은 생각을 하더니 술병을 들고 심정훈의 옆에 가서 털썩 앉았다.“아, 술 마시러 오셨어요?”심정훈은 담담하게 현빈을 보았다.“무슨 쓸데없는 말을 묻는 거야. 술집에 와서 술 안 마시면? 영화라도 보라고?”“그런데 넌 또 무슨 상황이야?”심정훈은 현빈을 살펴보더니, 내색하지 않고 그의 손에 있는 절반 비어 있는 술병을 보았다.“담배와 술을 끊었다고 하지 않았니?”반년 전, 현빈은 갑자기 술과 담배를 끊겠다고 했는데, 심정훈은 당시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뒤에 그가 정말 그렇게 한 것을 보고, 심정훈은 깜짝 놀랐다.‘그런데 얼마 만에 본색이 드러났지?’현빈은 씁쓸하게 웃었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끊을 필요가 있을까요?”심정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의 말을 알아차렸다.“여자에게 차였어?”정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현빈은 말이 없었다.“허, 진짜 차였어? 재밌네.”“저만 그래요? 아버지도 마찬가지시잖아요.” 현빈은 피식 웃었다. ‘누가 빈정거리래?’심정훈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하룻밤 사이에 S시에서 달려오셨다니, 액셀에서 연기라도 나지 않았어요? 신호등은 몇 번이나 위반하셨죠? 운전면허증은 아직도 갖고 계신 거예요?”심정훈은 말문이 막혔다.“아버지도 참...”현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렇게 필사적으로 무슨 일을 하실 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6화

    지금의 심정훈과 이미숙은 이미 과거의 죽마고우가 아니었다.그들은 각자 결혼을 하여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다.“어렸을 때 우리 커서 뭘 해야 할지 소원을 빌었던 거 기억나?” 심정훈이 먼저 침묵을 깼다.이미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하죠. 형부는 천문을 좋아했으니, 졸업 후에 나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잖아요.”남자는 웃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씁쓸함을 띠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자신이 정말 어리석고 멍청한 것 같아. 꿈은 꿈이 아니라 손에 닿을 수 있는 인생이라고 생각했지. 그러나 난 결국 심씨 가문을 물려받았고, 부모님이 원하는 후계자가 되었어.”이미숙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난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심씨 가문은 지금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이미 20년 전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거듭났잖아요. 형부는 아주 큰 성공을 거뒀어요.”‘하지만 난 널 잃었어...’심정훈은 입을 벌렸으나 결국 그 말을 삼켰다.곧이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일을 돌이켜 말했다.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약간 넋이 나갔고, 자신이 결국 이미윤과 결혼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말할 때 은근히 망설였다.고개를 돌려 이미숙의 잔잔한 눈빛을 보자, 심정훈은 갑자기 물었다.“넌? 그동안 무슨 일을 겪었지? 그때 나와 아버님, 어머님은 모두 네가 외국에 버려졌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가장 외진 N국까지 찾아갔어. 그러나 전혀 네 소식이 없었고. 그런데 네가 뜻밖에도 L시에 있었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이미숙은 심정훈을 오빠처럼 여겼기에, 그의 질문에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다.그녀가 하룻밤 내내 강에서 떠다니다가 구조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미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심정훈은 여전히 마음이 조여들었다.이미숙은 그런 심정훈을 보며 웃었다.“이미 지나간 일이에요...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고요.”심정훈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겉으로 보기엔 심정훈은 가정이 원만하고, 우수하고 뛰어난 아들이 있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5화

    심정훈은 손을 흔들었다.“아니에요, 내가 하면 돼요...”“뭘 사양하시고 그래요? 다 가족이잖아요.”심정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진헌은 이미 그의 그릇에 밥 두 숟가락 떠주었다.“여보, 제부 얼마나 세심한지 좀 봐요? 어쩐지 우리 미숙이 마음에 들었더라니.” 이미윤은 미소를 지었지만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은 비웃음으로 가득했다.심정훈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면서 전혀 그녀를 상대하지 않았다.이미윤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지만, 또 내색할 순 없어 끊임없이 숨을 들이쉬고 숨을 내쉬며 억지로 참았다....점심을 먹고 소진헌은 그릇과 젓가락을 치웠고 정은이 도왔다.이미숙도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 부녀가 설거지를 하자 자신은 식탁을 닦으며 과일을 깎았다.두 노인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현빈은 다 먹고 나서 볼일이 있다며 떠났기 때문에 지금은 심정훈과 이미윤 부부밖에 없었다.봉수진은 그제야 입을 열어 물었다.“정훈아, 네가 미숙이 집을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당연히 제가 알려줬죠.” 이미윤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봉수진은 의아하게 그녀를 보았다.“어머니, 그게 무슨 눈빛이세요? 미숙이를 찾았으니, 정훈 씨는 형부로서 당연히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물며 그동안 미숙이를 찾기 위해 정훈 씨도 엄청 힘을 썼잖아요!”“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제가 또 무슨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두 사람 예전의 관계? 지금 다시 만난 이상, 다시 옛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고 의심을 해야 하나요?”이춘재와 봉수진의 안색이 동시에 변했다.심정훈의 눈빛은 순식간에 극도로 차가워졌다.“이미윤, 말 똑바로 해! 주의 좀 하라고!”“난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았는데, 말을 똑바로 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요? 정훈 오빠~ 이렇게 불려야 마음에 드는 거예요?”“정말 억지를 부리는군!”이미윤도 화가 나지 않았다. 이미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두 노인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34화

    기억은 마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소년과 소녀는 20대였고, 눈에는 서로밖에 없어, 누군가 먼저 고백을 하면 인연이 정해질 수 있었다.심정훈은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무슨 말을 하려다가 이미숙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내 정신 좀 봐... 이제 형부라고 불러야겠죠? 소개할게요. 내 남편 소진헌이에요.”‘형부’, ‘남편’이란 말에 심정훈은 숨이 멎었다.그러자 이미숙 옆에 있던 남자에게 시선이 떨어졌다.소진헌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열정적으로 심정훈을 자리에 앉혔는데, 또 그를 위해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왔다.심정훈은 입가를 실룩거렸지만 결국 고맙다는 인사밖에 하지 못했다.소진헌의 요리 솜씨는 원래 괜찮았는데, 오늘 더욱 신경을 썼다.그러니 맛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두 노인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식사하는 도중, 소진헌은 이미숙과 정은을 돌보았는데, 세심하게 아내를 도와 새우를 까주었고, 정은에게 집어준 음식도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였다.정은은 작은 산처럼 쌓인 그릇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아빠, 저 아직 다 못 먹었어요.”“나한테도 집어주지 마요. 남으면 당신이 다 먹을 거예요?”“그럼.”소진헌은 웃으며 대답했다.평소에 이미숙이 음식을 남기면 전부 소진헌이 해치웠다.소진헌은 오히려 습관이 되어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들은 그렇지 않았다.심정훈의 눈빛이 어두워졌고, 이미윤은 비아냥거리며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지금 사랑을 과시하고 있는 거야?’현빈은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는데, 너무 진지해서 주위의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오히려 이춘재와 봉수진은 참지 못하고 눈을 마주쳤다.전에는 소진헌이 이미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이 바보 사위가 ‘괴롭힘’을 당하면서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소진헌이 이미숙 앞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소진헌은 여전히 허허 웃으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정말 단순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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